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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양력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는 달이다. 우리 인류는 얼마 전에 이미 달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런데 달까지 가기 위해서는 우선 날 수 있어야 하지만, 그저 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력가속도를 이기고 우주 공간으로 솟아야 하는데 비행기나 열기구로는 턱도 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로켓 추진 엔진이다. 초속 11.2km로 솟구쳐야 지구 중력을 이기고 우주로 벗어날 수 있는데 이를 지구 탈출 속도라고 한다. 참고로 소리의 속도는 초속 0.34km이고 이를 마하 1이라고 하니 꼭 그렇지는 않지만, 계산상 지구 탈출 속도는 마하 33은 돼야 하고 그런 속도를 내려면 엄청난 연료가 필요할 것이며 그 무게 또한 상당할 것이다.     인간은 태초부터 하늘을 동경했다. 종교를 갖기 시작했을 때 하늘에는 전지전능한 하느님이 살고 천사들이 하느님을 보좌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상상했던 천사는 새처럼 깃털로 된 날개를 달고 있었다. 인류는 날개를 이용해서 날아보려고 수천 년을 노력했지만 불가능했다. 날기 위해서는 꼭 그런 모양의 날개가 필요하다는 고정 관념에 얽매였고 기껏 새나 곤충의 날갯짓을 흉내 내는 것이 전부였다.     유체역학에서 빨리 흐르는 유체는 압력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안 후 윗면이 더 볼록한 고정된 날개를 만들고 그 날개 앞에서 바람을 불었더니 날개 위쪽의 기압이 낮아져서 위로 떠 오르려는 힘을 발견했다. 바로 양력, 뜨는 힘이다. 1903년 미국의 라이트형제는 인류 최초로 동력 비행기를 만들고 조종하는 데 성공했다. 고작 12초 동안의 짧은 비행이었지만, 인류 최초의 조종 가능한 동력 비행이었다. 형제는 2년 후 조금 더 개량된 비행기로 근 40분 동안 40km를 날았다. 다른 경쟁자들이 더욱 강력한 엔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그들은 조종법의 개발에 힘을 기울였다. 그렇게 고정익 비행기가 탄생했고 나중에 회전날개를 장착한 헬리콥터가 나왔다. 2차대전이 끝날 무렵 프로펠러 엔진은 제트엔진으로 대체됐고 결국 달까지 갈 수 있는 로켓 엔진이 탄생했다.     인간이 창공을 날 수 있게 될 때까지는 수천 년이 걸렸지만 일단 하늘을 나는 법을 알자 단 66년 만에 우리는 지구 바깥 천체인 달에 첫발을 디뎠다. 양력을 발견한 것은 인류 역사상 불의 발견 후로 가장 획기적인 일이었다. 지금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 다녀온다. 지금부터 겨우 백여 년 전에 나는 방법을 알아낸 인류는 그렇게 지구 반대편을 여행하고, 달을 걷고, 조만간 화성을 지구화시켜 이주할 계획을 세웠다.     지구는 약 50억 년 전에 탄생했고 인류가 시작한 지는 약 35만 년이나 되었지만, 문명을 일군 것은 불과 5천 년 전의 일이다. 그렇게 지지부진 진화하고 발달하던 인류는 갑자기 몇백 년 전부터 눈에 띄는 성장을 했다. 전기를 상용화하면서부터다. 그리고 이제는 우주로 뻗어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다. 양력, 즉 나는 법을 터득한 인류가 언제 어디까지 갈지 아무도 모른다. 아직은 우리의 물리학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적지 않지만, 곧 그런 난관을 이기고 성간을 넘어서 은하 구석구석을 여행할 날이 올 것이고 결국 우리 은하 바깥 외부 은하에 도달할 날이 올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뜨는 힘, 즉 양력을 발견한 후 우리는 지구 밖으로 우리의 활동 무대를 확장하고 삶의 터전을 옮길 날이 머지 않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양력 고정익 비행기 동력 비행기 지구 탈출

2024-11-08

[항공 전문가 김종복] 탑건의 자손들…”꿈꾸는 파일럿"

