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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영혼, 자연과 생명의 연결

샤토갤러리(관장 수 박)가 오는 20일부터 박혜숙, 김성일 작가의 2인전 ‘형상을 넘어서(form and formless)’를 개최한다.     샤토갤러리 측은 “보기 드문 대작들과 설치 및 조각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급 전시 규모”라며 “두 작가의 예술 철학이 집약된 작품들을 통해 관객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몸과 영혼 그리고 자연과 생명의 연결을 탐구하는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박혜숙 작가는 화려한 색채와 형태, 그리고 대상들에 대한 과감한 표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열정의 작가’로 불리는 그는 스튜디오가 통째로 불타는 등 삶의 역경을 예술로 이겨내고 지독하게 창작에 매진했다.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이 곧 작업의 도구라는 그는 인생과 그림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큰 캔버스에 대담하게 그려낸다.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자연스럽게 동양적 정서가 드러나는 그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화법과 특유의 감각으로 작가 고유의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박 작가의 작품은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콜로라도 덴버아트 뮤지엄과 오클랜드 뮤지엄 오브 캘리포니아 등에 소장되어 있으며 베이징, 서울, 파리, 뉴욕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도예가이며 조각가인 김성일 작가는 세라믹과 철근, 목재를 접목한 인체 크기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도예라는 장르의 벽을 허물고 자유로운 재료 선택을 시도해 탄생한 그의 믹스드 미디어(mixed media) 작품들은 몸과 영혼의 자유로움을 갈망하는 작가의 인생을 담았다.     초기 작품들이 치열했던 작가의 삶과 예술적 고민을 표현했다면, 그의 신작은 샌버나디노 엔젤레스 포레스트로 이주한 후 산중 생활 속 평화와 자유를 찾은 작가의 삶을 대변하듯, 천사의 형상을 하고 있다.     ‘형상을 넘어서’ 전시회는 20일부터 5월 18일까지 진행되며 오프닝 리셉션은 20일 오후 4~6에 열린다. 이날 작가가 전시 작품을 직접 설명하는 아티스트 토크도 준비되어 있다.     ▶주소:3130 Wilshire Blvd, #104, LA   ▶문의:(213)277-1960 이은영 기자영혼 자연 전시 작품 박혜숙 김성일 초기 작품들

2024-04-14

Z세대 내집 장만, '영끌' <영혼까지 끌어모아 구입한다> 할까 말까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첫 주택 구입자의 중간 연령(the median age)은 35세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36세였던 것과 비교하면 내집 장만 연령이 조금 낮아진 것이다. 즉 요즘 35세 이전 내집 장만하는 이들은 '영 바이어'가 되는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고공행진 중인 집값을 고려했을 때 Z세대 주택 구입자는 '유니콘'이라 할 만큼 희귀해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Z세대의 첫 집 장만은 너무 이른 것일까? 또 Z세대들이 주택 구입 시 고려할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부동산 전문가들을 통해 알아봤다.   ▶현황   요즘 같은 집값과 재고 부족, 모기지 이자율을 생각했을 때 Z세대에게 내집 장만은 요원해 보인다. 그러나 30년 전인 1991년 주택 구입자 중간 연령(median age)은 28세로 20대 때 집 구입은 그리 희귀한 일은 아니었다. 이후 2011년 30세, 2021년 33세로 연령층이 높아지면서 30년 새 첫 집 장만 연령이 열살이나 껑충 뛰어올랐다. 현재 전국 대부분의 주에선 18세 이상이면 합법적으로 주택 구입이 가능하다. 예외 지역은 앨라배마와 네브래스카로 19세 이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주택 구입 가능한 합법적 연령이 된다고 해도 대출 승인 여부가 가장 큰 관건. 일반적으로 대출기관은 소득, 신용점수, 자신 및 부채를 기준으로 대출을 승인하므로 이 요건들을 충족시키면 나이와 상관없이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 규정에 따르면 신청자의 연령을 이유로 차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점   이른 나이에 내집 장만 시 가장 큰 장점은 부동산 투자를 일찍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구입한 집에서 오래 머무를수록 집 가치는 올라가므로 시간이 지난 후 상당한 차익을 얻을 수 있으며 임대 부동산으로 전환할 경우 임대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또 낮은 이자율로 주택 담보 대출이 가능하며 아파트를 렌트해 거주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임대료 인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외에도 주택 구입을 통해 좋은 신용기록을 쌓을 수 있고 주택 소유에 따른 세금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재정적 고려사항   부동산 전문가들은 "첫 주택 구입은 일생의 가장 큰 금융 거래"라며 "전 연령대를 막론하고 결국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현금 구입이 아닌 이상 모기지 대출을 상환할 수 있을 만큼 재정상태가 안정적이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얼터닷컴(Realtor.com)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구매자들은 집값의 평균 14.7%, 약 3만400달러 정도를 다운페이먼트한 것으로 나타났다. LA 소재 한 부동산 에이전트는 "지난 5년간 주택 구입을 도와준 20대 고객들 중 90% 이상이 부모의 재정적 도움으로 집을 구입했다"며 "그러나 구입 후 모기지 상환과 생활비 등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므로 계획 없이 집을 구입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다운페이먼트만 확보된다고 주택을 구입할 수는 있는 것은 아니다. 클로징 비용 및 이사 비용도 확보해야 한다. 클로징 비용은 대출금의 3~6% 정도인데 이는 모기지 대출에 포함돼 대출금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사 비용은 전국 평균 1250달러로 집계됐다. 부동산 중개인들은 "단순히 주택 구입과 이사에 필요한 비용뿐 아니라 1년 치 모기지 상환금과 재산세, HOA 관리금 등 안정적 예산이 확보돼야 안전하다"며 "일부 지역 콘도에선 20% 다운페이먼트 및 18~24개월에 해당하는 모기지 상환액 예금 증명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신용점수도 중요하다. 대출기관은 은행 잔고가 충분해도 신용기록과 점수를 중요시 여기는데 대출 승인을 위한 최소 신용점수는 620점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주택 매매를 위해 충분한 예금을 갖고 있지만 신용 점수 또는 신용 기록이 좋지 않아 대출 상환 신청이 반려된 경우가 적잖다고 한다. 대출 전문가들은 "모기지 승인을 위한 안정적인 신용점수는 720점 이상"이라며 "또 신용카드, 자동차 할부, 개인 대출  등 신용 거래 계정이 3곳, 거래 기간은 최소 12개월은 돼야 한다"고 말한다. 또 전문가들은 "일부 대출기관은 신용보고서에 거래 라인 3~4곳을 제출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며 "이런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대출을 승인하지 않는 대출 기관도 있다"고 말했다.   ▶거주기간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구한 20대들의 경우 렌트비를 지불하는 것보다 주택 구입으로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주택 구입 시 단순히 재정적 상황만 고려해서는 안 된다. 주택 구매 후 그곳에서 얼마나 거주할 것인가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판매 후 세금과 이사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2~3년만 거주하고  집을 팔고 이사 가는 것은 결코 남는 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젊은 세대일수록 이직과 학업 등을 이유로 이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신중히 고민 후 구입을 결정해야 한다.  이주현 객원기자내집 영혼 주택 구입자 현금 구입 부동산 전문가들

2024-04-10

“찾아가는 목회로 영혼 거리 좁힌다”

