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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소중한 선물의 유산

26년 전 중학생 아들을 데리고 멕시코 오지의 바닷가 마을에 4일간 텐트를 치고 머문 적이 있었다.   그곳 아이들은 미국과는 다른 흐트러진 머리털, 거친 피부, 찢어진 운동화, 남루한 옷차림의 모습이었지만 아들은 이들의 외모와 상관없이 동심으로 쉽게 어울렸다.   아이들은 모래처럼 반짝 반짝 빛나기도 했고, 파도처럼 팔딱 팔딱 뛰기도 했다. 파란 하늘 높이 쉴새없이 날리는 웃음은 바람을 탄 연이 펄펄 나는 듯했다. 또한 순진한 장난꾸러기 어린 하얀 순수한 양들이 바닷가에서 함께 뛰어 노는 것 같았다.   그들과 작별하고 돌아오는 길에 자기 방을 그들과 같이쓰고 싶다는 착한 아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와 이곳 아이들과 다른 점이 뭔 줄 아니?”   머뭇거리는 아들에게 나의 자문자답이 이어졌다. “지금 네가 누리는 행복은 너의 재능이나 노력으로 이룬 것은 하나도 없단다. 단지 그들은 오지서 태어났고 너는 미국서 태어난 것 뿐이야. 이런 은혜를 거저 받았으니 항상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감사의 마음이 나눔과 봉사로 이어져야 한다.”   그로부터 26년이 지난 올해 추수 감사절에 장성한 아들과 손녀 3명을 데리고 멕시코 그 오지 마을을 다시 찾아갔다. 그리고 아이들과 같이 어울려 지내도록 했다.     준비해간 옷가지, 신발, 학용품, 장난감 등을 직접 주게 하고 저녁은 이들과 같이 추수감사절 식사를 나누도록 했다.   떡국, 김치, 불고기와 원주민이 기른 토종닭 3마리를 대접했다. 원주민의 식사기도와 이어진 손녀의 기도로 추수감사절의 감사와 나눔의 시간을 35명이 같이 가졌다. 10대 손녀 둘에게 직접 환자를 접수하고 약 정리도 하도록 시켜 봉사참여의 기쁨도 느끼기를 바랐다.     돌아오는 어두 컴컴한 차 안에서 손녀들에게 26년 전 그들 아버지에게 한 똑같은 질문을 했다. 내 답도 같았다.     그 감사함에 대한 보답은 추수감사절에 나눔과 봉사로 이어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진정한 감사함의 열매는 기쁨이고, 기쁨의 열매는 행복이라는 진리를 터득하기를 바랐다. 감사할 수 있는 감정이 인생을 풍요하게 하고 삶의 큰 에너지가 되다는 진리를 진정으로 터득하고 살기를 바라본다.   바쁘고 힘에 겨웠던 이번 여행의 준비과정들의 피곤함이 흐뭇함으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최청원 / 내과의사열린광장 선물 유산 추수감사절 식사 중학생 아들 바닷가 마을

2024-12-18

[신 영웅전] 마오쩌둥

마오쩌둥(毛澤東)은 중국 창사 사범학교 시절에 스승 양창지의 집을 드나들면서 그의 딸 양카이후이를 사랑하게 된다. 부모의 반대에도 결혼해 아들 마오안잉(毛岸英·1922~1950)을 낳았다. 혁명 와중에 아내는 고향에서 국부군에 붙잡혔다. 전향을 거부하다가 처형됐는데 당시 아들은 8세였다.   그 뒤 마오안잉은 모스크바로 유학해 기계 기술자가 되어 돌아왔다. 아들을 본 마오쩌둥은 혁명가의 아들은 농민을 알아야 한다며 시골로 보냈다. 아들이 농사지은 고구마를 아버지에게 보여주자 마오쩌둥은 고구마는 쳐다보지도 않고 아들의 손을 매만지며 “열심히 살았구나”라고 격려했다. 1949년 10월 미녀 배우 류쑹린(劉松林)과 결혼시켰다.   이듬해 북한의 남침으로 한국전쟁이 시작되자 마오쩌둥이 아들에게 말했다. “전쟁에는 지도자의 아들이 먼저 가야 한다.” 포로가 되면 난처하다며 참모들이 말리자 마오쩌둥은 “그는 마오쩌둥의 아들이다”라고 말했다. 마오안잉은 한국전쟁에 지원해 평안북도 동천군에서 미군의 폭격을 맞아 28세에 사망했다.   펑더화이(彭德懷) 사령관이 차마 마오쩌둥에게 직보하지 못하고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에게 연락했다. 저우언라이가 보고하자 마오쩌둥은 “시신은 확실하던가”라고 물었다. 여느 필부처럼 자식을 잃은 아픔을 그렇게 표현했다. “예. …. 고향에 묻어줄까요?” “아니요. 전사는 죽은 자리에 묻어주는 법이오.” 그래서 마오안잉은 숨진 자리에 묻혔다.   마오쩌둥이 한국전쟁에서 남의 집 자식을 수없이 죽였다. 그 사실을 빼더라도 자기 나라 청년 122만 명을 사지에 몰아넣었다. 15만 명의 젊은이가 목숨을 잃었으며, 80만 명이 장애인이 되었거나 생업을 잃었다. 그리고 씻을 수 없는 남북 분단 고착화를 남긴 것이 야속하고 한스럽다. 마오쩌둥은 지하에서 지금도 자신의 처사가 옳았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신복룡 / 전 건국대 석좌교수신 영웅전 마오쩌둥 당시 아들 평안북도 동천군 창사 사범학교

