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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작가 런던 창작 공모전 입상…남미 서민 탱고춤 사진 출품

사진 작가 박승원(작은 사진·라구나우즈)씨가 ‘2023년 런던 국제 창작 공모전(LICC)’에서 입상했다.   LICC의 지난 5일 공모전 심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박 작가는 ‘탱고’란 제목의 흑백 작품 9점을 프로페셔널 촬영 부문에 출품, 입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2006년 창립 이후 신선하고 독창적인 예술가 발굴에 힘써온 LICC 측은 건축, 아트, 그래픽, 인테리어, 촬영, 상품 등 6개 부문에 전 세계에서 출품된 수천 점의 응모작을 저명한 심사위원단이 심사했다고 밝혔다.   박 작가는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남동쪽 항구 도시 보카에서 탱고 춤을 즐기는 이들을 촬영했다. 박 작가는 “과거 극도로 가난한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이 밀집 거주했던 가난한 마을인데 유럽 스타일의 카바레, 술집과 레스토랑 곳곳에서 탱고 춤으로 힘든 삶을 위로하는 이들의 모습을 담았다”라고 말했다.   라구나우즈 한인회장이며, 54년 경력을 지닌 박 작가는 올해 초 ‘2023년 도쿄 인터내셔널 포토 어워드(TIFA)’ 공모전에서 ‘창공(Firmament)’이란 제목의 흑백 사진으로 프로페셔널 자연 부문에서 입상하는〈본지 1월 31일자 A-10면〉 등 국내외에서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박승원 공모전 창작 공모전 공모전 심사 출품 입상

2024-04-08

임동선 목사 일대기, 무대 오른다

"교계의 등불이었던 임동선 목사님을 만나보세요."   월드미션대학교(총장 임성진)가 한인사회 1세대 선구자로 교계를 개척한 고 임동선 목사를 기리는 창작 공연을 선보인다. 주최 측은 고인 사후 7년, 생후 100주년을 기념해 기독교 복음주의자로서 한평생을 헌신한 교계 큰 어르신의 발자취를 돌아보자고 전했다.   1923년 11월 13일 태어난 고 임동선 목사는 1960년 숭실대학교를 졸업하고 1962년 초대 군종감(공군대령)을 지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 앞에서 "경무대부터 회개해 나라를 구하라"고 설교할 정도로 목회자의 신념과 공동체를 생각하는 마음이 강했다고 한다.   이후 고인은 1965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고인은 1970년 7월 동양선교교회를 창립하고 1989년 3월 월드미션대학교를 설립(초대 학장 및 이사장)하는 등 남가주 한인사회 교계의 초석을 다졌다. 또한 2016년 9월 24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41개 나라를 찾아 복음주의자 길을 걸었고 1000회 이상 설교를 맡았다.   27일 창작 공연 기자회견에서 임성진 총장은 "임동선 목사님은 한인사회와 교계의 롤모델"이라며 "탄생 100주년을 맞아 고인의 삶과 활동을 많은 분께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창작 공연은 '지구촌은 나의 목장-임동선 목사' 자서전을 음악으로 재구성한 오페라틱 오라토리오다. 공연은 임 목사의 신앙과 신념, 선교 등 주요 활동을 한 편의 영화처럼 구성했다고 한다. 오케스트라(WMU 45명)와 합창단(40명)이 12곡을 선보이는 동안 임동선 목사 부부 역할을 맡은 최원현 테너와 신선미 소프라노가 자서전 내용을 연기한다.   연출은 지난해 뮤지컬 도산을 총괄한 시선 대표 클라라 신씨가 맡는다. 총감독 및 지휘는 윤임상 라크마 필하모닉(LAKMA Philharmonic Orchestra & Chorale) 지휘자가 총괄한다.   윤임상 총감독은 "임동선 목사님만큼 한인사회 발전과 교계 확장에 공헌한 분은 없을 것"이라며 "평생을 이웃사랑과 복음전파를 위해 헌신하신 분의 생애를 음악공연으로 창작했다. 기독교인으로서 청빈한 삶을 살며 한인사회 발전에 앞장선 고인의 삶을 기리자"고 말했다.   창작 공연 지구촌은 나의 목장-임동선은 10월 21일 오후 7시 동양선교교회에서 열린다. 관람은 무료.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임동선 게시판 임동선 목사님 창작 공연 동안 임동선

2023-09-27

[디지털 세상 읽기] AI 저자들의 습격…아마존에만 200종

미국 서점가에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책이 쏟아지고 있다. 챗GPT 같은 대형언어모델(LLM)을 사용한 생성 AI는 문화 콘텐트 창작에서도 인간 저자들의 영역을 침범할 것으로 예상하였지만, 그 속도와 규모 면에서 예측을 초월하고 있다.   미국 내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의 e북 매장인 킨들 스토어에 챗GPT가 저자라고 밝힌 책은 이미 200여 권에 이른다. 인간 저자의 이름을 내세워서 팔리는 책 중에서 AI가 쓴 책이 얼마나 되는지는 파악조차 힘들다고 한다. 아직 아마존에는 AI를 사용해 만든 책인지를 표시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들에 따라서는 챗GPT에 명령어를 적어 넣고 뽑아내는 콘텐트로 하루 만에 100페이지가 넘는 단편 소설을 쓰기도 하고, 이미지 생성 AI를 활용해 어린이용 그림책을 만들기도 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거나 그림을 그리는 재능이 아니라, 눈길을 끌 만한 특이한 아이디어와 명령어를 적절하게 다듬는 능력이다.   물론 AI로 만든 책에서 독창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AI를 활용한 책들이 가장 쉽게 공략하는 영역이 여행 가이드와 요리책, 프로그래밍, 정원 가꾸기 등의 실용서적이다. 이런 분야에서 창작 활동을 하던 저자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도 많다. 이들 AI가 인간과 비슷한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인간 저자들이 그동안 만들어낸 텍스트를 사용해 훈련을 받았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AI가 만든 책의 원저자는 따로 있는 셈이다. 심지어는 이미 알려진 저자의 이름을 도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마존에서는 저자 이름을 상표로 등록한 게 아니라면 이를 사용해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과거에는 불법 복제가 창작자의 수입을 가로챘다면 이제는 AI가 만든 콘텐트가 인간의 창작 활동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기 시작했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아마존 습격 어린이용 그림책 창작 활동 문화 콘텐트

