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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영웅전] 맹손의 자식 교육

중국의 춘추·전국 시대 노(魯)나라에 맹손(孟孫)이라는 세도가(勢道家)가 살고 있었다. 맹손은 사냥을 아주 좋아했다. 어느 날 부하들을 데리고 사냥을 나갔다가 새끼 사슴을 잡아 진서파(秦西巴)를 시켜 집으로 가져오도록 했다.   진서파가 새끼 사슴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니 어미 사슴이 슬피 울며 따라왔다. 그 눈빛에 자식을 돌려 달라는 소망이 그토록 간절할 수가 없었다. 마음이 착한 그는 어미 사슴의 모정에 감동해 새끼를 풀어 주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진서파가 집으로 돌아오자 맹손은 잡은 사슴을 가져오라 했다. 진서파는 그간의 사정을 보고하고 어미 사슴의 슬픔을 뿌리칠 수 없어 새끼를 돌려보냈노라고 대답했다. 그의 말을 들은 맹손은 크게 화를 내면서 그를 쫓아냈다. 그런 일이 있은 지 석 달이 지나 맹손은 진서파를 다시 불러들여 자기 아들의 가정 교사로 삼았다. 많은 사람이 의아하게 생각했다.   어느 날 맹손의 마부(馬夫)가 “지난날에는 진서파에게 죄를 물어 몰아냈다가 이제는 그를 불러 아드님의 스승으로 삼으시니 그 연유가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맹손이 “진서파가 사슴의 새끼도 그냥 보아 넘기지 못했다면 항차 내 아들이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느냐”고 대답했다. (『한비자』, 『여씨춘추』)   누구인들 자식이 소중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어찌 내 자식만 소중하겠는가. 학교 폭력으로 자살한 아이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자살한 담임 선생님도 누군가의 자식이며, 가슴 아파할 엄마와 아버지가 있다. 그런데 왜 그들이 죽어야 하나. 나 자신을 포함해 모두 부모 잘못이며, 그 잘못의 뿌리에는 무지가 있다.   퇴계(退溪) 선생은 사랑(仁)은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것(情)이 아니라 머리로 느끼는 이치(端)라고 했다.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진 이래 아버지가 무너지고, 가정이 무너지고, 나라가 어지러워졌으니 모두가 내 탓이다. 신복룡 / 전 건국대 석좌교수신 영웅전 자식 교육 자식 교육 누구인들 자식 새끼 사슴

2024-09-29

[이 아침에] 자식 자랑

요즘 젊은 세대는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나이 든 사람들은 나보다는 자녀, 미래보다는 과거에 집착한다. 왈, “라떼는 말이야”가 자주 등장한다.     정치나 종교 이야기는 해 봐야 본전 찾기가 어렵다. 기분을 상하거나, 자칫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이 모이면 가장 쉽게 등장하는 화제는 건강이다. 어디가 아프고, 그럴 때는 운동은 이렇게 하고 저런 음식을 먹으면 좋고 하다가, 주변 사람들, 특히 그 자리에 없는 이웃이나 친구 이야기를 하게 된다.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에 더 열기가 뜨겁다.     그렇게 시작한 대화로 대충 전반전은 정리가 되고, 후반부로 넘어가면 자연스레 ‘라떼’와 자식 자랑이 등장한다. 자녀가 많은 사람보다는 적은 사람일수록 자랑거리가 많다. 스마트폰의 앨범을 열어 사진까지 보여 주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손자가 있는 사람은 자녀 대신 손자 자랑을 한다. 아기 자랑이라면 애교로 보아줄 수 있다. 하지만 자녀의 직장이나 연애 이야기는 조금 지나치다 싶기도 하다.     동시대 사람들은 대개는 비슷한 삶을 산다. 남에게 자랑하며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있고, 다들 걱정거리도 가지고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 욕구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늘어가는 것 같다. 그래서 나이 든 사람들의 대화를 잘 들어보면 서로 의견을 나누고 공감하기보다는 일방통행이 잦다. 특히 ‘라떼’ 가 등장하면 재방송 수준이다. 어떻게 이렇게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수 있을까 싶다. 그나마 자기 이야기는 들어줄 수 있는지만 친구나 친척까지 등장하면, 이건 아니다 싶기도 하다.     자녀가 한 명인 사람에게는 그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이 자랑거리의 100% 일 것이다. 자녀가 둘인 사람에게는 한 명이 차지하는 몫은 50%다. 즉, 그 사람에게 한 자녀의 성공은 50% 정도의 자랑거리가 된다. 나는 자녀가 4명이다. 한 자녀의 성공은 25%의 자랑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 크게 자랑할 거리도 아니다. 말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이래서 자녀가 적은 사람일수록 자식 자랑을 많이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사람들은 재산이나 지위에 대한 자랑은 조심스러워한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닌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등을 고려하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도 자녀 이야기가 나오면 쉽게 자랑을 하려고 한다. (남들이 보기에 자랑거리가 아닌 것도 많다)   돌아가신 어머니도 (자랑할 것도 없는) 자식 이야기하기를 좋아하셨다. 어머니가 다니시던 성당 교우의 딸이 나와 같은 회사에 다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본사 마케팅 부서에 있어 철마다 가방이나 티셔츠, 윈드 브레이커 같은 판촉물을 가져온다며, 어머니는 내게 그런 물건을 얻어 달라고 조르곤 했다. 보상부에 근무하던 내가 어머니에게 드릴 수 있는 것은 수첩 정도였다.     남들과 나누는 대화라면 나를 이야기하고 우리를 화제로 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생활정보도 좋고, 취미활동도 좋고, 공통으로 나눌 수 있는 추억 여행이라도 좋다.  고동운 / 전 가주 공무원이 아침에 자식 자랑 자식 자랑 자녀 이야기 자식 이야기하기

2024-07-03

[문화산책] ‘앞바라지’에만 바쁜 부모들

세계적 축구 스타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의 라디오 인터뷰를 찾아 들었다. 부모의 교육철학을 중심으로 한 대화였는데, 정곡을 찌르는 명쾌한 대답에 듣는 내내 신나는 축구경기를 보는 것 이상으로 통쾌했다.   부모의 역할에 대한 손웅정 감독의 신념은 분명하고 정확하고 고집스럽다. 월드 스타를 길러낸 아버지의 교육철학이니 모든 부모가 귀담아 새겨들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앞바라지’라는 낱말이 신선하게 들렸다. 손 감독은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부모를 ‘자식의 앞바라지를 하는 부모’라고 설명했다.   “큰 부모는 작게 될 자식도 크게 키우고, 작은 부모는 크게 될 자식도 작게 밖에 키우지 못 한다.”   “(앞바라지는) 아이의 재능과 개성보다는 부모로서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고 지금 자기 판단에 돈이 되고 성공을 환호하는 것이다. 아이의 행복도 무시하는 등 그렇게 유도해서 갔을 때 자식이 30~40대 가서 하던 일에 권태기가 오고 번아웃이 온다면, 그 인생을 부모가 대신 살아줄 수 있느냐?”   “부모의 역할은 아이의 재능이 뭐고 개성이 뭘까라는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져서 최고 빠른 시간 안에 아이의 재능과 개성을 찾아서 인생의 스타트 라인에 갖다 놔주는 것이다.”   ‘아들이 용돈은 주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손 감독의 대답은 매우 단호하다. “아니, 제가 벌었어야지! 자식 돈은 자식 돈, 내 돈은 내 돈, 내 성공만이 내 성공이지, 어디 숟가락을 왜 얹느냐! 숟가락 얹으면 안 된다. 앞바라지를 하는 부모들이 자식이 잘됐을 때 숟가락을 얹으려고 하다 보니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주도적으로 내 삶을 살아야 한다. 왜 자식 눈치 보면서 내 소중한 인생을 그렇게 살아야 하는가.”    이런 확고한 신념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끊임없는 독서의 힘이라는 대답이다. 손정웅 감독은 성실한 다독가로 알려져 있다. 얼마 전에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라는 제목의 새 책을 펴냈다. 지난 15년간 쓴 독서 노트를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삶에서도 운동에서도 평생 치열하게 살아온 손웅정 감독의 인생 수업이라 할 만한 책이다.   “내게 독서란 책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고 말하는 손웅정 감독은 좋은 책을 찾으면 최소 세 번 이상 읽는데, 검정, 파랑, 빨강 볼펜을 사용해 노트에 옮겨 적고, 외울 문장에는 줄을 긋고 사자성어나 새길 단어에는 별 표시를 하고 더 공부할 생각 거리는 메모하며 전투적으로 책을 읽고 노트에 필사한다. 그렇게 다 읽은 책은 미련 없이 버린다고 한다.   “저는 책을 읽기 전보다 책을 읽은 후에 조금은 나아진 사람이 된 것도 같다고 감히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도 같거든요.”   너무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는 이들에게 손 감독은 단호하게 답한다. 시간을 내야만 한다, 성장을 위해 시간을 내는 건 당연한 일 아니냐?   책의 한 구절이 가슴을 때린다. “평생의 꿈이라면 그거 하나예요. 저는 이기기 위한 뻥 축구는 절대로 안 해요. 예의가 살아 있는 축구를 하고 싶은 거예요. 전 다 제쳐두더라도 이 표현을 꼭 한번 듣고 싶은 거예요. 야, 참 아름답게 축구한다.”   우리네 인생도 그렇게 제대로 사람답게, 참 아름답게 산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끝으로 서글픈 사족 한 마디.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성인 독서율이 역대 최저인 43.0%로 떨어졌다고 한다. 지난해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 이상이 1년 동안 책이라는 걸 단 한 권도 안 읽었다는 의미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앞바라지 부모 자식 눈치 손정웅 감독 성인 독서율