 1987년, “탑건 1” 영화는 분명 나를 설레게 했다. 그 영향일까? 20대 우리 세대는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태평양을 건너 항공 유학을 왔다. 영화 속에서 하늘을 자유롭게 비행하는 파일럿의 모습은 단순한 직업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자유와 도전, 그리고 꿈을 이루는 상징이었다. 그러나 그 시절,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항공 종사자가 되는 꿈을 품었지만, IMF 사태와 9.11을 겪으며 꿈을 접어야 했다. 36년 후, 2022년 “탑건 2” 상영되었을 때, 주인공 톰 크루즈는 20대의 꿈꾸던 청년 모습에서 50대 근육질 중년으로 나타났다. 나는 20대 아들과 함께 영화를 보며 알게 되었다. 그들도 아빠 세대처럼 완전한 자유를 꿈꾸고, 하늘을 동경하며 같은 꿈을 찾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아직도 비행기만 보면 사진을 찍는다. 야간 골프장을 지나가는 비행기, DFW 공항에 줄을 서서 착륙하는 비행기, 터미널 창밖으로 보이는 다양한 국가의 비행기를 보면 영상을 남긴다. 이런 나를 보고 있는 조종을 배우는 20대 아들이 신기한 듯 한마디 한다. “아빠는 비행기만 보면 제일 행복해 보여.” 중학교 때 시골 운동장에 착륙하는 헬기가 신기했다. 그 한 장면이 여기까지 오게 했다.   아들도 손에 잡히듯 맑은 하늘을 보면 사진을 찍는다. 아들도 역시 아빠의 뒷모습을 보며 비행기에 끌리고 있었다.   현재 항공 조종사 부족 사태는 전 세계 항공사들에 큰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파일럿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군에서 나오는 훈련된 파일럿들의 감소, 젊은 파일럿들이 쉽게 배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보잉에 따르면, 향후 20년 동안 67만 명 이상의 새로운 상업 조종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며, 에어버스는 65만 5천 명의 수요를 예측한다. 이러한 상황은 새로운 세대의 파일럿들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빠르고 효율적인 이동 수단을 혁신해 왔다. 이제 세상의 축을 바꾸어 놓을 전기 비행기 개발은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상,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시대가 오고 있다. 다운타운 길이 막힐 때 도심 하늘을 날고 있는 UAM 교통 혁명은 더 많은 조종사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파일럿이 되는 방법은 다양하다. 조종학과를 운영하는 대학교에서 학위와 자격증을 동시에 취득하는 방법이 있고, 비전공 학위 취득자가 조종사 자격증만 취득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취업 시에는 4년제 대학 학위가 필요하지만, 미국에서 취업할 때는 학위보다는 자격증이 우선이며 비행시간이 중요하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에서 인정해 주는 자가용 자격증-계기 자격증-상업용 자격증 취득까지는 평균 12개월 이상, 개인의 역량에 따라 190 HR-250 HR 비행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교관 자격증을 취득한 후 학생들을 가르치며 돈을 벌면서 에어라인 파일럿이 되기까지 비행시간을 쌓아야 한다. 이 시간이 현장에서 볼 때 길고 힘들다. 그런 이유로 처음 비행을 배울 때 비행 교관까지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학교를 찾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날씨의 영향이 절대적이기에 365일 중 가장 많은 날 비행이 가능한 지역으로는 텍사스, 플로리다, 애리조나주 등을 선호한다.   조종 훈련생들의 마지막 꿈은 에어라인 파일럿이다. 세스나 경비행기로 훈련하지만 결국 대형 항공기 기장을 꿈꾼다. 항공운송 조종사(ATP)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평균적으로 1,400시간의 비행시간이 필요하다. 조종학과를 운영하는 대학교를 선택할 때는 FAA 승인 R-ATP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2년제 대학을 졸업하면 1,200시간, 4년제 대학을 졸업하면 1,000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 이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조종사 부족 사태에 대응하며 더 빠르게 항공사 취업을 준비할 기회를 제공한다.   또 다른 방법은 항공사 선 선발 프로그램(Pilot Pathway Programs)을 이용하는 것이다. “졸업 후 취업”이 아닌, 규모 있는 비행학교나 대학에서는 다양한 화물기, 운송용 항공사들과 선 선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자가용 자격증 혹은 상업용 자격증 취득 시 선 채용 목적으로 인터뷰한다. United Airlines에서 조기 선발 후 비행 경력을 쌓게 하는 Aviate Program 과정, Southwest Airlines에서 제휴 된 학교들과 운영하는 Destination 225° 과정, 그 외에도 다양한 대형 항공사와 화물기 운송업체, 저비용 항공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오늘도 탑건 1을 보며 잠시 가슴이 뛰었던 50대 아버지가, 조종사가 되고 싶다는 아들과 함께 찾아왔다. 아버지 세대는 정보도 부족했고, 경제적 여건도 허락되지 않아 그저 꿈으로만 간직해야 했다. 나 또한 9·11 테러가 일어났던 날, 유학생으로 FAA 항공정비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조종사의 꿈은 날아가 버렸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어느 날, 탑건 2를 함께 보았던 둘째 아들이 조종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을 때, 걱정과 기쁨이 교차했다. 아들 세대는 확실히 달랐다. 그들은 정보를 쉽게 얻고, 영어와 신분 문제도 미국 땅에서 해결되어 조종사가 되는 길이 열려 있었다. 이제는 선택할 수 있는 비행학교와 대학도 많아졌고, 조종사 부족이라는 기회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탑건 영화 속의 파일럿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다. 그것은 하늘을 향한 끝없는 열망, 자유를 향한 갈망,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의 상징이다. 탑건 1세대의 아버지들은 이 꿈을 품고 태평양을 건너, 낯선 땅에서 희망과 좌절을 함께 경험했다. 그들의 열정은 끝나지 않았다. 아버지의 눈빛 속에서 하늘을 동경하던 아들 세대는 이제 같은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하늘을 향한 이 꿈은 세대를 넘어, 계속 이어질 것이다.   김 종복 항공종사자 교육, 진로 멘토 한국항공대학교 기술교육원 교수 ㈜아퀼라 항공 대표 www.usaviation.co.kr  항공 전문가 김종복 파일럿 탑건 조종사 자격증 상업용 자격증 비행기 터미널

2024-09-27

[잠망경] 과거애착증

우리는 왜 어둡고 괴로운 과거에 매달리는가. 당신은 숱한 과거의 기억 중 어찌 그리도 아프고 슬픈 과거에 집착하는가. 따스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활짝 웃으며 ‘Happy Birthday to You~♪’ 하며 당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기쁜 마음으로 입을 모아 노래하던 즐거운 메모리 등등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는 말인가.   당신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 케네디 공항에 항공기가 안전하게 착륙하는 일상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그러나 어느 날 비행기가 추락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서 많은 사상자를 내게 되는 뉴스는 모든 사람의 관심이 일제히 쏠리지요. 나는 허전한 생일파티 등등보다 잘못하면 나의 안전이 손상될지도 모른다는 시나리오에 조마조마해집니다.   자기보존본능은 모든 생물체의 생존을 위한 기본여건이다. 까마득한 옛날 우리의 조상 원시인들이 사자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초긴장 상태로 살았던 것이나 현시대의 우리가 기계문명의 희생자가 되지 않으려고 비행기 추락사고 따위 소식에 바짝 긴장하는 것도 다 본능적인 위기감각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둡거나 괴롭거나 아프고 슬픈 과거지사에 매달린다. 그런 어두운 기억을 한껏 애정한다.   어릴 적 부모에게서 학대를 받으며 받은 사람이 어른이 돼서도 학대를 주고받는이성관계를 거듭한다. 급기야 나라는 개인적 차원을 떠나서 전 인류가 집단적으로 나쁜 과거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 History repeats itself. (칼 마르크스, 독일 공산주의자가 했던 말)   개인적, 집단적 역사뿐만 아니다. 우주의 운행, 태양계의 혹성들, 지구의 공전, 약속처럼 찾아오는 4계절, 우리의 말버릇, 정신상태, 성격과 대인관계 같은 모든 것이 어김없이 되풀이된다.   어두운 역사의 반복현상에 반하여 진화론은 어떤가. 모든 것을 신의 섭리에 맡기는 사고방식을 잠시 접어두고, 개인이 획득한 지식, 기술, 타인을 향한 호불호(好不好) 같은 것들이 대물림하면서까지 진화가 지속한다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는지.   우리의 머나먼 조상 원숭이들이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꼬리 길이가 조금씩 짧아졌다는 이론이다. 이제는 아주 없어진 채 그 흔적만 우리의 점잖은 엉치뼈에 남아있다는 진화론적 역사를 상기한다. 모든 생명체의 진화과정도 반복의 소산인 것을.   피아노나 기타를 배우는 일에도 마찬가지 원칙이 적용된다. 매일매일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여 조금씩 조금씩 손놀림이 익숙해지며 미세 근육의 진화과정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영어 속담은 ‘Practice makes perfect’, 훈련이 완벽을 이룬다, 자꾸 연습하다 보면 아주 잘하게 된다, 하지 않았는가.   공산주의자 칼 마르크스의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에 ‘톰 소여의 모험’으로 미국문화를 경축한 마크 트웨인(Mark Twain: 1835~1910)의 명언을 인용함으로써 그의 미숙한 발언을 비판한다. - History doesn’t repeat itself, but it often rhymes. -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 그러나 역사는 가끔 운율을 맞춘다.   우리는 과거를 잊지 못해 아픔에 시달리는 횟수를 반복할 때마다 조금씩 과거에서 벗어나는 진화과정을 밟는다. 꾸준히, 아주 꾸준하게, 종종 상서로운 돌연변이 현상이 일어나는 우리의 삶은 주제와 변주의 흥미로운 연속이다. 주제 멜로디와 화음 진행이 숨어있는 변주곡이 잘 연주되는 인생이다. 우리의 삶은 소나타 형식의 감명적인 음악이다.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과거애착증 진화론적 역사 history repeats 비행기 추락사고