2023-08-22

한인 문예인들 한자리에…한글문학 디아스포라 개최

한국문학번역원은 LA한국문화원과 함께 오는 13~14일 LA한국문화원 아리홀에서 디아스포라 문학교류 행사 '경계를 너머, 한글문학(Hangul Literature Beyond Borders.포스터)'을 연다고 12일 밝혔다. 디아스포라(diaspora)는 고대 그리스어로 파종(播種)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공동체 집단, 혹은 이주 그 자체를 뜻한다.   13일에는 '단순한 진심', '로기완을 만났다' 등의 장편소설을 쓴 조해진 작가가 미국 독자들과 만나 작품 세계에 자신의 작품 속에 담긴 디아스포라적 정체성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눈다. 이어 열리는 디아스포라 문학 좌담회에서는 미국의 한인 문예지 발행.편집인들과 홍용희.이형권 등 국내 평론가들이 참석해 한글문학 창작 환경과 지역, 세대, 언어를 아우르는 소통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한다.   14일에는 미주와 오세아니아 지역 한글 문예지 21개 단체가 참여해 디아스포라 문학의 정체성과 방향을 주제로 한 세미나와 문예지 발간 노하우를 공유하는 워크숍도 열린다.   문학번역원은 이 자리에서 웹진 '너머'를 소개하고, 이 웹진을 전 세계 한글 창작 공동체의 활동 기반 플랫폼으로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과 관련해 현지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번역원이 작년 11월 창간한 '너머'는 전 세계에 산재한 한인.한글 문학을 아우르는 디아스포라 문학 전문 웹진이다.   이번 행사는 한인 미주 이민 120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오세아니아 등 영어권 지역에서 활동해 온 한글 문예지 21개 단체, 37명의 발행인 또는 편집자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교류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번역원은 전했다.   곽효환 번역원장은 "디아스포라 문학 창작의 주체와 이를 지원하는 역할의 한국문학번역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방향성을 모색하는 공론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한글문학 문예인 한글문학 창작 한글문학 디아스포라 너머 한글문학

2023-07-12

[삶의 뜨락에서] 은퇴도 창작이다

큰 고민을 안고 살고 있다. 남들은 다 잘하고 있는데 나는 왜 이렇게 은퇴 결정이 힘이 드는가. 나도 젊었을 때는 20~30대에 돈을 많이 벌어 놓고 40이 되면 조기 은퇴해서 삶을 멋지고 우아하게 즐기자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은퇴 시기가 훨씬 넘었는데도 전혀 불편함 없이 일을 즐기고 있다. 남들은 어떤 기준으로 은퇴 시기를 정하는지 궁금하다. 욕심이 많은 나는 계속 은퇴를 미루면서 ‘그래 더는 은퇴 시기에 대해 고민하지 말자. 언젠가 신체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힘이 든다고 생각되면 그때 그만두자’라고 마음을 정리했다.     많은 이들이 그동안 일 많이 했으니 인제 그만 쉬고 인생을 즐기라고 조언한다. 그럼 나는 어떻게 즐기지? 하고 되묻는다. ‘여행도 하고 취미생활도 하고 그동안 못했던 일을 해봐’ 이런 충고는 적어도 나에게는 신선하지 않다. 나처럼 여행 많이 하고 취미 생활하는 사람도 흔하지 않다. 평생 일을 해온 나로서는 항상 일을 중심에 두고 ‘나 찾기’ 작업을 추구해왔기에 그런대로 내 삶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왔다.     그런데 여기서 핵심인 일이 빠지면 나는 균형감각을 잃고 방황하며 서성댈 것이다. 나는 이 균열이 두렵다. 사실 나처럼 일을 즐기는 사람도 많지 않다. 대형 병원(8만7000명의 고용인)의 중환자실에서 30년 넘게 근무해오고 있다. 하루하루가 생로병사의 현장이다. 누구나 거쳐 가야만 하는 생의 마지막 대단원이다. 생의 신비와 숭고한 죽음을 맞이하는 장엄한 현장이다. 모든 가식과 허영을 벗어던지고 생의 진솔한 민낯들이 만나는 유일한 곳이다. 최고의 이성과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휴머니즘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여기서 30년 이상 보고 배운 체험은 나를 이루는 근간이다. 항상 예리하게 깨어 있어야 하고 환자와 그 가족들이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어깨를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모든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나와 같이 생각하지는 않는다. 환자와 가족들의 부당한 요구나 행패, 처참하게 죽어가는 과정을 지켜보기 힘들어하는 동료들, 전혀 가망이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장기전으로 의료시설 낭비의 부당성에 견디기 힘들어하는 동료들도 많이 있다.     모든 일에는 적성이 맞아야 하고 적임자가 있기 마련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고로 나는 행복했고 행복하다. 내가 행복하다고 이 일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까. 아둔한 자는 나처럼 떠날 때를 모르는 이일 것이다. 나의 졸저 ‘잘 죽는 법’은 잘 죽는 법이 결국 잘 사는 법이라는 메시지였다. 당하는 죽음에서 준비하는 죽음을 말하고자 했다. 은퇴 당하지 말고 준비하자는 지론이 나를 툭툭 치고 들어온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인 불편으로 스스로 은퇴를 강요당하기 전에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겠다.     ‘박수받으며 떠나라.’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자발적인 선택이 자존감을 높여주지 않을까. 시간 관리적인 차원에서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비할 때가 온 것이다. 평생 일을 해오고 그것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외의 어휘에는 익숙지 않다. 당연히 은퇴를 서서히 준비하고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몸도 마음도 은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한없이 서툴 것이다. 한없이 헤매고 하루하루 절뚝거리며 지는 해를 맞이할 것이다. 그러다 별빛이 어둠을 몰아낼 때가 되면 나는 사색에 젖어 나의 내면으로 침잠할 것이다. 운이 좋은 날에는 내 빈곤한 내면에서 빛을 뿜는 언어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은퇴도 창작이다. 나에게 주어진 24시간! my own time! 은퇴 후의 새로운 삶에 대한 갈망과 확신으로 새로운 길을 찾아 도전해보자. 열정과 창의력으로 사회참여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내, 이 가난하고 두려운 내면을 즐거움으로 채워주는 풍요로운 은퇴 생활을 설계해보자. 은퇴란 새로운 삶의 시작이니까.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은퇴도 창작 은퇴 시기 은퇴 생활 은퇴 결정

