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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읽는 세상] 현을 위한 아다지오

미국 작곡가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는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앨버트 아인슈타인의 장례식에서 연주되어 유명해진 곡이다. 이 곡의 연주에는 제1, 제2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가 참여한다. 성부는 제2 바이올린과 첼로 파트가 각각 두 개로 나뉘어져 모두 7성부로 되어 있는데, 일곱 개의 파트가 각자 독립적으로 움직이면서 서로의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다. 특징적인 리듬은 없고, 4분음표로 이루어진 단순한 음형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여기서 조용하면서도 풍부한 표정의 주제 선율은 영원한 시간의 흐름을 환기시킨다. 처음도 없고 끝도 없이 그렇게 끊임없이 흘러간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여러 파트의 음들이 아주 느린 속도로 우주공간을 유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 유영하다가 때로는 같은 음으로 합쳐지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 합쳐져서 두터운 화음을 이루기도 한다. 처음에 낮은 곳에서 조용히 시작된 이들의 유영은 아주 느린 속도로 점점 고도를 높여가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드디어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모든 음들이 유영을 멈추고 한 곳에서 날카롭고 투명한 화음으로 만난다. 그리고 클라이맥스 뒤에 곧 숨 막힐 듯 날카로운 침묵이 이어지고, 이렇게 찰라와 같은 침묵이 끝나고 나면 모든 음들이 처음과 비슷한 몸짓으로 느린 여행의 마무리를 짓는다. 음악의 흐름이 마치 아치와 같다. 조용히 시작해 별다른 동요 없이 영원히 지속할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 조금씩 고조되다가 어느새 클라이막스에 이르고 날카로운 휴지를 거쳐 조용히 사라진다.   ‘현을 위한 아다지오’를 들을 때마다 장례식 음악으로 이 곡만큼 적합한 것이 또 있을까 생각하곤 한다. 음악의 흐름 자체가 우리네 삶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찬란한 클라이맥스 뒤에 오는 짧은 침묵 그리고 조용히 소멸해 가는 음들. 나도 언젠가는 그런 순간을 맞겠지.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아다지오 장례식 음악 첼로 파트 바이올린 비올라

2024-04-22

LACMA ‘국악의 밤’ 공연…5월 1일 오후 7시30분

LA카운티미술관(LACMA)에서 오는 5월 1일 오후 7시 30분 ‘국악의 밤(포스터)’ 행사가 펼쳐진다.     LACMA 음악 프로그램 담당자인 미치 글리크맨 디렉터의 주선으로 마련되는 이 날 행사에는 남가주에서 활동 중인 원로 국악인 박종대, 박영안, 김동석, 유희자, 가민 등이 대거 출연해 평상시에 접하기 힘든 한국 전통 음악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프로그램에 따르면 해금에 박영안, 피리 가민, 대금 박종대, 거문고와 장고 김동석, 가야금은 유희자가 각각 맡아 정악 합주인 평조 회상 중 염불 도드리, 타령 천년만세 중 계면가락 도드리를 들려줄 예정이다. 이 외에도 박종대씨의 대금 솔로, 심현정의 판소리, 유희자씨의 가야금 산조 연주도 있다. 또 재미국악원 김미자 원장이 장고 반주를 맡은 ‘아리랑’과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찬송가도 선보인다.   공연은 전시회 ‘한국의 보물들’이 열리는 맞은편 건물에서 진행된다. 전시회는 당일 오후 6시 30분부터 관람할 수 있다.   티켓 가격은 25달러(LACMA 회원 20달러)이며, 프로모션 코드(HIZA)를 입력하면 20달러로 할인받을 수 있다.   ▶주소 및 문의: 5905 Wilshire Blvd., L.A., (818)456-8022, www.lacma.org/event/art-music-korean-concert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게시판 국악 원로 국악인 공연 장소 음악 프로그램

2024-04-21

[음악으로 읽는 세상] 인생을 바꾼 음악

“한 편의 비디오. 당신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 비디오를 틀면 불량, 불법 비디오를 퇴치하자는 캠페인과 함께 이 멘트가 나왔다. 그런데 비단 비디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이렇게 인생을 바꾸어놓을 정도로 극적이고 강렬한 영향을 주는 대상을 만날 때가 있다. 그것이 사람일 수도 있고 책이나 영화, 음악, 그림일 수도 있다.   여기 음악 한 곡을 듣고 인생이 완전히 바뀐 사람이 있다. 1965년, 당시 23살의 경영학도였던 길버트 카플란은 뉴욕의 카네기 홀에서 아메리칸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말러의 교향곡 제2번 ‘부활’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세상의 소리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크고 장대한 음향이 카네기 홀을 가득 메우는 순간 그는 수만 볼트의 번개가 온몸을 뚫고 지나가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순간 이 음악이 앞으로 평생 자기를 잡고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부활’의 열렬한 추종자가 되고 난 후, 카플란은 스스로 이 곡을 지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마흔이 넘은 나이에 지휘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는 1982년 아메리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평생의 소원이던 ‘부활’을 지휘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것으로 끝낼 생각이었다. 어쨌든 소원을 풀었으니까. 그런데 그 후 여기저기서 제의가 들어왔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그는 그 후 ‘부활’만 전문적으로 지휘하는 아마추어 지휘자로 활동하게 되었다.   카플란은 금융전문지의 발행인이자 월스트리트에서 성공한 사업가였다. 아마 별일 없었으면 그는 평생 금융맨으로 세상을 살다 갔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들었던 음악 한 곡으로 완전히 인생이 바뀌게 되었다. 그 곡이 바로 말러의 ‘부활’이다. 궁금한 사람은 한 번 들어 보시라. 그러면 카플란이 느꼈던 전율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인생 음악 영화 음악 여기 음악 아마추어 지휘자