2024-08-20

전국 비행기 정시 출발률 순위, 달라스 러브 필드 공항 9위

 텍사스 주내 공항 2곳이 비행기가 정시에 출발할 가능성이 가장 낮은 미국 공항 톱 10에 들었다. 데이터 추출 플랫폼인 ‘속스’(Soax)는 2023년 4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연방 교통 통계국(Bureau of Transportation Statistics)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비행기가 정시에 출발할 가능성이 가장 낮은(지연 항공편 비율이 가장 높은) 미국 공항 톱 10(Top 10 U.S. airports are among the least likely to leave on time)을 파악했다.   이번 조사는 예정된 출발 시간보다 15분 이상 늦게 출발한 항공편만 지연된 것으로 간주했다. 또한 2023년 4월부터 2024년 3월 사이에 출발편이 5,000편이 넘은 공항만 최종 순위에 포함됐다. 출발 지연 항공편 비율이 가장 높은 공항은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할리우드 국제공항으로 31.9%에 달했으며 2위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워싱턴 국제공항 서굿 마셜(28.9%), 3위 콜로라도주 애스펜/피트킨 카운티공항(27.5%), 4위 플로리다주 올랜도 국제공항(27%), 5위 일리노이주 시카고 미드웨이 국제공항(26%), 6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국제공항(25.5%), 7위 네바다주 해리 리드 국제공항(25.1%), 8위는 콜로라도주 덴버 국제공항(24.8%)이었다.   이어 달라스 러브 필드 공항이 지연 항공편 비율 23.7%로 전국 9위, 달라스-포트워스 국제 공항은 22.7%로 전국 10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속스의 CEO 겸 공동 설립자인 스테판 솔로베프는 보도자료에서, “출발 지연률이 가장 높은 공항을 파악하면 공항의 신뢰성에 대한 중요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이 순위는 순조롭고 스트레스 없는 여행 계획을 세우고 싶은 여행객들에게 일부 높은 순위 공항을 피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거나 잠재적인 중단을 예상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손혜성 기자비행기 출발률 할리우드 국제공항 워싱턴 국제공항 리드 국제공항

2024-08-16

[문예마당] 색다른 여행

  7월을 보내며 매년 해변 문학제가 열리는 시기인지라 모두 꿈을 저버릴 수 없어서 모인 여행, 미주 시학 발행인 정미셸 회장의 인도로 미국 동부 여행길에 올랐다.   올해 최우수상인 배정웅 문학상 수상자가 필라델피아에 거주하는 관계로 지난번 LA교육원에서 열린 출판기념회 및 수상자 잔치에 참석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에 상패와 소정의 상금을 싸 들고 떠나는 길이었다.   핑계는 그렇고 우리는 신세계로의 여행이었다. 화씨 90도 푹푹 찌는 날씨의 LA를 떠나면서 동부 지역엔 1주일 내내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 예보에 우산까지 사 들고 길을 나섰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태평양 상공을 날던 국제선 비행기보다 좀 작았다. 그러나 비행 기간 내내 창밖을 내다보며 부푼 꿈을 안고 우리는 피곤함도 잊은 채 신이 나 있었다.     수놓은 듯 흰 구름 덩이가 꽃처럼 둥둥 떠 있는 무수한 산등성이를 보고 또 봤다.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구름이 정말 목화솜 같다는 감탄사를 쉴 새 없이 늘어놓았다.   그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진한 주황색 붉은 협곡, 물의 힘으로 만들어졌다는 장엄한 그랜드캐년이 보였고, 곧이어 도시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평화로운 고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모두 내릴 때가 되어서인지 조용하던 비행기 안은 갑자기 소란스러워지고 각자 짐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우리는 설레는 가슴을 안고 앞사람들 걷는 대로 한발 한발 짐을 끌고 밖으로 걸어나갔다.     6시간 동안에 비행기 안은 너무 시원했고, 우리 일행은 “승무원 서비스가 좋네‘”, “만족스러웠어”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링컨 국제공항 주차장 안내판을 바라보며  밖으로 나왔다.     그곳엔 알래스카에서 내려온 평론가이자 영어 번역가인 강수영님이 렌터카를 몰고 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부 여행이 처음인 나는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신비로운 세계를 걷는 기분, 오랫동안 살아온 LA는 큰 도시라도 고향 같았는데 그곳은 빨간 벽돌의 건물들이 즐비했다. “여긴 진짜 미국 같아”라고 했더니 누군가 “LA도 미국이에요”라고 해서 한바탕 웃으며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바로 앞에 높이 솟은 붉은 벽돌 건물은 시청이라고 했다. 그런데 시청 앞에는 하얗게 쏟아지는 분수대만 있을 뿐 광장이 없다. “여긴 서울 시청 앞이나 광화문처럼 광장이 없네. 데모도하고 큰 잔치도 하는 그런 광장” 하고 물으니 누군가 미국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못 본척하는 사회라 광장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고 보니 LA시청 앞에는 광장이 있었던가?” 기억을 떠올려보지만 가물거린다. 아무튼 수만개의 붉은 벽돌들의 위용을 숨죽이고 바라보았다.       다음날 시상식 행사가 있는 날이라 일찍 쉬기로 했다. 아침 일찍 서둘러 그곳 한인타운에 있는 ’한강‘이라는 식당에 도착해 보니 한인 종업원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버지니아주 근처 4개 주에서 모인 시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시를 낭송하고 수상자에게 상패와 상금을 전달했다. 수상자의 수상 소감을 듣고 즐거운 식사를 하느라 시간 가는줄 몰랐다.   삼삼오오 기념사진을 찍고는 찻집으로 옮겨 담소를 나누다가 샌타모니카의 뒷골목 같은 길에 들어서자 기타 소리 등 시끌벅적했다. 우리는 소란한 곳을 피해 포토맥 강가에 앉아 발을 적시며 하루를 접었다.     다음날은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생가를 방문했다. 관광버스가 6대나 서 있고 주차장마다 차들로 가득한 걸 보니 관광명소인 듯했다. 빨간 지붕, 넓디넓은 숲과 잔디밭 사잇길, 땡볕 쏟아지는 길들을 많은 관광객과 오락가락 거닐었다. 300여명이 넘는 노예들이 살았다는 곳을 지나 푸른 강변으로 옮겨 하얀 머리 독수리를 만날 수 있다는 가이드 말을 기대하며 페리호를 탓지만 독수리는 보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영화 같은 이야기와 기념 사진관을 둘러보다가 돌아왔고,마지막날은 역시 광장 없는 연방의회 의사당으로 가기로 했다. 독수리가 앉아있는 황금색 둥근 지붕의 연방의회 의사당, 워싱턴 기념관 일명 연필탑을 둘러보며 링컨 기념관을 들러 나오다가 쏟아지는 비를 피해 관광을 접기로 했다.     동행했던 시인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알지 못했던 무수한 이야기를 들었고 신비한 세계도 경험했다. 즐거웠던 7월의 여행, 또 하나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엄경춘 / 시인문예마당 여행 수필 동부 여행길 여행 미주 비행기 창밖

