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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이 더 낫다”…연령차별 한인 이겼다

동료들의 노골적인 연령차별 언사를 듣고 회사에 개선책을 요구했다가 해고된 한인 여성이 2년간의 법적 싸움을 벌인 끝에 이겼다.〈관계기사 4면〉   관련기사 연령차별 없는 수평적 문화 구축해야 박순이(가명·60·여)씨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Wrongful Termination)’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이에 따라 박씨가 다니던 회사는 지난 6월 박씨의 불법 해고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합의금을 지급했다.   박씨는 지난 2022년 6월 사이프리스 소재 건강보조식품 한인 유통업체 N사가 연령차별을 문제 삼자 본인을 해고했다며 오렌지카운티 수피리어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박씨는 소장에서 회사와 고용주 신모씨가 회의시간에 동료 이모씨 등이 본인에게 “나이가 많아 보인다”, “왜 은퇴하지 않나”, “회사를 떠나야 할 때가 아닌가”라며 연령차별적인 말을 했지만,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이씨는 총무국 책임자인 박씨가 직원 채용 절차를 진행할 때 “젊은 사람이 더 낫다”, “고용주는 나이 든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이 든 사람을 채용하지 말라”는 등 노골적으로 연령차별 단어를 써가며 박씨를 암묵적으로 모욕하고 업무도 방해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고용주 신씨 등에게 이에 대한 개선조치를 요구했지만, 되레 고용주 신씨는 박씨를 해고했다고 소장에 명시했다.   연방 공정고용기회위원회(EEOC)에 따르면 정부는 1967년 제정된 ‘연령차별금지법(Age Discrimination in Employment Act, AEDA)’에 따라 직장에서 고용주 등이 40세 이상 직원을 대할 때 연령을 이유로 차별대우나 해고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이 법은 회사에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해당 직원을 놀리거나 모욕주는 행위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한인회사는 회사 내에서 발생하는 연령 차별행태를 묵인하거나 방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회사들은 주로 한국의 ‘정년퇴직 문화’를 이유로 들어 나이 많은 직원을 압박하고 있다.     N사와 고용주를 소송한 박씨도 총무국 매니저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결국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고 쫓겨난 사례다.     주찬호 변호사는 “대부분 회사가 나이 많은 직원을 압박할 때 나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는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일부 한인회사는 ‘업무성과가 안 좋다, 일을 너무 느리게 한다’ 등 나이를 적용할 수 있는 멘트를 계속한다. 해당 직원은 ‘내가 나이가 많으니까 코너로 몰아 쫓아내려고 하는구나’라고 느껴 스트레스와 압박에 시달린다”고 설명했다.   주 변호사는 이어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한 직원이 해고사유를 납득하지 못하면 회사 측이 의도적으로 나이를 차별해 쫓아냈다고 생각한다. 이럴 경우 회사를 상대로 합당한 배상을 받고 싶어 소송하는 케이스도 있다”고 말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힐링캘리포니아 8 인트로 연령차별 한인 일부 한인회사 연령차별 언어

