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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편해지면 정말 행복해질까?

눈부시게 발전하는 첨단과학과 기계 덕에 우리 인간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근본적 변환도 여러 번 경험했다. 우리는 그것을 문명, 발전, 진보 등의 낱말로 찬양한다. 하지만 그것이 꼭 좋은 것인지, 사람다운 것인지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찰리 채플린은 핵심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기계는 우리를 풍족하게 만들었지만 더 많은 것을 갈망하게 하였고, 지식은 우리를 냉소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차갑고 불친절하게 말입니다.”
 
그동안 발전을 거듭한 기계문명이라는 것의 속내를 살펴보면, 결국은 땀 흘리는 힘든 노동을 줄이고 편해지려는 노력들이었다. 다시 말해, 되도록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고 애쓴 것이 문명의 핵심인 것이다.  
 
마차, 자동차, 비행기, 전화기, 컴퓨터, 기중기, 경운기, 트랙터,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전기밥솥, 세척기, 냉장고, 세탁기, 진공청소기 그리고 무인자동차, 인공지능 로봇에 이르기까지 계속 편해져만 왔다.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주겠다”는 달콤한 약속이 실현되고 ‘젖은 손이 애처로워 잡아본 순간 거칠어진 손마디가 안타까운’ 슬픔도 없애주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편안해질지 알 수 없다. 계속 이런 식으로 가면, 모든 걸 기계가 다 해줄 테니 인간이 할 일은 아예 없어질 것 같다. 그러면 인간은 뭘 해야 할까? 무슨 재미로 살까? 산다는 건 무엇일까? 그렇게 편안하면 행복할까? 심심해서 미치지나 않을까? 운동 부족으로 뚱뚱이 천국이 되지 않을까? 유감스럽게도 이런 질문에 대한 시원한 대답은 아직 없는 것 같다.
 
게다가, 발전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따라가지 못해 낙오하는 사람들도 생기게 된다. 대개 나이 많은 사람들이다. 나도 그런 딱한 중생 중의 하나인데 매정한 문명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확실한 신념과 의지로 첨단 문명을 거부하는 겁 없는 사람들도 있다. 문명의 이기라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고, 편리함 때문에 잃는 것도 많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면, 극작가 차범석(1924-2006) 선생의 ‘3무의 삶’은 좋은 예다. 여기서 3무(無)란 휴대전화, 자동차, 크레딧카드 세 가지를 말한다. 한국의 대표적 극작가요, 대한민국 예술원 원장까지 지내며 바쁘고 치열하게 사신 분이 현대인의 삶을 상징하는 세 가지를 거부하셨다니… 좀 불편하기는 했겠지만, 참 자유로우셨겠다는 생각이 든다. 편리함보다 자유를 택한 것이다. 과연 예술가답다.
 
‘칼의 노래’ ‘남한산성’으로 유명한 소설가 김훈 씨는 고집스럽게 연필로 글을 쓴다. 원고지에다 지우개로 지워가며 또박또박 쓴다고 한다. 고(故) 최인호, 김홍신 같은 작가들도 컴퓨터를 쓰지 않고 고집스럽게 원고지에 손으로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슴에서 손까지의 거리를 기계로는 도저히 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개인적 이야기라서 죄송한데, 나는 글을 쓸 때 컴퓨터에 바로 치지 못하고, 종이에 연필로 초고를 쓰고 그걸 독수리 타법으로 컴퓨터에 옮기며 다듬는다.  
 
편리하다는 것은 함정일 수 있다, 많은 경우에 그렇다. 지금 같은 기세로 휴대전화, 컴퓨터, 첨단 통신기기들이 발전하다 보면 머지않아 우리 인간들의 모습은 많이 쓰는 손가락만 굵고 길어져 ET처럼 변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으스스한 일이다.  
 
꼭 짚어야 할 것은 감정의 문제다. 기계로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인간과 같은 인공지능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감정을 가진 로봇을 만드는 일이라고 한다. 다시 채플린의 말이다.
 
“우리는 너무 많이 생각하고, 너무 덜 느끼게 되었습니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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