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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알렉산더 대왕의 빈손

알렉산더 대왕은 죽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유언을 남겼는데 ‘내가 죽으면 들어갈 관의 양쪽 옆에 구멍을 내라 그리고 내 양손을 관 바깥쪽으로 내밀어라’라는 일화를 남겼다. 그래서 알렉산더 대왕의 유언대로 관 양쪽으로 난 구멍에 손을 내밀어 그가 죽을 때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않았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주었다는 우화는 모든 인간이 세상을 하직할 때는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어 빈손으로 간다는 교훈적 예화이다.  
 
알렉산더 대왕 시대까지 갈 것 없이 우리 세대의 학사 가수 최희준이 하숙생에서 빈손을 노래하였다. ‘인생은 나그네 길 구름이 흘러가듯…인생은 벌거숭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가?’ 한 마디로 인생은 공수래(空手來) 공수거(空手去)이다. 또 다른 가수 김국환도 이렇게 노래하였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어를 알겠느냐 한 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산다는 건좋은 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 우리네 헛짚은 인생살이 한 세상 걱정조차 없이 삼면 부슨 재미…’ 그도 인간이 태어날 적에도 빈몸으로 왔다고 읊었다. 노래방에서나 술자리에서 신나게 부르는 유행가 노랫말 속에는 심오한 철학적 교훈이 많이 담겨 있다, 요즘은 ‘유행가’라는 말보다 가요(歌謠)라고 하여야 품격이 높아 보여 사라진 단어이기도 하다.
 
알렉산더 대왕은 부귀영화를 다 버리고 빈손으로 갔지만 옛날 우리 세대 노인네들은 이승을 떠날 때는 빈손으로 가지 않았다. 고인을 염(殮)할 때 저승 갈 적에 노잣(路資)돈 하라고 지전이나 동전을 손에 쥐여주며 서러운 이별을 하였다. 빈손을 보여주는 현명한 알렉산더 대왕보다는 우리 선인들의 이별에 대한 인정이 더 다감하고 인간적이다.
 
설치미술이 요즘은 바쁜 현대인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뉴욕시에 새로 짓는 고층건물 입구 광장에서도 심플하면서도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예술인들의 조각작품을 흔히 볼 수 있다. 뉴저지 해밀턴에 자리한 조각공원(Ground For Sculpture)은 온 가족이 꼭 가 보아야 할 꿈의 동산이다. 수많은 작가가 빚어놓은 3차원적 입체 미술품들은 관람객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유명화가의 그림을 입체화 한 조각으로 표현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여인이 앉아서 쉬야를 하는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속된 소품도 만날 수 있다. 조각공원이 아니라도 바닷가나 눈에 잘 띄는 곳에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여 편 빈손이 우뚝 솟은 조각상을 가끔 볼 수 있다. 이 또한 인생의 마지막 가는 길은 빈손이라는 교훈을 남기는 작품이다.  
 
국가원수가 해외 순방을 나갔다가 국익에 도움되는 일 없이 귀국하면 빈손으로 왔다고 평하고 정치인이 협상 테이블에서 결렬되면 빈손으로 끝났다고 깎아내린다. 빈손은 무(無), 곧 없음을 뜻한다. 우리의 삶에 남는 것이 있다면 인재명(人在名)이요 호재피(虎在皮)라고 이름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나 살아가는 일생 빈손으로 가서는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모처럼 남의 집을 방문할 때는 빈손으로 가면 결례가 된다. 반세기도 한참 전 전라남도 곡성으로 시집간 둘째 누님의 시어머님이 들려주셨다는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소박한 생활철학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 절실한 교훈이다. ‘손님이 집에 들어오면 안 주인은 방문객의 손부터 쳐다본다’는 노인들의 가르침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고교 시절 6년 연상인 둘째 누님이 시집가던 날 왜 그렇게 섭섭하고 아쉬운 눈물을 흘렸었을까? 그분도 몇 년 전 고인이 되셨다.

윤봉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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