2024-10-14

연령차별 없는 수평적 문화 구축해야

LA소재 한인 중견회사를 20년 넘게 다닌 김희숙(가명·60대)씨도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갑작스러운 해고통보를 받은 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쫓겨난 것 같다”며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소송을 제기해 이겼다. 김씨의 변호인은 부당해고 배상 민사소송과 별도로 오버타임 미지급 등 집단소송까지 제기했고, 결국 김씨가 다녔던 회사는 소송 3년여 만에 전·현직 직원에게 총 100만 달러가 넘는 배상액을 합의금으로 지급했다.   ◆문화적 관습이 문제 키워   한인회사들의 ‘나이’를 문제 삼는 문화적 관습은 주로 한국에 본사(Head Quarter)를 둔 지사 또는 상사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     노동법 전문가에 따르면 한국의 정년퇴직법을 원인으로 꼽는다. 한국 본사 지시에 따라 일부 지사 또는 상사들은 소송을 감수하더라도 나이를 이유로 해고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에서는 법에 따라 직장인은 60세까지 일할 수 있으며, 60세가 넘으면 대부분 퇴직해야 한다.   주 변호사는 “한국 본사에서 미국의 연령차별 금지법을 외면할 때가 굉장히 많다. 그러다 보니 해고한 전 직장인이 노동법 위반으로 제기하는 소송에 휘말린다”고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노동법 변호사들에 따르면 특히 한인회사 내 ▶직급에 따른 경직된 상하관계 ▶법적 근거 없는 선후배 문화 ▶나이 많은 사람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인해 연방 노동법을 위반하는 직장문화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나이’를 강조하는 한인 직원 간 갈등도 적지 않다. 미국에서 성장한 영어권 직원은 동료를 평등하게 인식하고 대하지만 한국 문화에 익숙한 직원은 반말을 사용하거나 인사 등을 강요하다가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잡코리아USA 브랜든 이 대표는 “한인회사에서 젊은 직원을 채용해도 MZ세대는 자신들의 가치와 맞지 않으면 곧바로 일을 그만두곤 한다”면서 “젊은 한인 직원을 다루기 어려워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일부는 한국 문화에 익숙한 중장년층 경력자를 선호할 정도”라고 전했다.   ◆나이 벗어난 수평문화 중요   한인 법조계는 연령차별 금지법 등 노동법 준수와 수평적 직장문화 자리매김 노력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해원 변호사는 “고용주 상당수가 40세 이상 직원을 나이 때문에 차별하거나 해고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면서 “나이, 임신, 장애, 인종, 종교 등을 문제삼아 직원을 해고하면 안 된다. 특히 부당해고 소송을 제기한 직원은 사측의 행위가 불법적이고 공공방침에 어긋났다며 징벌적 배상(punitive damages)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령/나이 차별로 해고된 직장인은 정신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수잔 정 정신과전문의는 “직장인이 나이 차별을 받고 해고되면 경제적 어려움 등 실존하는 데 큰 타격을 받는다”면서 “특히 ‘회사나 사회가 (나이 든) 나의 존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충격을 받는다. 한인 남성의 경우 일이 곧 본인이 누구인지 증명하는 ‘정체성’일 때가 많다. 무기력·불면증·자존감 저하 등 우울증을 겪고 신체 건강마저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 중앙대 사회학과 김기연·이민아 박사의 ‘한인 시니어 연령차별과 자살(Age Discrimination and Suicidal Ideation Among Korean Older Adults)’ 논문에 따르면 연령차별을 경험한 시니어는 자살 생각을 2.3배나 더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차별 없는 80대 현역도   반면 연령을 제한하거나 차별하지 않는 미국의 문화로 70~80대가 됐어도 은퇴하지 않고 일하는 한인 시니어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일을 계속할수록 ‘자아실현과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LA평통 회장을 역임한 서영석(82) 마취과 전문의도 여전히 현역 의사다. 그가 15년째 근무하는 LA한인타운 세인트 빈센트 안과 수술센터는 아예 그를 놓아줄 생각이 없다. 서 전문의를 대체할 전문가를 찾기 어려워서다.     서 전문의는 “이 나이에도 어딘가에서 내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은퇴 나이가 지났지만 병원 직원들이 능력을 인정해 주니 고맙다. 손이 떨리기 전까지는 일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잔 정(79) 정신과 전문의도 유튜브 정신건강 채널을 운영하고, 각종 상담과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정 전문의는 “젊었을 때는 돈을 벌고 살아남기 위해 일을 했다면 지금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 행복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65세 전후 은퇴했다가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는 시니어도 보인다. 특히 한인 남성 시니어들 사이에서는 경비원과 우버 드라이버가 인기다. 이들은 연금을 넉넉하게 받아도 일하지 않는 일상은 견디기 힘들다고 전했다. 시니어에게 직업은 우울증 극복 방법인 셈이다.   데이비드 안(71)씨는LA한인타운 오피스빌딩 경비원으로 3년째 일하고 있다. 안씨는  “은퇴 후 10년을 놀았지만 하루하루가 견디기 힘들었다”면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어 경비원 시험을 봤다. 시니어 경비원을 찾는 곳도 생각보다 많다. 일상이 무료하고 지겹다면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힐링캘리포니아 연령차별 금지법 부당해고 소송 한인 직원

2024-10-14

고물가에 식비 폭등…어르신들 끼니 걱정

지난 5월 22일 오전 11시30분, LA한인타운 올림픽 불러바드와 노먼디 애비뉴 인근 다울정 야외식탁에서 도시락을 먹은 세실리아 서(86) 할머니. 서 할머니는 LA한인타운 시니어&커뮤니티센터가 LA시 노인국 제공으로 나눠주는 ‘한식 도시락’을 누구보다 반겼다.   “양식 도시락을 두 달 정도 먹었고 5월부터 한식을 먹고 있어요. 한식 도시락이 정말 좋아요. 밥과 김치가 있고, 날마다 불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메뉴가 달라 질리지 않아요. 양식 도시락은 안 먹을 때가 많았는데 한식은 다 먹어요.”   LA 최대 인구밀집지로 꼽히는 한인타운 거주 시니어들이 소중한 ‘점심 한 끼’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대부분 이민 1세대로 은퇴한 이들은 팬데믹 이후 무섭게 치솟은 생활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계기사 4면〉   관련기사 무료 점심 경쟁률 4대1…개선 시급 특히 최근 LA시가 저소득층 시니어들에 제공하던 무료 음식 배달 프로그램도 8월부터 종료될 예정이라 한 끼 식사를 고민하는 한인 시니어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시니어에 ‘점심 한끼’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충분한 영양소 공급 기회이자, 친구 및 지인과 교류하는 소중한 ‘친목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서 할머니는 LA노인국과 시니어센터가 주중 5일 제공하는 무료 한식 도시락을 ‘행복’으로 표현했다.     서 할머니는 “늙으니까 모든 게 다 귀찮아요…밥 해 먹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니까요”라며 “라면도 끓여 먹기 싫어서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컵라면을 먹곤 했어요. 이렇게 도시락 주기 전에는 배고플 때도 많았죠. 근데 요즘은 배고플 때가 없어요. 점심 먹고 남은 건 집에 가져가서도 먹을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 할머니처럼 무료 도시락 혜택을 받는 시니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저소득층 생활보조금(SSI)과 사회보장연금(SS)이 유일한 수입원인 한인 시니어들에게 요즘 점심값은 버겁다.   지난 5월 7일 정오, LA한인타운 버몬트 애비뉴와 4가에 위치한 ‘시즐러’에서 친구 6명과 샐러드(약 14달러) 점심을 먹은 권성주(85) 할아버지는 “팬데믹 이후 식당 메뉴 가격이 20~30%는 올라 시니어들이 사먹기엔 어려워졌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권 할아버지는 “예전에는 시니어 우대 식당을 가면 3달러에 점심을 먹을 수 있었지만 팬데믹 이후 다 사라졌다”면서 “요즘은 식당에 가면 점심값으로 20~25달러를 내야 하는데 정말 부담스러운 가격”이라고 말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힐링캘리포니아 인트로 la한인타운 시니어 la한인타운 올림픽 정오 la한인타운