2024-12-01

콜로세움 해전까지…거장 리들리 스콧이 돌아왔다

로마 제국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에서 코모두스 황제로 이어지는 시기의 웅장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검투사 막시무스의 영웅담 ‘글래디에이터’는 2000년 73회 아카데미상에 12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 5개의 상을 받았다. 이후 속편이 제작되리라는 루머가 꾸준히 있었지만 리들리 스콧 감독이 직접 속편을 제작하기로 확정, 발표된 것은 2018년의 일이다.     전편을 감상한 관객들은 막시무스와 루실라의 어린 아들 루시우스는 어떻게 됐을까, 라는 질문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을 것이다. 영화는 바로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속편 ‘글래디에이터 2(Gladiator 2)’는 막시무스의 아들 루시우스의 이야기다.   전편에서의 영웅 막시무스(러셀 크로)가 콜로세움에서 장렬한 죽음을 맞이한 뒤 2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어릴 적 어머니 루실라(코니 닐슨이 같은 역을 다시 연기한다)에 의해 누미디아(알제리)로 보내진 루시우스(폴 메스칼)는 강철 같은 몸을 지닌 건장한 젊은이로 성장해 있다. 아내 아리사트와 함께 살고 있는 그는 덥수룩한 수염에 말이 적고 침울하다. 그는 로마로부터 이 해안 도시를 방어해야 한다.     한편 로마는 쌍둥이 형제 게타와 카라칼라 황제가 다스리고 있다. 그들은 1편에서 보았던 최악의 폭군 코모두스(호아킨 피닉스)를 둘로 나누어 놓은 듯 사악하고 무자비하며 가학적이다. 코모두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원숭이를 애완동물로 키운다는 정도. 너무 많은 권력을 주체하지 못하는 그들은 정복과 향락에 만족하지 않고 철없는 어린 애들처럼 검투사 노예들의 목숨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다.     루시우스는 막시무스의 부하였던 마르쿠스 아카시우스 장군(페드로 파스칼)이 이끄는 로마군에 처참하게 패한다. 전쟁에 사랑하는 아내마저 잃은 루시우스는 노예상 마크리누스(덴젤 워싱턴)의 눈에 띄어 노예로 팔린다. 루시우스가 다시 자유인이 되려면 검투사가 되어 끝까지 살아남는길밖에 없다. 루시우스는 마크리누스에 의해 운명적으로 검투사로 발탁되고 복수의 칼을 갈며 로마로 향한다. 그의 아버지 막시무스가 로마에 항거하다 붙잡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검투사가 되었던 것처럼.     로마 제국에 의해 아프리카에서 최초로 황제로 책봉된 마크리누스는 권력욕이 강하고 교활한 정치인의 표본이다. 그 자신 노예 출신이었지만 노예와 무기 거래로 엄청난 부를 소유하고 있다.  로마 제국의 몰락이 임박해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그는 로마의 황제 자리를 노린다.       로마에 입성한 루시우스는 오로지 생존하기 위하여 사나운 개코원숭이와 코뿔소 그리고 콜로세움이 물에 차면 들어오는 식인 상어 등의 야수들과 싸움을 거듭하며 살아남는다. 루시우스의 점점 더 거세지는 분노는 상대방의 솟아오르는 피로 분출된다. 군중들은 루시우스의 용맹에 열광한다.     루시우스는 점차, 지금은 아카시우스 장군의 아내가 된 루실라가 자신의 어머니이고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충직한 신하, 전장의 뛰어난 전략가, 콜로세움의 전설적 검투사 막시무스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아카시우스와의 피 말리는 격투 끝에 콜로세움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그의 아버지 막시무스가 그랬던 것처럼.   ‘글래디에이터 2’는 성공적인 속편이라 할 수 없다. 24년 전의 원작과 비교하면 실망스러운 부분들이 적지 않다. 속편이라기보다는 전편의 리메이크인 듯한 느낌마저 든다. 너무 느린 진행에 대본도 전작에서 많은 부분을 차용해 왔다. 특별히 전쟁 장면의 CGI(Computer Graphic Imagery)는 강렬한 이미지로 승부하는 비주얼리스트 리들리 스콧 감독의 진수라 할 수 없다.     스콧은 실재했던 역사의 한 장에 상상력으로 접근한다. 역사 왜곡이라는 표현은 그의 영화를 이해하는 방식이 아니다. 영화를 허구의 예술로 보는 스콧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건 역사의 재해석이 아니라 허구적 판타지다. 2000년작 ‘글래디에이터’ 는 코모두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 실존하는 인물들이 다수 등장하는 데 반해 정작 주인공 막시무스는 허구적 캐릭터였다.     전편에 비해 영화가 지닌 결함에도 불구하고 ‘글래디에이터 2’는 2025년 아카데미상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부문에 노미니될 것이 확실하다. 최고의 SF 영화 ‘에이리언’(1979), SF 판타지 ‘블레이드 러너’(1993), 페미니즘 로드 무비 ‘델마와 루이스’(1993), 전쟁영화 ‘블랙 호크 다운’(2002) 등의 작품들에서 보았듯 다양한 장르를 섭렵해온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인간 사회의 폭력적 본능이 유발하는 ‘충격’이다.   전편에서 우리는 충격적 ‘지옥’을 보았다.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지 않으려는 공화주의자 황제 아우렐리우스가 아들 코모두스에게 살해당하면서 로마는 질투의 화신 코모두스가 지배하는 지옥으로 바뀌어 갔다. 영웅 막시무스도 코모두스가 다스리는 그 지옥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전편의 그 충격적 주인공은 코모두스였다.     속편에 실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충격의 부재다. 특히 코모두스의 ‘카피캣’인 쌍둥이 황제의 가벼움이 영화의 무게감을 떨어뜨린다. 그들의 비열함에는 내면 깊은 곳에 출렁이는 코모두스의 질투와 불안이 존재하지 않는다.     ‘글래디에이터’는 호아퀸 피닉스라는 배우의 광기를 세상에 알린 영화였다. 그는 이 영화에서 코모두스 역으로 ‘리버 피닉스의 동생’이라는 수식어를 떼어 내고 주인공 막시무스 역의 러셀 크로에 견줄만한 존재감으로 대중들에게 그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러셀 크로의 카리스마와 호아퀸 피닉스의 광기는 가고 없지만, ‘글래디에이터 2’는 여전히 거장 리들리 스콧의 영화이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콜로세움 리들리 리들리 스콧 검투사 막시무스 아들 루시우스

