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읽는 세상] 줄리엣의 왈츠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인도를 다 주어도 셰익스피어와는 바꾸지 않겠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영국인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위대한 극작가였다. 비록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주옥같은 작품들은 후대 예술가들에게 풍부한 창작의 원천이 되었다. 음악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많은 작곡가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가지고 음악을 만들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재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이야기였다.클래식 음악 중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제목을 가진 작품이 여럿 있다. 차이콥스키의 환상서곡, 프로코피예프의 발레 음악, 구노의 오페라, 베를리오즈의 극적 교향곡이다. 또한 벨리니는 같은 소재로 ‘몬테규 가와 캐퓰릿 가’라는 오페라를 작곡했고, 레너드 번스타인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20세기 버전인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작곡했다.
이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작품은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오페라 1막의 무도회에서 로미오가 줄리엣의 아름다움에 황홀해 하고 있을 때, 줄리엣의 유모는 줄리엣에게 청혼자인 파리스를 칭찬하며 이제 적당한 남자를 만나 시집을 가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줄리엣은 이런 유모의 충고에 ‘꿈에 살고파’라는 아리아로 응답하는데, 왈츠풍의 이 아리아를 흔히 ‘줄리엣의 왈츠’라고 한다.
“아! 나를 황홀하게 만든 이 꿈속에서 살고 싶어. 달콤한 불길이 내 영혼 안에 있어. 도취된 젊음은 단 하루만 지속되지. 눈물을 흘리는 때가 오면 행복은 달아나 돌아오지 않아. 나는 우울한 겨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한 송이 꽃잎을 따기 전에 그 장미 향기에 취해 살고 싶어.”
이 노래를 부를 때까지만 해도 줄리엣은 꿈에 부풀어있는 어린 소녀에 불과했다. 곧 다가올 비극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그녀가 부르는 왈츠는 경쾌하기 그지없다.
진회숙 /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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