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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2시의 신데렐라'…하교 시간부터 '족쇄'

일과 병행해도 '죄책감'
정신적 스트레스 압박
헌신·희생속 '내 삶은?'

라미라다에 사는 이은지(38)씨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바쁘다. 직장을 다니는 것도 아닌데 하루 종일 발을 동동거릴 만큼 분주하다. 그녀는 미국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첫째가 이제 초등학교 2학년, 둘째는 프리스쿨에 다니고 있다. 그의 하루는 라이드로 시작해 라이드로 끝난다.

이씨는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는 2시쯤부터 엉덩이를 붙일 틈이 없다"고 토로했다.

"전 그나마 양호한 편이에요. 주변 엄마들 중에는 음악, 스포츠, 미술, 학원 수업까지 4~5개씩 아이들을 가르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럼 정말 하루종일 차에서 생활을 한다고 보면 돼요. 수업시간이라고 해봤자 50분이나 1시간 정도인데 집에 다녀오지도 못하죠. 그래서 아이들과 식사를 차에서 하는 경우도 다반사죠."

엄마들마다 아이 수나 과외활동을 몇 개 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씨와 별반 다르지 않다.

브레아에 사는 김은아씨는 자신을 '로드 매니저(Road manager)'라고 표현했다. "맞죠 뭐. 아이가 하나이긴 하지만 아이의 스케줄에 맞춰 움직이고 차에서 죽치고 기다리는 게 일쑤고 연예인 로드 매니저랑 비슷하지 않나요."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 한국서는 대부분의 학원이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거나 차량 운행을 하기 때문에 라이드(ride)에 대한 큰 부담이 없다. 김씨는 "족쇄 같은 라이드 때문에 한국에서 온 엄마들은 특히 이곳 생활을 답답해 한다"고 전했다.

엄마들에게도 자유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난 후다. 물론 그 시간도 집안일을 하는데 많이 소요하지만 가끔 엄마들끼리 모여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시간도 잠시 오후 2시가 되면 엄마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 한다. 라크레센타에 사는 이명은씨는 "종종 오전 시간을 이용해 엄마들끼리 교육 정보도 나누고 수다도 떤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오후 2시가 되면 약속이나 한 듯 주섬주섬 짐을 챙겨 일어난다"고 전했다. 자칭 '2시의 신데렐라'다.

직장인 여성들 역시 라이드를 포함 육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야근을 해야 하는 날이라도 아이들 픽업을 위해 눈치를 보며 칼퇴근을 해야 한다. 하루종일 직장일에 시달렸지만 집에 와 저녁식사를 차리고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씻기고 하루의 일과가 끝이 없이 길기만 하다. 워킹맘들은 자신이 원했던 원치 않았던 '수퍼맘'이 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생활이 지속될 경우 엄마들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가정상담소의 김동희 홍보팀장은 "특히 한인 엄마들은 헌신과 희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당연시 여긴다. 그래서 내 상태가 어떤지조차 파악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이러한 생활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엄마로써의 역할은 한두 달 만에 끝날 일이 아니다. 장기전이다. 나를 돌보지 않고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면 갑자기 폭발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폭발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다. 이렇게 비슷한 사이클이 반복되다 보면 자신만 힘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남편도 아이들도 힘들어 한다"고 설명했다. 한 빅데이터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워킹맘의 연관 검색어로 '죄책감'이라는 단어가 10배가량 증가했을 정도다. 한인가정상담소는 엄마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지난해 '엄마 힐링 세미나' '엄마 분노 조절 세미나' 등을 열기도 했다.

가정상담소 측은 긍정적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짬짬이 남는 시간에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는 등 자신만의 시간이나 자신을 위한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몇 달에 한번이라도 그냥 자유롭고 싶을 때가 있다. 아이도 남편도 없이 그냥 친구들이랑 수다 떨고 맛있는 거 먹고 그러면 된다. 남편들이 좀 더 현명해지면 좋을 거 같아요. 가끔 아내를 자유롭게 해주면 훨씬 더 잘하려고 노력할 텐데 말이에요." (이은지씨)


오수연 기자 oh.sooye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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