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우리말 바루기] ‘네비게이션’

다음 중 외래어 표기가 바른 것은?   ㉠ 네비게이션 ㉡ 카페라테 ㉢ 쥬스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면서도 잘못 표기하기 쉬운 외래어 가운데 하나가 ‘내비게이션(navigation)’이다. ‘내비게이션’은 주로 자동차 등의 탈것에 장착돼 길을 안내해 주는 장치나 프로그램을 뜻한다. 운전할 때는 대부분 ‘내비게이션’을 켤 정도로 자주 접하는 것이다.   그러나 ‘네비게이션 수리’ ‘차량 네비게이션’ ‘네비게이션 앱’ ‘휴대전화 네비게이션’ 등 ‘네비게이션’이란 표기가 ‘내비게이션’보다 흔할 정도로 많다.   커피숍에서 많이 찾는 메뉴 가운데 하나가 ‘카페라테(cafe latte)’는 커피에 우유를 섞은 음료를 가리킨다. 외래어 표기법을 정확하게 알지 못해 ‘까페라떼’라 적은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 제1 원칙이 된소리(ㄲ, ㄸ, ㅃ, ㅆ, ㅉ)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외가 있지만 영어·프랑스어·이탈리아어 등 대부분의 언어 표기에서 된소리를 쓰지 않는다. 따라서 까페라떼→카페라테, 씨스템→시스템, 빠리→파리, 떼제베→테제베 등으로 표기해야 한다.   즐겨 마시는 음료에 ‘주스(juice)’가 있는데 대부분 ‘쥬스’라 적혀 있다. 외래어 표기법에는 ‘ㅈ, ㅊ’ 발음이 모음 앞에서 ‘쟈, 져, 쥬, 챠, 츄’로 될 때는 ‘자, 저, 주, 차, 추’로 적는다는 원칙이 있다. 그러므로 쥬스→주스, 비젼→비전, 캡쳐→캡처 등으로 표기해야 한다. 위 문제의 정답은 ㉡ 카페라테.우리말 바루기 네비게이션 휴대전화 네비게이션 차량 네비게이션 네비게이션 수리

2024-01-26

[문화산책] 정겨운 손편지의 따스한 향기

손편지 한 통을 받았다. 낯익은 글씨다. 조심스럽게 개봉을 하면서 벌써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반가웠다. 위진록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편지다. 읽기 시작하기도 전에 눈익은 손글씨를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이다.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정성껏 쓴 손편지를 받아본 것이 언제였던가 가물가물하다. (아, 황갑주 시인께서 생전에 가끔 손편지를 보내주곤 하셨지.)   나는 제대로 안부도 여쭙지 못하고 사는데, 손편지를 보내주시니, 사람 구실 제대로 하라는 가르침을 주시는 듯해서 몹시 부끄럽다. 반성한다. 손글씨로 답신을 쓰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올해 95세인 위진록 선생님은 여전히 건강하게 책을 읽고, 클래식 음악을 듣고, 가끔 글도 쓰신다. 보내주신 손편지를 뵈니 건강하심을 바로 알겠다.   “저는 아시는 바와 같이 95세, 백두옹(白頭翁)이지만 여느 때처럼 보고, 쓰고, 생각하며 잘 늙어가고 있습니다. (중략) 아시는 바와 같이 저는 ‘컴맹’ 아닙니까. 그래서 늘 이렇게 손편지로 소식을 전하면 손편지로 회답하는 분이 있어 흐뭇할 때가 있습니다. 한국의 어떤 대학교수와는 수년 전부터 지금까지 60통 가까운 손편지가 오갔지요. 어떤 사람은 지금이 어떤 세상이라고 손편지냐고 하지만, 편지 보낸 사람의 육필(肉筆)을 볼 수 있는 손편지가 제일이라 생각해, 손편지로 근황을 전합니다. 환절기에 내외분 건강하세요.”   위 선생님 편지의 한 구절이다. 선생님께서 손편지를 쓰시는 것은 컴맹이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편지 보낸 사람의 육필(肉筆)을 볼 수 있고, 사람 냄새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라져가는 근본적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지금은 글씨를 손으로 쓰는 촌스러운(?) 시대가 아니다. 문명이 인간을 소외시키는 시대, 인간이 기계에 휘둘리는 시대… 손으로 글씨를 쓰는 사람이 희귀 인간 취급을 받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휴대전화 글자판을 손가락으로 누르는 사람들이 지배하고 있는 편리한 세상이다.   너무도 편리하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전화, 비퍼, 이메일, 휴대전화 문자, 카톡 등으로 계속 편리해져 왔고, 짧고 간단명료해졌다. 군더더기 없이 요점만 간단히! 앞으로도 날이 갈수록 더 편리하고 짧아질 것이다.   문제는 그래서 우리의 삶이 그만큼 여유롭고 행복해졌냐 하는 것인데, 전혀 그런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더 바쁘고 건조해진 것으로 보인다.   손글씨에 스며있는 따스한 온기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그저 ‘아날로그 꼰대’의 뒤돌아보기가 아니다. 보다 본질적인 사람다운 삶에 대한 성찰, 정성 어린 관계의 소중함, 한없는 편리함의 함정, 애틋한 정겨움 등을 곱씹어 보는 마음이다. 느림, 여유, 낭만, 자부심, 배려, 공생 등등 잊혀가는 소중한 가치들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하다.   사람 중심의 가치 체제를 바로 세우는 운동이라도 하고 싶어진다. 신언서판(身言書判) 같은 옛날 가치를 되살리자는 말이 아니라, 사람다움과 각 개인의 개성을 살리고 지키기 위해서는 기계에 너무 의존하지 않아야겠다는 말이다. 사람이 기계의 머슴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진정한 소통이란 마음과 마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것일 텐데, 그걸 기계에 맡길 수는 없다.   긴말 줄이고, 올해 감사의 계절과 연말연시 고마운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는 손글씨로 또박또박 써서 보내야겠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손편지 향기 손편지로 소식 휴대전화 글자판 선생님 편지

