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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기획] “미국 온 걸 후회”…“차 없어 못 나가”

수백 명의 퀸즈 지역 한인 노인들이 뉴욕시 노인국 지원으로 뉴욕한인봉사센터(KCS)가 운영하는 가정급식 프로그램인 '밀스 온 휠스(Meals on Wheels)'에 의존하고 있다. KCS의 급식 차량에 동승해 어려움을 겪는 한인 노인들의 실태를 취재했다.   "메디케이드가 있으면 참 좋은데. 한국에 가고 싶어 미국 온 걸 후회해요."     이들중 상당수가 거동이 불편해 ▶간병인 ▶생활 도움 모바일 기기 ▶이동기구 등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배우자를 잃고 독거노인이 됐음에도 자녀가 없거나 떠나 홀로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대다수라 지속적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주 감사원에 따르면, 퀸즈지역의 빈곤율은 17.2%로 시 전체의 빈곤율(21.6%)보다는 낮지만, 한인노인들의 경우 재정적 문제 외 독거노인이 됨에 따른 생활 불편을 겪고 있다.   시 노인국을 통해 서비스 매니저의 심사를 통과하고 급식 복지 혜택을 받고 있는 한인 노인은 100~300명대다. 숫자는 매주 새로 취합돼 바뀐다. 절차를 잘 몰라서 서비스를 신청하지 못하거나 대신 신청해줄 자녀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영어를 할 수 없는 한인 노인은 방치된 신세다. KCS를 통하거나 지인이 있다면 도움을 받기 수월하지만, 그조차 연줄이 닿지 못하면 쉽지 않다.     배우자 잃고 혼자…메디케이드 부러워요   프레시메도에 사는 김순옥(1937년생)씨는 올해 배우자를 잃고 혼자가 됐다. 자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교사로 일했던 경력 때문에 한국으로부터 사립학교 교육연금도 받고 있어 메디케이드에 가입하기 어렵다. 그는 "아는 사람들은 상속도 미리 할 텐데 너무 늦게 알아 아쉽다"며 "한국은 돈만 있으면 요양원도 가기 쉬워 돌아가고 싶다. 지금은 혼자가 돼 고민하고 있다. 남편이 모든 걸 해줬는데 이젠 서류도 챙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메디케이드가 없어 데이케어센터에 가기는 부담스럽다는 김씨는, 거동이 어려워진 지금 요양원에 가고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서라도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다.   김씨는 거동이 어렵다. 주방에서 거실을 오가는 것도 한세월이다. 이렇듯 거동과 건강은 한인 노인들에게는 가장 큰 관심사이자 필요한 것이다.     나이를 밝히길 거부한 한인 제임스씨는 "메디메디라고 별칭이 붙을 정도로 메디케어랑 메디케이드 둘 다 갖고 있으면 무적"이라며 한인노인들에게 메디케이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거동이 불편한 한인노인들은 데이케어나 경로회관에 오가기도 어렵다. 꼼짝없이 집에 갇혀 있어야 하는데, 자녀나 친구도 없다면 그저 홀로 지낸다.   거동 어려워…치매 언니 수발하느라 외출 못해   퀸즈빌리지에 거주하는 한원숙씨는 자신의 나이나 미국에 온 연도는 기억하지 못했다. "아주 오래됐어. 1920년대에 태어났나? 연도는 몰라." 시에서 급식을 받는지 2년이 넘었지만, 이번 받은 게 두 번째라고 말하는 등 기억이 온전하지 않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홀로 집에서 지낸다. 자녀가 없다는 그는 치매를 앓고 있는데, 거동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시에서 제공받는 급식을 받고 있다.     뉴저지주에 거주하는 1925년생 김모 할머니는 치매가 온 언니를 간병하며 살고 있다. 간호사 출신의 언니도 연금을 받고, 자신도 은행을 다녔기에 연금을 받는다. 이 때문에 메디케이드가 없어 서로를 의지하며 지내고 있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치매가 온 언니를 데려가기 어려워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다. 메디케이드를 쓰면 간병인이나 요양원 비용 걱정이 없지만, 그렇지 못해 서로 돌봐야 한다. 언론인 출신의 장모씨는 맨해튼에서 가발 장사를 하다 건강식품 사업을 성공시켰다. 이후 자산이 늘어나 메디케이드 가입이 불가능해 병원비를 대느라 고생했다. 이들은 "세금을 그렇게나 냈는데. 메디케이드와 메디케어의 차이가 커 억울하다"고 했다.   영어 능통…노인아파트 입주·메디케이드 가입 성공   김상기(1938년생)씨는 영어에 능통한 덕분에 2016년 노인아파트 입주에 성공했다. 10월엔 메디케이드에도 가입했다. 2016년부터 아파트 봉사자로 일하며 상대적으로 영어에 서툰 한인 노인들에게 통역을 제공한다. 노인아파트 매니저, 코디네이터가 타민족일 때가 많아 김씨의 통역이 필요하다. 뉴저지 에디슨연구소에서 일했다는 김씨는 은퇴 후 뉴욕으로 와 시 봉사자 일을 했다. 자녀들이 한국으로 떠나고 혼자 됐지만 굴하지 않고 봉사자 일을 하며 일상을 누리고 있다. 그는 ▶메디케이드 '스펜드다운' 설명 ▶매년 달라지는 기준액 등 자료를 파일철에 모두 모았다. 한인 노인들과 나누기 위해서다. 혼자가 돼 소일거리가 필요한데, 이같은 활동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영어 소통이 어려운 한인 노인들은 메디케이드를 비롯한 각종 복지프로그램 신청이 어렵다. 또 스마트폰 활용이 쉬운 젊은 세대의 경우 검색과 신청이 용이하지만 이를 대신해줄 사람이 없는 노인들은 이조차 어려워 하는 실정이다.   관련기사 시니어들 “의료서비스·재정부담·외로움이 가장 큰 문제” 시니어, 장기요양 선제적 대비 필수 글·사진=강민혜 기자 kang.minhye@koreadailyny.com송년기획 미국 후회 메디케이드 가입 노인아파트 입주 한인 노인들