2024-05-09

[문예 마당] 함께 나누는 대화

며칠 전 커피숍에서 무엇인가 아쉬운 마음으로 나오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친우들과의 대화 내용은 몸 어디가 아프다는 이야기, 자식 이야기, 손자 이야기 그리고 남 이야기가 주였다. 은퇴 후 시간 여유가 있다 보니 친구들, 또는 아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많아졌다. 그런데 대화를 자주 하다 보니 조심해야 할 소재들이 있음을 느낀다.   주위에 나이 든 사람이 많다 보니 몸 곳곳에 아픈 십자가들을 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문제는 본인의 아픈 이야기를 시작으로 주변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이런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를 계속하는 대화는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한 본인의 과거 이야기, 자식 또는 손자들에 관한 이야기도 적지 않게 나온다. 대부분이 자랑거리다. 하지만 아무리 자랑스럽고 좋은 이야기라도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면 듣는 사람은 부담을 느끼게 된다. 사생활 (privacy)을 중시하는 미국 사람들은  본인의 이야기, 혹은 자식이나 가정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게 잘 하지도 않고 묻지도 않는다.     한국 정치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 소재다. 한국 정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서로 얼굴을 붉히는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한국을 떠난 지도 오래되었고 우리 생활과는 거리가 있는 한국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면 자기주장이 강한 논쟁보다는 차라리 토론 형태로 하는 편이 훨씬 유익하다고 생각된다. 논쟁은 누가 옳은지 흑백을 가리자는 대화이기에 서로 열을 받게 되지만, 토론은 무엇이 옳은지를 찾는 것이기에 언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작다. 한국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직접 할 수일은 별로 없지 않은가. 더구나 본인이 미국 시민권자라면.     우리는 본인이 직접 보거나 경험한 것이 아니라 남에게서 들은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전할 때도 많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경우 대부분이 좋지 않은 내용이다.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그의 친구가 주고받았다는 이야기 내용이 흥미롭다. 소크라테스는 저술이나 일기를 남기지 않았지만, 그의 제자인 플라톤 이, 특히 크세노폰 등이 소크라테스의 일화나 행적을 많이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날 소크라테스의 친우가 “네 친우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 들었는데 ”라고 말하자,  소크라테스가 먼저 세 가지 질문을 했다는 것이다. 그들의 대화 내용은 이러했다.     친우: “네 친우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소크라테스: “나에게 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네가 직접 들은 이야기인지 혹은 다른 사람한테 들을 이야기인가?”   친우: “실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   소크라테스: “그러면 너는 그 이야기가 사실인지 모르는구나. 그런데 그 이야기는 좋은 이야기인가, 아니면 안 좋은 이야기인가?”     그리고 끝으로 소크라테스는 다시 물었다. “자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인가? 만일 그 이야기가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 이야기라면 그 이야기를 할 이유가 있을까?”   소크라테스의 질문에는 “사실이 아닌 남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전하지 말라”는 내용과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도 좋지 않은 내용의 이야기는 말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그리고 “만일 그 내용이 좋지 않더라도 내 생활에 경각심을 울리는 이야기”라면 듣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좋은 대화가 되기 위해서는 목적이 분명하고 참석자들과 공유할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상대방의 대화를 중간에 끊지 말고, 존중하는 자세로 경청하고, 상대방의 의견에 대한 고려와 예의를 차리는 것이 건강한 대화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이와 더불어 대화를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난 일보다는 오늘과 내일을 위해서 책을 읽고 나 자신이 말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명렬 / 작가문예 마당 대화 수필 이야기 자식 손자 이야기 이야기 내용

2024-03-21

콩 심은 데 팥 난다?

  ━   [보석상의 보석이야기] 콩 심은 데 팥 난다?     "애는 누구를 닮았나 몰라?" 부모가 자기 자식을 가리키며 하는 말이다. 그런데 굉장히 무책임한 말이다. 그 말인즉 나를 안 닮았다는 걸 에둘러 표현함과 동시에 꼴 보기 싫은 배우자를 닮아 이렇다는 일종의 책임 전가인데,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부모의 DNA를 정확히 50/50으로 갖고 태어나기 때문에 아무리 부인하고 싶어도 그 자식이 그런 거에 대해선 본인의 책임도 50% 있다는 얘기다.   자식이 세상에 나올 때 어떤 자식도 본인 의지로 나오진 않는다. 엄마와 아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자식은 엄마의 뱃속에서 태아로 만들어지면서 성인이 될 때까지 절대적으로 부모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자식의 문제는 부모의 책임이 동반된다. 그래서 남의 자식 대하듯 내 자식을 비난할 수 없다.   자식이 잘되면 부모가 칭찬받아야 하고, 반대로 못되면 부모가 비난 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살다 보면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상대 배우자를 힘들게 하면서, 비난의 화살을 그를 닮은 자식에게 돌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로 인해 자식은 상처를 받는다. 가정에서 존중받지 못하는 자식은 밖에서도 자신의 자존감을 높일 수 없다.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이혼한 부부의 자녀 중 많은 수가 부모의 이혼이 본인 때문이라고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부모한테 사랑과 존중 속에 자란 자식은 본인이 잘나서 오늘날 내가 이렇게 잘 컸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내 자식도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머리가 커지니, 본인의 눈에 부모의 부족함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잔소리가 부쩍 많아졌다.   이런 모습이 나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다. 나도 성장하면서 내 부모에게 말대꾸도 하고 대들기도 했던 것이 생각난다. 이제 육십이 넘은 나이가 되어보니 당당하게 부모에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나로 살아올 수 있게 만들어준 부모님께 너무도 감사하다. 부모의 권위에 눌려 일방적으로 복종을 강요 받는 유교적 사고방식에서 자랐다면, 나 또한 자식들에게 그런 나의 삶을 강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웬만한 자식의 잔소리는 듣고 받아 드리려고 노력하지만, 가끔은 이건 아니지 하는 일도 생긴다. 그땐 한마디 한다. "지금의 너는 나와 너의 엄마가 만들어 놓았거든......." 그러면 내 딸들은 잔소리를 멈추고, 닭 똥 같은 눈물을 흘린다.   그러면 내가 이긴 거다.   해리 김 (K&K Fine Jewelry)  보석상의 보석이야기 자기 자식 본인 의지 상대 배우자

