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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망경] 혼동

어릴 적에 혼동과 혼돈의 뜻이 곧잘 헷갈렸다. 서로 발음이 비슷해서 그랬던 것 같다. 지금도 좀 그렇다.   네이버 사전은 ‘혼동(섞을 混, 같은 同)’을 ‘이것과 저것을 구별하지 못하고 뒤섞어서 보거나 생각함’, 그리고 ‘혼돈(섞을 혼, 막힐 沌)’을 ‘마구 뒤섞여 있어 갈피를 잡을 수 없음’이라 풀이한다. 영어로 혼동은 ‘confusion’. 혼돈은 ‘chaos’. 이 두 말은 발음이 서로 생판 다르기 때문에 뜻이 섞갈리지 않는다.   요컨대 혼동과 혼돈은 뒤섞거나 뒤섞이는 것이 문제다. 불고기, 상추, 고추장 등등을 숟가락으로 뒤섞어 비벼 먹는 비빔밥은 별로 열띤 토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생각을 비빔밥 먹는 식으로 하는 사람은 생각이 부실하다는 말을 듣는다.   오늘 그룹 세션 타이틀은 ‘confusion, 혼동’이라고 하니까 다니엘이 다짜고짜 ‘Confucious! 공자!’라 소리친다. 말의 발음이 비슷해서 그러는구나! 하고 친절한 해석을 내리며 공자에 대하여 아는 걸 말해보라고 격려한다. 그는 공자가 오래전 일본사람이라고 말한다. 공자가 청각적 혼동이라면 공자를 일본인 취급하는 것은 시각적 혼동이 아닐까.   난생처음 미국에 와서 미국인들 얼굴이 비슷하게 보여 헷갈리던 기억이 새롭다. 우리는 유사한 것들을 한통속으로 취급하는 경향에 시달린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도 얼핏 보기에 자라의 딱딱하고 거무튀튀한 등딱지가 시커먼 가마솥 뚜껑과 닮았기 때문이다. 아들이 네 살 때 비행장에서 내 남동생을 나로 착각했던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정신과에서 자주 거론되는 ‘transference, 전이, 轉移’ 현상은 쉽게 말해서 어릴 적 경험했던 감정이 지금의 나를 지배하는 정황이다. 당신과 나는 과거와 현재를 혼동하며 산다. 현재 속에 과거라는 유령이 늘 숨어있는 것이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confusion’에는 고대 불어로 ‘혼동’은 물론 ‘장애, 부끄러움’이라는 뜻도 있었고 당시 라틴어의 ‘섞다, 혼합하다’라는 뜻을 직수입한 말이었다 한다. 피동사형으로 써서 ‘confused, 어리둥절해 하는, 혼란스러워하는’, 하면 난처한 상황, 즉 쪽팔리는 시추에이션이 연출된다.   ‘chaos’는 완전히 다른 사연을 지닌 말로서, 14세기경 희랍어와 라틴어에서 ‘심연, 또는 광활한 공허, 공백’을 뜻했다. 16세기에 이르러 ‘엉망진창의 혼동’이라는 뜻도 생겨났다 한다. 구약 창세기에, “창조가 시작되는 혼동스럽고 형체가 없는 우주의 기본 상태” (1530년 출간 영어 버전)에 나오는 어마어마한 말이기도 하다. 1977년에 수학에 대두한 혼돈설(混沌說, Chaos Theory)이 있다. 나는 상세한 내막을 모르면서도 이 학설을 생각하면 은근히 마음이 설렌다.   우리는 ‘이것은 저것이다’, ‘A=B’라는 수학 공식을 내세운다. ‘A’라는 독립개체가 ‘B’와 동일하다니. 아무리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부부일심동체(夫婦一心同體), 하는 중국식 사고방식이 만연하는 우리의 성향이라지만. 아무리 눈앞에 의미심장한 사람이 출현하는 순간에 바운더리 의식이 귀신처럼 사라지는 우리의 기질이라지만.   ‘군사부3체’, ‘부부2심2체’라고 21세기식으로 말하고 싶은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절체절명의 위기 감각에서 ‘A=B=C=…’ 하는 공식을 내세우는 사이에 어느덧 세상이 알파벳 수프로 파도치는 거대한 혼돈의 바다가 되는 사태를 두려워하면서.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혼동 혼동과 혼돈 confusion 혼동 시각적 혼동

2024-10-15

[기독교와 사회물리학] 혼돈의 미래 세대, 소망을 가지려면

미래세대가 맞이할 미래는 과학의 시대, 영성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웹 소설, 웹툰, TV 드라마 속에는 전생, 반복되는 인생의 환생, 점성술, 초능력, 미래 예언 등이 난무하다.     성경에서 나타나는 영혼, 부활, 기적, 귀신, 빙의 사건을 토대로 기독교 세계관을 풍기지만 결국 유사과학의 형태를 갖고 미래세대의 영성을 혼돈으로 이끈다.   과학은 기독교 신학과 세계관에 직접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스콜라 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의 윤리적인 면과 지구 구체 이론 같은 과학적 내용을 기반으로 기독교 세계관을 체계화하였다.     루터는 적응(accommodation)의 관점에서 성경과 천문학이 충돌하지 않도록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칼빈은 자연을 탐구하는 일은 하나님의 더 많은 증거와 지혜와 섭리를 알게 함으로 과학적 연구를 적극 권장했고 기독교 세계관을 품는데 문제가 없다고 보았다. 칼빈은 성경이 과학과는 다른 영역을 기록하고 있지만 과학도 하나님의 통치 아래에 있다고 생각했다.   19세기 초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하면서 기독교 사회는 원숭이가 인간의 공통조상이라는 주장에 창조주 하나님을 모독한다고 여겼다. 현대에 와서 리차드 도킨스는 극단적인 환원주의를 내세워 다윈의 진화론을 옹호하며 기독교 세계관을 비판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을 과학의 대척점이 되도록 만들었다.   이와 함께 죽음, 사후 세계, 점성술, 미래 예언, 풍수, 관상, MBTI, 외계인, UFO, 텔레파시 투시 염력 예지 같은 초능력을 포장하는 유사과학이 범람하면서 보이지 않는 세계, 초월적 세계에 대한 유사과학 이론이 영성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유사과학의 영성은 인간 내면의 잠재력, 자연으로부터 오는 정기, 우주의 기를 통해 얻는 마음의 평안, 호흡조절과 참선을 통한 심신의 안정을 추구하는 뉴 에이지 영성이다.   미래세대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아 이성과 논리에 기초한 보편성, 객관성, 합리성을 가진 절대적 진리와 거대담론을 해체한다. 이런 철학의 변화는 미래의 꿈, 현재의 문화를 어떻게 세우고 누려야 할 지를 결정할 때 나타난다.     영국의 문화사회인류학자인 빅터 터너(Victor Turner)는 미래세대가 포스트모더니즘 문화에 적용해 가는 모습이 무질서하고 혼돈된 상태로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미래세대는 하나님 말씀을 진리라고 믿는데 소극적이며 과학이론을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으로 받아들이거나 과학사회를 신뢰할 수 있는 공동체로 선뜻 인정하지 않는다. TV, 신문과 같은 대중매체의 기자들을 정직하고 객관적인 진실을 보도하는 전달자로 보지 않고 유튜브 등에서 방영되는 편향된 영상과 왜곡된 사실 심지어 거짓뉴스를 쉽게 믿고 따른다.     대중매체에 과학적 데이터와 과학자의 의견을 덧입혀 과학의 권위와 언론의 권위가 갖는 파괴력을 극대화 시켜 의견이나 상품에 신뢰를 부여하기도 한다. 어떤 이야기 든 사실이 되고 진실이 되고 진리가 되도록 만든다.   하비 콕스는 과학기술 문화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지만 여전히 성령운동을 통한 종교부흥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21세기를 주도해야 할 미래세대가 기독 영성을 갖게 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창조주 하나님과의 온전한 관계를 통해 내면 세계에 성령 하나님이 거하도록 해야 하고 외적인 세계는 하나님의 통치와 섭리에 따른다는 진리를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과학적 사고로 사실을 인지하고 비판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영성의 성격과 정신과 습관이 미래세대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현대교회는 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나 미래세대 한 영혼이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도록 경건한 영성생활로의 초대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기독 영성이 혼돈의 미래세대에게 자신이 하나님의 자녀라는 정체성을 일깨우게 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 얻어진 산 소망을 갖게 하여 미래를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이 하나님 자녀에게 있음을 깨닫도록 이끌어야 한다. 현대교회가 미래세대의 영성을 책임지며 희망과 안전한 도성이 되어야 한다.   goodchul@gmail.com 조철수 / 목사·맥알렌세계선교교회기독교와 사회물리학 혼돈 미래 과학도 하나님 기독교 세계관 유사과학 이론

