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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 시위 1주일 현지 르포 "금요 기도회 열리는 4일이 분수령 될 것"

이집트를 뒤흔든 반정부 시위 사태가 1주일째로 접어든 31일 수도 카이로 시내의 모습은 여전히 혼돈 속에 빠져 있는 듯 보였다.

수도 카이로 시내에서는 사흘 전에 진주한 군부대가 주요 길목을 차단한 채 검문검색을 벌였고 시내 곳곳에서는 불에 탄 경찰차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카이로 외곽의 마디 지역에서 나일 강을 왼편에 끼고 코르니쉬 도로를 타고 시내로 들어서자 탱크와 장갑차를 배경으로 착검한 총을 든 군인들이 주행 차량을 검문하는 광경과 마주쳤다.

시내에 접어들자 '올드 카이로' 경찰서 앞에는 경찰차 5대가 불에 탄 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고 이 중 1대는 거꾸로 뒤집힌 채 전소해 있었다.

시내 여러 곳에 게시된 근엄한 모습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초상은 찢기거나 흉측하게 낙서가 돼 있었고 주유소는 문을 연 곳보다 닫은 곳이 더 많았다.

특히 코르니쉬 도로변에 있는 한 모빌 주유소에 있는 편의점 '온 더 런(On the run)'은 폭도들에게 털린 듯 유리창이 깨지고 내부가 텅 비어 있었다. 국가적 비상사태를 맞아 이집트 증권시장이 열리지 않고 직장 대부분이 문을 닫은 탓인지 교통지옥으로 악명 높은 카이로 시내는 이날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다.

시위 중심지인 도심의 타흐리르 광장 앞 100쯤에 이르자 군인 20여 명이 바리케이드를 친 채 차량들을 우회 도로 쪽으로 유도하며 시민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자유'라는 뜻의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전날 밤에도 야간 통행금지령을 무시한 시민 수천 명이 모여 밤샘 시위를 벌였다.

타흐리르 광장 인근에서 만난 시민 이스마엘 알-긴디(40) 씨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더 많은 개혁적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시위 사태는 계속 될 것"이라며 "이번 주 금요일이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국가인 이집트에서는 매주 금요일이 되면 많은 사람이 기도회에 참석하려고 모스크에 간다. 이 때문에 이집트 전국에 수없이 산재한 모스크가 대규모 군중 시위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

시민단체인 케파야나 청년단체인 '4.6운동' 최대 야권 조직인 무슬림형제단 주요 야당인 알-와프드 당 등은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알-긴디 씨는 "대통령 임기는 미국처럼 8년이면 충분하다"면서 "30년을 집권한다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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