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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구심점 엘바라데이, 미 바람대로 움직일까

이집트 사태에서 '반(反) 무바라크 세력'의 핵심 인사로 떠오른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68.사진). 그는 이집트 최대 야권세력인 무슬림형제단 거리 시위를 주도한 '4.6 청년운동' 등 야권단체에 의해 대 정부 협상위원회의 대표로 추대됐다. 무바라크 정권에 맞설 야권의 중심에 선 것이다. 그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수천 명의 시위대가 모인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 나타나 "무바라크 퇴진"을 외치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카리스마가 없다' '기회주의적이다'는 비판이 들끓던 와중이었다. 엘바라데이를 중심으로 야권이 세를 결집하면서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는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 이집트 야권세력이 한목소리로 그를 대표로 추대한 것은 200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라는 높은 지명도가 한몫했다. 그는 오랫동안 IAEA에 몸 담으며 탁월한 조정능력을 보였고 기존 정권과 전혀 관련이 없는 깨끗한 인물이라는 이미지도 갖고 있다. 무바라크 정권 타도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야권 세력에게 세를 결집하고 국민적 지지를 모을 수 있는 상징적 인물로 그가 가장 적합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그가 과연 반 정부 시위세력의 실질적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고 정권교체를 이뤄낼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일단 30년 가까운 해외생활로 국내 지지기반이 약하다. 야권세력 내부에서도 엘바라데이를 지도자라기보다는 '얼굴마담'으로 보는 분위기가 아직은 강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엘바라데이에게 타흐리르 광장으로 가 연설하라고 권한 건 '4.6 청년운동'이다. 하지만 4.6 청년운동은 그를 반정부 시위의 구심점으로 볼 뿐 대통령 후보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슬람 원리주의 색깔이 짙은 무슬림형제단이 서구식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엘바라데이의 정책과 어디까지 타협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미국이 선호하지 않는 것도 그의 한계로 지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가 IAEA 사무총장 시절 미국의 외교정책에 반기를 들었으며 이집트 대통령이 되면 친미 외교노선에서 상당히 벗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엘바라데이는 미국의 조지 W 부시 정부 때 "이라크에서 (이라크 전쟁의 명분이었던)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히는 등 미국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 같은 약점을 갖고 있는 엘바라데이로서는 미국의 신뢰를 받고 있고 비교적 청렴한 이미지를 지닌 무바라크 정권의 2인자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과의 연대가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이집트 정가에선 나오고 있다.

2011-02-01

무바라크 대선포기 했지만…시위대는 "즉각 떠나라"

최대규모 야당 운동조직인 이슬람 형제단은 무바라크 성명후 즉각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거부했다. 이슬람 형제단 대변인은 “무바라크 정권은 이미 실패했다. 사람들은 더이상 그가 남은 임기까지 지속하길 원하지 않는다. 당장 떠나야한다”고 말했다. 100여만명의 이집트 국민이 1일 수도 카이로와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 수에즈 등 전국 곳곳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과 정치개혁을 요구하며 8일째 반정부 시위를 이어갔다. 특히 계속되는 시위로 수에즈 운하의 운영에 일부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야권은 이날 '백만인 행진'을 마친 뒤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방침이어서 이집트의 산업활동 전면 중단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한편 미국이 특사를 파견해 '질서있는 이행'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반정부 세력 구심점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무바라크 대통령의 '안전한 퇴진'을 허용해야 한다는 유화적인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백만인 행진 거대한 물결 이날 카이로 시내에는 아침 일찍부터 '백만인 행진'에 참석하려는 시민 수천명이 모여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이미 오전 8시께(현지시간) 카이로 중심가에만 시민 5천명 가량이 집결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통금을 무시하고 전날부터 타흐리르(해방) 광장에서 밤을 지새운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무바라크 퇴출'이라는 구호가 쓰인 팻말과 무바라크 대통령이 올가미에 매인 모습을 그린 포스터 등을 들고 시위를 준비했다. 시위대는 통금이 시작되는 오후 3시가 넘어서도 모여들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이후 시위대는 타흐리르 광장에서 출발해 무바라크 대통령 집무실 등 시내 주요 지점을 향해 행진에 나섰으나 주최 측은 군경과의 충돌을 우려해 대통령궁으로의 행진은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로 시내 주요 지점에는 군 병력과 장갑차가 배치되고 헬리콥터들이 중심가 주변을 선회했지만 군은 전날 성명에서 발표한 대로 시위대에 별다른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이집트 제2도시인 알렉산드리아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수십만명이 모여 '백만인 행진'에 동참했으며 행진하는 모습이 활기에 차 있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시위대는 남녀노소 중산층과 저소득층 농부 실업자 등 각양각색이었으며 참가 인원에 대해 언론들은 수십만명에서부터 100만명 등 다소 시각차를 보였으나 사상 최대 규모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야권은 이날 백만인 행진을 마친 뒤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어서 산업활동의 전면 중단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미국 특사 파견 미국은 프랭크 위즈너 전 이집트 주재대사를 특사로 공식 파견해 무바라크 대통령 접촉에 나서는 등 '질서있는 이행'을 위한 본격적인 관여에 들어갔다. 미 국무부는 자료를 통해 "위즈너 전 대사가 현재 카이로에 있으며 미국 정부가 이집트로 갈 것을 요청했다"며 특사 파견을 공식 확인하고 "이집트 지역에서 많은 경험이 있는 분으로서 이집트의 관리들을 만나 판단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86~91년 5년간 대사를 역임하며 무바라크와도 친분이 있는 위즈너 전 대사가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거취 문제에 대한 미 행정부의 입장을 전달할지 주목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무바라크의 퇴진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오는 10월 대선이 자유롭고 민주적으로 실시될 수 있도록 과도정부에 권력을 평화적으로 이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마거릿 스코비 이집트 주재 미국대사는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을 면담한 것으로 전해져 '포스트 무바라크' 체제에 대비한 정지작업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와 관련 엘바라데이 전 총장은 이날 알-아라비아 TV와의 회견에서 무바라크의 퇴진을 거듭 촉구하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그가 기소당할 우려가 없어야 한다며 안전장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시위대가 지금까지 요구해온 무바라크의 퇴진과 단죄 입장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2011-02-01