2023-06-16

[인공지능개척시대] ‘AI-메이드’ 표기 시대 오나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옛말이 있다. 배움에 얻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에 책을 훔쳤다면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책이 희소했던 과거의 흔적이다. 도서관이 잘 마련되어 있고, 인터넷에 수많은 정보가 쌓여 있는 현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배움을 장려하고 지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책 도둑은 다른 도둑과 달리 볼 여지가 있다.   그러면 글 도둑은 도둑인가. 책 도둑과 글 도둑은 말은 비슷해도 뜻이 전혀 다르다. 글 도둑은 남이 쓴 글을 가져와 마치 자신이 쓴 것인 양 행세하는 경우다. 배움을 얻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더 나은 작품을 쓰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남의 글을 이용해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돈을 벌고자 하는 심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니 글 도둑은 도둑이 맞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성 인공지능은 어떠한가? 오픈AI의 ‘챗GPT’나 구글의 ‘바드’는 무서우리만큼 멋진 글을 써낸다. ‘스테이블 디퓨전’이나 ‘달리2’와 같이 전문 화가에 버금가는 실력으로 그림을 그려주는 인공지능도 있다. 이러한 생성 인공지능은 무수히 많은 인간의 작품을 학습해서 이와 비슷한 창작물을 만들어 낸다.   기존 인간 작가들은 인공지능이 작품을 도둑질해 간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인공지능이 작가의 허락도 없이 작품을 학습하더니 이제 원본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유사한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으니, 그렇게 여길 법도 하다. 하지만 인공지능 개발자들은 그저 기존 작품을 배워 창작해 내는 기술일 뿐이라 주장한다. 인공지능을 도구로 삼아 더 많은 이들이 창작 활동의 기쁨을 누리고 창작물을 함께 즐길 수 있게 되는 사회적 혜택을 강조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생성 인공지능을 상대로 한 저작권 침해 소송이 여러 건 제기되었고, 앞으로도 적지 않은 소송이 제기될 기세다. 현행법상 많은 쟁점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결과를 쉬이 예측하기 어렵다. 이처럼 문제가 어려울수록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생성 인공지능이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어쩌면 생성 인공지능은 18세기 이후 제조업에 진행된 산업혁명과 비슷한 변화를 창작 산업에 가져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옷을 예로 들어보자. 산업혁명 전까지 모든 이들이 사람이 직접 짠 옷을 입었다. 하지만 이제 대다수는 공장 기계를 통해 상당 부분 자동화된 공정을 거쳐 생산된 옷을 입는다. 그 덕분에 질 좋은 옷을 훨씬 더 싼 가격에 풍족하게 입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사람이 직접 만든 옷도 남아 있다. 명품일수록 장인이 한땀 한땀 손수 제작했다는 사실이 강조된다.   수십 년, 수백 년 후의 창작 산업의 광경도 이와 비슷할 수 있다. 사람 대부분은 생성 인공지능을 통해 자동적으로 생성된 작품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 인공지능 덕분에 값싸고 질 좋은 창작물을 한껏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 예술가가 인공지능의 도움 없이 만들어 낸 작품도 남아 있을 것이다. 명품 옷에 붙어 있는 ‘핸드-메이드’ 표시처럼 ‘휴먼-메이드’라는 말이 작품에 꼬리표처럼 붙어 있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   이러한 변화가 지속하는 동안에는 생성 인공지능의 창작물을 인간 창작물과 구별해서 알 수 있도록 표시하는 제도를 고려해 봄 직하다. 미래에 창작물 대부분이 인공지능을 통해 생성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면 굳이 인공지능이 만들었다고 표시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공장에서 만든 옷에 굳이 공장제라 표시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창작물을 보면 인간이 만들었을 것이라 여긴다. 그러니 누군가 생성 인공지능을 통해 타인의 작품과 비슷하게 만들어 내고서는 마치 직접 만든 것인 양 표시해서 이득을 얻고자 꾀할 수 있다. 이런 행태가 허용된다면 원작품을 만든 저작자는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빼앗기고, 창작 활동을 지속할 동기가 사라져 버린다. 이런 도둑질이 만연한다면 가파르게 성장해온 K문화산업을 이끌어 온 재능들이 산업을 떠나고, 성공적인 K문화의 입지가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요컨대 우리는 창작 산업에 있어 근본적 변혁의 출발점에 서 있는 셈이다. 창작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성 인공지능을 통해 창작 산업이 한층 더 도약하고 모두가 더 풍요로운 문화를 누릴 길을 지혜롭게 찾아야 한다. 김병필 /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인공지능개척시대 메이드 표기 창작 산업혁명 생성 인공지능 인공지능 덕분

