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안타까운 무안국제공항 참사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했는데 이렇게 귀하고 귀한 생명이 한꺼번에 억울한 죽임을 당하다니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힌다.
유가족의 슬픔은 오죽하겠는가. 비명에 횡사한 이들 가운데는 팔순을 맞이한 할머니와 딸과 사위, 외손자, 손녀들까지 모두 9명의 일가족이 여행을 다녀오다 참변을 당했다. 또 어떤 젊은 약혼자와 약혼녀는 3월에 결혼을 앞두고 여행을 떠났다가 황천객이 되고 말았다. 그 외에도 구구절절 사연이 많은 승객들…. 어떻게 이들의 영혼을 위로해 줄 수 있을까. 남은 유가족의 비통함은 오죽하랴.
사고 당시의 상황을 이렇다고 한다.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 즉 새들이 엔진에 빨려들어가 엔진 고장을 일으켰다. 그 여파로 모든 기기가 연달아 고장을 일으켜 ‘랜딩기어(landing gear)’가 내려오지 않아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속력을 줄일 수 없어 활주로를 이탈하여 공항 외벽을 들이받았다고 한다.
물론 블랙박스와 항공기록일지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사고원인 규명을 하겠지만, 나대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비행기 기장이 활주로 말고 다른 곳으로 착륙을 시도했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다.
그러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허드슨 강의 기적’의 주인공 체슬리 ‘설리’ 셀렌버거 기장을 떠올렸다. 그가 몰던 항공기도 새 때의 습격을 받아 엔진 고장을 일으켰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그는 현명한 판단으로 뉴욕 허드슨강에 비상 착륙하여 탑승객 전원을 살릴 수 있었다.
그 이야기는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1월15일 뉴욕 허드슨강에 US 항공기 1549편이 불시착해 155명 탑승객 전원이 구조되는 기적에 온 세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설렌버거 기장은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이륙해 샬롯테 더글러스 국제공항을 향해 비행 중이었다. 이륙한 지 얼마 안 되어 거위 떼들이 비행기를 향해 돌진해 엔진으로 빨려들면서 엔진에 불이 나 엔진이 멈춰 버렸다. 순간 기장은 이륙한 공항으로 되돌아갈 것인가 혹은 가장 가까운 테터보로(Teterboro) 공항에 착륙할 것인가 고민했지만, 고도가 너무 낮아 도저히 갈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허드슨강에 비상착륙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비행기가 이륙해서 비상착륙 할 때까지 3분28초가 걸렸고 탑승객 전원이 24분 만에 구조될 수 있었다. 기장은 탑승객 전원이 비상 구명보트에 탈 때까지 끝까지 비행기 안에 남아 진두지휘하고 맨 마지막에 비행기에서 내렸다.
무안국제공항은 바다에 가깝다고 했다. 비상착륙지를 바다로 선택했더라면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지 않았을까. 너무나 안타까워 혼자 생각해 보았다.
손녀 딸이 유나이티드 항공 승무원으로 근무 중이다. 사고당하지 않도록 늘 하나님께 기도드린다. 생사화복은 하나님께 달렸으니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김수영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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