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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지금 그들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을까?

오래전, 그러니까 한·중이 국교를 수립하기 전 1985년 중국 출장 갔을 때 이야기다. 같은 동네 지인 한 분이 북경에 가면 꼭 만나보고 오라며 전화번호를 하나를 손에 쥐여주었다. 해방 전 동아일보 상해 특파원으로 일하셨던 형님인데 북한을 조국으로 택하면서 안 계신 분으로 여기고 산다는 아픈 이야기와 함께 말이다.   홍콩에서 배를 타고 밤새 달려 도착한 곳은 중국의 최남단 샤먼이었다. 맑은 날 새벽이면 대만의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할 정도로 본토와 가까운 곳으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에 따라 대만의 많은 기업이 들어와 공장을 돌리고 있던 곳이다. 당시만 해도 공산국 하면 머리에 뿔 달린 사람이 사는 곳인 양 외면해오던 정서라 머무는 내내 마음고생이 많았던 것 같다. 아무튼 3일간의 샤먼 일정을 잘 끝내고 북경행 비행기에 올랐다. 아무리 국내선이라지만 명색이 중국 수도를 오르내리는 비행기 안인데 시골 버스처럼 북새통이다. 좌석에 앉은 아낙네의 머리 위로 짐보따리도 보였고 엄마 아빠의 무릎에 앉혀 가거나 간간이 가슴을 열고 젖을 물리고 있는 모습조차 보여 민망하였다.     그 가운데 지금도 기억나는 명장면은 천상의 식사 때다. 한국 비행기처럼 쇠고기, 닭고기 중 어느 것을 택하겠느냐는 즐거운 선택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차마 바퀴 달린수레를밀고 온 여승무원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승객들의 무릎을 향해 포장도 안 된 닭 다리를 던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않았다.   북경에서 찾은 그분의 집은 키보다 높은 담장을 낀 솟을대문 안 작은마을에 있었다. 중국이 지주들의 집을 빼앗아 수십 개로 분할해 살게 했기 때문이란다. 어르신도 집안 작은 공터를 불하받아 부엌 딸린방 한 칸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무튼 이날 일제 치하에서 나라 없는 백성이 당한 설움, 해방 후 북한을 택한 속사정은 물론 김일성의 초청으로 방문할 때마다 영웅훈장과 흉장들을 수없이 하사받은 이야기를 들었다. 한참 후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으니 부인께서 ‘후라쉬’을 챙겨 대문 밖 공터로 안내한다. 아하! 말로만 듣던 중국여행 시필수지참물우산과 신문지가 요긴한 바로 그곳이다.   그리고 7년! 1992년 한·중이 외교관계를 맺은 가을 그분을 다시 만났다. 이번엔 그때와 달리 숙연함 속에 눈가에 서리는 눈물과 함께 종래는 금이야 옥이야 했던 훈장과 흉장들을 통째로마당 저편으로 던지며 “속고 살았다”를 반복하셨다.   왜 뜬금없이 돌아가신 중국 동포 이야길 하느냐고요? 그분의 이야기가 나와 우리들의 이야기이고, 나아가 70년 전 러시아인으로 사시다 카자흐스탄으로 끌려가 어렵게 사셨던 홍범도 장군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홍범도 장군 이야기는 2년 전 9월 본란에 ‘홍 장군에 덮어씌우려는 악의 인션티브’라는 제하의 칼럼을 게재한 바 있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홍 장군 유해를 카자흐스탄에서 모셔온 뒤 대전현충원에 봉안한 것을 보수 만화가 윤서인이라는 사람이 ‘홍 장군이 공산주의 투사’라며 ‘문 씨 미쳤다’고 맹비난하는 것을 보고 역사적 사실과 함께 반박 글을 쓴 것이다.   돌이켜보면 일제 치하에서 한 분은 중국 땅에서 살기 위해 북한을 조국으로 택할 수밖에 없었고, 한 분은 일본의 공적 1호, 요주의 인물로 낙인되어 중국 땅에서더는 목숨을 부지할 수 없어 러시아로 건너가 그 나라 주인 레닌의 호의를 마다할 수 없었던 신분이었다. 그런 그분들을 지금의 잣대로 평가하며 비난할 수 있을까? 그때 대한민국은 그들이 비빌 언덕이라도 되어주지도 못했으면서도 말이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비난 장군 이야기 동포 이야기 북경행 비행기

2023-11-10

명문대생들, 취업 우려에 이스라엘 규탄 입장 번복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과 관련, 그 책임이 이스라엘에 있다고 성명을 낸 하버드대 학생들이 비판 여론에 밀려 입장을 바꾸고 있다. 성명에 참여한 학생들이 월가의 ‘채용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경고까지 나오면서 뒤늦게 사태를 수습하는 모양새다.   11일 CNN방송 등에 따르면, 최근 ‘이스라엘 정권이 이번 폭력 사태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성명에 서명한 34개 하버드 학생 모임 중 최소 5개 모임이 지지 입장을 철회했다.   일부 학생 모임은 철회 소식을 알리면서 성명에 동참한 사실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하버드대의 서남아시아 학생 모임은 성명을 통해 “성명에 동참한 사실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한다”며 “테러 조직 하마스의 학살을 강력하게 비난한다”고 밝혔다. 다른 학생 모임의 일부 임원들은 이스라엘 비난 성명에 거리를 두기 위해 사퇴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버드대 학생들이 이처럼 입장을 바꾼 것에는 성명 발표 후 큰 논란이 일어서다. 특히 월스트리트에서 이들을 ‘채용 블랙리스트’에 올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하게 성명을 철회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헤지펀드계 거물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은 소셜미디어에 관련 성명들을 언급하고, “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이 혹시라도 이스라엘 비난 성명에 참여한 하버드 졸업생을 채용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학생 모임 명단을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크먼 회장의 게시글 이후 다수 기업 CEO들이 찬성한다는 의사 표시를 했다.     일부 하버드대 학생들은 이스라엘 비판 성명을 낸 동료 학생들을 공개적으로 규탄하고 나섰다. 전날 하버드대 17개 학생 모임은 500여명의 교직원과 함께 공동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비판 성명은 완전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뉴욕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뉴욕대 로스쿨 학생회장 리나 워크먼은 최근 “이스라엘은 이 엄청난 인명 손실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워크먼은 취직이 결정됐던 로펌의 채용 취소 통보를 받았고, 로스쿨 학생회도 워크먼에 대한 회장직 탄핵 절차에 들어갔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이스라엘 명문대생 이스라엘 비판 이스라엘 비난 이스라엘 정권

