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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기적

기적은 기적 그 자체보다도 기적이 일어났음을 믿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사전에서 기적의 의미를 찾아보았더니 ‘과학의 원리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을 기적이라고 한다고 되어 있다.     나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 고전소설 ‘심청전’의 내용 중 공양미 삼백석에 팔려 인당수에 빠졌던 심청이가 다시 살아났다는 기적을 믿었다. 지금은 그 기적을 믿기가 좀 거북스럽지만….   서양의 전설에도 죽었던 사람이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났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놀라운 것은 많은 사람이 이 기적을 믿는다는 것이다. 기적은 기적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적이 일어났음을 믿는 것이 더 중요한 것임을 알려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기적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흔히들 사람이 일생 벼락에 맞을 확률은 수십만분의 1이라고 한다.  그리고 파워볼이나 메가밀리언스 로토 상금이 많이 오르면 꼭 함께 나오는 얘기가 잭팟에 당첨될 확률이다. 잭팟 당첨금이 많이 높아지면 이 확률은 수억분의 1까지도 낮아진다.       확률은 그것이 아무리 낮다고 해도 수학적으로는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자연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즉, 내가 수십만번 다시 태어나서 산다고 하면 한 번쯤은 벼락에 맞을 수도 있고, 로토 티켓을 수억장 구입한다면 잭팟에 당첨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연현상이나 과학현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아무리 그것이 수억 년에 한 번씩 일어나는 일이라고 해도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는 것이다. 즉, 역사와 우주 만물은 되풀이되는 것이다.   나는 LA에 살고 있고 아내는 서울에 살고 있다. 며칠 전 아내와 통화를 했다. 아내는 봄이 되면 LA로 오겠다고 한다. 기적은 아닐지 모르지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려고 하는 것이다. 나도 기적을 믿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효원·LA독자 마당 기적 기적 다음 잭팟 당첨금 일생 벼락

2023-02-21

[삶의 뜨락에서] 여성호르몬과 유방암

미국 보건연구소(NIH)의 여성건강계획부(Woman‘s Health Initiative)는 1993년부터 1998년까지 50~79세 사이의 폐경기 여성 2만7347명을 대상으로 폐경기 여성호르몬 치료와 유방암, 자궁암, 난소암, 심장병, 뇌졸중, 골밀도 등의 관계를 임상 고찰했습니다. 그리고 에스로젠과 프로제스테론을 함께 사용한 그룹에서 약 30% 정도 증가한 유방암 발병률을 인식하고 2002년 7월 7일 임상고찰을 부분적으로 중단한 적이 있습니다. 이 임상 고찰에서는 환자의 자궁이 있는 경우는 에스트로젠과 프로제스테론 합성 호르몬을, 자궁적출술을 한 경우는 에스트로젠을 단독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이 발표 이후 많은 의사는 환자들에게 이 경악스러운 결과를 알리게 되고 이후 폐경기 여성호르몬 사용이 현저하게 감소하게 됩니다.   폐경은 난소에서 여성호르몬을 더는 만들지 않아 생기며 대개 45~55세 사이에 불규칙한 월경, 안면홍조, 우울증, 수면장애, 성욕감퇴 등의 자가증상에 의해 스스로 진단하게 되며, 본인 스스로 처음으로 나이 들어 늙어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는 혈액검사(FSH,LH)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이때까지는 이러한 증상들을 비교적 쉽게 여성호르몬 투여로 치료해왔습니다.   여성호르몬은 임신에 관계되는 호르몬이며 자궁과 유방조직의 세포증식에 관여하여 일생 여성호르몬에 오래 노출될수록, 즉 초경이 이르거나, 폐경이 늦은 경우, 혹은 호르몬 약을 사용하는 경우 유방암의 위험이 높습니다.   2019년, 2002년 부분적으로 중단되었던 WHI의 부분적 임상고찰의 최종결과에 의하면 에스트로젠 호르몬을 단독으로 유방암의 위험을 많이 증가시키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경우 폐경기 증상에 호르몬 치료를 전부 배제할 수는 없으며 장단점을 고려하여 선택적으로 여성호르몬을 사용해야 하는 데 있습니다.   폐경기의 증상에 따라 증상이 심한 경우는 치료가 필요하며 우선 생활습관의 조절(체중 조절, 금연, 체조) 및 증상을 호전시키기 위한 비 호르몬 약물요법(Effexor, Paxil, Neurontin, Clonidine 등의 항우울제)을 하게 됩니다.   증상이 계속될 경우는 호르몬 치료를 요하며, 호르몬의 종류와 용량, 환자의 나이, 사용 기간 등을 고려하여 유방암 혹은 자궁암의 위험이 적고 혜택이 많은 방법을 택해야 하며, 담당 의사와의 상담이 꼭 필요합니다.   첫째, 유방암 경험이 있거나, 유방암 유전인자가 있는 유방암 고위험군의 환자에게는 호르몬 치료를 금합니다.   둘째, 유방암 전력이 없고 고위험군이 아닌 경우에는 자궁 적출술을한 환자에게는 에스트로젠 호르몬만을 자궁이 있는 환자에게는 에스트로젠과 소량의 프로제스테론을 합한 호르몬 치료를 권합니다. 또한 소량의 호르몬 국소요법(gel, patch, vaginal ring)은 유방암의 위험이 아주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피임약도 여성호르몬을 사용하는 경우 유방암의 위험을 증가시키며 우선은 생리 주기를 이용한 피임, 혹은 위험의 정도가 낮은 호르몬 요법의 사용을 권장하며, 여성호르몬을 사용할 경우 시작하는 나이, 호르몬사용 방법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르므로 담당 의사와 상의를 해야 합니다. 성갑제 / 외과의사삶의 뜨락에서 여성호르몬 유방암 폐경기 여성호르몬 일생 여성호르몬 여성호르몬 투여

