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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어르신들의 삶…2세들이 듣고 기록한다

한인 2세들이 음식을 매개로 한인 어르신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기록한다. 이야기는 지역 예술가들의 일러스트와 함께 잡지에 실려 젊은 세대에게 전해진다.   LA와 북가주 지역 한인 2세들이 만든 단체 ‘씨야기(Seed Story)’가 하는 일이다.   씨야기는 지난 2021년 조경 디자이너 배한나씨가 성현(스튜디오 문야), 황지니(플랜트 디자이너), 이윤주(예술단체 교포), 이지현(비영리단체 컨설턴트)씨 등과 함께 설립한 단체다.   이 단체는 1세대의 이야기 속에서 오늘날 문화권과의 연결고리를 찾아 이를 차세대에 전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배한나씨는 “음식은 언어의 장벽, 세대 간 장벽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주제”라며 “그들의 이야기는 곧 사라질 수도 있는 정보들인데 이를 듣고 기록해서 다음 세대를 비롯한 타 커뮤니티에도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씨야기는 문화 기억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LA, 샌프란시스코 등의 한인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음식과 관련한 삶의 이야기를 심층 인터뷰를 통해 기록했다. 예술가들은 1세들의 이야기를 일러스트로 그렸다. 젊은 세대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글과 그림은 영문 잡지로 제작돼 벌써 10권이나 만들어졌다.   프로젝트 시행 초기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고령의 이민자들이 자신의 과거에 대해 진솔하게 말할 수 있도록 관계부터 형성돼야 했다. 이들은 친할아버지, 친할머니를 대하듯 다가갔다. 인터뷰 시간에도 구애받지 않았다. 어르신들의 마음을 열어야 했다.   배씨는 “한국은 과거 농경 국가였는데 어르신들은 어린 시절 먹었던,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음식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줬다”며 “일제 강점기, 전쟁의 기억 등 고난 속에서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준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인 2세들이 씨야기를 통해 의기투합하게 된 것은 팬데믹 사태 때문이었다.   코로나 확산이 극심할 당시 배씨의 할머니는 요양원에서 생활 중이었다. 가족과 면회도 중단되고 언어 장벽으로 인해 요양원 내에서 고립돼야 했다. 팬데믹 사태가 불거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배씨의 할머니는 건강 악화로 요양원에서 쓸쓸하게 눈을 감았다.   배씨는 “인터뷰를 떠나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은 우리가 윗세대에게 놓치고 있던 인간적인 유대감을 형성하는 행위였다”며 “이 프로젝트는 ‘인간 대 인간’의 관계 형성을 통해 어르신들의 고립감도 덜어주자는 게 목표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북가주 지역 원주민인 ‘올론(Ohlone)’족과 한인 노인들의 문화 공유를 위해 만남의 행사도 진행했다. 도토리가 양 문화권을 잇는 매개였다.   씨야기의 이지현씨는 “전 세계적으로 도토리를 먹는 문화권이 거의 없는데 올론족은 한인들과 마찬가지로 도토리를 먹는다”며 “올론족 레스토랑에서 셰프들이 한국식 도토리묵을 비롯한 도토리로 만든 코스 요리를 선보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현재 씨야기는 오클랜드 지역 차이나타운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비영리단체인 ‘컷 프룻 콜렉티브(Cut Fruit Collective)’와 함께 지역사회 내 한인, 중국인 노인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들으며 음식을 나누는 이벤트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씨야기는 현재 웹사이트(www.ssiyagi.com)를 통해 한인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UC버클리에서 한인 이민자 노인들을 위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강의도 진행한 바 있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한인노인 기록 한인 노인들 한인 어르신들 단체 씨야기음식

2023-06-18

결국 '공동체'가 해답이다 [고독사 기획3]