2023-10-12

[J네트워크] 중국의 비난에 조급함이 묻어난다

‘강철동맹’을 외치는 한·미 정상을 지켜본 중국의 불안감은 흉기 같은 거친 언사로 뿜어져 나왔다. 사드 사태 이후 잠잠했던 한·중 관계가 다시 격랑에 빠져들 분위기다.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인은 지난달 27일 ‘대세는 거스르기 힘들 것’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윤 대통령에 대해 그는 “한·중 수교 이후 중국에 가장 비우호적인 한국 대통령이자 한국 사회의 반중 정서를 부추기는 실질적인 선동자 중 한 명”이라며 “한국을 악의 길로 몰아가고 있다”고 직격했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중국 문화에서 정의하는 소인배로 도덕성이 부족하고 전략적 몽유병 환자처럼 행동한다”며 “중국은 그와 같은 정치인들을 질책하고 결코 면죄부를 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미국의 ‘전략적 볼모’로 전락하게 했다면서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과격한 언사다. 중국 ‘전랑(戰狼)’ 언론의 대표격인 그는 소셜미디어 2476만 명의 팔로워를 이끌고 당국의 의중대로 여론을 추동해 왔다. “중국은 전략적 결단을 유지해 윤 정부와 춤도 추지 말아야 한다”는 대목에선 이후 중국의 반격을 짐작하게 한다.   중국의 태도에 일단 우리 정부는 할 말은 하겠다는 기조다. 중국 외교부가 윤 대통령의 대만 발언에 대해 지난달 20일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하자 “무례한 발언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맞받았다. “일본에 무릎 꿇었다”는 중국 매체 보도엔 “오만이 도를 넘었다”고 발끈했다. 반박과 더불어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은 안 된다”는 발언에 흥분한 중국에 “하나의 중국 원칙 존중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우리 외교부의 응수는 시의적절했다. 당사국 모두에 해당하는 원론적인 발언에 흥분해 중국이 외교적 예의마저 잃었다는 인상만 남겼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도 한미공동성명을 문제삼아 “대만 문제에서 잘못되고 위험한 길로 가지 마라”고 경고했다.   한·미간 반도체 협력을 두고 “미국 명령을 따르면 한국 기업에 피해가 갈 것”이란 중국의 반응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 미국의 제안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수출하는 물량을 줄이라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칩 부족분을 채워주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칩 수입량이 줄어드는 중국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다급해진 중국이 에둘러 한국을 압박한 셈이다.   한·미 회담 이후 중국이 어떤 대응에 나설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북한 문제와 수출 기업 제재 등 중국이 쓸 수 있는 수단은 다양하다. 중국이 받는 압력이 커질수록 반격의 강도도 세질 수 있다. 박성훈 / 베이징특파원J네트워크 중국 비난 윤석열 대통령 한국 사회 대만 발언

2023-04-30

[J네트워크] 중국의 비난에 조급함이 묻어난다

‘강철동맹’을 외치는 한·미 정상을 지켜본 중국의 불안감은 흉기 같은 거친 언사로 뿜어져 나왔다. 사드 사태 이후 잠잠했던 한·중 관계가 다시 격랑에 빠져들 분위기다.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인은 27일 ‘대세는 거스르기 힘들 것’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윤 대통령에 대해 그는 “한·중 수교 이후 중국에 가장 비우호적인 한국 대통령이자 한국 사회의 반중 정서를 부추기는 실질적인 선동자 중 한 명”이라며 “한국을 악의 길로 몰아가고 있다”고 직격했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중국 문화에서 정의하는 소인배로 도덕성이 부족하고 전략적 몽유병 환자처럼 행동한다”며 “중국은 그와 같은 정치인들을 질책하고 결코 면죄부를 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미국의 ‘전략적 볼모’로 전락하게 했다면서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과격한 언사다. 중국 ‘전랑(戰狼)’ 언론의 대표격인 그는 소셜미디어 2476만 명의 팔로워를 이끌고 당국의 의중대로 여론을 추동해 왔다. “중국은 전략적 결단을 유지해 윤 정부와 춤도 추지 말아야 한다”는 대목에선 이후 중국의 반격을 짐작하게 한다.   중국의 태도에 일단 우리 정부는 할 말은 하겠다는 기조다. 중국 외교부가 윤 대통령의 대만 발언에 대해 지난 20일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하자 “무례한 발언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맞받았다. “일본에 무릎 꿇었다”는 중국 매체 보도엔 “오만이 도를 넘었다”고 발끈했다. 반박과 더불어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은 안 된다”는 발언에 흥분한 중국에 “하나의 중국 원칙 존중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우리 외교부의 응수는 시의적절했다. 당사국 모두에 해당하는 원론적인 발언에 흥분해 중국이 외교적 예의마저 잃었다는 인상만 남겼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도 한미공동성명을 문제삼아 “대만 문제에서 잘못되고 위험한 길로 가지 마라”고 경고했다.   한·미간 반도체 협력을 두고 “미국 명령을 따르면 한국 기업에 피해가 갈 것”이란 중국의 반응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 미국의 제안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수출하는 물량을 줄이라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칩 부족분을 채워주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칩 수입량이 줄어드는 중국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다급해진 중국이 에둘러 한국을 압박한 셈이다.   한·미 회담 이후 중국이 어떤 대응에 나설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북한 문제와 수출 기업 제재 등 중국이 쓸 수 있는 수단은 다양하다. 중국이 받는 압력이 커질수록 반격의 강도도 세질 수 있다. 박성훈 / 베이징특파원J네트워크 중국 비난 윤석열 대통령 한국 사회 대만 발언

2023-04-27

도로점거 방관 경찰에 네티즌들 비난 쏟아져

LA 도로 한복판에서 불법 도로점거를 하는 차들을 근처에서 지켜만 보는 경찰의 모습이 포착돼 네티즌의 공분을 사고 있다.   24일 한 소셜미디어에는 지난 주말 오후 8시쯤 사우스 LA의 캄튼 애비뉴와 플로랑스 애비뉴 교차에서 이뤄진 스트리트테이크오버(Street Takeover) 영상이 올라왔다.   교차로 한가운데를 막고 차들은 드리프팅, 지그재그 주행, 회전 등을 하며 굉음을 내고 타이어 타는 연기와 매연을 내뿜었다.   그러나 교차로에서 불과 수십 피트 떨어진 곳에는 경찰차 2대가 정차해 있고 차에서 내린 경찰들은 불법 도로점거는 외면한 듯 총기만 들고 서성이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혔다. 동영상 속 경찰차 한 대 위로는 전봇대가 쓰러진 모습도 보였다.   해당 영상은 이날 30만회 이상의 조회 기록을 세웠고 10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경찰이 못 본 척한다’는 댓글에 ‘좋아요’가 200개가 넘었고, 일부 댓글에는 ‘LA를 일찌감치 떠난 게 다행이다’, ‘커피를 다 마신 후에나 출동할 것’ 등의 비난이 이어졌다.   한편 LA경찰국(LAPD)은 지난해 8월 705건의 불법 도로점거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히며 강력 단속에 나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법원이 불법 레이서 등에 대해 운전면허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한 법에 지난 9월 서명했다. 김예진 기자 kim.yejin3@koreadaily.com도로점거 네티즌 도로점거 방관 네티즌들 비난 불법 도로점거

2023-01-24

‘한복 입고 부채춤’ 문화가 중국 전통?