2024-02-19

[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6월은 성소수자의 달 그리고 혼돈의 달

자녀 교육의 우선권은 누구에게 있나. 부모가 뒷전으로 밀려났다.   ‘성소수자의 달’인 6월을 맞아 LA통합교육구(LAUSD)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를 카메라 렌즈에 담았다. 성소수자와 관련한 교육은 이제 부모의 의지와 관계없이 학교가 학생에게 강제할 수 있게 됐다.   지난 8일이었다. LA교육위원회 의장인 재키 골드버그 의장이 회의 중에 책 한 권을 높이 꺼내 들었다.    ‘가족에 관한 위대한 책(The Great Big Book of Families)’.    작가는 매리 호프만이다. 다양성(Diversity)을 강조하며 동성부모 가정 등 여러 형태의 가족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그는 책에서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자녀로 이루어진 전통적 가족 형태는 박제된 신화”라고 설명한다.   골드버그 의장이 이 책을 소개한 뒤 정규 커리큘럼에 성소수자 교육을 포함하는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사실상 의무를 위시한 강제다. 결의안에는 성소수자 교육을 원치 않는 부모의 권리가 배제돼있다.    한인들도 많이 찾는 LA한인타운 피오피코 도서관은 성소수자 교육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별 섹션에 전시된 책을 집어 들었다. 몇 권을 소개한다.    ‘When Aidan Became a Brother’는 성적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소녀 에이든의 성전환 과정을 담고 있다.  ‘Mama and Mommy and Me in the Middle’은 두 명의 엄마를 둔 아이의 시각으로 풀어낸 동성 가족 이야기다.  ‘Julian Is a Mermaid’는 인어가 되고 싶어하는 한 남자아이가 드래그 퀸(여장남자)으로 성장하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성전환, 동성부부, 드래그 퀸 모두 현재 진행형인 논란의 주제다.   지난 2일 카메라를 들고 노스할리우드 지역 새티코이 초등학교에서 열린 시위 현장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성소수자 관련 의무 교육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은 침 뱉음을 당하면서도 묵묵하게 피켓을 들고 있었다.   한 학부모의 피켓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Parents, not school districts, have priority for their children’s education.(자녀 교육에 대한 우선권은 학군이 아닌 부모에게 있습니다.)"    말 없는 절규다. LA의 오늘이다. 김상진 사진부장 kim.sangjin@koreadaily.com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성소수자 혼돈 성소수자 교육 성소수자 관련 자녀 교육

2023-06-09

[대선 D-2] "우리가 이긴다"…與 "2∼3%p" 野 "6~8%p" 판세전망도 '혼돈'

[대선 D-2] "우리가 이긴다"…與 "2∼3%p" 野 "6~8%p" 판세전망도 '혼돈' 與, 2030女 등 부동층·중도층 '영끌' 전략…극적인 역전극 모색 野 "투표장 나가야 우세 현실화"…투표독려 속 "더 벌어질수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이슬기 기자 = 3·9 대선이 7일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는 승부를 예측하기 힘든 초박빙 접전 속에서도 엇갈리는 판세 전망을 내놓으며 막판 표심에 호소했다. 여론전을 통해 지지층 총결집에 나서려는 포석도 있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본격 선거전 시작 후 오차범위 내 '박빙열세'였던 판세가 여론조사 공표 금지 후 '깜깜이' 기간 '초접전 동률'로 돌아섰다고 보고 있다. 여권 지지층이 최대로 결집하고, 2030 여성들을 비롯한 부동층·중도층이 이 후보로 쏠리는 막판 흐름이 상승세로 연결돼 결국 이 후보가 2∼3%포인트 차로 역전극을 이끌어낼 것이란 전망이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은 완전히 오차범위 내에 있다"면서 "두 후보 간 차이가 정말 1∼2% 차이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50%를 넘는 호남의 사전투표율 등을 근거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단일화에 위기의식을 느낀 기존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유권자의 절반가량이 몰려있는 데다 중도·부동층이 많은 것으로 분석되는 수도권에서 이 후보의 막판 지지세가 커지면서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TBS라디오에서 "인천과 경기는 경합 우세로 본다"면서 "서울이 사실 열세였는데 지금 다 박빙 열세로 전환됐다"고 주장했다. 중도·부동층 중 20∼30대 여성도 윤 후보의 여성 관련 행보를 비판하면서 이 후보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자체 진단도 내놨다. 민주당은 이에 따라 수도권 중도·부동층과 2030 세대의 표심을 더 공략하는 데 막판 에너지를 쏟아붓는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은 공식선거운동 기간 내내 '박빙우세'를 유지하던 판세가 3월 들어 오차범위 밖 우세로 변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지난 3일 새벽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단일화 성사 후엔 정권교체 지지 여론이 윤석열 후보로 결집하는 흐름이 감지된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당 내부적으론 여론조사 '블랙아웃' 기간에도 꾸준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를 벌려, 본투표일엔 최종적으로 두 자릿수 격차의 '완승'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당내에서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5일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블랙아웃 전 윤 후보가 이 후보에 6∼8% 포인트 앞서는 조사들이 ARS(자동응답) 기준으로 나왔는데, 그보다 더 벌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판세 상 큰 격차의 승리를 예상하면서도 최종 결과는 본투표일의 투표율에 달렸기 때문에 투표 독려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섣부른 승리를 장담하는 바람에 중도층·부동층이 투표에 적극 참여하지 않을 경우 승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부분 예상은 우리 후보가 앞서 있다는 것이다. 이를 확실하게 굳힐 수 있도록 하루 반, 이틀이 채 안 남은 선거운동을 더 열심히 해 우리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야 (판세 상) 앞서 있는 부분이 현실화한다. 투표장에 안 가면 현실화하지 않기 때문에 투표를 독려하겠다"고 강조했다.   wis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대선 D-2 판세전망 혼돈 지지층 총결집 윤석열 후보 여론조사 공표