국제사회,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압박 강화

이집트에서 반정부 시위 사태가 격화되는 가운데 국제 사회가 공정한 선거를 요구하며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정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이집트의 대규모 반정부 소요 사태와 관련 무바라크 대통령이 오는 9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고 31일 두 명의 미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들 관리는 이같이 말하면서 미국은 현재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의 해제를 통해 비정부기구(NGO)의 활동을 허용하고 정치범을 석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31일 이집트 사태와 관련 27개국 외교장관 명의의 성명을 채택해 이집트에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촉구하고 나섰다. EU는 성명에서 광범위한 과도정부를 먼저 출범시킨 뒤 민주 선거를 치르는 방식으로 점진적인 접근을 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이집트가 법률을 준수하고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야당과 즉각적인 대화를 시작하고 반정부 시위대의 목소리도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EU는 그러나 미국과 마찬가지로 공식적으로는 무바라크의 사퇴를 직접적으로 촉구하지는 않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이스라엘을 방문 벤자민 네타나후 총리와 회담을 가진 뒤 "이집트의 상황이 중동 지역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독일은 이집트의 민주적 권리 보장을 지지하며 무바라크 대통령이 앞으로 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보다 강경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U의 권터 외팅거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31일 브뤼셀에서 이집트 정부가 민주시위를 부주의하게 다루고 있다며 무바라크 대통령을 비판했다. 외팅거 집행위원은 "EU가 의도적으로 무바라크에 대한 비판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우리 모두 이집트 상황을 우려하고 있으며 무바라크 정부는 무책임하고 이해할 수 없는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의원들 중에는 직접적으로 무바라크의 퇴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 소속의 개리 애커맨 의원(뉴욕)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면서 오바마 정부가 새로운 정부를 원하는 이집트 국민을 지지하는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동 분야를 다루는 하원 소위원회 위원장인 애커맨 의원은 "이집트 국민은 미국이 자신들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을 알기를 원한다"면서 "그러나 미국은 차기 지도자를 직접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집트 국민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1-01-31

반정부 시위 1주일 현지 르포 "금요 기도회 열리는 4일이 분수령 될 것"

