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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스 보현사 신도회, 캐롤튼 양로원 방문

 달라스 보현사 신도회(이하 보현회)가 다가올 백중을 맞이하여 지난 8월10일 (토) 캐롤튼에 위치한 Carrollton Health & Rehabilitation Center 양로원을 방문하여 지역 봉사에 나섰다. 백중날은 불교 경전인 ‘우란분경’에서 유래했다. 조선 시대 이후 민가에서는 사라졌지만 신라 고려 때부터 내려오던 한국 고유의 명절이다. 농경사회에서 풍요와 수확을 기원하는 축제를 겸한 날이며, 곡식과 과일등으로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머슴들은 하루를 쉬게 하는 등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세시 풍속이다. 불교에서는 우란분절이란 이름으로도 불리운다. 부처님오신날, 출가절, 성도절, 열반절, 우란분절 등 5대 명절 중 하나다.   우란분절의 뜻은 부처님의 제자 목련존자가 신통력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찾아보니 아귀로 태어나 굶주리는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목련존자는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지옥문이 열리는 음력 7월 15일 승려들을 위해 공양을 베풀어 어머니를 구제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불가에서는 우란분절을 기리는 것은 어머니에 대한 효심과 조상들의 천도는 물론, 지옥에서 헤매는 모든 중생들이 극락왕생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날이다. 또한 백중날은 부모에 대한 효심을 생각하며 자신의 공덕을 쌓는 뜻 깊은 날이기도 하다. 백중의 뜻은 백 가지 곡식 종자를 갖추어 놓는 데서 유래했다.     그런 의미로 보현회 모두가 한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마련한 음식을 준비해 아픈 어른들을 위로하고 말벗이 되어준 이번 양로원 방문은 자비를 실천한 이타행이라고 볼 수 있다.   보현회의 한희주(법명 시아원)회장은 “보현사 신도 중 한 분인 대선화 보살께서 이번에 캐롤튼 양로원에 입원하셨다. 그 분을 통해 이곳에 한인분들이 많이 계신다는 얘기를 듣고 백중을 맞이하여 지역봉사를 하게 되었다. 양로원에서 한식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말에 한식 도시락을 준비했다. 준비한 음식이 부족하고 입에 맞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하시며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우리가 그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며 겸손의 마음을 전했다. 또 그는 “사실 양로원 방문은 처음이다. 은혜복지원에 7년 동안 매년 동짓날 팥죽을 쒀서 동치미와 함께 공양하는 일은 해오고 있었다. 교인들에 비해 봉사활동이 뒤처진다는 생각을 갖는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양로원 봉사 할동을 매년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다.”며 불자의 덕목으로 보시와 선행을 실천하고 이어가고 있는 보현회의 마음을 대변했다.   불교는 자비와 지혜의 종교다. 그런 점에서 이번 보현회의 양로원 지역봉사는 한인 노인들에게 큰 위로와 기쁨을 주었다. 캐롤튼 양로원에 온 지 2년 되었다는 김구현(88세)씨는 “이렇게 정성 들여 맛있게 준비한 한국 음식들을 보니 너무 너무 행복하다. 정말 최고로 기쁜 날이다.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너무너무 감사하다.”며 주름 가득한 행복한 얼굴로 몇 번이고 행복하다는 말과 고마움을 거듭 전했다. 보현회가 직접 준비한 한식 도시락에는 밥과 함께 불고기와 잡채, 나물, 떡, 과일, 에그롤, 김치 그리고 미역국으로 만들어졌다. 그 외 직접 단호박을 갈아 만든 단 호박죽과, 외국인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제과 빵이 포함되었다. 또 황혜영(법명 백련화)씨가 직접 만든 수제 쿠키들은 한인 노인들 뿐 아니라 외국인 직원들에게도 큰 인기를 모았다.   한희주 회장은 “입원해 있는 외국인 노인분들에게는 양로원 규칙상 한식이 허용되지 않아 아쉬웠다. 그래도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분들이 우리가 준비한 한식을 맛보고 모두들 좋아하시니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보현사는 이민 사회에서 외롭고 아픈 노인들을 위한 사랑 나눔 봉사 활동을 열정적으로 진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역 사회 바자회와 내전으로 인해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미얀마에 여러 차례 두레기금을 모아서 매년 전달하고 있다. 한희주 회장은 “종교를 떠나 누구나 보현사를 찾아 마음의 위로와 평안을 가졌으면 좋겠다. 봉사 활동은 꼭 보현사 신도들만 하는 것은 아니다. 봉사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은 누구나 함께 참여할 수 있다.”며 지역 나눔 자비를 실천할 수 있는 관심있는 한인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도 함께 밝혔다.     캐롤튼 양로원 주소는 1618  Kirby Rd. Carrollton, TX 75006 이며, 자세한 문의는 전화 972.245.1573로 문의하면 된다.                           지경민 기자  달라스 보현사 양로원 지역봉사 달라스 보현사 양로원 봉사