세계 최대의 이미지·영상 플랫폼인 게티이미지가 우리나라 전통 한복과 부채춤을 중국의 문화로 표기한 사진을 유통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는 게티이미지가 한복을 입고 부채춤을 추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유통하면서 “중국 무용수들이 춘제(음력 1월 1일)를 기념하기 위해 전통 의상을 입는다”는 설명을 달았다고 24일 밝혔다.   반크는 “사진 설명을 보면 세계인 누구나 한복과 부채춤이 중국의 전통의상과 문화로 왜곡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2015년 2월 21일 중국 베이징의 템플 페어에서 열린 춘제 축하공연을 촬영했다.   이 사진은 현재 게티이미지에서 크기에 따라 175달러, 375달러, 49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또 사진은 내셔널지오그래픽 영어 교재에도 같은 설명이 달려 실렸다. 이에 반크는 게티이미지 측에 항의 서한을 보내고 시정을 요청했다. 방치할 경우 해외 유명 교과서, 관광 출판, 방송, 언론에도 확산하기 때문이라고 반크는 설명했다.   반크는 또 게티이미지 외에 해외 유명 사진 공유사이트에 잘못된 내용이 반영되지 않도록 시정 운동과 함께 한국의 전통문화를 제대로 소개하는 사진을 적극적으로 올리는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비난 시정 요청전통문화 한복 부채춤 입고 부채춤

2022-10-24

[중앙 칼럼] 피노키오처럼 코가 긴 주류언론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논란으로 빈축을 사고 있는 디즈니가 공교롭게도 최근 실사판으로 리메이크한 ‘피노키오’를 선보였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를 보니 문득 워싱턴포스트(WP)지가 떠오른다. WP는 지난 2008년부터 ‘팩트 체크(fact check)’ 제도를 도입했다. 특정 주장, 발언 등에 대해 사실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인데, WP는 검증 과정에서 피노키오 아이콘을 이용했다. 피노키오 아이콘의 개수는 곧 과장, 거짓의 정도를 나타낸다.   그러한 WP는 피노키오 못지않게 코가 길다. 일례로 지난 2020년 당시 고교생이었던 닉 샌드먼이 트럼프의 슬로건(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이 쓰인 빨간 모자를 쓰고 웃음을 띤 채 베트남전 참전 용사를 노려보는 사진이 인종차별 문제로 확산했다. 이때 WP를 비롯한 CNN, ABC 등은 이 장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트럼프 지지 세력에 대한 비난 여론을 주도했다.   이후 영상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알고 보니 모욕을 당한 건 오히려 빨간 모자의 샌드먼이었다. 나중에 샌드먼은 주류 언론들을 상대로 무려 2억5000만 달러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들의 길어진 코를 보며 어찌할 바를 모르던 WP, CNN 등은 군말 없이 오보에 대한 책임을 인정, 합의금을 지급했다.   한번 길어진 코는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지난 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필라델피아 독립기념관에서 진행된 연설에서 갑자기 “트럼프와 공화당이 미국의 근간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의 주장은 차치하고 이날 특이했던 건 배경이다. 연설장 배경색은 이례적으로 어두컴컴한 가운데 새빨간 핏빛이었다. 이를 두고 ‘섬뜩하다’ ‘지옥을 연상케 한다’ ‘선동적이다’ ‘구소련 같다’ 등 부정적 여론이 일었다.   새빨간 배경이 낳은 역효과를 CNN은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타 방송사와 달리 CNN 뉴스에서는 연설장 배경이 핏빛이 아닌 눈에 띌 정도로 완화된 핑크색이었다. 그러자 CNN은 곧바로 배경색을 조작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코가 길어질 대로 길어진 주류언론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낮은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ABC뉴스는 지난 7월 19일 ‘방금 들어온 소식(Just In)’이라며 속보를 전했다. 민주당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와 일한 오마르 의원이 대법원 앞에서 낙태 권리를 주장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됐다는 뉴스였다.   그러면서 사진을 함께 공개했는데 경찰이 AOC와 오마르를 연행해가는 장면이었다. 이 사진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분노 지수를 끌어올렸다. AOC와 오마르가 두 팔을 뒤로하고 있어 수갑이 채워져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경찰이 강제로 수갑을 채운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사진이었다. 주류언론들은 ABC가 보도한 이 장면을 그대로 받아 속보로 전했다. 물론 이날 AOC와 오마르에게는 수갑이 채워지지 않았다. 다른 사진과 영상 등을 통해 이들이 수갑을 찬 것처럼 연기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주류언론들은 슬쩍 보도 방향을 틀었다.     ‘정치적 쇼’라는 비난 여론에 맞서 오히려 팩트 체크를 들이밀며 ‘체포된 건 사실’ ‘일종의 표현의 자유’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퍼포먼스’라며 논점을 흐렸다.   코가 계속 길어지면 도저히 숨길 수가 없다. 거짓의 속성이 그렇다. 주류언론의 길어진 코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방법은 딱 하나다. 편파, 편향, 오도를 멈추고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     언론은 독자가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 그걸 자꾸 망각하면 피노키오는 제페토를 영원히 잃을지도 모른다. 장열 / 사회부 부장중앙 칼럼 피노키오 주류언론 피노키오 아이콘 연설장 배경색 비난 여론

2022-09-19

[이 아침에] 비난과 너그러움

우리 동네 올드타운 한적한 길에 늘 손님이 북적이는 식당이 있다. 교회 오가는 지름길이라 새벽마다 보게 되는데 몇 개의 주변 가게 앞까지 테이블을 길게 놓아뒀음에도 손님이 가득 차고, 특히 주일 아침은 기다리는 손님까지 합세해 식당 주변이 온통 잔칫집 같다. 코로나 전에 몇 번 간 적이 있지만 미국 음식이 그렇지 뭐, 하며 오래 뜸하다가 작년 말쯤 마음이 내켜서 들어갔다.     가계 오픈하는 시간이라 직원들은 분주했고 분위기는 조금 어수선했지만, 세월이 한참 흐른 듯 감회가 새로웠다. 창 옆에 자리를 잡고 주문받으러 오기를 기다리며 가져온 신문을 펼치려는 순간이었다. 조그만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양념통 사이에서 징그러운 바퀴벌레가 슬슬 기어 나왔다. 너무 놀라 벌떡 일어서며 직원을 불렀다. 도저히 음식 먹을 기분이 아니어서 멀뚱하게 바라보는 직원을 뒤로하고 식당을 나와버렸다. 그 집 앞을 오가며 사람들은 모르지, 저 집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는 사실을, 무슨 대단한 비리를 알고 있다는 듯 비난의 마음을 품었다.   그 후 눈길이 더 자주 머무는 그 식당은 변함없이 붐볐고, 친절하기가 짝이 없었던 오래전의 직원 진 할머니가 손님마다 일일이 포옹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몸이 아파서 대수술을 했고  크리스찬임을 자랑스럽게 밝히던 미국 할머니, 하이! 라도 하고 싶었지만 들어가서 먹을 것도 아닌데 싶어 용기를 내지 못했다.     세월은 흘러 바퀴벌레 기억도 희미해져 가고, 아니 그 기억은 그만 접어버리자 마음을 다잡고 며칠 전 그 식당으로 쑥 들어갔다. 우리를 알아본 진 할머니가 그 특유의 환한 웃음으로 다가와 찐하게 포옹을 해댔다. 얼마 만이냐 어떻게 지냈냐 자기는 일주일에 두 번 일하는데 마침 너희들을 보게 되어 반갑다, 그녀의 못 말리는 수다가 이어졌다. 하지만 다른 손님이 들어오자 얼른 그쪽으로 달려가는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 식당을 이만큼 올려놓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활달한 진 할머니, 그녀의 건강을 기원했다.     직원의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지속해서 손님을 끌기 위해서는 역시 음식 맛일 것이다. 비슷한 메뉴를 가진, 내가 종종 가는 다른 식당의 음식과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었다. 그날따라 바퀴벌레의 기억을 상쇄할 만큼 서비스, 맛, 가격에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들이 바본가, 이러니까 오는 거지. 바퀴벌레가 있으면 어때! 정도는 아니지만, 그럴 수도 있는 거구나 혹은 다른 사람이 안 봐서 정말 다행이야 하는 너그러움도 살짝 들었다.   이번 일을 통해 시간을 통과하고 나면 상황을 바라보는 눈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쁜 경험 혹은 기억으로 인해 좋은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적은 없었는지, 더 나아가 누군가의 말만 듣고 한 사람을 일방적으로 나쁘게 판단한 경우는 없었는지 돌아보았다. 결점에 매여있다가 놓쳐버린 사람도 있었던 것 같다. 내가 판단 받고 싶지 않듯이 그도 그랬을 것이다. 어! 그런 사람 아니었네! 하면 늦었을 수도 있다. 누군가를 폄하하고 싶을 때 그 누군가의 자리에 나를 세워보기로 한다. 오연희 / 시인이 아침에 비난 바퀴벌레 기억 식당 주변 할머니 하이