2023-12-29

[살며 생각하며] 후회의 책

‘고양이가 죽었다. 옆집 남자가 문을 두드리며 알려 주었다. 볼테르는 길가에서 차갑게 식어 있었다. 나쁜 일만 계속 생긴다. 파혼하고 해고당하고 유일한 동무 고양이도 죽었다.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다. 밤 11시 40분에 약을 먹었다. 눈을 떠 보니 삶과 죽음의 중간 지대에 있었다. 시간은 밤 12시, 그곳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라고 불리는 곳이다. 서가에는 수많은 책이 꽂혀 있었다. 그중 제일 두꺼운 책에는 로라가 살면서 했던 수많은 후회가 적혀 있었다. ‘볼테르를 밖에 내보내지 않았더라면!’ 책장을 펼치니 고양이를 집에서만 키우는 로라의 다른 삶이 있었다. 노라는 실수를 하기 전의 삶으로 걸어 들어갔다.’   매트 헤이그의 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 펼쳐지는 내용이다. 나 역시 도돌이표처럼 돌아오곤 하는 후회의 순간이 있다. 그 당시 퇴근 무렵이면 나는 항상 지쳐 있었다. 얼른 쉬어야 한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었다. 아들을 운동장에 떨구고 쌩하니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왔다. 운동장 벤치에는 부모와 조부모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키고 있었다. 코치는 부모가 지키고 있는 아이들의 이름을 먼저 호명할지도 모른다. ‘내 아들은 대기석에 마냥 앉아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순간 스쳤지만, 나는 집으로 차를 몰았다.       나의 후회의 책장은 얼마나 될까? 후회의 순간을 다시 살 수 있을까? 나는 삼십 년 전 그 운동장에 서 있었다. 집에 갈까 망설이다, 끝에 있는 벤치로 걸어갔다. 자그만 내 아들은 코치가 ‘안토니’하고 소리치자, 부리나케 뛰어나갔다. 나도 ‘예이’ 소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아들은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며 다람쥐처럼 라인을 따라서 뛰었다. 자리로 돌아오는 아들의 얼굴이 의기양양하다. 몸이 좀 피곤한 것쯤이야, 저녁 준비가 늦어진들 어쩌랴. 경기가 끝난 아들을 태우고 돌아오면서 피자를 주문했다.     또 다른 순간도 있다. 질기게 나를 물고 늘어지는 장면, 장소는 과거의 서울이다. 마지막 3개월을 사는 엄마는 나와 같이 하와이에 가고 싶어 했다. 채식주의자 그룹이 있는 그곳에서 암을 완치했다는 말을 누구에게 들은 것 같았다. 나는 곧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대답했다. 담당 의사는 환자의 몸 상태로 비행기 여행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때 직장에 휴직계를 내고 엄마를 모시고 하와이로 갔더라면? 엄마는 계속 사셨을까?     소설에서 자신의 또 다른 삶을 살아본 노라는 고양이가 심근병으로 죽었음을 알게 된다. 수의사는 고양이가 사랑하는 주인 앞에서 죽기 싫어서 밖에 나갔을 것이라고 말해준다. 가슴을 치면서 한 노라의 후회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었다. 노라를 죽음으로 내몬 생각이 사실은 그녀의 죄책감에서 비롯된 엉뚱한 상상에서 나온 것이었다. 기억과 상상은 자주 뒤섞이며 우리를 혼란에 빠뜨린다.     노라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공적인 삶에도 텅 빈 공허가 있음을 알았다. 그러자, 죽으려고 했던 자기 삶에 애착이 생겼다. 문을 두드리며 볼테르의 죽음을 알려준 앞집 남자, 친절한 애쉬에게 커피라도 사야 할 것 같다. 사이가 나빠진 오빠에게 먼저 연락할 것이다. 아 참, 옆집 할아버지의 약도 타다 주어야지. 황폐하게만 보였던 자신의 삶에도 마음을 나눌 사람이 있다니. 주위에 작은 친절을 베풀며 살아가는 것, 인생의 답은 ‘일상의 사소한 것’에 있는 것임을 노라는 죽음 직전에 알게 되었다.     작가 매트 헤이그는 1999년에 외딴 섬의 절벽에서 뛰어내리려던 찰나에 머릿속에 빛이 번쩍했다고 한다. 그 후, 도서관에 파묻혀 자기 경험을 책으로 쓰면서 우울증을 치유했다. 팬더믹이 시작된 2020년에 이 책이 나오자,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고 한다. 당시 직장을 잃고 귀향하던 MZ 세대는 물론, 집에 갇혀서 우울해 하던 사람들에게 많은 위로와 공감을 주었다. 김미연 / 수필가살며 생각하며 후회 동무 고양이 운동장 벤치 매트 헤이그