이집트를 뒤흔든 반정부 시위 사태가 1주일째로 접어든 31일 수도 카이로 시내의 모습은 여전히 혼돈 속에 빠져 있는 듯 보였다. 수도 카이로 시내에서는 사흘 전에 진주한 군부대가 주요 길목을 차단한 채 검문검색을 벌였고 시내 곳곳에서는 불에 탄 경찰차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카이로 외곽의 마디 지역에서 나일 강을 왼편에 끼고 코르니쉬 도로를 타고 시내로 들어서자 탱크와 장갑차를 배경으로 착검한 총을 든 군인들이 주행 차량을 검문하는 광경과 마주쳤다. 시내에 접어들자 '올드 카이로' 경찰서 앞에는 경찰차 5대가 불에 탄 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고 이 중 1대는 거꾸로 뒤집힌 채 전소해 있었다. 시내 여러 곳에 게시된 근엄한 모습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초상은 찢기거나 흉측하게 낙서가 돼 있었고 주유소는 문을 연 곳보다 닫은 곳이 더 많았다. 특히 코르니쉬 도로변에 있는 한 모빌 주유소에 있는 편의점 '온 더 런(On the run)'은 폭도들에게 털린 듯 유리창이 깨지고 내부가 텅 비어 있었다. 국가적 비상사태를 맞아 이집트 증권시장이 열리지 않고 직장 대부분이 문을 닫은 탓인지 교통지옥으로 악명 높은 카이로 시내는 이날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다. 시위 중심지인 도심의 타흐리르 광장 앞 100쯤에 이르자 군인 20여 명이 바리케이드를 친 채 차량들을 우회 도로 쪽으로 유도하며 시민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자유'라는 뜻의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전날 밤에도 야간 통행금지령을 무시한 시민 수천 명이 모여 밤샘 시위를 벌였다. 타흐리르 광장 인근에서 만난 시민 이스마엘 알-긴디(40) 씨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더 많은 개혁적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시위 사태는 계속 될 것"이라며 "이번 주 금요일이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국가인 이집트에서는 매주 금요일이 되면 많은 사람이 기도회에 참석하려고 모스크에 간다. 이 때문에 이집트 전국에 수없이 산재한 모스크가 대규모 군중 시위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 시민단체인 케파야나 청년단체인 '4.6운동' 최대 야권 조직인 무슬림형제단 주요 야당인 알-와프드 당 등은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알-긴디 씨는 "대통령 임기는 미국처럼 8년이면 충분하다"면서 "30년을 집권한다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2011-01-31

외국인들 대탈출 '러시'

30일(현지시간) 오후 이집트 수도 카이로와 수에즈 등 주요 도시에는 군인과 탱크 장갑차 등이 배치된 가운데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완전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6일째 이어졌다. 진압 경찰이 빠져나간 틈을 타 상가 등에 대한 약탈과 파괴 탈옥 등 치안 공백이 빚어지고 있고 각국 정부는 전세기를 편성하는 등 자국민 보호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집트 야당과 반정부 단체들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정부와의 협상에 나섰으며 국제사회는 무바라크 정권에 보다 개혁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이날 카이로 도심 타흐리르 광장에는 날이 밝으면서 시민들이 한 두 명씩 모여들기 시작해 오후 들어 규모가 1만여 명으로 불어났다. 이들은 '호스니 무바라크 오마르 술레이만은 미국의 대리인' 또는 '무바라크 비행기가 기다리고 있다'는 등의 구호를 외쳐대며 무바라크 대통령의 완전 퇴진 등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월요일인 31일 무바라크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곳까지 가두행진을 벌이기로 해 유혈 충돌이 우려된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새로 임명한 술레이만 부통령과 총리 등은 이날 공식 업무를 시작했으며 무바라크 대통령은 모하메드 후세인 탄타위 국방장관 등 군 지도자들을 만나 사태 수습책 등을 논의했다. 무슬림형제단 등 반정부단체들은 그러나 무바라크 대통령이 임명한 새로운 내각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과도 정부 구성 방안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궁 인근의 헬리오폴리스 지역을 포함한 카이로 곳곳에서는 흉기로 무장한 약탈자들이 수퍼마켓과 쇼핑몰에서 물건을 훔치는 모습도 목격됐다. 현금지급기도 약탈자들에게 털려 작동이 중단됐다. 시위에 따른 사상자가 잇따르고 치안 공백현상이 빚어지면서 각국 정부는 자국민을 철수시키거나 여행을 제한하는 등 자국민 보호조치를 내놓고 있다. 미국 대사관은 자발적으로 이집트를 떠나기를 희망하는 자국민들에게 항공편을 제공 유럽의 안전한 장소로 소개할 방침이며 현지 외교관의 가족 및 공관 내 필요인력 이외의 직원들을 31일부터 소개하기로 했다. 현지 한인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은 이날 카이로에 있는 아프리카지역본부를 임시 폐쇄했다.