2023-11-16

[우리말 바루기] ‘언팩’이 뭔가요?

요즘 부쩍 많이 듣게 된 용어가 ‘언팩’이다. 휴대전화뿐 아니라 노트북·이어폰 등 기타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도 기업이 ‘언팩’ 행사를 열곤 한다.   이렇게 자주 접하는 용어이지만 ‘언팩’이란 말이 잘 와닿지 않는다. 언팩(unpack)은 ‘꺼내다, 풀다’ 등의 뜻을 가진 영어 단어다. ‘싸다, 포장하다’ 등의 뜻을 가진 팩(pack)에 반대를 의미하는 접두사 언(un)이 붙어 이루어진 낱말이다. ‘풀다’ 등의 의미가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하는 행위를 뜻하는 말로 확장됐다.   국립국어원은 ‘언팩’을 대신할 쉬운 우리말로 ‘신제품 공개’를 선정한 바 있다. ‘휴대전화 언팩 행사’라면 ‘휴대전화 신제품 공개 행사’라 부르면 되겠다. 길어서 싫다면 신제품 이름을 넣어 ‘○○○ 공개 행사’라고 해도 된다.   이와 비슷한 용어로 ‘언박싱’도 있다. 유튜브 등을 보다 보면 ‘언박싱’ 동영상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언박싱(unboxing)은 사전적 의미로는 상자에서 상품을 꺼내는 것을 가리킨다. 요즘은 마케팅 측면에서 이 용어가 쓰이고 있다. 신상품이 출시됐을 때 상품 개봉과 함께 상품의 사용법 등을 영상으로 제작해 소개하는 것을 가리킨다.   국립국어원은 ‘언박싱’을 대체할 쉬운 말로 ‘개봉’ 또는 ‘개봉기’를 선정했다.우리말 바루기 언팩 휴대전화 언팩 휴대전화 신제품 신제품 이름

