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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들, 느닷없는 계엄 비난] "비민주적 행위" "대통령 탄핵 자충수"

"소통 대신 장갑차·군대 동원
80년대 군사정권 망령 보는 듯"
앤디 김·데이브 민 "용납못해"
"극단 막고 대화해라" 지적도

미주 한인들은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놀라움과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이민 25년차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미현(56·롱비치)씨는 “소통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이 장갑차와 군인을 국회로 보내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를 체포하려고 했다는 소식을 듣고 80년대 망령이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며 “앞으로 정국의 혼란은 전적으로 윤 대통령의 책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인 원로들도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위재국 재향군인회 미서부지회 회장은 “민주주의 국가라고 생각했던 조국이 내가 알던 나라가 아닌 것 같다”며 “양식 있는 사람들이 조국을 먼저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태랑 자유민주통일미주연합 회장은 “계엄을 선포하고 곧바로 해제할 것이었으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말아야 했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무한의 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한국 야당도 독재 같은 행태는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한인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토해냈다. 앤디 김 연방 상원의원(뉴저지)은 “이번 계엄령 선포 방식은 국민의 통치라는 근본적인 기반을 약화하고, 국민이 안보와 안정을 누려야 할 시기에 한국의 취약성을 극적으로 증가시켰다”라고 지적했다.
 
영 김 연방 하원의원(가주 40지구)은 “한국인의 민주주의에 대한 책임감에 깊은 신뢰를 갖고 있다”며 “현재의 상황을 잘 극복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데이브 민 연방 하원의원(가주 47지구)은 “민주주의의 핵심은 반대 의견을 허용하고 고무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정적을 억압하는 최악의 행위였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이런 비민주적인 행태는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존 이 LA 시의원(12지구)도 “한국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며 한국 정부가 시민의 안전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의견을 전해왔다.
 
스티브 강 LA시 커미셔너는 “처음엔 가짜뉴스인 줄 알았다”며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대표적인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인데 이번 사태를 타인종 친구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한인들 대부분은 대통령 개인이 주관적인 판단으로 계엄을 선포했다면 이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누가 책임지느냐고 꼬집었다.
 
컨벤션 부스 제작 회사를 운영중인 앨런 천 대표는 “도대체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를 통해 무엇을 하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다”며 “아직도 44년 전 계엄령의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수많은 이들에게 지난 상처만 떠올리게 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옥성득 UCLA 교수(한국기독교학)는 “대통령이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며 자충수를 둔 것”이라며 “아무래도 정치권과 국민들 사이에서 탄핵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양극단의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해 ‘자제와 설득’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연숙(61·LA)씨는 “미국 언론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이러다 한국이 최근 쌓아 올린 많은 것들이 그냥 물거품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며 “대의를 위해 정쟁을 멈추고 대화와 설득에 나서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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