2023-12-27

[신복룡의 신 영웅전] 공자의 자식 교육

진항(陳亢)은 공자(孔子)의 제자였다. 그는 공자가 자식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궁금해 공자의 아들 백어(伯魚)에게 “혹시 아버님에게서 남다른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물어봤다. 이에 백어는 “그런 일은 없다”면서 다음과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어느 날 공자가 혼자 뜰에 있을 적에 백어가 허리를 굽히고 빨리 지나가니 “너는 시(詩)를 읽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백어가 “배우지 못했다”고 아뢰자 공자는 “시를 배우지 않으면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날 또 공자가 뜰에 있을 적에 백어가 허리를 굽히고 그 앞을 지나가려니 “너는 예(禮)를 배웠느냐”고 물었다. 백어가 “아직 배우지 못했다”고 아뢰었더니 공자는 “사람이 예를 배우지 못하면 바로 서지 못한다”고 말했다. 백어가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은 이 두 가지가 전부였다. 진항은 기뻐하며 말했다.   “세 가지를 알았다. 시에 관해 들었고, 예에 관해 들었고, 군자는 자기의 자식을 멀리한다는 것을 알았다.” 공자가 뜰을 거닐며 자식을 가르쳤다 해서 이 고사는 ‘정훈(庭訓)’이라 한다. (『논어』 계씨편)   군자는 자기 자식에게 성화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빗나가는 이유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성화가 지나치기 때문이다. 내가 어려서 고향을 떠나 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니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시는데 아버지는 반가운 내색을 하지 않으셨다. 잠결에 아버지가 내 몸을 쓰다듬으며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이렇게 컸어.” 아버지는 그렇게 자식이 잘 때 사랑하셨다. 그것이 내가 느낀 부정(父情)의 전부다.   지금 한국사회는 학교 교육이 무너졌다. 가정도 무너졌고, 아버지가 실종됐다. 어른들 말씀에 따르면 자식은 잠들었을 때 사랑하는 것이라 했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그런 말이 없었지만, 아버지로부터 사랑한다는 말씀을 한 번도 못 들은 것이 가슴에 맺힌다. 신복룡 / 전 건국대 석좌교수신복룡의 신 영웅전 공자 자식 자식 교육 백어가 아버지 백어가 허리

2023-11-26

[이 아침에] 너무 채우면 터진다

자식 농사가 제일 힘들다. 밭농사는 한 해를 망치면 다음 해를 기대할 수 있다. 자식 농사는 기약할 수 없다.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三歲之習 至于八十)’는 말은 어릴 때 몸에 밴 나쁜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금은 백세시대지만 예전에는 평균나이 60을 넘기지 못했다. 칠십세 고희를 맞는 사람이 드물었으니 여든은 이미 죽은 나이, 세 살 버릇은 죽어도 못 고친다는 말이다.   뉴저지 사는 딸 부부가 아이 둘 데리고 다녀갔다. 손녀는 6살이라서 말귀도 알아듣고 사람 구실을 하는데 3살짜리 손자는 제멋대로다. 잠시 상냥하게 굴기에 대견해서 칭찬하려는 찰나 본색이 드러나 사고를 친다. 손주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데 인내심 부족인지 내 머리는 빙글빙글 돈다.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하는지, 무슨 말로 교양있게 타일러야 하는지 헷갈린다.     애들은 보통 돌이 지나면 걷기 시작하고 세 살이 돼 말을 하는데 그 때부터  고집 부리고 원하는 것이 관철되지 않으면 울거나 떼를 쓴다. 손주는 내 자식이 아니라서 마음 놓고 훈계도 못 한다.     요즘 애들은 어른 열 명보다 더 똑똑하고 모르는 게 없다. 영어가 딸리는 할머니가 간단한 게임조차 못해 허둥대면 유치원생 손녀가 슬쩍 손가락으로 짚어준다. 딸이 친정에 오면 어릴 적 소꿉친구들이 다들 결혼해 애 데리고 만나는데 이건 완전 디즈니랜드 놀이공원 온 것보다 더 난리방구통이다.     내 새끼나 남의 새끼나 세 살짜리 인간들은 한결같이 말썽꾸러기에 제멋대로다. 손자는 작은 일에도 삐침을 잘 타서 “누굴 닮아서 저러냐” 했더니 딸 친구가 “크리스 삼촌 닮았어요”한다. 크리스는 내 아들! 유전자에 문제 있나 얼핏 생각나 “아냐. 크리스가 얼마나 잰틀맨인데”라고 했더니 다 같이 성토, 한글학교에서 삐침 잘 타기로 일등선수였다는 보고다.     손녀는 하는 짓이 수준을 능가해 ‘천재’ 아님 ‘여우’라고 감탄했는데 알고 보니 고만한 여자아이들은 한결같이 ‘아인슈타인’아니면 감당이 안되는 ‘백여우’다.     신세대 어머니들은 인내심도 기막혀서 조목조목 설명하고 가르치고 맞장구를 치는데 누가 애인지 엄마인지 분별이 안된다. 모르는 것이 하나도 없게 저토록 충실하게 가르치면 학교 가서 무엇을 배우나. 잠시 교편생활을 한 과거를 떠올리며 씁쓸해진다. 애들은 백지처럼 깨끗하고 마음대로 뛰놀았다.   작은 주머니를 너무 꽉 채우면 터진다. 어릴 적 동무들과 주머니놀이 할 때 공중에 던진 내 주머니는 땅에 떨어지면 실이 터져 콩이 튀어나왔다. 옥이 언니가 내 주머니에 콩을 너무 많이 넣어 꿰 맺기 때문이다.     뮤지컬 공연 물랭루주의 서두에서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다.  화려한 장난감 없어도, 스스로 한 일에 책임지고, 넘어져도 일어나는 용기를 가르치는 것이 사랑의 참모습이다. 사랑은 달콤하지만 넘치면 상한다.     진정한 사랑의 참모습과 가치를 심어주면 세 살 버릇은 나이 들면 저절로 교정된다. 아이는 부모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대로 따라 배운다. 롤모델이 올바르게 살면 철없는 아이들도 큰 나무로 자라 풍성한 열매를 맺는다. 이기희 / Q7 Editions 대표·작가이 아침에 자식 농사 크리스 삼촌 유치원생 손녀