2024-06-19

무료 점심 경쟁률 4대1…개선 시급

본지는 지난 한 달 동안 LA한인타운 시니어&커뮤니티센터, 패스트푸드 체인점, 쇼핑몰 푸드코트에서 한인 시니어들을 만나 살림살이를 물었다. 한인 시니어 약 10명이 받는 SSI는 일인당 평균 800~900달러, 연금(SS)은 평균 1200~1400달러였다. 그리 넉넉하지 않은 생활비다. 이들은 이중 300~350달러는 노인아파트 렌트비로 내고, 남은 돈은 식비 등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말했다.   ▶비싼 점심, 시니어 웰빙 위협   이렇다 보니 점심 한끼 해결은 한인 시니어들 사이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다. 특히 팬데믹 이후 메뉴당 5달러 이상(20~30% 인상) 가격이 오르면서 밖에서 사 먹는 점심은 사치가 됐다. 한인타운 푸드코트(메뉴당 세금포함 12~17달러)와 런치 스페셜(메뉴당 세금 및 팁 포함 13~15달러)을 제공하는 식당으로 시니어가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달 20일 정오, LA한인타운 6가와 마리포사 애비뉴 시티센터 2층 푸드코트에서 친구 2명과 한식을 먹은 박정숙(72) 할머니는 “예전에는 친구에게 ‘만나서 점심 먹자’고 해도 부담이 없었지만, 지금은 점심 먹자는 말을 (돈 때문에) 꺼내기 어렵다”며 “만나도 식당은 잘 안 가게 되고 푸드코트를 찾는다”고 말했다.   같은 날 친구 두 명과 담소를 나누기 위해 LA한인타운 6가와 버질 애비뉴 ‘잭인더박스’에서 커피를 마시던 짐 이(83) 할아버지는 “시니어에 점심 할인을 해주던 한식당이 다 없어져 갈 곳이 없어졌다”며 “이제는 맥도널드 빅맥 한끼를 먹어도 10달러가 넘는다. 그러다 보니 팁을 안 줘도 되는 곳만 찾게 된다”고 말했다.   ▶점심 한끼, 시니어들 친목의 장   시니어들이 집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도 말처럼 쉽지 않다. LA한인타운 시니어&커뮤니티센터 측은 “무료 점심 도시락을 먹는 분들이 주로 70~80대”라며 “이분들은 생각하는 것만큼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 직접 몸을 움직여 식사를 차리는 일이 결코 쉬운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특히 시니어에 점심 외식은 친구들과 친목을 나누는 ‘소중한 사교 시간’이기도 하다. 점심 한끼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시니어 외로움과 스트레스 해소의 장인 셈이다. 제니퍼 한 할머니는 “연금 1100달러와 남편 간병비를 받아 생활비를 해결한다”며 “우리도 가끔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 점심 외식이라도 해야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세상 돌아가는 소식도 듣지 않겠느냐”고 시니어들의 현실을 들려줬다.   지난 2023년 연방 공공보건서비스부가 발표한 보고서 ‘외로움과 고립감의 팬데믹(Our Epidemic of Loneliness and Isolation)’은 “소수계 인종 및 민족 시니어들은 외로움과 고립의 위험에 처해 있다.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시니어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친구 두 명과 시티센터 푸드코트를 찾은 준 유(78) 할머니는 “타주에 살던 시니어, 해변가에 살던 시니어도 (친구가 많은) 한인타운으로 모이고 있다. 그 이유는 외로움 때문”이라며 “시니어가 모여서 서로 교류도 하는 (정부 보조 또는 할인) 식당이 다시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시니어 무료 점심 경쟁률 4대1   현재 LA한인타운에는 LA시 노인국과 계약을 맺고 시니어에 약 3달러에 점심을 제공하던 식당은 모두 사라졌다. 그 이유는 일손 부족과 높아지고 있는 인건비 때문이다.   7가와 버몬트 애비뉴 인근 바베큐가든 관계자는 “전에 이곳에서 장사하던 사장님이 시와 계약을 맺고 시니어에 점심을 제공했지만, 현재는 직원 부족과 인건비 등으로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만 LA노인국은 한인타운 시니어&커뮤니티센터(이사장 신영신) 요청으로 지난 1월16일부터 60세 이상 시니어와 저소득층 약 225명에게 주 5일 무료 점심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다. 도시락은 지난 5월1일부터 양식에서 한식으로 업그레이드됐다. 하지만 한인 신청자가 1000명이 넘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신청자들은 무료 점심 한끼, 선착순 4대1 경쟁률을 뚫기 위해 월~금요일 오전 7~8시부터 줄을 서고 있다. 센터 측은 노인국에 도시락을 500개까지 늘려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신영신 이사장은 “LA시가 충분한 점심을 제공하면 시니어와 저소득층이 밥 걱정에서 해방될 수 있다. 한끼를 제공하는 것은 굉장히 현실적인 도움인 만큼 관련 예산을 더 편성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LA시 노인국은 시니어 약 6000명에게 시니어 음식 프로그램(Senior Meals Program)을 통해 무료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삭감을 이유로 오는 8월부터 ‘긴급대응 노인식사 프로그램(Emergency Rapid Response Senior Meals Program.RRSMP)’이 중단될 예정이다. LA카운티 노인 및 장애인국(ADD)에 따르면 시니어 음식 프로그램 이용자 3만7588명 중 545명이 한인이다.   UCLA 아시안 아메리칸 연구센터(AASC)가 지난해 발표한 가주 아시안 아메리칸 음식 불안정 보고서(Food Insecurity and Asian Americans in California)에 따르면 연소득이 연방소득수준(FPL) 200% 미만인 60세 이상 한인 시니어의 5명 중 1명 꼴인 22.8%가 음식 수급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또한 영어를 ‘잘 못한다’ 또는 ‘전혀 못한다’고 답한 한인 시니어의 음식 불안감(23.7%)이 영어를 잘하는 한인 그룹(18.3%)보다 높았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힐링캘리포니아 한인 시니어층 점심 시니어 정오 la한인타운

