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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점심 경쟁률 4대1…개선 시급

중앙일보-USC 공동기획
힐링캘리포니아 프로젝트

식당 점심 20불 시니어엔 사치
외부 소통 끊어지면 고립 심화
영어 못 할수록 식생활 불안정

무료 점심 도시락을 제공하는 LA한인타운 시니어&커뮤니티센터에 한인 시니어들이 줄을 서고 있다.  김상진 기자

무료 점심 도시락을 제공하는 LA한인타운 시니어&커뮤니티센터에 한인 시니어들이 줄을 서고 있다. 김상진 기자

본지는 지난 한 달 동안 LA한인타운 시니어&커뮤니티센터, 패스트푸드 체인점, 쇼핑몰 푸드코트에서 한인 시니어들을 만나 살림살이를 물었다. 한인 시니어 약 10명이 받는 SSI는 일인당 평균 800~900달러, 연금(SS)은 평균 1200~1400달러였다. 그리 넉넉하지 않은 생활비다. 이들은 이중 300~350달러는 노인아파트 렌트비로 내고, 남은 돈은 식비 등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말했다.
 
비싼 점심, 시니어 웰빙 위협
 
이렇다 보니 점심 한끼 해결은 한인 시니어들 사이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다. 특히 팬데믹 이후 메뉴당 5달러 이상(20~30% 인상) 가격이 오르면서 밖에서 사 먹는 점심은 사치가 됐다. 한인타운 푸드코트(메뉴당 세금포함 12~17달러)와 런치 스페셜(메뉴당 세금 및 팁 포함 13~15달러)을 제공하는 식당으로 시니어가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달 20일 정오, LA한인타운 6가와 마리포사 애비뉴 시티센터 2층 푸드코트에서 친구 2명과 한식을 먹은 박정숙(72) 할머니는 “예전에는 친구에게 ‘만나서 점심 먹자’고 해도 부담이 없었지만, 지금은 점심 먹자는 말을 (돈 때문에) 꺼내기 어렵다”며 “만나도 식당은 잘 안 가게 되고 푸드코트를 찾는다”고 말했다.
 


같은 날 친구 두 명과 담소를 나누기 위해 LA한인타운 6가와 버질 애비뉴 ‘잭인더박스’에서 커피를 마시던 짐 이(83) 할아버지는 “시니어에 점심 할인을 해주던 한식당이 다 없어져 갈 곳이 없어졌다”며 “이제는 맥도널드 빅맥 한끼를 먹어도 10달러가 넘는다. 그러다 보니 팁을 안 줘도 되는 곳만 찾게 된다”고 말했다.
 
점심 한끼, 시니어들 친목의 장
 
시니어들이 집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도 말처럼 쉽지 않다. LA한인타운 시니어&커뮤니티센터 측은 “무료 점심 도시락을 먹는 분들이 주로 70~80대”라며 “이분들은 생각하는 것만큼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 직접 몸을 움직여 식사를 차리는 일이 결코 쉬운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특히 시니어에 점심 외식은 친구들과 친목을 나누는 ‘소중한 사교 시간’이기도 하다. 점심 한끼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시니어 외로움과 스트레스 해소의 장인 셈이다. 제니퍼 한 할머니는 “연금 1100달러와 남편 간병비를 받아 생활비를 해결한다”며 “우리도 가끔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 점심 외식이라도 해야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세상 돌아가는 소식도 듣지 않겠느냐”고 시니어들의 현실을 들려줬다.
 
지난 2023년 연방 공공보건서비스부가 발표한 보고서 ‘외로움과 고립감의 팬데믹(Our Epidemic of Loneliness and Isolation)’은 “소수계 인종 및 민족 시니어들은 외로움과 고립의 위험에 처해 있다.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시니어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친구 두 명과 시티센터 푸드코트를 찾은 준 유(78) 할머니는 “타주에 살던 시니어, 해변가에 살던 시니어도 (친구가 많은) 한인타운으로 모이고 있다. 그 이유는 외로움 때문”이라며 “시니어가 모여서 서로 교류도 하는 (정부 보조 또는 할인) 식당이 다시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시니어 무료 점심 경쟁률 4대1
 
현재 LA한인타운에는 LA시 노인국과 계약을 맺고 시니어에 약 3달러에 점심을 제공하던 식당은 모두 사라졌다. 그 이유는 일손 부족과 높아지고 있는 인건비 때문이다.
 
7가와 버몬트 애비뉴 인근 바베큐가든 관계자는 “전에 이곳에서 장사하던 사장님이 시와 계약을 맺고 시니어에 점심을 제공했지만, 현재는 직원 부족과 인건비 등으로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만 LA노인국은 한인타운 시니어&커뮤니티센터(이사장 신영신) 요청으로 지난 1월16일부터 60세 이상 시니어와 저소득층 약 225명에게 주 5일 무료 점심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다. 도시락은 지난 5월1일부터 양식에서 한식으로 업그레이드됐다. 하지만 한인 신청자가 1000명이 넘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신청자들은 무료 점심 한끼, 선착순 4대1 경쟁률을 뚫기 위해 월~금요일 오전 7~8시부터 줄을 서고 있다. 센터 측은 노인국에 도시락을 500개까지 늘려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신영신 이사장은 “LA시가 충분한 점심을 제공하면 시니어와 저소득층이 밥 걱정에서 해방될 수 있다. 한끼를 제공하는 것은 굉장히 현실적인 도움인 만큼 관련 예산을 더 편성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LA시 노인국은 시니어 약 6000명에게 시니어 음식 프로그램(Senior Meals Program)을 통해 무료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삭감을 이유로 오는 8월부터 ‘긴급대응 노인식사 프로그램(Emergency Rapid Response Senior Meals Program.RRSMP)’이 중단될 예정이다. LA카운티 노인 및 장애인국(ADD)에 따르면 시니어 음식 프로그램 이용자 3만7588명 중 545명이 한인이다.
 
UCLA 아시안 아메리칸 연구센터(AASC)가 지난해 발표한 가주 아시안 아메리칸 음식 불안정 보고서(Food Insecurity and Asian Americans in California)에 따르면 연소득이 연방소득수준(FPL) 200% 미만인 60세 이상 한인 시니어의 5명 중 1명 꼴인 22.8%가 음식 수급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또한 영어를 ‘잘 못한다’ 또는 ‘전혀 못한다’고 답한 한인 시니어의 음식 불안감(23.7%)이 영어를 잘하는 한인 그룹(18.3%)보다 높았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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