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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하루 64명만 볼 수 있는 바위의 물결

사람들은 더 웨이브를 마술과 같은 곳이며 영혼이 살아 숨 쉬는 곳이라고도 한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하는 목록에 단골로 등장하는 웨이브는 애리조나와 유타주 경계에 위치한 나바호 샌드스톤 지형이다.   미국 정부에서는 부서지기 쉬운 이곳을 보호하기 위해 방문자 숫자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애리조나의 소도시 페이지와 유타주의 캐납에서 약 45마일 운전거리이며 지도상에는 버밀리온 클립스 내셔널 모뉴먼트(Vermillion Cliffs Nationsal Mounument)에 속한 북쪽 코요테 뷰츠(North Cotote Butts)라고 표기되어있다.   이곳은 1995년 독일의 다큐멘터리 필름에 소개된 후 일약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소가 되었는데 쉽게 허가를 받을 수 없는 희소가치가 접목되어 사진작가와 하이커들의 로망이 된지 오래다.   출발점에서 이정표가 거의 없는 3마일의 모래와 바위길을 찾아 들어가는 길은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웨이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황홀한 대자연의 신비를 경험하게 한다.   웨이브 지역은 1억 년 전부터 물이 모래를 덮으면서 지층이 형성되었고 풍화작용으로 겉 표면이 빗장모양으로 물결치는 현재의 모습을 만들었다.   들어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뷰츠라는 큰사이즈의 바위들 또한 비슷한 빗장무늬를 간직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경이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붉으면서도 황금빛을 띤 커다란 도자기를 뒤집어 놓은 듯한 순백색의 사암도 있다. 그리고 벌집같이 구멍이 난 바위들과 삼라만상의 형상을 뽐내는 바위들도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웨이브에 대한 많은 소개가 되면서 현란한 색채를 띠는 계곡 사진들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전문적인 카메라와 포토샵 기술로 찍은 사진은 눈으로 보는 것과는 그 색감이나 조명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막상 웨이브에 도착한 순간 사진에서 보던 색감과 달라 실망감에 빠질 수 도 있다.또한 넓은 지형이 아닌 한 지점일 뿐인 웨이브는 그 규모에서 기대감에 못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을 다녀온 후 찍은 사진을 통해서 웨이브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눈으로 보았던 희미한 모습은 사진 속에서 강렬한 색채와 이미지로 재탄생한다.   일반인의 카메라를 통해서도 다시 살아 꿈틀대는 자연의 걸작품이 아닐 수 없다.   웨이브에서는 창조주와의 만남을 느낄 수 있다. 붓끝으로 빗은 듯한 물결치는 빗장무늬는 우리에게 평온함과 생동감을 동시에 선물한다.   출발점인 와이어 패스(Wire Pass)주차장에서 웨이브까지는 초반부에 이정표가 몇 개 설치되어있으나 나머지는 나눠주는 인쇄물에 나온 지형을 보고 찾아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요즘은 GPS로 표시되는 Alltrails와 같은 앱을 사용하면 등산로와 자신의 위치가 선명하게 표시되므로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웨이브를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휴식하는 시간을 포함하면 총 6시간 정도 소요된다.   웨이브는 하루 64명으로 출입제한이 되어있다. 48명은 온라인으로 4개월 전에 추첨하며 나머지 16명은 하루 전 캐납에 있는 캐납 센터에서 추첨한다.   웨이브 퍼밋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달 꾸준히 온라인 recreation.gov를 통해서 퍼밋을 신청해 보는 것이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웨이브 주변의 멋진 곳을 둘러보면서 당일 추첨을 해보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성수기인 4월에서 11월까지는 하루에 100명 이상이 몰리기도 한다.   더 웨이브 지역은 여름에는 무척 덥고 겨울에는 춥다. 일기에 따라 물과 스낵, 햇볕차단복등 산행준비를 잘해야 한다.   ▶온라인 추첨(Online Lottery): Recreation.gov Coyote Buttes North(The Wave)   ▶당일 현장 추첨(Walk-in Lottery): The Kanb center Gymnasium at 180 E. 100 North Kanab, Utah     김인호씨   지난 20년간 미주 중앙일보에 산행 및 여행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유튜브 채널 '김인호 여행작가'를 운영하고있다.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물결 바위 웨이브 지역 웨이브 주변 온라인 추첨