로렌스빌에 거주하는 민양녀 씨(90)는 5형제와 함께 살고 있다. 민씨가 낳은 12형제 가운데 5명이 애틀랜타에 거주한다. 1985년 미국에 이민온 민씨는 11째 아들 은석 씨의 집에 살고 있다. 반경 20마일 이내에 5형제가 살고 있어 어머니를 자주 찾아온다. 민씨가 병원에 갈 때마다 가족이 동행하는 것은 물론이다. 민씨의 12번째 아들인 현철 씨는 “어머니는 우리를 키우기 위해서 갖은 고생을 다하셨다. 어머니를 형제가 다 함께 모시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민씨 가족은 한국의 전통적 대가족의 예이다. 이처럼 대가족은 아니더라도 노인을 부양하는 한인 가족은 여전히 많다. 2010센서스에 따르면 한인이민자 가정 54만7873가구 가운데 10만1583가구가 노인을 부양하고 있다. 한인가정 5가구 중 1가구가 노인을 부양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미국 이민생활에서 이같은 대가족을 유지하기는 더이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고향과 동떨어진 이민생활, 잦은 이사와 경제불황, 뿔뿔이 흩어진 형제들, 줄어드는 자녀 숫자 등은 노인 부양을 갈수록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국식 대가족은 더이상 노인문제의 대안이 될수 없는 현실이다. ▶'고독사' 두려운 노인들 '역이민'=2010년 센서스는 이같은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가족 없이 혼자 살고 있는 65세 이상 한인 노인은 2000년 1만3114명에 머물렀지만, 2010년 2만8274명으로 나타났다. 한인 독거노인의 숫자가 10년새 100% 이상 늘어난 것이다. 더이상 개인의 '효자·효녀' 정신만으로는 노인 문제 부담을 해결할수 없는 상황이다. 일부 노인들은 자녀의 부담을 줄이고, 편안한 노후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가는 쪽을 선택하기도 한다. 한국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2011년 미국에서 한국으로 역이민한 한인 이민자는 2122명이다. 이는 5년전 1319명에 비해 60.9%나 증가한 수치다. 외국인 거주비자 없이 한국에 거주하는 한인 이민자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역이민자의 상당수는 노인 인구로 추정된다. 한국의 제주도와 전라남도 해남은 노인 역이민자를 겨냥해 ‘미국 노인 타운’을 만들 정도로 역이민자의 증가추세는 만만치 않다. 그러나 '귀향'은 누구나 선택할수 있는 대안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독거노인을 돌보고 고독사를 예방할수 있을까. 이에 대해 학계 및 자원봉사단체 들은 "결국 해답은 '커뮤니티 정신'과 '제도개선'"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3일 노크로스 리 장례식장에서 고 정영근 목사의 장례식이 열렸다. 정목사는 지난 7월 21일 로렌스빌 자택에서 아내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정목사 가족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워 장례를 치르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이에 애틀랜타 한인회와 대애틀랜타 교회협의회, 각종 단체장과 비즈니스 오너들이 돈을 모아 사망 10여일만에 장례를 치를수 있었다. 이에 대해 정목사를 위해 성금을 모은 애틀랜타 한인회 패밀리센터의 이순희 소장은 "결국은 '공동체 정신'이다. 한인들은 남이 어려운 일을 당하면 가족처럼 생각하고 돕는다"라며 "결속력 강한 한인사회에서 독거노인 등 불우이웃 돕기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커뮤니티가 나서야=이처럼 한인사회 특유의 가족주의와 미국사회의 자원봉사 정신이 결합된다면, 커뮤니티 차원의 노인문제 대책 수립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워싱턴DC, 시애틀, 애틀랜타, 뉴저지 등애서는 한인회 및 한인 노인회, 교회 차원에서 독거노인을 매주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노인회를 찾아오기 어려울 정도의 노약자들에게는 ‘독거노인 도우미’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독거노인을 매주 정기적으로 방문해 쌀 등 음식을 나누고 건강을 체크하는 방식이다. 일부 한인사회에는 한인전용 호스피스도 마련돼 한인 노인들이 가족과 함께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가족이 있는 노인들이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지만, 가족이 없는 노인도 이곳의 보살핌을 받다 죽기도 한다. 기존 노인복지 제도를 한인사회가 효과적으로 활용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부에서 마련한 임시간호, 성인데이케어 제도가 좋은 예이다. 임시간호(respite care)는 가족 대신 노인 환자나 장애자를 일시적으로 보살피는 제도이다. 미국 노인학회(The Gerontological Society of Americ) 회원인 방화 리 카사도 메릴랜드대 교수(Banghwa Casado) 교수는 “노인 부양에 대해 가족 구성원간 합의가 이뤄진 한인 가족에게 있어서 임시간호 제도는 가족 공동체를 유지하고 노인을 부양하는 좋은 제안이 될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인을 비롯한 이민자들은 언어적 장벽이나 정보 부족 등으로 인해 노인보호부양자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카사도 교수가 146명의 한인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인 가정들은 임시간호 제도를 비롯 성인 데이케어, 가정 건강 및 교통 서비스 이용에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응답자 10명중 8명은 임시간호제도나 노인보호부양자 지원 단체들이 있는지 여부조차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체계적 미국 복지제도 소개가 필요한 실정이다. ▶'고독사' 당신의 미래=고독사는 단순히 아시안 이민자의 문제만이 아니다. 미국 사회가 곧 직면해야 할 문제다. 보울링그린 주립대 아펜린 조교수와 수잔 브라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베이비 부머들이 홀로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들이 2010년도 센서스를 분석한 것에 다르면, 45~63세의 성인 가운데 1/3이 결혼하지 않고 홀로 산다. 이는 1980년에 비해 50%이상 늘어난 것이다. 특히 상당수 베이비 부머들이 이혼하거나 결혼하지 않고 홀로 살고 있다. 10~20년 후에는 고독사하는 미국인들이 더욱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린 교수는 “과거에는 가족 또는 배우자가 노년의 삶을 돌봐줬지만, 홀로 사는 베이비부머들은 홀로 죽을 가능성이 높다”며 “정책 입안자들이 10~20년 후를 내다보고 베이비부머의 고독사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 이 기사는 전미 노인학회와 뉴 아메리칸 미디어 주최, 메트라이프 재단 후원 노인복지 펠로우십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된 것입니다. Jongwon Lee wrote this article as part of a MetLife Foundation Journalists in Aging Fellowship, a project of New America Media and the Gerontological Society of America. 이종원 기자

2012-08-20

한인 독거노인 '3만명 시대'...모두가 '고독사 예비군' [고독사 기획2]

