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바라크 대선포기 했지만…시위대는 "즉각 떠나라"
미국, 특사 파견…'질서있는 이행' 본격 착수
엘바라데이 '무바라크 안전 퇴진' 언급 주목
100여만명의 이집트 국민이 1일 수도 카이로와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 수에즈 등 전국 곳곳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과 정치개혁을 요구하며 8일째 반정부 시위를 이어갔다.
특히 계속되는 시위로 수에즈 운하의 운영에 일부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야권은 이날 '백만인 행진'을 마친 뒤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방침이어서 이집트의 산업활동 전면 중단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한편 미국이 특사를 파견해 '질서있는 이행'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반정부 세력 구심점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무바라크 대통령의 '안전한 퇴진'을 허용해야 한다는 유화적인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백만인 행진 거대한 물결
이날 카이로 시내에는 아침 일찍부터 '백만인 행진'에 참석하려는 시민 수천명이 모여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이미 오전 8시께(현지시간) 카이로 중심가에만 시민 5천명 가량이 집결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통금을 무시하고 전날부터 타흐리르(해방) 광장에서 밤을 지새운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무바라크 퇴출'이라는 구호가 쓰인 팻말과 무바라크 대통령이 올가미에 매인 모습을 그린 포스터 등을 들고 시위를 준비했다. 시위대는 통금이 시작되는 오후 3시가 넘어서도 모여들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이후 시위대는 타흐리르 광장에서 출발해 무바라크 대통령 집무실 등 시내 주요 지점을 향해 행진에 나섰으나 주최 측은 군경과의 충돌을 우려해 대통령궁으로의 행진은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로 시내 주요 지점에는 군 병력과 장갑차가 배치되고 헬리콥터들이 중심가 주변을 선회했지만 군은 전날 성명에서 발표한 대로 시위대에 별다른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이집트 제2도시인 알렉산드리아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수십만명이 모여 '백만인 행진'에 동참했으며 행진하는 모습이 활기에 차 있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시위대는 남녀노소 중산층과 저소득층 농부 실업자 등 각양각색이었으며 참가 인원에 대해 언론들은 수십만명에서부터 100만명 등 다소 시각차를 보였으나 사상 최대 규모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야권은 이날 백만인 행진을 마친 뒤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어서 산업활동의 전면 중단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미국 특사 파견
미국은 프랭크 위즈너 전 이집트 주재대사를 특사로 공식 파견해 무바라크 대통령 접촉에 나서는 등 '질서있는 이행'을 위한 본격적인 관여에 들어갔다.
미 국무부는 자료를 통해 "위즈너 전 대사가 현재 카이로에 있으며 미국 정부가 이집트로 갈 것을 요청했다"며 특사 파견을 공식 확인하고 "이집트 지역에서 많은 경험이 있는 분으로서 이집트의 관리들을 만나 판단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86~91년 5년간 대사를 역임하며 무바라크와도 친분이 있는 위즈너 전 대사가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거취 문제에 대한 미 행정부의 입장을 전달할지 주목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무바라크의 퇴진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오는 10월 대선이 자유롭고 민주적으로 실시될 수 있도록 과도정부에 권력을 평화적으로 이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마거릿 스코비 이집트 주재 미국대사는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을 면담한 것으로 전해져 '포스트 무바라크' 체제에 대비한 정지작업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와 관련 엘바라데이 전 총장은 이날 알-아라비아 TV와의 회견에서 무바라크의 퇴진을 거듭 촉구하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그가 기소당할 우려가 없어야 한다며 안전장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시위대가 지금까지 요구해온 무바라크의 퇴진과 단죄 입장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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