2023-06-01

[문화산책] 축소지향의 휴대전화, 사람의 크기

자고로 인간에게는 오장육부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현대 인간은 오장칠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판소리 ‘흥부전’의 놀부에게 심술보가 더 붙어있어서 오장칠부라고 풍자라고 했듯 현대인,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도 장기가 하나 더 있어서 오장칠보라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냐? 휴대전화기라는 물건이다. 미국에서는 셀폰, 한국에서는 핸드폰이라고 부르는 생활필수품이다.   요즘 사람들은 이놈이 없으면 허전해서 못 견딘다고 한다. 허전한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실감과 불안 증세마저 보인다고 한다. 어쩌다가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경기를 일으킨다.   나는 기계를 두려워하는 미개인이라서 잘 모르지만, 이 조그만 물체 안에 전화기는 물론 사진 촬영과 보관, 전송, 녹음기, 비디오 촬영기, 필요한 앱을 깔면 컴퓨터, 카톡,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SNS, 은행 거래, 맛집 찾기, 시계, 달력, 지도, 내비게이션, 계산기, 백과사전, 음악 감상기, 만보기, 회중전등, 다양한 게임 등등등….엄청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이 물건에 익숙해져 인이 박여버리면, 이 물건이 없으면 불안해지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이 정도면 우리 신체의 한 부분처럼 보인다. 오장칠부라는 표현도 과장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중요한 점은 이 물건 때문에 지금 개인의 삶은 물론 인류의 문화구조 자체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각 분야의 근본적 변화도 보인다.   이처럼 휴대전화기가 인간을 지배할 수 있는 막강한 매력과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대단히 편리하기도 하고, 개인주의 취향에도 잘 맞기 때문일 것이다.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우리 주위의 많은 것들이 빠른 속도로 작고 가벼워지고, 개인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영상 화면을 예로 들어보면, 텔레비전 화면→컴퓨터 화면→휴대전화기 화면으로 소형화되면서, 동시에 개인적인 것이 되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손목시계처럼 작은 물건이 등장했다. 이어령 장관의 ‘축소지향 문화론’을 연상시킨다. 앞으로 얼마나 더 작아질까? 기계가 작아짐에 따라 정신이나 마음도 함께 쪼그라드는 것은 아닐까?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이 작아지다 보면 인간들의 생각도 작아지고, 끝내는 인간 자체가 작아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든다.   크기의 변화에 따라 거기 담기는 내용이나 정신도 당연히 달라지게 마련이다. 예를 들면, 문장은 짧아지고, 목소리를 통한 쌍방통행보다 문자로 용건만 전하는 식이다. 소통이라고 하지만, 감정이 실리지 않은 건조하기 짝이 없는 일방통행이다. 우리 삶이 그런 식의 용건 나누기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현상은 예술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영화관 스크린, 텔레비전 화면, 컴퓨터, 휴대전화를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사람들이 극장의 대형 스크린에 펼쳐지는 스펙터클보다 개인적이고 편안한 분위기와 편리함을 택하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덕에 이런 추세가 한층 많아졌다.   이제는 미술감상까지도 그런 식으로 변해가는 추세다. 팬데믹 상황이 예상보다 오래 이어지자 박물관, 미술관들이 궁여지책으로 전시회를 온라인으로 만들어서 유튜브로 공개하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하지만, 작품의 크기나 질감, 자료, 전시환경 등 다양한 조형적 요소들이 중요한 미술작품에서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영상으로 본 것만으로는 감상했다고 말할 수 없다. 특히 메시지보다는 이미지 전달에 집중하는 추상미술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화가들의 생각은 어떤지 참 궁금하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축소지향 휴대전화 휴대전화기 화면 축소지향 문화론 화면 컴퓨터

2023-03-23

[그 영화 이 장면] 다 잘된 거야

젊은 시절 기괴한 욕망의 세계를 보여주며 프랑스 영화계의 악동으로 떠올랐던 프랑소와 오종 감독도 불혹을 지나 지천명의 나이를 넘겼고, 그의 테마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작년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 받았던 ‘다 잘된 거야’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엠마뉘엘(소피 마르소)은 갑작스런 연락을 받는다. 아버지 앙드레(앙드레 뒤솔리에)가 쓰러졌다. 뇌졸중으로 반신마비가 온 앙드레는 딸에게 조용히 부탁한다. “끝내고 싶으니 도와다오.” 존엄사를 선택한 아버지를 위해 두 딸 엠마뉘엘과 파스칼(제랄딘 펠라스)은 영원한 이별을 준비한다.   몸이 말을 듣지 않고 너무 나이가 들어 일상 활동이 불가능해졌으며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계속 삶을 이어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다 잘된 거야’는 가장 행복한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마감하는 것이 하나의 대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영화는 죽음으로 가는 과정을 관객이 실감하게 만든다. 추억을 되새기고 화해하고 위로하는 앙드레의 모습은 존엄한 죽음을 선택한 자가 세상을 떠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인생의 마지막 통과의례다.     그리고 그는 죽음을 설득시키기 위해 딸의 휴대전화 카메라 앞에서 유언을 남긴다. “더는 이 상태로 살고 싶지 않다. 이런 삶을 원치 않아. 그러니 나는 이젠 죽고 싶다. 이게 내 뜻이야.” 85년의 시간을 살고 이젠 죽음에 가까워진 자의, 담담하면서도 단호한 결정이다. 김형석 / 영화 저널리스트그 영화 이 장면 아버지 앙드레 프랑스 영화계 휴대전화 카메라

2022-09-09

[문화산책] 편해지면 정말 행복해질까?