2010년 12월 22일 오후 1시 춘자 프랭크(68, Chun Cha Frank) 씨가 애틀랜타 폰스 드 레온 애비뉴(Ponce De Leon Av) 선상 자신의 자택에서 사망한채 발견됐다. 프랭크 씨는 자택 목욕탕에 엎드린 모습이었으며, 사망한지 2~3일 이상 된 상태였다. 프랭크 씨는 한달동안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 애틀랜타에는 그의 가족이나 친구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시신을 인수하고 장례를 치를 사람도 없었다. 프랭크 씨는 미 공군 출신 남편과 결혼했으나 남편과 헤어진 후 홀로 살아왔다. 사망자의 유품에 가족 연락처는 없었다. 한국 전화번호가 나왔지만 국제전화를 걸어보니 결번이었다. 애틀랜타 한인회와 한인언론이 가족을 수소문했지만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시신은 장례를 치르지 못한채 풀턴카운티 검시소에서 2개월째 머물렀다. 세월이 지날수록 시신이 무연고 화장 처리될 가능성은 높아졌다. '리 장례식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국자 애틀랜타 한인회 부회장은 "가족이 없으면 한인회가 장례를 치르겠다고 나섰지만, 시신은 법적으로 가족 친지만이 입수할수 있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실마리는 2개월만에 나왔다. 언론보도를 보고 한국의 가족이 애틀랜타 총영사관에 연락해온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가족은 미국까지 올 비행기표가 없었다. 결국 장례식은 치러지지 않았다. 시신은 화장된 후 재만 실어 한국행 비행기로 보내졌다. 프랭크 씨 사망 3개월만의 일이었다. ▶고독한 이민자의 삶과 죽음=그동안 한인사회는 가족을 중시하고 '효' 사상에 충실했다. 2010센서스에 따르면 한인이민자 가정 54만7873가구 가운데 10만1583가구가 노인을 부양하고 있다. 한인가정 5가구 중 1가구가 노인을 부양하고 있는 셈이다. 65세 이상 한인 노인 대다수인의 76.4%인 11만3341명이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고 밝혔다. '효’라는 한국적 전통, 비교적 적은 노인 숫자, 거대한 가족 네트워크 덕분에 그동안 한인 이민사회에 노인문제는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적어도 3년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2010년 4월 24일, 애틀랜타 한인회관에서 장례식이 치러졌다. 3일전 자살한 한인 김모 씨의 장례식이었다. 김씨는 여러해 동안 한인 레스토랑 ‘한일관’에서 웨이트레스로 일해왔다. 가족도 없고 교회도 다니지 않았던 그는, 장례를 치를 사람이 없고 장례를 치를 교회도 없었다. 이를 딱하게 여긴 웨이트레스 동료들이 돈을 모았고, 장례를 치를 가족이 없어 식당 동료들이 한인회에 도움을 청했다. 애틀랜타 한인회가 비용을 지원하고 한인회관에서 장례를 치렀다. 장례식 날 애틀랜타에 온 김씨의 노모는 "엄마가 있는데 왜 네가 먼저 가니"라고 오열했다. 김씨의 장례식을 집전했던 송상청 새한장로교회 목사는 "혼자 몸으로 지난 18년간 이민생활을 한 고인의 삶이 남의 일 같지 않다"며 "누구 하나 고인의 아픔을 어루만져주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라고 밝혔다. 김명희 씨·프랭크 씨의 ‘고독한 죽음’은 이제 개인의 일이 아니다. 가족친지와 떨어저 타향생활에서 홀로 견뎌야되는 이민생활의 특성상, 한인 노인이라면 누구나 맞이할수 있는 삶과 죽음이다. 특히 몇년간 계속되는 경제위기의 여파는 한인 가정을 해체하고, 독거노인들의 증가를 부추기고 있는 현실이다. 이순희 패밀리센터 소장은 "경제위기 이후 상담과 지원을 요청하는 상당수가 경제적으로 노인 및 실직자들"이라며 "가장의 실직으로 가정이 해체되고, 노인 부양 문제로 부부가 다투는 경우, 홀로 남은 노인이 어린이를 냉골에서 힘겹게 돌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소개했다. ▶독거노인 늘어나는 이민사회=독거노인의 증가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2010년 센서스에 따르면 혼자 살고 있는 65세 이상 한인 노인은 2000년 1만3114명에서 2010년 2만8274명으로 100% 이상 늘었다. 혼자 사는 것은 나쁘다. 그러나 혼자 죽는 것은 더더욱 나쁘다. 한국인에게는 그렇다. 그리고 혼자 산다는 것은 혼자 죽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142만명의 한인 인구 가운데 2%에 달하는 2만8000명의 노인이 '고독사 예비군'인 셈이다. 이들의 죽음이 개인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논의돼야 할 이유다. 독거노인의 고독사 문제는 한인 노인문제를 상징한다. 미국 노인학회(The Gerontological Society of Americ) 회원인 방화 리 카사도 메릴랜드대 교수(Banghwa Casado) 교수는 최근 한인사회의 노인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첫째, 한인 노인 인구가 급속히 늘고 있다. 2010년 센서스에 따르면 미국내 한인 인구는 170만6822명, 이 가운데 65세 이상 노령 인구는 14만8244명이다. 전체 한인 인구의 8.7%가 노인인 셈이다. 10년전 한인 노인 인구는 7만1739명(5.8%)이었다. 10년새 노인 인구가 두배나 증가한 것이다. 이민역사가 길어짐에 따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노인인구는 개인의 '효' 사상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둘째, 한인 노인들은 영어가 취약해 사회복지 헤택을 누리지 못한다. 푸드스탬프나 소셜시큐리티 등 미국 복지제도에 대한 지식이 매우 빈약하다. 이는 노인 부양에 있어서 커다란 문제점이 된다. 2010센서스에 따르면 한인 60%가 영어를 잘하지 못하며, 노인들은 더욱 영어를 하지 못한다. 이같은 언어장벽 때문에 위급할 때에도 푸드스탬프, 소셜시큐리티를 적절히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한인 노인 부양 가구의 경제적 문제다. 2007년부터 불어닥친 경제위기로 직장을 잃은 김씨처럼, 가정의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노인을 부양할 여유는 없어진다. 특히 차압의 문제는 심각하다. 집을 잃는다는 것은 한인의 전통적 대가족의 붕괴를 뜻한다. 경제위기가 단순히 노인의 삶 뿐만 아니라 한인 가족의 삶 자체를 파괴함을 뜻한다. 넷째, 부양가족을 대체할 방법이 미비하다. 노인아파트 및 사설 요양원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한인 노인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인기있는 노인아파트에 입주하려면 몇년을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다. 설령 입주한다 하더라도, 기존 타인종 입주자들과의 문화적 차이로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사설요양원에 입주한 한 노인은 “일반 노인아파트는 백인 노인 위주로 돌아가고 말이 통하지 않는다. 음식도 입에 맞지 않고, 한국음식을 해먹으려면 냄새난다는 소리를 듣는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 이 기사는 전미 노인학회와 뉴 아메리칸 미디어 주최, 메트라이프 재단 후원 노인복지 펠로우십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된 것입니다. Jongwon Lee wrote this article as part of a MetLife Foundation Journalists in Aging Fellowship, a project of New America Media and the Gerontological Society of America. 이종원 기자

2012-08-17

죽어서도 쓸쓸한 한인 노인들 [고독사 기획1]

