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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감사와 나눔의 추수감사절

올해도 어김없이 추수감사절을 맞았다.  추수감사절은 미국 최대 명절로 꼽힌다. 가족, 이웃과 함께 한 해를 감사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매년 공항과 도로가 가장 붐비는 시즌인 것도 이런 이유다. 이번 연휴에도 전국적으로는 8000만 명, 남가주에서만도 650만 명이 장거리 여행에 나섰다고 한다. 사상 최대 규모의 대이동이다.   추수감사절에는 모두의 마음이 넉넉해진다. 지인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생면부지의 사람과도 인사를 주고받는다. 미움과 증오의 감정은 잠시 내려놓고 기쁨을 나누는 것이다.     오늘 홈리스 등 어려운 이웃을 찾아 따듯한 한끼식사를 제공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추수감사절의 의미를 몸소 실천하는 그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추수감사절은 감사와 나눔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대로 추수감사절은 감사가 시작이었다. 미국의 초기 이주자들은 이웃 원주민의 도움 덕에 혹독한 겨울을 이겨낼 수 있었고, 이에 대한 보답으로 터키 요리 만찬을 준비해 원주민을 초대한 것이 유래다.     하지만 모두가 추수감사절을 즐겁게 보내는 것은 아니다. 오늘도 공공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일터를 지켜야 하는 분들이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가족과 떨어져 혼자인 분들도 많다. 내 주변에도 분명히 이런 지인이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특별히 따뜻한 안부라도 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추수감사절을 기점으로 연말 시즌이 시작된다. LA한인타운에도 구세군 자선냄비가 등장했다. 한 해의 정리와 함께 주변과 이웃도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하는 시기다. 올해는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한인들이 많다.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변을 돌아보고 먼저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필요하다.     추수감사절 만찬에는 모두가 함께한다는 공존의 의미도 담겨 있다. 감사와 나눔의 마음은 퍼질수록 좋다. 사설 추수감사절 감사 추수감사절 만찬 이웃 원주민 가족 이웃