      버지니아 매나사스에 위치한 올리브나무교회(담임 강일성목사)가 지난 23일, 교회 설립 3주년 기념 장로장립 및 권사취임식을 가졌다.     올리브나무 교회는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2월 강일성 목사의 가정에서 예배를 시작해 따뜻한 위로와 복음이 필요한 영혼을 직접 찾아가는 목회를 실천하고 있다.     강 목사는 “예배를 위해 모일수 조차 없던 시기에 주변의 만류가 있었지만 어려운 시기일수록 교회가 곁에 있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개척하게되었다”면서 “복음으로 힘을 주고 답을 주는 교회가 필요하다는 뜻을 함께 한 몇몇 성도들이 모여 ‘한 영혼이라도 더 주님께 인도해 영광을 돌리자’는 목표를 잡고 소외된 영혼들과 거리를 좁혀가는 사역에 온 성도가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목사는 “특별히 누구나 찾아와 쉼을 얻는 공동체를 지향하며, 안락함을 주는 영혼의 쉼터 역할을 하는 사역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회는  센터빌, 챈틸리, 페어팩스 지역에 브릿지교회를 세워 복음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점차 그 사역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센터빌 한인타운으로부터 차량 주행 15분 거리에 자리한 매나사스 올리브나무 교회의 주일예배는 오전11시이며, 매나사스 침례교회와 파트너십 사역을 통해 영어권 및 주일학교를 상호 교류하고 있다.     주소: 8800 Sudley Rd. Manassas VA   문의: 703-473-3233   김윤미 기자 kimyoonmi09@gmail.com목회로 영혼 목회로 영혼 담임 강일성목사 올리브나무 교회

2024-04-03

[삶의 뜨락에서] 밀밭에서 울다

이번 프랑스 여행은 ‘고흐 찾기’ 여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고흐를 많이 만났다.     그에게는 ‘영혼의 화가’ ‘천재 화가’ ‘태양의 화가’ 등등 수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고흐는 지금의 그 유명세는 꿈도 못 꾼 채 그의 천재성을 발휘할 물감을 살 돈도 없을 정도로 가난에 시달렸다. 평소에도 고흐의 열정과 강렬한 색상 그리고 그의 붓 터치를 좋아하는 나는 내 카톡의 배경 사진을 고흐의 방에 앉아있는 내 사진으로 정했다. 이번에 실제로 아를에 있는 그의 방을 방문했을 때는 그 방이 너무나 누추해서 마음이 아팠다. 지금은 세계 어느 박물관에 가도 그의 그림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요즘에는 대부분 그의 작품이 상업화되어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되어 있다. 심지어는 그의 전 작품을 영상화해서 많은 이득을 취하는 기업들도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고흐는 당시 동생 테오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아 돈을 받는 즉시 빵과 물감을 사서 물감이 떨어질 때까지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Vincent Van Gogh(1853~1890)는 네덜란드 태생의 후기 인상파 화가로 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 중의 하나다. 엄격한 목사의 맏아들로 미술품 상점 점원으로 6년을 일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측은지심이 들어 목사가 되기를 결심한다. 하지만 실제 신학교에서는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론에만 치중하는 데에 좌절하고 화가의 길을 찾는다. 1881년에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해 자살로 생을 마칠 때까지 10년 동안 900여 점의 그림과 1100여 점의 습작이 그려졌다. 그는 언급할 만한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스스로 감동한 작품들을 모사하고 수련함으로써 미술에 지식을 경험으로 터득해 갔다.     37년이란 짧은 생애 동안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며 늘 외롭고 고독했던 고흐에게 네 살 어린 동생 테오는 든든한 후원자이자 영혼의 동반자였다. 그는 668통이나 되는 편지를 테오에게 쓰며 스스로 위로받았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신성림-그들이 주고받았던 편지를 묶은 이 책을 읽으면 너무나 진솔하고 절절한, 고민하고 노력하는 고흐의 내면세계를 느낄 수 있다.     그의 내부에서는 항상 꿈틀대는 색채의 힘을 느낀다. 그는 늘 두 가지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하나는 물질적인 어려움이고 하나는 색채에 대한 탐구다. “이곳의 자연은 정말 아름답다. 하늘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파랗고 태양은 창백한 유황빛으로 반짝인다. 천상에서나 볼 수 있을듯한 푸른색과 노란색의 조합은 얼마나 부드럽고 매혹적인지… 두 점의 카페 그림과 해바라기, 초상화도 그렸다. 하루에 이렇게 많은 그림을 그리는 바람에 물감과 캔버스가 다 떨어졌고 지갑은 완전히 비었다.”라고 테오에게 쓴 편지도 있다. 고흐는 그를 지배하는 끓어오르는 열정을 색채로 표출하고 싶어 했지만, 항상 물감 살 돈이 없었다. 지금 전 세계에 있는 고흐 애호가들로부터 벌어들인 돈으로 그가 물감 걱정 안 하고 자유자재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고흐는 그가 사랑한 남프랑스 아를에 15개월 머물면서 2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Auvers-Sur-Oise ! (오배르쉬르와즈) 파리 근교 북쪽에 있는 이곳은 그가 스스로 St Remy 정신병원에서 나와 테오와 좀 더 가까이 있고 싶어 찾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고흐는 이곳에서 그 생의 마지막 70일을 머물면서 70점의 그림을 남겼다. 매일 아침 이젤을 메고 나가 주위 풍경을 하루에 한 점씩 그린 셈이다. 집에 돌아와서는 테오에게 하루의 일과와 감상을 적어 보냈다. 그가 그린 마지막 그림 ‘까마귀가 나는 밀밭’의 밀밭을 오르며 울컥했다. 10월이어서 이미 추수가 끝나 허허로운 밀밭이 탁 트인 하늘과 맞닿아 있었다. 갑자기 고흐의 격정과 아픔이 바람에 실려 왔다. 뭉클하고 울컥했다. 고흐는 여기에 묻혔고 테오도 6개월 후 나란히 누웠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밀밭 고흐 영혼 고흐 애호가들 물감 걱정

2024-01-12

[손영아의 열려라 클래식] 보헤미안의 영혼 바이올리니스트 김유은

예원학교부터 서울예고, 서울음대 및 동 대학원, 그리고 USC에서 고토 미도리의 수제자로 아티스트 디플로마를 받기까지 우수한 재능을 인정받고 또한 수많은 콩쿠르 입상의 정통을 밟아온 실력 있는 연주자. 바이올리니스트 김유은 역시 수많은 훌륭한 클래식 연주자의 하나이다. 거기에 더해지는 매력 넘치는 외모와 무대 장악력 또한 없지 않다.     하지만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게 있다면 그녀의 넘치는 열정과 자유로운 영혼이 깃든 연주다.   그녀의 열정과 재능이 클래식 음악 애호가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팬데믹이다. 무대를 잃은 대부분의 연주자가 실의에 빠져있을 때 그녀는 실망하기는커녕 Courtyard Concert를 열어 이웃을 위로하고, 언제 정상화가 될지도 모를 막막한 시기에 델리리움 무지쿰의 음악감독인 바이올리니스트 에디엔 가라와 함께 뮤지카라반을 만들어 6개월 동안 서부 일대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연주했다. 그들의 유니크한 연주 여행 이야기는 유튜브 뮤지카라반 채널에서 15개의 에피소드로 나눠 즐길 수 있다.   그녀는 연주 여행으로 바쁘지만, 제자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지난 여름 한국에선 연주 일정 외에 모교인 서울예고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갖기도 했다.     체임버 앙상블 델리리움 무지쿰 활동은 물론, 바로크 악기로만 연주하는 바로크 앙상블과 협연, 피아니스트 장성, 기타리스트 이네스 토메 등 유명 연주자들과의 정기적인 듀오 콘서트도 연다.     그 외에도 거의 매일 다양한 프로그램의 다양한 무대를 준비하고 소화해내고 있다. 재능 있는 연주자로 그치지 않고 활발한 성격으로 매사 적극적이어서 늘 협연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20일 카를로 폰티 지휘의 LA 비르투오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서 그녀는 슈베르트의 A 장조 론도를 연주했다. 이 곡은 18살의 슈베르트가 보육원 음악 교사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형을 위해 작곡한 곡이었다.     이날 청중들은 김유은의 유연하고 노련한 연주에 비해 오케스트라의 수준이 미치지 못하다고 느꼈을 거다. 왜냐하면 이 곡은 학생들이 연주할 수준으로 만들어져서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게 작곡된 솔로 파트보다 사실 오케스트라 파트는 다소 엉성하게 작곡되었기 때문이다.   지휘자 폰티는 봄의 새싹처럼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연주했다. 그 안에서 균형을 맞추면서도 바이올린 파트의 매력을 발산하는 모습을 보면서, 몹시 소심했던 슈베르트가 김유은을 만났더라면 배고플 일은 절대 없었을 텐데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오케스트라마저도 리드하는 연주자 김유은이 자랑스럽다.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게 자신의 기량을 펼치는 연주자, 사람들에게 음악으로 소통하기 위해 다가가는 연주자, 그러면서 품위를 지키는 연주자, 자유로움과 질서가 균형 있게 공존하는 그녀의 품격 높은 무대는 늘 감탄을 자아낸다.  손영아 디렉터 / 비영리 공인기획사 YASMA7손영아의 열려라 클래식 바이올리니스트 보헤미안 바이올리니스트 김유은 연주자 김유은 영혼 바이올리니스트