2024-11-24

[이 아침에] 남의 아들

점심시간에는 주로 직장 동료들과 세상 사는 얘기를 한다. 머리 아픈 업무 문제를 토론하는 것보다 더 흥미롭다. 동료인 중국인 3세, 재키는 아들이 하나 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말 없고 온순하던 리키가 고등학생이 되더니 완전히 변했다. 감수성이 예민한 외아들에게 찾아온 사춘기는 모든 가족에게 아주 혹독했다. 십 대 중반에 자신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받고 싶어 하는 것까지 이해하겠는데, 문제는 저 자신도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데 있었다. 특히 아버지와 갈등이 잦았다.   한번은 리키가 아버지 차를 몰고 나가 친구를 만나고 새벽에 집으로 들어왔다. 아버지가 출근하려고 시동을 걸자, 차에 개스가 없다는 불이 들어왔다. 아침에 두 남자의 고함을 뒤로한 채, 일을 나온 재키가 눈시울을 붉히면서 말한 사연이었다. 그날 손도 대지 않은 그녀의 점심은 곧장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리키는 고등학교 졸업식이 끝난 지 사흘 만에 기다렸다는 듯이 시카고로 떠났다. 그곳에서 친구와 자취하며 직장을 다니고, 전공을 두 번 바꾼 후에야 대학교를 졸업했다. 부모와 떨어져 독립해서 살면 만사가 해결될 줄 알았는데, 현실은 냉담했다. 그동안 두어 번 재키한테 연락해서 아파트 임대료를 내야 하니, 돈을 꿔달라고 했다. 많은 돈은 아니었다.   그사이 많은 직장을 전전했다. 어떤 사업체는 오버타임 일을 해도 시간 외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고, 회사가 망해서 월급을 받지 못한 적도 있었고, 일시 해고도 당했다.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몇 년을 지내더니, 사회성과 책임감을 배웠고, 제법 직장을 보는 안목도 생겼다.   이젠 엄마한테 직장에서 승진한 소식도 전하고 그전에 빌려 간 돈도 갚고 있다. 아버지와의 관계는 아직도 소원하지만, 크리스마스 때는 꼭 집에 와서 며칠씩 묵고 간다.   재키는 몸이 좋지 않아서 은퇴하고 싶지만 적어도 2년은 더 일해야 은퇴 후 생활이 안정될 것 같아 미루고 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리키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나 지금 풀타임으로 일하고 이 회사는 베네핏도 좋아. 이제 내가 생활비 대줄 테니, 그만 은퇴하세요.”   재키는 아들이 이렇게 돌아와 줘서 행복하다며, 더 바라는 것은 죄일 거라고 했다. 눈물을 글썽이면서 샌드위치를 먹는 그녀가 편안해 보였다.   오두막에 기쁨이와 슬픔이가 사는데, 둘이 번갈아 가며 집을 지킨다는 시가 있다. 슬픔이가 집에서 나갔는지 기쁨이가 들어왔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끝까지 아들을 사랑하며 기다려 준 친구가 자랑스럽다.   리키 같은 사람이 내 사위라면 좋겠다. 시월의 아주 멋진 날이었다. 이리나 / 수필가이 아침에 아들 고등학교 졸업식 직장 동료들 업무 문제

2024-11-05

[문예마당] 맛집 ‘삼세판’

  지난해 말 타지에 사는 아들네 다섯 식구가 성탄과 연말을 우리와 함께 보내겠다며 왔다. 아들 가족은 LA에 올 때면 맛집도 기대한다. 가까이 사는 딸이 동생 가족에게 한턱낸다고 해서 오전 붐비지 않을 시간에 LA한인타운의 한 식당을 찾았다. 항상 붐비는 식당이라 일행 중 네 명이 먼저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아직 정리는 되지 않았지만 다행히 양옆 테이블은 비어있었다.     일행이 11명이라 양쪽 두 테이블을 예약하려 했더니 종업원은 안된다는 것이었다. 오는 순서대로 앉는다는 이유였다. 곧 아들 가족이 들어왔지만 그 종업원은 멀리 떨어진 테이블로 안내했다. 바로 뒤이어 딸 가족도 왔는데 더 먼 자리였다. 남편은 종업원을 따라다니며 우리 옆자리를 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며느리의 얼굴색이 변하더니 화가 나서 어찌할 줄을 몰라 했다. 종업원이 남편에게 “안 된다”며 험악한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 양옆자리는 깨끗이 치워진 채 비어 있었다.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다. 모처럼 온 가족이 즐겁게 식사하려고 왔는데 난처했다. 며느리는 시아버지를 함부로 대하는 종업원에게 화가 나 어찌할 줄을 몰라 했다. 외식이란 가족들이 한자리에 앉아 이것저것 시켜서 서로 나누어 먹는 재미인데 뿔뿔이 떨어져서 먹으니 자연히 맛도 없었다. 자리가 부족해 그렇게 되었다면 이해할 수 있다. 고객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는 식당 규정이었다. 그 식당은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식당이 되어버렸다.     절대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 맛집을 또 가게 되었다. 보스턴에 있는 질녀 가족이 와 맛집을 고르라고 했더니 그 식당을 선택했다. 이번에는 으레 따로 앉을 각오로 갔더니 인원수를 물었다. 우리는 열 두 명이었다. 예쁜 여자 종업원이 친절하게 “조금만 기다려주면 자리를 잡아 주겠다”고 했다. 의외였다. 붐비는 저녁 시간이었는데도 조금 후 우리 일행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테이블로 안내했다.     대접하는 입장에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LA한인타운이 자랑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반찬과 밥은 일찍 나왔지만 주문한 메인 음식은 영 나오질 않았다. 나중에 알았는데 우리가 주문한 요리는 30분이 걸린다고 카운터 앞에 적혀 있었다. 그 시간이 그렇게 긴 줄 그때 알았다. 한참 만에야 메인 요리가 나왔다. 비주얼이 장난 아니었다. 갈비, 떡, 감자 등을 수복이 쌓아 올리고 그 위에 치즈까지 얹었다. 가스라이터로 불맛까지 내주는 게 아닌가.  맛집다웠다. 우리 일행은 “우와!”하며  즐거워했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있듯이 배가 고픈 데다가 그 맛집의 대표 요리다 보니 모두 흡족하게 밥을 모두 비웠다. 그런데 식사가 끝날 무렵 사위가 들어왔다. 따로 음식을 주문했다. 그런데 안된다는 것이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지금 시키면 30분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 시간까지 우리 테이블을 놓아둘 수 없다는 것이다. 이해가 되긴 했지만 당시 식당에는 빈 테이블이 많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사위가 주문하려던 음식은 조리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었다. 식당 문 닫을 시간이 가까워 그러느냐고 했더니 그것도 아니란다. 무조건 안 된다고 했다.     납득할만한 설명도 없이 종업원은 무조건 거절했다. 식당 내부가 너무 시끄러워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였지만  맛집이라는 이유로 참았는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또 실망감을 줬다. 계산하는 딸에게 얼마나 나왔느냐고 물었더니 예상외로 금액이 많았다. 딸은 인원도 많고 해서 팁을 많이 주었다고 했다. 사위의 추가 식사 주문을 이유 없이 거절한 종업원에게 오히려 팁을 많이 줬다고 하니 화가 날 정도였다. 팁이란 고객이 종업원의 서비스 만족도에 따라 주는 것 아닌가. 사위는 한사코  간식을 먹어서 괜찮다고 했지만 미안하고 속이 상했다. 손녀는 아빠 준다고 깨끗이 남긴 음식을 투고 박스에 담고 있었다.아무리 소문난 맛집이라고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두 번째 방문에서도 씁쓸한 기분으로 식당을 나섰다.   시간이 흘러 어느 날 며느리와 파마를 하러 갔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끝이 났다. 너무 배가 고팠는데 며느리가 지난번 갔던 맛집이 가까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또 그 집을 들어갔다. 시장하던 차라 둘이 정신없이 식사했다. 이번에는 다행히 별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밥값 계산을 하며 영업시간을 물었더니 ‘24시간 오픈’이라고 했다. 난 깜짝 놀라 두 번째 방문 때 얘기를 하면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다. 매니저라는 그분은 그럴 리가 없다면서도 미안하다고 했다. 결국 세 번째 가서야 기분 좋게 밥을 먹은 셈이다.     매니저는 음료수까지 들고 따라 나왔다. 한국 속담에 ‘삼세판’이란 말이 있다. 한번 경험으로 누구를 판단하는 것은 경솔한 행동이다. 적어도 세 번은 겪어 봐야 평가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음식 맛도, 분위기도 좋은 그 맛집이 고객을 기분 좋게 하는 친절도 함께 내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영희 / 수필가문예마당 삼세판 맛집 여자 종업원 양옆 테이블 아들 가족