2024-04-15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봄날은

봄날은   천천히 불어오는 바람이어요 나무가지 설레임으로 푸릇 물오른 바쁠 곳도 없이 너를 만나려 나서는   지극한 일상의 하루 두 팔로 안아보는 봄날 아침이어요     봄날은 너의 하루가 시작되는 하늘이어요 나의 하루도 그 길따라 펼쳐져 눈가에 흐려오는 눈물이어요 서로를 향해 걸어오는 반가운 봄날 아침이어요     봄날은 하얀 꽃 망울 품고 있는 언덕이어요 저미도록 꽃잎을 접고, 펼치며 제 손으로 뿌려 놓은 향기 이어요 깊이 들이마시면 막혔던 숨 터지는 봄날 아침이어요     새소리가 들리는 곳, 뒤란이 바라다보이는 데크에 앉아 있다. 따스한 봄 햇살이 온몸을 나른하게 녹이고 있다. 둥근 유리 테이블에 올려놓은 Note book에서는 J. Offenbach의 Belle nuit의 달콤한 첼로 음악이 내 마음의 맨바닥을 쓸어주는 듯 봄날 아침의 여유를 수놓고 있다. 새 한 마리 날아와 데크 펜스에 앉았다. 가벼운 몸짓으로 움직이다 물끄러미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든다. 무엇을 한참이나 바라보는 듯,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이나 하는 듯 머리를 떨구기도 하다 종종걸음으로 자리를 움직이기도 한다. 내가 즐기고 있는 이 빛나는 봄날 아침을 함께 즐기기라도 하는 듯 한동안 곁을 떠나지 않았다. 꼭 정지된 시간에 그려놓은 풍경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움직이지만 정지돼 있는, 흐르지만 움직이지 않는 봄날 아침을 보내고 있다.   멀리서 바라볼 때 눈에 띄는 풍경이 있었다. 가까이 가 보았더니 가시가 엉켜있는 덤불이었다. 실망하여 발걸음을 돌려 돌아오는 길에 발 밑에 이름도 모르는 들꽃이 피어있었다. 가까이 보아서 이쁜 꽃이 멀리 떨어져서 보니 민민한 들판이 되기도 하였다. 자유가 멋져 보여 다가갔더니 오히려 단단한 속박이 되기도 하였다. 사람도 별반 틀리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속 같아서 성급히 생각하고 발을 담갔다가는 물속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 때도 종종 만난다. 오래 지내봐야 한다. 속을 다 내어줄 것 같다가도 이해 못할 차가운 태도로 변해버리기도 한다. 그 말은 나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 누구나 자신조차 알 수 없는 일들에 접할 때마다 나의 잣대가 아닌 너의 바로미터로 나를 돌아보아야 한다.   시간이 멈추도록 입맞추고 싶을 때가 있다. 목적지를 정해 놓지 않은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날이 져 어두워지면 책 한권을 들고 나와 한 소절씩 되뇌이며 갔던 길을 되돌아 오고 싶을 때가 있다. 읽고 또 읽어 어두운 밤 책을 보지 않아도 낭송이 절로 되는 신기함을 느껴보고 싶을 때가 있다. 시간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을 때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고 느낌으로 받아 안고 싶을 때가 있다. 시간을 길게 늘이고 싶을 때는 깊은 호흡으로 하루를 마감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시간이 내 머리를 차오를 때는 그림을 그리고 싶을 때가 있다. 물감이 번지는 노을 아래 스포트라이트를 켜고 여여한, 끝이 없는 길을 걷고 싶을 때가 있다. 하루라는 캔버스에 단순히 물감을 덧칠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관찰을 쏟아 놓는 것이다. 풍경이나 사물이 우리와의 사이에 가려져 있는 것은 우리의 손길이나, 발길이나, 우리의 시선에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는 것을 기억하는 것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함께 보는 나만의 마음의 눈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지구가 다른 지층을 쌓아가듯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지구의 현상을 평생 만지거나 느껴보거나 경험하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나에게서 가려져 있다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사물을 넓게, 깊게, 때로는 아주 가깝게, 오랫동안 자세히 경험하려 하는 노력을 게을리한 탓이 아닐는지. 나에게 있어 ‘다시 그림이다.’라는 명제 앞에 떨리는 나의 고백이기도 하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봄날 봄날 아침 나무가지 설레임 첼로 음악