2022-09-11

탈북 어민 강제북송에 비난 쇄도

2019년 11월 북한으로 강제 추방된 탈북 어민들의 판문점 사진이 공개된 12일 미국 내 인권단체와 전문가들은 비난을 쏟아냈다.   이날 공개된 10장의 사진에서 북한 어민 2명은 안대를 쓰고 포승줄에 묶인 채 이동하는 장면, 판문점 자유의 집에 도착해 대기하는 모습, 북측에 인계되는 상황 등이 생생하게 담겼다. 특히 이들 중 한 명은 인계 직전 고성을 지르고 바닥에 주저앉아 버티는 등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12일 연방하원 ‘톰 랜토스(Tom Lantos) 인권위원회’의 공동의장인 크리스 스미스(공화·뉴저지) 의원은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언론에 보낸 개인 성명을 통해 “귀순을 요구한 어민들이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는 사진을 보는 건 고통스러웠다”며 “이들 사진은 두 어민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도록 강요받았다는 점과 잔혹한 정권으로 넘겨지는 데 대한 그들의 저항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스미스 의원은 “이번 비극적인 사건은 북한 공산주의 정권의 잔혹성과 전임 문재인 정부의 냉담한 공모를 분명히 보여준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그는 “범법 행위 여부와 관계없이 이들 탈북민은 자신들의 의지에 반해 북한으로 송환되지 않았어야 했고, 정부는 정당한 절차를 존중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이날 ‘보이스오브 아메리카(VOA)’와의 인터뷰를 통해 환멸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수년 동안 중국이 탈북민을 강제 북송한 것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이들이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가 한국 헌법에 따라 이들을 한국 국민으로 대우하고 법적 절차를 밟아야 했지만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건은 발생 엿새 만에 일단락됐고 이에 대해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한국 헌법은 체포 또는 구금된 자는 변호인 선임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들은 이런 기본권을 누리지 못했다”며 “문재인 정부가 한국을 정의하는 가치를 근본적으로 공격했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도 이날 철저한 책임 규명을 촉구했다.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VOA에 보낸 성명에서 “송환에 저항하는 필사적인 모습은 당사자들이 북한에서 어떤 일을 당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과 당국자들 역시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을 돌려보냈다며 “이는 인권에 대해 냉담한 무시”라고 지적했다. 류정일 기자북한 강제북송 탈북 어민들 비난 쇄도 이들 탈북민

2022-07-13

[기고] 재외선거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

제20대 대통령선거를 두 달여 앞둔 유권자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아무리 이전투구라고 해도 이런 혼탁한 싸움은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민생과 관련한 정책 대결은 온데간데 없고, 오직 상대후보와 가족 흠집내기에만 혈안이다. 이는 후보자들의 전과나 품성 등 자질 문제가 크다.     백 번 양보해 개인의 흠집은 그렇다 치더라도 민생을 책임질 만한 역량도 여야 후보에게서 보이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얼마 전 한 유튜브 방송에서 드러난 여야 두 후보의 철학과 경제 해법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정치는 4류’라는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외침이 저절로 떠오른다.     여당후보는 화려한 언변에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진보적이고 공정을 강조하는 좌파라면서도, 공리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철학과 경제관의 빈곤을 반증한다. 또한 부국강병의 묘책은 없으면서 포퓰리즘을 보이고 있다.     야당후보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반도에서 불고 있는 풍운이 현정권이 야기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거기에서 끝이다. 뭘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 설득력이 부족하다.     두 후보 모두 현대적 리더에게 필요한 합리적 공감과 비전 제시 등의 능력이 취약하다. 이 약점은 각 당의 선거참모들이 메워야 하는데 오직 선거공학적 표계산만 하고 있다. 상대후보 비난에만 열을 올린다. 박빙 선거가 예상되는 만큼, 상대방 후보를 조금만 더 흠집을 내면 이긴다는 생 각이다. 국민들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다.   이전투구가 계속되면 두 후보에 대한 비호감만 높아질 뿐이다. 아닌 게 아니라 현재 두 후보에 대한 비호감은 호감도에 비해 무려 두배나 된다. 이 같은 네거티브 선거에서는 설사 승리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뿐이다.   국민들 입장에서도 너무 겉만 보고 일희일비하다 가는 그동안 쌓아온 국력이 순식간에 무너져버릴 수 있다.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람들은 그들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말이 있다.  프랑스의 사상가 조제프 드 메스트르가 1811년 러시아 헌법 제정에 관한 토론을 하면서 한  말이다. ‘시민은 유권자로서 책임감을, 정치인은 대표자로서 사명감을 돌아보자’는 취지에서 자주 인용된다.     두고두고 곱씹어 봐도 명언이다. 사회는 발전하지만 무조건이지는 않다. 노력하는 것만큼 얻을 수 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국민들은 정신 바짝 차리고, 두 눈을 부릅떠야 한다. 국가의 화복(禍福)이 유권자의 손에 달렸기 때문이다.   이는 해외동포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하지만 미주 한인들의 반응은 냉담과 무관심만 증폭되고 있다. 재미 유권자 수는 약 85만 명 정도이다. 이 가운데 등록률은 한자리 수에 불과하다.     말할 것도 없이 불합리한 투표 방식이 주원인이다. 불편하기 짝이 없는 선거법 전면 개정은 꼭 필요하다. 한인들의 숙원인 투표하기 쉬운 환경, 다시 말해 우편투표나 투표소 확대 등은 꼭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만 ‘우는 아이 젖 준다’는 격언이 있듯이, 주권 당사자가 가만히 있으면 빈곤의 악순환만 되풀이될 뿐이다. 지금처럼 투표율이 저조하면 한국에서도 재외국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예산과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힘들더라도 이번 선거에 가능한 많은 한인이 투표에 참여해 유권자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85만 표면 충분히 대선의 당락을 결정할 수 있는 숫자다.   한인들이 결집해야만 우리의 요구가 각 당의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 이번 대선에 적극 투표해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20대 대선을 위한 재외선거 유권자 등록이 오늘(8일) 마감한다. 시간이 촉박하지만 인터넷으로 유권자 등록하는 데는 불과 5분, 길어도 10분이면 충분하다.  권영일 / 애틀랜타 중앙일보 객원 논설위원기고 재외선거 참여 철학과 경제관 상대후보 비난 재미 유권자