2022-03-07

'취임 6개월' 트럼프 지지율 36%

취임 6개월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36%에 그친 것으로 16일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 이는 지난 70년간 '취임 6개월'을 맞은 미국 대통령들의 국정지지도로는 가장 낮은 것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6%에 그쳤고 국정 수행에 부정적인 비율도 58%에 달했다. 그의 저조한 지지율은 취임 100일인 지난 4월에 비해서도 6%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제시한 국정 어젠다에 대한 중요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응답 비율은 38%에 불과했고 55%는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3분의 2가량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대표해 세계의 지도자들과 협상하는 것을 신뢰하지 못하겠다고 했고 48%는 미국의 지구적 리더십이 트럼프 대통령 아래서 약해졌다고 답했다. 절반가량이 공화당의 대안보다 기존의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가 좋다고 응답했으며 '트럼프 케어'로 불리는 대안이 좋다는 답은 24%에 그쳤다. 이날 조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대선 기간이던 지난해 6월 러시아 변호사를 만나 '내통' 의혹 파문이 정가를 강타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63%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당시 후보에게 타격을 가하는 정보를 건네받기 위했던 그 만남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또 60%는 지난해 대선 기간 러시아가 트럼프 캠프에 영향력을 미치려 했다고 응답했다. 이 조사는 지난 10~13일 성인 1001명을 상대로 실시됐다.

