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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아의 열려라 클래식] 보헤미안의 영혼 바이올리니스트 김유은

지난달 20일 LA 비르투오지 오케스트라와 김유은의 협연.

지난달 20일 LA 비르투오지 오케스트라와 김유은의 협연.

예원학교부터 서울예고, 서울음대 및 동 대학원, 그리고 USC에서 고토 미도리의 수제자로 아티스트 디플로마를 받기까지 우수한 재능을 인정받고 또한 수많은 콩쿠르 입상의 정통을 밟아온 실력 있는 연주자. 바이올리니스트 김유은 역시 수많은 훌륭한 클래식 연주자의 하나이다. 거기에 더해지는 매력 넘치는 외모와 무대 장악력 또한 없지 않다.  
 
하지만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게 있다면 그녀의 넘치는 열정과 자유로운 영혼이 깃든 연주다.
 
그녀의 열정과 재능이 클래식 음악 애호가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팬데믹이다. 무대를 잃은 대부분의 연주자가 실의에 빠져있을 때 그녀는 실망하기는커녕 Courtyard Concert를 열어 이웃을 위로하고, 언제 정상화가 될지도 모를 막막한 시기에 델리리움 무지쿰의 음악감독인 바이올리니스트 에디엔 가라와 함께 뮤지카라반을 만들어 6개월 동안 서부 일대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연주했다. 그들의 유니크한 연주 여행 이야기는 유튜브 뮤지카라반 채널에서 15개의 에피소드로 나눠 즐길 수 있다.
 
그녀는 연주 여행으로 바쁘지만, 제자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지난 여름 한국에선 연주 일정 외에 모교인 서울예고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갖기도 했다.  
 
체임버 앙상블 델리리움 무지쿰 활동은 물론, 바로크 악기로만 연주하는 바로크 앙상블과 협연, 피아니스트 장성, 기타리스트 이네스 토메 등 유명 연주자들과의 정기적인 듀오 콘서트도 연다.  
 
그 외에도 거의 매일 다양한 프로그램의 다양한 무대를 준비하고 소화해내고 있다. 재능 있는 연주자로 그치지 않고 활발한 성격으로 매사 적극적이어서 늘 협연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20일 카를로 폰티 지휘의 LA 비르투오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서 그녀는 슈베르트의 A 장조 론도를 연주했다. 이 곡은 18살의 슈베르트가 보육원 음악 교사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형을 위해 작곡한 곡이었다.  
 
이날 청중들은 김유은의 유연하고 노련한 연주에 비해 오케스트라의 수준이 미치지 못하다고 느꼈을 거다. 왜냐하면 이 곡은 학생들이 연주할 수준으로 만들어져서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게 작곡된 솔로 파트보다 사실 오케스트라 파트는 다소 엉성하게 작곡되었기 때문이다.
 
지휘자 폰티는 봄의 새싹처럼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연주했다. 그 안에서 균형을 맞추면서도 바이올린 파트의 매력을 발산하는 모습을 보면서, 몹시 소심했던 슈베르트가 김유은을 만났더라면 배고플 일은 절대 없었을 텐데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오케스트라마저도 리드하는 연주자 김유은이 자랑스럽다.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게 자신의 기량을 펼치는 연주자, 사람들에게 음악으로 소통하기 위해 다가가는 연주자, 그러면서 품위를 지키는 연주자, 자유로움과 질서가 균형 있게 공존하는 그녀의 품격 높은 무대는 늘 감탄을 자아낸다. 

손영아 디렉터 / 비영리 공인기획사 YASMA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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