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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영웅전] 구내공의 여섯 가지 후회

나이가 들다 보니 앞날을 걱정하고 구상하기보다는 지난날을 돌아보는 일이 더 많다. 뒤돌아본다고 해서 아름다운 추억만 떠오르는 것은 아니요, 후회하고 아쉬웠던 일이 더 많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것이 여한을 줄이는 것인데 그것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결심할 순간에 독하지 못했던 일, 결단의 순간에 멈칫거렸던 일, 더 베풀었어야 하는 건데 그러지 못한 일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그래서 이 세상을 마치는 날 사람들은 아름다운 추억보다 아쉬움을 토로한다.
 
중국 송나라에 재상 구준(寇準, 961~1023)이 있었다. 내국(萊國)의 제후로 봉해진 까닭에 구내공(寇萊公)으로 불렸다. 시인으로도 유명했지만 정치가로서도 인망을 받았다. 태종 때에 대리평사(大理評事)와 추밀원 직학사(直學士) 등을 지내면서 강직한 성품으로 직간을 잘해 태종이 당나라 명신이었던 위징(魏徵)에 견주어 칭송했다.
 
구내공은 인생 말년에 지난날을 돌아보며 ‘여섯 가지 후회(六悔銘)’라는 글을 남겼다. 그에 따르면 관리로서 부정(不正)해 권세를 잃었을 때(官行私曲失時悔), 잘살 때 검소하지 않아 가난해졌을 때(富不儉用貧時悔), 젊어서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아 시기를 넘겼을 때(學不少勤過時悔), 일을 보고 배우지 않다가 쓸 일이 생겼을 때(見事不學用時悔), 술 취해 함부로 말하다가 술 깼을 때(醉後狂言醒時悔), 편안할 때 몸을 돌보지 않아 병들었을 때(安不將息病時悔) 후회했다.
 
누구나 위 여섯 가지 후회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일생을 보낸 터가 그래서인지 모르겠으나, 주변을 돌아보면 젊어서 공부하지 않은 것을 가장 많이 후회하더라.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지만, 그래도 공부는 열심히 하고 볼 일이다. 그다음이 건강을 돌보지 않은 후회였다. 후회에는 약이 없다는 것이 우리를 더 아프게 한다. 그러나 후회에는 늦음이 없더라.

신복룡 / 전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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