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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독거노인 '3만명 시대'...모두가 '고독사 예비군' [고독사 기획2]

경제위기·노인인구 폭증으로 독거노인 증가
가족해체가 부른 '나홀로 죽음'는다

2010년 12월 22일 오후 1시 춘자 프랭크(68, Chun Cha Frank) 씨가 애틀랜타 폰스 드 레온 애비뉴(Ponce De Leon Av) 선상 자신의 자택에서 사망한채 발견됐다. 프랭크 씨는 자택 목욕탕에 엎드린 모습이었으며, 사망한지 2~3일 이상 된 상태였다.

프랭크 씨는 한달동안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 애틀랜타에는 그의 가족이나 친구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시신을 인수하고 장례를 치를 사람도 없었다. 프랭크 씨는 미 공군 출신 남편과 결혼했으나 남편과 헤어진 후 홀로 살아왔다.

사망자의 유품에 가족 연락처는 없었다. 한국 전화번호가 나왔지만 국제전화를 걸어보니 결번이었다. 애틀랜타 한인회와 한인언론이 가족을 수소문했지만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시신은 장례를 치르지 못한채 풀턴카운티 검시소에서 2개월째 머물렀다. 세월이 지날수록 시신이 무연고 화장 처리될 가능성은 높아졌다.

'리 장례식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국자 애틀랜타 한인회 부회장은 "가족이 없으면 한인회가 장례를 치르겠다고 나섰지만, 시신은 법적으로 가족 친지만이 입수할수 있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실마리는 2개월만에 나왔다. 언론보도를 보고 한국의 가족이 애틀랜타 총영사관에 연락해온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가족은 미국까지 올 비행기표가 없었다. 결국 장례식은 치러지지 않았다. 시신은 화장된 후 재만 실어 한국행 비행기로 보내졌다. 프랭크 씨 사망 3개월만의 일이었다.

▶고독한 이민자의 삶과 죽음=그동안 한인사회는 가족을 중시하고 '효' 사상에 충실했다. 2010센서스에 따르면 한인이민자 가정 54만7873가구 가운데 10만1583가구가 노인을 부양하고 있다. 한인가정 5가구 중 1가구가 노인을 부양하고 있는 셈이다.

65세 이상 한인 노인 대다수인의 76.4%인 11만3341명이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고 밝혔다. '효’라는 한국적 전통, 비교적 적은 노인 숫자, 거대한 가족 네트워크 덕분에 그동안 한인 이민사회에 노인문제는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적어도 3년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2010년 4월 24일, 애틀랜타 한인회관에서 장례식이 치러졌다. 3일전 자살한 한인 김모 씨의 장례식이었다. 김씨는 여러해 동안 한인 레스토랑 ‘한일관’에서 웨이트레스로 일해왔다. 가족도 없고 교회도 다니지 않았던 그는, 장례를 치를 사람이 없고 장례를 치를 교회도 없었다.

이를 딱하게 여긴 웨이트레스 동료들이 돈을 모았고, 장례를 치를 가족이 없어 식당 동료들이 한인회에 도움을 청했다. 애틀랜타 한인회가 비용을 지원하고 한인회관에서 장례를 치렀다. 장례식 날 애틀랜타에 온 김씨의 노모는 "엄마가 있는데 왜 네가 먼저 가니"라고 오열했다.

김씨의 장례식을 집전했던 송상청 새한장로교회 목사는 "혼자 몸으로 지난 18년간 이민생활을 한 고인의 삶이 남의 일 같지 않다"며 "누구 하나 고인의 아픔을 어루만져주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라고 밝혔다.

김명희 씨·프랭크 씨의 ‘고독한 죽음’은 이제 개인의 일이 아니다. 가족친지와 떨어저 타향생활에서 홀로 견뎌야되는 이민생활의 특성상, 한인 노인이라면 누구나 맞이할수 있는 삶과 죽음이다. 특히 몇년간 계속되는 경제위기의 여파는 한인 가정을 해체하고, 독거노인들의 증가를 부추기고 있는 현실이다.

이순희 패밀리센터 소장은 "경제위기 이후 상담과 지원을 요청하는 상당수가 경제적으로 노인 및 실직자들"이라며 "가장의 실직으로 가정이 해체되고, 노인 부양 문제로 부부가 다투는 경우, 홀로 남은 노인이 어린이를 냉골에서 힘겹게 돌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소개했다.

▶독거노인 늘어나는 이민사회=독거노인의 증가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2010년 센서스에 따르면 혼자 살고 있는 65세 이상 한인 노인은 2000년 1만3114명에서 2010년 2만8274명으로 100% 이상 늘었다.

혼자 사는 것은 나쁘다. 그러나 혼자 죽는 것은 더더욱 나쁘다. 한국인에게는 그렇다. 그리고 혼자 산다는 것은 혼자 죽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142만명의 한인 인구 가운데 2%에 달하는 2만8000명의 노인이 '고독사 예비군'인 셈이다. 이들의 죽음이 개인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논의돼야 할 이유다.

독거노인의 고독사 문제는 한인 노인문제를 상징한다. 미국 노인학회(The Gerontological Society of Americ) 회원인 방화 리 카사도 메릴랜드대 교수(Banghwa Casado) 교수는 최근 한인사회의 노인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첫째, 한인 노인 인구가 급속히 늘고 있다. 2010년 센서스에 따르면 미국내 한인 인구는 170만6822명, 이 가운데 65세 이상 노령 인구는 14만8244명이다. 전체 한인 인구의 8.7%가 노인인 셈이다. 10년전 한인 노인 인구는 7만1739명(5.8%)이었다. 10년새 노인 인구가 두배나 증가한 것이다. 이민역사가 길어짐에 따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노인인구는 개인의 '효' 사상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둘째, 한인 노인들은 영어가 취약해 사회복지 헤택을 누리지 못한다. 푸드스탬프나 소셜시큐리티 등 미국 복지제도에 대한 지식이 매우 빈약하다. 이는 노인 부양에 있어서 커다란 문제점이 된다. 2010센서스에 따르면 한인 60%가 영어를 잘하지 못하며, 노인들은 더욱 영어를 하지 못한다. 이같은 언어장벽 때문에 위급할 때에도 푸드스탬프, 소셜시큐리티를 적절히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한인 노인 부양 가구의 경제적 문제다. 2007년부터 불어닥친 경제위기로 직장을 잃은 김씨처럼, 가정의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노인을 부양할 여유는 없어진다. 특히 차압의 문제는 심각하다. 집을 잃는다는 것은 한인의 전통적 대가족의 붕괴를 뜻한다. 경제위기가 단순히 노인의 삶 뿐만 아니라 한인 가족의 삶 자체를 파괴함을 뜻한다.

넷째, 부양가족을 대체할 방법이 미비하다. 노인아파트 및 사설 요양원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한인 노인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인기있는 노인아파트에 입주하려면 몇년을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다.

설령 입주한다 하더라도, 기존 타인종 입주자들과의 문화적 차이로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사설요양원에 입주한 한 노인은 “일반 노인아파트는 백인 노인 위주로 돌아가고 말이 통하지 않는다. 음식도 입에 맞지 않고, 한국음식을 해먹으려면 냄새난다는 소리를 듣는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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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전미 노인학회와 뉴 아메리칸 미디어 주최, 메트라이프 재단 후원 노인복지 펠로우십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된 것입니다.

Jongwon Lee wrote this article as part of a MetLife Foundation Journalists in Aging Fellowship, a project of New America Media and the Gerontological Society of America.


이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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