2023-10-26

[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395번 국도, 서둘러 가는 황금빛 가을

매년 10월이 오면 캘리포니아 시에라 산맥의 색이 변하기 시작한다. 395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면서 동부 시에라 남단의 빅파인에서 비숍, 매모스 레이크스, 브릿지포트 그리고 레이크 타호까지 10월 한 달간 가을 단풍으로 물결친다.   단풍이 드는 나무로는 아스펜, 코튼우드, 윌로우 등이 있지만 캘리포니아의 단풍은 아스펜(사시나무)이 주종이다. 내리쬐는 햇살을 맞으며 황금빛으로 빛나는 아스펜 숲의 황홀한 분위기는 경험한 사람만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아스펜은 고도 8000피트(2500m)에서 1만피트(3000m) 사이의 고산의 시냇가에서 자생을 하기 때문에 특정한 장소에서만 볼 수 있다. 캘리포니아 단풍은 395번 국도를 따라 비숍에서 브릿지포트까지 가장 멋진 아스펜 행렬이 펼쳐진다. 그 가운데 다음 장소들은 빼놓을 수 없는 가을 단풍의 명소들이다.   1. 비숍   아스펜 단풍의 보고로 알려진 비숍은 168번 국도 옆 비숍 크릭으로 알려진 냇가를 따라 노란색으로 물든다. 사우스 레이크, 사브리나 레이크, 노스 레이크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가을 단풍의 낭만을 느껴 볼 수 있다. 먼저 사브리나 레이크로 올라가는 도중에 아스펜델이란 마을이 있다. 아스펜 숲 속에 조그마한 호수와 함께 유럽풍 주택들이 모여 있는데 마을이 온통 노란색 물결이다.     이곳에 있는 카디널 리조트에서 카페 음식을 맛보거나 시골풍의 캐빈을 빌려 아스펜 숲 속에서 하룻밤을 지낼 수 있다.     단풍은 고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들어 내려온다. 비숍 크릭에서 가장 높은 곳인 노스 레이크는 단풍이 일찍 물들었다가 일찍 지는데 이곳은 9월 말에서 10월 초순이 피크이다.   하이 시에라의 준봉 아래편에 조용히 자리잡은 사브리나 레이크도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자랑한다.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호수는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사우스 레이크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가장 풍성한 아스펜 단풍을 볼 수 있다. 이쪽에는 여러 곳의 캠핑장과 리조트가 있다. 특히 포 제프리 캠핑장과 테이블 마운틴 그룹 캠핑장에 아스펜 물결이 넘쳐 난다. 그리고 옛 서부시대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파쳐스 리조트에도 가을단풍 물결이 물씬 풍긴다. 사우스 레이크의 단풍 시즌은 10월 초에서 중순이다.   아스펜 숲에서 캠핑을 원한다면 10월 말까지 개장하는 포 제프리 캠핑장을 권한다. 샛노란 아스펜 물결 속에 눈부신 햇살이 스며든 캠핑장은 너무나 낭만적이다.  수세식 화장실이 완비되어있고 옆에 흐르는 시내에서 송어 낚시를 할 수도 있다. 단지 고도가 높은 곳이어서 10월에는 아침 저녁으로 영하로 기온이 내려가므로 따스한 침낭과 튼튼한 텐트가 필수적이다.   동계 캠핑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지대가 낮은 비숍 시내에서 캠핑하는 것을 권한다. 비숍 시내에 골프장 옆에 위치한 브라운스 캠핑장은 잔디 위에서 캠핑 가능하며 샤워와 수세식 화장실이 갖추어져 있다.   비숍에는 많은 호텔이 있으며 그중에서 크릭사이드 인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비숍 시내에는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들이 많은데 더치 스타일로 치장을 한 유명한 빵집 에릭 샤츠(Erik Schatz)는 100년 넘게 운영중인 이 지역의 명소이다. 그리고 빵집 건너편의 텍사스 바비큐도 잘 알려진 맛집이다.    2. 브릿지포트   비숍에서 북쪽으로 약 2시간 거리인 브릿지포트는 몇 개의 주유소가 있는 조그마한 마을이지만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멋진 아스펜 숲이 여럿 있다. 브릿지포트 인근에서 가장 추천할 만한 단풍명소는 로브델 레이크 로드(Lobdell Lake Road)이다. 비포장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서 산등성이에 노란 아스펜 군락들을 목격할 수 있다.   아스펜 숲 속으로 들어서면 황금빛 물결의 아스펜이 주위를 가득 메운다. 바람에 흔들리며 찰랑거리는 수많은 황금 잎사귀들을 보노라면 완전 별세상에 와있는 기분이 든다.   산꼭대기에는 로브델 호수가 있으나 아래편 단풍숲이 메인 포인트이다. 도로가 험할 수 있으므로 4륜 구동이 아니라면 너무 높이 올라가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브릿지 포트에는 많은 이들이 최고라고 손꼽는 벅아이 노천 온천과 트레블틴 노천 온천이 있다.   만약 캠핑이 가능하다면 벅아이 노천 온천장에 선착순으로 사용 가능한 캠핑장이있다. 그리고 아름다운 호수를 끼고 자리한 트윈 레이크 리조트에도 캐빈과 캠프장이 있다. 브릿지포트의 단풍 여정은 10월 한 달이다.   3. 번트 란체리아 캠핑장   남가주에는 아스펜이 자라는 장소가 많지않다. 하지만 10월에는 제법 노란색으로 단풍 물결이 드는 곳이 있는데 라구나 마운틴이다. 그 가운데 번트 란체리아 캠핑장은 떡갈나무와 시카모어 나무가 노란색으로 물든다. 캠핑을 하지않더라도 피크닉 구역에서 잠시 쉬어 점심을 즐기면서 가을 정취를 즐겨 볼 수 있다.   4. 파소 피카초 캠핑장   라구나 마운틴과 이웃하는 쿠야마카 산맥에 자리한 이곳 캠핑장은 남가주에서 손 꼽히는 유명 캠핑장이다. 키 큰 나무가 우거진 널찍한 자리에 샤워가 딸린 수세식 화장실과 커다란 화덕 그리고 피크닉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어 하루 이틀 쉬어 가기에 아주 좋다.   캠핑장과 이웃하는 피크닉 구역에는 하늘을 가리는 커다란 시카모어와 떡갈나무들이 있는데 가을이 오면 노란색으로 물든다.   딱따구리가 도토리를 저장하기 위해 구멍을 잔뜩 파놓은 오크나무들도 구경할 수 있는 이곳 파소 피카초 공원 캠핑장은 자리가 넉넉해서 단체로 방문하기에도 좋다. 단지 이곳은 주립공원으로 입장료를 받는다.   남가주의 라구나 마운틴과 쿠야마카 산맥은 10월 중하순이 단풍 시즌이다.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황금빛 가을 가을단풍 물결 아스펜 단풍 제프리 캠핑장

2023-09-28

결혼 50주년 선물로 '이 꽃' 120만 송이 준비

    한 농부가 결혼 50주년을 맞아 아내를 위한 깜짝 선물로 120만 송이의 해바라기를 준비해 화제다.   캔자스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리 윌슨은 그의 아내가 해바라기를 좋아하는 것에 착안해 자신의 땅에 해바라기를 심기로 작정했다.   그런데 그 규모가 엄청나다. 80에이커를 해바라기로 가득 채운 것이다.     에이커당 대략 1만5000송이가 심겨 있으니 전체로 따지면 120만 송이에 달한다.   윌슨은 아들의 도움을 받아 지난 5월에 해바라기를 심었다. 이후 지금까지 아내에게는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윌슨은 "오는 8월 10일이면 결혼 50주년을 맞는다. 무엇을 해줄까 엄청 고민하다 아내가 항상 해바라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윌슨 부부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50년 동안 서로의 동반자로 삶을 함께 하고 있다.   윌슨의 아내 르네는 깜짝 선물을 받은 뒤 "정말 특별한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면서 "해바라기로 채워진 밭 이상으로 완벽한 결혼기념 선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이 지역에는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 물결을 구경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바라기는 빨리 시들기 때문에 해바라기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에 담을 수 있는 기간은 2주 정도에 불과하다.  김병일 기자결혼 선물 결혼기념 선물 해바라기 바다 해바라기 물결

2023-07-31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슬픔이 깊어질 때 물결은 잦아들고