2023-02-26

[기고] ‘AI-메이드’ 표기 시대 오나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옛말이 있다. 배움에 얻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에 책을 훔쳤다면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책이 희소했던 과거의 흔적이다. 도서관이 잘 마련되어 있고, 인터넷에 수많은 정보가 쌓여 있는 현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배움을 장려하고 지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책 도둑은 다른 도둑과 달리 볼 여지가 있다.   그러면 글 도둑은 도둑인가. 책 도둑과 글 도둑은 말은 비슷해도 뜻이 전혀 다르다. 글 도둑은 남이 쓴 글을 가져와 마치 자신이 쓴 것인 양 행세하는 경우다. 배움을 얻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더 나은 작품을 쓰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남의 글을 이용해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돈을 벌고자 하는 심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니 글 도둑은 도둑이 맞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성 인공지능은 어떠한가? 오픈AI의 ‘챗GPT’나 구글의 ‘바드’는 무서우리만큼 멋진 글을 써낸다. ‘스테이블 디퓨전’이나 ‘달리2’와 같이 전문 화가에 버금가는 실력으로 그림을 그려주는 인공지능도 있다. 이러한 생성 인공지능은 무수히 많은 인간의 작품을 학습해서 이와 비슷한 창작물을 만들어 낸다.   기존 인간 작가들은 인공지능이 작품을 도둑질해 간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인공지능이 작가의 허락도 없이 작품을 학습하더니 이제 원본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유사한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으니, 그렇게 여길 법도 하다. 하지만 인공지능 개발자들은 그저 기존 작품을 배워 창작해 내는 기술일 뿐이라 주장한다. 인공지능을 도구로 삼아 더 많은 이들이 창작 활동의 기쁨을 누리고 창작물을 함께 즐길 수 있게 되는 사회적 혜택을 강조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생성 인공지능을 상대로 한 저작권 침해 소송이 여러 건 제기되었고, 앞으로도 적지 않은 소송이 제기될 기세다. 현행법상 많은 쟁점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결과를 쉬이 예측하기 어렵다. 이처럼 문제가 어려울수록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생성 인공지능이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어쩌면 생성 인공지능은 18세기 이후 제조업에 진행된 산업혁명과 비슷한 변화를 창작 산업에 가져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옷을 예로 들어보자. 산업혁명 전까지 모든 이들이 사람이 직접 짠 옷을 입었다. 하지만 이제 대다수는 공장 기계를 통해 상당 부분 자동화된 공정을 거쳐 생산된 옷을 입는다. 그 덕분에 질 좋은 옷을 훨씬 더 싼 가격에 풍족하게 입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사람이 직접 만든 옷도 남아 있다. 명품일수록 장인이 한땀 한땀 손수 제작했다는 사실이 강조된다.   수십 년, 수백 년 후의 창작 산업의 광경도 이와 비슷할 수 있다. 사람 대부분은 생성 인공지능을 통해 자동적으로 생성된 작품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 인공지능 덕분에 값싸고 질 좋은 창작물을 한껏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 예술가가 인공지능의 도움 없이 만들어 낸 작품도 남아 있을 것이다. 명품 옷에 붙어 있는 ‘핸드-메이드’ 표시처럼 ‘휴먼-메이드’라는 말이 작품에 꼬리표처럼 붙어 있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   이러한 변화가 지속하는 동안에는 생성 인공지능의 창작물을 인간 창작물과 구별해서 알 수 있도록 표시하는 제도를 고려해 봄 직하다. 미래에 창작물 대부분이 인공지능을 통해 생성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면 굳이 인공지능이 만들었다고 표시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공장에서 만든 옷에 굳이 공장제라 표시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창작물을 보면 인간이 만들었을 것이라 여긴다. 그러니 누군가 생성 인공지능을 통해 타인의 작품과 비슷하게 만들어 내고서는 마치 직접 만든 것인 양 표시해서 이득을 얻고자 꾀할 수 있다. 이런 행태가 허용된다면 원작품을 만든 저작자는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빼앗기고, 창작 활동을 지속할 동기가 사라져 버린다. 이런 도둑질이 만연한다면 가파르게 성장해온 K문화산업을 이끌어 온 재능들이 산업을 떠나고, 성공적인 K문화의 입지가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요컨대 우리는 창작 산업에 있어 근본적 변혁의 출발점에 서 있는 셈이다. 창작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성 인공지능을 통해 창작 산업이 한층 더 도약하고 모두가 더 풍요로운 문화를 누릴 길을 지혜롭게 찾아야 한다. 김병필 /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기고 메이드 표기 창작 산업혁명 생성 인공지능 인공지능 덕분

2023-02-24

은혜평생교육대학 3년 만에 개강

풀러턴 은혜한인교회 부설 은혜평생교육대학(이하 은평대, 학장 한기홍 담임목사)이 내달 1일(수) 봄 학기 강좌를 시작한다.   봄 학기는 이날부터 5월 10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50분까지 교회 내 비전센터 2층 친교실에서 총 11주 동안 진행된다.   수업 순서는 예배, 체조, 강의, 특강이다. 은평대 측은 점심을 제공한다.   서성남 학감은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은평대가 2020년부터 작년까지 3년 내리 문을 닫았는데 전화와 카톡으로 언제 다시 강좌를 들을 수 있느냐고 문의하던 이들이 무척 반가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봄 학기엔 총 17개 강좌가 마련됐다. 강좌는 ▶영어와 미국생활 정보 ▶건강 댄스 ▶한국 무용 ▶중국어 ▶성악 ▶색소폰 ▶드럼 ▶키보드 ▶크로마하프 ▶기타 ▶서양화 ▶수묵화 ▶서예 ▶사진 ▶컴퓨터 ▶스마트폰 ▶아이폰 등이다.   영어 담당 리처드 문 강사는 “영어 강의를 하면서 시민권, 웰페어, 메디캘을 포함, 이민 생활 전반에 도움이 되는 정보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미옥 한국 무용 강사는 부채춤, 설장고 등을 복음 성가에 맞춰 배울 수 있는 ‘창작 선교무용’을 지도할 예정이다. 지 강사는 “미국의 가스펠 댄스처럼 한국 무용을 선교에 활용하면 여러 모로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애란 서양화 강사는 “배우기 편한 수채화를 지도한다. 드로잉부터 시작해 채색까지 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가르칠 것”이라고 밝혔다.   색소폰을 지도하는 김성규(케네스 김) 강사는 “한 학기 동안 잘 배우면 성가곡 1곡을 연주할 수 있다. 지난 강좌 수강생 전원이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연주해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수강료는 과목당 200달러다. 수강생은 원하는 과목을 1개만 고를 수 있다.   사전 수강 신청은 오는 22일(일) 오전 10시30분부터 11시30분까지 비전센터 로비에서 하면 된다.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30분~정오까지 같은 장소에서 등록할 수 있다.   문의는 이성춘 교무처장(714-863-7373) 또는 서성남 학감(714-496-1646)에게 하면 된다. 자세한 정보는 웹사이트(gracecec.com)를 참고하면 된다. 글·사진=임상환 기자은혜평생교육대학 개강 학기 강좌 창작 선교무용 한국 무용