2024-04-08

[열린광장] 쎄시봉 LA공연을 다녀와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생각만 해도 여전히 가슴이 뛰는 순수한 학창 시절의 추억이 있다. 의과대학 의예과 시절 친구들과 그룹사운드를 만들었다. 우리는 신촌 로터리에 있는 좁은 방을 연습장으로 빌려 방과 후에 모여 땀을 흘리며 음악 연습을 했다. 차가운 공기 속 반짝이던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늦게 집에 들러 갈 때마다 사이다 한 병으로 갈증을 달래곤 했던  시간이었다.     그때 함께 했던 사람 가운데 한 명이 가수 윤형주씨다. 지금 그는 연예인으로 나는 LA에서 내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얼마 전 LA에서 열린 쎄시봉 공연장에 갔다 쎄시봉 멤버로 미국을 방문한 그를 만났다.  그간 서로 다른 길은 걸었고 늘어난 흰머리에 목소리는 낮아졌지만 만나는 순간 우리들의 감정은 쉽게 동화될 수 있었다. 친구는 추억을 만들어 주고 음악은 추억을 데려와 주지 않는가.     이번 쎄시봉 공연의 주요 청중은 이른바 7080세대였지만 다른 연령층도 많이 보였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청중들은 그 시절의 추억에 흠뻑 젖은 듯한 모습이었다. 노랫말의 의미와 멜로디, 리듬에서 과거의 장면들을 되새기는 청중도 있었을 것이다.     40년 전에도 LA에서 윤형주씨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그가 나에게 했던 “우리 음악 속에 살아요”라는 말이 지금도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철학자 니체는 “음악이 없는 삶은 잘못된 삶이고 유배된 삶”이라고 말했다. 음악은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파고들어 근심 걱정을  없애 주고, 원기를 북돋워 주고, 활기를 부어주는 역할을 한다.     쎄시봉 미국 공연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발표에 세월의 무게를 실감한다.  “우리 함께 갑시다. 끝까지 함께 합시다”는 어느 정치인의 말처럼 쎄시봉의 음악이 그들과 함께 했던 모든 사람들과  계속 함께 하기를 바라본다.     재즈 음악의 대가  루이 암스트롱은 “음악가에게는 은퇴가 없다. 단지 자기 내부의  음악이 고갈된다면  그때 음악을 그만두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쎄시봉의 멤버들도 내부의  음악이 고갈되지 않는다면 변함없이 음악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시 미주 공연이 이뤄진다면  우리도 아름다운  추억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시간을 갖게 되지 않을까?     과거의 일 가운데 그리워서 다시 해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추억이고,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면 경험이라고 한다. 추억으로 내일을 새롭게 다시 살 수도 있다고 한다. 쎄시봉 미주 공연이 계속되어 ‘멋지다. 훌륭하다’는 의미처럼 많은 청중에게 흐뭇한 추억을 다시 선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청원 / 내과의사열린광장 la공연 재즈 음악 음악 활동 음악 연습

2024-03-26

[아름다운 우리말] 내 말에 귀 기울이게 하는 법

몇 년 전에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저에게 삶의 가치를 가르쳐 주시는 전헌 선생님과 걸은 적이 있습니다. 걷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입니다. 특히나 좋은 분과 걷는 것은 너무나도 행복한 일입니다. 그날은 그래서 더 행복했습니다. 걷는 동안 삶이 더 밝아지고, 행복한 스스로를 발견하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저 멀리서 음악이 들려왔습니다. 정확히는 두 군데에서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한쪽은 큰 스피커로 쿵쿵 울려대는 신나는 음악이었고, 다른 쪽은 합창단이 부르는 고요한 노래였습니다. 합창단의 노래가 방해를 받겠구나 하는 생각에 약간 마음이 쓰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저희의 발길은 합창단 쪽으로 향했습니다. 저희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합창단 주변으로 모여들었고, 합창 소리에 저마다 행복한 표정이었습니다.   반대쪽의 음악 소리가 커질수록 합창의 소리는 더 작아졌습니다. 실제로도 더 작게 부르는 듯하였습니다. 사람들은 더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더 귀 기울이며 아주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그 합창 소리를 잊지 못하였습니다. 지금은 어떤 노래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조용하게 노래 부르던 그 모습은 아마 잊히지 않을 듯합니다.   세상이 점점 거칠어집니다. 거친 세상의 증거는 말소리가 커지는 겁니다. 자신의 주장이 맞는다고 하며 더 크게 말합니다. 소리 높여 말한다는 표현에서 소리가 감정을 북돋는 느낌을 받습니다. 친구와 대화에서도 소리는 점점 커집니다. 심지어 가족 간의 대화에서도 목소리는 커집니다. 그러다 보니 싸우는 줄 알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됩니다. 스스로는 싸우지 않았다고 하지만 어쩌면 벌써 우리의 마음속은 싸움이 일어난 상태일 수 있습니다. 이야기할 때 소리를 치는 것은 두 사람이 이미 멀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참으로 맞는 말입니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면 우리 사이에 대해서 반성해야 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인다는 표현을 씁니다.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다가간다는 의미입니다. 머리가 기울고, 어깨가 다가갑니다. 소리가 커지면 다가갈 리 없습니다. 거리를 두게 되죠. 당연히 귀 기울이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소리가 작고 부드러워야 귀를 기울입니다. 저는 이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를 사람들이 잊고 산다고 봅니다. 자신의 주장을 소리 높여 이야기하고, 떠들어 대면 소음이 됩니다. 떠든다는 말도 소리가 ‘뜨고, 들려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가라앉지 않은 겁니다. 차분하지 않은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수다는 떤다고 합니다. 이 말도 재미있습니다. 떠드는 것보다는 귀여운 느낌이 있습니다. 소리가 사람들 사이에서 떨리고 있는 느낌입니다. 떨리는 것은 파동을 보입니다. 서로에게 감정이 전달되는 것이지요. 수다야말로 인간의 언어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수다가 곧 위로이기도 합니다. 같이 수다를 떨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요. 떠는 정도는 괜찮은데 떠들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삼가야 할 겁니다.   내 말에 귀 기울이게 하는 비법은 소리를 작게 내는 것입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할수록 나에게 다가올 겁니다. 두 사람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물론 내 말이 듣고 싶도록 내용을 충실히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기껏 들었는데 알맹이가 없으면 허무할 테니 말입니다. 오늘도 저는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는 세상을 꿈꿉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합창 소리 음악 소리 합창단 주변