하늘이 흐려 빌딩 뒤로 붉게 번져오는 일출을 볼 수 없습니다.   인사동 나인츄리 15층 객실 통유리를 통해 종로거리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왼쪽으로 ‘천년을 세우는….’ 조계종의 화려한 꽃등이 보이고 가끔 느리게 차가 움직입니다. 5층 라운지에서 커피 두 잔을 내려왔습니다. 한잔은 이곳에 없는 당신에게 드리려구요. 이른 아침 커피향은 늘 정신을 가다듬게 합니다.     지난 밤 수런대던 인사동은 침묵 속에 있습니다. 시화집을 내러 시카고에서 이곳까지 왔지만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마음 같기만 해서 내려다 본 가로수의 행렬이 왠지 쓸쓸해 보이는 아침입니다.     키를 키우지 못한 생각의 매듭을 풀고 이른 아침 출근하는 한 사람의 뒷모습이 작게만 보입니다. 탐스럽게 피어난 꽃들의 대화보다 여린 어깨로 아침을 걷고 있는 발자국소리가 들리는 듯해 정겹습니다. 삶을 대하는 자세가 바르고 의연해 보이는 걸음입니다.     꽃이 필 때 우리는 환호하지만 꽃이 져야 열매를 맺거늘 지는 꽃을 바라보며 당신은 마음조리지 말기를, 부디 마음 상하지 않기를. 인생이란 희극도 비극도 아닌 것을. 낮은 곳을 찾아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내려 놓아야 하는 것을. 눈가에 잡힌 주름이 어색하지 않고 친숙하게 느껴질 때, 아득히 흘러간 시간도 한때 피었다 지는 한송이 꽃인 것을, 남겨질 씨앗인 것을. 나무숲에 앉아 지저귀던 한 마리 새도 노을빛 하늘로 사라지거늘, 통속하는 세월의 한 풍경이거늘. 스치고 간 자리마다 작은 떨림으로 흔들리는 당신, 부디 아프지 마시라. (시인, 화가)     슬픔이 깊어질 때 물결은 잦아들고     한 웅큼의 말을 땅에 뿌렸다 / 긴 세월 잊혀진 말들은 / 씨가 되어 싹을 내었고 / 대지는 얼굴을 바꾸었다 / 이야기가 되어 자라나고 / 그 자리마다 채워지는 / 바람의 소리며 / 모로 눕는 햇살의 따가움이며 / 들녘의 눈물들이며 / 손짓하는 자유가 되었다 / 슬픔 이라는 말은 꽃으로 피어나고 / 외로움이란 단어는 바람으로 다가왔다 / 절망이란 손짓은 푸른 잎으로 돌아와 / 먹먹히 아파 붉어지는 시간 / 걸음마다 길이 되어 오는 / 당신의 속말은 십자가로 세워지고 /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 숙연해진 물결은 잦아들고 / 고개들 수 없는 무거움 / 그대 안으로 한없이 세워지는 / 기억은 망각 중이거나 / 끄집어내는 거울이거나 / 보라노을은 슬픔이 깊어질 때라도 / 행복하기 위해 아픈 계절 / 높이든 빈 잔에 빨갛게 담겨지는 / 당신의 숨결 / 당신이라는 십자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슬픔 물결 노을빛 하늘 희극도 비극도 아침 커피향

2023-06-12

9·11 맞아 뉴욕에 추모 물결

9·11 테러 21주년 기념행사가 11일 뉴욕을 비롯한 워싱턴DC, 펜실베이니아 등 3곳의 비극의 현장에서 열렸다. 미 전역에서는 21년 전 비극을 상기하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11일 오전 8시 46분 맨해튼 ‘그라운드 제로’에서 추모식이 열렸다. 21년전 테러범이 납치한 아메리칸에어 항공기가 맨해튼 세계무역센터(WTC) 북쪽 건물에 충돌한 시간에 맞춰 열린 이 행사에는 당시 희생자 가족과 함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 등이 참석했다.     추모식은 일반인의 참석은 제한된 가운데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당시 항공기 테러는 보잉 768이 WTC 북쪽 건물에 충돌했던 오전 8시 46분에 이어 WTC 남쪽 건물(오전 9시 3분), 워싱턴DC 인근 국방부(오전 9시 37분), 생크스빌 추락(오전 10시 3분)으로 이어졌다.     뉴욕에서만 2753명이 숨졌고, 국방부 충돌로 인한 184명 등 9·11 비극은 모두 2977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된 행사에선 예년과 동일하게 참석한 희생자의 가족과 친구들이 당시 사망한 2977명의 이름을 순서대로 한명씩 낭독했다.       행사에선 항공기가 WTC 남쪽 건물에 충돌한 시간과 국방부 건물 테러 시간, 납치 여객기 추락 시간 등에 맞춰 묵념을 하기 위해서 6차례에 걸쳐 낭독이 중단됐다. 또 WTC 남쪽 건물과 북쪽 건물이 붕괴한 시간에도 묵념이 이뤄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8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버지니아주 국방부 건물의 테러 현장에서 열린 추모행사에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헌화하고 추모사를 한 오전 9시 37분은 21년 전 국방부 건물이 공격당한 시간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에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당시 미국민이 보여준 행동에 찬사를 보내고 “9·11의 가장 큰 교훈은 국가적인 단결”이라고 말했다. 이어 테러 주범인 알카에다 오사마 빈라덴에 이어 아이만 알자와히리를 7월말 제거한 것을 언급하고 “테러리스트의 활동을 지속해서 감시하고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펜실베이니아 생크스빌에서 열린 추모행사에 참석했다.   장은주 기자미국 뉴욕 추모 물결 뉴욕주지사 에릭 국방부 건물