2023-02-16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만남에 대하여

누구라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가장 가까운 내 가족이 될 터이고, 직장 동료이거나, 학교 동기, 선후배, 교회 친구들. 각종 모임을 통해서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과의 만남은 잠깐일 수도 있지만 때론 나의 생을 통하여 오랜 기간 동안 가까운 곳에서 서로를 알아가며 돕고 기대며 살아가는 친구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만남에 있어서 꼭 필요한 요소는 진실함이 아닐까 생각 된다. 만남에서뿐 아니라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도 꼭 필요한 태도가 진실함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 처음 만난 사람 사이에서 신뢰와 믿음이 쌓이게 될까? 무엇이 서로의 거리를 좁히고 사람에게 가까이 가게 되고 또 그 사람과 있으므로 행복해질까? 이건 어떤 도움을 주고 받아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서로에게 끌리는 인간의 본성으로 말미암은 것일 것이다.     서울방문 때 여러 문인들을 가까이 만나게 되었다 서로 처음 뵙는 분들이어서 조심스럽긴 하였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마음을 열게 되었다. 문학에 대하여, 창작 활동에 대하여, 살아 가는 어려움에 대하여, 격의 없는 대화를 여러 번 가질 수 있었다. 나의 짧은 문학 활동에 비하여 많은 경험과 과정을 통해 쌓아온 본인의 노하우를 가감 없이 이야기 해줄 때 나는 진심으로 감사의 표시를 전했다.     만남은 이런 것이다. 살아가면서 진정한 만남을 갖지 못하였다면 나는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지 못했을 수 있으므로 상대방을 탓하기보다 나를 먼저 돌아 볼 일이다. 언젠가 다시 만날 사람도 있겠지만 만나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게 사람 사는 일이여서 다시 만난다는 보장도 없을 것이지만 사실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세상에 수 많은 사람들 중에 유독 그 사람과 만난다는 것은 대단한 인연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헤어지고 나서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잊을 수 없는 사람을 떠 올리게 될 것이다.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 사람은 나에게 진심으로 대해 주었던 사람일 것이다. 그것이 비록 내 인생의 짧은 만남이 되었을지라도 나에겐 큰 설레임으로 남겨질 것이다. 나의 삶에 큰 영향력을 주는 사람과의 만남은 행복이요, 축복일 수밖에 없다.     인생은 만남의 연속이요 그 만남으로 나의 삶의 질이 만들어진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내가 사는 나의 인생이지만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인생의 길을 함께 찾아 나서는 만남은 나의 행복한 여행이 되기도 한다. 만나는 모든 사람은 내게 선생이 되고, 친구가 되고, 때론 연인이 되기도 한다. 소중한 만남은 쉽게 만들어지지도 않지만 쉽게 지워지지도 않는다. 사랑하는 이와의 헤어지는 아픔은 가슴을 저미게 한다. 그 누구도 이별을 전제로 만남을 시작 하지 않았기에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이별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 세상에서 영원히 이어지는 만남은 없다. 태어나면 그로부터 우리는 죽음이라는 거역할 수 없는 문을 향하여 걸어 가듯이, 이별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우리는 만남을 이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어떤 모습으로 서로에게 기억 될 수 있는지? 그리고 함께였을 때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로 여겨졌는지? 얼마나 진심으로 서로에게 마주 했는지? 마음을 다하고 표현하며 진심으로 사랑했는지? 그러므로 만남에는 후회가 없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만남의 매 순간마다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가장 나답게 사는 것이 나에게 가장 옳은 것처럼 내가 해야 할 일은 나로 돌아와 가장 나다운 만남을 가지는 것이다. 나를 속이는 만남은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 만남은 당신은 물론 상대방에게도 아픔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남에 있어 가장 먼저 있어야 할 덕목은 진실함이다. 그 진실함은 서로의 만남에 신뢰와 확신을 선물로 준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문학 활동 교회 친구들 창작 활동

2022-11-28

[아트 앤 테크놀로지] 현대미술에서 옷이란 무엇인가?

