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한인 뇌사 사망…경찰 수사 답보 상태
무차별 폭행 피해 한준희씨 화장
경찰 수사 증언·제보에만 의존
유가족 “병원 늑장 대응도 문제”
한씨는 지난달 23일 LA 한인타운 길거리에서 뇌출혈 증세를 보이며 쓰러진 뒤, 뇌사 판정을 받고 지난달 25일 사망했다. 〈본지 8월 15일자 A-1면〉 숨지기 일주일 전, LA 한인타운에서 당한 무차별 폭행이 뇌출혈의 원인이라는 유가족의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경찰은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경찰은 증언과 제보 등에만 의존하고 있다 보니 수사는 답보 상태에 빠져있다.
21일 부친 크리스 한씨는 아들 화장 이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에서 당시 아들의 동선을 확인 중인데 CCTV 영상으로는 파악이 안 돼 아들의 휴대폰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LA경찰국(LAPD)은 현재 지난달 18일 한준희씨가 당한 무차별 폭행의 세부 경위를 파악 중이다. 이를 위해 현재 LA경찰국(LAPD) 서부지부 살인과 형사 3명이 한씨의 폭행 전후 동선을 추적하고 있지만 아직 CCTV 영상 등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토니 임 LAPD 공보관은 “현재 해당 사건은 ‘미분류 사망(Undetermined Death)’ 사건으로 지정돼 있다”며 “검시보고서 결과에 살인 사건 전환 여부가 달려있다”고 전했다. 부친 한씨는 “LA카운티검시국이 1차 검시 때 혈전에 따른 뇌 손상의 원인을 폭행으로 보고 있었다”며 “검시국 측에서 아들의 사망을 살인 사건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 당시 한준희씨가 이송된 병원의 대응 방식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부친 한씨는 “지난달 23일 새벽 2시 30분쯤 아들이 자가 호흡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굿사마리탄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며 “그 상황에서 병원 측은 인공호흡기 대신 진정제를 투여해 아들을 재웠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진행하고 결과가 나오는 데 무려 12시간이나 걸렸다”고 덧붙였다.
유가족에 따르면 굿사마리탄 병원 측은 검사 결과를 토대로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당장 수술을 집도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한씨는 “굿사마리탄 병원에서 위티어 지역의 PIH 헬스 병원으로 아들을 보냈다”며 “위급한 상황 속에서 주변 대형 병원 대신 위티어까지 보내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유가족에 따르면 굿사마리탄 병원으로부터 수술 필요 통보를 받은 건 이 날 오후 2시 30분이다. 이후 오후 5시 30분이 넘어서야 위티어 PIH 헬스 병원의 중환자실 입원 수속을 마쳤다. 부친 한씨는 위급한 상황에서 아들의 수술이 신속히 진행됐다면 생존 가능성이 더 높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사건의 용의자와 피해자 모두 유색 인종이라는 이유로 주류 언론의 보도가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로인포스먼트투데이(Law Enforcement Today)가 21일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흑인인 폭행 용의자와 한인인 한씨의 인종이 달랐더라면 이번 사건이 더 광범위하게 보도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준희씨는 뇌사 판정 후 장기기증을 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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