2022-09-11

[중앙 칼럼] '제3의 물결'을 다시 읽다

20대 때 꽤 흥미있게 읽었던 책 가운데 '제3의 물결'이 있다. 다양한 분야의 미래를 예측하는 내용이다.   저자인 앨빈 토플러는 백악관을 출입한 저널리스트 출신이지만 미래 저술가로 더 이름을 떨쳤다. 그의 저서에는 '제3의 물결' 외에 '미래의 충격', '권력이동', '부의 미래', '불황을 넘어서'등 당대의 필독서들이 많다.   최근 다시 이 책을 우연히 보게 됐다. 여전히 집중하게 만드는 내용 속에서 많은 부분이 세월의 흐름 속에 현실화됐거나 변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 중에서도 제2의 물결 시대의 대중매체는 대중에게 획일화된 이미지를 전달해 산업혁명의 생산체계가 요구하는 표준화된 행동을 가능케 했지만 제3의 물결은 '탈대중화' 현상을 부추긴다는 내용이 특히 눈에 들어왔다.   왜냐하면 20대에는 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는 대량생산으로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한 옷과 신발을 신고 비슷한 차를 타고 다니는 획일화된 세상이었다. 타인과 다른 언행은 일탈로 여겨지던 시대였다. 탈대중화란 말은 이단이나 돌아이를 의미하는 것과 같았다.   '제3의 물결'이 처음 출간된 해는 1980년. 신문과 방송 매체들이 황금기를 누리고 있을 때이다. 개인 방송을 포함한 개인 보도 매체는 아예 없거나 겨우 태동하려던 시기였다.     그런데 토플러는 이 시기에 이미 정보혁명을 의미하는 제3의 물결과 함께 대중매체의 영향력이 급속히 약화할 것을 예측했다. 정말 통찰력 없이는 내다볼 수 없는 미래를 그는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신문이나 방송, 특히 전국 네트워크의 신문이나 방송사가 존재 기반을 잃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 특정 분야나 주제로 국한한 지면 매체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봤다.     그의 예견대로 신문은 갈수록 독자를 잃었고, 거대 대중잡지는 속속 폐간됐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전국지와 기존 공중파는 물론이고 신흥 강자로 떠올랐던 유선 TV 방송사도 이제는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세상이 됐다.   대신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각종 미디어 콘텐트를 제공하는 OTT(Over The Top의 약자) 서비스와 온라인 뉴스사이트, 포털사이트, SNS 등을 통해 대중은 각종 정보와 여유 시간을 즐기고 있다.   아쉽게도 이 부분은 토플러도 예측하지 못했지만 그는 적어도 매스 미디어 시대가 특정 소수와 이익을 대변하는 개인 미디어 시대로 바뀌면서 객체였던 일반 대중이 주체로, 획일화가 아닌 개성이 더 중요한 세상이 온다는 점만은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대중은 예전에 언론 매체가 선정한 뉴스와 프로그램을 단순 소비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내가 보고 싶은 뉴스나 프로그램을 선택해 보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외에도 그는 제3의 물결에서 소형 컴퓨터를 기반으로 정보혁명이 급속히 이뤄지고 생산체계는 제2의 물결의 대량생산을 벗어나 ‘탈대량화'로 나아간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류업계를 예로 들면서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해진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 이후 패스트패션 시대가 도래했다.   그는 심지어 재택근무까지 예상했다. 컴퓨터 등의 통신시설을 이용한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가족 간 유대가 끈끈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족 형태도 핵가족보다 더 분열하면서 비혼자 또는 결혼하더라도 자녀를 갖지 않는 부부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정치체제의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탈대중화된 상태는 개개인은 낱낱이 분산시키기 때문에, 흩어진 사람들을 다시 결합하는 새로운 정치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디어의 확산이 정치체제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확신했다. 실제로 개인 미디어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을 펴낸지 한 세대가 훨씬 지났지만 그의 예지력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 김병일 / 뉴스랩 에디터중앙 칼럼 물결 물결 시대 탈대중화 현상 개인 미디어

2022-08-08

유통업체 '환불 비용' 급증…고객유치 기한 연장이 원인

유통업체들이 올해 연말 쇼핑 시즌에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환불 기한을 연장한 정책 때문에 비용 부담이 많이 커질 것이라고 로이터통신과 CNN방송이 29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환불 제품을 처리하는 옵토로는 추수감사절부터 내년 1월 말까지 1200억 달러 어치의 제품이 환불될 것으로 전망했다.   옵토로는 유통업체들이 50달러짜리 제품의 반품을 처리하는데 33달러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59% 늘어난 것이다. 옵토로는 온라인 구매가 급증한 올해 쇼핑 시즌에 소비자 3명 가운데 2명이 1개 이상의 선물을 환불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매업체들은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재고가 1992년 이후 가장 적은 상황에서 올해 일찌감치 9월부터 크리스마스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업체들은 환불 기간 연장 정책도 도입했다. 애플, 나이키 등은 업계 통상 기준인 30일보다 훨씬 긴 60일 또는 90일 이내의 환불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런 환불로 배송과 재포장 등의 비용이 늘어 기업 이윤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매업체들은 보통 환불 비율이나 관련 비용을 공개하지 않지만, 올해 크리스마스 훨씬 전부터 환불 물결이 시작됐다는 조짐이 있다. RSR리서치 애널리스트 브라이인 킬코스는 “환불 문제는 앞으로 2년간 큰 관심 영역이 될 수 있다”며 “관련 비용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체 고객유치 유통업체 환불 환불 제품 환불 물결

2021-12-30

[프리즘] 예상 못했던 ‘퇴직 물결’

 최근 연방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이 발표하는 숫자에 많은 이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일을 그만두는 이들의 수가 4월부터 역대 기록을 잇달아 갱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4월부터 시작된 퇴직 물결은 6월까지 석 달 동안 1150만 명을 기록했다. 이 흐름은 7월 402만 명, 8월 430만 명, 9월 440만 명으로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퇴직 물결이 대공황(Great Depression)과 금융위기(Great Recession)에 빗대 ‘대규모 퇴직(Great Resignation)’으로 불리는 것을 보면 중대한 문제로 인식되는 것은 분명하다. 아직 번역어가 대퇴직, 대퇴사, 대은퇴, 거대한 퇴직 등으로 어색하게 난무하는 이 현상은 예상 못한 뜻밖의 일이다.   코로나19가 터지고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사회적 혼란을 겪은 것이 얼마 전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강력한 실업수당과 경기부양 자금으로 거대한 실업의 시대를 버티고자 했다. 그리고 백신만 나오면 경제와 사회는 이전의 일자리와 출근으로 복귀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백신이 나와도 일자리로 돌아오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제는 오히려 퇴직이 거대한 경제적, 사회적 현상이 되고 있다. 실업수당을 끊으면 일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보기 좋게 깨졌다.   코로나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퇴직 물결에는 더욱 뚜렷한 함의가 있다. 지금은 아득한 일처럼 됐지만, 코로나 이전, 노동은 백척간두에 선 듯 위태로웠다. 제러미 리프킨 같은 이는 미래 사회는 소수의 첨단 기술자와  다수의 영구 실업자로 구성된다며 ‘노동의 종말’을 선언하기도 했다. 꼭 리프킨이 아니더라도 인공지능과 로봇에 밀려 일자리가 없는 세상이 온다는 경고는 일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고비를 넘긴 지금 노동의 풍경은 예상과 사뭇 다르다. 일자리 없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9월 말 현재 사람을 찾지 못한 일자리는 1040만 개에 이른다.   일자리는 의구하되 일할 사람이 없는 대반전에 전문가들도 당황한 듯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추정을 내놓는 데 그치고 있다. 이를테면 코로나 공포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자녀의 접종을 원하지 않는 이들은 아이들을 돌봐야 하고 코로나 기간 일과 삶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으며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기거나 자기 사업을 하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되려고 은퇴를 앞당겼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과연 그럴까. 센서스에 따르면 2019년 중간 가구소득은 6만5712달러다. 미국 같은 고비용 사회에서 경기부양 자금과 실업수당을 아무리 많이, 오래 받아도 은퇴를 앞당긴 이들이 몇 달 만에 2000만 명을 넘는다니 믿기 어렵다. 지금 60대가 역사상 가장 오래 일하는 세대가 될 것이라는 코로나 이전의 예상은 아직도 유효해 보인다.     코로나의 충격은 이해하지만,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먹고사니즘’에서 돌아와 이제는 자아 앞에 섰다고 믿기 어렵다. 남들 모르게 어딘가에 시대의 겨울을 넘길 만큼 넉넉히 도토리를 쟁여놓은 이들이 이렇게 많다고도 믿기지 않는다. 코로나로 일도 끊기고 왕래가 끊기더니 이제 마스크와 백신과 접종과 접종 증명이 끝없이 이어지는 이 풍진 세상에 문득 깨달은 바가 있어 깊은 정신세계의 심연에 다다른 이들이 이렇게 많을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지금 퇴직률이 높은 곳은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 퇴직한 이들을 모두 조기 은퇴자로 볼 근거가 없다는 반론은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뜻밖의 퇴직 물결을 보면 노동과 직업을 대하는 태도에서 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분명한 것 같다. 코로나 이전에도 일하는 사람들은 하루에도 여러 번 ‘그만둬야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이번에 다른 것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행동으로 옮겼다는 사실이다. 코로나는 모든 것을 재촉한다고 한다. 이번에는 퇴직하는 행동이다. 집단적 퇴직이라고 부를만한 행동은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 안유회 / 사회부장·국장프리즘 예상 퇴직 퇴직 물결 대퇴직 대퇴사 대규모 퇴직