2024-08-15

비행기 '가족 좌석' 수수료 금지…일부 항공사 50불까지 부과

일부 항공사 비행기에서 부모가 자녀의 옆자리에 앉을 때 부과되던 가족석 수수료가 사라진다. 지난달 31일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항공사들이 비행기에서 함께 앉는 가족들의 좌석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기준 델타항공 등 일부 항공사들은 부모가 어린 자녀의 옆 좌석을 지정할 때 적게는 15달러에서 많게는 50달러의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들 항공사는 승객에게 “어린 자녀와 떨어져 앉을 수 있다”며 사전에 수수료를 내고 좌석을 지정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앞으로 항공사들은 13세 미만 어린이를 동반한 승객에겐 무료로 나란히 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백악관에 따르면 수수료 없는 가족석을 의무화하면 평균 좌석 수수료를 25달러로 계산했을 때 4명의 가족이 왕복 여행하는데 200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피트 부티지지 연방 교통부 장관은 “아이들과 함께 비행하는 것은 수수료에 대한 걱정이 아니더라도 이미 충분히 복잡하다”며 “(이번 조치는) 바이든 행정부가 가족의 비용을 낮추고 불공정 행위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부당하게 가격을 올리는 기업들의 바가지 요금 단속의 일환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정크 수수료(junk fee·악성 수수료)’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 같은 항공 수수료 등을 없애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크 수수료는 소비자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고 거래가 이뤄질 때 부과되는 추가 수수료를 말한다. 장윤서 기자비행기 수수료 일부 항공사들 가족석 수수료 수수료 금지

2024-08-01

덴버공항 월·목·금·일요일 오후 3시는 피해라!

 여행 성수기인 여름철 미국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 중의 하나인 덴버 국제공항에서 여행객들이 무사히(?) 제시간에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공항에 언제 도착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다음은 최근 덴버 폭스 뉴스가 소개한 관련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힘들게 번 돈을 들여 어딘가에 항공편을 예약했다면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에 무사히 그리고 안전하게 비행기에 탑승하고 싶은 것은 누구나의 바람일 것이다. 특히 전세계에서 가장 분주하고 큰 공항 중 하나인 덴버 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일반적인 조언은 비행시간 최소 2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는 것이다. 그러나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이 있다.   ■보안검색대가 가장 바쁜 시간은? 연방국토안보부 산하 연방교통안전국(Transportation Security Administration/TSA)에 따르면, DIA의 보안 검색대는 오전 4시~정오, 오후 1시~3시 사이에 가장 혼잡하다. 대부분의 날 TSA에서 가장 바쁜 시간은 오후 3시인데 늦은 오후와 초저녁에 출발하는 항공편을 예약한 승객들 때문이다. 또한 덴버 공항에서 일주일 중 가장 바쁜 날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TSA에 따르면 일요일, 월요일, 목요일, 금요일은 일반적으로 공휴일을 포함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는 요일이다. 따라서 금요일 오후 5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려는 승객들은 화요일 오후 8시 출발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보다 보안검색대 줄에서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TSA는 TSA 프리체크(PreCheck) 승객이 10분 이내에 보안 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하고 일반 체크인 승객의 경우는 30분이내에 통과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하지만 사람이 얼마나 붐비는지에 따라 더 오래 기다리게 될 수도 있다.   ■게이트까지 가는데 얼마나 걸리나? DIA는 매우 큰 공항이므로 항공편이 어느 게이트에 있는지에 따라 많은 시간을 걸어야 할 수도 있다. A 게이트에서 비행기를 타는 경우 제피슨(Jeppesen) 터미널 레벨 6에 있는 교량 보안(Bridge Securit) 검색대를 통과하면 기차를 타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 않은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게이트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한다. 항공편이 A, B 또는 C 게이트에서 출발하는지에 따라 게이트까지 도착하는데 걸리는 평균 시간은 ▲A 게이트: 5~12분 사이 ▲B 게이트: 7~15분 사이 ▲C 게이트: 9~17분 사이다. 기차에서 게이트가 멀어질수록 걷는 시간은 길어진다.3개의 게이트는 모두 두 부분으로 나뉘며 게이트 번호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계산된다. 예를 들어 B 게이트에서는 가장 낮은 게이트 번호가 B7이다. 따라서 B95는 서쪽 윙(wing)의 가장 끝에 위치해 있고, B95는 동쪽 윙의 가장 끝에 위치해 있다.   ■탑승시간 vs 출발시간 비행기 탑승권에는 출발 시간과 탑승 시간이 모두 기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비행기에 탑승하려면 탑승 시간이 더 중요하다. 승객들이 탑승할 수 있는 시간은 항공사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유나이티드 항공(United Airlines)은 이륙 40~50분 전부터 탑승을 시작한다. 탑승은 일반적으로 이륙 15분 전쯤 완료되며 이 시점에 비행기 문이 닫히고 더 이상  탑승이 허용되지 않는다.덴버 공항에서 두 번째로 큰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 항공(Southwest Airlines)은 일반적으로 이륙 30분 전에 탑승을 시작한다. 모든 승객은 게이트에 도착해야 하며 예정된 출발 시간 최소 10분 전에는 탑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좌석을 잃어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은혜 기자덴버공항 일요일 비행기 탑승권 탑승 시간 게이트 번호