2022-01-07

[시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해야 하는 이유

제20대 대통령선거를 두 달여 앞둔 유권자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아무리 이전투구라고 해도 이런 혼탁한 싸움은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민생과 관련한 정책 대결은 온 데 간 데 없고, 오직 상대후보와 가족 흠집내기에만 혈안이다. 이는 후보자들의 전과나 품성 등 자질문제가 크다.     백 번 양보해 개인의 흠집은 그렇다 치더라도 민생을 책임질 만한 역량도 여야 후보에게서 보이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얼마전 모 유튜브 방송에서 드러난 이재명과 윤석열, 두 후보의 철학과 경제 해법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정치는 4류’라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외침이 저절로 떠오른다.     특히 여당후보는 화려한(?) 언변을 구사하나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진보적이고 공정을 강조하는 좌파라면서도, 공리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철학과 경제관의 빈곤을 반증하고 있다.   부국강병의 묘책은 하나도 없다. 오직 세금을 잘 거둬서 n분의 1로 고르게 나누어 주면 표는 온다는 아주 위험한 발상만 하고 있다. 포퓰리즘도 이런 포퓰리즘이 없다.   야당후보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반도에서 불고 있는 풍운이 현정권이 야기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거기에서 끝이다. 뭘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 설득력이 부족하다.     두 후보 모두 현대적 리더에게 필요한 합리적 공감과 비전제시 등의 능력이 취약하다. 이 약점은 각 당의 선거참모들이 메워야 하는데 오직 선거공학적 표계산만 하고 있다. 상대후보 비난에만 열을 올린다. 초박빙 선거가 예상되는 만큼, 상대방 후보를 조금만 더 흠집을 내면 이긴다는 생각이다. 국민들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다.   이전투구가 계속되면 두 후보에 대한 비호감만 높아질 뿐이다. 아닌 게 아니라 현재 두 후보에 대한 비호감은 호감도에 비해 무려 두배나 된다. 이 같은 네거티브 선거에서는 설사 승리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뿐이다.   국민들 입장에서도 너무 겉만 보고 일희일비 하다 가는 그동안 쌓아온 국력이 순식간에 무너져버릴 수 있다.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람들은 그들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말이 있다.  프랑스의 사상가 조세프 드 메스트르(Joseph de Maistre)가 1811년 러시아 헌법 제정에 관한 토론을 하면서 쓴 말이다.   ‘시민은 유권자로서 책임감을, 정치인은 대표자로서 사명감을 돌아보자’는 취지에서 자주 인용된다.     두고두고 곱씹어 봐도 명언이다. 사회는 발전하지만 무조건이지는 않다. 노력하는 것만큼 얻을 수 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국민들은 정신 바짝 차리고, 두 눈을 부릅떠야 한다. 국가의 화복(禍福)이 유권자의 손에 달렸기 때문이다.   이는 해외동포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하지만 미주한인들의 반응은 냉담과 무관심만 증폭되고 있다. 재미유권자 수는 약 85만 명 정도. 이 가운데 등록율은 한자리 수에 불과하다.     말할 것도 없이 투표환경의 열악이 주원인이다. 실제 애틀랜타총영사관의 경우 동남부 6개주를 관할한다. 시카고총영사관은 무려 13개주에 걸쳐 있다. 그럼에도 투표소는 달랑 각각 3곳에 불과하다.   불편하기 짝이 없는 선거법 전면 개정은 꼭 필요하다. 미주한인들의 숙원인 투표하기 쉬운 환경, 다시 말해 우편투표나 투표소 확대 등은 꼭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만 ‘우는 아이 젖 준다’는 격언이 있듯이, 주권 당사자가 가만히 있으면 빈곤의 악순환만 되풀이될 뿐이다.   지금처럼 투표율이 저조하면 한국에서도 재외국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예산과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힘들더라도 이번 선거에 가능한 많은 인원이 투표에 참여해 유권자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85만 표면 충분히 대선의 당락을 결정할 수 있는 숫자다.   미주한인들이 결집해야만 우리의 요구가 각 당의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 이번 대선에 적극 투표해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20대 대선을 위한 재외선거 유권자 등록이 8일 마감한다. 시간이 촉박하지만 인터넷으로 유권자 등록하는 데는 불과 5분, 길어도 10분이면 충분하다.시론 투표 논설위원 투표소 확대 철학과 경제관 상대후보 비난

2022-01-06

데이비드 류 LA시의원 단독 인터뷰 "한인들의 분노, 분명히 전달했다"

데이비드 류 LA(4지구) 시의원이 한인타운 노숙자셸터 부지 논란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에릭 가세티 LA시장과 허브 웨슨 시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셸터 계획을 발표한 지 6일 만이다. 그는 "한인사회의 대변자가 되겠다"며 원만한 해결에 앞장설 것을 약속했다. 관계기사 3면·중앙경제 류 시의원은 8일 시청에서 가진 본지와 인터뷰에서 "셸터 부지 논란에 대해 많은 의견을 접했다"면서 "내일(9일) 이 문제를 놓고 에릭 가세티 시장, 허브 웨슨 시의장과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 시의원은 4지구내 셸터 부지도 결정됐다면서 "근 1년 동안 여러차례 공청회와 커뮤니티 만남을 통해 셸터 부지를 골랐다"고 밝혔다.한인들의 의견 청취없이 한인타운내 셸터 부지를 정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웨슨 시의장과 대조를 보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인타운 한복판에 셸터가 들어선다는 것을 언제 알았나. "일단 내일 이 문제를 놓고 가세티 시장, 웨슨 시의장과 회의가 있다. 한인타운 셸터는 웨슨 시의장 지역구인 10지구에 속해있다. 그래서 미팅에 앞서 내가 먼저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럽다. 두 사람을 만난 뒤 내 의견을 밝히는 게 순서라고 본다." -한인사회가 분노하는 이유 중 하나가 커뮤니티 의견수렴이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커뮤니티 의견수렴 과정은 아주 중요하다. 공동으로 힘을 모아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지난 주말에 한인들이 셸터 부지 앞에서 대대적으로 시위했는데. "시장, 시의장과 함께 진행되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내가 지금 뭐라 섣불리 말하기 힘들다. 한인들이 분노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현재 LA시에서 가장 심각한 이슈로 떠오른 것도 노숙자 문제다. 한인뿐 아니라 LA시민 모두가 이런 사태가 온 것에 분노를 느끼고 있다." -4지구도 셸터 부지를 정했나. "여러차례 공청회와 커뮤니티 의견수렴 시간을 거쳐 결정했다. 근 1년간 준비했다. 그 결과 현재 문을 닫은 가드너 도서관 자리로 정했다. 아직 최종확정은 아니다. 부지에 대한 타당성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당신은 한인 시의원이다. 시의원 당선에 한인사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한인사회가 느끼는 분노를 류 시의원이 한인 대변자로서 시장과 시의장에게 전달하길 원하고 있다. "내가 리드할 것이다(I'm ready to lead.) 나는 코리안 아메리칸이다. 한인커뮤니티 의사를 듣고 싶다. 그래서 내일 시장, 시의장과 미팅을 갖는 것이다. 한인 커뮤니티 의사를 분명히 반영하기 위해 마련된 시간이다." -한인들의 분노를 웨슨 시의장에게도 직접 말했나. "직접 말했다. 이에 대해 관련 전화를 많이 받았고, 그 내용들을 동료 시의원들에게도 전달했다." -셸터가 노숙자 문제의 해답인가. "노숙자 문제는 현재 LA시 전체에 퍼져있다. LA시는 커뮤니티 단체들로부터 노숙자 문제와 관련해 소송을 당했다. 결국 제9항소법원에서 LA시가 패소하면서 노숙자 문제가 커졌다. 이 판결로 텐트를 강제로 치울 수 없게됐다. 이들이 머물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텐트를 치울 수 있다.나는 한인들을 대변하겠다. 그리고 이번 이슈를 놓고 한인들이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은 반갑고 고무적이다." 원용석 기자