2011-01-30

장기독재·부패·불평등 염증…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타고 자유의 불길

아랍권을 휩쓸고 있는 혁명의 바람은 장기독재와 부패 불평등의 심화로 폭발의 압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생계 위협이라는 직접적인 도화선을 타고 자연발화적으로 발생한 사건으로 간주된다. 여기에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라는 새로운 매체는 공기를 불어 넣는 통풍장치 같은 역할을 하면서 자유의 불길이 더욱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다. ◇불공정 사회에 대한 염증이 근본 원인 = 국제중동전략연구소의 에밀 호카옘 연구원은 28일 CNN과 의 인터뷰에서 "그들 모두가 원하는 것은 동일하다"면서 "그들은 불평등 심화와 연고주의에 항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은 갈수록 부자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근본적으로 이것은 존엄성의 문제"라면서 "국민의 존엄성이 수십년간 공격받았다"고 말했다. 불평등 심화의 배경에는 권위주의적 정권의 장기 집권에 따른 부패와 억압이 자리하고 있다. '재스민 혁명'으로 이미 대통령을 몰아낸 튀니지와 중대 국면에 진입한 이집트 그리고 이례적인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알제리 예멘 등의 국가는 하나같이 독재자들이 집권하고 있다.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은 23년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30년을 집권했다. 더구나 오는 9월 대선에서 83세의 무바라크가 6선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아들인 가말 무바라크 집권 국민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에게 권력이 승계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도 30여 년 간 권좌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미국 미시간 대학의 중동역사학자인 후안 콜은 CNN에 "많은 사람이 낙오되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면서 사람들이 생활고 권위주의적 정권에 대한 불만 그리고 자신들을 진정으로 대표하는 세력의 부재 때문에 거리에 몰려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들 4개국 모두 시위가 젊은이들에 의해 주도되고 고학력 중산층이 동참하고 있다면서 "중산층들은 기회가 박탈당했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데 역사학자들은 이런 상황을 '봉쇄된 엘리트'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도화선은 경제 = 튀니지 혁명의 기폭제는 한 달 전 내륙의 한 소도시에서 일어난 청년 노점상의 분신이었다. 무허가로 청과물 노점상을 하던 모하메드 부아지지(26)라는 청년이 경찰의 단속에 적발돼 청과물 등을 모두 빼앗긴 후 민원을 해도 소용이 없자 시청 청사 앞에서 휘발유를 온몸에 붓고 분신했다. 그의 분신은 장기 집권 속에 만성적인 실업과 고물가로 시달려왔던 주민들의 억눌린 심정을 폭발시켰다. 전체 2300만 인구의 3분의 1이 굶주림에 허덕이는 예멘 역시 높은 실업률과 석유 및 수자원 고갈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알제리에선 곡물 가격 급등이 반정부 시위의 단초가 됐다. 여타 주변 아랍권 국가 역시 고물가와 실업이라는 이슈에 대해선 다소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문제는 유사하다. 곡물과 에너지 등 생필품 가격의 급등이 이들 빈국을 강타하는 것은 가처분소득에서 생필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보다 크기 때문이다. 미시간 대학의 콜 박사는 세계경제위기가 각국 경제의 압력을 높였고 그중에서도 에너지와 식량 가격의 급등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물론 이집트의 경우 최근 10년간은 경제가 성장세를 보였고 정부도 보조금 지급을 통해 서민들을 물가압력으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했다면서 그러나 노동자들이 성장의 과실이 분배받지 못한 채 자꾸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 분노를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콜 박사는 분석했다. ◇SNS가 정보통제 무력화 = CNN은 튀니지 시위에 SNS가 큰 역할을 했다면서 시위를 주도하는 젊은이들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현장 소식을 전하면서 시위가 빠르게 번졌다고 보도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 서비스는 독재 정권의 정보 통제력을 무색하게 했다. 과거엔 신문과 방송 등 전통 매체만 통제하면 됐지만 이제는 SNS를 통해 시위 정보가 전달되고 있어 일일이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튀니지와 이집트 등 아랍권 전역에서 진행된 시위에서 젊은이들은 SNS를 통해 시위 현장의 사진과 소식 등을 전하거나 진압 과정에서 숨진 사람들의 사진을 게재하는 방식으로 대중들을 조직화하고 있다. 영국의 뉴미디어 전략분석가 마크 핸슨은 "SNS상의 토론을 차단하려는 시도는 히드라(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머리가 9개 달린 뱀)의 머리를 자르는 행위로 하나를 자르면 또 하나가 바로 나온다"며 정부 조처가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튀니지 혁명의 경우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외교전문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튀니지 주재 미 대사관은 2008년 6월 본국에 보낸 전문을 통해 "벤 알리 대통령 일가가 돈 서비스 토지 자산 요트까지 탐내며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 있다"고 보고했다. 벤 알리 대통령의 조카 두 명이 2006년 한 프랑스 기업인으로부터 요트를 빼앗은 사실 대통령 사위 모하메드 사헤르 엘-마테리가 집에 온갖 고대 유물과 최고급 음식 심지어 애완용 호랑이까지 두고 있다는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공분을 샀다. ■인터넷의 위력 민주화 요구 확산 중심엔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 집권세력 인터넷 차단나서 튀니지발 시민혁명에서 촉발된 중동 민주화 요구 확산 움직임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같은 인터넷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집트 정부가 28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인터넷과 휴대전화 서비스부터 차단하고 나선 대목은 인터넷의 위력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튀니지 이집트 알제리 예맨 등 아랍권의 시민봉기를 이끄는 주력부대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에 익숙한 청년세대라는 점에서 지금 중동에서 번지는 민주화 물결은 `인터넷 시민혁명'이라 할 만하다. 인터넷 공간에서만 반정부 투쟁을 전개해온 활동가들이 인터넷을 반정부 시위의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SNS를 통해 전달되는 시위 현장의 생생한 사진과 시위 관련 소식들은 젊은이들을 시위 현장으로 이끌면서 시위가 빠르게 번지는 배경이 되고 있다. 여기에는 오랜 독재 체제 아래 억압돼 있는 언론 자유 환경이 일차적 배경이 됐다. 제도권 언론을 통한 개혁 촉구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뿐더러 쉽게 묵살되는 현실에서 청년층의 분노가 인터넷을 통해 발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집트의 인터넷 사용자는 2300만명으로 인구의 약 4분의 1에 달한다. 이집트 시위 주도단체 중 하나는 지난해 6월 반부패 활동가 칼레드 사이드 고문치사 사건에 분노한 페이스북 활동가 모임이다. 예멘에서는 SNS 사용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그러나 이번 이집트의 사례는 인터넷 시민봉기가 지니는 한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인터넷 또는 휴대전화 사업자가 제한돼 있을 경우 집권 세력의 전면적인 서비스 중단이 시민봉기의 동력을 쉽게 잃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인터넷 시민봉기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집권 세력은 인터넷을 차단하는 손쉬운 방법으로 반정부 시위의 엔진을 꺼버릴 수 있다는 의미다. 곽재민 기자

