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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연속 트럼프 '사드 청구서' 3대 미스테리

한국 반발 보고도 하루만에 또, 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8일 워싱턴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비용 10억 달러를 한국에게 내라고 요구했다. 난데 없는 발언에 미 정부 인사들도 당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갑작스런 ‘사드 청구서’를 둘러싼 미스테리를 짚어봤다.


①미 정부의 조율된 입장인가=미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는 29일 복수의 국방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 국방부는 사드 이전을 중단하거나 동맹국에 비용을 청구하라는 명령을 받은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에서는 그 누구도 한국에 보낼 청구서를 만들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국무부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한다. 관련 사정에 정통한 외교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직후 국무부 실무자들에게도 확인했는데 익명을 전제로 ‘이게 대체 무슨 소리냐.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는 반응을 보이며 당황하더라”고 귀띔했다.

복수의 정부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2월 방한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3월 방한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지난 16일 방한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한국 측 인사들과 만났을 때도 비슷한 언급조차 없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로이터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에 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통보(inform)’했다고 밝혔지만, 한국 정부에는 이런 사실을 통보받은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과 세차례에 걸쳐 통화했는데 이 때도 일언반구도 없었다고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확인했다.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한국은 물론 미 정부 인사들도 사전에 몰랐던 돌발성 발언일 가능성이 크다.

②한국 반발 보고도 하루만에 또, 왜?=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연거푸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드 청구서를 들이밀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 인터뷰에 이어 28일(현지시간)에는 워싱턴 타임스 인터뷰에서 말했다. 로이터 인터뷰 발언이 보도된 직후 한국 내에서 극렬한 반발 여론이 형성됐는데, 아랑곳 않고 또 한국을 공격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그 사이 한·미 외교장관 회담도 있었다. 미국이 주재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북핵과 비확산’ 회의에 참석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8일 회의 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을 따로 만났다. 예정에 없던 회담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발언이 충격파를 일으키자 급히 수습에 나선 것이다.

윤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한·미가 맺은 약정상 한국은 부지를 제공하고 사드 운용 비용 등은 미 측이 부담해야 한다는 정부 입장과 악화하는 한국 내 여론을 전달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틸러슨 장관은 이런 한국 정부의 입장과 경위에 대한 설명을 아주 잘 경청하고, 미국의 관련 부서에 잘 전달하겠다고 했다. 미국 측에서 이에 대해 적절한 방식으로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또 워싱턴 타임스 인터뷰에서 사드 비용 발언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입장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정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두번째 인터뷰를 하기 전에 틸러슨 장관으로부터 적절한 설명을 들은 것인지가 확실치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미 외교장관회담은 미 동부 시간으로 오전 10시 전에 이뤄졌다. 틸러슨 장관은 직후에 유엔 안보리 회의에 이어 오찬까지 주재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도 만났다. 워싱턴 타임스 인터뷰가 인터넷에 올라온 시각은 오후 5시 전후다. 인터뷰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금요일(28일)에 말했다”고만 돼 있다. 인터뷰를 한 뒤 기사 작성에 걸리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인터뷰 전에 틸러슨 장관이 백악관에 들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황을 설명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백악관 숀 스파이서 대변인이 관련 질문에 “그 문제에 대해 나중에 여러분에게 할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즉답을 피한 것도 이런 상황 정리가 다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월요일에 이뤄질 백악관이나 국무부 브리핑을 보면 어느 정도 정리된 입장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③왜 취임 뒤 100일이나 지나서?=한·미의 사드 배치 결정은 지난해 7월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 1월 취임한 이후 한·미는 배치에 속도를 냈다. 그 사이 미 측에서 비용 문제를 제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예 취임 직후에 문제를 제기했으면 모를까, 취임 100일이나 지나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비용을 내라고 요구한 데 대해 정부 내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외교가 소식통은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은 트럼프 대통령 본인밖에 모르겠지만, 아마 사드의 효용과 비용에 대해 최근에 제대로 된 정보를 입력받았을 수 있다. 한·미가 어떤 과정을 통해, 약정에 어떤 식으로 규정하면서 사드 배치가 이뤄진 것인지 그 간의 경과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비용 문제를 꺼내든 이유가 뭐가 됐든, 향후 동맹에 대한 비용과 역할 분담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는 예고탄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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