2022-12-28

[오픈 업] 과거와 마주할 수 있는 용기

오래전 영화 ‘귀향(Coming Home)’은 베트남 전쟁 중에 제작됐지만 8년을 기다린 후에야 상영됐다. 영화에서 상이용사 존 보이트는 신체는 불편했지만 다른 환자들을 도우며 보람을 찾는다. 장교 부인으로 병원에서 봉사를 하던 여인( 제인 폰다 분)은 이 상이군인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큰 감동을 받는다.     어느 날 그녀의 남편이 전장에서 돌아왔다. 겉으로 상처가 없었지만 그는 더 이상 즐거움을 느끼거나 사랑을 할 수 없었고 악몽에 시달렸다. 여인은 자신을 멀리하는 남편을 떠나간다. 마음의 상처(trauma)가 자신과 주위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선정됐던 ‘몸은 기억한다(The Body Keeps the Score)’라는 책이 있다. 부제는 ‘두뇌, 마음, 몸의 치유’다.     네덜란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하버드 의대 외상 클리닉(Trauma Clinic)에서 30여년간 연구를 한 베셀 반 데어 콜크 박사가 저자이다. 그가 가장 먼저 진료했던 톰이라는 환자가 저자의 일생 연구진로를 결정해 주었다. 고교를 1등으로 졸업한 톰은 가풍을 따라 해병대를 지원한다. 항상 명랑하고 인기가 많은 그가 베트남전에 나가서도 리더가 된 것은 당연했다. 어느 날, 논을 지나다가 그의 부대는 적군의 기습을 받았다. 그의 휘하에 있던 8명의 전우들이 사망 또는 큰 부상을 입었다.     명예제대 후 법과 대학을 이수한 그는 잘나가는 변호사가 됐고 두 아들과 사랑하는 부인을 둔 가장으로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자신에 대한 끝없는 죄책감과 사소한 일에도 솟아나오는 분노를 조절하기가 힘들었다. 두 아들이 조금만 소리를 내도 참을 수 없이 화가 치밀어 집을 뛰쳐 나가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들들을 해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 밤이면 동료들이 죽는 장면이 생생하게 악몽으로 나타났다. 술을 마시면서 악착 같이 잠을 쫓으려고 했다.     저자는 어린 시절에 아버지와 삼촌이 벌컥 화를 내며 아이들과 전혀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이유를 후에 알았다. 젊은 시절에 아버지는 반나치 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갇혔던 경험이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일본군에게 체포됐던 삼촌은 노동자로 미얀마에 팔려가 고통을 받았다. 새벽마다 골방에 들어가 기도를 하던 아버지와 느닷없이 고함을 지르던 삼촌의 모습을 어릴 적 저자는 보았다.     자신의 경험과 동료들의 연구를 통해 저자는 외상이 두뇌와 육체의 반응을 바꾸어 놓는 것을 알았다. 연기가 나면 스모크 알람이 울리듯이, 두뇌에 있는 경보장치에 이상이 오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다량 생산되며 상관관계를 구별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어린 시절 육체적, 정신적, 성적으로 학대 받았던 사람들, 엄마가 아버지의 폭력에 학대 당하는 장면을 보았던 사람들, 지진이나 홍수 등의 자연재해로 가족을 잃었던 사람들… 하지만 이런 사람 모두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경험하지는 않는다. 같은 나무에서 떨어져도 흠집이 많이 생긴 사과가 있는 반면 온전한 사과도 있다. 증세의 정도는 다를 수 있다. 유전이나 환경에 따라 차이가, 사랑하고 염려해주는 보호자의 유무로 상처 크기가 달라진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심한 상처를 경험했던 사람들 중에 심각한 음주문제나 가정폭력, 자녀학대, 인간관계 문제 등이 있다면 전문가를 찾아 PTSD를 치료 받기를 권한다. 자신이 힘들게 겪었던 이야기를 함께 하며, 주위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는 것처럼 좋은 치료는 없다. 저자는 외상 당시의 분노를 몸으로 다시 한 번 경험해 보며, 기억을 떠올려 극복하는 것이 치료의 지름길이라고 한다. 용기를 갖고 과거를 마주해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용기 가정폭력 자녀학대 일생 연구진로 유무로 상처