2024-03-17

LA필 2024~2025시즌 라인업 발표

  LA필하모닉이 2024~2025시즌 라인업을 발표했다.     이번 시즌은 두다멜이 2026년 뉴욕 필하모닉으로 떠나기 전 LA필과 함께 하는 두 번째 시즌이다.     최고 하이라이트는 ‘구스타프 말러’, ‘존 윌리엄스’, ‘서울 페스티벌’이다.     LA필의 최고 콘텐츠 책임자인 메건 움버는 “구스타보 두다멜은 말러의 다양한 측면을 탐구하는 세 가지 오케스트라 프로그램을 큐레이팅했다”며 “아내이자 작곡가인 알마 말러, 그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교향곡 작품 등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죠스’, ‘스타워즈’, ‘인디아나 존스’ 등을 작곡한 전설적인 작곡가 존 윌리엄스의 회고전의 두 번째 시즌에는 할리우드 영화의 황금시대 음악이 포함된 콘서트 시리즈, 유명 첼리스트 요요마와 두다멜, 윌리엄스가 함께하는 콘서트, 9편의 스타워즈 음악과 영화 클립이 포함된 ‘스타워즈인 콘서트’가 열린다.     또한 랭랭의 라흐마니노프, 랜들 구스비의 플로렌스 프라이스 등 특별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아티스트 협연에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유자왕, 커도 등 전 세계에서 호평받는 오케스트라 아티스트, 작곡가, 재즈 마스터 등이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에서 공연한다.     한국 문화가 미국 음악에 미친 영향을 기념하는 LA필의 첫 번째 서울 페스티벌은 내년 6월 3일, 6~8일에 열린다.       LA필은 “K팝부터 김선욱 같은 클래식 스타까지, 한국이 미국 음악계에 미친 영향은 부인할 수 없다”며 “작곡가 진은숙이 기획한 첫 서울 페스티벌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축제는 내년 6월 3일 LA필 뉴뮤직그룹과 함께 한국 앙상블 TIMF를 이끄는 최수열의 지휘로 시작된다. 서주리의 피아노 협주곡과 챔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박선영의 대금공연, 천이은과 배동진의 작품 초연, 진은숙의 ‘구갈론’이 초연된다.     6일에는 윤한결 지휘자가 이성현, 이규림, 김태수의 LA필 커미션 3곡을 세계 초연으로 선보이고, 피아니스트 김선욱, 바이올리니스트 이유라와 함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이어 7~8일에는 안리환이 진은숙이 지휘하는 클라리넷 협주곡 공연, 클라리넷 연주자 김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첼리스트 한재민이 브람스의 이중 협주곡을 공연한다. 2024~2025시즌 자세한 프로그램은 LA필하모닉 웹사이트(laphil.com/campaigns/walt-disney-concert-hall-202425-season)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은영 기자라인업 시즌 2025시즌 라인업 스타워즈 시리즈 스타워즈 음악