2023-10-15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너무 채우면 터진다

자식 농사가 제일 힘들다. 밭농사는 한 해를 망치면 다음 해를 기대할 수 있다. 자식 농사는 기약할 수 없다.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三歲之習 至于八十)는 말은 어릴 때 몸에 밴 나쁜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금은 백세시대지만 예전에는 평균나이 60을 넘기지 못했다. 칠십세 고희를 맞는 사람이 드물었으니 여든은 이미 죽은 나이, 세 살 버릇은 죽어도 못 고친다는 말이다.   뉴저지 사는 딸 부부가 아이 둘 데리고 다녀갔다. 손녀는 6살이라서 말귀도 알아듣고 사람 구실을 하는데 3살짜리 손자는 제멋대로다. 잠시 상냥하게 굴기에 대견해서 칭찬하려는 찰나 본색이 드러나 사고를 친다. 손주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데 인내심 부족인지 내 머리는 빙글빙글 돈다.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하는지, 무슨 말로 교양 있게 타일러야 하는지 헷갈린다.     애들은 보통 돌이 지나면 걷기 시작하고 세 살이 돼 말을 하는데 그 때부터 고집 부리고 원하는 것이 관철되지 않으면 울거나 떼를 쓴다. 손주는 내 자식이 아니라서 마음 놓고 훈계도 못한다. 달래는 재주도 없어 그림 공부만 했다.   요즘 애들은 어른 열 명보다 더 똑똑하고 모르는 게 없다. 영어가 딸리는 할머니가 간단한 게임 조차 못해 허둥대면 유치원 생 손녀가 슬쩍 손가락으로 짚어준다. 딸이 친정에 오면 어릴 적 소꿉친구들이 다들 결혼해 애 데리고 만나는데 이건 완전 디즈니랜드 놀이공원 온 것보다 더 난리방구통이다.     내 새끼나 남의 새끼나 세 살짜리 인간들은 한결같이 말썽꾸러기에 제멋대로다. 손자는 작은 일에도 삐침을 잘 타서 “누굴 닮아서 저러냐” 했더니 딸 친구가 “크리스 삼촌 닮았어요”한다. 크리스는 내 아들! 유전자에 문제 있나 얼핏 생각나 “아냐. 크리스가 얼마나 잰틀맨인데”라고 했더니 다같이 성토, 한글학교에서 삐침 잘 타기로 일등선수였다는 보고다.     손녀는 하는 짓이 수준을 능가해 ‘천재’ 아님 ‘여우’라고 감탄했는데 알고 보니 고만한 여자 아이들은 한결같이 ‘아인슈타인’ 아니면 감당이 안 되는 ‘백여우’다.     신세대 어머니들은 인내심도 기막혀서 조목조목 설명하고 가르치고 맞장구를 치는데 누가 애인지 엄마인지 분별이 안 된다. 모르는 것이 하나도 없게 저토록 충실하게 가르치면 학교 가서 무엇을 배우나. 잠시 교편생활을 한 과거를 떠올리며 씁쓸해진다. 애들은 백지처럼 깨끗하고 마음대로 뛰놀았다.   작은 주머니를 너무 꽉 채우면 터진다. 어릴 적 동무들과 주머니놀이 할 때 공중에 던진 내 주머니는 땅에 떨어지면 실이 터져 콩이 튀어나왔다. 옥이 언니가 내 주머니에 콩을 너무 많이 넣어 꿰맸기 때문이다.     뮤지컬 공연 물랑루즈의 서두에서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사랑 받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사랑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다. 화려한 장난감 없어도, 스스로 한 일에 책임지고, 넘어져도 일어나는 용기를 가르치는 것이 사랑의 참모습이다. 사랑은 달콤하지만 넘치면 상한다.     진정한 사랑의 참모습과 가치를 심어주면 세 살 버릇은 나이 들면 저절로 교정된다. 아이는 부모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대로 따라 배운다. 롤 모델이 올바르게 살면 철없는 아이들도 큰 나무로 자라 풍성한 열매 맺는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자식 농사 크리스 삼촌 성토 한글학교

2023-08-01

“자식들 한국에서 키우기 힘들어요” 우리나라의 부모들이 자녀들과 해외로 떠나는 이유는?

2023년 기준으로 한국은 출산율 0.78퍼센트로 OECD 국가 중 꼴찌다. OECD 국가 평균 1.59명의 절반도 못 미치고, 앞으로는 태어나는 아이가 없어 학교들도 폐교의 위기에 놓이게 되며, 국가 경제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한국의 이런 현상은 왜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첫째로 결혼을 하고 맞벌이를 하더라도, 높은 집값과 물가로 인해 결혼을 꺼려한다. 요즈음 말하는 MZ세대들은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굳이 결혼을 해서 상대방에게 매여 있는 것보다는 혼자서 벌고 혼자서 즐기는 것을 택한다. 결혼을 하는 인구가 줄다보니 자연스레 임신과 출산도 줄어들게 된다.     결혼을 한 사람들의 경우 어떨까? 자녀를 낳게 되면 그에 따르는 비용과 사교육비, 그리고 이런 힘든 생활을 자녀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 라는 생각이 많아지면서, 자녀 낳는 것을 꺼려하게 된다.     그렇다면, 자녀가 이미 있는 부모들의 경우 어떨까? 인구가 적어지다 보니, 대학교 경쟁률 및 그 이외 경쟁률 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부모가 금 수저가 아닌 이상, 자녀도 개천에서 용이 나지는 않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로 인해 자녀와 함께 해외로 떠나, 자녀가 자유롭고 사교육에 매이지 않는 그러한 평등한 삶을 원하는 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     캐나다 유아교사 취업이민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주식회사 한국국제교류원의 윤영주 대표이사는 “‘예전 80년 90년대에는 마냥 선진국으로의 이민을 선호하였다면, 2021년 기점으로는 한국에서도 재력이 충분한 사람들도 자녀의 교육을 위해 해외이주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 제일 많은 이유는 사교육비 뿐 아니라, 미세먼지,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인해 자녀가 있는 분들이 해외이주를 많이 선택하고 있습니다”라며 “높은 상속세 부과, 군대문제, 재외국인 특별전형 등을 이유로, 해외이주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돈이 많으면 한국이 제일 살기 좋다'라는 말은 지금이나 사용할 수 있는 말이고, 저출산등 인구부족 문제가 진행된다면, 몇 년 이내 한국도 캐나다처럼 다양한 인종이 사는 이민국가가 될 것입니다. 미래가 불투명한 나라에서 본인들의 자녀들이 생활하고 힘들어하는 모습들을 예상하고 해외이주는 계속해서 진행될 겁니다”라고 전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어느 순간부터 미세먼지로 인해 공기청정기는 필수가전이 되었고, 묻지마폭행, 학교폭행, 교사폭행 등 사회적인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10년 이내 대한민국은 많은 인종들이 살게 되는 그런 나라가 될 것이라는 것도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지금과 같이 미래의 사회를 이끌어 나갈 아이들이 자꾸만 해외로 나가게 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일까? 국가에서 과연 어떠한 변화를 주어, 곧 닥칠 인구절벽위기를 막을 수 있을까? 소아과, 산부인과 및 학교 폐쇄 등 더 이상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가 아니라면, 암울한 미래만이 기다릴 뿐일 것이다. 이동희 기자 (lee.donghee.ja@gmail.com)자식 한국 자식들 한국 주식회사 한국국제교류원 분들이 해외이주

2023-07-31

[살며 생각하며] 어머니 은혜 2

미국 버지니아주에 가난한 모자가 살았습니다. 아버지는 목사였는데 일찍 세상을 떠나고 가난에 시달리던 어머니는 남의 집의 세탁, 재봉, 청소 등으로 아들의 학비를 조달했습니다 .   그 아들은 어머니의 눈물겨운 노고를 늘 생각하면서 열심히 공부하여 초등학교부터 언제나 수석을 했고 프린스턴 대학에 가서도 수석졸업생이 되었습니다.     졸업하는 날 수석졸업생은 전례대로 연설하게 되어있었습니다. 아들은 연설하기로 하였으나 어머니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어머니에게는 졸업식에 입고 갈 변변한 옷 한 벌이 없었습니다. 행여나 내 꼴이 자랑스러운 아들에게 누가 될까 봐 어머니는 말합니다. “애야, 내가 네 졸업식장에 가기는 가야겠다마는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갈 수가 없구나!” 아들은 어머니의 치맛자락 앞에 무릎을 꿇고 울며 매달렸습니다. “어머니가 안 계신 졸업식장은 제게는 의미가 없습니다, 어머님이 바라봐 주지 않는 금메달은 내게 아무 가치가 없습니다. 내 목에 걸어진 금메달을 어머니 목에 걸어드릴 수 없다고 한다면 지난 세월이 내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도 졸업식에 참석했습니다. 아들은 답사하고영광스러운 메달을 받고선 자기 자리에 가서 앉지 않고 한쪽 모퉁이에 남루한 옷차림으로 앉아 있는 어머니를 향하여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금메달을 목에서 벗어 어머니 목에 걸어드렸습니다.     “이 메달은 어머니의 몫입니다.” 동석했던 많은 이들은 모두가 크게 감동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아들은 후에 변호사가 되었고 1902년에 프린스터대 2대 총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바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미국의 28대 대통령 토마스 우드로 윌슨(Thomas Woodrow Wilson, 1856~1924)입니다.   양주동 작사 이홍렬 작곡인 ‘어머니의 마음’의 노래를 음미해 본다.     낳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때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높다 하리오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없어라       어려선 안고 업고 얼러주시고     자라선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맘   앓을 사 그릇될 사 자식 생각에     고우시던 이마 위에 주름이 가득   땅 위에 그 무엇이 넓다 하리요   어머님의 정성은 지극하여라         사람의 마음속에 온갖 소원   어머님의 마음속엔 오직 한가지     아낌없이 일생을 자식을 위하여     살과 뼈를 깎아서 바치는 마음     인간의 그 무엇이 거룩하리오     어머님의 사랑은 지극하여라 임형빈 / 한미충효회 회장살며 생각하며 어머니 은혜 어머니 은혜 자식 생각 thomas woodrow