2017-07-16

트럼프 지지 역풍…극우 매체 두 달 새 광고 90% 줄어

광고 퇴출 압력 폭스뉴스의 앵커 오라일리 성추문 시청자 눈 맞추려 60개사 광고 중단 조직적인 시민운동 반트럼프 단체 '지갑을 움켜쥐어라' 이방카 브랜드 등 70여 곳 불매운동 CEO 명줄까지 좌우 우버 앱 지우기 캠페인 다섯 달 만에 창업주 캘러닉, 윤리 논란 겹쳐 사퇴 기업에 치명적 타격 소비자들 SNS 뒷담화에 더 영향 "나쁜 평판으로 주가 하락 가장 걱정" 지난달 20일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의 창업주 트래비스 캘러닉 최고경영자(CEO)가 사퇴하자 트위터에선 "우버 지우기(#deleteUber) 캠페인의 승리"라는 자축이 쏟아졌다. 우버 애플리케이션(앱)을 지우고 우버 이용을 중단하자는 의미로 해시태그(#)에 '우버 지우기'를 덧붙인 이 캠페인은 지난 1월 말 본격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택시 기사들이 파업 시위를 벌이고 있을 때 우버가 뉴욕공항에서 평소보다 싼 요금으로 영업했다는 게 알려지면서다. 캘러닉 CEO가 트럼프 경제자문단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도 반트럼프 층의 거부감을 불렀다. 일주일도 채 안 돼 20만여 명이 우버 앱을 지우고 경쟁업체인 리프트(Lyft)로 옮겨갔다. 캘러닉은 떠밀리듯 트럼프 자문단에서 사퇴했다. 여기에 기업 내 성추행과 윤리 의식 논란까지 불거지자 마침내 우버는 창업주를 내쫓는 극약 처방을 택했다. 우버 지우기 캠페인은 소비자 불매운동(보이콧)이 인터넷 소셜미디어와 만나 극강 파괴력을 발휘한 대표 사례다. 모바일폰을 통해 소비자 개인이 취향과 가치를 시시각각 표출하는 이른바 '엄지 파워'가 기업 CEO의 명줄까지 좌우하게 된 격이다. 우버의 경우엔 문제 된 기업을 소비자가 직접 혼내줬지만 개개인의 불매로 효과를 얻기 힘든 곳엔 간접 방식의 보이콧도 동원된다. TV 광고 퇴출 압력이 대표적이다. 지난 6월 중순 JP모건체이스는 NBC의 간판프로그램 '메긴 켈리쇼'에 붙이던 광고를 일시적으로 뺐다. 2012년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 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을 날조된 것이라 주장하는 극우 음모론자 앨릭스 존스의 인터뷰 방송을 앞두고서다. JP모건 측은 "이런 방송의 홍보에 본사 이름이 등장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광고를 뺀 이유를 설명했다. 최고마케팅경영자(CMO) 크리스틴 렘카우도 개인 트위터에 "광고주로서 (이런 방송에) 화가 난다"고 적기도 했다. 앞서 지난 4월엔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 빌 오라일리가 성추문에 휩싸이자 벤츠와 BMW.현대자동차 등 60여 개 광고주가 일제히 폭스뉴스 광고를 중단했다. 오라일리 퇴출을 요구한 시청자(소비자)와 눈 맞추기를 한 것이다. 온라인매체 쪽도 마찬가지다. 극우 성향 온라인매체 '브레이트바트 뉴스'에 광고하는 브랜드는 지난 3월 242개에서 5월 26개로 두 달 만에 90% 가까이 줄었다. 이들 기업이 논란이 되는 프로그램이나 매체에서 광고를 빼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들을 후원하는 것으로 소비자에게 비칠 경우 브랜드 가치가 치명타를 입기 때문이다. 디지털마케팅 업체 미디어어소시에츠의 벤 쿤즈 수석부회장은 "최근 들어 광고 자체보다 광고가 노출되는 맥락이 문제 될 때가 많아졌다"며 "정치가 양극화하면서 소비자들도 이런 이슈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분노하는 편"이라고 진단했다.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구입할 때 정치.사회 이슈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각종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글로벌 홍보컨설팅기업 에델만이 4개국 소비자 1만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57%가 브랜드의 정치.사회 입장 때문에 물건을 사거나 보이콧한 적 있다(파이낸셜타임스 6월 5일 보도). 이들 중 30%는 3년 전보다 이 같은 경향이 강화됐다고 답했다. 응답자 넷 중 하나는 "가치를 나누고 싶은 브랜드를 더 산다"고 답했고, 절반(51%)은 정부보다 브랜드가 사회 고질병 치유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소비자의 '지갑'이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에 상을 주거나 벌을 줄 수도 있다는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은 소셜미디어와 만나 조직적인 시민운동으로 발현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지갑을 움켜쥐어라(Grab Your Wallet.GYW)'라는 이름의 반트럼프 단체다. GYW는 지난해 10월 여성의 생식기를 '움켜쥔다'는 언급이 담긴 트럼프의 음담패설 영상이 공개된 직후 이를 패러디한 이름으로 출범했다. 이들은 트럼프의 골프장과 호텔 등은 물론이고 트럼프 일가 브랜드 제품을 파는 유통업체, 나아가 트럼프에 지지선언을 하거나 기부한 업체까지 모두 '블랙리스트'로 공유하면서 불매 운동을 독려한다. 특히 트럼프의 딸 이방카 트럼프의 브랜드를 취급하는 대형 유통업체 노스트롬이 집중 표적이 됐다. 지난 2월 노스트롬은 "판매 부진"을 이유로 이방카 의류 브랜드를 퇴출시켰지만 실제론 불매 운동의 압력이 결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GYW를 이끄는 섀넌 쿨터 대표는 노스트롬의 판매 중단 결정 이후 "23만 건의 트윗과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불매 손실 끝에 그들이 마침내 우리 이야기를 들었다"며 환영했다. 30여 업체로 시작했던 GYW의 블랙리스트는 6월 말 현재 70여 곳으로 늘었다. 이들 불매 운동은 지난 세기와 확연히 다른 '정치적 선명성'이 특징이다. 1990년대 나이키의 불법 아동 노동이 논란이 됐을 때 소비자들이 요구한 건 나이키 퇴출이라기보다 근로환경 개선이었다. 나이키는 전 세계 600여개 공장에 대해 전면 감사를 벌였고 아동 노동 근절 등 산업 전반의 변화가 뒤따랐다. 반면 GYW라든가 이와 비슷한 트럼프 저항운동(The Donald J. Trump Resistance.DJTR) 같은 캠페인은 제품의 품질이나 공정 과정을 따지는 게 아니다. DJTR 웹사이트는 "우리의 돈이 지지하는 가치를 위해 쓰이게 하자. 그렇지 않으면 억압과 차별에 돈을 대주는 게 된다"고 선언하고 있다. 트럼프 제품을 팔거나 이들과 연관된 사업을 하는 것은 인종.성차별에 동조하는 것이고 이런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이 때문에 이런 불매운동에서 기업이 궁극적으로 타격받는 것은 세간의 평판이다. 소비자 운동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브라이든 킹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당장의 실적악화라기보다 나쁜 평판으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TV 등 주류매체가 주름 잡던 시절엔 기업이 광고를 통해 이미지를 윤색하는 게 가능했다. 요즘 소비자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친구'가 들려주는 브랜드 뒷담화에 더 영향 받는다. 이런 소셜미디어의 피드(콘텐트의 실시간 전달)를 일일이 통제하거나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게 기업들의 고민이다. 오히려 이런 트렌드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사회 이슈에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하면서 이를 브랜드 가치로 재확산시키는 것이다.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 목소리를 냈던 구글은 400만 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이민자와 난민구호단체에 기부했고, 스타벅스 CEO는 난민 1만 명을 고용하겠다고 선언했다. 홍보 컨설팅업체 멀버리앤드애스터의 창업주 크리스 알리에리의 처방은 다음과 같다. "브랜드의 성공은 기업이 추구하는 대의에 충실할 때 가능하다. CEO가 그럴듯한 성명을 내고 그치는 게 아니라 그에 걸맞은 활동이나 공헌을 할 때 신뢰감을 준다."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 싶다면 기업이 투자해야 할 곳은 '이미지 포장'이 아니라 '가치의 실천'이란 얘기다.

2017-07-04

연방정부 예산안서 강경 이민정책 예산은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정책이 추진력을 잃게 됐다. 3일 연방하원에 이어 4일 상원을 통과한 1조1000억 달러 규모의 2016~2017회계연도 연방정부 추가 예산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했던 각종 이민 정책 관련 예산이 삭감되거나 아예 제외됐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지금까지는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예산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정도만 알려졌으나 실제 예산안에는 그보다 더 많은 이민 관련 예산이 제외됐다는 것. 신문에 따르면 불체 및 범법 이민자 추방 업무를 담당할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 1만 명 증원을 위한 예산이 포함되지 않았다. 또 법무부 등 트럼프 행정부는 불체자 보호도시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번 예산안에는 지원 예산이 포함됐다. 의회에서 행정부의 방침을 무시한 셈이다. 엄격한 이민 정책을 지지하는 이민단체 미이민개혁연맹의 아이라 멜만 대변인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계속 얘기해왔던 부분들이 이번 예산안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민 관련 정책 예산이 모두 빠진 건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1665페이지에 달하는 예산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 정책을 위한 예산이 제외됐지만 다른 이민 분야에 대한 예산은 반영이 됐다"고 설명했다. 멕시코 장벽 건설이나 1만 명 추방 요원 채용 등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 정책을 위한 예산은 제외시켰지만 기본적으로 강화해야 할 부분은 예산을 책정했다는 설명이다. 의회는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예산 대신 기존 장벽 교체와 국경 순찰 강화를 위한 예산으로 약 15억 달러를 배정했다. 이 돈은 국경 순찰을 위한 드론 등 무인 순찰 항공기 운용과 감시용 카메라 등 기술 장비 마련에 사용될 예정이다. 또 ICE 요원 채용 예산은 제외됐지만 국경수비대 요원 채용을 위한 예산은 포함됐다. 의회는 무분별한 불체자 색출보다는 국경 수비에 더 무게를 두겠다는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ICE에도 총 64억 달러의 예산이 지원된다. 이 예산은 밀입국자나 추방 대상자를 수감하는 구치소 운영 비용과 추방 절차에 소요되는 각종 비용으로 쓰이게 된다. 이 외에도 의회는 행정부가 추진한 마리화나 합법화 주에 대한 제재 예산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은 마리화나 합법화 주에 대한 수사와 제재 의지를 밝혔지만 의회가 그러한 작업에 필요한 예산을 주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주정부는 계속해서 자체적인 마리화나 합법화 법률 제정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됐다. 신동찬 기자 shin.dongchan@koreadaily.com