2024-06-19

무허가 내몰린 한인 노숙자 쉼터…사각지대 놓인 한인 노숙자①

한인 노숙자들이 늘어나면서 사망자도 나오고 있지만 이들을 보호할 기관이나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기존의 단체들은 정부 허가를 받지 못해 지원도 못 받고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본지가 확인한 한인 홈리스는 LA한인타운 텐트촌 2곳 등에 약 15명, 김요한 신부의 나눔의 집 쉼터 20명, 무디 고 목사의 아버지밥상교회 쉼터 및 빅터빌 치유센터 약 20명 등 최소 55명 이상이다.   8년 전 LA한인타운에 하나둘씩 생긴 홈리스 텐트촌을 처음 보도했을 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현상이다. 당시 LA한인타운에서는 33곳, 59개 홈리스 텐트 또는 천막이 집계됐지만 한인 홈리스는 발견하지 못했다.〈본지 2016년 12월 21일 A-1면〉   하지만 2024년 5월 현재 상황은 달라졌다. LA한인타운 두 곳 이상에 한인 홈리스 밀집 텐트/천막촌이 자리를 잡았다. 한인 마트와 교회, 상가 앞에 텐트 없이 이불이나 짐을 든 한인 홈리스도 종종 눈에 띈다. 팬데믹 이후 경제적·사회적 기반이 무너진 한인은 주변 도움의 손길마저 끊겨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본지와 만난 한인 홈리스 대부분은 모텔이나 호텔을 임시숙소로 제공하는 LA시 홈리스 정책(인사이드 세이프 LA)도 모르고 있었다. 체류 신분이 없거나 영어가 불편해서다. LA시가 지난해 예산의 10%인 13억 달러를 홈리스 대책에 쏟았지만, 현실 속 한인 홈리스는 ‘관심 밖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이들을 돕기 위해 한인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쉼터들은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위태롭게 운영되고 있다. 홈리스 수용에 필요한 라이선스(Board and Care)가 없기 때문이다. 자칫 민원이 접수돼 LA시 소방국(LAFD)이나 빌딩안전국(DBS) 등에서 점검을 나올 경우 쉼터 운영 취소 명령이 내려져 한인 홈리스들은 다시 거리로 내몰릴 수 있다.   실제 2014년 2월 LA시 검찰은 ‘아가페 홈 미션’ 당시 운영자 이강원 목사를 무면허 및 기본권 침해 혐의로 민사 기소했다. 2000년부터 일반주택에 한인 홈리스, 약물 및 알코올 중독자들을 수용해왔던 이 목사는 해당 시설 운영권을 박탈당했고, 현재 LA한인타운 텐트에서 본인도 홈리스로 살고 있다.   한인 홈리스 시설들은 정식 등록이 안된 상태에서 운영하다 보니 정부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한인 홈리스들을 외면할 수 없어 한인들의 기부와 소수 자원봉사자에 의존해 꾸려가고 있다.   또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주변에 위치가 노출되지 않도록 쉬쉬하며 운영하고 있다. 김요한 신부가 운영하는 나눔의 집 쉼터는 이웃들의 신고가 이어지자 쉼터 장소를 세 번이나 옮겼다.   LA시 당국은 한인 홈리스 쉼터 지원 노력보다는 원칙과 규제를 앞세우고 있다. 익명을 원한 LA시 한인 공무원은 “홈리스 쉼터를 운영하는 한인 단체는 대체로 열악하고, 정부 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많다. 이런 이유로 지원을 못 받는다”고 전했다.   아버지밥상의 무디스 고 목사는 “시장이나 시의원에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도 접근 방법을 모른다. 전문 인력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캐런 배스 LA시장실은 한인운영 쉼터 지원방법 문의와 관련 “한국어 자원(정보안내) 개발을 우선하고 한인 단체와 협력을 강화해 (한인 홈리스 및 관련 단체 지원 문제) 극복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인타운을 포함하는 10지구의 해더 허트 시의원실은 “홈리스 관련 지원이 필요할 경우 담당자에게 전화(213-473-7010) 및 이메일(roger.estrada@lacity.org)로 연락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샌타클라라대 공중보건학과 제이미 장 교수 등이 2023년 1월 발표한 ‘구조적 사각지대-아시아태평양계(APIs) 홈리스의 사망결과(Invisibility as a structural determinant: Mortality outcomes of Asians and Pacific Islanders experiencing homelessness)’ 보고서에 따르면 아태계는 소수계라는 이유로 지역사회 공공담론과 정책마련 부문에서 소외(invisible and unacknowledged)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샌타클라라 카운티에서 2011~2021년 사이 홈리스 1394명이 사망한 가운데 아태계는 87명으로 6.2%를 차지했다. 아태계 홈리스 주요 사망 원인은 부상과 질병(약 70%)으로 다른 인종 주요 사망원인인 약물과 알코올과 대조를 보였다.  인터넷 매체 크로스타운(Crosstown)에 따르면 지난 2022년 LA카운티 지역 홈리스 사망자는 총 2374명으로 2018년 1129명보다 두 배나 급증했다. 관련기사 무허가 내몰린 한인 노숙자 쉼터…사각지대 놓인 한인 노숙자① '숨은' 쉼터…주민신고 무서워 앞마당도 못 나가 간섭 대신 자유…홈리스들 희망 싹튼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힐링캘리포니아 la한인타운 텐트촌 한인 홈리스 당시 la한인타운