2024-10-31

[열린 광장] ‘출필고, 반필면’ (出必告, 反必面)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어디 있어요?” 아내의 날카로운 목소리다. 내가 집을 나온 지 거의 두 시간이 되었다. 쇼핑 나온 사람은 시간이 빨리 가고,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시간이 더디 가게 마련이다. 아내는 요즘 내가 운전하다 사고라도 내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신없이 쇼핑하다 깜빡 잊고 아내에게 전화하지 못했다. 어려서부터 할아버지로부터 ‘떠날 때는 반드시 말하고, 돌아오면 반드시 보고하라(出必告, 反必面)’는 것을 귀가 따갑도록 교육받은 사람이…. 요즘은 휴대전화 시대니 늦어지면 중간보고도 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출필고, 반필면’과 중간보고를 부탁했다. 두 딸은 말을 잘 들었다. 어디를 다녀오면 재미있게 설명해 준다. 부모들은 ‘다녀왔습니다’라는 말 이외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한다. 그런데 아들은 나를 닮아 말이 별로 없는 편이었다.  아들은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대학에 다녔다. 언젠가 여름 방학에 집에 온다고 했다. 친구 차에 동승하고 아침 9시에 출발한다는 전화가 왔다. 아무리 늦어도 오후 5시쯤에는 오렌지카운티에 도착해야 했다. 그런데 밤 11시가 되어도 오지 않았다. 분명 큰 사고가 났다고 생각했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이라 안절부절못했다.   가주 고속도로 순찰대 (CHP) 새크라멘토 본부에 전화해 사정 이야기를 했다. 다행히 그날 5번 도로에서 대형 자동차사고는 없었단다. 자정이 지나서 아들이 도착했다. 5번 도로 대신 해안 도로를 따라 내려오느라 늦었다는 것이다. 공중전화로 늦는다고 알려라도 줄 것이지….   몇 년 후 그 아들이 하와이 큰 섬으로 신혼여행을 갔다. 와이미아 호텔에 도착하는 대로 전화를 한다고 했는데, 아무 소식이 없었다. 히로 공항에 내려서 와이미아로 가던 도중 차 사고가 있었나, 도로 옆 절벽으로 굴러떨어졌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히로 경찰서로 전화했다. 히로와 와이미아 사이에서 한 건의 차 사고도 없었다며 나를 안심시켰다.   그로부터 한 시간 후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당신 아들과 신부의 행방을 찾는 데 성공했습니다. 방금 와이미아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중간에 몇 군데 들려서 사진을 찍느라고 늦었다고. 내가 미리 겁을 먹었던 것이다.   요즘은 아들이 한 주에 한 번은 안부 전화를 하거나 집으로 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대화를 나눈다, 그도 자식을 낳아 키워보니 무슨 깨달음이 있었나 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부모 자식, 그리고 부부간에도 ‘출필고, 반필면’은 지켜야 할 예의범절이다. 늦으면 늦는다고 중간보고도 해야 한다.     여러분 가정에서는 이 예의범절이 잘 지켜지고 있습니까?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 광장 휴대전화 시대 안부 전화 당신 아들

2024-10-21

생일파티 가려던 여성, 참수된 채 발견…체포된 범인은 아들

애리조나주의 한 가정집에서 자신을 위한 생일파티에 갈 준비를 하던 여성이 참수된 채 발견됐다. 수사 결과 체포된 범인은 피해자의 아들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FOX11 방송에 따르면 사건은 애리조나 글렌데일 지역의 가정집에서 9월 27일 발생했다. 피해자의 가족들은 이날 자정 무렵 테레사 데헤수스 크루즈 루비오(49)가 그의 집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신고했다.     가족들은 피해자를 위한 깜짝 생일 파티를 준비했고 오후 3시 40분쯤 모이기로 한 장소에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고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걱정된 가족은 피해자의 집을 찾았고 참수된 시신을 발견했다”고 했다.   경찰은 피해자의 아들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가 용의자인 것으로 파악, 그를 9월 28일 새벽 2시 40분쯤 체포했다. 곤잘레스는 사건 당일 오후 5시쯤 어머니의 차를 몰았고 어머니의 휴대폰으로 가족들에 전화를 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알레한드로가 심문 과정에서 부엌칼로 어머니를 여러 차례 찌른 후 참수했다고 시인했다”고 설명했다.   알레한드로는 1급 살인 혐의를 받고 있으며 마리코파 카운티 구금 시설에 수감돼 있다.   살해 동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온라인 뉴스팀생일파티 참수 사건 살인 부모 아들 부엌칼