2017-05-04

클린턴 이메일 수사가 대선 개입?…코미 FBI 국장 "약간 구역질난다"

지난해 미국 대선 막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결정을 공개해 파란을 일으켰던 제임스 코미(사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선거 개입 논란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코미 FBI 국장은 3일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재조사를 결정한 것은 힘든 선택이었지만 진실을 숨길 수는 없었다며 "이메일 스캔들에 입을 다물고 있었으면 FBI는 죽음을 맞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자신의 결정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과 관련해 "약간 구역질이 난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해 대선 11일 전인 10월 28일 이미 불기소 결정을 내려 수사 종결된 '이메일 스캔들'을 돌연 재수사한다고 의회에 통보했고, 이후 판세는 요동쳤다. 그러다 대선 투표일을 이틀 남기고 다시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 때문에 클린턴은 자신의 패배 원인 중 하나로 FBI의 이메일 재조사 공개를 지적했고 전날인 2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만약 대선이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발표 하루 전인10월 27일에 있었다면 내가 여러분의 대통령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코미 국장은 러시아에 대해선 여전히 미국 정치에 관여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러시아가 사이버 범죄자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다며 러시아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대선 캠프 간에 연계 가능성을 계속 조사 중이라고 확인했다.

2017-05-03

트럼프 '종교의 자유'도 명령하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 '국가 기도의 날'(5월 첫째 목요일)을 맞아 종교적인 신념을 이유로 동성애, 성소수자에 대한 서비스와 낙태 시술 등을 거부하는 것을 허용하는 '종교의 자유'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3일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백악관이 '종교의 자유' 행정명령 초안에 대한 최종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종교 지도자들을 대거 초청한 '국가 기도의 날' 행사에 맞춰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백악관이 오랫동안 '종교의 자유' 행정명령을 준비해왔으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준비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펜스 부통령은 인디애나 주지사 시절인 2015년 3월 말 성소수자를 차별할 소지가 다분한 종교자유법에 서명했다가 역풍을 맞고 개정안을 마련한 적이 있을 정도로 예전부터 종교의 자유와 성소수자 차별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지난 2월 사전 유출된 '종교자유를 존중하기 위한 범정부적 구상 구축 보고서' 초안에 따르면 이 행정명령에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동성결혼, 혼전 성관계, 낙태, 성전환자 등에 반대하는 개인과 단체에 대한 면책 조항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성소수자 등 약자에 대한 사실상 합법적 차별의 길을 열어두는 셈이다. 더군다나 성소수자의 공직 취업을 막는 내용도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4년 7월 성소수자 차별 금지에 관한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성소수자의 공직 취업 문호를 활짝 연 바 있다. 행정명령에는 또 오바마케어를 통한 여성들의 피임·낙태 제한에 관한 내용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단체와 진보 활동가들은 당장 정부가 앞장서 차별을 합법화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인권법 위반 법정 싸움도 예고했다. '종교의 자유'는 지난 몇년동안 미국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였다. 동성커플에 대한 각종 서비스를 거부한 사람들이 벌금형 등 처벌을 받자 미시시피, 조지아, 테네시, 노스캐롤라이나 등 보수적인 주들이 일명 '종교자유법'을 제정하면서 종교적 신념이냐 성 소수자에 대한 인권차별 정당화냐를 놓고 격론이 일었다. 대표적 사례는 켄터키주 로완카운티의 킴 데이비스 서기가 종교적 신념이라며 동성커플에 대한 결혼허가증 발급을 거부해 법정구속을 당한 사건이었다. 지난해 4월 미시시피주는 민간 기업 고용주는 물론 공공기관까지 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 커플에 대한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효시켰고 이에 버몬트와 워싱턴, 뉴욕주 주지사가 미시시피주로의 모든 공무 출장을 금지시켰다. '종교의 자유' 싸움은 올해 반이민정책 만큼이나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

2017-05-03

트럼프, 필리핀 대통령 초청 논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에서 저지른 인권침해로 비난받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0일 백악관 성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두테르테 대통령과 "매우 친밀한" 전화통화를 나눴으며 두테르테를 백악관에 초대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두테르테 대통령과 필리핀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단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두테르테를 백악관에 초대하는 것은 필리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탄합을 옹호한다는 뜻이라며 강력 비난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두테르테 대통령을 마약 단속을 핑계로 수천 명을 살해한 '집단살해 지휘자'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나 두테르테 초청은 주무 부처인 국무부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상의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전격 발표한 것으로 알려져 정부 일각에서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는데 정작 두테르테 대통령은 1일 바쁜 외교 일정을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에 응할지 장담할 수 없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이날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금은 어떠한 확약도 할 수 없다. 러시아도 가야 하고 이스라엘도 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

2017-05-01

트럼프 "김정은 만날 의향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만날 의향이 있다고 1일 밝혔다. 다만, "적절한 환경 아래서라면"이라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면 전적으로 그렇게 할 것이다. 영광스럽게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부분의 정치적인 인물들은 이렇게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나는 적절한 여건 아래서라면 그와 만날 것임을 밝힌다"며 "이건 긴급뉴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김정은 위원장을 가리켜 "꽤 영리한 녀석"이라며 '칭찬'에 가까운 발언을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 바 있다.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CBS 방송의 취임 100일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을 두고 "삼촌이든 누구든 많은 사람이 그의 권력을 빼앗으려고 했지만, 그는 권력을 잡을 수 있었다"며 "분명히 그는 꽤 영리한 녀석(pretty smart cookie)"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버지가 죽고 정권을 물려받을 때 26세 또는 27세의 젊은이였고, 특히 장군들을 비롯한 매우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다뤄야 했다"면서 "(그런데도) 매우 어린 나이에 그는 권력을 잡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이성적이라고 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린 나이에 나라를 이끄는 어려운 자리에 있음을 인정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은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날 시기가 아니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분명히 지금은 여건이 되지 않았다"며 "이른 시기에 만남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이 사라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7-05-01

트럼프 "김정은 만날 의향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만날 의향이 있다고 1일 밝혔다. 다만, "적절한 환경 아래서라면"이라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면 전적으로 그렇게 할 것이다. 영광스럽게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부분의 정치적인 인물들은 이렇게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나는 적절한 여건 아래서라면 그와 만날 것임을 밝힌다"며 "이건 긴급뉴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김정은 위원장을 가리켜 "꽤 영리한 녀석"이라며 '칭찬'에 가까운 발언을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 바 있다.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CBS 방송의 취임 100일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을 두고 "삼촌이든 누구든 많은 사람이 그의 권력을 빼앗으려고 했지만, 그는 권력을 잡을 수 있었다"며 "분명히 그는 꽤 영리한 녀석(pretty smart cookie)"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버지가 죽고 정권을 물려받을 때 26세 또는 27세의 젊은이였고, 특히 장군들을 비롯한 매우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다뤄야 했다"면서 "(그런데도) 매우 어린 나이에 그는 권력을 잡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이성적이라고 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린 나이에 나라를 이끄는 어려운 자리에 있음을 인정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고 설명했다. 김병일 기자 kim.byongil@koreadaily.com

