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식비 폭등…어르신들 끼니 걱정
중앙일보-USC 공동기획
힐링캘리포니아 프로젝트
타운 식당서 저가 메뉴 사라져
‘무료 음식 배달’도 종료 예정
생활보조금으로 밥값 버거워
“양식 도시락을 두 달 정도 먹었고 5월부터 한식을 먹고 있어요. 한식 도시락이 정말 좋아요. 밥과 김치가 있고, 날마다 불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메뉴가 달라 질리지 않아요. 양식 도시락은 안 먹을 때가 많았는데 한식은 다 먹어요.”
LA 최대 인구밀집지로 꼽히는 한인타운 거주 시니어들이 소중한 ‘점심 한 끼’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대부분 이민 1세대로 은퇴한 이들은 팬데믹 이후 무섭게 치솟은 생활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계기사 4면〉
특히 최근 LA시가 저소득층 시니어들에 제공하던 무료 음식 배달 프로그램도 8월부터 종료될 예정이라 한 끼 식사를 고민하는 한인 시니어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시니어에 ‘점심 한끼’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충분한 영양소 공급 기회이자, 친구 및 지인과 교류하는 소중한 ‘친목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서 할머니는 LA노인국과 시니어센터가 주중 5일 제공하는 무료 한식 도시락을 ‘행복’으로 표현했다.
서 할머니는 “늙으니까 모든 게 다 귀찮아요…밥 해 먹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니까요”라며 “라면도 끓여 먹기 싫어서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컵라면을 먹곤 했어요. 이렇게 도시락 주기 전에는 배고플 때도 많았죠. 근데 요즘은 배고플 때가 없어요. 점심 먹고 남은 건 집에 가져가서도 먹을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 할머니처럼 무료 도시락 혜택을 받는 시니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저소득층 생활보조금(SSI)과 사회보장연금(SS)이 유일한 수입원인 한인 시니어들에게 요즘 점심값은 버겁다.
지난 5월 7일 정오, LA한인타운 버몬트 애비뉴와 4가에 위치한 ‘시즐러’에서 친구 6명과 샐러드(약 14달러) 점심을 먹은 권성주(85) 할아버지는 “팬데믹 이후 식당 메뉴 가격이 20~30%는 올라 시니어들이 사먹기엔 어려워졌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권 할아버지는 “예전에는 시니어 우대 식당을 가면 3달러에 점심을 먹을 수 있었지만 팬데믹 이후 다 사라졌다”면서 “요즘은 식당에 가면 점심값으로 20~25달러를 내야 하는데 정말 부담스러운 가격”이라고 말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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