2018-05-09

'셸터 반대위' 구성…조직적 저지 나선다

LA한인타운 내 '홈리스 셸터 건립안'에 대한 한인타운 주민과 한인사회의 반대가 더욱 조직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한인단체들이 연합해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한 독지가는 2만 달러의 거금을 활동비로 쓰라며 LA한인회에 쾌척했다. LA한인사회가 '홈리스 셸터'와 '리틀 방글라데시'라는 2개 이슈에 직면한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한인타운 현안 관련 단체장 회의'가 7일 LA한인회관에서 열렸다. LA한인회 주도로 열린 이날 모임에는 약 40개 한인단체 관계자 120여 명이 참석했다고 한인회 측은 밝혔다. 참석자들은 이날 이슈에 따라 '홈리스 셸터 위원회'와 '리틀 방글라데시 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대응 전략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한인 단체장 연합회의에서는 '한인타운에 홈리스 셸터를 설치할 수도 있지만 시가 결정한 682 사우스 버몬트 애비뉴 부지는 허락할 수 없다'는 원칙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로라 전 LA한인회장이 입장을 정리해 발표했다. 전 회장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에릭 가세티 시장과 허브 웨슨 시의회 의장에게 세 번째 공식 항의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편지에는 빠른 시일 안에 관련 이슈만 다루는 단독 공청회를 한인타운에서 열고 여기에 가세티 시장과 웨슨 시의회 의장도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공개했다. 전 회장은 또 한 익명의 독지가로부터 2만 달러의 성금을 받기로 했으며 이 성금을 한인타운 지키기 활동자금으로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가세티 시장과 허브 웨슨 시의회 의장에 대한 한인들의 질타는 공청회에서도 이어졌다. 한인타운 활동가인 그레이스 유 변호사는 “이번 홈리스 셸터 문제 뿐만 아니라 시 당국과 시의원들은 그동안 한인타운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을 시행해 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한인사회를 존중하는 마음이 없다”고 비판하면서 “끝까지 싸우면 좋을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독려했다. 한인건축가협회 사무엘 조 이사장은 “홈리스 셸터와 같은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먼저 환경영향평가보고서가 나와야 하는데 이런 것 없이 일방적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것은 한인 커뮤니티를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창엽 전 한인회 이사장도 “홈리스 문제 해결은 LA시 뿐만 아니라 주 정부까지 나서고 있는 중요 현안이기 때문에 홈리스 셸터 설치가 거론되는 다른 지역의 경우, 시 당국과 주민 간에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고 있는데 한인타운만 이렇게 일방적이고 졸속으로 일처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우 변호사는 “SB 2라는 주 상원 법안이 통과되면서 홈리스 셸터 건립시 인근 주민에 대한 사전 공청회가 필요 없게 됐다”고 법률적 근거를 설명하고 “남은 방법은 앞으로 있을 공청회에서 어떻게 한인타운 홈리스 셸터가 적절치 않은가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반드시 시의회 표결을 거치도록 규정해 놓았기 때문에 시의회에서 한인타운 셸터 건립안이 부결되도록 초점을 맞춰 행동해 나가야 한다고 활동방향을 제시했다. 한편 로라 전 LA한인회장은 이날 모임 시작과 함께 ‘홈리스 셸터’ 설치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하고, 앞으로 하나로 뭉쳐 한인사회가 직면한 현안들을 슬기롭게 헤쳐나가자고 다짐했다. 김병일 기자 kim.byongil@koreadaily.com

2018-05-07

"웨슨 시의장과 공조했다" 가세티 시장 하루 만에 번복

허브 웨슨 LA시의장 측은 "한인타운 노숙자셸터 부지를 웨슨 시의장이 홀로 결정했다"는 에릭 가세티 LA시장실 측 설명5월7일자 A-1면에 사실과 다르다며 정면 반박했다. 가세티 시장 측도 "시의장과 협의해 셸터 부지를 정했다"며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두 사람간 책임 떠넘기기는 일단락된 듯하나 한인사회 의견수렴 없이 두 사람이 셸터 부지를 결정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 됐다. 웨슨 시의장 공보관 바네사 로드리게스는 7일 본지와 통화에서 "한인타운 노숙자셸터는 시의장 독단으로 결정한 게 아니다"라며 "시장실 관계자가 그런 말을 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 웨슨 시의장은 가세티 시장과 긴밀한 협조와 공조 속에 부지를 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로드리게스 공보관은 "시장실에서 왜 그런 소리가 나왔는지 모르겠다"면서 "시장실에 우리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시장실 관계자는 셸터 부지 결정이 "웨슨 시의장에 의해 이뤄진 것(Herb Wesson is the one that chose site)"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하루 만인 7일 시장실은 입장을 바꿔 웨슨 시의장 측과 입을 맞춘 듯 똑같이 해명했다. LA시장 수석보좌관 애나 게레로는 "긴밀한 공조(joint effort) 속에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실은 셸터의 구체적 건축 계획도 공개했다. 게레로 보좌관은 "7월1일 셸터 예산이 배정되면 내년 1월에 LA한인타운 7가와 버몬트 애비뉴에 있는 시 소유 주차장에 노숙자셸터가 들어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현재 한인타운에 노숙자가 총 450여 명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결국 이들이 셸터에 들어가게 된다는 사실을 한인사회가 이해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셸터가 3년 동안 ‘한시적(temporary)’으로 운영될 것이라고도 했다. 게레로 보좌관은 “치안을 위해 24시간 보안 시스템을 가동할 것”이라며 “노숙자들이 셸터에서 3주~3개월에 걸쳐 재활을 통해 다시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정부가 셸터 부지를 그곳으로 정한 건 시소유 땅인데다 현재 다른 부지를 매입할 예산이 없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본지는 LA시의 유일한 한인 시의원인 데이비드 류측에 입장 표명을 요청했으나 답변하지 않고 있다. 원용석 기자 won.yongsuk@koreadaily.com

2018-05-07

"타운 노숙자셸터 LA시의장 웨슨이 혼자 결정"