2024-05-13

한인 부모 ‘한국식 교육’에 자녀들 우울증·불안감 호소

“가족행사 때 사촌들끼리 매번 비교를 당해야 했다. 학교에서 공부만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심했고 왕따가 된 기분이었다.”   한인 2세인 존 김(44) 임상심리상담가의 청소년기 기억은 공부  뿐이다.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성장한 그는 부모의 공부 압박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김 상담가는 공부만 강조한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김씨는 “한국 최고인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아버지 압박으로 학창시절 모든 과목에서 최고여야 했다. 엄마는 ‘의사가 되지 못하면 결혼도 못 한다’고 할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인사회에 만연한 성공지상주의와 자녀를 향한 과도한 학업성취 압박이 부모자녀 유대관계와 청소년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상명하복식 집단주의’가 몸에 밴 이민 1세대 한인 부모는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의 개성과 자율성을 외면할 때가 많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 ‘수평적 관계와 개인의 의사표현’을 중시하는 서구식 교육을 받고 자란 2세대 자녀는 우울증·불안장애 등을 호소한다.〈관계기사 4면〉   한인 부모의 자녀 양육방식은 ‘한국식 교육(Korean Style Education)’으로 표현된다. 한국식 교육에서 자녀 양육의 최우선 목표는 높은 학업성취도 달성이다. 자녀에게 항상 공부를 강조한다. 자녀가 명문 대학에 입학해 경제적·사회적 성공을 달성하길 바란다. 이 과정에서 자녀의 개성과 자율성은 무시될 때가 많고, 부모-자녀 간 갈등의 골이 커진다.   토런스 사우스고교 9학년인 이안 최군은 “한인 부모는 자녀에게 엄청난 기대를 품고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컨트롤’한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성공해 더 나은 삶을 살기 바라기 때문”이라면서 “공부에 관심있는 친구는 이런 부모의 지지가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예술, 체육 등 다른 것에 관심있는 친구는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존 김 임상심리상담가(LA)는 "한인 부모의 획일화된 한국식 교육이 자녀의 우울증, 불안 및 분노조절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식 교육법은 미국에서 태어난 2세에게 다양성을 허용하지 않고, 그 결과 정서적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워싱턴대학 김은정 교수(박사)의 ‘한인 청소년 우울증과 부모교육(Korean American Adolescent Depression and Parenting)' 논문에 따르면 한인 청소년의 39%는 어머니의 공감능력 부족과 아버지의 강압적 모습으로 우울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5세 이하 저소득층에게 정신건강 상담을 제공하는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에 따르면 지난해 상담자 132명 중 50명(38%)이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전체 상담자 중 우울증 비율은 2021년 30%, 2022년 39%로 증가 추세다.   KYCC, 한인가정상담소(KFAM), 아태가정상담소(Pacific Clinics APFC) 따르면 한인 1세대 부모와 2세대 자녀는 ▶높은 학업성취 압박과 성공지상주의 ▶성장 배경이 다른 문화차이 ▶영어로 인한 언어장벽 ▶자존감과 독립성 인정여부 ▶행복 및 성정체성(LGBTQ)을 바라보는 가치관 차이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이들 단체는 한국식 교육법의 장점은 유지하되, 한인 부모가 자녀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해야 정신건강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KYCC 그레이스 박 클리닉서비스 매니저는 “부모는 자녀가 클수록 독립하는 과정을 겪는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10대 자녀가 제한된 범위에서 자유를 누리도록 풀어주고, 부모가 잘못했을 때는 자녀에게 사과할 줄 알아야 관계회복이 빠르다”고 말했다.   임상심리학자인 오미숙 KAFM 정신건강 프로그램 디렉터는 “한인 부모가 권위적인 모습으로 ‘안 돼!’ 등 통제만 하면 자녀는 좌절감을 느낀다. 자녀가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우울증, 게임과 약물 중독 등 정신건강 문제로 빠질 수 있다”며 “자녀의 호기심과 관심사에 공감하고 소통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태가정상담소 이희영 가정상담전문가는 “한인 부모는 자녀에게 수직적 상하관계를 보이면 미국에서 수평적 관계 교육을 받은 자녀는 ‘엄마 아빠가 나를 공정하게 대하지 않는다’며 반발심을 키운다”며 “부모는 자녀와 동등하다는 자세로 서로 눈을 마주보고 ‘오늘은 어땠는지, 친구들과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여러 경험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등 하루 10분이라도 대화하는 자세가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KYCC, KFAM, APFC단체는 청소년 정신건강 상담, 부모교육, 어머니교실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관련기사 자녀들 “공부 압박 스트레스” vs 부모들 “말대꾸 등 적응 안돼”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힐링캘리포니아 프로젝트 부모자녀 유대관계 자녀 정신건강 한인 부모 한인사회 미국 한인 미주 한인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 LA 로스앤젤레스