2023-03-30

5월 AP 시험 뒤 후회하지 않으려면…다른 과목과 다른 공부 방법·전략 필요

AP 시험은 보통 5월의 첫 2주 동안 치러진다. AP의 수준은 일반 수업과는 달리 개념과 이론을 가르쳐주는 것보다는 응용과 활용을 수업하므로 전 과정이 숙지 되어있지 않은 경우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또한 좋은 성적을 받기도 어렵게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대다수의 학교에서는 10학년부터 AP 과목을 수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AP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 중 상당수가 아직 정서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학생들로 대학과정에 맞는 학습을 할 준비와 각오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친구들을 따라 AP 과목을 수강하거나, 본인의 구체적인 계획 없이 학교 카운슬러의 재량으로 수업시청이 되어 예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학기를 시작하고, 또 학기 중 매일의 복습이 충실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시험 한두 달 전 시험 준비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반 과목과 달라야 하는 공부방법   AP 과목은 학생들에게 도전적인 학습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 고등학교에서 제공하는 대학 과정의 수업이다. 본인이 고등학교 교과 과정을 뛰어넘어 더 깊이 있게 배우고 싶은 과목을 선택하여 수강한 후 매년 5월에 치르는 AP 시험을 통해 그 학력과 대학 학점을 인정받는 시험이다. 그런 만큼 AP는 그 공부를 하는 깊이와 방법이 일반과목과는 달라야 한다. 시험문제가 지금까지 공부해 왔던 일반과목과는 전혀 다르게 벼락치기로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은 어렵다. AP 시험 문제는 내용 이해에 대한 깊이와 통찰 능력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공부 방법도 다르다는 사실을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 단순히 지식적 내용을 확인하던 기존의 과목 시험들과는 달리 각 챕터에서 다루어진내용들의 상호 연관성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가장 다른 점이다. 예를 들어 교과서의 목차를 열어보았을 때 각 챕터의 내용들을 비교 분석할 수 있어야 하며, 가지고 있는 지식들을 정리해서 어떻게 논증을 펼쳐 나갈 수 있는지를 평가하게 된다. 이는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계속될 학업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학습 능력이다.       ▶DBQ(Document based question) 서술형 문제   서술형 문제의 경우는 그동안 학교 수업시간이나 숙제로 써왔던 에세이와 그 작성 방법이 크게 다르다. 고등학생들은 보통 자신의 생각을 나열하는 서술적 에세이에 익숙하다.  하지만 AP 시험에서 주어지는 서술형 문제는 논리적으로 의견을 서술하는 것이기에 사실을 나열하되 그들의 연관 관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 주요 용어에 대한 정확한 개념설명이 포함되어야 하며 사실들을 논증해야 하는  AP 에세이의 경우는 그에 맞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 부분이 부족할 경우 5점 만점 중 3점이나 4점 정도의 점수를 받게 된다.  과학 과목들의 경우는 실험에 대한 문제가 많이 출제된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실험실에서 실습을 할 기회가 없었으며 학교 수업에서 배우지 못한 부분이 상대적으로 매우 많다. 물론 교사가 숙제를 내주지만 배우는 과정도 없고 설명도 모자라기 때문에 교과서를 숙지하고 그 구슬을 꿰어 전체 스토리를 이해하고 비교 분석할 수 있는 통찰을 학생 혼자의 힘으로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칼리지 보드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많은 수업 동영상과 자료들은 제공해 주고 있다.     ▶시험전략     이전에는 AP 과목 시험 점수를 선택해서 대학에 보낼 수 있었으나 이제는 시험을 치를 모든 AP 과목의 점수를 보내거나 혹은 모든 점수를 보내지 않거나 둘 중 선택을 해야 한다.  따라서 무리해서 자신 없는 과목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전체적인 기록을 훼손하기 보다는 자신 있는 과목을 전략적으로 선택해 시험을 본 모든 과목의 성적을 4점 혹은 5점으로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리고 미리 연습시험을 여러 차례 봄으로써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전략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 AP 성적은대학에게 대학진학의 준비가 얼마큼 되어있는 학생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되는 만큼 성숙한 자세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문의: (323)938-0300   www.a1collegeprep.com 새라 박 원장 / A1칼리지프렙시험 후회 과목 시험들 시험문제가 지금 공부 방법

2023-02-26

[이 아침에] ‘좀 더 해줄 걸’의 후회

한밤중 앞도 보이지 않고, 위치도 모르는 인적없는 바닷가 오지 땅에서 자동차는 황토 늪에 빠져버렸다. 칠흑처럼 깜깜하고 인기척도 없는 인가의 등불만 가물가물했다. 우리 6명이 구조를 바라며 어둠 속에서 플래시를 흔들고 있을 때 건장한 원주민 청년 엔리케가 달려왔다. 우리 일행은 구세주를 만난 듯 안도의 환호성을 질렀다.     엔리케는 그날 낮에 가재와 전복을 잡던 잠수복 차림으로 모래사장에 있던 나를 찾아온 바 있어 일행들에게도 구면이었다. 그는 우리가 밤이 되었는데도 지나 가야만 되는 길목에 나타나지 않자 아마도 사고가 났을 것으로 생각하고 밤중에 근처 여기저기를 찾아 헤맸다고 했다.   그는 곧장 차 밑으로 들어가 맨손으로 흙을  퍼내기 시작한다. 우리는 그에게 플래시를 비춰주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과거의 일이 쉴 새 없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정확히 25년 전 자정. 동반했던 원로 목사님의 차가 바닷가 모래언덕에 빠졌다. 그때 우연히 그곳을 지나치던 낯 모르는 한 청년이 지금처럼 혼자 맨손으로 차를 꺼내 주었던 것이다. 차가 움직이자 그는 ‘안녕’하며 손을 흔들며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는 바로 이 엔리케의 형이었다.     엔리케의 형은 안타깝게도 생계를 위해 전복과 가재를 잡다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엔리케는 무능한 아버지와 형의 죽음을 보고 위험한 바닷일 대신 다른 직업을 갖기 위한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엔리케는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의 중학교에 다녔고 나는 2년 간 학비와 학용품, 그리고 자동차 연료비 등을 지원했다. 하지만 사정이 있어 학업을 중단했고 엔리케는 결국 형처럼 생계를 위해 위험한 바닷속에서 전복 가재, 성게 등을 채취하는 일을 해야만 했다. 얼마 전에는 수중 급류에 휩쓸려 7일간을 망망대해에 홀로 표류하다가 구조된 일도 있었다.     엔리케가 형과 같은 운명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에 학업을 계속하도록 하지 못한 회한이 가슴 속을 채워온다.     그는 24년 전 내게 받은 조그만 도움을 지금도 잊지 않고 나를 도와주려고 한밤중에 우리 일행을 찾아 헤맨 것이다. 그에게는 집도 땅도 없었다. 생계를 위해 매일 위험한 바다로 가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생존하기 위해 살아온 삶이다.   앞으로 이런 잘못은 다시 하지 않을 것 같지만 ‘좀 더 노력할걸’,‘좀 더 줄걸’,‘좀 더 참을걸’,‘좀 더 사랑해 줄걸’ 하는 교훈을 되뇌어 본다.     이제 젊은 시절의 열정은 많이 희석되었다.  그러나 저녁 하얀 뭉게구름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처럼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는 시간은 아직 남아있다고 믿는다. 엔리케의 거 일자리를 찾아주는 일을 시작해 본다. 지난 20년간 사귄 몇몇 현지인들에게 그의 구직을 부탁했다. 최청원 / 내과의사이 아침에 후회 자동차 연료비 전복 가재 바닷가 모래언덕