LA한인타운 한복판에 들어설 노숙자 셸터에 대한 반발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에릭 가세티 LA시장 측은 셸터 장소(682 S. Vermont Ave.)가 허브 웨슨 LA 시의장의 단독 결정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실 관계자는 5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인타운 노숙자 셸터는 LA 시장이 결정한 게 아니다. 10지구를 관할하는 웨슨 시의장이 홀로 결정한 것"이라면서 "15명 시의원이 모두 관할지역내 셸터를 마련해야 하며, 웨슨은 시의장인 만큼 앞장서 장소를 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셸터는 많은 사람의 불만이었던 노숙자 텐트를 없앨 수 있는 호기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관계특집 3면> 관계자는 한인타운 셸터 부지가 최종결정된 것은 아니라면서 "웨슨 시의장은 사우스LA 쪽에도 적합한 후보지가 있는지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웨슨 시의장이 정한 한인타운 외에도 최소 6곳의 후보지가 있다. <표 참조> 다른 후보지들이 6곳이 더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한인타운을 의견 수렴없이 발표한 데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이에 대해 웨슨 시의장 측은 본지와 통화에서 "월요일에 다시 연락하라"고만 답했다. 이런 가운데 한인타운에 또다른 노숙자 셸터 부지가 생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원한 LA시 관계자는 "한인타운은 4개 지역구로 쪼개져 있다"면서 "길 세디요 시의원이 관할하는 1지구내 올림픽 경찰서 바로 옆에 시소유 건물이 비어있다. 이 건물도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고 밝혔다. 가세티측은 타운 노숙자 셸터와 관련해서는 시의장에게 1차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나 노숙자 급증의 책임으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하다. LA시정부 감시 사이트인 시티워치는 최근 가세티의 노숙자 정책이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노숙자 문제 해결에 연 1억 달러 예산을 배정했으나 이중 지나치게 많은 액수인 8000만 달러가 단속에 집중됐고, 실질적으로 노숙자를 돕는 프로그램에는 2000만 달러만 배정한 게 대표적인 실패정책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LA시내 노숙자는 3만4000명에 달한다. 정경유착 비판도 나왔다. 개발업자들의 후원금을 받은 가세티가 시청에 들어간 후 고급 주상복합 건물들이 대거 들어서면서 렌트비 상승을 불러 노숙자가 대거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시정부가 한인들을 '2급 시민(second class citizen)'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원성도 나오고 있다. 이번 셸터가 들어설 7가와 버몬 인근에 거주하는 김세영(37) 씨는 "시장과 시의장이 우리 한인들을 2급 시민 취급했기에 이번 일을 저지른 것"이라면서 "셸터는 답이 될 수 없다. 다운타운 노숙자집단거주지 '스키드로(skidrow)'를 보면 불 보듯 훤하지 않나. 여기도 그렇게 전락할 것"이라고 분개했다. 한인타운 사회운동가 그레이스 유 씨는 "LA시정부는 이번에도 한인사회를 짓밟았다"면서 "4.29 폭동 때도 그랬고 선거구 재조정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10지구내 다른 LA시 소유 부동산들에 대한 조사도 이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 한인회 이사 헨리 최(49) 씨는 "시정부 차원에서 노숙자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한인커뮤니티 리더 몇 명만 설득하면 일이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판단한것은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원용석 기자 won.yongsuk@koreadaily.com

2018-05-06

"더는 못참겠다" 한인들 거리로 나왔다

LA시의 일방적인 한인타운 홈리스 셸터 지정에 반대하는 한인들의 시위가 6일 오후 2시 버몬트와 윌셔 불러바드가 만나는 북동쪽 코너에서 열렸다. 이날 시위에는 300여 명의 한인과 인근 주민이 모였고 한인사회 언론은 물론 주류사회에서도 ABC7 뉴스와 CBS 계열 라디오 방송국인 KNX 1070 등이 나와 취재하며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시위 참석자들은 이날 한목소리로 홈리스 셸터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왜 그곳이 한인타운 한복판이어야 하며 또 그 같은 결정 과정에서 한인사회나 인근 주민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은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에서 처음 마이크를 잡은 한미연합회 사무국장을 지낸 그레이스 유 변호사는 "우리가 오늘 이곳에 모인 이유는 노숙자 셸터를 무조건 반대만 하기 위함이 아니고 가장 적합한 장소를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선정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함"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단상에 오른 로널드 김 변호사는 "에릭 가세티 LA시장과 허브 웨슨 LA시의회 의장이 한인타운에 홈리스 셸터로 지정한 곳(682 S. Vermont Ave.)은 버몬트/윌셔 지하철역과 0.5마일도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지하철을 이용해 더 많은 노숙자가 한인타운에 몰려들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 변호사는 또 "셸터 예정 지역을 중심으로 1마일 거리 안에 모두 5개의 초중고교가 위치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더 안전한 장소에 홈리스 셸터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다른 2곳에 홈리스 셸터를 지을 더 좋은 장소가 있다고 사진과 함께 해당 지역을 소개하기도 했다. 방준영 한미연합회(KAC) 사무국장은 "하나로 뭉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월요일(오늘.7일) 오후 6시 피오피코 도서관에서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회의가 열리니 많은 분이 참석하고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 사무국장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며 가세티 시장과 웨슨 시의장을 한인사회에서 더 압박하는 행동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는 일반 한인들의 주도로 지난주 금요일 일정이 갑자기 잡혔으며 이때부터 시위 당일인 일요일 오후까지 주요 한인 웹사이트와 SNS 카카오톡 등을 통해 급속히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LA한인회와 LA한인상공회의소 임원진이 참여했으나 시위를 주도하진 못했다. 심지어 로라 전 LA한인회장은 이날 세 번째 순서로 마이크를 잡고 의견을 밝히려 했으나 일부 참석자들이 "사죄부터 해라" "내려가라"며 강력히 반발해 일단 내려가기도 했다. 얼마 후 다시 마이크를 잡은 로라 전 회장은 "이유 불문하고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시위와 관련해 한 참석자는 "기존 한인단체가 아니라 풀뿌리 운동처럼 일반 한인이 중심이 돼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인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그러나 연속성과 일관성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지도부가 구성되어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 필요한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오늘 오후 6시 피오피코 도서관에서 열리는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 모임에서는 홈리스 셸터 문제와 '리틀 방글라데시' 문제가 집중 거론될 전망이다. 김병일 기자