2021-11-15

"어떤 폭력도 우리 못 갈라놔"…트럼프, 9·11 테러 16주년 펜타곤 추모식

9·11 테러 제16주기 추모식이 11일 테러 현장인 뉴욕과 버지니아주 알링턴, 펜실베이니아주 생크스빌에서 동시에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내외는 이날 백악관 뜰에서 참모, 각료들과 함께 첫 번째 비행기가 월드트레이드센터(WTC)에 충돌한 오전 8시 46분에 맞춰 뉴욕 그라운드 제로에서 진행된 묵념 행사에 동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알링턴의 국방부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해 "미국은 절대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을 위협하려고 시도하는 자들은 우리의 기개를 감히 시험하려다 패배한 적들의 명단에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이 단합할 때 어떤 폭력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 추모식에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과 조셉 던포드 합참의장이 참석했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생크스빌 플라이트 93 국립기념관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낭독했다. 뉴욕, 알링턴, 생크스빌에서 열린 추모식은 9·11 테러 희생자들의 유족과 구조대원, 생존자 등 수천 명이 참석한 가운데 관례대로 희생자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씩 호명한 뒤 묵념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9·11 테러로 잃은 모든 이들을 기억하고 우리나라와 우리의 이상을 지킨 모든 이들을 기린다"며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어떤 테러 행위도 본연의 우리를 절대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17-09-11

16년이 지나도…끝나지 않는 9·11 후유증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했던 그라운드 제로 인근에서 자라나 어른이 된 이들의 심장 건강이 위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리서치센터인 뉴욕대(NYU) 랑곤 헬스가 당시 9.11 사고 현장 인근에 살았거나 현장에 있었던 300명의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혈액 검사를 실시한 결과 약 절반가량에서 심장 질환 발병 위험을 높이는 혈액 내 특정 화학 성분(chemical)이 높게 발견됐다고 CBS방송이 8일 보도했다. 두 개의 무역센터가 무너진 자리에서 시멘트.석고.콘크리트에서 뿜어져 나왔던 유독성 먼지가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 NYU 랑곤 헬스의 레오나르도 트레샌드 총괄조사관은 "이번 조사 결과는 충분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사안으로 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다행인 건 시간이 흐르며 이 화학 성분의 레벨이 신체에서 차츰 줄어들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9.11 테러 현장과 여객기가 추락한 곳 등지에서 구조 작업을 펼쳤던 소방관들 중 폐암 등 각종 암으로 추후 사망한 인원이 매년 늘어나 논란이 돼왔지만 당시 어린이였던 이들의 건강 문제는 크게 다뤄지지 않아 이번 연구 결과로 재조명될 것으로 보인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9.11 테러 피해자 의료 지원 프로그램인 'WTC 헬스 프로그램'에 등록된 인원은 전국적으로 약 8만 명이다. 이 중 치료를 받다가 숨진 환자는 1100명이 넘는다. 이들 WTC 헬스 프로그램 환자는 대부분 테러 당시 현장의 화학 물질과 유독성 먼지 등에 장기간 노출돼 호흡기 관련 질환과 암에 걸린 경우인 것으로 나타났다. 암 외에도 환자들이 앓고 있는 질병 유형 10가지를 보면 비부비동염(축농증)이 가장 많았다. 이 증세를 겪는 환자는 구조요원과 일반 생존자를 합쳐 2만 명이 넘었다. 이어 역류성식도염, 천식, 수면무호흡증, 호흡기장애가 뒤를 이었다. 정신 건강 면에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 불안 장애 등이 주를 이뤘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 보건 전문가들은 "미세한 입자의 유해 먼지로 인한 화학 성분 노출과 손상에 대한 증세 완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으로 고콜레스테롤이나 심장 질환이 있는 환자가 취하는 식습관과 운동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황주영 기자 hwang.jooyoung@koreadaily.com

2017-09-08

오바마 "9·11 테러 희생자 잊지 않을 것"

11일 9·11 테러 15주년을 맞아 전국에서 추모 행사가 열린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정부는 9·11 테러 희생자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국방부에서 열린 추모행사에서 "인자와 진리가 네게서 떠나지 말게 하고 그것을 네 목에 매며 네 마음판에 새기라"라는 성경구절(잠언3장 3절)을 인용하면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미국적 가치'를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9·11 테러가 발생한 그날은 고통스러운 하루였지만 우리 마음 속의 사랑과 신실함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깨우쳤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9·11 이후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카에다와 오사마 빈라덴을 무너뜨렸지만 동시에 테러는 진화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와 같은 테러리스트들에 가차 없이 대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미국적 가치를 잊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는 "테러리스트들은 테러를 통해 우리 삶의 방식을 바꾸기를 희망하지만 우리의 회복력이 우리를 지탱해주고 있으며 우리를 갈라놓으려는 사람들에게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인종·성별·종교나 신념 등에 있어 다양성을 존중하는 미국적 가치를 고수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2016-09-11