2024-03-10

[음악으로 읽는 세상] 음악을 통한 화해와 공존

세계적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은 1999년, 팔레스타인 출신의 문명 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와 함께 아랍국가와 이스라엘 젊은이들로 구성된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서동시집’이라는 이름은 독일 시인 괴테가 페르시아 시인 하피즈의 시를 읽고 감명을 받아 집필한 ‘서동시집(West-Eastern Divan)’에서 따 온 것이다.   그 전까지 서양 사람들은 동방 문화가 서양 문화보다 열등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괴테는 하피즈를 통해 동방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했고, 그 결과 동서양의 문학양식을 이상적으로 결합한 ‘서동시집’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은 괴테가 구현하고자 했던 동서양 화합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오케스트라는 이스라엘, 시리아, 이집트, 레바논, 쿠웨이트, 팔레스타인 등 각기 다른 종교와 문화, 언어, 정치적 신념을 가진 젊은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은 세계 여러 지역을 돌며 음악을 통한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이다.   지난 2005년,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는 팔레스타인의 임시수도 라말라에서 연주회를 가졌다. 연주 곡목은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과 베토벤의 ‘운명’이었다. 이때 젊은 연주자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그토록 어려운 상황에서도 음악에 깊이 감동을 받고 따뜻한 박수를 보낸다는 사실에 큰 인상을 받았다. 그 전까지 팔레스타인 사람하면 테러나 일삼는 괴물 집단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와 보니 그들도 자기들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들을 묶어 준 것은 물론 음악이었다. 바렌보임은 이스라엘 사람들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서로 싸우지 말고 평화롭게 살아가자는 것이 연주회의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0여년이 흐른 지금도 두 나라간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음악 화해 서동시집 오케스트라 팔레스타인 출신 동서양 화합

2024-02-26

[음악으로 읽는 세상] 음악으로 자유를 꿈꾸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는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앤디라는 주인공이 교도소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편지의 2중창’을 트는 장면이다. 사실 이 장면의 길이는 3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보는 사람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어느 날 우연히 간수의 방에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 실린 음반을 발견한 앤디는 문을 걸어 잠그고 음반을 틀어 교도소 전역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편지의 이중창’이 흘러나오도록 한다. 갑자기 노래가 흘러나오자  죄수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아름다운 음악에 마치 최면에 걸린 듯 그 자리에 멈춰 서버린 죄수들의 모습을 배경으로 앤디의 감방 동료인 레드의 독백이 흘러나온다.   “나는 지금도 그때 두 이탈리아 여자들이 무엇을 노래했는지 모른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때로는 말하지 않는 것이 최선인 경우도 있는 법이다. 노래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래서 가슴이 아팠다. 이렇게 비천한 곳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높고 먼 곳으로부터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우리가 갇혀 있는 삭막한 새장의 담벽을 무너뜨리는 것 같았다. 그 짧은 순간, 쇼생크에 있는 우리 모두는 자유를 느꼈다.”   인간은 본래 자유로운 존재이기에 세상 모든 감옥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꾼다. 여기서 모차르트 음악은 자유의 또 다른 이름이다. 사람들은 앤디의 육체는 가둘 수 있었지만, 그의 머릿속에 있는 모차르트 음악까지 가둘 수는 없었다. 감옥에서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선율을 머리 속으로 되뇌며 앤디는 탈출을 꿈꾸었다. 모차르트 음악이 있었기에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음악과 함께 앤디의 자유로운 영혼은 교도소 담장을 넘어 저 먼 하늘까지 날아올랐다.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음악 자유 모차르트 음악 쇼생크 탈출 교도소 전역

2024-02-12

"설 맞이 동포 음악의 밤 함께 즐겨요"…장로협 창립 10주년 행사

“설날을 맞아 준비한 동포 음악의 밤 행사를 다함께 즐기기 바랍니다.”   OC장로협의회(이하 장로협, 회장 배기호), OC한인회(회장 조봉남) 주최 ‘설맞이 동포 음악의 밤’ 행사가 내일(10일) 오후 6시 세리토스 선교교회(담임목사 방상용, 12413 195th St, Cerritos)에서 열린다.   배기호 장로협회장은 “음악의 밤은 장로협 창립 10주년 행사의 일환이며 그 중 가장 큰 규모”라며 “멋진 공연을 무료로 감상하면서 설날 밤을 보낼 기회”라고 말했다.   주최 측 초청으로 무대에 설 김포 청소년오케스트라는 애니메이션과 영화 OST, 베토벤 7번 교향곡, 아리랑 메들리 등을 선보이고 마지막엔 관객과 ‘고향의 봄’과 ‘설날’을 함께 부를 예정이다.   오케스트라 단장인 박정훈 목사는 “7년 만에 다시 오렌지카운티에서 공연을 갖게 돼 감회가 새롭다. 관객들이 한국에서 손주들이 세배 드리러 왔다고 생각해주면 감사하겠다”라고 말했다.   음악의 밤엔 오위영 테너, 지경 소프라노, 김창달 김스피아노 대표가 특별 출연한다. 김 대표는 피아노 연주를 선보인다. 또 색소폰 연주자 김성규씨, 아리랑합창단, 오렌지미션콰이어 등이 찬조 출연한다.   문의는 OC장로협(714-234-1631) 또는 OC한인회(714-530-4810)로 하면 된다. 글·사진=임상환 기자맞이 동포 동포 음악 맞이 동포 주최 설맞이

