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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축소지향의 휴대전화, 사람의 크기

장소현 시인, 극작가

장소현 시인, 극작가

자고로 인간에게는 오장육부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현대 인간은 오장칠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판소리 ‘흥부전’의 놀부에게 심술보가 더 붙어있어서 오장칠부라고 풍자라고 했듯 현대인,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도 장기가 하나 더 있어서 오장칠보라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냐? 휴대전화기라는 물건이다. 미국에서는 셀폰, 한국에서는 핸드폰이라고 부르는 생활필수품이다.
 
요즘 사람들은 이놈이 없으면 허전해서 못 견딘다고 한다. 허전한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실감과 불안 증세마저 보인다고 한다. 어쩌다가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경기를 일으킨다.
 
나는 기계를 두려워하는 미개인이라서 잘 모르지만, 이 조그만 물체 안에 전화기는 물론 사진 촬영과 보관, 전송, 녹음기, 비디오 촬영기, 필요한 앱을 깔면 컴퓨터, 카톡,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SNS, 은행 거래, 맛집 찾기, 시계, 달력, 지도, 내비게이션, 계산기, 백과사전, 음악 감상기, 만보기, 회중전등, 다양한 게임 등등등….엄청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이 물건에 익숙해져 인이 박여버리면, 이 물건이 없으면 불안해지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이 정도면 우리 신체의 한 부분처럼 보인다. 오장칠부라는 표현도 과장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중요한 점은 이 물건 때문에 지금 개인의 삶은 물론 인류의 문화구조 자체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각 분야의 근본적 변화도 보인다.
 
이처럼 휴대전화기가 인간을 지배할 수 있는 막강한 매력과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대단히 편리하기도 하고, 개인주의 취향에도 잘 맞기 때문일 것이다.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우리 주위의 많은 것들이 빠른 속도로 작고 가벼워지고, 개인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영상 화면을 예로 들어보면, 텔레비전 화면→컴퓨터 화면→휴대전화기 화면으로 소형화되면서, 동시에 개인적인 것이 되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손목시계처럼 작은 물건이 등장했다. 이어령 장관의 ‘축소지향 문화론’을 연상시킨다. 앞으로 얼마나 더 작아질까? 기계가 작아짐에 따라 정신이나 마음도 함께 쪼그라드는 것은 아닐까?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이 작아지다 보면 인간들의 생각도 작아지고, 끝내는 인간 자체가 작아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든다.
 
크기의 변화에 따라 거기 담기는 내용이나 정신도 당연히 달라지게 마련이다. 예를 들면, 문장은 짧아지고, 목소리를 통한 쌍방통행보다 문자로 용건만 전하는 식이다. 소통이라고 하지만, 감정이 실리지 않은 건조하기 짝이 없는 일방통행이다. 우리 삶이 그런 식의 용건 나누기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현상은 예술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영화관 스크린, 텔레비전 화면, 컴퓨터, 휴대전화를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사람들이 극장의 대형 스크린에 펼쳐지는 스펙터클보다 개인적이고 편안한 분위기와 편리함을 택하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덕에 이런 추세가 한층 많아졌다.
 
이제는 미술감상까지도 그런 식으로 변해가는 추세다. 팬데믹 상황이 예상보다 오래 이어지자 박물관, 미술관들이 궁여지책으로 전시회를 온라인으로 만들어서 유튜브로 공개하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하지만, 작품의 크기나 질감, 자료, 전시환경 등 다양한 조형적 요소들이 중요한 미술작품에서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영상으로 본 것만으로는 감상했다고 말할 수 없다. 특히 메시지보다는 이미지 전달에 집중하는 추상미술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화가들의 생각은 어떤지 참 궁금하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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