뮤지엄 오브 아트 앤 디자인은 뉴욕시 맨해튼의 콜럼버스 서클에 있는 디자인 전문 미술관이다. 뮤지엄 오브 모던 아트와 멀지 않은데 53가에서59가까지 조금만 걸어가면 있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미술관은 아니다. 주얼리 디자인, 가구 전시 등 많은 전시를 보았는데 비교적 인기가 많은 것은 역시나 패션 디자이너 중심의 전시였다. 아나 수이(Anna Sui) 전시를 2020년 2월 팬데믹으로 모든 것이 문을 닫기 전에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2년이 흘러서 ‘가먼팅: 현대미술로서의 코스튬(Garmenting: Costume as Contemporary Art)’이라는 대규모 기획전시가 2022년 3월 문을 열었다.     현대미술은 시각적인 매체를 넘어서서 인간이 경험하는 모든 것들과 의학적 영역, 환경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의상 혹은 의복은 인간의 신체에 맞닿은 직접적인 장식미술로서 고대 미술 혹은 고고학적 발굴에서 쉽게 접하는 것이다. 근대 산업혁명 등으로 의복 제작이 공장화, 기계화되면서 ‘디자인’이라는 개념과 시대에 따라 변해가는 ‘스타일’ 혹은 ‘패션’이라는 개념이 대두하면서 미술작가, 건축가, 산업 디자이너 못지않게 패션 디자이너의 지위도 재정립되었다. 21세기 소셜미디어 등의 시청각 매체가 여론 및 언론의 흐름을 지배하게 되면서 패션 정보 내지는 의복에 관한 자기표현은 더더욱 관심을 끌게 되었다. 이 때문에 패션이 본인의 정체성 혹은 브랜드 가치를 나타내는 중요한 도구가 되기도 하였다.     ‘가먼팅’ 전시는 35명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100점에 가까운 비디오, 조각, 행위예술, 설치미술 등의 장르를 보여준다. 패션 혹은 의복이 사회적으로 어떤 맥락에서 창조되고 소비되고 감상 되는지 그런 과정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날마다 옷을 입고 집을 나서는 과정들이 습관적으로 무의미한 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관람자들이 깨닫도록 한다. 1960년대 행위예술과 혼합매체 설치 작업이 대두하면서 의상 혹은 코스튬은 현대미술 창작 과정에서 필수적인 항목이 되었다. 전시를 기획한 알렉산드라 슈봐르츠(Alexandra Schwartz) 큐레이터는 의상이 나타내는 인종, 사회적 계급, 성 정체성, 민족성, 주관성 등을 주요 주제로 삼아서 전시의 내러티브를 구성하였다고 설명한다.     한국 출신의 현대미술 작가 아영 유(A Young Yu)는 한국의 무속신앙을 행위예술로 표현하는데 여기서 살풀이 의상과 춤사위가 핵심이다. 전시 기간 유 작가가 안무를 담당한 공연이 무용수 소혜 김(Sohye Kim)과 필 정(PilJeong)의 춤사위를 표현된다. 여기서 무당의 의상이 비단과 자수 조각, 세라믹 장식물 등으로 화려하게 제작되었다. 창조적인 의상은 행위예술의 필수요소인 것이다.     한편 작가들은 시각 미술로서의 의상과 일상복으로서 기능을 담당하는 의상 사이의 차이, 존재가치, 미의식 등을 탐구하기도 한다. 같은 시기에 열리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2부로 구성된 특별전, ‘미국에서: 패션의 편집본(In America: An Anthology of Fashion)’과‘미국에서: 패션의 낱말사전(In America: A Lexicon of Fashion)’은 현대미술작품으로 제작되지는 않고 누군가 입어서 ‘기능’을 담당하였던 의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들은 역사적 유물, 미술작품 등으로 간주할 만한 특별한 존재가치를 지닌 ‘작품’들이다. 한편 ‘가먼팅’ 전시에서 나오는 옷들은 현대미술작품으로 기획된 것이지 일상복으로 착용하도록 의도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 작품은 일반인들이 무심코 입고 다닌다고 생각하며 입는 옷 혹은 옷을 고르는 행위 자체를 심각하게 고민해보도록 촉구한다.     안드레아 지텔(Andrea Zittel)의 개념미술 프로젝트 A-Z Administrative Services는 가상의 회사이다. 여기서는 아방가르드 디자인 개념에 맞추어 대형 가구, 가정용 기구부터 소형 문구류 등까지 만든다. 또한 이 회사의 직원들이 입어야 하는 작업복(smock)도 마련되었다. 지텔이 디자인한 작업복은 몬드리안의 기하학적 도형으로 구성된 회화작품을 마치 의상으로 옮겨놓은 듯하다. 여기에는 효율성, 합리성, 유닛이라고 부르는 기본단위를 바탕으로 한 작업체계, 디자인 구성 등을 암시하는 듯한 직선 위주의 디자인이 돋보인다. 여기에 나타나지는 않지만 이런 작업복, 기성복을 제작하는 공장 또한 근대 산업화에 부응하여 탄생한 것이다. 공장의 기계들은 유닛에 따라서 줄지어 늘어서서 부서별로 맡은 바 업무를 완성한다. 여기 전시된 지텔의 옷은 규격화된 인체를 상징하듯 같은 사이즈로 제작되어 있지만 전시장의 다른 작품들은 성별, 인체 타입 등에 따라서 의상 표현의 다양화를 강조하였다. 패션산업은 현재 개개인의 신체 치수와 체형의 다양함을 반영하는 ‘맞춤형 의상’을 제작하도록 클라우드 데이터 저장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면, 원하는 디자인을 골라서 선택하면 키와 팔다리 길이, 체형에 맞도록 실시간으로 제작되어 소비자에게 배송된다. 한편 또 다른 극단적인 예는 유전자 조작이나 다른 방법을 통하여 인간의 체형을 규격화하면 의상의 치수가 똑같아진다. 지텔의 작업복 디자인은 이러한 ‘규격화된 사회구성원’을 암시하는 듯하다. 변경희 / 뉴욕주립대 교수·미술사 전공아트 앤 테크놀로지 현대미술 현대미술 창작 현대미술 작가들 패션 디자이너

2022-07-29

창작 뮤지컬 ‘다윗 왕’ 공연 성황…은혜한인교회 40주년 기획

풀러턴의 은혜한인교회(담임목사 한기홍)에서 지난 17~19일 사흘 동안 공연된 대규모 창작 뮤지컬 ‘다윗 왕’이 사흘 동안 4000여 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는 성황을 이뤘다.   은혜한인교회 뮤지컬팀이 1년 3개월에 걸쳐 창립 40주년 특별 공연으로 준비한 다윗 왕은 관객 동원은 물론 규모와 수준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뮤지컬팀에 따르면 영 김 연방하원의원, 써니 박 부에나파크 시장을 비롯한 한인들은 관람 후 “한인사회 최고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교인과 목회자 등 다른 한인들도 배우 120여 명, 스태프 40여 명이 선보인 뮤지컬에 박수 갈채를 보냈다.   극본, 총감독을 맡은 김현철 목사는 뮤지컬에 사용된 27곡의 가사를 모두 썼다. 버클리 음대 출신으로 가수 이승철의 곡을 썼던 김유신 작곡가는 24곡, 미국 음악계의 유망주로 알려진 강지담씨는 3곡의 작곡과 편곡을 맡았다.   김현철 총감독은 “초대형 LED 스크린을 활용한 무대 배경과 고증에 충실한 소품, 배우들의 뛰어난 노래와 댄스가 많은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한인 2세와 타인종을 위해 영어 자막을 제공한 것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전했다.은혜한인교회 뮤지컬 은혜한인교회 뮤지컬팀 창작 뮤지컬 공연 성황

2022-06-26

한미수교 140년 기념 공동창작 음악극 뉴욕서 초연

 한미수교 140주년 기념 한미 공동 창작 음악극 ‘여종업원과 남자도적’이 오는 5월 뉴욕에서 초연된다.     ‘여종업원과 남자도적’은 기계로만 소통할 수 있는 모두가 외롭고 고독한 가상의 디스토피아 사회를 배경으로 자유를 찾기 위해 행동하는 여종업원과 남자도적의 이야기를 그린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사회와 단절돼 고립된 고령층과 사회적 약자의 소외 현상 등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이 시기에 더욱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한국 서울에 소재한 극공작소 마방진, 옐로밤 프로덕션과 뉴욕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콘크리트 템플 씨어터가 2017년 협업을 시작한 이래 드디어 일반에게 공개하는 것이다. 독일의 대표 극작가 프리드리히 쉴러의 작품 ‘군도’와 한국 고전 ‘홍길동전’에서 영감을 받아 두 작품을 매쉬업한 형식의 음악극이다.   르네 필리피 콘크리트 템플 씨어터 예술감독이 극작·공동연출을 맡고 루이스 플린이 작사·작곡을 담당했다. 위트 넘치는 대사와 경쾌한 노래가 돋보이며, 영어와 한국어로 진행된다.     뉴욕한국문화원(원장 조윤증)이 공동 주최하는 이 공연은 업스테이트 뉴욕 허드슨밸리의 채텀에 위치한 퍼포먼스 스페이스 21(PS21)에서 5월 21~22일 세계 초연되며, 5월 25~29일 맨해튼 딕슨 플레이스(Dixon Place)에서 이어진다.     채텀 PS21 공연 티켓의 가격은 30달러, 맨해튼 딕슨 플레이스 공연은 25달러로 각 공연장 홈페이지에서 구매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과 문의는 홈페이지(koreanculture.org)를 방문하거나 한 효 공연 프로그램 디렉터(212-759-9550 Ext.210)에게 하면 된다. 장은주 기자공동창작 한미수교 기념 공동창작 창작 음악극 뉴욕 허드슨밸리

