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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은퇴하는 상실감과 비슷

가정의 달:엄마의 일생 (2)허탈한 '빈둥지증후군'

자녀와 사이 좋았던
엄마는 더 힘들어
'부모 은퇴'로 여기고
철저한 플랜 세워야


롤랜드하이츠에 사는 전업주부 이모(50)씨는 지난 한해 동안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둘째 아이까지 동부로 대학을 가고 난 후다.

이씨는 "아이들이 대학가기 전까지 정말 정신없이 살았던 것 같다"며 "근데 아이들이 다 떠나고 나니 내게 너무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 그 주어진 시간을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써야 할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의 삶은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다른 엄마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아이들을 학교와 학원으로 실어나르는 등 가정을 위해 헌신했다. 자신을 위해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다.



이씨는 "나름 행복했다고 자부한다. 남편과도 아이들과도 사이가 나쁘지 않았고 시간도 많이 보냈다"며 "사실 아이들이 대학을 가까운 곳으로 가길 원했지만 아이들은 동부 쪽을 고집했다. 아이들은 나름 독립을 원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족중심으로 뭉쳐 지내며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 관계를 소홀히 했던 엄마의 경우 이 시기 더 큰 상실감에 빠질 수 있다.

노워크에 사는 하모(49)씨는 최근 들어 부쩍 외로움을 느낀다. 대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과 여전히 함께 살고 있지만 최근 아들 모두 여자친구가 생기면 서다.

하씨는"난 정말 괜찮을지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워킹맘으로 여전히 많은 시간을 일에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랐다. 그는"퇴근 후 집에 오면 집이 텅비어 있는 날이 많았다. 요즘은 아이들과 밥 한번 먹기도 힘들어졌다"며 "드라마도 보고 운동도 해 보지만 멍하고 외로울 때가 많다. 같은 조건의 친구들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친구들은 주말이면 남편과 시간을 보내니 혼자서 주말을 보내야 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싱글맘이다.

이들처럼 자녀들이 대학에 진학하거나 부모와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허탈감.무력감.외로움 등을 호소하는 빈둥지증후군(Empty nest syndrome)을 겪는 엄마들이 많다. 특히 갱년기까지 겹쳐오면 심각한 우울증에 자신을 물론 가족들도 함께 몸살을 앓는다.

가정상담소의 안현미 카운슬링 매니저는 "빈둥지증후군은 보통 가장 어린 자녀가 집을 떠나는 시기에 주로 나타나는데 이 시기 외로움과 상실감을 이기지 못해 술에 의지하거나 부부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시기를 잘 극복하지 못하면 가정불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안 매니저는 "이 시기가 되기 전에 먼저 아이들 없이도 바쁘게 할 수 있는 일과에 익숙해져 있어야 한다"며 "관심있는 분야에 클래스나 동호회 등을 통해 혼자 있는 시간을 줄여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요바린다에 사는 정모(55)씨는 성공적으로 빈둥지중후군을 넘긴 케이스다. 정씨는 "다행스럽게도 그 시기가 되기 이전에 주변에서 많은 조언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먼저 오랫동안 할수 있을만한 취미생활을 찾아 놓고 애완견을 한 마리를 더 데려오기도 했다"며 "그렇게 준비가 끝난 상태에서 아이들이 대학을 가자 외롭다기 보다는 홀가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전문가들의 준비가 이 시기를 맞는 엄마들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경정신과 수잔 정 박사는 "한마디로 직장인들이 정년을 다 채우고 은퇴 후 막막해하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라고 보면 된다"며 "은퇴 전에 은퇴 후 플랜을 짜듯 부모로 은퇴할 때도 플랜이 필요하다. 그렇게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 나서면 나머지 삶을 더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oh.sooye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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