2022-12-26

막연히 ‘잘 팔리겠지…’ 생각하면 후회한다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들어봤을 것이다. 동네 평범한 집이 리스팅 가격보다 10만 달러 높게 팔렸다거나, 주택을 팔려고 내놓자마자 오퍼들이 쏟아졌다는 이야기 말이다.   최근 주택시장에서 바이어 사이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는 건 더는 비밀도 아니다. 셀러 입장에서는 비싸게 팔아 차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인 셈이다.   그러나 최고가에 집을 판다는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시장을 정교하게 점검하고 매각 과정을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사우스 플로리다 ‘컴퍼스 부동산’의 리즈 호건 부사장은 “요즘 셀러들과 이야기할 때 최대 문제는 주변에서 보고 들은 것을 그대로 요구하는 점”이라며 “기대심리와 함께 이런 루머들이 떠돌고 셀러는 자신의 집이 그저 그런데도 최고의 가격을 받을 것이라고 들뜬 경우가 많지만, 반드시 그렇게 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선 초강력 수준이었던 셀러 위주의 주택시장이 최근 들어서 줄어든 바이어와 낮아진 가격 등으로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셀러에게 필요한 건 기대 수준을 재조정하는 것이다.   주택시장에 널리 퍼진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지 않고 최대한 원하는 가격에, 가장 원하는 타이밍에 집을 파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셀러가 빠지기 쉬운 4가지 잘못된 루머와 해결책을 소개한다.   최대한 청소하고 고쳐놔야 제값 받아 리스팅 가격 너무 높으면 결국엔 손해 사진·비디오·3D 투어 등 다양해야 관심 '최고가' 대신 '최적 조건' 찾기가 중요   ▶“고칠 필요 없어. 바이어가 알아서 할 거야”   주택 매물이 사상 최소인 가운데 셀러는 집을 고치거나 업그레이드하지 않고도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커뮤니티 초이스 리얼티’의 제이슨 젤리오스 에이전트는 이런 자만심이 일을 망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아무리 주택시장이 셀러 위주로 돌아간다고 해도 비싸게 집을 팔고 싶다면 살던 그대로인 집을 리스팅 매물로 내놔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택 매물이 아무리 부족한 지금 상황이라도 구매한 다음에 고칠 부분이 많은 집이라면 바이어의 관심을 끌기 힘들다. 요즘 대부분의 바이어는 당장 이사해서 살 수 있는 집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호건 부사장은 “최근 바이어들은 계약한 뒤 바로 들어가서 살 수 있는 깨끗한 집을 원한다"며 “금이 간 카운터 톱이나 소음이 심한 냉장고, 작동하지 않는 화장실을 원하는 바이어는 없다"고 전했다.   따라서 속설만 믿지 말고 새롭게 페인트칠하고, 잔디도 잘 깎고, 실내도 비싸지 않더라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전구나 문의 손잡이 등 소소한 부분도 잊지 않고 교체해야 한다.   ▶“받고 싶은 가격만큼 높게 요구해도 돼”   물론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건 사실이다. 가주 부동산협회(CAR)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존 단독주택 기준 중간 집값은 전월 대비 10.1%, 전년 대비 11.9% 각각 올라 84만9080달러를 기록했다. 크게 오른 것인데 그렇다고 본인의 집이 무조건 비싸게 팔릴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컴퍼스 부동산’의 루디 아슐린 브로커는 “주택시장의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셀러는 어떤 가격이든 원하는 만큼 받을 수 있다고 여길 수 있다”며 “그러나 그보다 먼저 따질 것은 수요와 공급 관점에서 냉정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시장 전체가 아무리 뜨거워도 실질적으로 집을 팔 때는 현실적인 시세와 해당 주택의 형태 그리고 현재 상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아슐린 브로커는 “부동산 웹사이트에 매물을 내놓고 마음껏 가격을 요구하려면 아마 그 주택은 최고 중의 최고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하게 비싼 가격표를 붙이면 해당 주택은 매물로서 지나치게 오래 등록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호건 부사장은 “바이어들이 흥미를 잃고 접근하지 않게 되면서 자연스레 오퍼도 사라지고 셀러는 알아서 가격을 내리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셀러가 애쓰지 않아도 집은 잘 팔릴 거야”   호건 부사장은 최근 고가 저택 구매에 관심이 있는 한 바이어를 고객으로 만났다며 그러나 고객이 원한 매물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외관 사진 1장밖에 없었다고 어이없어했다. 셀러 측에 연락을 취해 추가 사진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리스팅 에이전트는 “셀러가 집이 빨리 나갈 것이라고 하며 사진이 뭐가 더 필요하냐”고 전했다.   호건 부사장은 “1000만 달러짜리 집을 팔면서 전문 사진가에게 맡겨도 500달러면 충분할 매물 사진 찍기를 거부하는 것은 해도 너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셀러들의 이런 과도한 자신감은 요즘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어떤 셀러들은 온라인 마케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여긴다. 집이 빨리 잘 팔린다는 통념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볼 부분은 최근 대부분의 바이어가 내 집 찾기의 시작을 인터넷에서 한다는 점이다. 즉, 인터넷에서 시선을 끌지 못하면 아무리 매물이 부족해도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호건 부사장은 집을 사는 바이어가 반드시 차를 타고 원할 때마다 편하게 올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젤리오스 에이전트도 “전문적인 사진이나 상세한 추가 설명 그리고 다른 눈에 띄는 편의시설 등의 매력을 설명해줄 만한 내용도 없이 집을 내놓는 것은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사진은 물론, 동영상과 플로어 플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준비할 수 있는 3D 투어 등 집의 디테일을 가능한 한 많이 보여줘야 보다 많은 바이어를 유인할 수 있다.   ▶“오퍼들 가운데 고민할 필요 없이 최고가를 고르면 돼”   오퍼 전쟁이 일상화되면서 셀러가 복수의 오퍼를 받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일부 오퍼는 리스팅 가격보다 높게 적어낸 경우도 있다고 전해진다. 양도차익 극대화를 생각하면 최고가 오퍼를 수락하는 것이 매력적이지만 그렇다고 항상 최선의 선택인 것은 아니다.   호건 부사장은 “결국 결정할 것은 가격이냐, 조건이냐는 것”이라며 “영리한 셀러는 다소 가격이 낮아도 훨씬 나은 조건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예를 들면, 제시하는 가격이 낮아도 현금 구매를 내건다면 셀러 입장에서 더 나은 조건일 수 있다. 이유는 바이어의 재정적인 불확실성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고 그만큼 클로징을 일찌감치 확실하게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최고가를 선택했지만, 바이어가 모기지 대출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셀러는 다른 바이어를 새로 찾을 때까지 원치 않지만,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   이런 이유로 젤리오스 에이전트는 단순히 오퍼에 나온 가격만 볼 것이 아니라 바이어의 재정상태까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보다 확실한 계약 완료를 위해 셀러는 이 밖에도 바이어들의 여러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여기에는 추가로 더 집에 머물 수 있는지, 보다 유연한 클로징 조건들 그리고 실제 오퍼에 기재된 내용 이외의 조건들도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정일 기자생각 후회 최근 주택시장 최근 바이어들 바이어 사이

