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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부모 ‘한국식 교육’에 자녀들 우울증·불안감 호소

중앙일보·USC 공동 기획(3) 힐링캘리포니아 프로젝트

명문대와 성공지상주의 강요
부모자식 유대관계에 악영향

“가족행사 때 사촌들끼리 매번 비교를 당해야 했다. 학교에서 공부만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심했고 왕따가 된 기분이었다.”
 
한인 2세인 존 김(44) 임상심리상담가의 청소년기 기억은 공부  뿐이다.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성장한 그는 부모의 공부 압박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김 상담가는 공부만 강조한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김씨는 “한국 최고인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아버지 압박으로 학창시절 모든 과목에서 최고여야 했다. 엄마는 ‘의사가 되지 못하면 결혼도 못 한다’고 할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인사회에 만연한 성공지상주의와 자녀를 향한 과도한 학업성취 압박이 부모자녀 유대관계와 청소년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상명하복식 집단주의’가 몸에 밴 이민 1세대 한인 부모는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의 개성과 자율성을 외면할 때가 많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 ‘수평적 관계와 개인의 의사표현’을 중시하는 서구식 교육을 받고 자란 2세대 자녀는 우울증·불안장애 등을 호소한다.〈관계기사 4면〉
 
한인 부모의 자녀 양육방식은 ‘한국식 교육(Korean Style Education)’으로 표현된다. 한국식 교육에서 자녀 양육의 최우선 목표는 높은 학업성취도 달성이다. 자녀에게 항상 공부를 강조한다. 자녀가 명문 대학에 입학해 경제적·사회적 성공을 달성하길 바란다. 이 과정에서 자녀의 개성과 자율성은 무시될 때가 많고, 부모-자녀 간 갈등의 골이 커진다.
 
토런스 사우스고교 9학년인 이안 최군은 “한인 부모는 자녀에게 엄청난 기대를 품고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컨트롤’한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성공해 더 나은 삶을 살기 바라기 때문”이라면서 “공부에 관심있는 친구는 이런 부모의 지지가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예술, 체육 등 다른 것에 관심있는 친구는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존 김 임상심리상담가(LA)는 "한인 부모의 획일화된 한국식 교육이 자녀의 우울증, 불안 및 분노조절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식 교육법은 미국에서 태어난 2세에게 다양성을 허용하지 않고, 그 결과 정서적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워싱턴대학 김은정 교수(박사)의 ‘한인 청소년 우울증과 부모교육(Korean American Adolescent Depression and Parenting)' 논문에 따르면 한인 청소년의 39%는 어머니의 공감능력 부족과 아버지의 강압적 모습으로 우울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5세 이하 저소득층에게 정신건강 상담을 제공하는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에 따르면 지난해 상담자 132명 중 50명(38%)이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전체 상담자 중 우울증 비율은 2021년 30%, 2022년 39%로 증가 추세다.
 
KYCC, 한인가정상담소(KFAM), 아태가정상담소(Pacific Clinics APFC) 따르면 한인 1세대 부모와 2세대 자녀는 ▶높은 학업성취 압박과 성공지상주의 ▶성장 배경이 다른 문화차이 ▶영어로 인한 언어장벽 ▶자존감과 독립성 인정여부 ▶행복 및 성정체성(LGBTQ)을 바라보는 가치관 차이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이들 단체는 한국식 교육법의 장점은 유지하되, 한인 부모가 자녀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해야 정신건강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KYCC 그레이스 박 클리닉서비스 매니저는 “부모는 자녀가 클수록 독립하는 과정을 겪는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10대 자녀가 제한된 범위에서 자유를 누리도록 풀어주고, 부모가 잘못했을 때는 자녀에게 사과할 줄 알아야 관계회복이 빠르다”고 말했다.
 
임상심리학자인 오미숙 KAFM 정신건강 프로그램 디렉터는 “한인 부모가 권위적인 모습으로 ‘안 돼!’ 등 통제만 하면 자녀는 좌절감을 느낀다. 자녀가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우울증, 게임과 약물 중독 등 정신건강 문제로 빠질 수 있다”며 “자녀의 호기심과 관심사에 공감하고 소통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태가정상담소 이희영 가정상담전문가는 “한인 부모는 자녀에게 수직적 상하관계를 보이면 미국에서 수평적 관계 교육을 받은 자녀는 ‘엄마 아빠가 나를 공정하게 대하지 않는다’며 반발심을 키운다”며 “부모는 자녀와 동등하다는 자세로 서로 눈을 마주보고 ‘오늘은 어땠는지, 친구들과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여러 경험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등 하루 10분이라도 대화하는 자세가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KYCC, KFAM, APFC단체는 청소년 정신건강 상담, 부모교육, 어머니교실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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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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