2022-06-02

[이 아침에] 알렉산더 대왕의 빈손

알렉산더 대왕은 죽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유언을 남겼는데 ‘내가 죽으면 들어갈 관의 양쪽 옆에 구멍을 내라 그리고 내 양손을 관 바깥쪽으로 내밀어라’라는 일화를 남겼다. 그래서 알렉산더 대왕의 유언대로 관 양쪽으로 난 구멍에 손을 내밀어 그가 죽을 때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않았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주었다는 우화는 모든 인간이 세상을 하직할 때는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어 빈손으로 간다는 교훈적 예화이다.     알렉산더 대왕 시대까지 갈 것 없이 우리 세대의 학사 가수 최희준이 하숙생에서 빈손을 노래하였다. ‘인생은 나그네 길 구름이 흘러가듯…인생은 벌거숭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가?’ 한 마디로 인생은 공수래(空手來) 공수거(空手去)이다. 또 다른 가수 김국환도 이렇게 노래하였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어를 알겠느냐 한 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산다는 건좋은 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 우리네 헛짚은 인생살이 한 세상 걱정조차 없이 삼면 부슨 재미…’ 그도 인간이 태어날 적에도 빈몸으로 왔다고 읊었다. 노래방에서나 술자리에서 신나게 부르는 유행가 노랫말 속에는 심오한 철학적 교훈이 많이 담겨 있다, 요즘은 ‘유행가’라는 말보다 가요(歌謠)라고 하여야 품격이 높아 보여 사라진 단어이기도 하다.   알렉산더 대왕은 부귀영화를 다 버리고 빈손으로 갔지만 옛날 우리 세대 노인네들은 이승을 떠날 때는 빈손으로 가지 않았다. 고인을 염(殮)할 때 저승 갈 적에 노잣(路資)돈 하라고 지전이나 동전을 손에 쥐여주며 서러운 이별을 하였다. 빈손을 보여주는 현명한 알렉산더 대왕보다는 우리 선인들의 이별에 대한 인정이 더 다감하고 인간적이다.   설치미술이 요즘은 바쁜 현대인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뉴욕시에 새로 짓는 고층건물 입구 광장에서도 심플하면서도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예술인들의 조각작품을 흔히 볼 수 있다. 뉴저지 해밀턴에 자리한 조각공원(Ground For Sculpture)은 온 가족이 꼭 가 보아야 할 꿈의 동산이다. 수많은 작가가 빚어놓은 3차원적 입체 미술품들은 관람객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유명화가의 그림을 입체화 한 조각으로 표현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여인이 앉아서 쉬야를 하는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속된 소품도 만날 수 있다. 조각공원이 아니라도 바닷가나 눈에 잘 띄는 곳에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여 편 빈손이 우뚝 솟은 조각상을 가끔 볼 수 있다. 이 또한 인생의 마지막 가는 길은 빈손이라는 교훈을 남기는 작품이다.     국가원수가 해외 순방을 나갔다가 국익에 도움되는 일 없이 귀국하면 빈손으로 왔다고 평하고 정치인이 협상 테이블에서 결렬되면 빈손으로 끝났다고 깎아내린다. 빈손은 무(無), 곧 없음을 뜻한다. 우리의 삶에 남는 것이 있다면 인재명(人在名)이요 호재피(虎在皮)라고 이름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나 살아가는 일생 빈손으로 가서는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모처럼 남의 집을 방문할 때는 빈손으로 가면 결례가 된다. 반세기도 한참 전 전라남도 곡성으로 시집간 둘째 누님의 시어머님이 들려주셨다는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소박한 생활철학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 절실한 교훈이다. ‘손님이 집에 들어오면 안 주인은 방문객의 손부터 쳐다본다’는 노인들의 가르침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고교 시절 6년 연상인 둘째 누님이 시집가던 날 왜 그렇게 섭섭하고 아쉬운 눈물을 흘렸었을까? 그분도 몇 년 전 고인이 되셨다. 윤봉춘 / 수필가이 아침에 알렉산더 대왕 알렉산더 대왕 벌거숭이 빈손 일생 빈손