2024-02-08

[열린광장] 은퇴와 세월의 무게

‘일에는 은퇴, 삶에는 데뷔’라는 말이 있다. 은퇴를 결정한 후 갑자기 많아진 시간을 독서와 음악, 운동, 봉사, 여행, 그리고 스패니시 공부 등에 할당했다. 해가 저물기 전 하얀 뭉게구름을 붉게 물들이는 찬란한 노을처럼 아름답게 인생의 황혼을 장식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건강이 더 저물기 전에 약간 이른 은퇴를 결정한 이유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내과 의사로 살았던 내 삶에 어떤 새로운 신비와 희열의 세계가 다가올지 기대했다. 그러나 은퇴 후의 지난 1년을 돌아보면 별다른 진전이나 성과 없이 그냥 바쁘기만 했던 것 같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농담이 실감 날 정도다.     과거 대학 재학 시절 음악에 대한 열정만 갖고 의과대학 록밴드로 활동했었다. 당시 음악에 대한 기초는 부족했었다. 은퇴하고서 음악을 다시 시작하게 된 이유다. 음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연륜이 됐고 열심히  배우면 옛날보다 깊이 있고 음악다운  음악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진도와 성과는 더딜 뿐이었다. 음정, 음악을 담당하는 뇌세포가 세월의 흐름 속에 퇴화 내지 감소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이 세월의 무게라는 것이리라.     이를 깨닫는 순간 모든 계획과 기대를 수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40년 넘게 해온 의사의 일을 완전히 접고 지낸 1 년간 내게는 어딘가 모르게  한 구석이 비어 있는 것 같은 허전함이 있었다. 아쉬움일까?  과거의 추억과 회귀 본능의 느낌일 것이다.     그래서 예전에 했던  멕시코 의료 봉사를 다시 시작했다.  현지에 의료 진료실을  완공했고, LA에서는 친한 의사의 진료실에서 한 달에 며칠씩 진료를 담당하기로 했다.     입대 시절로  되돌아 가기에는 늦은  노병이 되어 버렸지만 의학의 맥은 유지하고 싶은 본능이 있었던 모양이다. 의료계에 입대한 지  40년이 된 지금은 최고령 병사가 되었다. 이젠 머리도 하얗게 변했고 거동도 민첩하지 못하지만 퇴역 대신 현역 병사로 남기로 했다. 나이가 들면  사소한 일도 소중히 아끼게 된다는 말을 되새기며 건강이 주어지는 한 멕시코와  LA에서의 진료를 계속할 것이다.     나의 주 업무는 ‘삶’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기며 남은 시간을 사용하려 한다. 발전이나 성과에 대한 조바심 대신 세월의 무게에 맡기려 한다. 다만 배움은 멈추지 말고 활동도 쉬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찬란한 저녁노을의 꿈을 향한 시작이라  생각하며 오늘도 한걸음, 한걸음 또박또박 걷는다.   최청원 / 내과의사열린광장 은퇴 세월 의료 진료실 음정 음악 음악 운동

2024-01-28

[문화산책] 돌아본 2023년 미주한인문화 <3> 음악·영화

〈음악계〉   우리의 자랑스러운 음악인들의 세계무대 진출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조성진, 임윤찬의 뒤를 이어 한국의 젊은 음악인들이 세계의 콩쿠르를 휩쓸고 있다.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인기 악기 연주에 그치지 않고 성악이나 지휘 등에서도 우승자가 나오는 등 K?클래식은 앞으로 한층 막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그 열기가 남가주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조성진이 연초와 연말 두 차례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LA필과 연주회를 가졌고, 임윤찬이 할리우드 보울 데뷔 연주회를 가졌는데 성시연이 LA필을 지휘했다. 그뿐만 아니라,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김봄소리가 할리우드 보울 무대에서 연주했고, 소프라노 조수미의 공연도 있었다. 이 정도면 어깨가 으쓱할 만하다.   한미동맹 70주년 기념음악회에 조수미를 비롯한 여러 한국 음악인들이 출연했고, 금난새가 지휘하는 성남시립교향악단의 연주회도 눈길을 끌었다.   남가주 한인사회의 음악 행사도 매우 활발했다. 전문 음악인들의 수준 높은 연주회로부터 음악 동호인들이나 학생들의 발표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음악회가 연이어 열렸다. 공연 기록을 살펴보면, 100회에 가까운 연주회가 열렸으니 인구 대비로 생각하면 양적으로는 상당한 수준인 셈이다.   〈영화계〉   한국영화, 드라마는 지난 몇 년 사이 ‘미나리’, ‘기생충’, ‘오징어 게임’, ‘파친코’ 등의 작품으로 뚜렷한 상승세를 이어왔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휩쓸면서 정점을 찍었다.   올해는 기대를 모았던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아카데미상을 받지 못하면서 그 상승세가 다소 주춤해진 느낌이다. 하지만, 그 대신에 미주 한인 차세대 영화인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셀린 송 감독, 피터 손 감독, 아만다 김 감독 등이 기대를 모으는 주인공들이다.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패스트 라이브즈(전생)’가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비영어권 작품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올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작품은 이미 고담 어워즈, 뉴욕비평가협회상 등의 여러 상을 받았고, 연말 주요 언론이 발표하는 ‘올해의 영화’ 목록마다 상위권에 오르면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뒤를 이어 아카데미를 받을지 주목된다.   한국계 작가 이성진이 감독과 극본을 맡고 한국계 배우와 제작진이 대거 참여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도 골든글로브 TV 단막극 시리즈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주연상 등 3개 부문 후보로 지명됐다.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의 피터 손 감독도 크게 주목받고 있는 기대주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되어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흥행에서도 크게 성공했고, 아카데미상 수상도 기대되고 있다.   아만다 김 감독은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집중 조명한 다큐멘터리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로 화제를 모았다. 백남준의 미공개 영상과 아카이브를 조명한 이 작품은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다.   크리스티나 윤 감독이 단편영화 ‘마더랜드’로 ‘할리쇼츠(Hollyshorts) 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고, 하줄리와 이성민이 공동감독한 다큐멘터리 ‘프리 철수 리’도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   이 밖에도 많은 차세대 유망주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여,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특별기획으로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선보였다. 이 행사에는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영화인들과 그들의 작품이 초청되었다.   한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기생충’, ‘헤어질 결심’, ‘브로커’ 등의 영화를 총괄 제작하는 등 30년간 한국 영화와 엔터테인먼트 산업 성장에 기여하고, 한류를 지원해온 공훈을 인정받은 것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미주한인문화 음악 작품상 감독상 한국영화 드라마 한국 음악인들