9·11 쇼크 15년, 일상된 테러

미국 뉴욕 맨해튼의 ‘그라운드 제로’ 한가운데엔 배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테러로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그루터기만 남은 채 발견된 나무다. 숯덩이처럼 그을렸던 나무에선 새 가지와 잎이 뻗어 나왔고 키도 10m 가까이 자랐다. 기적처럼 되살아난 나무는 ‘생존의 나무’라는 이름을 얻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검은 밑동을 만지며 생명력을 느낀다. 딸과 나무 앞에 선 에인절 오스틴(뉴욕 거주)은 “재앙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희망을 본다”고 말했다. <관련 동영상은 원문 기사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news.joins.com/article/20581255?cloc=joongang|home|newslist1big> 9·11 테러로부터 10년째였던 2011년 9월 10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우리는 더 강해졌고 알카에다는 패배의 길로 들어섰다”고 선언했다. 그 사이 미국은 두 번의 전쟁을 치르며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과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다.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도 사살했다. 다시 5년. 지난해 11월 테러 현장엔 미국 최고층인 417m 높이의 원월드트레이드센터가 완공됐다.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된 순간을 목도한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난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미국이 탈레반·알카에다의 힘을 빼고 테러의 상처를 씻어내는 동안 테러 집단도 진화했다. 이슬람국가(IS)라는 새 조직이 급부상해 서방세계를 예상치 못한 위기에 빠뜨렸다. 미국 메릴랜드대 글로벌테러리즘데이터베이스(GTD)에 따르면 2014년을 정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테러가 줄었다. 그러나 북미·서유럽에서는 오히려 늘었다. 올해도 벨기에 브뤼셀공항 폭탄 테러(3월), 미국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격 테러(6월), 프랑스 니스 트럭 테러(7월) 등 대형 테러가 잇따랐다. 물리적 피해도 크지만 내상(內傷)은 더 크다. 안보를 우선하면서 금과옥조로 여겨온 서구의 진보적 가치들이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포용했던 이질적 종교·문화가 야기한 테러는 톨레랑스(관용)가 ‘과연 우리의 힘인지’ 의심하게 만들었다. 알렉산더 베츠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지난 2월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 기고에서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가 흐름을 바꾼 ‘게임 체인저’가 됐다”고 진단했다. 파리 테러는 IS의 실체를 여실히 드러냈다. IS는 미국만을 목표로 삼았던 알카에다와는 달리 시아파 무슬림을 포함한 이교도 전부를 공격했다. 미국·유럽의 한복판에서 개인을 대상으로 한 예측 불가능하고 무차별적인 테러의 신호탄이 파리 테러였다. 중동에 파병하며 자국 영토엔 아무 피해가 없는 ‘비접촉 전쟁’만 치렀던 서구사회는 눈앞의 위협에 비틀거렸다. 안보와 안전이 최우선이 됐고 자유·평등·시민권 같은 가치는 뒷전이 됐다. 지난 1월 독일 보른하임에선 성인 남성 난민의 공공 수영장 출입을 금지했다. 영국 카디프에서는 난민 신청자가 빨간 손목 밴드를 차야 음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자유 침해” “명백한 차별”이라는 비난이 이어졌지만 옹호하는 이도 많았다. 그 목소리는 프랑스의 ‘국민전선(FN)’,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 극우정당의 약진으로 드러났다. 미국 사회도 이방인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게 됐다. 뉴욕의 주디 장 변호사는 “2001년 이후 이민정책에 반전이 일어나 비자 발급이 엄격해졌다”고 말했다. 취업비자는 그 이후 8만5000개로 동결됐다. 유학생에겐 사회보장번호(SSN) 발급이 중단됐다. 혐오·차별 발언을 일삼는 도널드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후보가 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박빙의 대결을 벌이고 있다. 스스로 옥죄는 것도 감수하고 있다. 유럽 주요 도시 거리마다 무장경찰이 배치되고 공연장·경기장에선 철저히 검색한다. 독일은 징병제도 논의 중이다. 프랑스·스페인 등에서 테러방지법 형량이 높아졌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미국 샌버너디노 테러의 배후를 밝히기 위해 미 연방수사국(FBI)이 사살된 테러범의 아이폰 잠금 해제를 애플에 요구했을 때 불붙은 ‘국가안보 vs 개인정보 보호’ 공방도 벌어졌다. 벨기에 싱크탱크 카네기유럽의 수석 연구원 주디 뎀시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가치를 전복시키려는 자들과의 전쟁”이라고 정의했다. “테러리스트의 공격 대상은 열린 사회와 관용이라는 진보적 가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테러 집단은 목적을 일부 달성했다. 서구사회가 감시·통제를 확대하고 공권력 비대화를 감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러로부터 자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가치를 깎아내리는 모순에 빠져든 것이다. 지난 3월 브뤼셀 테러 직후 유럽의회 엘마 브록 외교위원장은 이에 대해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뉴욕·런던=이상렬·고정애 특파원 서울=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2016-09-10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내일 9·11 테러 참사 15주기

암 진단 환자만 5000명 넘어…사망자 속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 건강도 문제 9·11 테러의 상처가 15년이 지나도록 아물지 않고 있다. 테러 당시 무너진 맨해튼 월드트레이드센터(WTC) 참사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펼쳤던 경찰관과 응급구조요원, 자원봉사자 그리고 일반 생존자들이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최근 들어 병원을 찾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9.11 테러 피해자 의료 지원 프로그램인 'WTC 헬스 프로그램'에 지난 6월 30일까지 12개월 동안 등록된 신규 환자가 2500명에 달했다. 이 프로그램엔 현재 전국적으로 7만5000명이 등록돼 있다. 또 올해 8월 현재 WTC 헬스 프로그램에 등록돼 치료를 받다가 숨진 환자는 1140명이다. 이들 WTC 헬스 프로그램 환자는 대부분 테러 당시 현장의 화학 물질과 먼지 등에 장기간 노출돼 호흡기 관련 질환과 암에 걸린 경우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월드트레이드센터 참사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벌였거나 당시 현장 주변에 있던 생존자 가운데 화학 물질과 먼지 등으로 인해 암에 걸린 환자가 지난 2년 동안 급증해 현재 5441명이 암 진단을 받은 상태라고 뉴스데이가 9일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라면 질병으로 인해 숨지는 환자가 테러 당시 사망자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면역 계통과 신경계 관련 질병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증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테러 당시 월드트레이드센터 붕괴로 2753명이 숨졌고, 국방부 건물 항공기 충돌로 224명, 그리고 펜실베이니아주 섕스빌에 추락한 항공기 탑승자 93명도 사망했다. 현재 WTC 헬스 프로그램을 통해 통원 치료를 받고 있는 데니스 노리(71)는 뉴스데이와 인터뷰에서 "2001년 당시 의료진은 10년이나 15년이 지난 뒤에 건강 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었다"며 "실제로 그러한 경고가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노리는 테러 당시 붕괴된 월드트레이드센터 잔해 속에서 9개월 동안 하루 12시간씩 매일 구조 활동에 참여했던 건설 현장 감독이다. 이들 환자가 앓고 있는 질병 유형 10가지를 보면 비부비동염(축농증)이 가장 많았다. 이 증세를 겪는 환자는 구조요원과 일반 생존자를 합쳐 2만 명이 넘었다. 다음은 식도역류 장애, 천식과 수면성 무호흡증, 호흡기 장애가 뒤를 이었다. 이 외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 불안 장애 등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신동찬 기자 shin.dongchan@koreadaily.com