2022-03-03

"이제 그만 '졸혼' 합시다"

엄마는 고달프다. '딸'이라는 타이틀에 익숙했던 삶이 '엄마'라는 타이틀을 갖는 순간부터다. 아이들을 키우며 '2시 신데렐라'라는 별칭을 얻고 자녀가 집을 떠나며 '빈둥지증후군'의 상실감과 외로움을 겪는다. 끝이 아니다. 3막은 남편이다. 똑같이 육신이 늙어가는 데도 남편은 여전히 왕이다. 여전히 남편의 밥을 차리고 남편의 옷을 빨래해야 한다. 울컥 '이젠 내 인생을 찾고 싶다'고 외치고 싶다. '졸혼'을 계획하는 중년부부들이 늘고 있다. 졸혼은 '결혼을 졸업하다'라는 신조어로 법적인 혼인관계는 유지하되 따로 살거나 또는 같은 집에 살아도 서로 간섭하지 않고 각자의 삶의 살아가는 또 다른 부부의 생활방식이다. 실제 미주에 있는 한인들 역시 졸혼이라는 이름만 붙이지 않았을 뿐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부부들이 적지 않다. 가정상담소의 안현미 카운슬링 매니저는 "한인 중년 부부들 중에도 이혼만 하지 않았을 뿐 전혀 소통이 없거나 심한 갈등으로 제대로 된 결혼생활을 하지 않는 부부들이 꽤 된다"며 "다만 경제적 이유나 사회적 시선 또는 재산분할 등의 이유로 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55세~65세 전후 자녀가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이나 결혼 등으로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는 시기에 부부들은 졸혼이나 황혼이혼 등 결정의 갈림길에 선다. 60대 여성 A씨는 미국에 있는 딸들에게 종종 놀러 오다가 얼마전 아예 미국에 눌러앉기로 결정하고 영주권을 신청했다. 남편은 한국에 그대로다. 더 이상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무의미하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이혼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그냥 따로 떨어져 남은 삶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영위하고 싶을 뿐이다. 최근 한국 원로배우 백일섭씨 역시 졸혼을 한 사실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졸혼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건 일본에서다. 이 개념을 처음 이야기 한 일본작가 '스기야마 유미코'는 최근 '졸혼시대'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는데 이혼보다는 졸혼을 권한다. 황혼이혼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실제 2015년 20년 이상 함께 산 부부의 황혼 이혼이 3만2600건으로 전체 이혼 건수의 29.9%에 달할 만큼 그 비중이 높다. 안 매니저는 "이제는 남편의 뒷바라지와 지긋지긋한 가사노동에서 벗어나 살고 싶다는 게 아내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편들은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는데 왜 갑자기'라며 이러한 아내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지적하고 "만약 부부관계의 개선을 원한다면 이런 경우 아내와 많은 대화를 해보고 좀 더 자유롭게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도 졸혼이나 황혼이혼이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졸혼은 이혼의 차선책일 수는 있지만 최선은 아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수십 년을 함께 해준 아내에게 '지금까지 함께 해줘서 고맙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중요할 때다. 오수연 기자 oh.sooyeon@koreadaily.com