2023-11-05

[이 아침에] 가여운 영혼

주일 아침, 성당 미사에 참석하며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노인들뿐이다. 나만 해도 50대에 성당에 다니기 시작해 이제 60 중반을 넘었다. 인구의 고령화는 교회에서도 진행 중이다.     늘 보이던 노인이 안 보이면 혹시 아픈 것이 아닌가 싶어 주변에 물어보게 된다. 몸이 아파 못 나오던 교우는 몇 주 후면 다시 나타나지만, 다투고 삐져서 떠난 교우는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다.     개인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노인은 다들 고집을 가지고 산다. 자신의 기억과 생각만이 옳으며 남들이 틀렸다고 굳게 믿는다. 노인들이 대화하는 것을 들어보라. 대개는 일방통행이다. 서로 자기 이야기만 하다가 간혹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리면 그걸 트집 잡아 언쟁이 벌어진다.     나는 4년째 매일 5년 일기장에 일기를 쓴다. 4번째 칸에 오늘 일기를 쓰며 지난 3년 치 일기를 보게 된다. 그러면서 깜짝 놀라곤 한다. 까맣게 잊고 있던 일을 발견하기도 하고, 내가 기억하는 것과는 다른 내용을 발견하기도 한다. 물론 내 기억이 틀린 것이다. 4년의 기억이 그러할진대 50-60년 된 기억이야 어떻겠는가.     나이 먹은 사람은 살아온 날이 많으니 당연히 보고 듣고 경험한 것도 많다. 하지만 그 기억들이 모두 좋거나 옳은 것은 아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거나 바로 잡지 않고 지나친 것도 그만큼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이를 앞세워 나의 언행이 맞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이 문제다.     나 역시 이런 실수를 저지르며 산다. 올해 대학에 간 조카 녀석을 데리고 살며 늘 나이를 앞세워 내 주장을 펼쳤다. 서로 의견과 생각이 다르면 마치 내 방식만이 성공 방정식인 양 고집을 부렸다. 60년 살아 굳어진 나를 고치기보다는 이제 겨우 10여 년 산 네가 바뀌기가 쉽지 않겠느냐는 이상한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반대가 맞다. 60여 년 살아오며 보고 들은 것이 많은 나는 오늘 옳다고 믿었던 것이 훗날 틀린 것이 될 수도 있으며, 마치 세상이 무너질듯한 절망의 순간도 세월이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니더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 않나. 세상사라는 것이 누가 가르쳐 준다고 배워지는 것이 아니다. 인생이란 시행착오를 겪으며 사는 것이다. 세상사 절대적인 것도 없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며 늘 변하게 마련이다. 그러니 내가 이해하고 양보하는 것이 맞다.     나는 요즘 학교에 가서 미술 클래스를 듣는다. 매주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과제를 받는다. 재미있는 것은 똑같은 사진을 보고 그린 그림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사물의 크기도 다르고 색상도 다르며 붓질도 다르다.     세상사도 그렇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눈에 까맣게 보이는 것도 다른 이에게는 잿빛으로 비출 수 있고,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른 이는 별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가 속한 단체는 모두 작은 공동체다. 뜻을 같이하는 가족인 셈이다. 일가친척도 다투고 소원해지면 남이 된다. 짐 싸 들고 집을 나가면 다시 돌아가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부부는 다투고도 한방에서 자야 하며 가족은 머리가 깨지도록 싸워도 한 지붕 아래 살아야 한다.     나이 들어 몸에 힘 빠지고 마음도 흔들리는 우리는 모두 가여운 영혼들이다. 측은지심을 가지고 삽시다.  고동운 / 전 가주 공무원이 아침에 영혼 다들 고집 미술 클래스 오늘 일기

2023-10-18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성스러운 영혼의 휴식처

인도를 가보지 않았다면 세계 일주를 했다고 말할 수 없고, 갠지스 강변의 바라나시를 가보지 않고는 인도를 여행했다고 말할 수 없다. 감히, 인도 여행을 정의 내리자면 소우주와 같이 다양한 문화, 종교, 철학이 교차하는 성스러운 여행이라 말하고 싶다.     ▶델리(Delhi)=대한민국 지도를 호랑이 형상에 빗대듯 인도 사람들은 인도가 마치 춤추는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묘사한다. 그중 델리는 인도의 가슴 부분이다. 이 때문인지 델리 또한 심장이라는 뜻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쿠뚭 미나르(Qutub Minar)는 델리 술탄국의 첫 노예 왕조가 세운 인도 최대 규모의 승전탑이다. 규모뿐만 아니라 웅장하면서도 독특한 건축 양식이 시선을 압도한다.   ▶바라나시(Varanasi)=그 유명한 바라나시는 기원전부터 존재했고,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고대 도시이자, 인도의 정신적 수도라 할 수 있다. 갠지스강은 히말라야에서 발원한 강으로 델리와 힌두스탄 평야를 지나 벵골만으로 빠져나간다. 물이 마르지 않는 이 강의 중.상류 지역에 무려 1억 명이 살고 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여행자들로 항상 붐비는 가트(터)에서는 매일 저녁 힌두교 시바신을 향한 제사가 펼쳐지는데 종소리로, 디아 꽃잎으로, 연기로, 불로 행하는 영혼 정화를 위한 의식은 신비한 기운마저 감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이 강에는 채 다 타지도 않은 시신이 재와 함께 던져진다. 인도인들은 모든 존재가 끊임없이 윤회한다는 관념을 가지고 있기에 죽음이란 곧 새 생명의 탄생으로 직결된다. 생과 사가 종이 한 장 차이인 것이다. 그래서 이 화장터에는 통곡하는 사람이 없고 오히려 성지의 화장터에서 죽는 것을 큰 영광이라 여긴다. 또한 강물로 목욕을 하는 사람, 좌선을 하고 앉아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갠지스강은 시바신의 부인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어머니인 갠지스강에서 몸을 씻는 것이다. 어머니가 몸을 씻겨주는 것은 죄를 용서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타지마할(Taj Mahal)=무굴제국의 황제 샤 자한이 사랑하는 아내 뭄타즈 타지마할의 죽음을 애도해서 만든 타지마할은 무려 2만 명이 넘는 노동력을 동원해 22년 만에 완공됐다. 강가에 이토록 커다란 호화 무덤이 지어졌다는 것 자체가 불가사의다. 무덤이 아니라 궁전과도 같은 타지마할에는 두 개의 관이 있는데, 가운데 뭄타즈 마할의 관이 있고 다른 쪽에는 샤 자한의 관이 더 크게 안치되어 있다. 360도 돌면서 무덤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자이프르(Jaipur)=구시가지 건물들은 죄다 핑크빛으로 물들여 '핑크 시티'로도 불린다. 이곳의 명물인 아메르성은 인도에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성으로 손꼽힌다. 성까지는 자이프르의 마스코트인 코끼리 또는 지프차를 타고 오를 수 있다. 대리석과 붉은 사암으로 건축된 힌두 스타일 건축물로, 내부에 들어서면 화려하고 장엄한 모습에 입이 쩍 벌어진다. 힐링과 자아성찰을 모티프로 한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두말할 것 없이 인도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휴식처 영혼 인도 여행 영혼 정화 인도 사람들