2024-07-10

[재정칼럼] 한 방에 인생 역전

‘한 방에 인생 역전’을 이루는 사람들이 있다. 로또 당첨자들이다. 지난 4월 말에도 암 투병 중인 라오스 출신 이민자가 13억 달러의 파워볼 복권 1등에 당첨됐다.     우리는 가끔 복권에 당첨되면 앞으로 인생이 어떨지 상상해 본다. 일찍 은퇴해서 꿈에 그리던 집과 최고급 자동차를 구입하고, 쇼핑을 다니고, 호화판 세계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그려보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을 것이다.     나도 복권을 사면 백만 아니 억만장자가 될 수 있을까? 하지만 대부분은 당첨 금액에만 신경을 쓰지 당첨 확률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재미(?) 삼아 확률에 대해서 잠깐 알아보자.   2016년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발행된 논문에 의하면 낯선 사람에게 아이가 유괴될 확률은 140만 명 중에 1명이라고 한다. 이것은 0.00007%의 확률로 발생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  그러나 부모의 28%는 자녀의 유괴 문제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며, 31%는 걱정스럽고 불안한 마음이라고 답했다(2022년 퓨리서치 조사).     그럼 비행기 추락으로 숨질 확률은 어떠한가? 1100만 중 1명이다. 확률로 계산하면 0.000009%이다. 비행기 추락으로 숨질 확률은 거의 없지만 비행기 추락사고 소식은 생생히 기억한다. 이런 이유로 비행기 승객의 40% 이상은 비행기 추락을 염려한다. 그렇다면 자동차 사고로 죽을 확률은 어떤가. 5000분의 1이다. 즉, 확률로는 0.02%이다. 자동차 사고로 죽을 확률이 비행기 추락사고보다 훨씬 높지만, 대부분 자동차 사고는 별로 염려하지 않는다. 이처럼 많은 일들이 확률보다는 사람의 감정에 의해 판단되고 결정된다.   메가밀리언 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3억 분의 1이다. 다시 말해서 0.00000033%의 확률이란 뜻이다. 이런 확률로 복권 당첨을 기대해 볼 수 있을까?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당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복권 대박을 기대하며 2023년에만 미국에서 복권 구입에 사용된 돈이 무려 170억 달러나 된다. 이중 캘리포니아가 20억 달러 가량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이 일주일에 20달러는 푼돈으로 생각하며 복권을 산다. 복권 구입 대신 일주일에 20달러, 즉 1년에 1040달러를 연 10%의 수익률로 투자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30년 동안 약 17만1000달러로 불어난다. 이 모든 돈이 로스(Roth) IRA처럼 세금 혜택을 받는 퇴직금 계좌에 있으면 세금 역시 전혀 부과되지 않는다.   어떤 분의 일 년 소득이 약 7만 5000달러라고 가정해 보자. 그중 10%를 저축한다면 연간 7500달러다. 그리고 이를  40년 계속 저축하면 원금만도 30만 달러가 된다. 그런데 저축 대신 같은 금액을 투자한다고 생각해 보자.  S&P 500의 지난 100년 동안 평균 수익률은 10%이지만, 보수적으로 생각해서 40년 동안 연 8%의 수익률 올린다고 가정하면 투자한 자금은 210만 달러로 불어난다. 저축 대신에 주식시장에 투자하면 7배의 돈으로 불어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플레이어에게 불리하게 형성된 복권과는 달리, 주식 시장은 투자자에게 재정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한다. 투자자들은 투자한 돈이 불어나는 것을 보고 만족을 경험하기에 오락적인 가치는 물론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나이가 든 후에야 노후 자금을 준비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사람이 많다. 젊었을 때는 돈의 부족을 젊음으로 만회할 수 있다. 그러나 은퇴한 후 돈이 부족하면 그 어려움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나이 들어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노후대책이 늦었다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준비하면 그만큼 은퇴자금이 모일 것이다. 이명덕 / 박사재정칼럼 인생 역전 비행기 추락사고 당첨 확률 복권 당첨

2024-05-20

[글마당] 나의 휴식

지독하게 일을 많이 하는 나의 휴식은 비행기 안이다. 최근에는 회사가 뉴욕지사를 오픈하면서 주기적으로 뉴욕을 드나들고 있다. 주위에서 비행기를 자주 타면 방사능 때문에 몸이 안 좋아지고 시차 때문에 치매도 빨리 올 수도 있고 건강에 치명적이라고 하면서 고맙게도 걱정을 많이 해주고 있지만 나는 비행기가 흔들흔들할 때는 잠도 잘 오고 뜨거운 차를 마시면서 해야 할 일 정리도 하고 뇌를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서 아주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자세로 책도 보고 바빠서 못했던 휴대폰 사진 정리도 하고 이메일도 확인 후 정리하고 스케줄 정리해놓고 젤리와 달콤한 초콜릿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뉴욕까지 6시간이 금방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비행기 타고도 적어도 2시간에서 6시간, 간혹 중간에 갈아탈 때는 오며 가며 시간과 가끔 딜레이까지 되면 하루 24시간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다. 직항으로 가는 것도 좋지만 중간에 내려서 갈아타는 것도 좋아한다. 주마다 스타벅스 커피 컵도 다르고,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며 지역마다 특징을 공항에서 보여주기 때문에 즐기고 있다.     2023년에는 뉴욕을 참으로 많이도 드나들었다. 가끔 혼자서 왔다 갔다 하니 “싱글이세요?” “남편분이 그렇게 다녀도 뭐라고 안 하시나 봐요?” “도대체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무슨 일을 하시는지요?” 한국 사람들은 참으로 개인 생활에 대해서 궁금해서 죽는다.     뉴욕은 사계절이 있고 역동적으로 사람들이 움직이고 맨해튼은 국제도시이니만큼 맛난 빵과 커피, 음식은 평을 안 보고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먹어도 맛있다. 길거리에 총총 빠른 걸음으로 보폭도 넓게 신호등도 무시하고 걸어 다니는 뉴요커들은 다들 시크한 멋쟁이들이 많아서 처음에는 입을 헤 벌리고 쳐다봤다. 남의 일에 관심 없고 바쁘게 사는 뉴요커들은 얼마나 벌어야지 여기서 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좋았던 곳은 센트럴파크였다. 첫날 놀랐던 점은 새벽부터 뛰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서 마라톤대회가 열리는 줄 알았다. 일상적인 새벽의 모습이었다. 죽으라고 뛰는 사람도 많았고, 왠 개들은 다 풀어놓고 잔디에서 뒹굴고 주인들하고 공놀이하고 폴짝폴짝 주인 옆에서 뛰어다니는 모습이 새롭게 보였다. 서부에는 새벽에 뛰는 사람을 우리 동네에서 간혹 한두 명만 보이고 거의 래쉬를 하고 강아지 파크에서만 풀어놓고 한정된 공간에서만 풀어놓는데 뉴욕 센트럴파크에는 강아지 천국이었다. 다들 맨해튼에서 살아남기 위해 죽으라고 뛰는 것 같았다.     또한 거리의 과일가게가 많아서 아침마다 나는 양배추와 아보카도, 토마토, 레몬, 사과 등을 사고 일주일에 네 번은 파머스 마켓이 열려서 갓구운 머핀과 꿀을 샀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하고 뮤지컬 등 볼만한 곳이 넘쳐나는 곳이 뉴욕이다. 이런 곳에서 살다 보면 결혼? 꼭 해야 하나, 싱글로 살면서 내가 번 돈 쓰면서 살겠다는 전문직 여성과 남성이 늘고 있으며, 혼자 사는 삶이 아주 익숙해서 심심하지 않은 여성 뉴요커는 뉴욕을 떠나기 싫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몇 달 후에는 바뀌었다. 이런 삶이 과연 행복할까? 이기적인 삶, 개인적인 삶으로 엉켜 있고, 돈을 어마어마하게 벌어야지만 살 수 있는 뉴욕. 날씨만큼이나 변덕스러운 뉴욕 사람들. 물론 안 그런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나는 서부가 좋다고 결정 내렸다. LA는 공항에 내리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새벽에 뛰는 사람이 많이 안 보이고 거리에 과일 가게도 없고, 맨해튼처럼 북적이며 저녁 늦게까지 걸어 다닐 수 있는 곳도 없고, 24시간 운영하는 식당도 많이 없지만 일을 마치면 따뜻한 가정으로 돌아가 푹 쉬고 항상 날씨가 따뜻하고 온화하고 산과 바다가 있고 그냥 사람들이 여유로워 보여서 편안하다.   지난주 뉴욕에서 LA로 돌아올 때 시애틀을 경유했는데 4시간이나 연착되었고 결국에는 다른 비행기를 타고 겨우 LA에 도착했다. 다음날 뉴스에서 시애틀에서 비행기 사고가 있었다고 계속 나와서 ‘어휴 내가 그 비행기 탈 수도 있었는데’ 그랬다.   2024년에도 열심히 일 한 만큼 쉼도 필요하기 때문에 올해도 흔들흔들한 비행기 안에서 휴식을 즐길 것이다. 이제니퍼 / 결혼 정보회사 듀오글마당 휴식 뉴욕 센트럴파크 비행기 사고 여성 뉴요커