2017-05-04

직장 은퇴하는 상실감과 비슷

자녀와 사이 좋았던 엄마는 더 힘들어 '부모 은퇴'로 여기고 철저한 플랜 세워야 롤랜드하이츠에 사는 전업주부 이모(50)씨는 지난 한해 동안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둘째 아이까지 동부로 대학을 가고 난 후다. 이씨는 "아이들이 대학가기 전까지 정말 정신없이 살았던 것 같다"며 "근데 아이들이 다 떠나고 나니 내게 너무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 그 주어진 시간을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써야 할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의 삶은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다른 엄마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아이들을 학교와 학원으로 실어나르는 등 가정을 위해 헌신했다. 자신을 위해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다. 이씨는 "나름 행복했다고 자부한다. 남편과도 아이들과도 사이가 나쁘지 않았고 시간도 많이 보냈다"며 "사실 아이들이 대학을 가까운 곳으로 가길 원했지만 아이들은 동부 쪽을 고집했다. 아이들은 나름 독립을 원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족중심으로 뭉쳐 지내며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 관계를 소홀히 했던 엄마의 경우 이 시기 더 큰 상실감에 빠질 수 있다. 노워크에 사는 하모(49)씨는 최근 들어 부쩍 외로움을 느낀다. 대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과 여전히 함께 살고 있지만 최근 아들 모두 여자친구가 생기면 서다. 하씨는"난 정말 괜찮을지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워킹맘으로 여전히 많은 시간을 일에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랐다. 그는"퇴근 후 집에 오면 집이 텅비어 있는 날이 많았다. 요즘은 아이들과 밥 한번 먹기도 힘들어졌다"며 "드라마도 보고 운동도 해 보지만 멍하고 외로울 때가 많다. 같은 조건의 친구들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친구들은 주말이면 남편과 시간을 보내니 혼자서 주말을 보내야 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싱글맘이다. 이들처럼 자녀들이 대학에 진학하거나 부모와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허탈감.무력감.외로움 등을 호소하는 빈둥지증후군(Empty nest syndrome)을 겪는 엄마들이 많다. 특히 갱년기까지 겹쳐오면 심각한 우울증에 자신을 물론 가족들도 함께 몸살을 앓는다. 가정상담소의 안현미 카운슬링 매니저는 "빈둥지증후군은 보통 가장 어린 자녀가 집을 떠나는 시기에 주로 나타나는데 이 시기 외로움과 상실감을 이기지 못해 술에 의지하거나 부부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시기를 잘 극복하지 못하면 가정불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안 매니저는 "이 시기가 되기 전에 먼저 아이들 없이도 바쁘게 할 수 있는 일과에 익숙해져 있어야 한다"며 "관심있는 분야에 클래스나 동호회 등을 통해 혼자 있는 시간을 줄여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요바린다에 사는 정모(55)씨는 성공적으로 빈둥지중후군을 넘긴 케이스다. 정씨는 "다행스럽게도 그 시기가 되기 이전에 주변에서 많은 조언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먼저 오랫동안 할수 있을만한 취미생활을 찾아 놓고 애완견을 한 마리를 더 데려오기도 했다"며 "그렇게 준비가 끝난 상태에서 아이들이 대학을 가자 외롭다기 보다는 홀가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전문가들의 준비가 이 시기를 맞는 엄마들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경정신과 수잔 정 박사는 "한마디로 직장인들이 정년을 다 채우고 은퇴 후 막막해하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라고 보면 된다"며 "은퇴 전에 은퇴 후 플랜을 짜듯 부모로 은퇴할 때도 플랜이 필요하다. 그렇게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 나서면 나머지 삶을 더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oh.sooyeon@koreadaily.com

2017-05-03

엄마는 '2시의 신데렐라'…하교 시간부터 '족쇄'

