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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공동체'가 해답이다 [고독사 기획3]

노인문제, 개인차원 대처는 한계
한인사회 차원에서 체계적 대응필요

로렌스빌에 거주하는 민양녀 씨(90)는 5형제와 함께 살고 있다. 민씨가 낳은 12형제 가운데 5명이 애틀랜타에 거주한다. 1985년 미국에 이민온 민씨는 11째 아들 은석 씨의 집에 살고 있다. 반경 20마일 이내에 5형제가 살고 있어 어머니를 자주 찾아온다. 민씨가 병원에 갈 때마다 가족이 동행하는 것은 물론이다. 민씨의 12번째 아들인 현철 씨는 “어머니는 우리를 키우기 위해서 갖은 고생을 다하셨다. 어머니를 형제가 다 함께 모시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민씨 가족은 한국의 전통적 대가족의 예이다. 이처럼 대가족은 아니더라도 노인을 부양하는 한인 가족은 여전히 많다. 2010센서스에 따르면 한인이민자 가정 54만7873가구 가운데 10만1583가구가 노인을 부양하고 있다. 한인가정 5가구 중 1가구가 노인을 부양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미국 이민생활에서 이같은 대가족을 유지하기는 더이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고향과 동떨어진 이민생활, 잦은 이사와 경제불황, 뿔뿔이 흩어진 형제들, 줄어드는 자녀 숫자 등은 노인 부양을 갈수록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국식 대가족은 더이상 노인문제의 대안이 될수 없는 현실이다.

▶'고독사' 두려운 노인들 '역이민'=2010년 센서스는 이같은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가족 없이 혼자 살고 있는 65세 이상 한인 노인은 2000년 1만3114명에 머물렀지만, 2010년 2만8274명으로 나타났다. 한인 독거노인의 숫자가 10년새 100% 이상 늘어난 것이다. 더이상 개인의 '효자·효녀' 정신만으로는 노인 문제 부담을 해결할수 없는 상황이다.



일부 노인들은 자녀의 부담을 줄이고, 편안한 노후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가는 쪽을 선택하기도 한다. 한국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2011년 미국에서 한국으로 역이민한 한인 이민자는 2122명이다. 이는 5년전 1319명에 비해 60.9%나 증가한 수치다. 외국인 거주비자 없이 한국에 거주하는 한인 이민자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역이민자의 상당수는 노인 인구로 추정된다. 한국의 제주도와 전라남도 해남은 노인 역이민자를 겨냥해 ‘미국 노인 타운’을 만들 정도로 역이민자의 증가추세는 만만치 않다.

그러나 '귀향'은 누구나 선택할수 있는 대안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독거노인을 돌보고 고독사를 예방할수 있을까. 이에 대해 학계 및 자원봉사단체 들은 "결국 해답은 '커뮤니티 정신'과 '제도개선'"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3일 노크로스 리 장례식장에서 고 정영근 목사의 장례식이 열렸다. 정목사는 지난 7월 21일 로렌스빌 자택에서 아내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정목사 가족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워 장례를 치르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이에 애틀랜타 한인회와 대애틀랜타 교회협의회, 각종 단체장과 비즈니스 오너들이 돈을 모아 사망 10여일만에 장례를 치를수 있었다. 이에 대해 정목사를 위해 성금을 모은 애틀랜타 한인회 패밀리센터의 이순희 소장은 "결국은 '공동체 정신'이다. 한인들은 남이 어려운 일을 당하면 가족처럼 생각하고 돕는다"라며 "결속력 강한 한인사회에서 독거노인 등 불우이웃 돕기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커뮤니티가 나서야=이처럼 한인사회 특유의 가족주의와 미국사회의 자원봉사 정신이 결합된다면, 커뮤니티 차원의 노인문제 대책 수립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워싱턴DC, 시애틀, 애틀랜타, 뉴저지 등애서는 한인회 및 한인 노인회, 교회 차원에서 독거노인을 매주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노인회를 찾아오기 어려울 정도의 노약자들에게는 ‘독거노인 도우미’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독거노인을 매주 정기적으로 방문해 쌀 등 음식을 나누고 건강을 체크하는 방식이다. 일부 한인사회에는 한인전용 호스피스도 마련돼 한인 노인들이 가족과 함께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가족이 있는 노인들이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지만, 가족이 없는 노인도 이곳의 보살핌을 받다 죽기도 한다.
기존 노인복지 제도를 한인사회가 효과적으로 활용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부에서 마련한 임시간호, 성인데이케어 제도가 좋은 예이다. 임시간호(respite care)는 가족 대신 노인 환자나 장애자를 일시적으로 보살피는 제도이다. 미국 노인학회(The Gerontological Society of Americ) 회원인 방화 리 카사도 메릴랜드대 교수(Banghwa Casado) 교수는 “노인 부양에 대해 가족 구성원간 합의가 이뤄진 한인 가족에게 있어서 임시간호 제도는 가족 공동체를 유지하고 노인을 부양하는 좋은 제안이 될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인을 비롯한 이민자들은 언어적 장벽이나 정보 부족 등으로 인해 노인보호부양자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카사도 교수가 146명의 한인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인 가정들은 임시간호 제도를 비롯 성인 데이케어, 가정 건강 및 교통 서비스 이용에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응답자 10명중 8명은 임시간호제도나 노인보호부양자 지원 단체들이 있는지 여부조차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체계적 미국 복지제도 소개가 필요한 실정이다.

▶'고독사' 당신의 미래=고독사는 단순히 아시안 이민자의 문제만이 아니다. 미국 사회가 곧 직면해야 할 문제다. 보울링그린 주립대 아펜린 조교수와 수잔 브라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베이비 부머들이 홀로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들이 2010년도 센서스를 분석한 것에 다르면, 45~63세의 성인 가운데 1/3이 결혼하지 않고 홀로 산다. 이는 1980년에 비해 50%이상 늘어난 것이다. 특히 상당수 베이비 부머들이 이혼하거나 결혼하지 않고 홀로 살고 있다. 10~20년 후에는 고독사하는 미국인들이 더욱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린 교수는 “과거에는 가족 또는 배우자가 노년의 삶을 돌봐줬지만, 홀로 사는 베이비부머들은 홀로 죽을 가능성이 높다”며 “정책 입안자들이 10~20년 후를 내다보고 베이비부머의 고독사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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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전미 노인학회와 뉴 아메리칸 미디어 주최, 메트라이프 재단 후원 노인복지 펠로우십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된 것입니다.

Jongwon Lee wrote this article as part of a MetLife Foundation Journalists in Aging Fellowship, a project of New America Media and the Gerontological Society of America.




이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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