2024-08-16

[열린광장] 병마로 시달리는 우리 이웃

생때같은 여자가 숨졌다. 아침저녁으로 밀짚모자를 푹 뒤집어쓰고 우리 집 앞을 걷던 50대 후반의 세 아들의 엄마였다. 남편 말에 의하면 작년 12월 중순 화장대 앞에서 얼굴을 만지다가 뒤로 넘어졌다. 머리를 욕조 언저리에 부딪혔다고 한다. 구급차가 와서 병원으로 실려 갔지만 돌아오지 못했다. 사망 원인은 목뼈 골절.   어깨가 축 늘어지고 수심이 가득 찬 남편을 마주치면 무엇이라고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 세 아들도 고개를 푹 숙이고 주차장으로 걸어간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혼자 중얼거렸다.   왜 미처 생각하지 못했나. 간단한 조치로 예방할 수 있었던 안타까운 사고였다. 화장대 앞에는 반드시 의자를 놓고 앉아야 한다. 욕조도 마찬가지다. 욕조용 의자를 비치해야 한다. 미끄러운 욕조 안에서 넘어져 다치는 사람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침대 발치에도 높은 방석을 놓아야 한다.   길 건넛집에 살던 70대 초반 어머니와 30대 아들은 올해 한 달 간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말기 위암이었고, 아들은 우울증으로 밖으로 나온 것을 본 적이 없다.     병마는 또 한 가정을 덮쳤다. 엄마를 잃은 세 아들 집에서 한 집 건너에 사는 70대 초반 잉꼬부부였다. 그들은 항상 손을 잡고 걸었다. 그런데 한동안 여자의 눈이 초점을 잃고 무표정하게 입을 다물고 걷는 것을 보았다. 전에는 걷다가 나를 보면 말을 걸고 농담까지 했는데.   하루는 남편 혼자 걷는 모습을 봤다. 아내를 치매 양로원에 입원시켰다고 했다. 기억력 약화로 때로는 남편도 몰라봤다고 한다. 무엇보다 몸의 균형을 잃어 잘 넘어졌단다. 몇 달 안에 사람을 몰라볼 정도로 빠른 치매의 진행 속도에 놀랐다.   미 식약청(FDA)에서 치매 약을 승인했는데 주사약 한 병에 695불이라고 한다. 암보다 무서운 것이 치매다. 전문가에 의하면 매일 1시간 운동, 1시간 독서를 하면 치매 발병 확률이 40%는 낮아진다고 한다.   그러나 운동과 독서가 말보다 쉽지 않다. 요즘 나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발 운동을 하고, 스트레칭 끈으로 팔 근육 강화 운동도 한다. 허벅지와 다리 그리고 엉덩이 살이 빠지는 노화 현상을 방지하는 운동이다. 아내와 같이 집 앞에서 걷고, 가끔 피트니스 센터 수영장에도 간다. 올해는 독서에다 신문 구독을 추가했다. 신문이 배달되면 만화를 제일 먼저 본다.     오늘 아침에는 감사하는 사람은 장수한다는 감사 찬양론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강조하는 두 가지 수필이 눈에 띄었다.     고인의 생애와 업적을 찬양하는 에피소드로 채워진 부고도 많이 읽는다. 나도 이런 식으로 부고를 미리 작성했다. 사람들이 읽으면 “이 사람 웃기네”라고 말할지 모른다. 바로 그것이다. 슬픔보다 웃음이 좋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병마로 이웃 욕조용 의자 치매 양로원 치매 발병

