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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밀밭에서 울다

이번 프랑스 여행은 ‘고흐 찾기’ 여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고흐를 많이 만났다.  
 
그에게는 ‘영혼의 화가’ ‘천재 화가’ ‘태양의 화가’ 등등 수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고흐는 지금의 그 유명세는 꿈도 못 꾼 채 그의 천재성을 발휘할 물감을 살 돈도 없을 정도로 가난에 시달렸다. 평소에도 고흐의 열정과 강렬한 색상 그리고 그의 붓 터치를 좋아하는 나는 내 카톡의 배경 사진을 고흐의 방에 앉아있는 내 사진으로 정했다. 이번에 실제로 아를에 있는 그의 방을 방문했을 때는 그 방이 너무나 누추해서 마음이 아팠다. 지금은 세계 어느 박물관에 가도 그의 그림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요즘에는 대부분 그의 작품이 상업화되어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되어 있다. 심지어는 그의 전 작품을 영상화해서 많은 이득을 취하는 기업들도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고흐는 당시 동생 테오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아 돈을 받는 즉시 빵과 물감을 사서 물감이 떨어질 때까지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Vincent Van Gogh(1853~1890)는 네덜란드 태생의 후기 인상파 화가로 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 중의 하나다. 엄격한 목사의 맏아들로 미술품 상점 점원으로 6년을 일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측은지심이 들어 목사가 되기를 결심한다. 하지만 실제 신학교에서는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론에만 치중하는 데에 좌절하고 화가의 길을 찾는다. 1881년에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해 자살로 생을 마칠 때까지 10년 동안 900여 점의 그림과 1100여 점의 습작이 그려졌다. 그는 언급할 만한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스스로 감동한 작품들을 모사하고 수련함으로써 미술에 지식을 경험으로 터득해 갔다.  
 


37년이란 짧은 생애 동안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며 늘 외롭고 고독했던 고흐에게 네 살 어린 동생 테오는 든든한 후원자이자 영혼의 동반자였다. 그는 668통이나 되는 편지를 테오에게 쓰며 스스로 위로받았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신성림-그들이 주고받았던 편지를 묶은 이 책을 읽으면 너무나 진솔하고 절절한, 고민하고 노력하는 고흐의 내면세계를 느낄 수 있다.  
 
그의 내부에서는 항상 꿈틀대는 색채의 힘을 느낀다. 그는 늘 두 가지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하나는 물질적인 어려움이고 하나는 색채에 대한 탐구다. “이곳의 자연은 정말 아름답다. 하늘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파랗고 태양은 창백한 유황빛으로 반짝인다. 천상에서나 볼 수 있을듯한 푸른색과 노란색의 조합은 얼마나 부드럽고 매혹적인지… 두 점의 카페 그림과 해바라기, 초상화도 그렸다. 하루에 이렇게 많은 그림을 그리는 바람에 물감과 캔버스가 다 떨어졌고 지갑은 완전히 비었다.”라고 테오에게 쓴 편지도 있다. 고흐는 그를 지배하는 끓어오르는 열정을 색채로 표출하고 싶어 했지만, 항상 물감 살 돈이 없었다. 지금 전 세계에 있는 고흐 애호가들로부터 벌어들인 돈으로 그가 물감 걱정 안 하고 자유자재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고흐는 그가 사랑한 남프랑스 아를에 15개월 머물면서 2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Auvers-Sur-Oise ! (오배르쉬르와즈) 파리 근교 북쪽에 있는 이곳은 그가 스스로 St Remy 정신병원에서 나와 테오와 좀 더 가까이 있고 싶어 찾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고흐는 이곳에서 그 생의 마지막 70일을 머물면서 70점의 그림을 남겼다. 매일 아침 이젤을 메고 나가 주위 풍경을 하루에 한 점씩 그린 셈이다. 집에 돌아와서는 테오에게 하루의 일과와 감상을 적어 보냈다. 그가 그린 마지막 그림 ‘까마귀가 나는 밀밭’의 밀밭을 오르며 울컥했다. 10월이어서 이미 추수가 끝나 허허로운 밀밭이 탁 트인 하늘과 맞닿아 있었다. 갑자기 고흐의 격정과 아픔이 바람에 실려 왔다. 뭉클하고 울컥했다. 고흐는 여기에 묻혔고 테오도 6개월 후 나란히 누웠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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