2024-11-27

석양 크루즈에 그림 그리기·화환 만들기까지

인간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맞닿는 건 어머니의 살결이다. 어머니의 젖과 손길 그 자체가 사랑이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그렇게 세월과 '나'를 맞바꾼다. 어머니가 위대한 이유다. 존재만으로도 존경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어머니의 사랑은 세상의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 그런 어머니에게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까. 자식이라는 존재만으로도 어머니에게는 큰 힘이지만, '마더스데이'에 어머니를 위한 이벤트는 기쁨을 배로 늘리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어머니는 여전히 아름답다. 이벤트를 통해 어머니에게 함박웃음을 선사하자.       어머니와 함께 그림을   마더스데이를 맞아 롱비치에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열린다.     롱비치 지역 예술가들이 나서 90분 동안 캔버스에 꽃을 그리는 것을 돕는 이벤트다. 그림 실력은 중요하지 않다. 못 그려도 된다. 누구나 참석이 가능하다. 캔버스 앞에서 예술가의 도움을 받아 어머니와 자녀가 함께 꽃을 그리는 이벤트는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즐거운 추억이 될 수 있다.     단순한 이벤트는 아니다. 예술가들이 직접 그림 그리는 것을 도와준다. 어머니와 자녀가 마더스데이에 근사한 작품 하나를 남길 수 있도록 세세하게 가르쳐주기도 한다.     이벤트 시간은 마더스데이 당일인 5월 12일, 오전 11시부터다. 장소는 롱비치 지역 한 갤러리(117 Linden Ave, Longbeach, CA)에서 열린다. 참가비는 1명당 35달러다. 자녀와 함께 참석한다면 70달러에 즐거운 추억 만들기가 가능하다. 작품 소장도 가능하다. 예약은 웹사이트(https://feverup.com/m/166482)를 통해 가능하다.         크루즈에서 아름다운 저녁   마더스데이 주말에 어머니를 모시고 '디너 크루즈(Dinner Cruise)' 이벤트를 선사해보자.   유명 인공 항구가 있는 마리나델레이에는 크루즈 만찬 이벤트가 진행된다.     공식 명칭은 'Saturday Premier Dinner Cruise in Marina del Ray(마리나 델레이에서 즐기는 토요일 최고급 디너 크루즈)'다.     가격은 1인당 190달러다. 마더스데이 전날인 토요일에 진행되며 오후 7시부터 시작된다. 이후 2시간 30분 동안 크루즈 내 우아한 식당에서 코스 요리를 맛보며 선상 식사를 즐기게 된다.     190달러에는 음식과 음료가 모두 포함돼있다. 면바지, 드레스 또는 버튼이 있는 셔츠 또는 블라우스 등의 복장 규정이 있다. 그만큼 어느 정도는 격식을 갖춘 디너 크루즈다.   메뉴는 애피타이저로 시작해, 메인 메뉴, 디저트까지 풀코스로 구성돼있다. 크루즈 내에서 사진은 물론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기 때문에 마더스데이를 맞아 어머니와 함께 멋진 배경에서 '인생 샷'도 건질 수 있다.     예약은 필수다. 웹사이트(https://www.giftory.com)에서 검색창에다 'Saturday Premier Dinner Cruise in Marina del Ray'를 기입하면 해당 이벤트를 찾아볼 수 있다.         화환 만들기 이벤트   마더스데이를 맞아 노워크 지역 '젠스 티 하우스(Zen’s Tea Houseㆍ12848 Pioneer Blvd)'에서는 화환 만들기 워크숍이 진행된다. 일정은 마더스데이 전날인 11일 정오부터 진행된다. 워크숍은 1시간 동안 열린다.   워크숍에는 화환 제작 전문가들이 나선다. 참가비는 85달러다. 음료와 화환 재료, 꽃 등이 모두 포함된 가격이다. 이벤트 소개 웹사이트인 '이벤트 브라이트(www.eventbrite.com)’에서 ‘Mother’s Day Wreath Workshop'을 검색한 뒤 등록을 하면 된다.   주최측은 "마더스데이에 어머니만을 위한 특별하고 아름다운 화환을 만들어볼 기회"라며 "어머니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과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 이벤트는 '기쁨 두 배'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어머니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기는 것뿐 아니라, 참가자들의 등록비는 공립학교 정원을 가꾸는 프로젝트에 기부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태평양 바라보며 근사한 식사   랜초팔로스버디스에는 태평양이 훤하게 보이는 리조트 '테라니아(terranea)'가 있다.     테라니아는 이러한 문구를 내걸고 있다.     '태평양을 따라 펼쳐지는 해안가 다이닝(Coastal dining along the pacific ocean)'.     테라니아 리조트에서 태평양을 보며 맞는 석양의 아름다움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간단히 말하면 '오션 뷰(ocean view)' 레스토랑이다.     테라니아에는 마르셀(Mar’sel), 카타리나키친(Catalina Kitchen), 바쉬(Bashi), 넬슨스(Nelson's) 등 다양한 레스토랑과 바가 있다.     그중 리조트 내에서도 가장 전망이 좋은 '마르셀'로 어머니를 모시고 가보자.       단, 어디로 가는지는 비밀이다. 태평양이 보이는 전망 좋은 마르셀에 어머니를 모시고 가서 와인과 음식을 대접한다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마더스데이가 될 수 있다.   마치 유럽의 한 휴양지에 온 것 같은 분위기의 이곳은 레스토랑 평가 기관인 자갓(zagat)에서 LA 최고 식당으로 꼽은 곳이기도 하다.     마르셀의 셰프는 이탈리아 파르마 출신의 파블로 우골레티다. 요리 업계에서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을 정도로 찬사를 받는 셰프다. 어머니를 최고의 레스토랑에서 모시는 건 최고의 이벤트가 될 수 있다. 마더스데이이기 때문에 웹사이트(www.terranea.com)를 통해 예약은 필수다.  장열 기자만들기 크루즈 디너 크루즈 이벤트 시간 크루즈 만찬