2023-10-12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영혼의 호수에 돌을 던지면

영혼도 눈물 흘린다. 슬프면 혼자 운다. 밤새 어둠 속을 헤매다가 새벽이면 별빛 받아 반짝인다. 이슬은 영혼이 흘린 눈물이다. 영혼의 호수에 돌을 던지면 풍덩 소리 나지 않는다. 잔잔한 진동으로, 작은 파장으로 호수를 빙그르르 돌며 퍼져나간다. 사는 게 지치고 허기지면 영혼이 흐느낀다. 마음이 병들면 영혼을 갉아먹는다. 영혼은 정신과 구별되는 생명 원리다. 산 사람의 육신에 깃들어서 생명을 지탱해 주는 기(氣)로 인식된다. 육신의 죽음과 무관하게 그 자체의 실체를 존속시키는 능력이 있어 초월성을 지닌다고 믿는다. 사람의 몸 속에는 공기나 불 같은 것이 들어있어 그것이 신체를 지배하며, 잠들었을 때와 기절했을 때는 이것이 잠시 몸에서 떨어져 나가며 죽게 되면 몸에서 빠져 나와 그림자나 망령이 되어 허공에 떠돌아 다닌다고 생각한다.     ‘우리 인생길의 한 중앙, 올바른 길을 잃고서 어두운 숲을 헤매이고 있었다.’ 신곡 (Devine Coedy) 지옥편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된다. 단테 알리기에리는 르네상스의 여명을 밝힌 선구자로 신곡은 중세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신곡은 단테가 1302년에 고향 피렌체에서 추방된 후 유랑 생활 중 1308년 시작해 죽기 1년 전인 1320년에 완성한 1만4233행으로 된 서사시다. 단테는 위대한 시인이고 스승인 베르길리우스와 영원한 사랑 베아트리체의 인도로 지옥 연옥 천국을 순례한다.   단테는 아홉 살 때 베아트리체를 처음 만나 천사를 보는듯한 환상에 빠지는데 9년 뒤 베키오 다리 위에서 스치는 듯 다시 만나지만 베아트리체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단테의 나이 37세, 피렌체 최고의 권력자로 부상하지만 정치적인 소용돌이에 휘말려 빵을 얻어먹는 망명자로 전락한다. ‘천국’편에서 ‘남의 빵이란 얼마나 쓴 것인지, 또 남의 층층대를 오르고 내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라고 단테는 인생의 나락에서 허우적거리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별을 찾아 불멸의 대작을 완성한다.   지옥편에서 단테는 ‘나 이전에 창조된 곳은 영원한 것뿐이니,/ 나도 영원히 남으리라./ 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모든 희망을 버려라.’라고 적고 있다. 단테는 희망을 버리는 것이 지옥이라고 말한다. 희망의 징조는 어디든지 있다. 모진 지옥불 속에서도 영혼은 불타 오르고, 믿고 사랑하는 것들 속에 희망의 씨앗은 싹을 틔운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지옥과 천국을 오고 가는 순례자의 길인지 모른다. 그 길이 멀고 힘들고, 발길이 무거워도 되돌아 갈 수는 없다. 다만 믿고, 사랑하고, 감사하고, 허리 굽혀 땅에 입맞추며, 각자의 어깨에 지워진 고행의 길을 걸어갈 뿐이다.     영혼은 죽지 않는다. 고통 속에 꽃을 피운다. 육체가 망가지고 죽음이 어둔 그림자를 창문에 드리울 때 어쩌면 영혼은 하얀 날개를 펴고 하늘 높이 날아가지 않을까. 소멸은 잠시 형체만 바뀌는 것. 가지려 애썼던 모든 것들이 허공에 흩날리다 땅 속 깊이 묻힌다.     어릴 적 동무들과 물수제비 튕기는 내기를 했다. 동무들의 던진 조약돌은 반원을 그리며 물 위를 사뿐히 걸어갔다. 내가 던진 조약돌은 물에 빠져 작은 파장으로 번져나갔다. 조약돌이 물 위를 걷지 못해도 작은 원으로 번지는, 물이 그리는 그림은 아름다웠다.     ‘가을엔 곡식을 비추는 따사로운 빛이 될게요, 겨울에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될게요, 아침엔 종달새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줄게요’ -‘천개의 바람이 되어’중에서 영혼이 일탈을 꿈꾸는 아침, 가슴 밑바닥으로 찬바람이 분다.     청춘 시절에는 몰랐다. 바람이 비를 몰고 온다는 것을. 작은 슬픔이 큰 파도로 인(Q7 Editions 대표, 작가) 생길을 덮친다는 걸. 남은 시간이 살아온 날들 보다 적다는 것도 이제 깨닫는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영혼 호수 사랑 베아트리체 단테 알리기에리 editions 대표