2016-09-09

[중앙 칼럼] 내가 겪었던 9·11의 악몽

올해로 14년이 지났지만 기억은 이리도 또렷한지. 전대미문의 9.11 테러, 그 즈음 저는 한국의 기자로서 LA다저스 박찬호 선수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경기를 취재하러 미국에 장기 출장을 와 있었습니다. 9월 9일 앤하이저 부시 스타디움에서 2회에 소나기로 2시간 여를 쉬었다가 속개된 경기에서 박찬호는 상대팀 짐 에드먼즈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합니다. 좋은 성적이어야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릴 텐데, 그렇질 못해서 안타까웠습니다. 당시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 초기여서 필름을 병행하느라 모텔 화장실에서 현상한 필름으로 전송하면서 그날 밤을 꼬박 새웠습니다. 다음날 늦게 일어나 하루를 빈둥거리다 이튿날, 그러니까 11일 아침 7시께 공항에 도착, LA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카메라 백, 600.300mm 망원렌즈, 필름 스캐너, 컴퓨터, 현상약품 키트, 항온계, 필름 한바구니, 옷가방 등 짐꾸러미가 모두 6개였지만 큰 어려움 없이 탑승을 했습니다. 많은 짐을 부리느라 지쳐서 아침으로 나온 오렌지 주스와 머핀을 먹고 잠시 졸았습니다. 두 시간 정도 지났을까요. 갑자기 기내가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잠결에서도 기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눈을 번쩍 떴습니다. "국가 비상사태로 우리 비행기는 여기서 가장 가까운 공항에 착륙해야 한다. 전 미국의 하늘은 '록 다운(Lock Down)'이다. 집이 가까우면 렌터카를 이용하고, 멀거나 외국승객은 호텔로 가서 다음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얘기할 수 없다…." 비행기는 술렁이는 승객들을 태운 채 급선회하여 캔자스시티 공항에 내렸습니다. 공항은 이미 거대한 공포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브리지를 지나 라운지로 들어서니 모두들 TV 모니터에 눈이 꽂혀 있었습니다. 까치발로 바라 보니 세상에, 세계인 모두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벌써, 여기저기서 절규에 가까운 비명과 흐느낌이 터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전화박스와 렌터카 창구에는 긴 줄을 이뤘고, 조그만 시골 공항은 북새통 그 자체였습니다. 영화의 한 장면 치고는 너무도 생생했고, 현실이라기엔 너무도 끔찍했습니다. 지금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호흡이 가팔라집니다. 저는 항공사가 태워다준 호텔에서 그로부터 4일간 비행금지 조치로 인해 꼼짝을 할 수 없었습니다. 전 미국 영공에는 전투기 이외는 어떤 비행기도 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미국으로 향하던 모든 국제선 비행기는 미국 이외의 가까운 외국 공항으로 목적지를 바꾸거나 출발지로 돌아갔던 것이죠. 아침마다 호텔 로비로 항공사 직원들이 찾아와 자기 승객들에게 식사권을 배급했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제일 침착하고, 성의껏 승객들을 챙겼던 항공사가 바로 그 피해 항공사이던 UA여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생필품은 호텔이 준비해 준 밴을 타고 타운 편의점에서 마련하곤 했습니다. 이후 재개된 항공편은 그 많은 짐들로 인해 악몽 그 자체였습니다. 신발에 허리띠까지 벗어야 했던 터에 크고 작은 박스들은 저를 테러리스트로 분류하기에 딱 맞았습니다. 좌석을 배정 받고도 탑승을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뉴욕 맨해튼에 들렀습니다. 그날의 상흔은 모두의 마음 속에 남긴 채 사라진 쌍둥이 무역센터 자리엔 '원월드 트레이드센터'가 다시금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후 수많은 '복수혈전'이 치러졌지만, 세상은 별반 달라진 게 없어 보이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세상은 그리스 신화 속의 뱀 '우로보로스'를 닮아가는 걸까요? 자기 꼬리를 남의 것으로 알고 깨무는데 아픔을 느낄수록 더 힘껏 자기 꼬리를 깨문다는 뱀.