2024-10-01

‘고바우’ 집 아들 최고급 식당 연다

  40여년 전통 한식당 업주의 아들이 LA한인타운 인근에 파인다이닝을 연다.     주인공은 전통 한식당 ‘고바우’ 백금인 사장의 아들 브라이언 백(사진) 셰프다.   백 셰프는 내년 초 웨스턴과 멜로즈 애비뉴 모퉁이에 현대식 해산물 파인다이닝 ‘코리도어109(Corridor 109)’를 오픈한다고 3일 이터(EATER)지가 밝혔다.     1983년부터 41년간 변함없는 맛을 유지해온 아버지의 미각을 물려받은 백 셰프는 그간 차이나타운에서 팝업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실력을 입증한 끝에 이번에 정식으로 레스토랑을 연다.     레스토랑이 위치할 곳은 한인타운 웨스턴 애비뉴의 구 가구 거리다. 한인타운에서 식당 비즈니스를 하는 부모와 함께 수년간 오간 익숙한 길이다.     백 셰프는 “주차 여건이 좋고, 지나치게 상업화되지 않은 지역”이라며 “이 길에는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많이 있기 때문에 (식당을 하기에) 적절한 느낌”이라고 위치 선정 이유를 전했다.     현재 웨스턴 길에는 신흥 갤러리 등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이 지역은 뉴욕과 같은 ‘제2의 소호 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본지 4월3일자 A-1면〉   지난 2020년 LA로 오기 전 백 셰프는 뉴욕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일레븐 매디슨 파크’와 ‘셰프즈테이블 앳 브루클린 페어’, 고급 스시 오마카세 ‘스시 노즈’ 등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하지만 그도 처음엔 부모의 식당 한켠에서 시작했다. 고바우(109호)의 숨겨진 측면 입구로 매장에 들어올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이름을 ‘코리도어109’로 지었다. 백 셰프는 지난 2021년 12월 말 여전히 팬데믹이었을 당시 팝업 레스토랑을 열고 매주 월요일만 한정해 소수의 손님을 받았다. 당시 한국과 일본에서 직접 공수한 제철 해산물로 만든 흥미로운 요리들로 주목을 받았다. 이어 지난해 1월 차이나타운 ‘파 이스트 플라자’몰에서 식탁 몇 개를 놓고 팝업을 열었다.   일주일에 단 사흘만 운영했다. 화요일과 금요일에는 일본에서 제철 생선을 받았다. 수·목·토 저녁에만 손님을 받는 식이었다. 하루에 8명의 손님만 받았다.   메뉴는 대부분 고바우 식당에서 부모 일을 도왔던 경험을 살려 발전시켰다. 겨울철 더 기름진 생선살을 고려해 숯불의 은은한 향을 더한 시그니처 요리인 이와시(정어리) 토스트와 풍미 깊은 가다랑어를 곁들인 페스토 스파게티, 풍부한 식감을 자랑하는 던지니스 게살을 이용한 게살스프 등은 인기 요리였다.       이번에 정식으로 오픈하는 코리도어109는 팝업 매장 때와 마찬가지로 8~10석 정도 소규모로 운영된다. 파인다이닝의 가격은 1인당 275달러다. 여기에 커뮤니티 공간도 고려해 ‘바109’라는 칵테일 및 와인 바도 함께 운영한다.     백 셰프는 “커뮤니티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커뮤니티의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며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장소가 되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바 109는 주 6일 이른 저녁부터 자정까지 영업한다.   백 셰프는 내년 초 정식 오픈 전까지 차이나타운에서 팝업 레스토랑을 계속 운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예약은 웹사이트(exploretock.com/corridor109)를 통해 할 수 있다.     한인타운에서 자란 그는 지금껏 해온 것처럼 재료 고유의 순수성을 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백 셰프는 “최고의 재료를 구하고, 최상의 기술을 적용하며 음식을 중심에 두고 손님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나의 유일한 목표”라고 말했다.  장수아 기자 [email protected]아들 타운 la한인타운 인근 그간 차이나타운 정식 오픈

2024-09-04

10대 한인 뇌사 사망…경찰 수사 답보 상태

무차별 폭행을 당한 뒤 뇌사 판정을 받고 숨진 한준희씨의 화장이 지난 21일 진행됐다.   한씨는 지난달 23일 LA 한인타운 길거리에서 뇌출혈 증세를 보이며 쓰러진 뒤, 뇌사 판정을 받고 지난달 25일 사망했다. 〈본지 8월 15일자 A-1면〉 숨지기 일주일 전, LA 한인타운에서 당한 무차별 폭행이 뇌출혈의 원인이라는 유가족의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경찰은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관련기사 대낮 타운서 무차별 폭행…10대 한인 뇌사 결국 사망 현재 경찰은 증언과 제보 등에만 의존하고 있다 보니 수사는 답보 상태에 빠져있다.   21일 부친 크리스 한씨는 아들 화장 이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에서 당시 아들의 동선을 확인 중인데 CCTV 영상으로는 파악이 안 돼 아들의 휴대폰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LA경찰국(LAPD)은 현재 지난달 18일 한준희씨가 당한 무차별 폭행의 세부 경위를 파악 중이다. 이를 위해 현재 LA경찰국(LAPD) 서부지부 살인과 형사 3명이 한씨의 폭행 전후 동선을 추적하고 있지만 아직 CCTV 영상 등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토니 임 LAPD 공보관은 “현재 해당 사건은 ‘미분류 사망(Undetermined Death)’ 사건으로 지정돼 있다”며 “검시보고서 결과에 살인 사건 전환 여부가 달려있다”고 전했다. 부친 한씨는 “LA카운티검시국이 1차 검시 때 혈전에 따른 뇌 손상의 원인을 폭행으로 보고 있었다”며 “검시국 측에서 아들의 사망을 살인 사건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 당시 한준희씨가 이송된 병원의 대응 방식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부친 한씨는 “지난달 23일 새벽 2시 30분쯤 아들이 자가 호흡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굿사마리탄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며 “그 상황에서 병원 측은 인공호흡기 대신 진정제를 투여해 아들을 재웠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진행하고 결과가 나오는 데 무려 12시간이나 걸렸다”고 덧붙였다.   유가족에 따르면 굿사마리탄 병원 측은 검사 결과를 토대로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당장 수술을 집도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한씨는 “굿사마리탄 병원에서 위티어 지역의 PIH 헬스 병원으로 아들을 보냈다”며 “위급한 상황 속에서 주변 대형 병원 대신 위티어까지 보내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유가족에 따르면 굿사마리탄 병원으로부터 수술 필요 통보를 받은 건 이 날 오후 2시 30분이다. 이후 오후 5시 30분이 넘어서야 위티어 PIH 헬스 병원의 중환자실 입원 수속을 마쳤다. 부친 한씨는 위급한 상황에서 아들의 수술이 신속히 진행됐다면 생존 가능성이 더 높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사건의 용의자와 피해자 모두 유색 인종이라는 이유로 주류 언론의 보도가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로인포스먼트투데이(Law Enforcement Today)가 21일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흑인인 폭행 용의자와 한인인 한씨의 인종이 달랐더라면 이번 사건이 더 광범위하게 보도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준희씨는 뇌사 판정 후 장기기증을 했다. 김경준 기자무차별 한인 무차별 폭행 아들 사망 한씨 사망