2018-05-06

"타운 홈리스 셸터 설치 반대한다"…로라 전 LA한인회장 입장 변화

LA한인타운 한복판에 홈리스 셸터를 설치한다는 에릭 가세티 LA시장과 허브 웨슨 LA시의회 의장의 2일 기자회견에 동참했던 로라 전 LA한인회장이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로라 전 회장은 3일 "LA시장과 시의회의장이 한인타운 내 홈리스 셸터 설치에 관한 기자회견을 한 것에 대해, LA한인회에서는 주민들의 의견을 개진할 일련의 절차 없이 진행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해당지역 주민과 비즈니스 업주의 목소리와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주민공청회나 타운홀 미팅을 개최해야 한다고 독촉했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또 "오는 7일, 단체장회의를 개최해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조직적으로 대처해 나감과 동시에 한인커뮤니티 일에는 반드시 한인커뮤니티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전 회장은 오늘(4일) 한인타운 내 홈리스 셸터 설치와 관련해 LA시가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의 유무를 따져 법적 대응 또는 집단 시위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공식 항의 서한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인회에 이 같은 요청에 대해 이날 오후 시장실과 웨슨 의장 사무실 측에서는 "오늘(4일) 오전 논의하겠다"는 답변을 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LA한인회의 입장 변화는 관련 보도가 나간 뒤 한인사회가 예상보다 훨씬 강력히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라 전 회장은 2일 오후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홈리스와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내 뒷마당은 안돼'라는 님비(NIMBY)적 사고에서 벗어나 한인사회가 선두적으로 공생공존하려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후 3일 보도자료에서는 "LA시가 노숙자 문제 해결의지를 표명한 것에 대한 원론적인 찬성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로라 전 회장은 3일 오후 LA한인회관에서 '리틀 방글라데시' 구역 획정에 따른 한인타운 축소 가능성에 대한 사태 파악과 대책 마련을 위해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이하 윌셔주민의회) 한인 대의원 등 관계자 6명을 초청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는 이미 투표일정이 잡혀 있는 만큼 투표를 통해 한인타운이 반 토막나는 사태를 막아야 하며 이를 위해 한인사회의 모든 역량을 총결집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이를 위해 각자 주요 교회와 단체, 사업체를 분담해 맡고 우선 협조 요청부터 하고 이번 주말까지 한인타운에 있는 종교나 일반 단체 또는 직장에 소속됐거나 환자나 고객임을 입증하는 증명서 형식을 제작해 오는 7일(월)로 예정된 한인단체 합동 기자회견장에서 이를 나눠주기로 결정했다. 참석자 가운데 그레이스 유 변호사는 "최소 1만 명 이상의 투표를 이끌어 내 한인사회의 결집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이 박 피코유니온주민의회 의장은 "이번 기회에 자신이 속한 주민의회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고 지역이나 인종 감정이 아니라 한인타운을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im.byongil@koreadaily.com

2018-05-03

[김형재 기자의 K타운 24시] "시장·시의장, 한인사회가 만만한가"

"'한인타운 심장(heart of Koreatown)'에 홈리스 셸터가 들어선다." 2일자 LA타임스와 커브드LA가 보도한 타운내 노숙자 임시거주지 기사 내용이다. 후폭풍은 거세다. 지난 2일 에릭 가세티 시장과 허브 웨슨 시의장(10지구)이 한인타운 한복판 공영주차장(682 S Vermont Ave)에서 이곳을 '24시간 노숙자 이머전시 셸터(emergency homeless shelter)'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을 접한 한인들은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미시USA 등에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또 당한다"는 요지로 단체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더 이상 말 잘 듣는 '코리안'이 되지 말자는 결연한 의지마저 내보였다. 2015년 LA 시의회 10지구에 출마했던 그레이스 유 한미연합회 전 사무국장은 "웨슨 시의원 지역구 안에 노숙자 임시 셸터를 조성할 곳이 한인타운밖에 없다는 말은 거짓이다. 말을 하려면 똑바로 해야 하지 않나. 한인사회가 만만하니까 개발이 한창인 곳에 24시간 노숙자 셸터를 짓겠다고 밀어붙이는 것"이라며 "한인사회는 ATM처럼 돈만 내고 자기네 하는 일에는 목소리 내지 말라는 것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지난 2일 한인타운 노숙자 임시 집단 거주지 기자회견장은 두 사람의 궁색함을 방증하는 자리였다. 노숙자 위기를 선언한 가세티 시장은 대책마련을 시정의 최대 현안으로 내세웠다. 웨슨 시의장은 시의회를 대표해 노숙자 임시 셸터를 눈앞에 실현하고픈 바람만 강조했다. 두 사람은 해당 조례를 발의·서명하기도 전에 기정사실이 된 것처럼 말했고, 주민공청회는 없다고 못 박았다. 자신들의 발표가 커뮤니티 여론을 수렴한 것인 양 로라 전 LA한인회장, 방글라데시 커뮤니티 인사 등 몇 명을 병풍처럼 세웠다. 결국 두 사람의 맞물린 이해관계가 '한인타운 한복판'으로 귀결된 모습이다. 지난 1월 공영주차장에 트레일러와 텐트, 수도·전력·샤워 시설을 설치해 노숙자 임시 셸터로 활용하자는 조례안이 처음 나온 뒤 시범운영 후보지 2곳(유니언역 인근, 할리우드 인근)은 격렬한 주민 반대에 휩싸였다. 가세티 시장 한 보좌관은 "주민미팅을 하고 있지만 할리우드는 어렵지 않겠나. 거기 사는 주민들이 워낙…"이라고 말을 흐렸다. 주류 언론은 노숙자 셸터 후보지인 윌셔 불러바드와 7가 스트리트 사이인 버몬트 애비뉴 공영주차장 지역을 '한인타운 심장'이라고 표현했다. 반경 30피트 안에는 더 버몬트 고층아파트 등 아파트건물 9채 이상, 고층 오피스빌딩 2동, 상가 3동-업소 30여 곳, 학교가 밀집해 있다. LA타임스 조차 노숙자 셸터가 조성되면 지역 상권이 타격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가세티 시장과 웨슨 시의장은 "이곳은 시 부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주민공청회 가능성은 사전에 차단했다. 다른 두 곳의 시범운영 계획이 차질을 빚자 "노숙자를 위한 첫 번째 임시 셸터가 한인타운에 들어선다"고 말을 바꿨다. 두 사람은 이날 절차와 여론 수렴이 기본인 민주주의 원칙은 외면하는 듯한 우격다짐을 보였다. 단체행동을 예고한 한인들은 시장과 시의장의 행정절차 외면과 통보하는 듯한 행동을 문제 삼고 있다. 노숙자 문제 대책마련이라는 취지에 십분 공감하지만 한인사회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1년 한인사회 여론을 무시한 채 LA한인타운을 네 개로 쪼개버린 웨슨 시의장 등 시의원들의 '선거구 재조정' 횡포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한인커뮤니티변호사협회(KCLA) 정찬용 회장은 "향후 정보공개신청 등으로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가처분신청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3일 웨슨 시의장실 확인 결과 한인타운 노숙자 임시 셸터는 '계획안'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보담당 보좌관은 "노숙자 임시 셸터는 가세티 시장이 주도하고 있다. 한인타운 노숙자 셸터 조성 조례안은 2일 발의했다. 시민은 시의회 산하 위원회(PLUM) 심의와 시의회 조례안 의결 미팅 때 나와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세티 시장과 웨슨 시의장이 한인타운 노숙자 임시 셸터를 확정한 것처럼 통보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 보좌관은 시민 여론 수렴 후 계획안이 수정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제 공은 한인사회로 넘어왔다. 시장과 시의장이 바라는 밀실행정을 용인하느냐는 한인사회 역량에 전적으로 달렸다. 이미 공감대를 형성한 한인들은 ▶에릭 가세티 시장 사무실(213-978-0600)과 허브 웨슨 시의장 사무실(213-473-7010)에 항의여론 전달 ▶한인단체장 자성 촉구 ▶언론 여론전 ▶단체시위 등을 예고했다. "그들이 웨스트 LA나 다른 지역에서 과연 이렇게 할 수 있었겠는가"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행동 없는 말은 공허할 뿐이다.관계기사 3면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2018-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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