한인 김명희(60·가명) 씨는 둘루스 힐 드라이브 주택의 추운 방안에 살았다. 1년전 담낭암 수술을 받았지만 혼자였다. 가족은 곁에 없다. 한달 수입은 푸드스탬프 107달러, 장애연금 225달러 등 330달러가 전부였다. 영주권자지만 60세 미만이어서 소셜 시큐리티 혜택을 받지 못했다. 수술비 때문에 자동차는 팔았다. 먹을 것을 사기 위해 한인마트까지 걸어서 갔다. 같은 성당 교인들이 음식을 갖다주고 살림을 돌봐주지만, 가족없는 외로움은 달랠길이 없었다. 1985년 미국에 이민온 김씨는 남편과 이혼하고 자녀들은 타지로 보냈다. 한인 식당에서 키친 헬퍼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2009년 경제위기로 근무하던 식당이 문을 닫으며 실직자가 됐다. 그런 와중에 2011년 5월 담낭암에 걸렸음을 알았다. 수술을 받을 돈조차 없는그는 방법을 몰라 애틀랜타 한인회 패밀리센터와 팬아시안 커뮤니티 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김씨는 지난해 8월 담낭암 수술을 받았지만 그후에도 혼자 살았다. 한때 렌트비도 못낼 상황에 처한 적도 있다. 본지의 불우이옷 돕기 캠페인 '사랑의 네트워크'을 통해 김씨의 사연이 알려진 후 많은 이들의 도움이 답지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은 쓸쓸했다. 김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수술후 몸도 아프지만, 혼자라는 사실이 가장 힘들다. 가족이 그립고 사람이 그립다"고 되뇌었다. 김씨는 지난 3월 애틀랜타의 한 호스피스에서 암으로 사망했다. 교인 및 친구들이 마지막 순간을 지켜봤지만, 김씨가 그렇게 보고싶던 가족은 곁에 없었다. 김씨의 장례는 지역 한인성당에서 교인들끼리 치러졌다. 몇몇 가족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계속되는 고독한 죽음=김씨의 ‘고독한 죽음’은 애틀랜타에서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애틀랜타 한인회 패밀리센터에 따르면 2010년 5월과 12월에도 60대 한인여성이 각각 홀로 사망했다. 1명은 2개월만에 한국의 친지가 나타나 시신을 인수했으며, 다른 1명은 가족이 나타나지 않아 한인회에서 장례를 치렀다. 한인회 및 총영사관에 보고되지 않은 사례까지 합치면 그 사례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애틀랜타 한인사회에 '고독사'가 늘고 있다. 고독사는 '가족없이 혼자 죽음을 맞이함'을 뜻한다. 혈연, 지연 등 사회적 관계망이 완전히 단절됐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무연사’라고도 불리운다. 핵가족화가 진행된 한국에서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고독사'가 이제 미국 이민사회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현재 얼마나 많은 한인 노인이 ‘고독사’하는지에 대한 통계는 없다. 경찰 리포트나 센서스에는 ‘고독사’에 대한 분류나 통계가 없다. 그러나 한인사회나 봉사단체는 점차 ‘고독사’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애틀랜타 한인회 패밀리센터 이순희 소장은 최근 다음과 같은 전화를 받았다. “화장 비용이 얼마냐, 죽고 싶다. 비용을 미리 알아야 장례 비용을 마련하고 자살하지 않겠나. 내 장례를 챙겨줄 가족이 없다. 기왕이면 분신자살하고 싶다.” 그 후로 전화는 다시는 걸려오지 않았다. 이소장은 “경제위기가 심각해진 최근 5년새 이같은 전화가 많이 걸려오고 있다”며 "한국인의 정서로는 그동안 상상도 할수 없었던 일”이라고 회상했다. ▶통계의 부재=도대체 얼마나 많은 한인 노인이 혼자 죽고 있는가. 이에 대한 명확한 통계는 아직 없다. 미국 경찰에 경찰 통계에 ‘고독사’라는 항목은 없으며, 집계된 적도 없다. 그러나 홀로 죽은 한인 노인에 대한 몇가지 추측은 가능하다. 첫째, 미국에서 사망한 한국 국적자의 숫자다. 한국 외교통상부의 국정감사 보고자료에 따르면, 매년 70~90명 가량의 한인이 미국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범죄나 사고 등의 통계는 제외된 자연사다. 미국 시민권 또는 영주권을 지닌 한인노인들이 자연사한 경우 흔히 가족이 장례를 치르며, 한국 정부에 알리지 않는다. 이에 따라 외교부 집계 사망자중 고독사한 상당수가 한인 노인이라고 추정된다. 애틀랜타 총영사관 구만섭 영사는 “한국대사관에 접수되는 사망 노인 가운데 홀로 죽어 연고자를 찾을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밝혔다. 둘째, 미국내 한인 독거노인 숫자다. 노인이 홀로 산다는 것은 곧 홀로 죽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2010년 센서스에 따르면 미국내 한인 인구는 170만6822명, 65세 이상 인구는 14만8244명으로, 전체 한인 인구의 8.7%가 노인이다. 이 가운데 가족과 함께 사는 노인은 11만3341명인 반면, 독거 노인은 2만8274명이다. 혼자 산다는 것은 혼자 죽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혼자 사는 65세 이상 한인 노인은 2000년 1만3114명에서 2010년 2만8274명으로 100% 이상 늘었다. 이들은 모두 잠재적 고독사 예비군이라는 것이 한인 봉사단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애틀랜타 한인회 패밀리센터 이순희 소장은 “한인 노인이 혼자 죽는다는 것은 한인 정서상 예전에는 좀처럼 없었던 일”이라며 “가족 없는 타향에서 아무도 모른 채 쓸쓸히 죽은 이들의 사연은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 이 기사는 전미 노인학회(GSA)와 뉴 아메리칸 미디어(New America Media) 주최, 메트라이프 재단 후원 노인복지 펠로우십 프로젝트(MetLife Foundation Journalists in Aging Fellowship)의 일환으로 기획된 것입니다. Jongwon Lee wrote this article as part of a MetLife Foundation Journalists in Aging Fellowship, a project of New America Media and the Gerontological Society of America. 이종원 기자

2012-08-16

한인 노인 "병원가기 까다롭네"

이달부터 메디케이드 가입자들의 비응급차량 이용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한인 노인들의 불편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달부터 메디케이드 가입자가 앰뷸런스가 아닌 사설 버스와 택시 등을 이용하기 원할 경우 이를 메디케이드를 관리하는 사설회사인 ‘로지스터케어’에 최소 3일 전에 사전 신청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지스트케어가 신청서를 사설 비응급차량 업체에 일괄적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또 사전에 담당 의사 또는 의료기관은 반드시 환자들을 로지스터케어에 등록해야 한다. 이에 따라 진료 당일에도 버스와 택시 등 차량을 예약할 수 있었던 기존 시스템에 비해, 절차가 상당히 까다로워져 한인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월드앰뷸렛 이관행 대표는 “하루 20명 이상의 한인들이 전화해 차량을 보내달라고 하고 있지만 로지스트케어로 사전 신청이 접수되지 않고서는 차량을 보내고 싶어도 보낼 수 없는 형편”이라며 “당국에서도 홍보가 부족해 이를 잘 모르는 한인들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심지어 의사 또는 의료기관들도 까다로운 절차를 잘 모르는 것이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퀸즈 지역의 의사나 의료기관은 팩스(1-877-585-8759)나 전화(1-877-564-5925)를 이용해 최소 72시간전에 비응급차량을 신청할 수 있다. 또 신장투석 등 장기적 치료가 필요할 경우는 사전에 의사와 의료기관의 허락을 받아 환자가 직접 전화(877-564-5922)할 수 있으며 이때도 마찬가지로 3일 전에 예약이 필요하다. 각 주정부 메디케이드는 뉴욕을 비롯한 전국 25개주에서 로지스트케어를 통한 비응급차량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뉴저지 주도 지난해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상세 신청 절차 및 기타 정보는 웹사이트(www.NYCMedicaidRide.net)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서승재 기자 sjdreamer@koreadaily.com

2012-08-08

[독자 마당] 열심히 살아온 한인노인 '만세'

지금은 노인이 되었으나 한때는 청운의 꿈을 안고 이민길에 나섰던 한인 이민 1세들. 밤낮 가리지 않고 노력한 덕에 가게도 차리고 집도 장만했다. 아들.딸까지 시집 장가를 보내면 만사가 순조롭게 풀릴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불어닥친 불황으로 경제적인 타격을 입으면서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됐다. 주변의 한인 1세들 중 생활이 힘들어진 사람들을 자주 본다. 잘 나가던 자식들이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되거나 신용불량자로 전락했고 집까지 버려야 하는 상황도 생겼다. 이를 바라보는 노부모의 심정은 오죽할까. 그나마 매달 받는 연금으로 노후 걱정은 덜었지만 계속적인 불경기에 허덕이는 자식들을 보다 못해 빠듯한 생계비조차 쪼개는 은퇴 부모들이 늘고 있다. 젊은 시절에 몸을 혹사해 여러 병에 걸린 노인들 반려자와 헤어져 혼자 사는 노인 등 주변에는 어려운 노인들이 많다. 한시절 한인사회의 주역이었던 화려한 열정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노인들이여 한번 뿐인 인생 얼마 남지 않았으니 자식 걱정과 뒷바라지 내려놓고 몸과 마음을 추스르자. 노년에는 누구나 근심 걱정 없이 안락한 삶을 살 권리가 있다. 미국의 복지제도도 은퇴자들의 노후를 보장하고 있다. 늙어서까지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다시 한번 한인 이민 1세 시니어들이어. 힘껏 소리내어 외쳐보자. '브라보!' 손사현.LA