2023-12-28

한국 첫 흑인혼혈 야구선수 다큐 LA 상영

한국 최초 흑인혼혈 야구선수이자 체육 교사, 야구 감독이었던 김영도 씨의 인생 역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베이스볼 하모니’(Baseball Harmony)가 화제다.   이 다큐멘터리는 ‘미국 기독교 영화제’에서 베스트 다큐, 베스트 감독, 베스트 작가, 베스트 음악·편집상을 휩쓸었다.   140년 전통의 레인칼리지에서 주최한 ‘라네독 페스티벌 시상식’에서도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세계 최고 독립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 출품작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는 그가 스스로 고아원에 걸어 들어간 사연, 어머니 산소 방문, 야구선수 시절 친구들, 교사로 재직했던 대신중학교, 35년 만에 다시 잡아 본 야구 감독용 노크배트, 이제는 인종차별 발언을 너털웃음으로 웃어넘길 수 있게 된 모습을 담았다.   1950년 한국인 어머니와 미군 사이에서 태어난 김영도 씨는 차별과 설움을 겪으며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내다 9살 때 고아원에 자처해 들어갔다.   6학년 때부터 야구를 배우기 시작하며 그의 인생은 바뀌었다. 발군의 실력이었던 그는 동대문중학교 야구부에 뽑혔고 동대문상고 1루수 4번 타자로 활약했다.   1968년엔 동아대 야구 장학생으로 입학, ‘한국 최초의 흑인 혼혈 야구 선수’가 됐다. 당시 유일한 지방팀이었던 동아대를 지휘한 고 안영필 감독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던 것. 그는 3, 4번 타자와 1루수를 도맡으며 ‘그라운드의 와일드 가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중심타선에서 활약하고 신체 조건도 뛰어나며 승부욕도 뒤지지 않았지만 주류에 녹아들지 못했다.   후학을 가르치고 싶은 꿈이 있던 그는 동아대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과정까지 마쳤다. 동아대를 졸업한 김영도 씨는 1980년 부산 대신중학교에서 체육 교사이자 야구 감독으로 활동하며 ‘한국 최초의 흑인혼혈 체육 교사이자 야구 감독’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인종차별은 김 씨 가족을 계속 힘들게 했다. 결국 본인의 인생을 바꿔놓았던 야구도 그만두고 37세가 되던 해 자녀들을 위해 미국 이민 길에 올랐다.   미국 이민 후 야구를 기억에서 잊고 아버지로서 삶을 살았던 그는 다큐멘터리 ‘베이스볼 하모니’에서 비로소 야구 이야기를 하면서 웃었다. 다큐멘터리는 오늘(7일) 오후 12시 컬버시티 영화제에서 상영된다. 상영시간 49분.미국 베스트 감독 베스트 베스트 음악 베스트 다큐