2024-08-21

[문예마당] 우리 어머니

옛날 옛적 어머니는   산 쌓이고 강 쌓이고 들에 쌓인   고요한 시골의 나라에서     먼 하늘 바라보며     꿈꾸며 살아오시고         아버지를 만나시고 아들들만 낳아서     주위에 부러움 사고 아버지께 사랑받고   아들들 건강하게 잘 키우시며     보람 느끼시던 우리 어머니       이제는 또 아들 덕에 미국 구경 하신다며   마음 부풀어 고대하며 손꼽아 기다리셨는데   날벼락도 유분수지     멀리 있는 아들에 소식 한번 말 한마디 없이     갑자기 쓰러지셔 눈만 감고 계시니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우리 어머니         이 미련한 아들은 우리 어머니가     천년만년 사실 줄만 알았고   우리 어머니에게 바칠 효도는   천년만년 남은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쓰러지시고 아무 말씀도 없으시다가   끝내 저 하늘 저세상으로 떠나시니   하늘이 무너지고 억장이 무너지는     이 아들의 찢어지는 마음은 어떡합니까 우리 어머니       불효자의 한은     이 세상에서는 풀 길이 없고   이 아들 육신의 효도는     천년만년 다 하여도 풀 길이 없는데       그러나 하늘나라 저 천국에서 편히 계실 것을   안심하고 믿음으로 기다립니다   부디부디 영생 복락 누리고 계시옵소서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이창수 / 시인문예마당 어머니 우리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아들 육신

2024-08-15

반백년 전통의 갓 튀킨 ‘오늘통닭’ LA 상륙

K치킨 열풍을 타고 반백 년 전통의 ‘오늘통닭’이 미주지역에 상륙했다.     지난달 30일 창업 47주년을 맞이하는 오늘통닭이 LA한인타운 웨스턴 길과 6가 인근에 정식 오픈했다.     미주시장 1호점(대표 정운재) 오픈에 맞춰 창업주 손영순 회장이 LA를 방문했다.     손회장은 통닭의 달인으로 불린다. 월급날 아버지들이 퇴근길에 통닭 한 마리를 사오던 1977년. 그는 ‘삼성 통닭’으로 현재 수유리 본점 건물 1층 7평 매장에서 테이블 5개로 시작했다. 그는 한 살이었던 아들 김종현(현 오늘통닭 대표)씨를 업고 닭을 튀기고 손님상에 내놨다.     그 당시 통닭 한 마리 가격은 750원. 곧 수유리 일대에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겉바속촉’ 통닭으로 입소문이 났다. 서울을 넘어 경기도 인근에서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입주 건물 1층 맨 끝 목이 좋은 도로변 매장을 목표로 모든 수익을 투자해 매장 한 개씩 사들였다. 1997년, 장사를 시작한 지 20년 만에 3층 건물주가 됐다. 현재 오늘통닭의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는 수유리 본점은 이렇게 47년째 한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2009년 손 회장 아들 김종현 대표가 대현푸드빌을 설립해 2대 경영이 시작됐다.     회계학을 전공한 김 대표가 경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2021년에 해썹(HACCP) 인증 공장도 설립했다. 이때 노포에서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몸집을 키웠다.     가맹점 사업은 오래된 고객과 직원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2002년 삼성 통닭으로 프랜차이즈 등록이 안 돼 ‘오늘통닭’으로 변경했다. ‘오늘도 먹고 싶은 통닭’에서 착안했다.     현재 월평균 가맹점 가입 수가 5~6개로 100여개를 돌파하는 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3대 걸쳐 누적된 고객에 ‘겉바속촉’ 맛과 MZ세대의 할매니얼 트렌드로 연 매출 300억원(약 2200만 달러) 이상의 중견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블루리본 서베이 2024 맛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경영을 김 대표에게 맡기고 손 회장은 수십 년 된 통닭 전통 맛과 신메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반백 년 전통을 지키는 비결로 ▶47년 동안 변하지 않는 맛 ▶24시간 야채 숙성 염지 ▶한국산 마늘 등 100% 신선 재료 ▶매일 새로운 기름 사용 ▶두 번 튀기는 겉바속촉의 맛 등을 꼽았다.     오늘통닭 마니아들의 한 줄 평은 ‘육즙보존’이다. 더하면 ‘은은한 마늘향’이다.     마늘향 비법은 손 회장 어머니의 조리법에서 나왔다. 고향 전라남도 장성에서 어머니는 늘 돼지고기를 마늘, 양파 등 야채 숙성을 거쳐 조리했다.     여기서 손 회장이 착안해 오늘 통닭의 모든 통닭은 마늘, 양파 등에서 24시간 야채 숙성을 거친다.     손 회장은 “음식에 대한 진심과 정직으로 지난 47년간 ‘본질의 맛’을 고수했다”며 “메뉴가 30개가 넘어도 1977년 오리지널 통닭이 여전히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미주지역 1호점에서는 한국산 마늘로 숙성하고 손 회장이 개발한 특제 파우더를 얇게 발라 두 번 튀겨낸 ‘오늘통닭 1977’ 등 20개 메뉴에 런치 스페셜 메뉴가 추가된다.     ▶문의: (213)375-7001   이은영 기자오늘통닭 손영순 현재 오늘통닭 회장 아들 창업주 손영순

2024-07-31

마약왕 ‘엘차포’ 아들 등 세계 최대 마약조직 수뇌부 2명 체포

 세계 최대 마약 밀매 조직의 하나로 꼽히는 멕시코 ‘시날로아 카르텔’의 수뇌부 2명이 미국 사법당국에 체포됐다고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텍사스 지역 언론들이 25일 보도했다. 연방법무부는 이날 시날로아 카르텔의 수장인 이스마엘 삼바다 가르시아(76)와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 로에라(일명 엘차포)의 아들 호아킨 구스만 로페스를 붙잡았다고 발표했다. 미 사법당국의 수배를 받아온 두 사람은 전용기를 타고 텍사스주 엘 파소에 왔다가 체포됐다. 당국이 이들을 유인하는 작전을 세웠고 여기에 구스만 로페스가 협조해 삼바다 가르시아를 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은 삼바다 가르시아에 대해 1,500만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시날로아 카르텔은 멕시코를 넘어 미국과 중남미, 유럽 등지에 마약을 유통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에서 큰 사회적 문제가 된 '좀비 마약' 펜타닐의 대표적인 공급 조직으로 꼽힌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P)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에서 펜타닐을 비롯한 합성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자는 총 56만4천명에 달한다. 연방수사국(FBI)과 마약단속국(DEA), 국토안보수사국(HSI)은 수년간 시날로아 카르텔의 수뇌부를 추적해왔다. ‘엘마요’로 알려진 삼바다 가르시아는 엘차포와 함께 시날로아 카르텔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엘차포는 멕시코에서 수감생활을 하다가 2017년 미국으로 인도돼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엘차포의 아들 구스만 로페스는 아버지가 미국에 송환된 이후 다른 세 형제와 함께 조직의 수뇌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형제 가운데 오비디오 구스만 로페스는 지난해 멕시코에서 체포돼 미국으로 송환됐으며 현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메릭 갈런드 연방법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펜타닐은 미국이 직면한 가장 치명적인 마약 위협이다. 법무부는 우리 지역사회에 독을 넣은 모든 카르텔 수장, 조직원, 연루자에게 책임을 물을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혜성마약조직 마약왕 아들 구스만 아들 호아킨 시날로아 카르텔