2022-04-18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위대한 영혼, 창작의 길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무엇이고, 어디로 가는가’(1897. 삼베에 유채. 141x 376 cm, 보스턴 미술관) 폴 고갱이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현재 진행형이다. 해답을 찿지 못했다.     고갱은 알코홀 중독과 병마에 시달리며 마지막 희망을 걸고 이 대작을 완성했다. 후기 인상주의 화가 폴 고갱(1848-1903)은 증권거래소 직원으로 일하다가 우연한 기회로 인상주의 화가들과 교류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창작에 몰두한다. 서구 문명에 염증을 느끼고 남쪽나라 낙원 타이티로 가서 원시적인 풍경과 원주민들의 순수한 모습을 강렬한 빛과 색채에 담았다. 자연은 고갱 예술세계의 무한한 원천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벌거벗은 원주민들이 만끽하는 자유로운 모습은 그를 원시주의의 창시자로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무엇이고, 어디로 가는가’는 고갱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고뇌에 가득 찬 시기에 그린 작품이다. 1897년 사랑하는 딸을 잃은 고갱은 악화된 건강과 빈곤한 생활로 참담하고 절망적인 나날을 보냈다. 결국 자살을 결심하게 되는데 죽기 전에 완성해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한 달이란 짧은 기간 동안 이 대작을 완성했다. 스스로 이 작품은 최악의 상항에서 자신에게 남아있는 모든 열정과 영혼을 담은 작품이며 여태까지 그린 작품들을 뛰어넘는 역작이라고 자평했다.     그림 속에는 여러 군상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인간의 탄생, 삶, 죽음 등을 담고 있다. 오른편 아래쪽 담요에 누워있는 아이는 출생을, 왼쪽에 두려움으로 움츠린 노인은 죽음을 상징한다. 건장한 모습으로 그림 중앙에서 과일을 따는 여인은 삶과 연관돼 있다. 인생은 태어남과 죽음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지만 살아있는 동안은 한 그루의 과일나무를 가꾸는 것이라고, 절망과 고뇌 속에서도 축복의 열매를 따는 것이라고 고갱은 말하고 있는지 모른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는 화가 고갱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화목한 가정과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 두고 남태평양 타히티섬으로 모험을 떠난 기이한 화가의 행적을 그린다. ‘오로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욕망을 좇아 떠난 그에게 금전적인 여유는 없었다. 더럽고 낡은 호텔방에서 머무르며 하층민의 삶을 전전하던 스트릭랜드(주인공)는 곧 생활고에 몸져 눕게 되지만…’이라고 작가는 표현한다. ‘달’은 화가가 추구하는 이상을 상징하고 ‘6펜스’는 사회 물질적인 재화를 의미한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라는 질문의 귀착점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인지 모른다. 그 중간에서 고뇌하며 ‘나는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고갱은 원시적이고 환상적인 여인의 손에 잡힌 한 알의 과일이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야 하는 이유인지 말하고 있는지 모른다. 고갱은 생명과 죽음, 고통과 가난 속에서도 생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절박한 염원을 이 작품에 담고 있다. 우리는 낙원을 꿈꾸지만 낙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차갑고 냉정하고 투쟁해야 할 현재가 있을 뿐이다. 캄캄하고 어두워도 빛은 존재한다. 어둔 밤 길이 보이지 않는다 해도 길은 있다. 먼저 가는 사람이 길을 만든다. 많은 사람이 가면 큰 길이 된다.   ‘네가 가고 싶은 대로 가면 바로 그게 바른 길이야. 넌 어디든 네 의지로 갈 수가 있어. 올바른 길이란 진리는 없어. 그러니 네가 스스로를 믿고 그 길을 걸어가면 된단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중에서.   왜 사는지 답할 수 없어도 생과 죽음 사이 오솔길 따라 오늘도 길을 간다. 길은 있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영혼 창작 영혼 창작 고갱이 자신 고갱이 우리

2022-01-25

"이민의 삶속에서 한글 창작 이어가야" 애틀랜타 문학회

    애틀랜타문학회(회장 조동안)는 지난 14일 오후 둘루스 주님의 영광 교회에서 제15회 애틀랜타 시문학 출판기념회 및 제6회 애틀랜타 문학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수상자들과 문학회원, 한인 인사 등 약 80명이 참석했다.     문학회는 먼저 시상식을 진행했다. 대상에는 시 ‘아버지의 퉁소’(이난순), 최우수상에는 시 ‘기다리기’(이태희)와 수필 ‘벅차오르는 기쁨’(김철호), 우수상에는 시 ‘하동저수지’(이종길)와 수필 ‘어느 새끼 오리의 죽음’(강창오) 등이 선정됐다. 대상을 수상한 이난순 씨는 "아버지의 애틋함이 없었다면 오늘 이런 영광 얻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아직 걸음마단계인 저에게 '시작이 반이다'라고 알려주심에 마음을 열고 시의 세계에 한 발짝씩 디뎌보겠다"고 말했다.       이번 신인문학상에는 애틀랜타를 비롯한 9개주와 한국 서울에서 참가하며 작품 수준이 예년보다 높아지고 글로벌 시대에 부응하는 대회의 면모를 보였다. 김동식 심사위원장은 "시 110편, 수필 36편 등 역대 가장 많은 총 146편의 작품이 응모됐다"면서 "모방의 흔적, 기승전결, 반전, 본인만의 독창성, 맞춤법 등을 고려해 수상작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미국에 살면서 한국어를 잘 쓰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어 문학 작품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조동안 회장은 "글을 쓴다는 것은 지금처럼 세상이 혼란스러울 때 힘이 되고 중심이 되고 나침반이 되어준다"면서 "우리는 작은 문구 하나에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 경험을 했다. 문학을 통해 많은 분이 위로 받고 용기를 얻어 이 시기를 잘 견뎌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끝으로 회원들은 자신의 작품을 직접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참석자는 "가을 밤을 수놓는 시와 음악의 향연이었다"면서 "한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이민자로서 위로받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배은나 기자한국어 창작 한국어 창작 한국어 문학 문학회원 한인