2023-05-02

[수필] “아저씨! 담뱃불 좀 부칩시다”

한국에서 사십 대 초반 때 일이다. 퇴근 후 직장 동료들과 간단한 회식이 있었다. 이럴 때는 으레 술도 마시게 된다. 나도 소주 서너 잔을 마셨다. 음주 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 내 철칙이었기에, 택시로 귀가하기로 마음 먹고 담배를 피우며 발길을 택시 정류장 쪽으로 옮기고 있었다. 거의 정류장에 다다랐을 때 두 청소년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중 한 명이 “아저씨! 담뱃불 좀 부칩시다.” 어투가 조금은 건방졌다.     순간 나는 이성을 잃고 말았다. ‘욱’하고 참지 못하는 기질이 발동했다. “뭐야? 너는 아버지도 없냐?” 나는 그 애의 멱살을 움켜쥐고 뺨을 한 대 때렸다. 불의에 일격을 당한 녀석은 조금은 겁먹은 듯 말투는 다소 공손해졌다. “왜 때려요? 파출소 가요!” “뭐? 파출소 그래 잘됐다. 따라와” 나는 그 애의 허리띠를 부여잡고 앞장섰다.     파출소는 회사 근처에 있어 금방 도착했다. 그 애는 공중전화로 엄마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있었다. 잠시 후 엄마라는 사람이 와서 다짜고짜 "나도 안 때려 본 자식을 네가 뭔데 손찌검이야? 경찰 아저씨! 저 사람 처벌해 주세요." 그녀는 내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진술 과정에서 그 애들이 Y공고 2학년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럴 때 우리 부모님들은 자식이 잘못하면 죄인이 된 심정으로 "제가 자식 교육을 잘못 했습니다. 제 자식을 혼내서 사람 만들어 주세요" 라며 자식의 머리를 쥐어박지 않았던가?   그녀는 내가 조서를 받기 위해 경찰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안심이 되었는지 자식을 데리고 나갔다. 파출소장이 "선생님! 제 직권으로 훈방 조치해 드리고 싶지만, 피해자 부모가 ‘처벌을 원한다’고 진술했기에 사정은 딱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라며 미안해했다. 자정이 다 되어 나는 순찰차에 태워져 영등포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되었다.   넥타이와 혁대를 풀어 놓고 난생처음 철창에 갇혔다. 유치장은 을씨년스러웠고 냉기 때문에 추위가 엄습해 왔다. 사복 착용의 담당 경찰관이 내 조서를 읽어보고는 혀를 차며 "세상 참 이상하게 변해가네"라며 한탄했다. 그는 "담배 피우고 싶으시죠? 여기는 금연구역이니, 감시카메라가 선생님 쪽을 비추면 고개를 저쪽으로 돌려 연기를 내 뿜으세요"라며 자신의 담뱃갑을 통째로 건네주었다.     억울한 마음인지 추위 때문인지 바들바들 떨다가 새벽 5시쯤 문래동 ‘즉결재판소’로 이송되었다. 그곳에는 관내 파출소로부터 집결된 피의자들이 50여명 넘게 있었다.   오전 8시가 조금 지나자 법복을 입은 여자 판사가 입정했다. 고성방가, 무전취식, 미풍양속 저해, 폭력, 노점상 단속 등의 죄질에 따라 구류 29일 미만으로 판사가 처벌하고 있었다. 이윽고 내 차례가 되었다. "다음은 이진용 선생님!" 어찌 된 영문인지 판사는 나를 ‘선생님’으로 깍듯이 호칭하고 있었다. "선생님! 참 잘하셨습니다. 이 선생님 같은 분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 사회는 더욱 밝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폭력을 행사하신 것은 잘못된 일이지요?" 나는 "예, 잘못했습니다" 짧게 답했다. "벌금 일만원에 처합니다. 수중에 만 원이 있으신가요? 없다면 제가 빌려 드리겠습니다." 카랑카랑한 판사의 음성이 법정을 울려 퍼졌다. 일순간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예,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나는 벌금형에 처해졌고 납부처에 벌금을 내고 아침 10시가 다 되어서 법원을 나설 수 있었다.   철창에 몇 시간 갇혀 있으면서 자유의 소중함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하루도 안 되는 구금 상태에 있었지만 마치 몇 년 갇혀 있다가 풀려 난 기분이었다. "모든 것은 담배를 피우는 것이 죄다. 이번 기회에 담배를 아예 끊어 버리자." 나는 굳은 결심으로 반 정도 남은 담뱃갑을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그 날 아침 날씨는 유난히 밝았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빛났다. 나는 휘파람을 불며 늦은 출근길에 나섰다.   언젠가 저명인사들의 라디오 대담 프로그램에서 ‘맞담배질’에 대하여 토론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한국적인 정서로는 자신보다 열 살 이상 윗사람 앞에서는 담배를 삼가는 것이 올바른 예절이라고 했다. 삼십 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그런 상황이 또다시 닥치면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못 본 척 지나쳐야 하는가?     아무튼 그 날 이후 나는 지금까지 담배를 한 대도 피우지 않았다. 결국, 그 사건이 나에겐 전화위복이 되었다. 이진용 / 수필가수필 아저씨 담뱃불 경찰 아저씨 자식 교육 이진용 선생님

2023-04-27

[이 아침에] 이무기가 득세하는 세상

농사 중에 제일 힘든 게 자식 농사다. 밭농사는 한 해 잘못돼도 다음 해를 기대할 수 있다, 자식 농사는 한번 기울어지면 갈아엎기 힘들다. 유명인사나 재벌, 필부에 이르기까지 자식 농사는 장담하기 힘들다. 권력 줄 잡고 잘 나가던 인물이 자식 문제로 낙마하고, 부귀영화 누리던 사람이 자식 일로 곤경에 빠진다.     유전자를 탓하면 무엇하리. 자식 잘못보다는 부모의 습관적인 위선과 비리, 거짓말과 권모술수가 공동의 이념으로 전파돼 무덤을 파는 경우가 많다. 빈부 격차와 계층 간 갈등이 심화한 사회에서 개천에서 용 나기 힘들다. 착각과 환상은 자유다. 애초에 용이 될 자질과 성품이 전혀 안 되는 사람들이 비리와 위장, 현란한 말재주로 포장해 유명인사가 된다 한들 종국에는 하늘의 뜻을 가릴 수 없다. 결국 용은커녕 이무기도 못 되는 판정을 받아 나락의 길로 들어서는 사례를 보면 찝찔하다. 부모는 자식의 롤 모델, ‘닮지 말라’ 애원해도 닮는다.   신화 속 등장하는 이무기는 토지신인 뱀과 용의 중간격인 상상의 동물이다. 천 년을 물속에서 수행하여 여의주를 얻으면 용이 될 수 있다.     한국 신화 원천강본풀이에는 여의주를 셋 가진 이무기가 나온다. 용이 되려면 여의주 한 개만 고르고 나머지 둘은 포기해야 하는데 욕심 때문에 여의주를 못 버려 용이 못 된다. 신화 속 주인공 오늘이가 여의주 둘을 버려야 용이 된다고 알려주자 이무기는 오늘이에게 여의주를 주고 마침내 용이 된다는 이야기다.   욕심이 화를 자초한다. 여의주는 용의 턱 아래 있는 영묘한 구슬인데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다. 여의주는 단 한 개만 있으면 된다.     모든 자식은 부모에게 ‘용’이다.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자식의 앞날을 그린다. 어리석은 부모는 이무기도 못 될 자식을 용으로 만들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용을 쓴다. 용이 될 자에게 필요한 건 만능의 여의주가 아니라 부모의 올바른 가르침을 담은, 인생을 관통할 진실로 빛나는 여의주다.   용과 이무기는 비슷한 점이 많지만 이무기가 용보다 스펙이 떨어진다. 용이 구름, 바람, 비와 우박, 천둥번개를 관장할 강력한 힘을 가지는데 이무기는 구름을 불러올 수 있는 힘 밖이 없다. 이무기는 퇴치당하는 불쌍한 종족이다.   전설에 의하면 이무기가 1000년을 수행한 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모습을 드러낼 때 그 사람이 “용이다”라고 하면 용이 되지만 “뱀이다”라고 하면 이무기가 되어 다시 1000년을 더 수련해야 한다. 용이 되기 위해선 사람들 눈에 진정한 용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이무기가 용포를 못 입는 것처럼 덜 떨어진 천박한 언어와 사실 왜곡으로 민심을 호도하는 자는 개천에서 더 참담한 수행을 감내하는 길밖에 없다. 용이 되기 전에 사람이 되는 것이 정답이다.     이기적인 유전자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원리를 반복한다. 용으로 키우기보다 ‘사람의 자식’으로 키우는 게 맞다. 갖가지 여의주를 갖기 위한 투쟁으로 이무기의 생을 반복하지 말고 단 한 개 빛나는 진실의 여의주를 입술에 담으면 된다. 천둥번개 비바람을 불러오는 힘을 갖지 못해도 사랑의 눈물로 대지를 적실 수 있다면 하늘 높이 승천하는 날개를 달지 않을까.   이기희 / Q7 Editions 대표·작가이 아침에 이무기 득세 자식 농사 갖가지 여의주 자식 문제