라미라다에 사는 이은지(38)씨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바쁘다. 직장을 다니는 것도 아닌데 하루 종일 발을 동동거릴 만큼 분주하다. 그녀는 미국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첫째가 이제 초등학교 2학년, 둘째는 프리스쿨에 다니고 있다. 그의 하루는 라이드로 시작해 라이드로 끝난다. 이씨는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는 2시쯤부터 엉덩이를 붙일 틈이 없다"고 토로했다. "전 그나마 양호한 편이에요. 주변 엄마들 중에는 음악, 스포츠, 미술, 학원 수업까지 4~5개씩 아이들을 가르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럼 정말 하루종일 차에서 생활을 한다고 보면 돼요. 수업시간이라고 해봤자 50분이나 1시간 정도인데 집에 다녀오지도 못하죠. 그래서 아이들과 식사를 차에서 하는 경우도 다반사죠." 엄마들마다 아이 수나 과외활동을 몇 개 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씨와 별반 다르지 않다. 브레아에 사는 김은아씨는 자신을 '로드 매니저(Road manager)'라고 표현했다. "맞죠 뭐. 아이가 하나이긴 하지만 아이의 스케줄에 맞춰 움직이고 차에서 죽치고 기다리는 게 일쑤고 연예인 로드 매니저랑 비슷하지 않나요."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 한국서는 대부분의 학원이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거나 차량 운행을 하기 때문에 라이드(ride)에 대한 큰 부담이 없다. 김씨는 "족쇄 같은 라이드 때문에 한국에서 온 엄마들은 특히 이곳 생활을 답답해 한다"고 전했다. 엄마들에게도 자유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난 후다. 물론 그 시간도 집안일을 하는데 많이 소요하지만 가끔 엄마들끼리 모여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시간도 잠시 오후 2시가 되면 엄마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 한다. 라크레센타에 사는 이명은씨는 "종종 오전 시간을 이용해 엄마들끼리 교육 정보도 나누고 수다도 떤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오후 2시가 되면 약속이나 한 듯 주섬주섬 짐을 챙겨 일어난다"고 전했다. 자칭 '2시의 신데렐라'다. 직장인 여성들 역시 라이드를 포함 육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야근을 해야 하는 날이라도 아이들 픽업을 위해 눈치를 보며 칼퇴근을 해야 한다. 하루종일 직장일에 시달렸지만 집에 와 저녁식사를 차리고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씻기고 하루의 일과가 끝이 없이 길기만 하다. 워킹맘들은 자신이 원했던 원치 않았던 '수퍼맘'이 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생활이 지속될 경우 엄마들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가정상담소의 김동희 홍보팀장은 "특히 한인 엄마들은 헌신과 희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당연시 여긴다. 그래서 내 상태가 어떤지조차 파악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이러한 생활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엄마로써의 역할은 한두 달 만에 끝날 일이 아니다. 장기전이다. 나를 돌보지 않고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면 갑자기 폭발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폭발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다. 이렇게 비슷한 사이클이 반복되다 보면 자신만 힘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남편도 아이들도 힘들어 한다"고 설명했다. 한 빅데이터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워킹맘의 연관 검색어로 '죄책감'이라는 단어가 10배가량 증가했을 정도다. 한인가정상담소는 엄마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지난해 '엄마 힐링 세미나' '엄마 분노 조절 세미나' 등을 열기도 했다. 가정상담소 측은 긍정적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짬짬이 남는 시간에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는 등 자신만의 시간이나 자신을 위한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몇 달에 한번이라도 그냥 자유롭고 싶을 때가 있다. 아이도 남편도 없이 그냥 친구들이랑 수다 떨고 맛있는 거 먹고 그러면 된다. 남편들이 좀 더 현명해지면 좋을 거 같아요. 가끔 아내를 자유롭게 해주면 훨씬 더 잘하려고 노력할 텐데 말이에요." (이은지씨) 오수연 기자 oh.sooyeon@koreadaily.com

2017-05-02

10대 아들과 대화하는 법…"아빠·엄마도 너랑 똑같아"