2023-09-19

[잠망경] 귀신과 영혼 다스리기

나도 당신도 꿈을 꿀 때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듣고 보이지 않는 물체를 보면서 환청과 환시 증세를 일으킨다. 헛것을 듣고 본다.   여덟 살 때 살던 집 뒷마당에 큰 은행나무가 있었다. 어느 땅거미 지는 저녁녘 그 밑을 지나가며 무심코 하늘을 쳐다봤더니 지붕보다 키가 큰 나무 꼭대기에서 커다란 괴물이 이빨을 드러내고 나를 내려다보는 것이었다. 나는 기겁을 하고 앞마당 쪽으로 줄행랑을 쳤다.   지금 곱씹어보며 내가 본 것이 ‘환각’이 아닌 ‘착각’이었다는 결론을 내린다. 외부 자극 없이 일어나는 감각을 환각이라 하고, 외부 자극을 틀리게 해석하는 것을 착각이라 부른다. 그것은 환시(幻視)가 아니라 착시(錯視)였다.   병동 환자 윌슨의 증상이 환시인지 착시인지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아무리 두 증세를 분별해서 설명해도 이해를 못 하는 지능의 한계가 큰 이유다. 그는 간호실을 가리키며 그곳에 자기와 같은 국적의 아름다운 남미 여자가서 있다고 말한다.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그 공간에 아무도 없을 때 그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간호사가 딱 한 명만 있을 때 그 옆 공간을 가리키는 것 같기도 한데 분명치 않다. 하여간 그와 나 사이에는 이것이 별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가 무슨 말을 하건 내가 따지고 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극이 주는 카타르시스 효과를 정교하게 펼치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안개 낀 새벽에 아버지의 유령을 접한다. 그가 정신 증세를 보였다는 학설이 있다. 17세기식 사고방식대로 당시에 정말 유령, 귀신이 존재했다는 설명도 있다. 신의 존재를 믿듯 유령의 실체도 믿어야 한다는 이론이다. 셰익스피어는 햄릿뿐만 아니라, 맥베스, 로미오와 줄리엣에도 귀신을 불쑥불쑥 출현시킨다. 우리의 민간설화나 성경에도 귀신들이 자주 등장한다.   브루스와 내가 가벼운 논쟁을 벌인다. 신이 그에게 말하기를 정신과 약은 몸에 해로우니 복용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 다른 종교를 신봉하는 내가 너의 신이 하는 말을 들어야 하느냐? 내 신이 여러 신 중에 가장 강력한 신이니까 그래야 돼! 그렇다면, 너는 인종주의자처럼 신을 차별하느냐? 이윽고 브루스가 껄껄 웃는다.   ‘神’은 한자사전에 ‘귀신 신’으로 나와 있다. 미국 지폐에 인쇄된, ‘In God we trust’는 ‘우리는 귀신을 믿는다’? ‘God’에 해당하는 순수한 우리 말은 없다. 도깨비?   우리는 유령이나 귀신을 무서워한다. 말을 하지 않는 유령은 더더욱 무섭다. 언어를 구사하는 유령과 귀신들은 우리에게 모종의 메시지를 준다는 면에서 지성적인 엔티티로 보아 무방하다. 부처의 화신이 불시에 나타나서 요긴한 귀띔을 해주는 설화도 부지기수다. 귀신은 영혼의 첩보원이다.   고대영어에서 온 ‘ghost’는 ‘귀신’이라는 뜻. 삼단 같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연못 위로 떠오르는 ‘장화홍련전’의 자매가 연상된다. 같은 의미로 라틴어 ‘spirit, 영혼’은 무섭기는커녕 점잖게만 들리지. ghost=spirit=귀신=영혼. 기독교의 삼위일체 ‘성부, 성자, 성령’에 나오는 ‘령’은 유령의 령과 같은 말. 성령은 즉 신성한 귀신이다.   ‘ghost, 귀신’과 ‘spirit, 영혼’의 원래 뜻은 ‘숨, breath’이었다. 숨 속에 영혼이 깃들여져 있다는 발상이다. 나는 거친 숨을 가다듬고 아랫배에 힘을 주면서 한 마디 내뱉는다. 귀신과 영혼을 다스리기 위하여 조용히 눈을 감고 숨을 고르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보람찬 삶이라고.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귀신과 영혼 귀신과 영혼 spirit 영혼 유령 귀신

2023-05-02

[삶의 뜨락에서] 영혼은 길들여진다

나에게 영혼이란 단어는 친숙하다. 물질적인 부를 축적한 사람보다 아름다운 영혼을 소유한 자는 항상 나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요즘에는 과연 그 영혼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본다. 사전을 찾아보니 영혼이란 인간에게 비물질적인 부분으로 그 삶의 성격, 인격, 지혜, 의지 그리고 감정을 포함한 그 사람을 살아있게 하는 전체 혹은 모든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죽음이란 영혼이 떠난 상태를 말하지 않을까. 이 영혼이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일까 하는 문제는 종교에 관한 이야기이다.     최근에 한 죽음을 지켜보게 되었다. 한 65세 남성이 간질성 폐 질환(다양한 염증세포의 침윤, 섬유화가 진행되어 폐가 점점 딱딱하게 굳어가는 질환)으로 폐 이식 수술받고자 입원했다. 컴퓨터 공학박사로 62세에 정년퇴직한 후 최근에 급속도로 악화하여 24시간 산소공급이 필요하게 되었다. 숨쉬기조차 힘이 드는 환자는 먹는 일과 배변하는 일도 큰 노동이었다. 한 3일을 간호하면서 환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많이 가까워졌다.     장기이식은 기증자뿐만 아니라 수혜자도 철저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몸 내부에 있는 각 장기와 조직이 거의 완벽한 상태에 있어야 기증받아도 별 탈 없이 안정된다. 한 2주 동안 수많은 테스트를 통과한 후 이제 겨우 수혜자의 명단에 올랐다. 지금부터는 매치가 되는 기증자만 기다리면 된다. 이제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겨졌다. 왜냐면 특별히 중환자실에서 해줄 일이 없기 때문이다.     아 이 무슨 불행한 일인가! 환자는 사흘 만에 심한 호흡곤란으로 인공호흡기를 꽂고 중환자실로 옮겨왔다. 급성폐렴이었다. 환자는 이미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너무나 안타까웠다. 폐만 제외하고는 모든 검사 결과 건강이 양호한 상태였는데도 그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간질성 폐 질환에 급성폐렴은 치명적이었다. 간헐적으로 의식이 오가고 있었지만 날마다 그는 쇠약해갔다.     그동안 나는 환자와 그 가족과 나누었던 많은 대화를 통해 그가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였음을 알 수 있었다. 책임감 있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비관하지 않고 오히려 장기수혜자 명단에 오른 것을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했다. 그는 한편 이식받은 후 기증자와 수혜자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하는 봉사활동을 하고자 하여 나에게 크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결국 그는 일어나지 못했고 2주 만에 의식이 완전히 사라져갔다. 그는 그가 처한 상황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따뜻한 사람이었다. 분명 여기까지 오는데, 그리고 그 사실은 다 수용하기까지 부정과 절망, 고통과 괴로움을 다 이겨내고 이 모든 불편한 감정을 극복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죽음은 모든 생명체가 겪어야 하는 자연현상이다. 사고사가 있을 수도 있지만 생로병사를 피할 수는 없다. 나에게 죽음은 삶을 밝혀주는 바탕화면이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값진 것이 아닐까.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그냥 “그대”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 자체로 존중이고 사랑이다. 김춘수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까지는 그냥 지나칠 수 있다. 이름을 불러주고 관계를 맺음으로써 우리의 의식 중에 사랑이 싹트고 집중하고 몰입하면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최근에 출간된 이다희의 ‘사는 마음’에서는 ‘물건에도 영혼이 있다. 하지만 공장에서 나오자마자 영혼이 있는 건 아니다. 아이가 사랑해야 장난감은 영혼을 갖는다’라고 했다. 영혼은 어디에든 있다. 단지 내가 그 영혼을 인지하고 키워나가야 한다. 햇빛과 물 그리고 사랑으로 자양분을 공급할 때 아름다운 영혼이 자라게 된다. 어린 왕자가 여우를 길들이며 관계를 맺는 장면처럼 ‘만일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린 서로가 필요하게 되지, 넌 나에게 하나밖에 없게 될 테니까.’ 영혼은 길들여진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영혼 장기수혜자 명단 수혜자 사이 컴퓨터 공학박사