2023-03-22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이무기가 득세하는 세상

농사 중에 제일 힘든 게 자식 농사다. 밭농사는 한 해 잘못 되도 다음 해를 기대할 수 있다, 자식 농사는 한번 기울어지면 갈아엎기 힘들다. 유명인사나 재벌, 필부에 이르기까지 자식 농사는 장담하기 힘들다. 권력 줄 잡고 잘 나가던 인물이 자식 문제로 낙마하고, 부귀영화 누리던 사람이 자식 일로 곤경의 위기에 빠진다.     유전자를 탓하면 무엇 하리. 자식 잘못보다는 부모의 습관적인 위선과 비리, 거짓말과 권모술수가 공동의 이념으로 전파돼 무덤을 파는 경우가 많다.     빈부격차와 계층간 갈등이 심화된 사회에서 개천에서 용 나기 힘들다. 착각과 환상은 자유다. 애초에 용이 될 자질과 성품이 전혀 안 되는 사람들이 비리와 위장, 현란한 말재주로 포장해 유명인사가 된다 한 들 종국에는 하늘의 뜻을 가릴 수 없다. 결국 용은커녕 이무기도 못 되는 판정 받아 나락의 길로 들어서는 사례를 보면 찝찔하다. 부모는 자식의 롤 모델, ‘닮지 말라’ 애원해도 닮는다.   신화 속 등장하는 이무기는 토지신인 뱀과 용의 중간격인 상상의 동물이다. 천년을 물 속에서 수행하여 여의주를 얻으면 용이 될 수 있다. 실존하는 모습이 없어 구렁이처럼 생긴 거대한 뱀으로 여겨진다. 구렁이가 용이 되려면 천년이 걸리는데 뱀이 오백년 살면 이무기가 되고, 오백년 더 살면 용이 된다고 한다.       한국 신화 원천강본풀이에는 여의주를 셋 가진 이무기가 나온다. 용이 되려면 여의주 한개만 고르고 나머지는 둘은 포기해야 하는데 욕심 때문에 여의주를 못 버려 용이 못 된다. 신화 속 주인공 오늘이가 여의주 둘을 버려야 용이 된다고 알려주자 이무기는 오늘이에게 여의주를 주고 마침내 용이 된다는 이야기다.   욕심이 화를 자초한다. 여의주는 용의 턱 아래 있는 영묘한 구슬인데 원하는 것을 무엇이던 만들어 낼 수 있다. 여의주는 단 한 개만 있으면 된다.     모든 자식은 부모에게 ‘용’이다.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자식의 앞날을 그린다. 어리석은 부모는 이무기도 못 될 자식을 용으로 만들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용을 쓴다. 용이 될 자에게 필요한 건 만능의 여의주가 아니라 부모의 올바른 가르침 담은, 인생을 관통할 진실로 빛나는 여의주다.   용과 이무기는 비슷한 점이 많지만 이무기가 용보다 스펙이 떨어진다. 용이 구름, 바람, 비와 우박, 천둥번개를 관장할 강력한 힘을 가지는데 이무기는 구름을 불러올 수 있는 힘 밖에 없다. 이무기는 퇴치 당하는 불쌍한 종족이다.   전설에 의하면 이무기가 1000년을 수행한 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모습을 드러낼 때 그 사람이 “용이다”라고 하면 용이 되지만 “뱀이다”라고 하면 이무기가 되어 다시 1000년을 더 수련해야 한다. 용이 되기 위해선 사람들 눈에 진정한 용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이무기가 용포를 못 입는 것처럼 덜 떨어진 천박한 언어와 사실왜곡으로 민심을 호도하는 자는 개천에서 더 참담한 수행을 감내하는 길 밖에 없다. 용이 되기 전에 사람이 되는 것이 정답이다.     이기적인 유전자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원리를 반복한다.   용으로 키우기보다 ‘사람의 자식’으로 키우는 게 맞다. 갖가지 여의주를 갖기 위한 투쟁으로 이무기의 생을 반복하지 말고 단 한 개 빛나는 진실의 여의주를 입술에 담으면 된다. 천둥번개 비비람을 불러오는 힘을 갖지 못해도 사랑의 눈물로 대지를 적실 수 있다면 하늘 높이 승천 하는 날개를 달지 않을까.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이무기 득세 갖가지 여의주 자식 농사 자식 문제

2023-03-07

[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해라

고건은 한국의 행정가다. 서울시장과 대한민국의 국무총리를 지냈다. 한국의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했다. 한국의 대통령까지 될 뻔했다. 그런 그의 경력 중에는 대학 총장도 있다. 명지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것이다. 그런 그의 아버지도 대학 총장을 지냈다. 고건씨의 아버지는 생전에 전북대학교 총장을 역임했다. 한국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대학 총장을 지낸 부자지간이 이 둘뿐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한번은 고건씨의 아버지가 텔레비젼 인터뷰에 나온 적이 있다. 사회자가 이런 질문을 한다. “아드님을 훌륭하게 키우신 비결이 무엇인가요?” 고건씨 아버지의 대답이다. “나는 아들이 자기 방에 있을 때, 작은 소리지만, 아들이 들을 수 있도록 아들 칭찬을 해요. 특히 이웃이나 다른 친척들이 우리 집에 왔을 때, 작은 목소리로 아들 칭찬을 하는데요. 이때 나는 목소리를 작게는 내지만, 아들이 자기 방에서 내가 하는 아들 칭찬을 들을 수는 있게 일부러 소리를 조절해서 칭찬을 합니다. 그렇게 칭찬을 하고 시간이 좀 지나면 아들은 어느새 내가 칭찬했던 그런 사람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저 말을 듣고, 나도 딸아이를 키울 때 몇 번 써먹어 보았다. 자녀들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나는 고건씨 아버지의 자식 칭찬법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자녀들을 칭찬할 때는 어떤 내용을 칭찬해야 할까? 많은 교육학자들이 입을 모은다. 학생들이나 자라나는 아동에게는 “똑똑하다는 칭찬보다는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모습에 칭찬을 하라”는 것이다. 교육학자들이 말하는 최악의 멘트는 이런 것이다. “우리 애는 똑똑한데 노력을 안 해.” 이 말을 들은 아이들은 노력했는데도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이 두려워 더욱 더 노력을 하지 않는단다.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노력하는 모습을 칭찬하는 것이 좋다. 거기까지다. 그런데 가끔 어른들, 특히나 어떤 분야의 전문가들 중에서도 자신이 노력하는 모습에 칭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열심히 하는 것을 자랑하는 것이다. 이들은 남들보다 오래 일하는 것을 자랑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열심히 운동한다고 자랑을 한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어떤 만화가 떠오른다. 만화 속의 아이는 레고와 같은 블록쌓기 놀이를 아주 잘했다. 아이가 빠르고 정확하게 블록을 쌓는 것을 보고 어른들은 이 아이를 칭찬한다. “얘는 어른이 되면 훌륭한 건축가나 설계전문가가 될 거야.” 세월이 흘러 아이는 중년이 되었다. 그런데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해서 블록쌓기 놀이만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학교에 가지도 않고 사회생활도 하지 않고 평생 블록만 쌓고 있는 어른이 된 이 아이 옆에서, 노인이 된 부모가 탄식을 하고 있는 만화였다.       어른이 되고, 일을 해서 남의 돈을 버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일에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전문가는 자기가 하는 일을 잘해야 한다. 일은 실패했지만 열심히 노력했다고 남이 알아주기를 바래서는 안 된다. 아동은 노력하는 모습에 칭찬을 받을 수 있다. 노력해야만 어른이 되어 자기 일을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까지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에 칭찬을 받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자기 일이 잘못되었을 때 변명을 할 구실을 찾거나, 동정을 받으려는 비겁한 사람이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아들 칭찬 자식 칭찬법 전북대학교 총장