2017-05-01

취임 100일 맞은 트럼프 행정명령 32개 서명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취임 100일을 맞아 자신의 정책을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건강보험과 세제개혁을 약속한 반면 언론에 대해서는 미국인을 호도하고 있다고 다시 한번 비판을 가했다고 CNN,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주류 매체들이 '가짜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오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단 만찬에 불참하는 대신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연설했다. 그는 이날 취임 100일 연설에서도 미국 우선주의인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쳤다. 이번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제조업 부흥, 보다 나은 무역협정, 멕시코 국경 거대장벽 설치, 세제개혁이 정책 우선 순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국가들이 우리들로부터 이익을 취하는 것을 더는 지켜보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부터는 '어메리카 퍼스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불허했던 키스턴XL 송유관 사업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키스턴 송유관 사업을 승인했다며 이를 통해 4만80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장벽에 대해서도 예정대로 건설이 이뤄질 것이라며 "당신들은 집에 가서 편안히 쉬면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100㎞의 장벽을 건설하는 데 10억 달러의 비용이 든다며 의회에 추가 예산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취임 100일을 맞아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언론들은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이후 현실에 맞춰가면서 변해가고 있다고 하면서도 대통령 역사학자들이 "이전에는 없었다"고 평가하는 말이나 행동을 거의 매일 쏟아냈다고 30일 보도했다. 또한 이전 대통령들이 지킨 관습을 따르지도 않고 있다며 세금납부 내용의 공개를 거부하면서 다른 대통령보다 불투명한 상태로 남아 있고 장녀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백악관에서 근무하게 해 전임자들보다 더 '가족 위주의 백악관'으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이후 99일 중 91일 동안 적어도 한번 이상의 거짓, 또는 사실을 오도하는 주장을 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도청을 지시했다는 주장, 스웨덴에서 테러가 발생했다고 시사한 발언 등을 그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한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취임 100일을 숫자로 정리했다. 폴리피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간 모두 507개의 트윗을 날렸고, 32번의 인터뷰와 9번의 기자회견을 했다. 31일을 마라라고나 트럼프호텔 등 자기 소유지를 방문했으며, 19일간 골프를 쳤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모두 16명의 외국 정상을 만난 반면 해외 출장은 아직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또 32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해 행정명령을 남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현우 기자 kim.hyunwoo@koreadaily.com

2017-04-30

트럼프, 무역협정 전면 재검토 행정명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체결한 모든 무역협정을 전면 재검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위기를 맞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9일 한미FTA를 비롯해 각 교역대상국, 세계무역기구 등과 미국이 체결한 무역협정에 문제가 없는지 전면 재검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CBS뉴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연방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는 180일 내 미국 내 일자리를 빼앗고 무역 적자를 심화시키는 무역협정을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행정 명령은 특히 한미 FTA를 둘러싼 갈등도 예견된 상황이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한미 FTA는 받아들일 수 없고 끔찍한 협정이다. 재협상하거나 종료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그동안 미국도 한미 FTA를 긍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주장해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전략의 하나일 뿐 실제로 한미 FTA가 폐기될 가능성은 작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실제로 한국산 수입품에 대한 규제의 강도를 점점 높여가고 있어 그의 발언이나 행동을 단순한 허풍으로 치부하고 넘기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이번에 행정명령이 이뤄진 무역협정 조사는 한미 FTA만 포함된 것이 아닌 데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먼저 해결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현우 기자 kim.hyunwoo@koreadaily.com

2017-04-30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 '미국은 더 갈라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이 됐지만 미국의 분열은 더 심화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서 취임 100일을 자축하는 연설을 했다. 트럼트 대통령은 "행정부의 첫 100일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며 닐 고서치 대법관 임명, 환경.비즈니스 규제 완화, 안보 조치 강화 등을 주요 업적으로 꼽았다. 또 자신의 주요 공약인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및 오바마케어 폐지에 대해 "반드시 지킬 것이니 걱정 마라"고 강조해 행사장을 가득 메운 지지자 7000여 명의 환호를 받았다. 언론에 대한 적개심도 강하게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같은 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행사을 겨냥해 "워싱턴의 오물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오늘 밤 워싱턴에서 또 하나의 행사가 열리고 있다. CNN 등 '가짜 뉴스(fake news)'들은 오늘 우리와 함께 하고 싶었겠지만, 매우 지겨운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만찬에 발이 묶였다"며 "내년에도 기자단 만찬이 아닌 이 곳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 펜주는 지난해 대선에서 1988년 이후 처음으로 공화당 후보를 선택했다. 지난 93년 동안 현직 대통령이 불참한 것은 워터게이트 사건에 휘말려 하야한 리처드 닉슨과 총격을 당해 수술을 한 로널드 레이건(1981년)의 두 차례뿐이었다. 이에 대해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취임 후 99일 중 최소 91일은 거짓말과 사실 오도를 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트럼프가 과거 대통령보다 정치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았지만 지난 100일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정책이 무지로 점철됐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분열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지지율은 42.9%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대선 당시 지지자 중에는 2%만이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다고 말해 지지자들에겐 압도적 성원을 받고 있다. 한편 취임 100일을 맞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를 비롯, 미국이 맺은 20개 무역 협정을 모두 재검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는 180일 안에 미국 내 일자리를 빼앗고 무역적자를 심화시키는 협정을 조사한 뒤 이에 관한 해결책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미 FTA와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등 트럼프 대통령이 불평등하다고 주장한 무역협정들의 개정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 폐지를 위한 하원 표결이 임박했음을 예고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오바마케어는 이미 죽었다. 이를 대체하는 트럼프케어가 곧 나온다"고 밝혔다. 서한서 기자 seo.hanseo@koreadaily.com

2017-04-30

32년 전 알박기로 헐값에 사들인 트럼프 '겨울 백악관'