눈부시게 발전하는 첨단과학과 기계 덕에 우리 인간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근본적 변환도 여러 번 경험했다. 우리는 그것을 문명, 발전, 진보 등의 낱말로 찬양한다. 하지만 그것이 꼭 좋은 것인지, 사람다운 것인지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찰리 채플린은 핵심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기계는 우리를 풍족하게 만들었지만 더 많은 것을 갈망하게 하였고, 지식은 우리를 냉소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차갑고 불친절하게 말입니다.”   그동안 발전을 거듭한 기계문명이라는 것의 속내를 살펴보면, 결국은 땀 흘리는 힘든 노동을 줄이고 편해지려는 노력들이었다. 다시 말해, 되도록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고 애쓴 것이 문명의 핵심인 것이다.     마차, 자동차, 비행기, 전화기, 컴퓨터, 기중기, 경운기, 트랙터,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전기밥솥, 세척기, 냉장고, 세탁기, 진공청소기 그리고 무인자동차, 인공지능 로봇에 이르기까지 계속 편해져만 왔다.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주겠다”는 달콤한 약속이 실현되고 ‘젖은 손이 애처로워 잡아본 순간 거칠어진 손마디가 안타까운’ 슬픔도 없애주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편안해질지 알 수 없다. 계속 이런 식으로 가면, 모든 걸 기계가 다 해줄 테니 인간이 할 일은 아예 없어질 것 같다. 그러면 인간은 뭘 해야 할까? 무슨 재미로 살까? 산다는 건 무엇일까? 그렇게 편안하면 행복할까? 심심해서 미치지나 않을까? 운동 부족으로 뚱뚱이 천국이 되지 않을까? 유감스럽게도 이런 질문에 대한 시원한 대답은 아직 없는 것 같다.   게다가, 발전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따라가지 못해 낙오하는 사람들도 생기게 된다. 대개 나이 많은 사람들이다. 나도 그런 딱한 중생 중의 하나인데 매정한 문명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확실한 신념과 의지로 첨단 문명을 거부하는 겁 없는 사람들도 있다. 문명의 이기라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고, 편리함 때문에 잃는 것도 많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면, 극작가 차범석(1924-2006) 선생의 ‘3무의 삶’은 좋은 예다. 여기서 3무(無)란 휴대전화, 자동차, 크레딧카드 세 가지를 말한다. 한국의 대표적 극작가요, 대한민국 예술원 원장까지 지내며 바쁘고 치열하게 사신 분이 현대인의 삶을 상징하는 세 가지를 거부하셨다니… 좀 불편하기는 했겠지만, 참 자유로우셨겠다는 생각이 든다. 편리함보다 자유를 택한 것이다. 과연 예술가답다.   ‘칼의 노래’ ‘남한산성’으로 유명한 소설가 김훈 씨는 고집스럽게 연필로 글을 쓴다. 원고지에다 지우개로 지워가며 또박또박 쓴다고 한다. 고(故) 최인호, 김홍신 같은 작가들도 컴퓨터를 쓰지 않고 고집스럽게 원고지에 손으로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슴에서 손까지의 거리를 기계로는 도저히 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개인적 이야기라서 죄송한데, 나는 글을 쓸 때 컴퓨터에 바로 치지 못하고, 종이에 연필로 초고를 쓰고 그걸 독수리 타법으로 컴퓨터에 옮기며 다듬는다.     편리하다는 것은 함정일 수 있다, 많은 경우에 그렇다. 지금 같은 기세로 휴대전화, 컴퓨터, 첨단 통신기기들이 발전하다 보면 머지않아 우리 인간들의 모습은 많이 쓰는 손가락만 굵고 길어져 ET처럼 변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으스스한 일이다.     꼭 짚어야 할 것은 감정의 문제다. 기계로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인간과 같은 인공지능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감정을 가진 로봇을 만드는 일이라고 한다. 다시 채플린의 말이다.   “우리는 너무 많이 생각하고, 너무 덜 느끼게 되었습니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행복 휴대전화 컴퓨터 문명 발전 무인자동차 인공지능