2022-05-11

팬데믹 이직자 70% “퇴사 후회”

팬데믹시대 ‘대규모 퇴직(the Great Resignation)’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이직한 직장인 상당수는 퇴사를 후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직 전문 사이트 뮤즈가  2500명 이상 밀레니얼 및 Z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직 근로자의 70% 이상이 전 직장을 그만둔 것을 후회한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72%가 면접에서 업무가 다르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답했다. 이직한 회사가 꿈의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합류했는데 막상 다른 현실에 부딪힌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뮤즈 최고경영자(CEO) 캐스린 민슈는 ‘이직 쇼크’라고 설명했다.     뮤즈는 “이직 쇼크는 구직자가 면접 과정에서 새 업무와 근무 환경에 대해 제대로 질문을 하지 않거나 채용담당자가 업무를 잘못 설명하거나 입사하도록 회사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설명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대면이 아닌 화상을 통한 면접 방식도 이직 쇼크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민슈는 “줌을 통한 면접으로 새 직장의 기업 문화를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팬데믹 이전에는 구직자가 회사를 방문해 회사 분위기를 잘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새 업무에 경험이 없고 갑자기 구직 광고와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회사와 구직자 모두 손해”라며 “그 결과 더 많은 사람이 그만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전에는 새 직장이 적응되지 않아도 1~2년은 일했지만 이런 인식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근로자의 약 80%가 6개월 이내 새 직장을 떠나도 괜찮다고 답했다.     20%는 새 직장이 예상과 다를 경우 한 달 안에 그만둘 것이라고 답했고, 41%는 2~4개월 안에 퇴사하겠다고 답했다.     민슈는 직원들이 단기간에 그만두는 경향이 코로나 19 팬데믹 동안 직장을 떠나는 것을 의미하는 또 다른 ‘대규모 퇴직’ 사태를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규모 퇴직 추세는 올해 초 노동시장에도 이어지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월 430만명이 직장을 그만뒀다.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지난해 11월에 세운 기록적인 수준에 가깝다.       인디드 고용연구소는 “구인 수요가 기록적으로 높았고 직장인들은 이런 기회를 이용하기 위해 기록적인 속도로 퇴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임금과 적은 승진 기회는 MZ 세대가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지는 주요 이유다.     퓨리서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3%가 지난해 저임금 때문에 직장을 그만뒀고, 다른 63%는 승진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률은 제조업, 레저, 소매업 등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올해 노동력 수요가 완화되기 시작하면 대퇴직 현상도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은영 기자이직자 퇴사 퇴사 후회 직장인 상당수 이직 쇼크