2012-07-25

[삶의 향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할머니가 들고 있는 것은 푸른색 플라스틱 ‘바케쓰’와 낡은 호미 한 자루였다. 호미는 할머니의 나이만큼이나 낡아 보였고, 또 오랜 세월 땀에 전 탓인지 반들거리고 있었다. 공항철도 객실 안, 승객들의 화려함과 출국의 들뜬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남루한 차림의 할머니는 섣불리 동화하지 못한 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런 할머니의 부자유스러움을 덜어줄 의무감이라도 느낀 것일까, 나는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할머니는 지금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 바닷가 어디에 굴 따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널리 알려진 대로 굴은 영어 알파벳에 R자가 없는 달(月)엔 먹을 수 없지 않은가. 독성이 가장 강한 하절기에는 먹기 위험하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들은 아는 상식. 그래서 굴을 따서 뭣하시느냐고 궁금해하자 뜻밖에 삶아서 먹는다고 답했다. 독성이 강한 여름철이긴 하지만 그래도 푹 삶아 먹으면 괜찮고, 또 먹고 나면 몸이 한결 든든해진다고 덧붙인다. 하긴 노쇠한 할머니가 딸 수 있는 굴이 제철에는 어디 남아 있겠는가. 공항으로 가는 반 시간 남짓 할머니와 나의 대화는 계속됐다. 남쪽 바닷가 작은 마을이 고향인 할머니의 나이는 올해 여든, 슬하에 2남2녀를 두었다며 아들 내외와 같이 산다고 한다. 동사무소에서 노인에게 지급되는 무료 기차표를 얻어 틈만 나면 공항철도 편으로 영종도에 가서 굴, 홍합 등을 채취하는 게 취미라고 한다. 늙은이 취미생활로는 딱이라는 게 할머니의 설명. 그러나 깊은 주름이 가득한 얼굴과 남루한 옷차림으로 봐서 반드시 취미생활은 아닌 것으로 짐작된다.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 생각에 나와의 대화는 더없이 좋은 분위기에서 이어졌고 어느 정도 진입장벽이 허물어지자 할머니로부터 뜻밖의 얘기가 나왔다. 아들 집에 같이 산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조그만 방을 하나 얻어 혼자 산다고 했다. 주로 이웃 식당에 가서 설거지해 주고 용돈을 벌어 살고 있다는 것이 할머니의 고백. 그러면서 아들 집에 얹혀살기보다 혼자 사는 것이 백 배 편하다고 애써 강조한다. 그런 할머니의 얼굴에서는 자식에 대한 안타까움과 서운함이 동시에 배어 나온다. 열차는 공항에 점차 가까워지고 보름간 유럽 출장길에 나선 나는 할머니와의 대화를 계속하면서 이유 없이 조금씩 초조해져 갔다. 주섬주섬 내뱉는 할머니의 말에 담긴 삶의 무게가 점점 물에 젖은 솜이불처럼 무겁게 내게 전해 온다.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다. 할머니가 가장 힘들어하고 있는 것은 혼자만의 삶으로 인한 진한 외로움과 막막함이다. 자식이 있어도 없는 것과 같은, 이른바 무연 사회의 ‘나홀로 삶’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할머니와 같은 처지의 독거 노인이 2000년 55만 명에서 올해 119만 명으로 2.2배 증가했으며 2035년에는 무려 343만 명이나 될 것으로 추산됐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10년에 이미 24.4%에 이르렀다. 문제는 1~2인 가구의 70%가 60대 이상의 가난한 노인들이라는 것. 숫자는 가족 울타리에 의지하던 과거의 ‘가족 안전망’이 최근 들어 급격히 해체되고, 지금의 풍요를 이룬 어머니 세대의 삶이 급속히 고단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가 책임지는 ‘공적인 안전망’이 있긴 하지만 성긴 안전망에 보호받지 못한 가난한 노인들의 삶은 하루가 다르게 야위어 가고 있는 것이다. 빠르고 쾌적한 공항철도는 서울역에서 불과 한 시간 못 미쳐 흥분과 기대에 들뜬 여행객들을 인천국제공항에 토해 놓았다. 할머니와 나의 대화도 이제 끝에 다다랐다. 플랫폼에서 헤어지면서 나는 가만히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할머니 손에 쥐여 드린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다가 언젠가 공항철도에서 또다시 만나자는 나의 작별인사에 이름도 성도 모르는 할머니의 눈가는 이미 물기가 가득했고, 나 또한 울컥해지는 마음을 가누기 힘들었다. 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나라 밖 여행에 공항이 미어터지는 2012년의 여름, 대한민국은 적어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아니다. 벨기에 브뤼셀 한 호텔방, 어머니 세대, 어느 가난한 할머니의 야윈 삶에 불편해하며 이 글을 쓴다.

2012-07-06

한인 노인들의 악몽 '고독사'