2024-04-07

자녀들 “공부 압박 스트레스” vs 부모들 “말대꾸 등 적응 안돼”

◆좌담회 참석자   청소년 패널: 김이룬(크레센타밸리 고교 12학년, 13세 때 미국 이민), 올리비아 소(하버드-웨스트레이크 11학년, 2세), 이안 홍(로욜라 고교 11학년, 2세), 알렌산드리아 정(그라나다힐스차터스쿨 11학년, 2세), 그레이스 송(월터리드 중학교 6학년,2세 )   학부모 패널: 양유진(자녀 11학년, 가정주부), 줄리아 정(자녀 대학 1학년, 10학년, 5학년, 소셜워커), 송인서(자녀 6학년, 목사), 리디아 윤(자녀 8학년, 2학년, 자영업자)       지난 3월 16일 본지는 한인 청소년 봉사단체 ‘NYCC(National Youth Community Center)’와 함께 ‘한인 부모-자녀 마음건강 좌담회: 서로의 마음 이해하기’를 진행했다. 한인 청소년 패널은 1.5~2세대의 생각을 대변했다. 한인 학부모 패널은 1세대 이민자 부모의 생각을 공유했다. 이민1세 부모와 2세 자녀 사이의 가치관 충돌과 갈등을 짚어보고, 세대 간 이해의 폭을 넓혀보자는 취지다.    이날 보여준 청소년과 부모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자녀들은 부모의 헌신에 고마워했지만, 공부 외 다른 삶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모습에는 서운함을 내비쳤다. 반면 부모들은 자녀가 미국에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공부가 우선이라는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세대 간 이해의 접점은 없을까. 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장 큰 스트레스 ‘공부’   이안 홍: “한인 부모님들이 주는 공부 스트레스가 매우 심해요. (한인 부모님들이) 또 주변 친구들과 비교하는 문화도 너무 싫어요. 1세대 부모님들이 어려운 형편에서 컸고, 그런 모습은 우리들에게 물려주지 않길 바라기 때문에 공부를 강조한다는 것은 알죠. 하지만 타인종 친구들은 학교에서 자유롭고 노는 시간도 많아요. 내가 친구들과 한 번만 놀아도 부모님은 놀지 말고 공부하라고 한다니까요.”   알렉산드리아 정: “부모님이 나를 좀 믿어주면 좋겠어요. 친구들과 도서관에서 4~5시간 공부를 해도 엄마는 ‘친구랑 놀고 왔느냐’고 해요. 반발심이 생겨요.”   줄리아 정: “아이가 친구를 만날 때 ‘그 아이는 공부를 잘하니?’부터 묻게 된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면 오케이다. 하지만 아이의 친구가 공부도 못 하는데 행동도 불량하면 긴장된다.”   리디아 윤: “학생은 학생답게 공부를 (잘)해야 한다. 특히 우리 아이들이 소수계라는 걱정이 있다 보니 아이에게 ‘공부를 잘하고 실력을 갖추면 어디 가서든지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다’, ‘네가 커서 원하는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 여부는 공부가 결정한다’는 말을 항상 한다.”   ▶내 친구 vs. 네 친구   줄리아 정: “첫째, 둘째가 딸이다. 한인 아이들이 옷을 이상하게 입고 다니면 불안하다. 친구 영향인 듯 할 때는 ‘그 아이와 조금 멀리하면 안 될까’ 말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때 배꼽을 내놓는다든지, 탱크톱을 입고 다니면 ‘불량학생, 문제아’라는 선입견이 있다.”   이안 홍: “우리 엄마는 내가 친구와 지낸 일을 말하면 무조건 ‘그 아이는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먼저 물어봐요. 그걸 왜 물어보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리디아 윤: “편견이 조금 있다. 경제 사정이나 사회 분위기가 어려운 나라에서 온 이민자 가정의 친구와 우리 아이가 어울리면 불안한 마음이 있다.”   올리비아 소: “미국 친구들은 다양한 배경을 지녔어요. 그 친구들도 부모의 사랑을 받아요. 한인 부모님이 친구들을 편견 없이 봐주면 좋겠어요.”   ▶말대꾸 vs. 질문   김이룬: “한국에서는 어른에 대한 예의를 중시하고 주입식 교육을 해요. 그래서인지 부모님은 말대꾸(Talk back)를 반항이나 무시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미국은 부모와 자녀가 친구처럼 평등하고 선입견이 없어요. 미국 친구들은 부모님과 토크 백을 많이 하고, 미국 부모님도 자녀 말을 잘 들어줘요.”   줄리아 정: “자녀의 말대꾸가 반항으로 느껴진다. 아이가 시키는 대로 따라 해줬으면 좋겠다.”   이안 홍: “한인은 밥상 예의를 중시해요. 나는 조용히 밥만 먹고 가족과 말은 안 해요. 그게 습관이 됐는지 학교에서도 웬만하면 말없이 그냥 참고 넘어가곤 해요. 미국 친구 집을 놀러 갔는데 친구가 부모와 밥 먹을 때 대화를 많이 하는 걸 보고 부러워한 적이 있어요. 우리도 집에서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며 식사하면 좋겠어요.”   리디아 윤: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의견을 낸다. 엄마가 맞다고 해도 자꾸 말대꾸하니 서로 부딪친다. 그러다 보니 관계도 나빠진다. 나중에서야 아이들이 (표현을 중시하는) 미국식 교육을 받는다는 걸 깨달았다.”   송인서: “아이가 말대꾸하면 ‘엄마 아빠는 네 친구가 아니야’라고 약간 윽박지를 때가 있다. 우리 부부는 유학생 출신이다. 미국 청소년기 경험이 없으니 미국식 부모 교육이 조금 어렵다.”   알렉산드리아 정: “한인 부모님과 우리는 ‘마인드 세팅’이 다른 것 같아요. 한인 부모님은 자녀보다 더 위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미국 스타일은 모두가 ‘동등해요’. 우리가 말대꾸하는 것은 싸우자는 것이 아니에요. 서로의 소통이 중요한 것 아닌가요. 부모님이 무엇을 이야기하면, 그에 대한 내 의견을 표현하는 거예요.”   ▶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   올리비아 소: “무슨 대화를 해도 아빠는 충고를 너무 많이 하려고 해요. 엄마는 내 감정을 이해해주는 마음이 부족한 것 같아요.”   알렉산드리아 정: “부모님은 우리 상황을 잘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요. 때론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니까요. 해결책을 주려고 하지 말고, 일단 들어주면 좋겠어요. ‘저스트 리슨!’ 그다음에 친구 이야기, 오늘 겪었던 이야기를 물어봐 주세요.”   이안 홍: “우리는 매일 공부만 하는 기계가 아니에요. 부모님과 인생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공부뿐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지내는지 우리가 무엇을 하면 기쁜지 등을 묻고 신경 써주면 좋겠어요. 아빠랑 스포츠 이야기할 때는 즐겁거든요. 그리고 부모님이 원하는 모습을 우리에게 강요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원하는 꿈과 인생을 살라고 하면 좋겠어요.”   김이룬: “우리가 겪은 일을 이야기하면 평가 대신 ‘너는 어땠니?, 그런 일을 경험해서 좋겠구나’ 공감해주면 좋겠어요.”   ▶자녀에게 하고 싶은 말   줄리아 정: “타인종 엄마들은 자녀와 밥 먹으며 직장,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다 한다. 하지만 한인 등 아시안 부모는 공부에 관심이 많다. 밥 먹으며 이야기하다 보면 결국 ‘공부, 성적’ 이야기로 빠진다. 자녀와 대화는 부모님 잔소리, 간섭의 시간이다. (웃음) 엄마는 감정적으로 단정 짓고, 아빠는 해결책을 정해주려고 한다. 세대차이인지 문화차이인지 모르겠다.”   리디아 윤: “미국에서 자녀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해야 하는데 … 우리는 한국에서 교육받았고 그 문화를 미국에 가져왔다. 동등한 인격체란 생각이 어렵다.”   양유진: “내가 겪은 어려움을 아이들은 안 겪었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가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은 아닐까 불안한 마음이 있다. 부모의 믿음과 관심을 잘 따라오면 좋겠다.”   송인서: “부모가 실수도 잦지만,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녀를 위해 희생한다는 점을 알아주면 고맙겠다. 아시안 문화가 가족을 중시한다. 한인의 좋은 문화를 이해하고 잘 간직해 달라.”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힐링캘리포니아 프로젝트 한인 부모 부모 마음건강 학부모 패널 한인사회 미국 한인 미주 한인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 LA 로스앤젤레스