2022-03-14

'팬데믹 홈오너' 75% "후회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택을 구매해 소위 ‘팬데믹 홈오너’가 된 바이어 중 75%는 본인들이 산 집에 대해 후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정보전문 웹사이트 ‘질로’가 지난해 11월 팬데믹 이후 집을 산 약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4명 중 3명은 본인의 집에 대해 최소한 한 가지 이상에 불만이 있다고 답했다.   불만 중 가장 많은 32%는 ‘집을 고치는데 예상보다 큰 비용과 시간이 들었다’고 밝혔고, 뒤이어 31%는 ‘새로 산 집이 작았다’고 후회했다.   질로의 매니 가르시아 분석가는 “팬데믹이 주택시장에 몰고 온 조급증이 바이어, 특히 첫 주택 구매자를 원치 않는 방향으로 이끌었다”며 “경쟁에 쫓겨서 구매한 집이 이상적일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팬데믹 이후 주택시장은 ‘최악의 셀러스마켓’, ‘묻지마 오퍼’, ‘인스펙션 생략’, ‘비딩 전쟁’ 등으로 묘사되며 바이어 사이의 경쟁이 극한으로 치달았고 이번 조사와 같은 부작용을 낳았다고 분석한다.   그 결과 질로가 조사한 팬데믹 홈오너 중 81%는 한 가지 이상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계약을 했다고 답했고 39%는 결과적으로 통근시간이 길어진 지역에서 살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개인 재정 전문 웹사이트 ‘뱅크레이트’가 2650여명을 대상으로 한 동일한 조사에서도 주택 구매를 후회한다는 응답은 밀레니얼 세대 64%, X세대 45%, 베이비부머 세대 33% 등으로 집계된 바 있다.   이번 질로 조사에서 응답자 중 74%는 시간을 돌린다면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중 38%는 더 많은 시간을 두고 구매를 결정할 것이라고 응답했고, 28%는 다른 지역의 집을 알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매물 부족 속 치열한 경쟁 상황으로 최근까지 집을 산 이들 중 59%와 향후 12개월 이내 집을 살 계획인 잠재적인 바이어 중 72%가 중간에 구매 작업을 중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자신을 주택시장에서 ‘번아웃’됐다고 표현하면서 가장 큰 이유는 너무 오른 집값을 지목했다.   시애틀의 질로 프리미어 에이전트인 루카스 핀토는 “집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위치(Location)와 구조(Layout) 대신 의외로 많은 바이어가 멋진 주방이나 셀러가 꾸며둔 모습에 현혹된다”며 “미리 작성한 체크리스트와 예산을 끝까지 고수하는 태도가 후회를 막는 열쇠”라고 말했다. 류정일 기자홈오너 후회 주택 구매자 이후 주택시장 구매 작업

2022-02-15

[이 아침에] ‘작은 것이 최상의 행복을 만든다’

‘펄럭여도 찢기지는 마라.’ 내가 나에게 하는 새해 당부다. 잘났다고 앞서 갈 생각 말고 힘들다고 뒤처지지도 말자. 눈에 뵈는 것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잘 보이려고 누구에게도 아부하지 말자. 거울 속 비친 내 얼굴이 예전 같지 않아도 실망하지 말고 세월이 부대끼며 살아온 흔적 품고 견뎌내자. 행복의 열쇠 찾아 허둥대며 두리번거리지 말자. 너무 알려고 애쓰지 말고 모르는 건 그냥 넘어가자. 까탈부리지 말고 의연하게 살자.     출발은 시작이다. 몰아쉬던 가쁜 숨 잠시 멈추고 생의 방향과 각도를 바꾸면 풍요로운 내일이 펼쳐진다. 지금 이 시간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기다림의 시간은 아름답다. 시작은 멈출 수 없는 발걸음이다. 상황을 바꿀 수는 없지만 멋진 생을 만드는 힘은 내 속에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모두를 위한, 그 누구도 위한 것이 아닌’이란 부제가 붙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다. 은둔자로 10년간 산중 명상을 마친 차라투스트라는 현란한 어휘와 매몰찬 독설로 삶과 예술, 사상 등에 대해 장쾌하고 시적인 언어로 군중에게 설파한다. 인간 내면에 있는 ‘사막’을 목격하고 새로운 세계의 새로운 인간을 위한 새로운 원칙을 제시한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차라투스트라의 가르침이라는 제목 아래 제1부 방랑자 차라투스트라의 출발, 2부 미래의 인간인 ‘초인’을 찾아가는 여정, 3부 ‘영원회귀’의 오솔길을 거니는 차라투스트라의 고난, 4부 걷고 뛰고 춤추는 독자로 구성되어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기존의 절대적 가치였던 선이 무너졌다는 의미로 ‘신은 죽었다’고 말한다. ‘신이 죽었다’는 말은 신의 지위가 박탈되었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인데 니체는 신이 죽어서 사람들이 느끼는 허무주의를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는지를 이 책을 통해 가르치려 했다.     미켈란젤로는 1501년부터 1504년까지 3년 동안 한 덩어리의 대리석으로 거대한 다비드상을 조각했다. 골리앗과 싸우기 직전 망태를 메고 적을 강렬하게 응시하면서 돌을 쥐고 막 던지려는 순간의 모습이 생생하게 새겨져 있다.     부수지 않으면 새로 만들지 못하고 버리지 않으면 채울 수 없다. 불필요한 부분을 망치로 칼로 도려내야 진실로 아름다운 불멸의 형상을 창조할 수 있다.     지난 날을 후회하지 말자. 후회와 연민은 독이다. 연민은 다른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다. 나를 불쌍히 여기는 연민은 비극의 지름길이다. 잘못 살았던 어제를 후회하고 절망하지 말자. 행복이든 불행이든 인생은 나홀로 가는 길이다     동행이 있으면 좋겠지만 혼자라도 행복해지는 비결을 찾아나선다. 타인에게 말 걸기 하듯 스스로에게 말 걸고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살아갈 목표를 점검하며 새해를 맞는다. 욕망과 집착, 후회가 생을 망가트린다. 사랑도 명예도 재물도 집착의 굴렁쇠다. 무의미한 하루에서 의미를 찾으며 다시 유년의 꿈을 담은 연을 하늘 높이 날려 보낸다. 니체의 어록으로 새해를 맞는다. ‘가장 작은 것, 가장 조용한 것, 가장 가벼운 것, 바스락거리는 도마뱀 몸짓, 숨결 하나, 휙하는 소리, 한순간. 작은 게 최상의 행복을 만든다.’ 이기희 / Q7 파인아트 대표·작가이 아침에 행복 방랑자 차라투스트라 집착 후회 프리드리히 니체