2022-08-04

[살며 생각하며] 삶의 짐으로 찾아오는 건망증

지지난 금요일 오후 병원 시간이 잡혔다. 퇴근시간과 겹치면서 중요도로의 교통흐름이 좋지않고 날씨조차 무더워 가는내내 온통 짜증투성이었다.   담당의사를 만나 진찰을 하던 중 호주머니속 휴대전화가 불편하였고 이를 눈치챈 의사가 건네 받아 머리맡 테이블에 둔 것까지는 좋았다. 생각보다 일찍 진찰을 끝낸 뒤 사무실에서 다음 방문 일정을 확인받고 돌아오는 길은 더 혼잡했다. 유명 피자집이 보이길래 들러 저녁이라도 해결하나 하는 유혹(?)이 있었지만 뿌리치고 달려 다왔다고 안도하는순간 아차!, 병원 탁자 위에 두고온 전화기 생각이 이제야 난다. 차를 세운 채 행여나 하며 주머니를 다 뒤져보지만 있을리 없다..   할 수 없이 차를 돌려 어렵사리 병원에 다시 갔지만 웬걸, 이미 병원은 불이 꺼진 채 무심한 창 너머로 검붉은 태양만 꼬리를 내리려 하고 있다. 이렇게 지난 주말을 전화없이 보냈고 월요일 전화기와 반가운 해후를 했다.   비슷한 사건은 몇 주 전 골프장에서도 생겼다.. 게임을 끝낸뒤 주자창으로 카트를 끌고와 차 키를 찾는 데 키가 없다. 분명 골프백을 차에서 내려 키로 차문을 닫은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후는 깜깜하다. 옷이며 가방이며 주머니라는 주머니는 다 뒤졌고 차에서 내린 뒤 백을 메고 카트가 줄지어 서있던 곳까지 동선을 따라 몇 번을 확인해 보지만 키의 행방은 묘연타.   사무실에 들러 혹시 습득물 가운데 ‘파란색 긴 끈 달린 차키’가 없는냐고 여러번 채근도 하였다.   결국 일행의 권고대로 집에 가서 비상키를 찾아 다시 오기로 하고 짐을 옮기는데 이상한 일이 나타났다. 30분도 넘게 뒤지고 찾아도 보이지 않던 키의 ‘파란색 끈’ 작은 매듭이 손에 들고 있던 사각형 작은 쿨러 옆, 지퍼를 비집고 나와 있는것이 보이지 않는가? 설마 손에 들고있던 쿨러 안팎을 점검해보지 않았겠는가? 그때는 분명 마시다 남은 음료병 외는 없었다. 문제라면 차키를 쿨러박스에 넣었을 수 없다는 선입견이 작동하여 대충 찾았다면 뭐 할말은 없다. 그래도 키가 왜 그 지퍼 안으로 들어갔는지는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건망증 (Amnesia)이란 의학적으로 단기 기억장애 또는 일시적인 뇌의 검색능력 장애라고 한단다.   구체적으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기억현상이 차질을 빚은 것으로 기억력 전체가 심하게 손상되거나 판단력, 언어능력 ,작업능력들이 현저히 떨어진 치매와는 차이가 있고 치유도 가능하다고 한다.   건망증의 원인은 크게 나이, 심리적 요인, 환경 등과 유관하다.   인간의 뇌세포는 30세까지는 자라지만 그후부터는 감퇴하기 시작하는데 한번 손상된 뇌세포는 복원되거나 재생되지 않는다. 따라서 일생의 3분의 2는 죽은 세포로 인해 발생하는 건망증과 씨름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살면서 생기는 스트레스와 긴장, 피로, 수면부족들은 피해갈 수 없다지만 어떤 일에 너무 집착, 또는 완벽주의에 대한 강박, 지나친 알콜 섭취 등은 뇌세포의 죽음을 촉발시킨다고 하니 새겨들을 필요가 있어보인다.   인간의 수명은 한계가 있고 나이와 함께 찾아오는 건망증은 피할 수 없는 삶의 짐이다. 이제라도 손 놓고 살았던 영어단어를 외우고 젊어서 연습했던 쉬운 한문조차 쓰면서 기억력을 되살리는 노력과 함께 인스턴트 음식, 짜고 매운 음식, 음주, 과한 스트레스를 피한 뒤 충분한 수면과 가벼운 운동 등을 통해 찾아오는 ‘연세의 짐’을 덜어봄이 어떨까. 김도수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건망증 호주머니속 휴대전화 전화기 생각 월요일 전화기

2022-07-22

"이민당국, 영장 없이 수사대상 위치 정보 무분별 활용"