1927년 제너럴푸드 상속녀가 지어 1만㎡, 침실 58개, 극장, 9홀 골프코스 73년 정부에 기탁, 81년 카터가 반납 포스트 재단에서 내놨는데 안 팔려 뉴요커 트럼프, 85년 보자마자 살 생각 2500만 달러 제시, 재단에서 더 요구 앞 해변 사"조망 망칠 건물 짓겠다"협박 반값도 안 되는 800만 달러에 구입 리조트 개발 반대한 주민들 상대 소송 "스필버그·키신저도 회원권"거짓 광고 팜비치 명문가 주민들 두 손 들어 트럼프 재임 석 달 새 7번 방문 애착 "그는 미국 대통령일 뿐 아니라 팜비치의 왕이다." 잡지 베니티페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 게재한 기사 중 한 대목이다. 뉴요커 트럼프의 플로리다 진출기를 담은 기사였다. 이 문장을 응용하면 워싱턴엔 대통령을 위한 백악관이 있고, 플로리다 팜비치엔 왕을 위한 '마라라고 리조트'가 있다. 취임 석 달을 맞은 트럼프의 행보를 보면 마라라고는 제2의 백악관이다. 이곳에서 아베 신조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고, 미군의 시리아 공습 등 안보 현안도 보고 받았다. 지난달 16일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을 때도 트럼프는 마라라고에서 부활절 휴가 중이었다. 언론에 따르면 그는 재임 석 달 동안 마라라고를 7번 방문했다. 시민단체는 "대통령 여행 경비에 세금 2100만 달러가 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도 마라라고를 찾을 듯하다. 특유의 의지와 저돌성으로, 편법과 꼼수를 동원해 가며 손에 넣은 제2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마라라고의 원주인은 시리얼 브랜드 포스트를 보유한 식품회사 제너럴푸드의 상속녀 마조리 매리웨더 포스트다. 유럽 예술에 심취했던 그는 스페인 타일, 이탈리아의 프레스코 등 온갖 유럽 양식을 적용해 1927년 마라라고를 완성했다. 바다에서 호수까지(Sea-to-lake)를 뜻하는 스패니시, 마라라고(Mar-a-lago)라는 이름은 천혜의 입지에서 가져왔다. 리조트가 대서양과 호수를 양옆으로 끼고 있기 때문이다. 1만㎡(약 3000평)가 넘는 마라라고는 침실 58개, 욕실 33개, 연회장·극장 등을 갖추고 있다. 9홀짜리 골프 코스도 딸려 있다. 27m 높이의 타워에선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탁 트인 수평선을 감상할 수 있다. 아름다운 건축 양식 덕에 마라라고는 사적지·역사기념물로도 지정돼 있다. 포스트는 73년 사망하면서 "마라라고를 겨울 백악관으로 사용해 달라"며 정부에 기탁했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이던 리처드 닉슨은 더 남쪽의 휴양지인 키 비스케인에 있는 친구의 별장을 이용했다. 검소했던 지미 카터는 화려한 마라라고가 부담스러웠다. 81년 카터 행정부는 매년 100만 달러씩 유지비가 들어가는 마라라고를 포스트 재단에 반납했다. 재단은 이를 2000만 달러에 매물로 내놨다. 트럼프는 97년 펴낸 책 '트럼프: 귀환의 기술(Trump: The Art of the Comeback)'에 마라라고에 홀딱 반한 순간을 기술했다. 플로리다에서 겨울 휴가를 즐기곤 했던 그는 85년 팜비치에서 가장 좋은 부동산을 찾아나선다. 이때 추천받은 곳이 수년간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한 마라라고였다. 트럼프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보자마자 내 것으로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포스트의 유가족에게 내부 집기를 포함해 2500만 달러에 사겠다고 제시했다. 가족은 더 큰 금액을 요구했다. 협상의 달인을 자처하는 트럼프는 협상 대신 협박을 선택했다. 일단 몇 해 전 포스트 재단이 34만6000달러에 매각한 마라라고 앞 해변을 200만 달러에 사들였다. 그러고는 "바다 조망을 망칠 끔찍한 건물을 짓겠다"고 협박했다. 결국 트럼프의 승리. 85년 그는 단돈 800만 달러에 마라라고를 얻었다. 훗날 트럼프는 워싱턴포스트(WP)에 "내가 해변을 가졌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팔 수 없었고, 값은 계속 떨어졌다"며 알박기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난관은 이어졌다. 90년대 트럼프는 사업 위기를 맞는다. 빚은 눈덩이처럼 불었고, 카지노·호텔 지분을 매각해야 했다. 그렇지만 마라라고는 지켰다. 리조트로 개발해 돈벌이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주민의 반대. 당시 팜비치는 밴더빌트·휘트니·듀폰 등 미국 전통 명문가가 독점하고 있었다. 자신들만의 사교 클럽을 운영했고, 회원 허락 없이 외부인을 동네에 초청할 수도 없게 했다. 이들에게 아무나 리조트 회원으로 받겠다는 트럼프는 눈엣가시였다. 팜비치 카운티 의회는 트럼프의 계획을 만장일치로 거부했다. 트럼프는 5000억 달러짜리 소송부터 걸었다. 지역 신문엔 "스티븐 스필버그, 헨리 키신저, 덴절 워싱턴,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회원권을 이미 샀고,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비 부부도 가입서를 작성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가입서만 보내 놓고는 거짓 광고를 한 것이다. 또 귀족 클럽이 암묵적으로 유대인·흑인의 회원 가입을 거부한다는 사실을 공격했다. 결국 '고상한 귀족'들은 차별주의자라는 낙인을 견디지 못하고 두 손을 들었다. 마라라고는 지금도 회원권 보유자만 이용할 수 있는 고급 리조트로 운영 중이다. 트럼프 가족은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별도 공간을 이용한다. 회원과 분리돼 있다지만, 트럼프의 방문이 잦아지면서 민주당은 문제 삼기 시작했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리조트 회원과 사적으로 접촉하는 것 아니냐"며 "회원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또 백악관을 포함한 대통령 업무 공간에선 방문 기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마라라고 법도 발의한 상태다. 골프장 땅도 소송 걸어 싼값에 장기임대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 옆엔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이 있다. 당초 골프장 부지는 팜비치 카운티 소유였다. 이 땅을 트럼프에게 안겨준 것도 마라라고였다. 1995년부터 트럼프는 팜비치 카운티에 4차례 소송을 걸었다. 소송액은 7500만 달러(약 855억원). 마라라고 위를 지나 공항을 오가는 비행기 소음이 이유였다. 마침 카운티는 공항 남단의 쓸모없는 땅을 시장에 내놓은 터였다. 이 땅에 눈독을 들인 이는 물론 트럼프다. 그는 소송 취하를 대가로 30년 장기임대를 제안했다. 임대료는 첫해 43만8000달러. 215에이커(약 26만 평) 넓이의 땅 임대료로는 헐값이었다. 그럼에도 트럼프와의 소송을 위해 100만 달러 넘는 비용을 치러야 했던 카운티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카운티 측 변호사는 "윈윈(win-win) 거래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종 승자는 트럼프였다. 그는 세계적인 골프 코스 설계자를 섭외해 황무지를 플로리다 최고 골프장으로 만들었고, 회원권을 팔았다. 2011년 자료에 따르면 골프장 회원권 가격은 15만 달러, 연간 이용료는 2만5000달러다. 홍주희 기자