2024-01-19

당장 한국행 티켓 끊었다…역사적 결단에 감사

한국이 수십 년 만에 개 식용 산업을 법으로 금지했다. 개 식용을 법에 명문화한 후 51년 만이다. 무엇보다 이 소식에 크리스 드로즈(75.사진) 회장은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 표부터 끊었다.   그는 웨스트할리우드에서 동물보호단체 ‘동물의 마지막 희망(Last Chance for Animals·LCA)’을 이끌고 있다.   지난 2016년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개고기 식용 문화는 필요 없고(not needed), 잘못된 것이고(wrong), 부끄러운 것이며(disgraceful), 용서받을 수 없는(inexcusable) 행위”라고 말했던 인물이다. 〈본지 2016년 8월8일자 A-4면〉 본지 보도를 계기로 드로즈 회장은 당시 LA총영사관 앞에서 한국의 개고기 식용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급히 한국으로 출국한 드로즈 회장과 9일(LA 시간) 전화 인터뷰를 했다.     -결국 법이 통과됐다. “정말 역사적인 일이다. 한국에 안 나갈 수가 없었다. 국회에서 개식용 금지법 통과를 축하하는 기자회견에도 참석했다. 감격스럽다. 그동안 우리와 연대했던 동물해방물결(ALW) 등 여러 동물 보호 단체의 노력의 결과다. 한국 국회의원들의 역사적인 결단에 감사드린다.”   -기나긴 투쟁이었다. “LCA는 198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개 식용은 동물에 대한 존재성을 인정하고 자각할 때 중단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려면 사회적 인식이 변해야 하고,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동물에 대한 인간의 사고 체계 자체가 달라져야 하는 일이다. 단기간에 바뀔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나. 긴 싸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나. “크게 두 가지다. 인식의 변화와 개농장주들이 안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였다. 먼저 단순히 ‘개를 먹으면 안 된다’고 말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조사하고, 통계도 발표하고, 캠페인도 실시해서 사람들을 조금씩 설득하는 지난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개농장주들의 생계가 달린 현실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들에게 대체 사업 등을 마련해야 했다. 그들을 만나 버섯, 토마토 재배 등 대안도 제시했다. 그렇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한국의 단체와는 어떻게 협업했나. “대중의 인식 제고를 위한 캠페인과 개식용 금지 입법 추진을 위해 정치권에도 목소리를 냈지만, 무엇보다 나는 기자 출신이다. 일례로 동물해방물결과 함께 지난 2021년 비밀 취재 형식을 통해 개고기 산업의 잔인함을 고발하는 영상도 제작했다. 우리는 미국에 있는 단체이지만 정말 환상적으로 함께 일했다. 개 식용 종식이라는 목표가 뚜렷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한국의 법제화 결정이 미칠 영향은. “한국 정부는 동물 보호에 있어 정말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한국은 세계적인 나라다.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높은 국가다. 이번 결정은 국가 내부적으로 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를 반영하겠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동물 보호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강력히 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끝이 아니다. 법시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려면 계속해서 여러 단체가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 LCA도 당연히 도울 것이고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동물 학대 행위를 막기 위해 계속해서 힘쓸 것이다.”   ☞개식용 법제화는 크리스 드로즈 회장의 LCA를 비롯한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이하 HSI) 등 여러 국제 동물보호단체들이 함께 이뤄낸 결과다. 본지도 그동안 기획 기사 등을 통해 한국의 개 식용 금지를 위해 꾸준하게 목소리를 내왔다. 드로즈 회장과의 단독 인터뷰는 물론이고 지난 2022년에는 HSI와 함께 ‘한국의 개 식용 종식, 1인치 남았다’라는 주제로 기획 시리즈〈본지 2022년 6월 29일자 A-1면〉를 10회에 걸쳐 보도했었다. 당시 할리우드의 유명 갤러리 ‘해밀턴 셀웨이 파인아트’에서 한국의 개농장 구출견 사진전도 보도했다. 이 갤러리 옆에는 당시 BTS 팝업스토어가 운영 중이어서 한국의 이미지가 극명하게 엇갈린 바 있다. 본지는 이 기획시리즈를 통해 한국 개농장 구출견이 미국으로 입양되는 과정 등을 취재해 보도한 바 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한국행 감사 한국행 비행기 개식용 금지법 개식용 법제화