2024-07-15

[문예 마당] 길을 잃은 사람들

  며칠 전 나는 연로하고 노쇠한 어른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한때는 피 끓는 청춘의 강을 건너느라 힘들고 아팠던 사연들을 저마다의 가슴에 훈장으로 새긴 채,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길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 어쩌면 저들의 모습이야말로 가장 진솔한 나의 미래가 아닐까 하는 예감에 사로잡혀 입술을 뚫고 나오는 노래는 자꾸만 속으로 잦아들고 있었다.   어린 시절 나는 스물을 꿈꾸었다. 스물이 되었을 때는 삼십을 꿈꾸었고, 삼십일 때는 사십을 꿈꾸었다. 그러나 오십일 때는 육십을 생각하지 않았고, 육십일 때도 그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세상에 그 누구인들 나이 들어감을 꿈으로 생각하겠는가.   두 번째 노래가 끝나도록 그림 같이 앉아만 있던 어른들은 손뼉을 유도하는 몸짓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늙음과 질병이 그들의 즐거움을 느끼는 기관까지 잠식했는지 얼굴까지 무표정이다. 아파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몸이 고단하고 힘이 들 때는 그 힘들고 아픈 것에 에너지가 다하여 다른 것에는 미처 신경 쓸 겨를조차 없이 만사가 귀찮다는 것을.   4곡을 마치고 잠시 쉬었다 다시 4곡의 노래를 부를 때는 분위기가 훨씬 나아져 몇몇 어른들은 손뼉을 치면서 장단을 맞춰 주셔서 오히려 우리가 위안을 받는 기분이었다. 돌아오는 길가 망고나무에는 망고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아보카도도 이쁘고, 반질반질하게 열려 있었다. 처음치고는 별 무리 없이 공연을 마친 우리는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구불구불 산길을 돌아 나오는데 나는 무언가 소중한 것을 놓고 나온 것 같은 기분에 빠져 자꾸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넷째 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즈음 나는 한국에서 걸려오는 전화에 무척 예민해져 있었는데 이유는 언니 오빠가 다 칠팔십대 고령이라 불길한 소식을 접하게 될까 봐 지레 불안한 탓이다. 전화 내용을 요약하면 우리 형제의 웃 세대로는 유일하게 생존해 계신 친척분을 어제 모 요양 병원으로 모셨다는 것이다. 구십을 넘기신 분은 안 가겠다고 떼를 쓰셨다는데 별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일주일 정도는 전화와 방문을 자제해야지만 요양원에서의 생활에 적응할 것이니, 그 일주일 동안은 전화도 방문도 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 바로 이것이었구나. 양로원을 떠나면서 무언가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했던 이유가….   나는 평생 그 어른을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밖에는 보지 못하고 살았지만,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단절의 고통과 상실의 아픔을 겪고 계실 그분을 생각하니 가슴 한쪽에 무거운 쇳덩이를 얹어 놓은 듯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4살 때 제 삼촌을 따라 교회 식구들과 함께 캠핑하러 간 적이 있다. 엄마와 떨어져 처음으로 밤을 보내게 되는 일이라 마음이 놓이지 않았지만, 당시 시동생이 그 교회 전도사였기에 괜찮으려니 하고 보냈다. 그러나 밤 열두 시가 넘어 아이는 반실신 상태로 집으로 돌아왔다. 많이 보채고 힘들게 했느냐고 묻는 나에게 담당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보채지도 않고 힘들게도 안 했어요. 밤에 잘 자나 한 바퀴를 돌아보는데 아이가 얼마나 소리도 없이 많이 울었는지 베개가 다 흥건히 젖어 있더라는 것이다. 친구들과 노는 재미에 빠져,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있다 맞이했던 그 밤의 익숙하지 않은 방과, 침대와 엄마 없음은, 네 살배기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는 견딜 수 없는 두려움과 혼란과 설움이었을 것이다. 아마 지금의 그 어른 심정 또한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고 미루어 짐작해본다.   양로원이나 요양 병원은 매일 의사나 간호사들이 상주해 있고 간호조무사들이 정성스럽게 환자들의 일 거수 일투족을 거들어 주니 연세가 많거나 몸이 불편한 어른들께는 더없이 안락한 곳일 수 있다. 오늘 내가 다녀온 곳만 하더라도 태평양을 배경으로 세워진 최상의 시설과 서비스를 자랑하는 곳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환경에 즐거운 곳이어도 연습 없이는 낯선 곳에 불과하다. 더구나 수십 년 동안 친숙했던 것들과의 갑작스러운 생이별은 심신이 허약한 노인들께 치명적인 아픔과 슬픔이 될 것이다.   자식이 태어나 서너 살이 되면 유아원이나 유치원에 보내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게 하며 공동생활에 적응하도록 훈련을 시키는 것처럼 노인들에게도 시설로 들어가기 전 어떤 준비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사는 인생에서 나 또한 앞일을 어찌 장담할 수 있을까만, 바라건대, 나부터라도 늙고 병들어 마지막으로 가는 곳이라기보다는 살아온 생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곳이라는 사고를 마음에 새겨 좀 더 단단한 노년을 준비해 보리라 다짐을 한다.   매달 한 번의 양로원 방문은 즐거움보다는 슬픔이 앞서는 일이지만 슬픔의 돌이 슬픔에 부대껴 저 스스로 둥그러질 때, 나 또한 그 무게에서 조금씩 놓여나 조만간 이곳으로 올 때 연습이 되어있으리라는 생각이다.     다음 달에 부를 노래의 악보를 손에 들고 잘 굴러지지 않는 혀로 팝송을 부른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뼉을 친다, 노래를 부른다, 모두가 덩실덩실 춤을 춘다. 그래, 지금 저 어르신들은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길에 제대로 서 있는 것이리라. 고 옥 / 수필가문예 마당 수필 양로원 방문 어른 심정 전화 내용

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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