2024-04-07

“수다방에서<시니어센터 상담모임> 마음 병 고쳤어요”

이민 1세대인 이옥신(76) 할머니는 경제적으로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 하지만 남부러울 것 없이 살던 이 할머니는 지난 5년 동안 불면증 등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우울증 후유증으로 손발 떨림 증상도 겪었다.   이 할머니는 “경제적으로 조금 여유롭게 살다 보니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나한테 접근해 너무 잘해줬다”며 “조금 친해지고 나면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1만 불, 2만 불… 총 5만 달러를 빌려줬지만, 결국 그 사람들한테 막말을 듣고 상처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남들에게 친절을 베풀었지만, 돌아온 것은 금전적 피해와 대인기피증이었다고 한다. 이 할머니는 “돈 빌려달라는 사람들한테 휘말려서 우울증이 오고 손발이 떨렸다. 나에게 험한 말을 하니 사람 만나는 일이 두렵고, 나를 흉보는 말 등을 떨쳐내지 못했다. 자신을 탓하고 집에만 박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병이 온 것”이라고 말했다.   고통의 나날을 보내던 이 할머니는 남편의 조언과 도움에 힘입어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한다. LA카운티정신건강국과 LA한인타운 시니어&커뮤니티 센터가 개설한 상담모임 수다방을 두드렸다.   이 할머니는 “처음 상담모임에 나올 때는 부끄럽기도 했다”며 “속마음을 드러내기 조심스러웠지만 1년 전부터 정신건강 교육과 상담을 받고 긍정적으로 변했다. 선생님들 말씀하는 내용을 듣고 내 자신의 편안함을 찾았다. 상담 등 대화가 즐겁고 치유가 돼 정신건강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 할머니는 우울증 표현과 상담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 할머니는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음에도 부끄러워하면 발전적인 사고가 아니다. 정신건강 교육과 상담은 우울증 극복에 큰 도움이 됐다”며 웃었다.   ▶문의:(213)523-9100 LA카운티 정신건강국 워크숍 관련기사 ‘수다방’ 찾는 한인들 “살고 싶어서”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힐링캘리포니아 게시판 힐링캘리포니아 프로젝트 la카운티정신건강국과la한인타운 시니어 힐링캘리포니아 후속