2023-04-21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

인생을 바치기는 쉽지만 영혼을 바치기는 어렵다. 사랑을 위해 모든 걸 다 준다 해도 영혼까지 주기는 쉽지 않다. 맑고 빛나는 영혼은 어둠 속에서 반짝인다.    ‘우리 인생길의 한 중앙, 올바른 길을 잃고서 어두운 숲을 헤매이고 있었다. 그러나 내 마음을 무서움으로 적셨던, 골짜기가 끝나는 어느 언덕 기슭에 이르렀을 때 나는 위를 바라 보았고, 이미 별의 빛줄기에 휘감긴 산 꼭대기가 보였다. 사람들이 자기 길을 올바로 걷도록 이끄는 별이었다’ 단테의 ‘신곡’(Divine Comedy) 지옥편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된다.       호메로스와 베르길리우스에 이어 단테의 신곡은 장편서사시의 전통을 잇는 불멸의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산 사람은 경험할 수 없는 사후세계를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하는 형식을 빌어 인간의 욕망과 죄악, 운명과 영혼의 구원을 심오하게 그려낸다. 훌륭한 가문과 명석한 두뇌, 지도자로서 뛰어난 자질을 가졌음에도 정치적 상황과 음모로 단테는 피렌체에서 추방당하는 고통을 겪는다.   단테는 그의 인간적 고뇌와 슬픔, 사랑과 희망으로 응집된 이 작품을 통해 죽기 직전까지 자신의 모든 역량과 영혼의 아픔을 이 책을 완성하는 데 쏟아 붓는다.     예술가는 아름답고 정직한 영혼을 꿈꾼다. 가난과 멸시, 무관심과 비판으로 육신이 허물어져도 위대한 예술가는 영혼의 횃불을 들고 미래의 역사를 비춘다.   아무도, 세상 모두가 고개 돌려 외면해도, 생의 아픔과 절망이 뼈와 살을 갈라도 진정한 예술가는 아름다운 영혼의 자유를 위해 생을 바친다.   1890년 7월 70일 해질녘, 고흐는 밀밭에서 자살을 시도했다. 권총은 빗나갔지만 이틀 후 ‘고통은 영원하다’라는 말을 남기고 자신을 돌봐주던 동생 테오가 지켜보는 가운데 37년의 생을 마감한다. 빈센트 반 고흐는 생전에 명성과 돈을 얻지 못했지만 그의 치열했던 삶을 통해 가장 인기 있고 유명한 작품을 그린 화가로 꼽힌다.     ‘내 작품이 팔리지 않아도 어쩔 수 없지. 그렇지만 언젠가는 사람들도 내 그림이 거기에 사용한 물감보다, 내 인생보다 더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야.’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다. 고흐가 살아 생전 판 그림은 단 한 점 ‘붉은 포도밭’이라는 작품뿐이다. 생활비를 전적으로 동생 테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위대한 화가는 때때로 돈이 없어 물감을 먹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푸른 밤, 카페 테라스의 커다란 가스등이 불을 밝히고 있어. 그 위로는 별이 빛나는 파란 하늘이 보여. 바로 이곳에서 밤을 그리는 것은 나를 놀라게 하지. (중략) 아름다운 파란색과 보라색, 초록색만 사용했어. 그리고 밤을 배경으로 빛나는 광장은 노란색으로 그렸단다. 특히 이 밤하늘에 별을 찍어 넣는 순간이 정말 즐거웠어.’ 고흐는 ‘밤의 카페테라스(Café Terrace at Night)’를 그리며 창작의 희열과 기쁨을 참지 못해 영혼의 동반자 동생 태오에게 편지를 보낸다.     진솔한 영혼을 담아내지 못하는 작품은 거짓이다. 예뻐 보이려고 화장을 하고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화려한 옷을 입는 것은 덧칠에 불과하다. 예술은 갈피조차 잡지 못하고 허공을 떠도는 것은 생의 아픔과 절망을 견디는 힘을 준다.     꿈꾸지 않는 자는 죽은 것과 같다. 시체는 부패한다. 절망과 죽음에서 예술은 생명의 꽃을 피운다. 위선과 거짓, 가식의 주술방망이를 내려놓으면 먼동이 트는 새벽별을 만날 수 있다.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은 가슴에 천국의 별을 단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영혼 해질녘 고흐 동반자 동생 우리 인생길

2023-04-11

[문화산책] 정신의 주름살, 영혼의 곰팡내

“노년이 되면 얼굴보다 정신에 더 많은 주름살이 생긴다. 늙으면서 곰팡내 나지 않는 영혼이란 없으며, 있다 해도 매우 드물다.”   늙어감에 관해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유명한 글이다. 16세기 프랑스 철학자 미셸 몽테뉴의 격언이다. 영원한 고전 ‘에세(수상록)’를 통해 에세이라는 장르를 탄생시킨 분의 말씀이니 가볍게 넘길 수 없다. 깊이 생각하게 된다.   정신의 주름살, 영혼의 곰팡내 같은 절묘한 표현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모르게 스스로의 꼴새를 되돌아보고 깊은 부끄러움에 잠기게 된다. 나도 이 말씀에 공감하여 “그러니까 마음주름살이 생기지 않도록 평소에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런 글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주름살은 겁부터 내고 피하기만 할 대상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인생 연륜의 훈장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나무의 나이테가 아름답듯 주름살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믿음…. 그러니까, 주름살을 없애려고 무리하게 애쓰기보다는 보기 좋고 멋지게 주름지는 편이 자연스럽고 바람직할 것이라는 말이다.   근본적으로 주름살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동안(童顔)이라는 말이 칭찬이 아니고, 순리에 맞게 나이에 걸맞는 모습이 가장 자연스러울 것이라는 이야기, 그렇게 늙었으면 좋겠다. 주위를 둘러보면 실제로 그런 주름살을 가진 이들이 있다. 부럽다.   정신이나 마음에 주름살이 생기는 원인은 물론 여러 가지 다양하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나 화병 등일 것이다. 그러니까 상식적으로 말하자면,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게 돌아가도 화를 내지 말고 웃으며 긍정적으로 살면, 사랑으로 베풀고 남을 도와주며 살면, 마음이 마구 꾸겨질 일도 없다는 식의 해답이 나온다. 아주 간단한 것 같은데 실제로 실천하기는 무척 힘든 해답이다.   영혼의 곰팡내를 다른 말로 하면 꼰대 냄새다. 늙었느냐 낡았느냐, 발효냐 부패냐의 차이를 말해주는 냄새, 본인은 전혀 못 느끼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고약한 냄새….   그런 고약한 냄새를 없애고 잔주름살을 없애려면 마음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마음은 우리 몸에서 가장 강력한 근육 중 하나이고, 마음의 근육이 튼튼한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행복의 지름길이라고 한다. “행복이란 건강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충만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행복도 훈련하면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마음근육 키우기 방법은 다양하다. 자기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고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정서적 균형 상태 유지하기, 부정적 생각 떨쳐버리기, 친절이나 자비 같은 정신적 습관 만들기, 감사하는 마음과 유머를 통해 회복탄력성 키우기, 일상에서 즐거움 훈련하기 등등 참으로 많다.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감정과 자기 자신을 분리해서 번뇌에서 벗어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하나같이 말은 훌륭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들이다.   얼핏 드는 내 생각에는, 자연과 어우러지기, 책 읽기나 음악 듣기, 미술 감상 같은 예술 즐기기 등이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 같다.    내가 바라는 것은 조금이라도 좋은 사람, 아주 조금이라도 멋진 늙은이가 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나이 들수록 마음과 정신을 튼튼하게 하는 운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내가 하는 예술, 창작활동에 필요한 순발력과 지구력, 창의력과 포용력 등이 모두 튼튼한 마음근육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결심은 잘도 하는데, 번번이 마음뿐으로 끝나고 만다는 것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주름살 곰팡내 주름살 영혼 정신적 습관 부정적 생각