2011-01-28

이집트 시위격화 "동맹이냐 민주화냐" 깊어지는 미국 고심

이집트의 반 정부 민주화시위가 갈수록 격화되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동 지역의 최대 동맹 지도자인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위태롭게 하는 것도 고민스럽고 그렇다고 현 집권세력을 감싸안으며 이집트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을 저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 이집트의 정치개혁을 강력하게 촉구했지만 조 바이든 부통령의 경우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독재자가 아니고 하야해서는 안 된다며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집트 시위 사흘째인 27일 유튜브 웹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이집트의 장기적인 번영을 위해서는 정치개혁이 "전적으로 필요하다"며 무바라크 대통령을 압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무바라크 대통령이 미국에 중요한 동맹자임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은 이집트의 장기적인 번영을 위해 정치적 경제적 개혁이 전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말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이집트의 거리에서는 이집트인들이 느끼는 좌절감을 볼 수 있다"고 말해 시위대의 입장도 이해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조 바이든 부통령은 27일 공영방송 PBS '뉴스 아워'에 출연 "무바라크 대통령은 독재자가 아니며 물러나서는 안 된다"며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바이든 부통령은 "무바라크 대통령은 여러 측면 특히 (북아프리카) 지역의 평화와 중동의 평화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 등의 측면에서 우리와 협력하면서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왔다"면서 "나는 그를 독재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위가 사그라지지 않고 군까지 투입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미 행정부의 입장은 무바라크 대통령을 옹호하는 태도에서 거리를 두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오바마 정부는 지역의 안정과 민주적 개혁에 대한 지지 반미 정권의 등장 방지 등의 측면을 모두 고려하며 곡예를 펼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무바라크 정권이 붕괴되면 골칫거리인 이란과 가까운 반미 이슬람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있는데다 북아프리카 지역의 안정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반정부 시위대를 적극적으로 지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민주주의 전도사를 자처해 온 미국이 이집트 국민들의 민주화 목소리를 무시할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다. 이런 배경에서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현 정권의 유지에는 힘을 실어주는 투트랙 접근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11-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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