한인 김명희(60·가명) 씨는 둘루스 힐 드라이브 주택의 추운 방안에 살았다. 1년전 담낭암 수술을 받았지만 혼자였다. 가족은 곁에 없다. 한달 수입은 푸드스탬프 107달러, 장애연금 225달러 등 330달러가 전부였다. 영주권자지만 60세 미만이어서 소셜 시큐리티 혜택을 받지 못했다. 수술비 때문에 자동차는 팔았다. 먹을 것을 사기 위해 한인마트까지 걸어서 갔다. 같은 성당 교인들이 음식을 갖다주고 살림을 돌봐주지만, 가족없는 외로움은 달랠길이 없었다. 1985년 미국에 이민온 김씨는 남편과 이혼하고 자녀들은 타지로 보냈다. 한인 식당에서 키친 헬퍼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2009년 경제위기로 근무하던 식당이 문을 닫으며 실직자가 됐다. 그런 와중에 2011년 5월 담낭암에 걸렸음을 알았다. 수술을 받을 돈조차 없는그는 방법을 몰라 애틀랜타 한인회 패밀리센터와 팬아시안 커뮤니티 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김씨는 지난해 8월 담낭암 수술을 받았지만 그후에도 혼자 살았다. 한때 렌트비도 못낼 상황에 처한 적도 있다. 본지의 불우이옷 돕기 캠페인 '사랑의 네트워크'을 통해 김씨의 사연이 알려진 후 많은 이들의 도움이 답지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은 쓸쓸했다. 김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수술후 몸도 아프지만, 혼자라는 사실이 가장 힘들다. 가족이 그립고 사람이 그립다"고 되뇌었다. 김씨는 지난 3월 애틀랜타의 한 호스피스에서 암으로 사망했다. 교인 및 친구들이 마지막 순간을 지켜봤지만, 김씨가 그렇게 보고싶던 가족은 곁에 없었다. 김씨의 장례는 지역 한인성당에서 교인들끼리 치러졌다. 몇몇 가족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계속되는 고독한 죽음=김씨의 ‘고독한 죽음’은 애틀랜타에서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애틀랜타 한인회 패밀리센터에 따르면 2010년 5월과 12월에도 60대 한인여성이 각각 홀로 사망했다. 1명은 2개월만에 한국의 친지가 나타나 시신을 인수했으며, 다른 1명은 가족이 나타나지 않아 한인회에서 장례를 치렀다. 한인회 및 총영사관에 보고되지 않은 사례까지 합치면 그 사례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애틀랜타 한인사회에 '고독사'가 늘고 있다. 고독사는 '가족없이 혼자 죽음을 맞이함'을 뜻한다. 혈연, 지연 등 사회적 관계망이 완전히 단절됐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무연사’라고도 불리운다. 핵가족화가 진행된 한국에서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고독사'가 이제 미국 이민사회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현재 얼마나 많은 한인 노인이 ‘고독사’하는지에 대한 통계는 없다. 경찰 리포트나 센서스에는 ‘고독사’에 대한 분류나 통계가 없다. 그러나 한인사회나 봉사단체는 점차 ‘고독사’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애틀랜타 한인회 패밀리센터 이순희 소장은 최근 다음과 같은 전화를 받았다. “화장 비용이 얼마냐, 죽고 싶다. 비용을 미리 알아야 장례 비용을 마련하고 자살하지 않겠나. 내 장례를 챙겨줄 가족이 없다. 기왕이면 분신자살하고 싶다.” 그 후로 전화는 다시는 걸려오지 않았다. 이소장은 “경제위기가 심각해진 최근 5년새 이같은 전화가 많이 걸려오고 있다”며 "한국인의 정서로는 그동안 상상도 할수 없었던 일”이라고 회상했다. ▶통계의 부재=도대체 얼마나 많은 한인 노인이 혼자 죽고 있는가. 이에 대한 명확한 통계는 아직 없다. 미국 경찰에 경찰 통계에 ‘고독사’라는 항목은 없으며, 집계된 적도 없다. 그러나 홀로 죽은 한인 노인에 대한 몇가지 추측은 가능하다. 첫째, 미국에서 사망한 한국 국적자의 숫자다. 한국 외교통상부의 국정감사 보고자료에 따르면, 매년 70~90명 가량의 한인이 미국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범죄나 사고 등의 통계는 제외된 자연사다. 미국 시민권 또는 영주권을 지닌 한인노인들이 자연사한 경우 흔히 가족이 장례를 치르며, 한국 정부에 알리지 않는다. 이에 따라 외교부 집계 사망자중 고독사한 상당수가 한인 노인이라고 추정된다. 애틀랜타 총영사관 구만섭 영사는 “한국대사관에 접수되는 사망 노인 가운데 홀로 죽어 연고자를 찾을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밝혔다. 둘째, 미국내 한인 독거노인 숫자다. 노인이 홀로 산다는 것은 곧 홀로 죽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2010년 센서스에 따르면 미국내 한인 인구는 170만6822명, 65세 이상 인구는 14만8244명으로, 전체 한인 인구의 8.7%가 노인이다. 이 가운데 가족과 함께 사는 노인은 11만3341명인 반면, 독거 노인은 2만8274명이다. 혼자 산다는 것은 혼자 죽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혼자 사는 65세 이상 한인 노인은 2000년 1만3114명에서 2010년 2만8274명으로 100% 이상 늘었다. 이들은 모두 잠재적 고독사 예비군이라는 것이 한인 봉사단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애틀랜타 한인회 패밀리센터 이순희 소장은 “한인 노인이 혼자 죽는다는 것은 한인 정서상 예전에는 좀처럼 없었던 일”이라며 “가족 없는 타향에서 아무도 모른 채 쓸쓸히 죽은 이들의 사연은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한 노인의 죽음=2010년 12월 22일 오후 1시 춘자 프랭크(68, Chun Cha Frank) 씨가 애틀랜타 폰스 드 레온 애비뉴(Ponce De Leon Av) 선상 자신의 자택에서 사망한채 발견됐다. 프랭크 씨는 자택 목욕탕에 엎드린 모습이었으며, 사망한지 2~3일 이상 된 상태였다. 프랭크 씨는 한달동안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 애틀랜타에는 그의 가족이나 친구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시신을 인수하고 장례를 치를 사람도 없었다. 프랭크 씨는 미 공군 출신 남편과 결혼했으나 남편과 헤어진 후 홀로 살아왔다. 사망자의 유품에 가족 연락처는 없었다. 한국 전화번호가 나왔지만 국제전화를 걸어보니 결번이었다. 애틀랜타 한인회와 한인언론이 가족을 수소문했지만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시신은 장례를 치르지 못한채 풀턴카운티 검시소에서 2개월째 머물렀다. 세월이 지날수록 시신이 무연고 화장 처리될 가능성은 높아졌다. '리 장례식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국자 애틀랜타 한인회 부회장은 "가족이 없으면 한인회가 장례를 치르겠다고 나섰지만, 시신은 법적으로 가족 친지만이 입수할수 있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실마리는 2개월만에 나왔다. 언론보도를 보고 한국의 가족이 애틀랜타 총영사관에 연락해온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가족은 미국까지 올 비행기표가 없었다. 결국 장례식은 치러지지 않았다. 시신은 화장된 후 재만 실어 한국행 비행기로 보내졌다. 프랭크 씨 사망 3개월만의 일이었다. ▶고독한 이민자의 삶과 죽음=그동안 한인사회는 가족을 중시하고 '효' 사상에 충실했다. 2010센서스에 따르면 한인이민자 가정 54만7873가구 가운데 10만1583가구가 노인을 부양하고 있다. 