2023-02-23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육퇴

며칠 전 지인이 물었다. “우리는 언제쯤 ‘육퇴’가 가능할까?” ‘육퇴’는 ‘육아 퇴근’의 줄임말이다. 아이가 잠들면 그때야 비로소 힘겨운 육아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직장인의 퇴근에 비유한 말이다.     직장인에게 퇴근 후 ‘저녁이 있는 삶’이 소중하듯,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빠(엄마·아빠)들에게 ‘육퇴’는 육체적·정신적으로 꼭 필요한 시간이다.   육퇴를 갈망하는 건 젊은 엄빠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듯하다. 지인의 말인즉슨, 중학교 동창 몇 명과 오래전부터 소액의 ‘계’를 부으며, ‘애들 어느 정도 크면 다 같이 폼 나게 여행 한 번 하자’고 뜻을 모았단다.     그런데 지인은 최근 단톡방에서 “이제 외국여행도 자유로워졌으니 나가볼까” 제안했다가 친구들 대답을 보고 그 날은 영영 안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재수생 아들이 요즘 예민해서’ ‘미국 유학 중 잠시 귀국한 아들의 학원 셔틀을 해야 해서’ ‘군대 간 아들이 휴가 나와서’ ‘배낭여행 떠난 딸내미가 곧 돌아와서’ 등등. 예나 지금이나 친구들이 여행을 못 가는 이유는 늘 같았고,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얼마 전 본 디지털 기사 제목이 떠올랐다. ‘늙어서 캥거루족 된 자식… 60대 엄마는 “육아 퇴근 좀 하자”’였다. 갑자기 오른 월세와 생활비 때문에 부담이 커진 30~40대 자식들이 부모의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내용이다.     일명 ‘캥거루족’의 귀환인데 성인 자식 뒷바라지를 하게 된 노부모들로선 한숨만 나오고, 독립을 포기한 자식들의 마음 역시 편치는 않을 터. 대한민국 부모들의 ‘육퇴’는 언제쯤 가능할까. 서정민 /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육아 퇴근 재수생 아들 성인 자식

2022-08-16

[수필] 아물지 않는 상처

“그렇게 비싼 게 왜 필요해요? 튼튼하고 편하면 되지.”   벌써 30년 전 인가? 6월 초 어느 날 벼루고 별로 어머니 모시고 안경점엘 갔다. 남가주 초여름의 환상적인 날씨에 오랜만에 아들과 같이하는 외출이 그렇게도 좋으신지 들뜬 마음을 드러내시며 아이들처럼 연신 즐거워하셨다. 그녀의 이렇게 밝은 표정에 나도 평소의 복잡한 생각과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상쾌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민 초기 어느 정도의 어려움은 어쩔 수 없이 넘어야 할 산. 정원에서 나무하나 풀 한 포기 옮겨 심어도 다시 제 자리 잡게 하려 하면 적지 않은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때론 바램을 비웃듯 안타깝게 실망으로 끝나기도 하고.  강하다 곤  하지만 환경변화에 한없이 약한 게 인간 아닌가?   낯선 거리와 사람들 긴 세월 학교에서 배운 영어는 믿음을 배반하고 당장 하루하루의 삶은 절박하기만 한데 차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동차의 나라에서 차는 고사하고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는 운전을 처음부터 배워야 했다. 갈 길은 먼데 넓고 험한 강을 만난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언제 끝날지 모를 견디기 힘든 긴장과 휴식 없는 긴 시간의 노동이었다.   지금은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서 있지만 내가 이민 오던 1970년대 중반만 해도 우리 조국 대한민국은 6·25, 4·19등 오랜 격변기를 거치며 사회 전체가 엄청난 혼란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부족한 형편에서 별도의 교육 없이도 근검절약을 알았고 또 그런 자세가 아니면 살아 남을 수 없었다.   이런 습관은 타고난 기질처럼 우리 몸에 각인되었고 풍요의 나라 미국에 와서도 크게 달라 진 게 없는 것 같다. 여기서 자라 교육받은 아들은 “아빠, 거지처럼 살지 마세요.” 한다.   즐겨 쓰지 않으면서도 싼 물건을 보면 욕심내고 페이퍼 타월 한장도 반으로 쪼개 쓰고 한번 쓴 걸 버리지 못하고 다시 말려서 써야 마음이 편하다.   옷을 사러 가도 빨간 딱지 붙은 세일 품목이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고 맥도날드나 칼스주니어 등에서 아까워 차마 버리지 못하고 가져온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와 컵이 집안 구석구석 넘쳐 흐른다.   이상한 일은 우리 세대보다 더 험한 세월을 보내셨을 어머니는 달랐다. 무얼 하나 사도  최고의 좋은 걸 고르시곤 오래오래 사용하며 즐기셨다.   일제강점기 아버지 따라 일본생활도 하셨던 당신. 그때 샀던 가위는 40년이 지나 미국 올 때도 이민 보따리에 묻어와 한참 사용했을 정도로 튼튼하고 품질이 우수한 것이었다.   “좋은 물건은 비싸도 비싼 게 아니야, 잘 모르겠으면 비싼  거로 사면 돼!”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그 날도 잘 나가다 안경테에서 의견이 갈렸다. 80넘어 주로 집에만 계시던 분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보기 좋고 비싼 고급 안경테에 마음이 끌리신 것이다.   비록 조금씩 자리는 잡혀가곤 있었지만, 이 기회의 땅도 아직까진 감히 내 나라라고 할 만큼 가까이 느끼지 못하고 있었고 나와 내 가족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습관처럼 나를 억누르고 있었다.   일 이백불 차이이지만 꼭 필요한 지출이 아닌 금액으론 너무 커 보였다. 그걸 고집하시는 어머니가 야속하기까지 했다.   결국 내가 이겼다. 잘 말씀 드려(?) 억지로 중간쯤 적당한 것으로 하기로 했다.   그러나 내가 이겼다고 생각한 건 잠시의 착각. 며칠 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같이 안경점에 갔던 그다음 날 나만 모르게 자신이 갖고 싶었던 테로 바꿔 사셨다고 한다.   그 일에 대해선 더는 서로 얘기를 안 했다. 하나 왠지 씁쓸한 뒷맛은 어쩔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 그분이 안 계신 지금 현재 내 생각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긴 했지만. 가끔 자신을 뒤 돌아보다 낯선 나를 만나곤 한다. 아마 그때의 나도 나 자신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던 그런 나가 아니었을까?   내색은 하지 않으셨지만, 안경테 하나에 그렇게 인색한 자식의 모습에 “도대체 이것도 내 자식인가?” 하고  얼마나 실망하시고 속이 상하셨을까? 자기 자식에겐 크레딧카드를 내주면서 자신의 어머니에겐 사소한 지출까지 신경을 쓴다?   부모 자식 사이에 서로 느끼는 사랑의 감정은 근본적으로 많이 다른 것 같다.   경우에 따라 얼마 간의 차이야 있겠지만, 부모의 자식 사랑은 조건 없이 이루어지는 본능 같은 것이고 자식의 부모 사랑은 외견상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의식을 통해 관습적으로 행해지는 어떤 의무감 같은 것은 아닌지? 그래서  부모라는 직업은(?) 항상 손해를 보고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하는가 보다.   곁에서 떠나신지도 어언 20여년,  이 젠 나도 안경없이는  하루도 지낼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어쩌다 안경점에 들를 때, 우연히 거리에서 멋진 안경을 쓰신 할머니들을 보게 될 때   자신도 모르게 불쑥불쑥 아프게 다가오는 이 아물지 않는 상처는 어떻게 하면 지울 수 있을까?   무심히 흘려버린 그때 그 축복의 시간으로 돌아만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박명근 / 수필가수필 상처 자식 사랑 부모 자식 부모 사랑