2024-04-30

[음악으로 읽는 세상] 마태수난곡

독일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에 봉직하고 있던 J S 바흐는 1729년 역사에 길이 남을 ‘마태수난곡’을 작곡했다. 그 시절 독일 교회에서는 매년 성 금요일이 되면 그리스도의 수난을 소재로 한 수난곡을 연주했다. 수난 주간이 되면 다른 음악활동이 금지되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에게는 수난곡을 듣는 것이 유일한 음악행사였으며, 따라서 이 곡에 쏠리는 사람들의 기대도 대단했다.     당시 ‘마태수난곡’은 예수의 수난을 다룬 마태복음의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장대한 음악 서사시이다. 예수를 체포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것에서부터 최후의 만찬, 예수의 예언,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기도, 예수의 체포, 대제사장 앞에서의 굴욕, 베드로의 부인, 유다의 죽음, 빌라도의 심판, 사형선고,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숨을 거두는 예수, 무덤에 묻히는 예수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바흐는 3년 동안의 작업을 거쳐 이 인류 최대의 드라마를 기악 반주를 동반한 합창과 독창, 중창으로 펼쳐 보였다. 모두 78곡, 전곡의 연주시간만 해도 세 시간에 달하는 대작이다.   ‘마태수난곡’은 흔히 종교음악의 하나로 분류된다. 하지만 예수의 고난과 죽음을 다룬 이 인류 최대의 서사시에서 나는 신의 목소리보다는 인간의 목소리를 듣는다. 죽음을 눈앞에 둔 예수의 인간적인 고뇌, 예수를 팔아먹은 유다와 예수를 세 번 씩이나 부인한 베드로, 그리고 이 사건에 대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입장과 태도를 보이는 인간 군상들. 신과 인간, 성(聖)과 속(俗), 영혼과 육체, 믿음과 배신. 이 모든 인간적인 것을 담고 있는 한 편의 거대한 휴먼 드라마이다.   ‘마태수난곡’을 들을 때마다 바흐가 얼마나 위대한 작곡가인지를 절감하곤 한다. 그래서 자칫 사장될 뻔한 이 작품을 발굴해 세상에 널리 알린 멘델스존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마태수난곡 예수 무덤 만찬 예수 기도 예수

2024-03-25

[사설] 추수감사절, 주변에도 관심을…

오늘은 추수감사절이다. 오랜만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한 해의 삶을 감사하는 날이다. 추수감사절은 기독교인들이 하나님께 한 해의 수확을 감사했던 것이 기원이지만 이제는 종교를 떠나 미국의 최대 명절이 됐다. 그래서 연중 국내 여행객이 가장 많은 시즌이기도 하다. 가족을 만나기 위한 대이동이 있기 때문이다.     추수감사절은 마음이 넉넉해지는 날이다. 지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그들의 안녕도 기원한다. 오늘은 설령 모르는 사람을 만나도 ‘해피 생스기빙’ 이라는 인사말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모두가 즐거운 것은 아니다. 지금도 일터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더 안타까운 것은 아예 가족이 없거나 가족을 찾을 상황이 안 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오늘은 고통스러운 날일 수도 있다. 잘 생각해 보면 내 주변에도 분명 이런 처지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잊지 말고 그들에게도 위로를 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추수감사절 만찬의 시작은 이웃과 함께였다. 미국의 초기 이주자들은 혹독한 겨울 날씨로 큰 고통을 겪었다. 다행히 주변에 살던 원주민 이웃 덕분에 시련을 극복할 수 있었고, 이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수확을 마친 후 그들을 초대해 잔치를 베푼 것이 추수감사절 만찬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추수감사절 만찬에는 공존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래서 추수감사절은 나눔의 날이기도 하다. 오늘도 많은 자선단체·종교단체들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터키 요리를 제공하는 활동에 나선다. 추수감사절에 담긴 의미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그들의 활동에 감사를 전한다.     이제 연말 시즌으로 접어들었다. LA 한인타운에도 자선냄비가 등장했다. 주변을 돌아보고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하는 시기다. 사설 추수감사절 관심 추수감사절 만찬 추수감사절 주변 감사 인사