한인가정 5가구 중 1가구가 노인을 부양하고 있는 셈이다. 65세 이상 한인 노인 대다수인의 76.4%인 11만3341명이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고 밝혔다. '효’라는 한국적 전통, 비교적 적은 노인 숫자, 거대한 가족 네트워크 덕분에 그동안 한인 이민사회에 노인문제는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적어도 3년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2010년 4월 24일, 애틀랜타 한인회관에서 장례식이 치러졌다. 3일전 자살한 한인 김모 씨의 장례식이었다. 김씨는 여러해 동안 한인 레스토랑 ‘한일관’에서 웨이트레스로 일해왔다. 가족도 없고 교회도 다니지 않았던 그는, 장례를 치를 사람이 없고 장례를 치를 교회도 없었다. 이를 딱하게 여긴 웨이트레스 동료들이 돈을 모았고, 장례를 치를 가족이 없어 식당 동료들이 한인회에 도움을 청했다. 애틀랜타 한인회가 비용을 지원하고 한인회관에서 장례를 치렀다. 장례식 날 애틀랜타에 온 김씨의 노모는 "엄마가 있는데 왜 네가 먼저 가니"라고 오열했다. 김씨의 장례식을 집전했던 송상청 새한장로교회 목사는 "혼자 몸으로 지난 18년간 이민생활을 한 고인의 삶이 남의 일 같지 않다"며 "누구 하나 고인의 아픔을 어루만져주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라고 밝혔다. 김명희 씨·프랭크 씨의 ‘고독한 죽음’은 이제 개인의 일이 아니다. 가족친지와 떨어저 타향생활에서 홀로 견뎌야되는 이민생활의 특성상, 한인 노인이라면 누구나 맞이할수 있는 삶과 죽음이다. 특히 몇년간 계속되는 경제위기의 여파는 한인 가정을 해체하고, 독거노인들의 증가를 부추기고 있는 현실이다. 이순희 패밀리센터 소장은 "경제위기 이후 상담과 지원을 요청하는 상당수가 경제적으로 노인 및 실직자들"이라며 "가장의 실직으로 가정이 해체되고, 노인 부양 문제로 부부가 다투는 경우, 홀로 남은 노인이 어린이를 냉골에서 힘겹게 돌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소개했다. ▶독거노인 늘어나는 이민사회=독거노인의 증가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2010년 센서스에 따르면 혼자 살고 있는 65세 이상 한인 노인은 2000년 1만3114명에서 2010년 2만8274명으로 100% 이상 늘었다. 혼자 사는 것은 나쁘다. 그러나 혼자 죽는 것은 더더욱 나쁘다. 한국인에게는 그렇다. 그리고 혼자 산다는 것은 혼자 죽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142만명의 한인 인구 가운데 2%에 달하는 2만8000명의 노인이 '고독사 예비군'인 셈이다. 이들의 죽음이 개인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논의돼야 할 이유다. 독거노인의 고독사 문제는 한인 노인문제를 상징한다. 미국 노인학회(The Gerontological Society of Americ) 회원인 방화 리 카사도 메릴랜드대 교수(Banghwa Casado) 교수는 최근 한인사회의 노인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첫째, 한인 노인 인구가 급속히 늘고 있다. 2010년 센서스에 따르면 미국내 한인 인구는 170만6822명, 이 가운데 65세 이상 노령 인구는 14만8244명이다. 전체 한인 인구의 8.7%가 노인인 셈이다. 10년전 한인 노인 인구는 7만1739명(5.8%)이었다. 10년새 노인 인구가 두배나 증가한 것이다. 이민역사가 길어짐에 따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노인인구는 개인의 '효' 사상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둘째, 한인 노인들은 영어가 취약해 사회복지 헤택을 누리지 못한다. 푸드스탬프나 소셜시큐리티 등 미국 복지제도에 대한 지식이 매우 빈약하다. 이는 노인 부양에 있어서 커다란 문제점이 된다. 2010센서스에 따르면 한인 60%가 영어를 잘하지 못하며, 노인들은 더욱 영어를 하지 못한다. 이같은 언어장벽 때문에 위급할 때에도 푸드스탬프, 소셜시큐리티를 적절히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한인 노인 부양 가구의 경제적 문제다. 2007년부터 불어닥친 경제위기로 직장을 잃은 김씨처럼, 가정의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노인을 부양할 여유는 없어진다. 특히 차압의 문제는 심각하다. 집을 잃는다는 것은 한인의 전통적 대가족의 붕괴를 뜻한다. 경제위기가 단순히 노인의 삶 뿐만 아니라 한인 가족의 삶 자체를 파괴함을 뜻한다. 넷째, 부양가족을 대체할 방법이 미비하다. 노인아파트 및 사설 요양원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한인 노인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인기있는 노인아파트에 입주하려면 몇년을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다. 설령 입주한다 하더라도, 기존 타인종 입주자들과의 문화적 차이로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사설요양원에 입주한 한 노인은 “일반 노인아파트는 백인 노인 위주로 돌아가고 말이 통하지 않는다. 음식도 입에 맞지 않고, 한국음식을 해먹으려면 냄새난다는 소리를 듣는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전통적 대가족은 해답안돼=로렌스빌에 거주하는 민양녀 씨(90)는 5형제와 함께 살고 있다. 민씨가 낳은 12형제 가운데 5명이 애틀랜타에 거주한다. 1985년 미국에 이민온 민씨는 11째 아들 은석 씨의 집에 살고 있다. 반경 20마일 이내에 5형제가 살고 있어 어머니를 자주 찾아온다. 민씨가 병원에 갈 때마다 가족이 동행하는 것은 물론이다. 민씨의 12번째 아들인 현철 씨는 “어머니는 우리를 키우기 위해서 갖은 고생을 다하셨다. 어머니를 형제가 다 함께 모시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민씨 가족은 한국의 전통적 대가족의 예이다. 이처럼 대가족은 아니더라도 노인을 부양하는 한인 가족은 여전히 많다. 2010센서스에 따르면 한인이민자 가정 54만7873가구 가운데 10만1583가구가 노인을 부양하고 있다. 한인가정 5가구 중 1가구가 노인을 부양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미국 이민생활에서 이같은 대가족을 유지하기는 더이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고향과 동떨어진 이민생활, 잦은 이사와 경제불황, 뿔뿔이 흩어진 형제들, 줄어드는 자녀 숫자 등은 노인 부양을 갈수록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국식 대가족은 더이상 노인문제의 대안이 될수 없는 현실이다. ▶'고독사' 두려운 노인들 '역이민'=2010년 센서스는 이같은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가족 없이 혼자 살고 있는 65세 이상 한인 노인은 2000년 1만3114명에 머물렀지만, 2010년 2만8274명으로 나타났다. 한인 독거노인의 숫자가 10년새 100% 이상 늘어난 것이다. 더이상 개인의 '효자·효녀' 정신만으로는 노인 문제 부담을 해결할수 없는 상황이다. 일부 노인들은 자녀의 부담을 줄이고, 편안한 노후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가는 쪽을 선택하기도 한다. 한국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2011년 미국에서 한국으로 역이민한 한인 이민자는 2122명이다. 이는 5년전 1319명에 비해 60.9%나 증가한 수치다. 외국인 거주비자 없이 한국에 거주하는 한인 이민자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역이민자의 상당수는 노인 인구로 추정된다. 