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이제 그만 '졸혼' 합시다"

경제적·사회적 시선 때문에
법적 관계는 유지 '각자 삶'

엄마는 고달프다. '딸'이라는 타이틀에 익숙했던 삶이 '엄마'라는 타이틀을 갖는 순간부터다. 아이들을 키우며 '2시 신데렐라'라는 별칭을 얻고 자녀가 집을 떠나며 '빈둥지증후군'의 상실감과 외로움을 겪는다. 끝이 아니다. 3막은 남편이다. 똑같이 육신이 늙어가는 데도 남편은 여전히 왕이다. 여전히 남편의 밥을 차리고 남편의 옷을 빨래해야 한다. 울컥 '이젠 내 인생을 찾고 싶다'고 외치고 싶다.

'졸혼'을 계획하는 중년부부들이 늘고 있다. 졸혼은 '결혼을 졸업하다'라는 신조어로 법적인 혼인관계는 유지하되 따로 살거나 또는 같은 집에 살아도 서로 간섭하지 않고 각자의 삶의 살아가는 또 다른 부부의 생활방식이다.

실제 미주에 있는 한인들 역시 졸혼이라는 이름만 붙이지 않았을 뿐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부부들이 적지 않다.

가정상담소의 안현미 카운슬링 매니저는 "한인 중년 부부들 중에도 이혼만 하지 않았을 뿐 전혀 소통이 없거나 심한 갈등으로 제대로 된 결혼생활을 하지 않는 부부들이 꽤 된다"며 "다만 경제적 이유나 사회적 시선 또는 재산분할 등의 이유로 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55세~65세 전후 자녀가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이나 결혼 등으로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는 시기에 부부들은 졸혼이나 황혼이혼 등 결정의 갈림길에 선다.

60대 여성 A씨는 미국에 있는 딸들에게 종종 놀러 오다가 얼마전 아예 미국에 눌러앉기로 결정하고 영주권을 신청했다. 남편은 한국에 그대로다. 더 이상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무의미하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이혼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그냥 따로 떨어져 남은 삶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영위하고 싶을 뿐이다. 최근 한국 원로배우 백일섭씨 역시 졸혼을 한 사실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졸혼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건 일본에서다. 이 개념을 처음 이야기 한 일본작가 '스기야마 유미코'는 최근 '졸혼시대'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는데 이혼보다는 졸혼을 권한다. 황혼이혼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실제 2015년 20년 이상 함께 산 부부의 황혼 이혼이 3만2600건으로 전체 이혼 건수의 29.9%에 달할 만큼 그 비중이 높다.

안 매니저는 "이제는 남편의 뒷바라지와 지긋지긋한 가사노동에서 벗어나 살고 싶다는 게 아내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편들은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는데 왜 갑자기'라며 이러한 아내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지적하고 "만약 부부관계의 개선을 원한다면 이런 경우 아내와 많은 대화를 해보고 좀 더 자유롭게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도 졸혼이나 황혼이혼이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졸혼은 이혼의 차선책일 수는 있지만 최선은 아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수십 년을 함께 해준 아내에게 '지금까지 함께 해줘서 고맙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중요할 때다.


오수연 기자 oh.sooyeon@koreadaily.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