2022-01-11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가장 작고 소중한 것들

‘펄력여도 찢기지는 마라.’ 내가 나에게 하는 새해 당부다. 잘났다고 앞서 갈 생각 말고 힘들다고 뒤쳐지지도 말자. 눈에 뵈는 것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잘 보일려고 누구에게도 아부하지 말자. 거울 속 비친 내 얼굴이 예전 같지 않아도 실망하지 말고 세월이 부대끼며 살아온 흔적 품고 견뎌내자. 행복의 열쇠 찿아 허둥대며 두리번거리지 말고 잃어버렸다 해도 열쇠는 다시 만들면 된다. 너무 알려고 애쓰지 말고 모르는 건 그냥 넘어가고 까탈부리지 말고 의연하게 살기로 다짐한다.   사랑이 떠나갔다고 허전해 하지 말자. 사랑은 떠나가도 그 빈자리에 새로 사랑이 둥지 튼다. 작은 성냥불 불씨 하나 가슴 속에 남아있으면 사랑은 다시 불타오른다. 출발은 시작이다. 몰아 쉬던 가쁜 숨 잠시 멈추고 생의 방향과 각도를 바꾸면 풍요로운 내일이 펼쳐진다. 지금 이 시간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기다림의 시간은 아름답다. 시작은 멈출 수 없는 발걸음이다. 상황을 바꿀 수는 없지만 멋진 생을 만드는 힘은 내 속에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모두를 위한, 그 누구도 위한 것이 아닌’이란 부제가 붙은 ‘짜라투스트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다. 은둔자로 10년간 산중 명상을 마친 차라투스트라는 현란한 어휘와 매몰찬 독설로 삶과 예술, 사상 등에 대해 장쾌하고 시적인 언어로 군중에게 설파한다. 인간 내면에 있는 ‘사막’을 목격하고 새로운 세계의 새로운 인간을 위한 새로운 원칙을 제시한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차라투스트라의 가르침이라는 제목 아래 제1부 방랑자 차라투스트라의 출발, 2부 미래의 인간인 ‘초인’을 찾아가는 여정, 3부 ‘영원 회귀’의 오솔길을 거니는 차라투스트라의 고난, 4부 걷고 뛰고 춤추는 독자로 구성되어 있다. 짜라투스트라는 기존의 절대적 가치였던 선이 무너졌다는 의미로 ‘신은 죽었다’고 말한다. ‘신이 죽었다’는 말은 신의 지위가 박탈되었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인데 니체는 신이 죽어서 사람들이 느끼는 허무주의를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는지를 이 책을 통해서 가르치려 했다.   미켈란젤로는 1501년부터 1504년까지 3년 동안 한 덩어리의 대리석으로 거대한 다비드상을 조각했다. 골리앗과 싸우기 직전 망태를 메고 적군을 강렬하게 응시하면서 돌을 쥐고 막 던지려는 순간의 모습이 생생하게 새겨져 있다. 부수지 않으면 새로 만들지 못하고 버리지 않으면 채울 수 없다. 불필요한 부분을 망치로 칼로 도려내야 진실로 아름다운 불멸의 형상을 창조할 수 있다.   지난 날을 후회하지 말자. 후회와 연민은 독이다. 연민은 다른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다. 나를 불쌍히 여기는 연민은 비극의 지름길이다. 잘못 살았던 어제를 후회하고 절망하지 말자. 행복이던 불행이던 인생은 나 홀로 가는 길이다. 동행이 있으면 좋겠지만 혼자라도 행복해지는 비결을 찿아나선다.   타인에게 말 걸기 하듯 스스로에게 말 걸고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말고 살아갈 목표를 점검하며 새해를 맞는다. 욕망과 집착, 후회가 생을 망가트린다. 사랑도 명예도 재물도 집착의 굴렁쇠다. 무의미한 하루에서 의미를 찿으며 다시 유년의 꿈을 담은 연을 하늘 높이 날려 보낸다. ‘가장 작은 것, 가장 조용한 것, 가장 가벼운 것, 바스락거리는 도마뱀 몸짓, 숨결 하나, 휙 하는 소리, 한 순간. 작은 게 최상의 행복을 만든다’는 니체의 어록으로 새해를 맞는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작고 방랑자 차라투스트라 집착 후회 프리드리히 니체