2023-04-06

[수필] 영혼 속에 담긴 추억

60여년의 세월. 시공을 뛰어넘어 내 꿈속으로 찾아온 사람, 이민호. 그 아이는 내 중학교 때 한반 짝꿍이다. 6·25 한국전쟁이 끝나고 폐허가 된 중학교에 들어갔는데 학교는 불에 타서 변해 국방색 천막에서 공부를 했다. 우리 둘은 키가 작아서 그 아이는 5번, 나는 6번 교실 맨 앞쪽 선생님 강단 앞에 앉아 공부했다.     그의 아버지는 전장에서 전사해서 어머니와 어린 누이동생과 셋이서 살았는데 어머니가 시장통에서 떡 장사를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공부 시간에 공책이 없어 선생님 말씀만 듣곤 했지만, 시험을 치면 늘 상위권으로 머리가 명석했던 것 같다.   미술 시간에 그림 그리기 시험을 쳤는데 나는 학교 뒷산에 올라가서 풍경화를 그렸고 민호는 백지를 냈다. 미술 선생님은 전쟁 중에 한쪽 눈을 잃어 의안을 하고 있어 철이 없던 우리는 개눈깔이라고 깔깔댔다. 미술 시험에 백지를 냈으므로 응당 선생님의 불호령을 듣고 꿀밤을 맞았다. 민호는 꿀밤을 맞으면서 “선생님, 저는 토기와 거북이 경주 그림을 그렸는데 토끼는 너무 빨리 뛰어 도화지 밖으로 나갔고 거북이는 너무 느려 아직 도화지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어요”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선생님과 우리는 조선시대 학자인 오성과 같은 지혜로운 답변에 할 말을 잊었던 기억이 새롭다.     선생님은 그의 명답을 듣고 얼굴에서 노기를 풀고 “이놈아, 그러면 이쪽 도화지 끝에 토끼 꼬리를 그리고 저쪽 끝에는 거북이 머리를 그렸으면 꿀밤은 안 맞았지…”라고 말씀하셨다.   그는 영어책을 살 수 없는 가정형편인데도 불구하고 상상 밝은 모습이었다.  새로 나온 영어책을 나에게 빌려 읽더니 레슨(Lesson)1 부터 레슨(Lesson) 26까지 다 외어 버렸다고 했다. 하루는 내가 물었다. “시험 때 100점을 맞을 수 있을 텐데 왜 80점 정도만 맞니?” 그의 대답 한번 걸작이다. “다 아는 문제인데 다 맞추면 재미가 없단다.”     어느 날 떡 장사 하는 어머니가 다른 일이 었어 민호에게 떡 모판을 맡기고 가셨는데 늘 굶주려 배고프던 시절 첫 마수걸이로 떡 판돈 10환을 여동생에게 주고 떡을 사 먹었다. 배가 고팠던 동생도 그 10환을 오빠에게 다시 주고 떡을 사 먹고…. 결국 그 10환 가지고 서로 실컷 배부르게 떡을 사 먹은 탓에 떡 모판은 텅 비어 있었고 종일 떡 판 돈은 달랑 10환만 남았다. 어머니가 돌아왔을 때 기막힌 일이 아닌가. 떡 장사 밑천을 다 털어먹은 오누이는 엄마한테 실컷 얻어맞고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한다.     고시에 합격했다고 뛸 뜻 기뻐하며 나에게 달려와 힘들었던 옛이야기를막걸리로 목 추기며눈물반웃음반 처음으로 그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었다.   독학으로 고시에 합격한 후 학벌이 안되어서 한동안 발령을 못 받아마음고생 하다가 경상도 지역의 궁벽한 지역으로 발령을 받고 판사를 하더니 하루는 나를 찾아와 미국에 가서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훌쩍 떠나갔다.  동부 명문대학에서 2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고 유명한 법대에서 청빙을 받아 금의환향, 곧 귀국하겠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는데…. 그런데 한국 유학생이 필라델피아 고속도로에서 교톻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의 귀국을 기다리던 나는 그가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청천벽력같은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고 어렵게 공부해 오늘에 이르렀는데 노모에게 효도 한번 못하고 타향에서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으니. 참으로 애통한 일이 아닌가. 나는 하늘은 왜? 착하고 훌륭한 이들을 먼저 데려가는지 신에게 묻고 싶다. 세상에 악의 무리를 먼저 없애야 옳거늘 늘 반대의 결과에 울화가 치민다. 정의는 무엇이고 불의는 무엇인가? 신은 정녕 존재하는가?   그런데 까맣게 잊고 살았던 추억 속의 이야기 보퉁이를 그것도 60여 년 전의 이야기를 꿈길로 찾아와 왜 풀어놓고 갔을까? 오래전에 고인이 된 사람인데…. 알 길이 없다.     노모가 손꼽아 기다리는 고향에 끝내 돌아가지 못한 길잃은 영혼이 타국에서 외로움에 옛날 학교 짝궁 친구가 미국에 사니까 나를 찾아와 옛이야기를 하고 갔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 사는 한 세상이 참으로 덧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꽃 한 번 못 피우고 그것도 타국에서 짧은 생을 마감한 친구의 명복을 비는 마음으로 이 글을 남긴다.  이산하 / 수필가수필 영혼 추억 미술 선생님 앞쪽 선생님 선생님 말씀

2022-12-01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영혼의 안식처’ 몽퇴르

‘스위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많다. 눈 덮인 융프라우, 마터호른 산의 절경과 알프스 소녀 하이디는 두말할 필요 없겠고 세계 일류를 자랑하는 열차, 시계, 초콜릿, 치즈 등도 스위스를 대표하는 상징들이다.   여기 스위스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반전 키워드가 있으니 바로 온천이다. 동양의 온천 메카가 일본이라면 서양 쪽은 단연 스위스다. 장엄한 알프스가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알파인 스파’는 스위스 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스위스의 온천 역사는 유구하다. 무려 2000년 전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제국이 전상자 치료를 위해 개발한 것인데 로이커바드(Leukerba)와 생모리츠(St. Moritz)가 대표적이다.   로이커바드는 알프스산맥을 병풍 삼아 따끈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유명 온천 마을이다. 로이커바트 자체가 호수를 뜻하는 ‘로이커(Leuk)’와 목욕을 뜻하는 ‘바트(Bad)’가 결합해 생겨난 지명이다. 이곳에서는 칼슘과 유황이 특히 풍부한 122℉의 고온 온천수가 뿜어져 나온다. 120여 개의 빙하에서 흘러내린 물로 채워진 1500여 개 호수와 강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데워진 온천수다.   로이커바드 온천수에는 칼슘과 유황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치료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괴테, 모파상, 뒤마 등 세계적인 작가들도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풍덩’ 하고 몸을 담그면 티끌 한 점 없는 스위스의 공기와 물을 오롯이 누릴 수 있다. 몸도, 마음도 힐링 그 자체다. 한겨울 새하얀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알프스를 바라보며 즐기는 온천보다 더 멋진 일이 살아생전 얼마나 더 있을까.   로이커바드에서 1시간 30분이면 레만호 동쪽에 위치한 몽퇴르(Montreux)다. 레만호는 스위스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호수로 호수를 경계로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몽퇴르는 전설적인 록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모든 이를 위한 천국’이라고 극찬한 곳이다. 지금도 한 손은 마이크를 잡고 한 손은 하늘을 향해 높이 치켜든 그의 동상이 광장 앞 호수를 바라보고 서 있다. 동상 아래 ‘몽퇴르는 나에게 제2의 고향이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고 여전히 그를 추억하고 추모하는 꽃다발들이 놓여 있다. 머큐리에 앞서 루소, 바이런, 헤밍웨이 등도 이곳을 배경으로 근사한 작품을 써 내려 갔다.   그들이 걸었을 몽퇴르의 호반 산책로 중 시선을 잡아끄는 독특한 풍광은 시용성이다. 바이런이 쓴 ‘시용성의 죄수’로 유명해진 이 성은 자연 암벽을 그대로 이용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듯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If you want to peace of mind, come to Montreux.”   머큐리는 마음의 평화를 찾고 싶다면 몽퇴르로 오라고 했다. 멀리서 그의 음악이 들려오는 듯하다. 몽퇴르에서만큼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안식처 영혼 고온 온천수 스위스 여행 여기 스위스