무뚝뚝하고 말이 없는 10대 아들을 지켜보면서 답답해하는 한인 부모가 많다.이는 미국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워싱턴포스트지는 "많은 부모들이 침묵하는 10대 아들을 보고 '긍정적' 또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실수를 범하기 때문"이라며 "아들을 믿고 그의 경험을 인정하며 알아들을 수 있도록 천천히 말을 한다면 어색한 관계는 저절로 풀린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특히 "남자 아이들은 내면의 삶이 풍성한데 특히 충성심과 우정,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 깊이 신경을 쓴다"며 이들의 철학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단단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에서 소개하는 '침묵하는 아들과 부모의 관계를 단단히 다질 수 있는 6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일관적이고 지속적인 사랑을 보여라= '자녀를 키우는 법'의 저자 케네스 긴스버그는 "청소년기를 맞는 10대 소년은 '내 부모가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는지' '친구와 관계가 좋은지' '학교생활에 잘 어울리는지' '내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된다며 "자녀가 이러한 질문들에 안정적으로 대답할 수 있도록 부모의 일관적이고 지속적인 사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아들이 하는 말을 잘 듣고 사소한 변화라도 알아채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긴스버그는 강조했다. 긴스버그는 "사실 10대 소년들이 원하는 대화는 지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를 부모가 알아주고 말해주는 것이다. 자녀가 갖고 있는 능력을 격려하고 인정해주는 게 최고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아들에게 '운동소질이 없다'고 말하는 대신 음악성이 뛰어나다고 칭찬하는 것이다. 2. 남성상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려라= 부모는 10대 아들이 자신들의 감정을 솔직하게 논의해줬으면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럴 때는 아버지가 먼저 롤모델로 나서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나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친구에게 안부전화를 걸어 관심을 돌려본단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러닝머신에서 뛰거나 맥주를 한잔 마신다"는 등 성인 남성이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긴스버그는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모르는 10대 소년들은 아버지의 행동을 통해 좀 더 쉽게 감정을 털어놓고 표현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3. 아들의 인생에 관심을 보여라= 아들의 열정에 진정한 호기심을 보여줄 때 부모와 아들의 관계는 더 단단해진다. 아들이 뛰는 축구 경기에 참석하거나 학교에서 공부하는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한다. 스포츠 이벤트나 영화, 전시회 등 아들이 관심있어 하는 활동도 찾아본다. 또 아들의 자율성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아들이 어울리는 아이들과 긴장을 푸는 법도 알아두자. 관심이 많을수록 대화 주제도 다양해지고 많아진다. 4. 질문하고 나서 인내를 갖고 기다린다= 흔히 부모들은 질문으로 아들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주로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중심으로 수학 선생님과의 관계는 나아졌는지, 나쁜 일은 없었는지 등의 질문이 주를 이룬다. '가인 키우기: 소년의 감성을 보호하는 법'의 저자 마이클 톰슨 심리학자는 "질문을 들은 남자 아이들은 부모가 질문하는 이유를 생각하기 때문에 답변하는 시간이 늦어진다"며 "간단한 질문에 너무 깊이 생각한다면 답을 재촉해도 좋지만 가능한 답을 기다려주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때로는 답을 듣는데 30분에서 3시간이나 기다릴 때가 있지만 참고 기다리면 대화가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5. 대화할 시간과 장소를 찾아라= 전직 내셔널 풋볼선수로 10대 소년 멘토링을 하고 있는 아지즈 압둘-라오프는 "좋아하는 비디오게임이 있다면 부모가 아들에게 가르쳐달라고 접근하면 대화를 쉽게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일정하고 꾸준한 대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압둘-라오프는 "저녁식사 때나 취침 전 등 아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찾고 부모는 꾸준히 아들과 대화를 해야 한다"며 "대화 도중 TV를 켜거나 전화를 받는다면 아들은 '부모가 나와 대화하는 데 관심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만큼 아들과의 대화에 집중할 것"을 조언했다. 긴스버그는 "남학생들은 차안에서 말하는 걸 좀 더 편안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며 "아이가 부담감이 없는 주제를 찾아 대화를 나누면 좋다"고 말했다. 6. 어색한 주제는 먼저 시작하라= 이성교제와 성관계, 마약 등 부담스런 주제로 대화를 해야 한다면 부모가 먼저 시작해야 한다. 톰슨 심리학자는 "먼저 아들에게 팩트를 설명해주고 어떤 질문을 해도 이해한다고 열린 자세를 보여줄 것"이라고 조언하며 하지만 "자녀의 의견에 너무 과한 행동을 보인다거나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대화는 중단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

2017-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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