한국의 제주도와 전라남도 해남은 노인 역이민자를 겨냥해 ‘미국 노인 타운’을 만들 정도로 역이민자의 증가추세는 만만치 않다. 미국내 한인 이민사회에 있어 독거 노인이나 고독사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이민 인구를 이탈시키고 한인 이민사회 자체를 붕괴시킬수 있는 우려가 있는 사회문제이다. 첫째, 먼저 노인 본인이 복된 죽음(Well Dying)을 맞이하지 못한다. 한국의 여러 연구는 고독한 죽음이 아닌, 가족들이 다 있는 앞에서 죽는 죽음이 복된 죽음임을 강조하고 있다. 고독사의 공포가 계속될 수록, 한인 독거노인이 심리적으로 안녕한 상태를 유지하지 못해 변사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한인사회내 가족의 죄책감이 커지며, 가족 갈등이 심화된다. 세종사이버대학교 임효연 교수는 “한국에서는 부모의 임종을 지켜보는 것도 효로 상징된다”며 “사망후 시간이 경과한 후에 부모의 고독사를 알게 된다는 것은 가족에게 죄책감을 가져다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가족의 분열이 시작된다. 가족중 누군가가 노인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난할수도 있고, 유품을 정리하면서 재산과 관련된 갈등을 경험할수도 있다. 셋째, 지역사회와 행정에 대한 불만이 촉진된다. 고독사가 발생한 커뮤니티에는 행정에 대한 불신과 사회에 대한 불만이 생기게 된다. 고독사를 미연에 방지하는 예방 시스템이 결여되었으며, 나아가 지역사회에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미비함을 인식시키게 된다. 또한 주민간의 무관심과 네트워크가 약한 지역이라는 평가가 이뤄져 주민들 스스로도 지역에 대한 애착심이 저하될수 있다. 과거 조선시대부터 ‘효자마을’ 기념물이 세워지면 동네의 자랑이었다. 반면 특정 이민 커뮤니티에 고독사가 빈번할수록 불효자의 마을이라는 비난을 살수 있다. 넷째, 사회 구성원이 서로를 불신하게 비난하게 된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고독사가 발생한 커뮤니티에는 “이웃간에 왜 알지 못했는가” “왜 관심을 가지 못했느가”라며 서로간의 비난으로 인해 주민 상호간에 불신감이 생긴다. 이러한 분위기가 조성되면 원활한 지역사회 운영에 지장이 생길수밖에 없다. 그러나 '귀향'은 누구나 선택할수 있는 대안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독거노인을 돌보고 고독사를 예방할수 있을까. 이에 대해 학계 및 자원봉사단체 들은 "결국 해답은 '커뮤니티 정신'과 '제도개선'"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3일 노크로스 리 장례식장에서 고 정영근 목사의 장례식이 열렸다. 정목사는 지난 7월 21일 로렌스빌 자택에서 아내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정목사 가족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워 장례를 치르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이에 애틀랜타 한인회와 대애틀랜타 교회협의회, 각종 단체장과 비즈니스 오너들이 돈을 모아 사망 10여일만에 장례를 치를수 있었다. 이에 대해 정목사를 위해 성금을 모은 애틀랜타 한인회 패밀리센터의 이순희 소장은 "결국은 '공동체 정신'이다. 한인들은 남이 어려운 일을 당하면 가족처럼 생각하고 돕는다"라며 "결속력 강한 한인사회에서 독거노인 등 불우이웃 돕기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커뮤니티가 나서야=이처럼 한인사회 특유의 가족주의와 미국사회의 자원봉사 정신이 결합된다면, 커뮤니티 차원의 노인문제 대책 수립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워싱턴DC, 시애틀, 애틀랜타, 뉴저지 등애서는 한인회 및 한인 노인회, 교회 차원에서 독거노인을 매주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노인회를 찾아오기 어려울 정도의 노약자들에게는 ‘독거노인 도우미’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독거노인을 매주 정기적으로 방문해 쌀 등 음식을 나누고 건강을 체크하는 방식이다. 일부 한인사회에는 한인전용 호스피스도 마련돼 한인 노인들이 가족과 함께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가족이 있는 노인들이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지만, 가족이 없는 노인도 이곳의 보살핌을 받다 죽기도 한다. 기존 노인복지 제도를 한인사회가 효과적으로 활용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부에서 마련한 임시간호, 성인데이케어 제도가 좋은 예이다. 임시간호(respite care)는 가족 대신 노인 환자나 장애자를 일시적으로 보살피는 제도이다. 미국 노인학회(The Gerontological Society of Americ) 회원인 방화 리 카사도 메릴랜드대 교수(Banghwa Casado) 교수는 “노인 부양에 대해 가족 구성원간 합의가 이뤄진 한인 가족에게 있어서 임시간호 제도는 가족 공동체를 유지하고 노인을 부양하는 좋은 제안이 될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인을 비롯한 이민자들은 언어적 장벽이나 정보 부족 등으로 인해 노인보호부양자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카사도 교수가 146명의 한인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인 가정들은 임시간호 제도를 비롯 성인 데이케어, 가정 건강 및 교통 서비스 이용에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응답자 10명중 8명은 임시간호제도나 노인보호부양자 지원 단체들이 있는지 여부조차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체계적 미국 복지제도 소개가 필요한 실정이다. ▶'고독사' 당신의 미래=고독사는 단순히 아시안 이민자의 문제만이 아니다. 미국 사회가 곧 직면해야 할 문제다. 보울링그린 주립대 아펜린 조교수와 수잔 브라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베이비 부머들이 홀로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들이 2010년도 센서스를 분석한 것에 다르면, 45~63세의 성인 가운데 1/3이 결혼하지 않고 홀로 산다. 이는 1980년에 비해 50%이상 늘어난 것이다. 특히 상당수 베이비 부머들이 이혼하거나 결혼하지 않고 홀로 살고 있다. 10~20년 후에는 고독사하는 미국인들이 더욱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린 교수는 “과거에는 가족 또는 배우자가 노년의 삶을 돌봐줬지만, 홀로 사는 베이비부머들은 홀로 죽을 가능성이 높다”며 “정책 입안자들이 10~20년 후를 내다보고 베이비부머의 고독사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 이 기사는 전미 노인학회와 뉴 아메리칸 미디어 주최, 메트라이프 재단 후원 노인복지 펠로우십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된 것입니다. Jongwon Lee wrote this article as part of a MetLife Foundation Journalists in Aging Fellowship, a project of New America Media and the Gerontological Society of America. 이종원 기자

201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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