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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제3의 물결'을 다시 읽다

김병일 뉴스랩 에디터

김병일 뉴스랩 에디터

20대 때 꽤 흥미있게 읽었던 책 가운데 '제3의 물결'이 있다. 다양한 분야의 미래를 예측하는 내용이다.
 
저자인 앨빈 토플러는 백악관을 출입한 저널리스트 출신이지만 미래 저술가로 더 이름을 떨쳤다. 그의 저서에는 '제3의 물결' 외에 '미래의 충격', '권력이동', '부의 미래', '불황을 넘어서'등 당대의 필독서들이 많다.
 
최근 다시 이 책을 우연히 보게 됐다. 여전히 집중하게 만드는 내용 속에서 많은 부분이 세월의 흐름 속에 현실화됐거나 변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 중에서도 제2의 물결 시대의 대중매체는 대중에게 획일화된 이미지를 전달해 산업혁명의 생산체계가 요구하는 표준화된 행동을 가능케 했지만 제3의 물결은 '탈대중화' 현상을 부추긴다는 내용이 특히 눈에 들어왔다.
 


왜냐하면 20대에는 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는 대량생산으로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한 옷과 신발을 신고 비슷한 차를 타고 다니는 획일화된 세상이었다. 타인과 다른 언행은 일탈로 여겨지던 시대였다. 탈대중화란 말은 이단이나 돌아이를 의미하는 것과 같았다.
 
'제3의 물결'이 처음 출간된 해는 1980년. 신문과 방송 매체들이 황금기를 누리고 있을 때이다. 개인 방송을 포함한 개인 보도 매체는 아예 없거나 겨우 태동하려던 시기였다.  
 
그런데 토플러는 이 시기에 이미 정보혁명을 의미하는 제3의 물결과 함께 대중매체의 영향력이 급속히 약화할 것을 예측했다. 정말 통찰력 없이는 내다볼 수 없는 미래를 그는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신문이나 방송, 특히 전국 네트워크의 신문이나 방송사가 존재 기반을 잃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 특정 분야나 주제로 국한한 지면 매체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봤다.  
 
그의 예견대로 신문은 갈수록 독자를 잃었고, 거대 대중잡지는 속속 폐간됐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전국지와 기존 공중파는 물론이고 신흥 강자로 떠올랐던 유선 TV 방송사도 이제는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세상이 됐다.
 
대신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각종 미디어 콘텐트를 제공하는 OTT(Over The Top의 약자) 서비스와 온라인 뉴스사이트, 포털사이트, SNS 등을 통해 대중은 각종 정보와 여유 시간을 즐기고 있다.
 
아쉽게도 이 부분은 토플러도 예측하지 못했지만 그는 적어도 매스 미디어 시대가 특정 소수와 이익을 대변하는 개인 미디어 시대로 바뀌면서 객체였던 일반 대중이 주체로, 획일화가 아닌 개성이 더 중요한 세상이 온다는 점만은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대중은 예전에 언론 매체가 선정한 뉴스와 프로그램을 단순 소비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내가 보고 싶은 뉴스나 프로그램을 선택해 보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외에도 그는 제3의 물결에서 소형 컴퓨터를 기반으로 정보혁명이 급속히 이뤄지고 생산체계는 제2의 물결의 대량생산을 벗어나 ‘탈대량화'로 나아간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류업계를 예로 들면서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해진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 이후 패스트패션 시대가 도래했다.
 
그는 심지어 재택근무까지 예상했다. 컴퓨터 등의 통신시설을 이용한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가족 간 유대가 끈끈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족 형태도 핵가족보다 더 분열하면서 비혼자 또는 결혼하더라도 자녀를 갖지 않는 부부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정치체제의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탈대중화된 상태는 개개인은 낱낱이 분산시키기 때문에, 흩어진 사람들을 다시 결합하는 새로운 정치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디어의 확산이 정치체제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확신했다. 실제로 개인 미디어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을 펴낸지 한 세대가 훨씬 지났지만 그의 예지력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

김병일 / 뉴스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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