이민 당국이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스마트폰 등 휴대용 기기에서 수집한 다량의 위치 추적 정보를 이민자 추적에 활용했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18일 보도했다.   폴리티코가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정보공개 소송을 통해 국토안보부(DHS), 국경세관보호국(CBP), 이민세관단속국(ICE)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CBP가 위치정보 중개업체 벤텔(Venntel)이 2017∼2019년 북미 지역에서 수집한 위치정보 33만6000건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티코는 정부 기관이 위치정보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활용하면 사생활을 침해하고 과도한 감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8년 연방대법원은 정부가 통신업체에서 개인의 위치 정보를 확보하려면 영장이 필요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CBP는 2018년에는 단 사흘 동안 미국 남서부의 한 지역에서만 휴대전화 위치정보 11만3000건을 영장 없이 확보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개인정보 유통을 규제하는 법이 없기에 지난 수십 년간 정보 중개업체가 수백만 명의 정보를 아무런 제지 없이 누구에게나 팔 수 있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이민 당국은 주로 버지니아주에 있는 벤텔에서 위치정보를 구매하면서 이민 단속, 인신매매 및 마약 수사에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티코는 정부 기관의 위치정보 활용이 자료를 통해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벤텔은 2017년 2월 ICE에 보낸 이메일에서 2억5000만 개가 넘는 휴대용 기기에서 하루 150억 건의 위치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벤텔은 CBP에 제공한 다른 홍보자료에서는 앱 사용자가 위치정보 제공에 동의했고 벤텔은 어떤 개인정보도 수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위치정보에서 신원 정보를 충분히 도출할 수 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정부 기관도 위치정보 활용이 사생활 보호 측면 등에서 문제를 일으킬 소지를 충분히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치정보 업체는 각 휴대용 기기의 활동을 추적하기 위해 식별번호를 부여하는데, CBP는 내부 설명자료에서 직원들에게 각자 휴대기기에 부여된 식별번호를 초기화하는 방법을 안내했다.   범죄단체가 위치정보를 역으로 활용해 CBP 직원을 감시하거나 공격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2019년 6월에는 DHS의 개인정보보호 담당이 개인정보 침해와 법적 우려를 이유로 벤텔의 위치정보와 관련된 모든 프로젝트를 중단하라고 지시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DHS는 이후 법적 검토를 거치고도 다시 벤텔 정보를 이용하고 있다.   개인정보 우려에도 더 많은 정부 기관이 위치정보를 활용할 태세다.   법무부가 이 방식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신시내티의 경찰서는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사건 해결에 위치정보를 활용하려고 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ICE도 벤텔과 계약을 2023년 6월까지로 연장했다.   미국에서 위치정보는 정보를 수집하는 수백 개의 애플리케이션, 그 정보를 거래하는 중개업자, 광고와 수사 등 목적으로 이를 구매하는 기업·기관 등이 참여하는 120억 달러 규모의 거대 산업으로 알려져 있다. 심종민 기자이민당국 수사대상 위치정보 활용 위치정보 중개업체 휴대전화 위치정보

2022-07-19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 정지신호 때도 안돼

조지아 상원이 지난 9일 운전자가 정지신호 앞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을 부결시켰다. 이날 상원은 전체회의에서 찬성 14, 반대 35로 법안을 부결시켰다.   해당 법안은 운전자가 신호등이나 갓길에서 완전히 정차할 시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단 휴대전화는 운전자의 손이나 무릎이 아닌, 유리 또는 승용차의 계기판에 장착해 있어야 한다.   법안 발의자인 프랭크 진 상원 의원(공화당, 데니얼스빌)은 지난 공청회에서 "운전자들에 편의를 제공할 것"이라며 "운전자들은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신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고 찬성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밥 댈러스 전국 고속도로 안전청장은 안전 규정이 약화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 정부의 목표는 안전운전법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시행해야 하는 것"이라며 반대의견을 표했다.   현재 조지아 운전자는 2018년 7월에 발효된 주 정부의 핸즈프리 법에 따라, 운전시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돼 있다. 운전자는 스피커폰, 이어폰, 무선 헤드폰 또는 휴대폰이 차량 자체 전자기기에 연결된 경우에만 전화통화가 가능하다. 실제로 운전법 개정 이후 조지아주의 교통사망자는 감소했다.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이 개정이 교통사망자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편 미국도로교통안전청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과속, 주의 산만, 안전벨트 미착용, 약물 및 음주 등은 교통사고 사망자 수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태은 인턴기자휴대전화 정지신호 휴대전화 사용 운전법 개정 교통사망자 감소

2022-03-10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