2015-09-10

폐허속 1776피트 빌딩…희망은 피어났다

2001년 9월 11일 테러로 110층짜리 월드트레이드센터 두 동이 붕괴하면서 3000여 명이 숨진 자리. 그곳에 원 월드트레이드센터(1WTC)가 세워졌다. 지난해 11월 개장한 1WTC는 104층, 높이 1776피트(미국이 독립한 1776년을 상징)로 미국 1위, 세계 4위의 고층 건물이다. 테러에 굴하지 않고 같은 자리에 우뚝 선 기상은 미국 자존심의 상징으로도 표현된다. 9.11테러 발생 14주기가 되는 올해 1WTC 전망대를 찾았다. 10일 오전 9시20분. 전날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로 타워 허리춤부터 안개가 자욱하다. "올라가면 경치가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는데 괜찮겠느냐"는 안내원의 말에도 곳곳에서 온 관광객들은 길게 줄을 섰다. 안으로 들어서자 경비가 삼엄하다. 세계 지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전광판 상단에 뜨는 숫자 90만6042. 현재까지 누적 방문객 수다. 가방과 소지품 검사를 마친 뒤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길, 양 옆의 LED 전광판에 안전모를 쓴 인부들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내며 타워 건설 일화를 소개한다.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문을 보지 말고 뒤로 돌아라"는 안내원의 지시와 함께 내부 화면이 바뀐다. 1735년이라고 적힌 숫자와 함께 초원에 드문드문 자리 잡은 집들과 나무, 지금 이 자리의 280년 전 모습이 펼쳐진다. 1736, 1737, 1738 한 해씩 빠르게 올라가는 숫자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가속이 붙으며 귀가 먹먹해진다. 올해 5월29일 오픈한 전망대(102층)에 도착까지 걸린 시간은 47초. 1분이 채 안된 시간에 280년을 건너뛰어 올라왔다. 이제 경치가 보여야 하는데 또 가로로 긴 스크린에 옐로캡 택시가 도로를 누비는 뉴욕 시내의 활기찬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건 뭐지?' 하는 사이 굉음을 내며 스크린을 속을 가득 채운 전철 문이 열렸다 닫힌다. "문이 닫히니 비키세요". 뉴요커라면 하루에 두 번은 꼭 들어야만 하는 출퇴근의 주문 같은 목소리를 뒤로하고 또다시 뉴욕의 노을, 조깅 하는 사람들, 센트럴파크의 여유로움, 숨막힐듯한 야경이 차례로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역동적인 뉴욕의 모습에 매료될 때쯤, 스크린이 오른쪽부터 차례로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며 구름이 드러난다. 갑자기 눈 앞에 펼쳐진 로어맨해튼의 전경은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10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옆으로 레스토랑과 커피숍을 지나니 360도로 허드슨강.뉴저지.맨해튼 업타운.브루클린과 퀸즈까지 볼 수 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9.11을 목격했고 당시 여자친구와 구조 봉사활동도 했다는 전망대 안내원 앨런 질레스피도 "1WTC는 미국인의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당시 뉴욕을 떠날까도 생각했지만 여기만 한 곳이 없다는 그는 "뉴욕의 가장 큰 장점은 변화.역동성.희망.자유이며 미국을 이끌어나가는 힘"이라고 표현했다. 확실히 지난해 9.11 추모박물관을 찾았을 때와 1WTC의 모습은 달랐다. 박물관에서 여기저기서 눈물을 보이는 관람객들도 눈에 띄었던 반면, 이곳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솔솔 풍겨오는 음식 냄새와 커피 향, 기프트숍에서 선물을 고르는 분주한 모습의 관광객들, 여기저기서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는 미국인.관광객들과 뛰노는 아이들 …. 잿더미 속에서 꿈틀대던 자유가 테러 발생 14년 후, 이곳에서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구름도 발 아래 있는 1776피트 상공에서. 황주영·정하은 기자

2015-09-10

[현장 속으로] 9·11 14주기 ‘원 월드트레이드센터(1WTC)’를 가다

2001년 9월 11일 테러로 110층짜리 월드트레이드센터 두 동이 붕괴되면서 3000여 명이 숨진 자리. 그곳에 원 월드트레이드센터(1WTC)가 세워졌다. 지난해 11월 개장한 1WTC는 104층, 높이 1776피트(미국이 독립한 1776년을 상징)로 미국 1위, 세계 4위의 고층 건물이다. 테러에 굴하지 않고 같은 자리에 우뚝 선 기상은 미국 자존심의 상징으로도 표현된다. 9.11 테러 발생 14주기가 되는 올해 5월 오픈한 1WTC 전망대를 찾았다. 개장 시간을 약간 넘긴 10일 오전 9시20분. 전날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로 타워 허리춤부터 안개가 자욱하다. “올라가면 경치가 잘 보이자 않을 수 있는데 괜찮겠냐”는 안내원의 말에도 곳곳에서 온 관광객들은 길게 줄을 섰다. 안으로 들어서자 경비가 삼엄하다. 세계 지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전광판 상단에 뜨는 숫자 90만6042. 현재까지 누적 방문객 수다. 가방과 소지품 검사를 마친 뒤 엘레베이터로 향하는 길, 양 옆의 LED 전광판에 안전모를 쓴 인부들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내며 타워 건설 일화를 소개한다. 어두 컴컴한 엘레베이터에 오르자 “문을 보지 말고 뒤로 돌아라”는 안내원의 지시와 함께 내부 화면이 바뀐다. 1735년이라고 적힌 숫자와 함께 초원에 드문드문 자리잡은 집들과 나무, 지금 이 자리의 280년 전 모습이 펼쳐진다. 1736, 1737, 1738 한 해씩 빠르게 올라가는 숫자와 함께 엘레베이터에 가속이 붙으며 귀가 먹먹해진다. 1900년이 넘어가니 고층 빌딩들이 입체적으로 쑥쑥 올라오고 2012년부터는 공사중인 1WTC안에서 바라보는 허드슨 강이 철물 구조대 사이사이로 보인다. ‘와, 대단하다.’ 느낄때쯤 102층. 도착까지 걸린 시간은 47초. 1분이 채 안된 시간에 280년을 건너 뛰어 올라왔다. 이제 경치가 보여야 하는데 또 가로로 긴 스크린에 옐로캡이 도로를 누비는 뉴욕 시내의 활기찬 모습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이건 뭐지?’ 하는 사이 굉음을 내며 스크린을 속을 가득 채운 전철 문이 열렸다 닫힌다. “문이 닫히니 비키세요”. 뉴요커라면 하루에 두번은 꼭 들어야만 하는 출퇴근의 주문같은 목소리를 뒤로하고 또다시 뉴욕의 노을, 조깅하는 사람들, 센트럴파크의 여유로움, 숨막힐듯한 야경이 차례로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역동적인 뉴욕의 모습에 매료될 때쯤, 스크린이 오른쪽부터 차례로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며 구름이 드러난다. 갑자기 눈 앞에 펼쳐진 로어맨해튼의 전경은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10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옆으로 레스토랑과 커피숍을 지나니 360도로 허드슨강·뉴저지·맨해튼 업타운·브루클린과 퀸즈까지 볼 수 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흐린 날씨 탓에 가시 거리가 짧았지만 관광객들은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본다. 영국에서 왔다는 브랜든·애나 윌리엄스 부부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9·11테러로 붕괴된 자리에 멋진 건물이 다시 탄생한 것 자체가 승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9·11을 목격했고 당시 여자친구와 구조 봉사활동도 했다는 전망대 안내원 앨런 질레스피도 “1WTC는 미국인의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당시 뉴욕을 떠날까도 생각했지만 여기만한 곳이 없다는 그는 “뉴욕의 가장 큰 장점은 변화·역동성·희망·자유이며 미국을 이끌어나가는 힘”이라고 표현했다. 확실히 지난해 9.11 추모박물관을 찾았을 때와 1WTC의 모습은 달랐다. 박물관에서 여기저기서 눈물을 보이는 관람객들도 눈에 띄었던 반면, 이 곳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솔솔 풍겨오는 음식 냄새와 커피 향, 기프트숍에서 선물을 고르는 분주한 모습의 관광객들, 여기저기서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는 미국인·관광객들과 뛰노는 아이들 …. 잿더미 속에서 꿈틀대던 자유가 테러 발생 14년 후, 이 곳에서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구름도 발 아래 있는 1776피트 상공에서. 황주영·정하은 기자

201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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