2017-04-30

이틀 연속 트럼프 '사드 청구서' 3대 미스테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8일 워싱턴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비용 10억 달러를 한국에게 내라고 요구했다. 난데 없는 발언에 미 정부 인사들도 당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갑작스런 ‘사드 청구서’를 둘러싼 미스테리를 짚어봤다. ①미 정부의 조율된 입장인가=미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는 29일 복수의 국방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 국방부는 사드 이전을 중단하거나 동맹국에 비용을 청구하라는 명령을 받은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에서는 그 누구도 한국에 보낼 청구서를 만들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국무부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한다. 관련 사정에 정통한 외교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직후 국무부 실무자들에게도 확인했는데 익명을 전제로 ‘이게 대체 무슨 소리냐.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는 반응을 보이며 당황하더라”고 귀띔했다. 복수의 정부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2월 방한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3월 방한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지난 16일 방한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한국 측 인사들과 만났을 때도 비슷한 언급조차 없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로이터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에 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통보(inform)’했다고 밝혔지만, 한국 정부에는 이런 사실을 통보받은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과 세차례에 걸쳐 통화했는데 이 때도 일언반구도 없었다고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확인했다.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한국은 물론 미 정부 인사들도 사전에 몰랐던 돌발성 발언일 가능성이 크다. ②한국 반발 보고도 하루만에 또, 왜?=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연거푸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드 청구서를 들이밀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 인터뷰에 이어 28일(현지시간)에는 워싱턴 타임스 인터뷰에서 말했다. 로이터 인터뷰 발언이 보도된 직후 한국 내에서 극렬한 반발 여론이 형성됐는데, 아랑곳 않고 또 한국을 공격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그 사이 한·미 외교장관 회담도 있었다. 미국이 주재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북핵과 비확산’ 회의에 참석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8일 회의 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을 따로 만났다. 예정에 없던 회담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발언이 충격파를 일으키자 급히 수습에 나선 것이다. 윤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한·미가 맺은 약정상 한국은 부지를 제공하고 사드 운용 비용 등은 미 측이 부담해야 한다는 정부 입장과 악화하는 한국 내 여론을 전달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틸러슨 장관은 이런 한국 정부의 입장과 경위에 대한 설명을 아주 잘 경청하고, 미국의 관련 부서에 잘 전달하겠다고 했다. 미국 측에서 이에 대해 적절한 방식으로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또 워싱턴 타임스 인터뷰에서 사드 비용 발언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입장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정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두번째 인터뷰를 하기 전에 틸러슨 장관으로부터 적절한 설명을 들은 것인지가 확실치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미 외교장관회담은 미 동부 시간으로 오전 10시 전에 이뤄졌다. 틸러슨 장관은 직후에 유엔 안보리 회의에 이어 오찬까지 주재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도 만났다. 워싱턴 타임스 인터뷰가 인터넷에 올라온 시각은 오후 5시 전후다. 인터뷰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금요일(28일)에 말했다”고만 돼 있다. 인터뷰를 한 뒤 기사 작성에 걸리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인터뷰 전에 틸러슨 장관이 백악관에 들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황을 설명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백악관 숀 스파이서 대변인이 관련 질문에 “그 문제에 대해 나중에 여러분에게 할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즉답을 피한 것도 이런 상황 정리가 다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월요일에 이뤄질 백악관이나 국무부 브리핑을 보면 어느 정도 정리된 입장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③왜 취임 뒤 100일이나 지나서?=한·미의 사드 배치 결정은 지난해 7월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 1월 취임한 이후 한·미는 배치에 속도를 냈다. 그 사이 미 측에서 비용 문제를 제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예 취임 직후에 문제를 제기했으면 모를까, 취임 100일이나 지나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비용을 내라고 요구한 데 대해 정부 내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외교가 소식통은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은 트럼프 대통령 본인밖에 모르겠지만, 아마 사드의 효용과 비용에 대해 최근에 제대로 된 정보를 입력받았을 수 있다. 한·미가 어떤 과정을 통해, 약정에 어떤 식으로 규정하면서 사드 배치가 이뤄진 것인지 그 간의 경과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비용 문제를 꺼내든 이유가 뭐가 됐든, 향후 동맹에 대한 비용과 역할 분담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는 예고탄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지혜 기자

2017-04-29

트럼프 "한미 FTA 재협상"…한인 경제권도 우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즈음해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또는 재협상 방침을 밝혀 한미 통상 관계자들과 기업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 트럼프의 발언은 사드 배치 비용 청구 등을 비롯해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인사회는 2007년 4월 최종 협상 타결이 이뤄질 때까지 협정 찬성에 힘을 모은 바 있다. 당연히 이번 상황은 한인사회에 당혹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10년 전 한·미FTA 체결 촉구를 위해 나섰던 강석희 전 어바인 시장은 "미셸 스틸 박(당시 가주조세형평위원) 등 주요 한인 인사들이 백악관에 촉구 서한을 보내고, 공화 민주 등 정치권 로비에도 힘을 쏟았다"며 "당시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는 한미FTA에는 한국과 미국 모두 '윈윈'할수 있는 조건이 많다는 것이 설득의 핵심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제조업 노동자들과 민주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온 바 있다. 강 전 시장은 비즈니스 즉, 주고 받는 원칙을 고수하는 트럼프가 이번에도 강경 보다는 협상을 통한 실익을 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간 무역에 20년 넘게 종사해온 한 관계자는 "트럼프는 어떤 분야든 손해보는 것을 하지 않는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협상의 여지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면 재개정은 정치적 액션으로 보이고 다만 자동차나 쌀과 같이 일방적으로 한국에 유리한 몇몇의 항목의 개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LA한인상공회의소 한 관계자는 "한국이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조항을 넣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엔 한국과 동남아시아에서 물건이나 재료를 수입하는 무역인들 입장에서는 적지않은 고충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간 정체됐던 법률 서비스 시장 개방,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투명성 등도 협상문에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 10년 전에 진출한 한 한국 기업의 임원은 "미국이 제조업 분야를 강화하면 한국에 미치는 피해는 명약관화하다"며 "한인 지상사들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간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온 K로펌 관계자는 "한인사회 전문 인력들은 재협상을 통해 한국 시장이 더욱 개방돼 오히려 혜택을 볼 수 있는 여지도 있다"며 "이는 한인사회 1.5세와 2세 전문직들의 무대가 한국으로 넓어지는 효과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최인성 기자·정현욱·김지영 인턴기자 choi.inseong@koreadaily.com

2017-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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