2022-09-22

[삶의 뜨락에서]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1925~1979)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읽었다. 소설의 원제목은‘Education of Little Tree’이고 저자 포리스트 카터의 자전적 소설이다. 배경은 1930년대 대공황 무렵. 주인공 ‘작은 나무’는 다섯살 때 부모를 잃고 체로키족 혈통을 이어받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산속에서 살게 된다. ‘작은 나무’는 사냥과 농사일, 위스키 제조 등 할아버지의 일을 도우면서 생활에 꼭 필요한 것만을 자연에서 얻는 인디언식 생활방식을 점차 터득해 나간다.   주인공인 저자, 그의 인디언 이름은 ‘작은 나무’다. 그는 이른 새벽 할아버지와 함께 산꼭대기를 오른다. …산꼭대기에는 폭발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반짝이는 빛들이 하늘 위로 솟구쳤고, 얼음에 덮인 나뭇가지들은 물결처럼 내려가면서 밤의 그림자들을 천천히 벗겨가고 있었다…. “산이 깨어나고 있어.” 할아버지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이렇게 시작하는 소설은 읽는 내내 울창한 숲과 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산 한가운데 서 있는 착각이 들게 했다.   할아버지는 산에 가서 매가 메추라기를 사냥하는 것을 보고 자연의 이치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꿀벌인 티비들만 자기들이 쓸 것보다 더 많은 꿀을 저장해두지. 그러니 곰한테도 뺏기고 너구리한테도 뺏기고 우리 체로키한테 뺏기기도 하지. 그놈들은 언제나 자기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두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똑같아. 사람들은 그러고도 또 남의 걸 빼앗아오고 싶어 하지. 그러니 전쟁이 일어나고….” 할아버지가 가르쳐 준 자연의 이치란 누구나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이 봄을 낳을 때는 마치 산모가 이불을 쥐어뜯듯 온 산을 발기발기 찢어놓곤 한다. 어린이답지 않게 당차고 성숙한 모습에 웃음이 나면서도 무한한 감동을 안겨준다. ‘작은 나무’는 개울가에 앉아서 거미가 거미줄을 한 가닥씩 쳐 나가는 광경을 관찰하기도 하고 봄철이 되면 민들레꽃들을 따서 샐러드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대 자연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작은 나무’ 의 모습은  라디오와 텔레비전 없이 자랐던 나의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결과적으로 밖에서 자랐다. 사계절 내내 집 주변 마당과 들판에서 시간을 보냈었고 친구가 있든 없든 상관없었다. 새빨갛게 매달린 옆집 석류나무에서 몰래 석류를 훔치기도 하고, 한여름 포도나무에 기어올라 입술이 시퍼렇도록 포도를 따 먹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야생나무처럼 들판을 뛰어다니던 나의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영혼이 가장 따뜻했던 날들이었다. 유년기, 그것은 누구에게나 낙원이다. “더는 어린이가 아니라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다”라고 한 어느 시인의 말이 떠오른다.     할아버지는 과거를 모르면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다며 체로키족의 지난 일들을 알려준다. 필요한 만큼만 소유하고, 육신보다는 영혼의 마음을 키워야 하며 서로의 영혼을 이해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가르치는 인디언의 삶을 통해 환경, 인종, 교육문제 등을 생각해본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작은 나무’의 순수한 모습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행간 들어 있는 인디언의 시각에서 바라본 문명인에 대한 해학, 할아버지와 작은 나무의 만담 그리고 만남과 이별이 들어있는 이책은 풍부한 감성으로 우리의 메마른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자연을 거스르며 자연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어떠한 세상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자라나는 손자 손녀들의 미래를 생각해 본다. 이춘희 / 시인삶의 뜨락에서 영혼 한여름 포도나무 옆집 석류나무 할아버지 할머니

2022-06-15

[이 아침에] 봄꽃의 화사한 향연

봄이 열리자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몇 년 전 보랏빛 꽃비로 마당을 물들이던 자카란다 나무가 쓰러진 후, 앞마당에 작은 꽃밭을 만들었다. 한낮의 햇볕을 받은 꽃밭은 봄을 실어 온 산들바람에 한껏 피어난 꽃들의 잔치로 야단법석이다. 터질 듯한 주황빛에 표범이 엉킨 듯 야성이 꿈틀대는 가제니안 꽃들이 저마다 요염한 자태를 뽐낸다. 진분홍빛으로 치장한, 쏟아질 듯한 제라늄도 가제니안 꽃 사이마다 탐스러운 외모를 과시한다.     바야흐로 한낮의 앞마당은 화사한 꽃들의 잔치로, 봄의 걸작품이 화려하게 창조되고 있다. 꽃들은 살아 있음에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봄의 축복을 온몸으로 만끽한다. 계절의 열정이 더해지자 꽃밭은 향연의 축배와 봄기운으로 점점 취해 가고 있다.   꽃밭에는 네 계절이 숨어 있다. 꽃의 시초인 봉오리에 아련한 봄볕이 머문다면, 한낮 여름으로 변한 뜨거운 태양은 어느새 꽃봉오리의 옷을 화르르 벗겨 활짝 피어나게 한다. 그런가 하면 어느덧 퇴색해 낙화한 꽃에는 슬픈 가을이 머물고, 흙에서 잠든 꽃에서 생명체의 무상함을 설법하는 겨울 침묵이 내려앉는다.   꽃밭을 가꾸다 보면 꽃은 다음날을 준비하는 연극배우 같다. 밤마다 물을 주고 시든 꽃을 잘라내며 전날 여러 준비작업을 끝낸다. 이튿날 아침, 마침내 기다리던 햇볕 커튼이 열리면 수줍던 꽃은 활짝 피어나 예쁜 얼굴과 독특한 향기를 온 세상에 내보이며 구김살 없는 삶의 행복을 연기하는 것이 아닌가.     꽃을 가꾸는 일은 자식을 기르는 일과 닮았다. 변함없는 태양 같이 자식의 영혼 한가운데에 중심을 잡아주고, 생명을 이어주는 물과 양식 같은 끊임없는 사랑과 따뜻한 관심을 건네준다. 그런가 하면 주위를 어지럽히는 나쁜 요소들을 때때로 제거해주고, 위로나 도움이 되는 조언이 필요할 때마다 비료를 주듯 보충해준다. 이처럼 꽃에 정성을 쏟듯, 자식이 자신만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온갖 정성을 다하고 있지 않은가.   꽃은 퇴색되어 시든 부분 하나 때문에 몸 전체를 소멸시키지 않는다. 한 줄기에 꽃이 사라져도, 다른 줄기에 작은 봉오리의 희망이 꽃으로 피어날 때까지 꽃은 온 힘을 다해 버티어준다. 미래지향적인 꽃은 질척이는 과거나 열악한 현재 때문에 미래 전체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아마도 꽃은 내일의 희망으로 오늘을 견뎌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새봄을 맞아, 삶의 묵은 짐을 푸른 바람결에 흘려보내고 한껏 피어나는 고운 꽃이고 싶다. 우리 모두의 영혼이 꽃으로 활짝 피어나 서로의 영혼을 곱게 물들이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아름다운 꽃들이 독특한 모습으로 화사한 꽃밭을 이루고, 삶이 힘들 때마다 서로에게 위로해 줄 수 있는 맑은 향기를 뿜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정겨운 삶일까. 황홀하게 피어난 봄꽃을 통해 삶을 반추하며, 서로의 영혼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들을 꿈꾼다. 김영애 / 수필가이 아침에 봄꽃 향연 시초인 봉오리 한낮 여름 영혼 한가운데

202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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