2023-12-06

[열린광장] 무기 대신 책이나 악기를 잡았으면

지난여름 한국을 방문했던 딸 내외가 ‘추억의 히트가요’라는 한국가요집을 선물로 가져왔다. 제1집 ‘눈물 젖은 두만강’에서 부터 10집에 이르기까지 ‘목포의 눈물’, ‘타향살이’,‘황성 옛터’,   ‘이별의 부산정거장’, ‘홍도야 울지마라’ 등 시니어들에도 익숙한 노래 100여 곡이 들어있다.   음악에 대한 나의 열정은 서양의 클래식 음악에서 시작됐지만 그 이전부터 들었던 대중가요의 영향도 어느 정도는 있었을 것이다.  현역 교사 시절 한 칼럼에서 대중가요를 즐겨 듣고 또 부른다고 썼다가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았던 기억도 있다.     실제로 음악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다섯 살쯤 집에 있던 유성기에서 흘러나온 노래에서 시작된 것 같다. ‘물결은 출렁출렁, 연락선은 떠난다. 잘있오, 잘가오, 눈물 젖은 손수건’으로 시작되는 노래다. 아직도 가사와 멜로디를 기억해서 가끔 혼자 불러보는 노래중의 하나다.   고등학생 때는 라디오에서 들려주는 서양 클래식 음악에 심취했던 시절이었다. 바흐에서부터 헨델, 모차르트, 슈베르트, 베토벤 등 서양 고전음악 천재 작곡가들의 명곡이 공부에 시달려 피곤한 내 정신을 위로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큰 원천이었다. 서양 클래식 음악은 아직도 시간이 있으면 즐겨 듣고 사랑하는 열정의 대상이다.     이제는 나이가 많이 들어 “취미가 무엇이세요?”  라는 질문을 해오는 사람도 드물지만,  젊었을 때는 자주 받았던 질문이었다. 은퇴한 지 벌써 수년이 지났고, 여가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나의 취미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읽는 것이다. ‘독서가 취미’라는 게 쉽게  나오는 대답이다. 사실 독서는 어렸을 때부터 즐겼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독서가 취미” 라는 나의 대답이 이제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요즘 도서관에서 빌려온  400 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읽고 있는데, 예전에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1주일 내지 10일이면 완독할 수 있었던 것을 지금은 3주가 지났는데도 다 읽으려면 아직 2주는 더 걸려야 할 것 같다. 책 내용에 따라 읽는 속도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많은 독자도 잘 알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중학교 다닐 때 밥숟가락 떨어지지 마자 김래성 작가의  탐정 소설을 들고 이리저리 숨어다니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책도 재미가 있었지만 당시 나의 독서습관도 학생으로서 지나쳤던 것 같다. 고등학교 2, 3학년이면 대학입시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인데,  그때도 한글로 번역된 나타니엘 호손의 ‘주홍글씨’를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너에게 주어진 시간은 모두 네 것이니까,  의무적으로 읽기 싫은 책을 읽을 필요도 없고,  그저 편안하게 지내라” 는 친구의 조언을  흔쾌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나저나 지금 지구의 저쪽 한 편에서는 책이나 악기 대신 총을 들고 귀중한 생명을 파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체 누구의 잘못입니까?” 라는 질문에 누가 적절하고 합리적인 답을 줄 수 있을까?   김순진 / 교육학 박사열린광장 무기 악기 서양 고전음악 클래식 음악 서양 클래식

2023-11-16

[음악으로 읽는 세상] 우연성의 음악

20세기에 등장한 현대음악 장르 중에 ‘우연성의 음악’이 있다. 작곡가가 미리 만든 음악이 아니라 연주자에 대한 기본 지시 외의 음향·연주·행동 등 모든 게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기에 ‘불확정성 음악’이라고도 한다. 이 분야의 선구자는 미국 출신의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였다. 그는 작곡가가 연주자에게 어떻게 하라고 지시하지 않고도 언제나 재생산이 가능한 음악을 가장 이상적인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창작자에게서 독립해 독자적인 길을 갈 수 있는 음악, 창작자의 품을 떠난 후에도 계속해서 제 앞가림을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그는 우연의 요소를 도입했다.   존 케이지가 1951년 발표한 ‘상상적 풍경 제4번’이 있다. 이 작품의 연주(?)에는 12개의 라디오가 필요하다. 지휘자의 신호에 따라 연주자들이 라디오를 켜고 각기 다른 주파수에 바늘을 맞추면 라디오에서 뉴스에서부터 대담·드라마·클래식·팝·광고까지 온갖 소리가 흘러나온다. 지휘자의 지시에 따라 연주자들은 음량을 크게 하기도 하고 작게 하기도 하며, 라디오를 껐다가 다시 켜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 다양한 소음이 만들어진다.   이게 음악이라고? 그걸 어떻게 음악이라고 할 수 있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자. 우리 삶에서 우연에 입각하지 않은 것이 과연 얼마나 될까. 우리가 태어난 것 자체가 이미 우연 아닌가.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즉, 어느 나라, 어느 지역, 어느 시기, 어느 부모 밑에서 태어나는가 하는 것도 모두 우연이다. 그렇게 우리는 예측 불가능한 수많은 우연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어쩌면 우연은 우리 삶을 한마디로 설명해주는 가장 확실한 단어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세상일이 온통 우연투성이일진대, 음악이라고 ‘우연히’ 만들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우연성 음악 음악 창작자 현대음악 장르 불확정성 음악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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