2022-01-11

[수필] 후회

“아파 누운 아버지는 놔두고 맨 날 돌아다닌다.”     아들의 핀잔에 입 밖으로 뱉지 못한 분노가 가래처럼 끓었다.   작년 말 남편과 나는 노후대책으로 구입한 G 타운의 조그만 쇼핑센터를 개축 중이었다. 복잡한 개축공사와 함께 내 수필집 출판까지 겹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개축공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남편이 시름시름 기운을 잃어갔다. 나는 그것이 과로로 나타난 노화현상인 줄 알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남편이 안방에서 쓰러졌다. 바로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고 그는 악성 백혈병 말기라는 진단이 나왔다. 얼마 전부터 기력을 잃어가는 남편을 보며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가 백혈병을 앓고 있는 줄은 몰랐다. 온 몸이 어둠 속에 묻힌 것처럼 답답했다. 슬픈지 어쩐지 감각이 없었다. 왜 그는 내게 말하지 않았을까. 내가 알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었을까. 3년 전인가 피검사를 받으러 가는 남편을 몇 번 따라 갔었다. 담당의사가 아내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마 의사가 남편의 병을 알려주려고 그랬던 것 같았다.     의사는 그때 남편이 백혈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내게 말했을 것이다. ‘루케미아(Leukimia)’ 영한사전에도 백혈병이라고 나와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그 루케미아를 폐렴으로 오해했었다. 폐렴인들 남편의 나이에 가벼운 병은 아니었지만 병치레를 해본 적 없는 남편이라 죽을 병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만일 그때 내가 그의 병을 정확히 인지했더라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적어도 남편이 백혈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좀 더 일찍 알았을 것이고 그리고 우리 두 아들과 시댁 식구들이 알게 됐을 것이다. 겨울 낙엽처럼 내려앉는 남편을 보며 나는 후회와 죄의식과 안타까움에 몸을 떨었다.     아픈 아버지는 집에 두고 맨 날 돌아다닌다, 작은 아들이 홧김에 한 말이다. 그랬다. 남편이 워낙 건강했기에 나는 내 문학 활동을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의사는 사전에 그의 병을 알았다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고 했다. 나는 이 말에 나의 후회와 죄의식과 슬픔을 매어달고 싶은 것이다.     낮에는 두 아들이 남편 곁에서 밀착 간호를 했지만 밤에는 내가 그의 곁을 지켰다.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누워있는 남편을 보며 죽음의 그림자가 이미 그를 싸안았다는 것을 알았다. 남편이 앓아눕자 나는 지금껏 배워오던 기타 레슨과 문학공부를 중단했다. 그리고 개축공사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것으로 남편이 가기 전에 개운한 마음으로 그를 보내고 싶었다.     의사는 일주일이 남편의 지상에서의 삶이라고 했다. 두 아들과 나는 상의 끝에 투석을 결정했다. 세 번의 투석 끝에 남편은 5개월의 생명을 연장 받았다. 평소에 건성건성 하나님을 믿던 나는 어쩔 수없이 하나님을 잡고 매달렸다. 그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착하기만 한 남편에게 그런 벌을 내리는 것일까. 벌을 주고 싶다면 오히려 방만하게 살아온 내게 줘야 하는 것을.   아침부터 아들에게 큰 소리를 낸 것은 내 잘못이었다. 이런 때일수록 어른답게 행동해야 하는 것을. 작심한 듯 내뱉는 작은 아들의 말이 또 가슴을 훑는다. 너만 슬픈 것 아니야. 내 가슴도 아파.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갈 무렵 쇼핑센터 사인판 견적을 받았다. 설계사가 설계했다는 쇼핑센터의 샘플을 둘러본 뒤 그를 만나기로 했다. 그래서 작은 아들에게 단단히 일렀다. 내일 아침은 바쁘니 좀 일찍 일어나라고.     그런데 다음 날 내 입에서는 엉뚱한 말이 튀어나왔다. 게으른 것 같으니. 어제 밤에 말했잖아? 오늘 아침에 쇼핑센터를 돌아보고 간판설계사 만나기로 했다고. 네가 게으름 피우는 바람에 다 늦었어.     남편을 휠체어에 태우고 작은 아들네가 2층에서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2층 난간을 올려다보며 몇 번인가 헛기침을 해대자 한참 후 아들이 땡감 씹은 얼굴로 며느리와 손녀를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내 머리 속은 이미 부글부글 끓는 냄비처럼 부글부글 타고 있었다. 나와 아들의 말다툼은 차 속에서도 이어졌다. 남편이 애원하다시피 말렸지만 나는 아들과 계속 시시비비를 가렸다. 그게 엄마한테 할 소리야?     조용하고 너그러운 남편을 닮은 큰 아들. 내 붕어빵인 작은 아들, 남편과 작은 아들은 스포츠 친구다. 풋볼, 야구, 농구 등 경기가 있는 날은 두 부자의 명절이다. 특히 남편의 모교인 네브래스카 대학 콘허스커스팀 경기는 두 부자를 겨울 난로처럼 달군다. 그래서 작은 아들은 또 남편을 유난히 따른다.   작은 아들이 은연중 퍼부은 말, 아픈 아버지는 놔두고 맨 날 돌아다닌다. 그랬다. 남편이 건강했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말은 내 가슴에 비수로 꽂혔다. 아들이 빨간불에 정지를 했다. 순간 나는 차 문을 열고 내려버렸다.     아들이 유턴을 해서 내려오고 있었다. 행여 아들 눈에 띌까봐 나는 심술궂은 마귀할멈처럼 얼른 옆의 빌딩 뒤로 몸을 숨겼다. 바로 그때 남편이 넘어질 듯 휘청거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뛰쳐나와 남편을 부축했다. 남편의 푹 꺼진 눈이 촉촉이 젖어있었다. 내 가슴도 써늘하게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아들이 스르르 내 옆에 차를 세우며 엄마, ‘미안해’ 하고 나를 쳐다보았다. 아들의 눈이 빨갛게 충혈 돼 있었다. 나도 모르게 아들의 손을 꼭 잡고 같이 훌쩍거렸다.     2017년 8월 15일, 남편이 마지막 이별을 고했다. 그가 쓰러져 누운 5개월, 우린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깊고 깊은 늪 속에서 서로의 손을 잡고 허우적거렸다. 괴로웠던 시간들을 되새기며 이별이 어떻게 우리를 갈라놓는지 죽음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쇼핑센터 사인판이 의젓한 모습을 드러냈다. 상가 앞에 우뚝 선 간판.  그 옆에 남편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임지나 / 수필가수필 후회 아들 남편 폐렴인들 남편 그때 남편

2021-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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