2024-07-30

[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이카루스의 역설

그리스 신화에 이카루스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의 아버지는 질투심에 조카를 죽인다. 이카루스는 살인을 저지른 아버지와 함께 크레타 섬으로 쫓겨간다. 크레타 섬에 갇히게 된 이카루스와 그의 아버지는 함께 자유를 향한 탈출을 꿈꾸게 된다. 하지만 섬 주위에는 감시의 눈초리가 심했다. 그러자 이들 부자는 공중으로 날아서 탈출하고자 하는 꿈을 꾸게 된다.     아버지는 조심스럽지만 이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큰 새들의 깃털을 모으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깃털들을 밀랍으로 붙여서 날개를 만든다. 이카루스의 아버지는 원래 솜씨가 좋은 건축 기술자였다. 날개를 완성하자 그는 아들 이카루스에게 바다와 태양의 중간을 적당히 유지하면서, 너무 높지도 않게, 그리고 너무 낮지도 않게 조심해서 비행하라고 충고한다. 욕심을 버리고 중용과 절제를 하라는 충고였던 것이다.   드디어 이카루스는 완성된 날개를 달고 섬에서 탈출을 감행한다. 날기에 성공한 이카루스는 점점 높이 날아 올라간다. 한번 날 수 있어지자 섬을 탈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점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어졌던 것이다. 그는 태양까지 가고 싶어졌다. 이카루스가 점점 태양에 가까워지자 밀랍이 녹아버려서 그는 결국 떨어져 죽게 된다. 이카루스는 밀랍 날개 덕분에 날 수 있었지만, 동시에 그 밀랍 날개가 녹아서 죽은 것이다.   잘 나가던 연예인이나 정치가가 하루 아침에 인기와 영향력을 잃고 추락하는 것을 보게 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로 자신을 그곳까지 가게 한 성공의 이유 때문에 추락하는 경우가 많다. 한때 잘나가던 기업들이 잘못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대부분의 경영학자들은 기업이 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현대 경영학에서는 기업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환경 적응능력’을 꼽는다. 기업이 환경에 적응해서 빨리 변화할 수 있느냐 여부가 생존에 필수라는 것이다.   시작할 때, 규모가 작았던 기업은 아주 신속하게 환경의 변화에 대처해 간다. 하지만 점점 덩치가 커지면서 환경의 변화에 둔감해지다가 결국은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구체화한 사람이 바로 캐나다인 경영 컨설턴트인 데니 밀러(Danny Miller)라는 사람이다. 밀러는 1990년 〈이카루스의 역설(Icarus Paradox)〉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잘나가던 기업들이 잘못되는 이유는 그들이 ‘경험이라는 렌즈’를 통해서만 현재와 미래를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자신의 성공에 지나치게 집착함으로써 현재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데니 밀러는 이것을 ‘이카루스의 역설’이라고 부른 것이다. 나는데 성공하니까 새롭게 변화하지는 않고 계속 높이 오르기만 하다가 떨어져 죽은 이카루스를 예로 든 것이다. “이건 내가 해봐서 알아”라고 주장하는 꼰대들에게 경험은 커다란 자산이다. 하지만 환경이 변하고, 사람이 변하고 세상이 변했다. 경험은 아주 중요한 자산이지만, 세상을 경험이라는 렌즈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경험은 정답이 아니다. 그저 아주 유용하고 생생한 참고 자료일 뿐이다.     이미 꼰대가 되어버린 나 자신에게 충고한다. ‘젊은 세대가 묻거나 필요로 할 때만 경험을 이야기 하라. 그리고 환경이 변했으니, 나의 경험은 그저 참고만 하라는 이야기를 잊지 마라.’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이카루스 역설 아들 이카루스 환경 적응능력 밀랍 날개

2024-07-25

‘마처’ 세대의 대책은 ‘다쓰죽’!

 ‘마처’ 세대란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를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마처 세대는 이중 부양의 짐을 어깨에 맨 채 은퇴하지 못하는 1958년 전후로 태어난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 세대에 속하는 인구는 약 900만 명으로 호황기와 불황기를 모두 경험한 세대이지만 여전히 경제활동을 계속해야만 하는 세대입니다. 이 세대는 전후세대(戰後世代 / Post-War Generation)에 속합니다. 전후세대는 6.25 전쟁과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에 태어나고 자란 세대를 일컫는 말입니다. 전후세대를 베이비붐 세대라고도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1950~1960년에 태어난 세대를 말합니다. 58년생들이 대학교에 입학했던 1977년도 대입 시험이 광복 이후 최다 학생들이 응시해 역대 최고의 경쟁률을 나타냈습니다. 모든 제도의 테스트는 58년 개띠부터였다는 말이 있습니다. 콩나물 교실, 본고사가 면제된 첫 ‘뺑뺑이’ 세대, 고교평준화제도, 경쟁자로 가득했던 77학번, 국민교육헌장, 10월 유신, 긴급조치, 교련실기대회, 올드팝 등이 58년 개띠들이 겪은 시대를 읽는 문화 코드였습니다. 친구의 조카 58년생인 W는 새벽에 대리운전 일을 합니다. 가족(4인)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W는 대출금, 월세, 식비, 아들의 대학원 등록금까지 오롯이 자신의 몫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대기업 다니다가 조기 퇴직하고 식당을 차렸다가 망했습니다. 그는 나이 제한 없이 고생하는 만큼 일하는 직업을 구해야 했습니다. 그는 ‘지금 열심히 사는 수밖에 없고 노후를 생각할 형편조차 되지 않는다!’ 라고 말합니다. 맞벌이하는 아들 부부의 손자를 떠안게 된 58년생 친구의 여자 조카 A는 아침마다 아이들을 깨워 아침밥을 먹여 등교 시키는 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들이 수고비를 주지만 부족하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26년 동안 집에서 모셔온 시어머니도 여전히 그녀와 남편이 부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다니던 직장의 월급으로도 모자라 주말에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처 세대에 대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대책 중에서 가장 상위에 드는 개념이 ‘다쓰죽’입니다. ‘다쓰죽’이란 말은 ‘다 쓰고 죽어라!’의 줄인 말로 책의 제목입니다. 부제목은 ‘얼마를 벌 것인가 보다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라!’입니다.     이 책은 미국의 대표적인 재무 설계사이자 라이프 코치인 스테판 폴란과 공저자인 마크 레빈이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수많은 사람들을 컨설팅하면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면 살아 있는 동안 안정적으로 그리고 여유 있게 일과 가정을 지키면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4가지 경제 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지금 당장 사표를 써라.’ 이것은 실제로 회사를 그만두라는 말이 아니라 바로 이 순간부터 현실적인 수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유인이 되라는 의미입니다. 두 번째는 ‘현금으로 지불하라.’ 이것은 21세기에 파산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세 번째는 ‘은퇴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즉 65세면 정년이라는 인위적인 한계를 정해서 자신이 지닌 사회적 능력을 일찍 포기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다 쓰고 죽어라!’ 이 말은 쓸 돈 없이 궁색하게 살라는 뜻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자신과 가정을 지킬 수 있도록 치밀하게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되 죽을 때 자녀들에게 유산을 남길 때에는 신중을 기하라는 의미입니다. 서울신문 노주석 논설위원은 다음과 같은 마처 세대의 처세법을 제시했습니다. 첫째는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 용돈을 줄 것, 둘째는 자녀교육과 혼사에 재산을 올인 하지 말 것, 셋째는 제2의 직업을 찾을 것, 넷째는 배우자나 친구와 함께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가질 것 등이었습니다.      애틀랜타에서 목회해오다 은퇴한 친구가 은퇴하기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시무했던 교회의 Y장로님은 아들이 부모를 모시겠다고 하면서, 부모가 살고 있는 집과 아들이 살고 있는 집을 팔아 큰집을 사서 함께 살자고 하더랍니다. 장로님 생각에 그렇게 하면 생활비도 절약되고 손자들과 놀기도 할 것 같아 아들과 함께 살기로 했답니다. 처음에는 아들이 용돈을 주어 좋았는데 점점 액수가 줄어들더랍니다. 손자들도 학교에 다니고 저녁에는 학원에 가니 만날 시간도 없더랍니다. 나중에는 냉장고 문을 열 때 며느리의 눈치가 보이더랍니다. 장로님은 잘 못 생각했다고 엄청 후회를 했다고 합니다. 마처 세대의 부모들은 자녀들을 위해 많은 고생을 했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은연중 큰 것은 아닐지라도 음식이나 선물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자녀들이 사주기를 기대하지 말고 본인이 자유롭게 음식점에 가서 먹고, 원하는 물건을 사는 것이 좋은 대책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천합니다. 목회칼럼 / 에콰도르 임동섭 선교사마처 에콰도르 마처 세대 아들 부부 대학원 등록금

