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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두고두고 후회스러운 일

칠십 평생을 살아오는 동안 후회스러운 일이 두 가지 있다. 50세가 넘을 때 까지 담배를 피운 일과 술을 많이 마신 일이다.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서 뿔난다’고 했던가. 사춘기 때부터 어른들 몰래 피우기 시작한 담배는 한창 젊었을 때는 하루에 세 갑 정도 피운 골초였다. 술 마실 때 안주는 없어도 담배는 꼭 있어야 했으니 말이다. 한국에서 20년 넘게 영업직에서 근무했는데 고객 접대 명목으로 술 마시는 일이 너무 잦았다. 일 년 중 손가락 꼽을 정도의 날을 빼고는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데 젊은 시절에는 흡연과 음주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마냥 건강할 줄 만 알았다. 멋모르고 산 것이었다.  
 
15년 전 우연한 기회에 ‘흡연과 음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학 잡지를 접하게 되었다. 백해무익한 담배는 건강에 매우 해로운 영향을 끼친단다. 흡연은 폐 질환 위험을 증가시키고 혈관을 손상해 동맥 경화를 촉진하는 등 심장 질환 위험을 높여 평균 수명을 단축한다고 했다. 담배 한 개비에는 수십 가지의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고 한다. 또한 과도한 음주는 간을 손상할 수 있고 간염, 간경화, 간암 등의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장기간의 음주는 신경계에 이상을 초래하여 기억력을 저하한다는 경고성 메시지에 ‘아차’ 싶었다.
 
굳은 결심으로 담배와 술을 한꺼번에 끊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60세가 거의 다 되어 갈 때부터 건강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혈압과 당뇨병이 생긴 것이다. 흡연 때문에 혈관이 좁아져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손발이 저리기 시작했고,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흡연으로 인하여 왼쪽 폐에 종양이 생겨 수술을 받았는데 그 종양이 너무 컸기에 갈비뼈 한 개를 절단한 후 제거할 수 있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폐암은 아니고 양성 종양으로 판명되었다.  
 
지금은 담배와 술을 모두 끊고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부를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이라고 하니 실패한 인생을 산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모두 죽음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누가 먼저 가고 누가 조금 늦게 가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도 그 길을 피할 수는 없다. 아프면서 오래 사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죽는 날까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산다면 이 또한 하늘이 내려 준 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 나처럼 우둔한 사람이 어디에 또 있을까. 건강에 해롭다는 담배와 술을 장기간 즐기며 살았으니 어찌 몸이 망가지지 않으리오. 흡연과 음주를 즐긴 내 인생이 두고두고 후회스럽다. 내 마지막 바람이라면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 안 주고 삶을 마감하는 것이다.

이진용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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