2024-01-09

휴대폰 하나로 신원확인에서 탑승까지…LAX, '모바일 면허증' 회견

이제 휴대폰만 있으면 신분증을 꺼낼 필요 없이 비행기까지 탑승할 수 있다.       LA국제공항(LAX) 측은 14일 터미널7 TSA 보안검색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주차량국(DMV)의 디지털 신분증인 ‘모바일 운전면허증(MDL)’을 소개했다.     LAX 관계자들은 인파가 몰리는 연말 시즌, 공항 이용객들에게 MDL을 적극 사용할 것을 독려했다.   LAX 측은 연방교통안정청(TSA) 검색대에서도 휴대폰으로 신분을 확인할 수 있고, 또 디지털 형식으로 티켓을 보관했을 때 비행기 탑승까지 휴대폰 하나로 모든 절차를 통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최근 스마트폰 생체인식 기능 등 ‘다중요소 인증(multi-factor authentication)’ 기술로 휴대폰을 통한 신원 확인 및 보안상의 문제가 해결되면서 가능해진 것이다.     이날 LAX는 실제 사용되고 있는 MDL 신원 확인 장치를 공개했다. 기존에 신분증을 보여주는 TSA 검색대에 설치된 이 장치는 얼굴을 촬영하는 카메라와 QR코드 스캐너가 탑재됐다.     이용객들은 MDL의 QR코드를 스캐너에 입력시키고 앞에 카메라를 통해 얼굴을 촬영하면 된다. 그러면 이 장치가 DMV에 등록된 사진과 승객의 얼굴을 대조해 신원을 확인한다.     LA공항공사(LAWA)의 이안 로 디지털전환국 국장은 “이제 얼굴 확인을 실제 요원들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다”며 “바이오메트릭 기술이 운전면허증에 있는 사진과 승객의 얼굴을 알아서 맞춰 줄 것. 이러한 디지털 매치를 통해 승객들의 이동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단, MDL이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행 중인 만큼, 현재 LAX의 터미널 3번과 7번에 프리체크(PreCheck) 레인에서만 이용이 가능하며 각 터미널당 3개씩 설치돼있다.     로 국장은 “지난여름부터 이 신원 확인 장치를 도입했고 여행객이 많은 유나이티드 항공(터미널 7)과 델타 항공(터미널 3)이 있는 곳에 우선적으로 설치했다”며 “새해부터는 미전역에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역시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3월에 한국을 방문할 계획인 김지수(27) 씨는 “미리 다운받아 사용해보고 있는데 지갑에서 따로 신분증을 꺼낼 필요도 없이 너무 간편하다”며 “이번 여행 때 공항에서도 사용할 계획이다. 앞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LAX 이외에도 샌프란시스코와 샌호세 국제공항, 새크라멘토에 있는 4개 대형 할인매장 등에서 신원확인용으로 MDL을 사용하고 있다.     MDL은 신분증이나 운전면허가 있는 주민이라면 누구나 휴대폰에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다.   다운받는 법도 간단하다. ▶앱스토어 혹은 구글 플레이에서 ‘CA DMV Wallet’를 입력한 뒤 다운을 받고 ▶앱을 시행한 뒤 ‘MyDMV’ 계정에 로그인하고 ▶실제 면허증이나 신분증 카드를 스캔한 뒤 본인 얼굴로 사진으로 인증하면 완성이다.   장수아 기자 jang.suah@koreadaily.com신원확인 면허증 모바일 운전면허증 휴대폰 하나 비행기 탑승

2023-12-14

"납치당했다" "사악한 영혼 퇴마" 환장조합…비행기서 무슨 일

미국 상공을 누비던 비행기에서, 황당한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급하게 항로까지 변경했는데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기내에서 소란을 피우는 한 여성을 승무원과 승객들이 막고 있는 상황인데요, 자리에 앉으라고 여러차례 요구했지만, 잔뜩 흥분한 여성은 계속 거부했습니다. 이 여성, 자신이 지금 납치된 상태라며 알 수 없는 말을 쏟아내더니 괴성을 지르는 것도 모자라 의자에 기어올라 몸부림을 쳤다고 하는데요. 거기다가 이 상황을 지켜보던 또다른 승객이 여성에게 사악한 영혼이 씌었다며 퇴마를 한답시고 호통을 치면서 기내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결국 미국 휴스턴에서 덴버로 향하던 이 비행기는 항로를 바꿔 긴급회항해야 했습니다. 난동의 주범이었던 여성은 착륙 즉시 경찰에 체포됐고, 약물 중독이 의심돼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항공사 비행기, 대체 무슨 액운이라도 낀 건지 이 난리가 난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른 여성이 기내 통로에서 바지를 내리며 소동을 피웠다고 합니다. [화면출처 엑스 'Dj_Larry Jones' 'Collin Rugg' 'Mike Sington'] 관련기사 [영상] "나 오줌 쌀거야!" 기내 통로서 바지 '훌렁' 내린 여성환장조합 비행기 항공사 비행기 여성 자신 승무원과 승객들

2023-11-24

[우리말 바루기] ‘조종’과 ‘조정’

다음 중 ‘조종’이나 ‘조정’이 바르지 않게 쓰인 것은?   ㉠비행기 조종 ㉡배후 조종 ㉢구조 조정 ㉣시세 조정   조종(操縱)은 비행기·자동차·선박 등 기계를 다루어 부리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비행기 조종’은 적절한 표현이다. 원격조종·자동조종 등도 이처럼 기계를 다루는 경우다.   ‘조종’은 사람 또는 돈 등을 자기 마음대로 다루어 움직일 때도 쓰인다. ‘㉡배후 조종’이 이러한 예다.   조정(調整)은 어떤 기준이나 실정에 맞게 정돈할 때 사용된다. 불합리하거나 비현실적인 부분을 바로잡는 의미가 있다. ‘㉢구조 조정’이 이런 경우다. 선거구 조정, 버스 노선 조정, 공공요금 조정 등도 ‘조정’이 바르게 쓰인 예다.   정답은 ‘㉣시세 조정’이다. ‘시세 조정’이 아니라 ‘시세 조종’이라고 해야 말이 된다. ‘시세 조종’은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유가증권의 시세를 인위적으로 올리고 내리는 행위를 가리킨다. ‘시세조종’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정식으로 올라 있는 용어다. 시세 조작, 주가 조작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조종’은 자기 의도대로 쥐락펴락할 때, ‘조정’은 어떤 것을 개선하거나 조절할 때 쓰인다고 기억하면 된다.우리말 바루기 조종 조정 시세 조정 시세 조종 비행기 조종