2024-06-21

“7명 무장경관이 한 명 제압하려 총 쐈나”…‘경찰 총격에 아들 사망’ 양민 박사 인터뷰

경찰 총격에 사망한 한인 남성의 유가족은 숨진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성토하고 있다.     고인의 아버지는 LA 대학 진학 컨설팅업체 대표 양민(65) 박사다. 양 박사는 LA경찰국(LAPD) 측의 발표가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경찰의 과잉진압을 지적했다.   지난 3일 양 박사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마음이 찢어지고 허망하다”라고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그는 경황이 없는 와중에 LAPD 공보실이 트위터를 통해 발표한 내용을 보고 더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양 박사는 “아들이 칼로 무장했었다는 발표가 이해가 안 된다”며 “경찰이 돌아가고 저녁에 집에 다시 들어왔을 때 없어진 칼은 하나도 없었다. 당시 아들이 소지한 칼은 더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총성 2시간 만에 부모에게 아들 죽음 알려…경찰 총격 시간대별 재구성 “납득할 수 없은 일”…철저한 수사 요구   이날 집에 올라간 경찰이 곧 아들을 데려와 병원으로 가는 구급차에 앉힐 거라 생각했지만, 돌아온 건 아들의 사망 소식이었다.   양 박사는 “경찰이 올라간지 불과 30분도 안 돼서 총성과 함께 아들의 비명이 들렸다.  ‘고무총을 쐈나’라고 생각했지 실총이라곤 생각도 안 했다”며 “하지만 점점 상황이 이상해지는 걸 느꼈다. 폴리스 라인이 쳐지길래 무슨 일이냐 물었는데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았고 들어올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양 박사는 이상한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얘기했다.   그는 “경찰 7명이 남성 한 명을 제압하지 못해 총을 쏜 게 말이 되나”라며 “거기다 총소리가 난 게 정오쯤인데 30분도 더 넘어서 구급대원이 도착했다. 과연 아들을 살리려는 생각이 있었던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던 아들은 지난 3년 동안 상태가 호전되고 있었다고 양 박사는 전했다.   그는 “오래 사귄 여자친구가 옆에서 많이 도와줘서 괜찮았었지만 지난 4월 들어 힘든 기색을 보이며 매일 기도와 성경을 읽으며 버틴다고 얘기해줬다”며 “사건 전날도 본인 집에 가면 아픈 친구(자신)가 있어 가기 싫다며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며 우리와 함께 있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의 병이 그렇게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다. 아들을 병원에 보낸 적은 지난 10년 동안 2~3번 정도뿐”이라며 “아무리 패닉인 상황이라도 부모한테 폭력적인 행동을 보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양 박사는 “평생을 본인의 아픔과 싸우다 나이 40에 접어들며 이제 좀 서로에게 평화가 찾아오려나 했는데 이렇게 갈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어릴 적 길거리에 새가 죽으면 눈물을 터트릴 만큼 여렸던 아이다. 쾌활하고 착한 심성에 다른 사람에게 해 끼치는 것도 싫어했다”고 아들을 기억했다.   오랜 세월 교육계에 몸담았던 양 박사는 “(아들 이야기가) 좋은 소식이 아니라 주위에 알리진 않았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도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고 싶어 열심히 일했고, 내 아이에게 못다 해준 것 전해주는 마음으로 다른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용이를 키웠다고 생각하지만 지금보면 용이가 우리를 키운 것 같다. 이제 용이가 편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3일 LA카운티 검시국은 LA한인타운 포플렉스(4plex)에서 경찰 총에 맞아 숨진 정신질환 한인 남성의 신원을 양용(40)씨라고 밝혔다. LAPD는 4일 성명을 통해 "양씨와 여러 차례 대화를 시도했고 집에서 나올 것을 권유했었다"며 "양씨는 이를 거부했고 경찰은 거실에서 칼을 들고 있는 양씨를 목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은 "잠시 후 양씨가 경찰을 향해 다가왔고 경찰 총격이 발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성명에서 "양씨는 총격을 받고 칼을 떨어뜨렸고, 경찰은 현장에서 6인치 정도의 칼날이 달린 11인치짜리 부엌칼을  회수했다"고 전했다.   장수아 기자 [email protected]인터뷰 박사 박사 인터뷰 아들 이야기 경찰 총격

2024-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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