2022-07-21

[마더스데이 특집] 당신이 있어 감사합니다

  ━   엄마 사랑해!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은 바로 '엄마'다. 생명의 첫 시작도 엄마와 함께 이뤄진다. 엄마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생명도 없다. 생명을 위해 엄마는 자신의 존재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래서  '엄마'는 언제 불러도 그립고 가슴 시린 이름이다.       자식들을 위해 곱디 고운 청춘을 바치고 고단하고 힘든 삶을 선택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엄마와 자식간에는 조건이 없다.오로지 사랑만 존재하기에 엄마들은 자식을 위해 맹목적으로 헌신한다. 나이가 들어 중년이 되어 가도 엄마라고 부르는게 편하다. 왜 그럴까? 엄마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용서해 줄 것이라는 어릴 적 기대가 영원하기 때문이다.   엄마에게는 격식을 갖추고 싶지가 않다.격식이 있다면 엄마는 싫어한다. 자신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가 않다고 말하던 엄마이기에 그냥  마음가는 대로 엄마에게 말해도 엄마는 그저 좋아한다. 단절된 오랜 시간 속에도 '엄마'란 단어 한마디에 엄마와 자식간의 거리는 이내 좁혀진다. 일방적인 엄마의 사랑에 비해 자식들은 엄마에 대한 사랑을 제대로 표현 못한다. 사랑을 느끼지 못해도 엄마는 행복해 한다. 그저 있어주면 그만이라고 한다. 살아 생전 더 잘해드리지 못해 평생 후회하는 자식들은 있어도 자식 때문에 후회하는 엄마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엄마는 언제까지나 기다려 주실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5월 8일은 마더스데이다. 인내와 헌신으로 굴곡진 삶을 살았을 엄마에게 그날 만큼이라도  '낳은 정 기른 정'에 대한 고마움을 선사해 보자.   화려하고 값비싼 명품 선물이 아니어도 자식들의 마음이 느껴진다면 엄마들에게는  인생 최고의 선물이다. '울엄마 ! 사랑해 !' 라고 그 날은 마음껏 소리치자.    목차 02 마더스데이 선물리스트 03 엄마와 함께하는 브런치 04 엄마에게 젊음을 선사하자 06 마더스데이 핫딜 쇼핑 08 엄마의 건강을 부탁해 12 엄마 모시고 환상 여행 16 엄마가 좋아 할 드라마영화 18.20.22 마더스데이 쇼핑 정보 제작총괄=김윤수마더스데이 특집 감사 자식 때문 명품 선물 쇼핑 정보

2022-05-01

[이 아침에] 부모와 자식 간은 ‘반촌’<半寸>

‘아들 낳으려고 용쓸 필요 없다. 아들은 장가가면 며느리 남편이고 사돈의 아들이 된다.’ 나는 이런 통념을 믿지 않는다. ‘설마 그럴리가…내 아들은 아닐 거야’라고 믿었다.     직계 계촌법으로 치면 부모와 자식 간의 촌수는 1촌(一寸)이다. 형제끼리는 1촌을 더해 2촌이 된다. 부부는 혈연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0촌, 무촌이다.     타고 태어난 친족의 호칭을 3촌, 4촌, 5촌, 6촌 등 멀고 가까운 단위 개념으로 표시하는 나라는 흔치 않다. 피의 농도를 단위로 환산해 호칭을 정한 것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이라 생각된다.   자식과 부모 간은 1촌이지만 사실 부모와 자식 간은 반촌(半寸)이라고 한다. 자녀가 부모에게 대하는 정(情)의 단위는 1촌이지만 부모가 자식에게 대하는 거리는 자식이 대하는 것보다 더 가깝다는 뜻이다.     몇주 전부터 혈압이 올랐다 내렸다 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검진 차원에서 심장도관술검사를 받기로 했다. 건강은 자랑할 게 못 된다. 그동안 성인병 관련 약 복용 전혀 안 한다고 잘난 체 했다. 검사는 조영제를 주입한 후 전신 마취 없이 1~3시간 정도 소요된다.     병원 스케줄이 잡히면 무조건 떨고 긴장한다. 애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들은 위험한 시술 아니고 검사 결과 본 뒤에 필요한 조치하면 된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생명공학전공 아나랄까 봐 전문용어로 설명을 한다. ‘나쁜 자식, 듣고 싶은 말은 전문가 견해가 아니라 내 걱정이다’라고 하려다 관뒀다. 촌수가 가까울수록 더 말조심해야 한다.     상처는 가까이서 부대낄수록 골이 깊어진다. 뉴저지 사는 딸은 비행기 타고 허겁지겁 와서 어린 자식 돌보듯 살갑게 챙긴다. 나이 들면 부모가 자식이 되는구나. 자상하기 그지없는 내 반촌 딸은 영원한 동반자다. 아들 말대로 결과는 양호, 혈압약 6개월 복용하는 걸로 진단됐다. 사위는 이참에 스트레스 받는 일 줄이고 운동 좀 하라고  점잖게 타이른다. 잔소리 들어도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아플 때도 가족이 이래서 좋은 거구나.   수년 전 드라마 ‘아들과 딸’ 극작가 박진숙 선생이 어쩌다 연결돼 우리집에 놀러오셨다. 소탈하고 구수해서 금방 정이 들었다. ‘아들과 딸’은 이란성 쌍둥이로 태어난 딸 후남이 같이 태어난 아들 귀남의 앞길을 막는다며 구박을 받는데 남아선호 사상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최초의 드라마로 꼽힌다.       인연은 바람이다. 붙잡지 않으면 그냥 스쳐 지나간다. 인연을 묶는 건 연못에 걸린 달 그림자를 건져 올리는 일이다. 가슴 속 그리움으로 새겨진 달빛을 건져 올리면 인연이 매듭을 짓는다. 유명 인사라서 박 작가를 만난 건 아니다. 이유 없이 계획도 없이 그냥 뵙고 싶어 만났는데 오래  따스한 인연으로 남았다.     자식은 이땅에서 맺은 가장 소중한 인연이다. 피의 흔적을 새기며 사랑으로 둥지 튼 끊을 수 없는 인연이다. 아들이건 딸이건 촌수 안 매기고, 둥지에 가두지 말고, 사랑에 자유의 날개를 달아주면 언제든지 내 품속으로 돌아온다.   이기희 / Q7 파인아트 대표이 아침에 부모 자식 아들이건 딸이건 사실 부모 아들 귀남

2022-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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