2023-11-21

강풍 덮친 남가주 곳곳 안전사고

남가주 지역에 강풍으로 인한 각종 피해가 늘고 있다. 당국은 주민들에게 정전 가능성부터 운전 주의까지 적극적으로 당부하고 나섰다.   먼저 국립기상청(NWS)은 오늘(21일)까지 인랜드 엠파이어, 벤투라 카운티 등에 강풍 경보를 발령했다.   NWS 라이언 키텔 예보관은 “특히 산간 지역과 풋힐 등에서는 최대 60마일의 강풍이 불고 있다”며 “남가주 지역에서 강한 북풍이 불고 있는데 22일 오후부터는 점차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풍 피해는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LA카운티소방국에 따르면 샌드캐년 지역에서는 25피트 높이의 나무가 강풍에 쓰러지면서 도로를 덮쳤다. 또, 애너하임 지역 디즈니랜드 내 메인 스트리트에서는 가로등이 떨어지면서 관광객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중 1명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미션힐스 지역에서는 대형 나무 두 그루가 쓰러지고, 주루파밸리 지역에서는 대형 트레일러가 강풍으로 인해 전복돼 한동안 차량 통행이 제한됐다. 터스틴 지역에서는 대형 나무가 주택을 덮쳐 차고가 손상됐다.   온타리오 지역에서는 강풍으로 인해 대형 굴착기가 쓰러지면서 송전선을 무너뜨리는 사고도 발생했다.     KTLA는 오렌지카운티 지역 존 웨인 공항에서는 시속 50마일의 샌타아나강풍으로 인해 소형 비행기가 뒤집혔다고 20일 보도했다.   강풍으로 인해 남가주 지역 곳곳에서는 정전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남가주에디슨사는 20일 LA카운티, 오렌지카운티, 리버사이드카운티, 샌버나디노카운티, 벤투라카운티 등 일부 지역의 3만명 주민을 대상으로 정전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에디슨사는 “산불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강풍이 심할 경우 상황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 공급이 일시 중단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미 LA카운티내 5000명 이상의 주민이 정전으로 인해 피해를 보았고, 칼라바사스 지역 한 쇼핑센터에서는 지난 19일부터 전력이 공급되지 않아 영업에 차질을 빚었다.   이 가운데 올겨울에는 엘니뇨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기후예측센터(CPC)에 따르면 내년 3월까지 강력한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확률은 55% 이상이다. 이에 따라 곳에 따라 겨울 폭풍도 예상된다.   UCLA 대니얼 스웨인 기후 학자는 20일 KTLA와의 인터뷰에서 “남가주 지역의 엘니뇨 현상은 내년 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매우 강력한 수퍼 엘니뇨 현상이 몇 달 안에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강풍피해 오렌지카운티 지역 소형 비행기 웨인 공항

2023-11-20

[살며 생각하며] 지금 그들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을까?

오래전, 그러니까 한·중이 국교를 수립하기 전 1985년 중국 출장 갔을 때 이야기다. 같은 동네 지인 한 분이 북경에 가면 꼭 만나보고 오라며 전화번호를 하나를 손에 쥐여주었다. 해방 전 동아일보 상해 특파원으로 일하셨던 형님인데 북한을 조국으로 택하면서 안 계신 분으로 여기고 산다는 아픈 이야기와 함께 말이다.   홍콩에서 배를 타고 밤새 달려 도착한 곳은 중국의 최남단 샤먼이었다. 맑은 날 새벽이면 대만의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할 정도로 본토와 가까운 곳으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에 따라 대만의 많은 기업이 들어와 공장을 돌리고 있던 곳이다. 당시만 해도 공산국 하면 머리에 뿔 달린 사람이 사는 곳인 양 외면해오던 정서라 머무는 내내 마음고생이 많았던 것 같다. 아무튼 3일간의 샤먼 일정을 잘 끝내고 북경행 비행기에 올랐다. 아무리 국내선이라지만 명색이 중국 수도를 오르내리는 비행기 안인데 시골 버스처럼 북새통이다. 좌석에 앉은 아낙네의 머리 위로 짐보따리도 보였고 엄마 아빠의 무릎에 앉혀 가거나 간간이 가슴을 열고 젖을 물리고 있는 모습조차 보여 민망하였다.     그 가운데 지금도 기억나는 명장면은 천상의 식사 때다. 한국 비행기처럼 쇠고기, 닭고기 중 어느 것을 택하겠느냐는 즐거운 선택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차마 바퀴 달린수레를밀고 온 여승무원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승객들의 무릎을 향해 포장도 안 된 닭 다리를 던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않았다.   북경에서 찾은 그분의 집은 키보다 높은 담장을 낀 솟을대문 안 작은마을에 있었다. 중국이 지주들의 집을 빼앗아 수십 개로 분할해 살게 했기 때문이란다. 어르신도 집안 작은 공터를 불하받아 부엌 딸린방 한 칸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무튼 이날 일제 치하에서 나라 없는 백성이 당한 설움, 해방 후 북한을 택한 속사정은 물론 김일성의 초청으로 방문할 때마다 영웅훈장과 흉장들을 수없이 하사받은 이야기를 들었다. 한참 후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으니 부인께서 ‘후라쉬’을 챙겨 대문 밖 공터로 안내한다. 아하! 말로만 듣던 중국여행 시필수지참물우산과 신문지가 요긴한 바로 그곳이다.   그리고 7년! 1992년 한·중이 외교관계를 맺은 가을 그분을 다시 만났다. 이번엔 그때와 달리 숙연함 속에 눈가에 서리는 눈물과 함께 종래는 금이야 옥이야 했던 훈장과 흉장들을 통째로마당 저편으로 던지며 “속고 살았다”를 반복하셨다.   왜 뜬금없이 돌아가신 중국 동포 이야길 하느냐고요? 그분의 이야기가 나와 우리들의 이야기이고, 나아가 70년 전 러시아인으로 사시다 카자흐스탄으로 끌려가 어렵게 사셨던 홍범도 장군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홍범도 장군 이야기는 2년 전 9월 본란에 ‘홍 장군에 덮어씌우려는 악의 인션티브’라는 제하의 칼럼을 게재한 바 있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홍 장군 유해를 카자흐스탄에서 모셔온 뒤 대전현충원에 봉안한 것을 보수 만화가 윤서인이라는 사람이 ‘홍 장군이 공산주의 투사’라며 ‘문 씨 미쳤다’고 맹비난하는 것을 보고 역사적 사실과 함께 반박 글을 쓴 것이다.   돌이켜보면 일제 치하에서 한 분은 중국 땅에서 살기 위해 북한을 조국으로 택할 수밖에 없었고, 한 분은 일본의 공적 1호, 요주의 인물로 낙인되어 중국 땅에서더는 목숨을 부지할 수 없어 러시아로 건너가 그 나라 주인 레닌의 호의를 마다할 수 없었던 신분이었다. 그런 그분들을 지금의 잣대로 평가하며 비난할 수 있을까? 그때 대한민국은 그들이 비빌 언덕이라도 되어주지도 못했으면서도 말이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비난 장군 이야기 동포 이야기 북경행 비행기

20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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