2024-03-13

‘수다방’ 찾는 한인들 “살고 싶어서”

“자 다같이 외쳐볼게요. ‘잘살고 있다~잘살고 있다!’”   지난 2월 8일 오전 10시 LA한인타운 시니어&커뮤니티 센터 2층 강당에 모인 한인 약 20명 목소리에는 힘이 담겼다. 이들은 매주 목요일 오전 LA카운티정신건강국 한인 정신건강 프로모터 3명이 이끄는 ‘수다방’에서 마음속 이야기를 꺼낸다.   처음 참석한 이들은 수다방이란 이름에 친숙함을 느꼈다고 한다. 최경희(91) 할머니는 “우리는 아무것도 묻지 않아. 그냥 고민거리나 답답함을 말하면 된다”며 모임을 설명했다. 최 할머니는 “팬데믹 동안 집에만 갇혀 있었더니 치매인지 기억력이 없어지고 우울했다. 작년 4월부터 수다방에 온 뒤로 싹 좋아졌다”며 웃었다.   중증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홍숙희(가명·60)씨는 “혼자 참고 또 참으니 결국은 감정이 폭발했다. 내가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싶을 정도로 분노폭발이 무서웠다”면서 “수다방에서 마음의 고통을 조금씩 표현하고 발산하고 나니 많이 좋아졌다”고 전했다.   한인사회에서 정신건강 중요성을 알리는 노력이 한창이다.   관련기사 우울 경험 한인 90%…“참는다” 70%   수다방은 시니어&커뮤니티 센터와 LA카운티정신건강국이 한인 우울증 예방 및 치유, 정신건강 교육 및 상담을 목적으로 개설했다. 지난 1년여 동안 정신건강국의 최남진·김단아·최영화 프로모터는 정신건강 중요성을 알리고, 매주 주제를 정해 서로 고민을 털어놓고 다독이도록 돕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세 팀으로 나눠 수다를 시작했다. 주제는 ‘나만의 스트레스 방지 및 해소방법’. 참석자들은 이름, 나이, 사는 곳, 하는 일을 묻지 않았다. 서로 눈치 보지 않고 익명을 보장하기 위한 ‘규칙’이라고 한다. 한 명, 두 명 각자의 고민을 꺼내자 이들은 공감을 표했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었구나’라는 동병상련의 눈빛이다.   김지희(가명·50대)씨는 우울증으로 극한 상황까지 갔다 왔다고 한다. 김씨는 “엄마가 돌아가신 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며 “1년 넘도록 침대에만 머물고 먹는 것도, 사람 만나는 것도 싫었다. 이러다가 내가 정말 큰일을 겪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고 모임에 나왔다”고 말했다.   김순이(가명·79) 할머니는 “3층짜리 집에 혼자서 7년을 보냈다”며 “귀가 서서히 안 들리고 눈도 잘 안 보이기 시작해 사람을 만나고 모임에 나가는 것을 피하게 됐다. 내가 총명하지 못하단 생각에 불안하고 우울했지만 혼자 참기만 했다. 살고 싶어 상담모임에 나왔고 지금은 음식도 무조건 많이 먹는다”고 말했다.   팬데믹 이후 한인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이들은 증가세다. LA 한인타운 소재 이웃케어클리닉(KHEIR Clinic)에 따르면 정신건강 상담은 지난 2023년 2786건으로 전년 2080건보다 34%, 2019년 1542건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이웃케어클리닉 측은 “2019~2023년 상담유형 중 ‘우울과 불안’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의료진이 내린 진단 전체 769건 중 우울장애 320건, 불안장애 252건으로 전체유형의 75%나 차지했다”고 전했다.   한인가정상담소(KFAM) 정신건강 상담도 2023년 367건으로 전년보다 60%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상담 중 우울증은 125건으로 34%나 차지했다. 25세 이하 저소득층에게 정신건강 상담을 제공하는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 역시 지난해 환자 34%가 우울증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LA카운티정신건강국(LACDMH)은 우울증을 방치하면 자살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표현과 상담을 당부했다. 하지만 한인 상당수는 우울증 등 마음의 병을 드러내기 꺼려 상황을 악화시킬 때가 많다.   최영화 정신건강 프로모터는 “한인은 고민이나 우울감을 지나치게 속에 쌓아두고 남 눈치도 본다”며 “체면이나 남의 시선보다 본인과 가족의 건강이 더 우선이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로 초기에 잘 대응하면 얼마든지 잘 나을 수 있다. 다양한 치료법이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수다방에서<시니어센터 상담모임> 마음 병 고쳤어요”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힐링캘리포니아 2 수다방 우울증 한인 우울증 우울증 불안증 중증 우울증 한인사회 미국 한인 미주 한인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 LA 로스앤젤레스

20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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