2021-11-15

시 창작 문학 강연 열린다…재미시협 23일 문학축제

 창립 34주년을 맞는 재미시인협회(회장 고광이)가 오는 23일 용수산에서 가을 문학축제를 개최한다.     이번 축제는 재미시인협회의 권영희 시인 ‘뒤돌아보니 문득’과 조성우 시인의 ‘은하수에 핀 꽃’ 북 사인회로 시작되며 2021년도 신인상 시상식도 함께 열린다.     이날 초청 강사로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이며 문학평론가인 이형권(사진) 교수가 ‘시의 새로움과 외로움’이라는 주제로 시의 독창성과 창작에 관한 문학 강연을 연다.     이형권 교수는 ‘현대 시’ 문학평론 부문 우수작품상, 편운문학상 문학평론 본상, ‘시와 시학’ 평론가상 본상 등 수상을 비롯해 ‘미주한인시문학사’를 발간하고 제11회 김준오 시학상에 선정됐다.     저서로는 ‘타자들, 에움길에 서다’, ‘한국시의 현대성과 탈식민성’, ‘발명되는 감각들’, ‘공감의 시학’, ‘미주 한인 시문학사’ 외 다수가 있다.   한편 2021년 재미시인협회 신인상 대상은 박현자 ‘목화석’, 최우수상은 이 애미 ‘힘' 우수상은 윤옥희 '내환자 이야기', 가작상은 오규엽 '새벽 등산 길'이 선정됐다.     고광이 회장은 “34년이란 시간을 모국어로 시를 쓰며 함께 발전해 온 문우들의 축제”라며 “팬데믹으로 인해 서로 배려하는 재미시인협회가 되었다”고 밝혔다.   ▶문의: (310)612-9580

2021-10-17

[문화 산책] 그림값과 이름값

 미술에 관한 기사가 신문의 문화면이 아닌 사회면에 실리는 일은 매우 드물다. 유명한 작품의 도난 사건, 가짜그림(위작) 소동, 조수를 써도 되느냐 아니냐… 그런 따위의 기사가 흥미 위주로 가끔 실리는 정도다. 가장 많이 실리는 것은 역시 그림값에 관한 기사다. 아무개 화백의 작품이 경매에서 얼마에 팔려,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는 식의 기사다.     그런 기사를 읽는 보통사람들의 반응은 그림값이 왜 그렇게 비싸냐는 것이다. 아무리 봐도 헝겊에다 물감 칠한 건데 뭐가 그리 비싼 거냐? 그림값의 정체가 도대체 뭐냐?   간단히 말해서 비싼 그림값의 정체는 시장의 원리에서 나온 것이다. 미술 이외의 모든 예술작품은 많이 팔거나 많은 관객을 동원하는 구조로 유통된다. 베스셀러, 천만관객 영화, 밀리언셀러 음반, 조회수 몇 억… 같은 식이다.   이에 비해 미술은 단 한 점을 놓고 많은 사람이 서로 사려고 몰려들기 때문에 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판화나 사진처럼 복제가 가능한 분야는 제외) 투자나 투기 세력이 끼어들면 가격이 수직상승하고, 일단 올라가면 내려오지 않는다. (미술시장에 관심이 있는 분에게는 도널드 톰슨 저 ‘은밀한 갤러리’라는 책을 권한다. ‘경제학자이자 미술품 컬렉터가 밝히는 현대미술의 은밀한 세계’라는 설명이 붙은 이 책은 현대미술을 움직이는 작가와 경매, 갤러리의 실체를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다)   그림값의 형성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지만 상당 부분 작가의 이름값에 좌우된다.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는 기준 같은 것은 애당초 있을 수 없으므로 작가의 지명도에 기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유명해진 작가의 작품은 형편없는 졸작이라도 비싼 값에 팔린다. 유명 작가의 위작 소동이 일어나고, 이름 난 인기 연예인의 그림이 비싸게 거래되는 것도 다 그런 까닭이다. 이름값은 이런저런 형태로 작용한다.   얼마 전 미국 미술계에 한 사람의 화가가 혜성처럼 등장하여 화제를 모았다. 단 한 번도 전시회를 가진 일이 없고, 평생 미술교육을 받은 적도 없는 그야말로 ‘생짜’ 신인인데, 데뷔 전시회에서 회화 대작은 50만 달러, 드로잉 한 장에 7만5000달러를 호가하는 대단한 대접을 누렸다.   이 ‘천재 신인(?)’의 이름은 헌터 바이든(51세),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는 그 유명한 ‘골치덩어리’ 아드님이시다.   그의 파격적인 그림값이 작품성이나 예술적 가치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 작품값의 대부분은 ‘현직’ 대통령의 이름값이라는 건 누가 봐도 뻔히 보인다. 그러니 미국 정계와 화단이 온통 시끄러웠다.   한국에서도 그림이 정치에 악용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제법 일어난다. 미술작품이 비자금 마련의 수단이 되기도 하고, 뇌물로 상납되기도 하고, 대통령 후보의 부인이 과거에 기획했던 전시회에 후원자가 너무 몰렸다고 시비가 되고, 대통령 아들이 작품 창작 지원금을 많이 받았다고 구설에 오르는 식이다. 모르긴 해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비화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술작품을 작가의 명성이나 작품값, 영향력 등과 관계없이 순수하게 감상하는 길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내가 보기에 좋고, 내 마음에 드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다”라는 배짱을 가지고 그림 앞에 당당히 서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참 어렵다.     역설적인 명답 하나 소개한다.     “내 돈 주고 사고 싶은 작품이 내게는 가장 좋은 작품이다.”     그것 참 더럽게 역설적이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

2021-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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