2023-11-22

[이 아침에] 외로워도 괜찮아요

눈물이 쏙 빠질 만큼 가슴이 벅찬 적이 언제였나. 파도처럼 밀려오는 감동의 도가니에 온몸 적시며 심장이 힘차게 뛰던 적이 있었던가. 거북이 등처럼 말라버린 고목에 기대 소리죽여 흐느끼던 외로움은 무엇이었나. 사랑할 수 있는 만큼만 사랑하기로 독하게 마음먹고도 또다시 사랑하는 바보 같은 날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를 안주 삼아 밤이 깊도록 논쟁을 벌이며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다. 마지막 한 방울의 막걸리가 이조주촌의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에서 떨어지면 ‘한때는 고립(孤立)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를 외며 뿔뿔이 흩어졌다.     돌아가는 길, 비에 젖은 가로수에 걸린 달빛이 처량해도 가슴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밤안개에 앞이 안 보여도 날 밝으면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들이 비록 남루하고 잡히지 않는 환상이라 해도 희망이 있었기에 포기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절망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다. 두 손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짓이다. 절망은 포기가 아니라 마침표다. 포기는 다시 시작하면 된다. 실존 철학에서 절망은 인간이 극한 상황에 직면하여 자기의 유한성과 허무성을 깨달았을 때 모든 희망을 체념하는 정신 상태라고 설명한다.     외롭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바람 부는 날에는 뼈마디 마디마다 찬바람이 지나가고 눈 내리는 날에는 새하얀 눈송이가 비수처럼 심장을 파고든다. 외로움은 슬픔처럼 생의 어느 순간도 스쳐 비껴가지 않는다. 참고 견디고 어루만지며 살아갈 뿐이다. 자식과 가족, 친구와 이웃이 있어도 외롭다. 군중 속에 있을 때도 외로움은 허무의 갈비뼈를 치고 달아난다.     나는 자기중심적 인간이다. 빌붙지 않고 청승 떨며 살지 않는다. 페이스북이나 소셜 미디어를 하지 않는다. 사생활을 남에게 고자질하듯 나열하고 광고하는 것이 싫고, 타인이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꿰고 있는 것을 거부한다.     잔칫상을 떠벌리게 차려도 좋아하는 몇 가지만 골라 먹는다. 사는데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다. 정예요원만 있으면 된다. 용건 없이 연락해 뜬금없이 ‘잘 지냈어’ ‘안 죽고 아직 살아있니?’라고 안부 묻는 친구 몇 명만 있으면 된다     나이 들어 할 일은 줄이고 없애고 덜어내고 버리는 일이다. 물건도 사람도 버리면 편해진다. 고통과 아픔, 외로움은 오롯이 내 몫이다. 앙상한 겨울나무 사이로 해 뜨는 풍경 바라보며 모닝커피 함께 마실 친구 있으면 외로움의 강 건널 수 있다.   외로워도 괜찮다. 낯선 길 모난 모퉁이를 돌 때마다 바람이 허리를 감아도 혼자가 아닌 나를 바라보며 내게 안부를 묻는다.     12월의 마지막 날 밤, 아무도 누더기 차림의 소녀 안나의 성냥을 사주지 않는다. 언 손을 녹이려고 성냥 하나를 켤 때마다 안 나가 꿈꾸던 따뜻한 난로, 화려한 만찬, 크리스마스트리가 눈앞에 화려하게 펼쳐진다.     산다는 것은 환영을 보는 것인지 모른다. 지구를 불태울 용기도 사라지고 미친 사랑의 상흔 지울 수 없어도, 성냥개비 한 개로 가슴 따스하게 데울 수 있다면, 외로움은 후 불면 날아가 버릴 민들레 홀씨 아닐는지. 이기희 / Q7 Editions 대표·작가이 아침에 아픔 외로움 가족 친구 만찬 크리스마스트리

2023-01-15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외로워도 괜찮아요

눈물이 쏙 빠질 만큼 가슴이 벅찬 적이 언제였나. 파도처럼 밀려오는 감동의 도가니에 온몸 적시며 심장이 힘차게 뛰던 적이 있었던가. 거북이 등처럼 말라버린 고목나무에 기대 소리 죽여 흐느끼던 외로움은 무엇이였나. 사랑할 수 있는 만큼만 사랑하기로 독하게 맘 먹고도 또 다시 사랑하는 바보 같은 날들.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를 안주 삼아 밤이 깊도록 논쟁을 벌이며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다. 마지막 한 방울의 막걸리가 이조주촌의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에서 떨어지면 ‘한때는 고립(孤立)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를 외며 뿔뿔이 흩어졌다.     돌아가는 길, 비에 젖은 가로수에 걸린 달빛이 처량해도 가슴은 뜨겁게 달아 올랐다. 밤안개에 앞이 안보여도 날 밝으면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들이 비록 남루하고 잡히지 않는 환상이라 해도 희망이 있었기에 포기할 수 없는 선택이였다.       절망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이다. 두 손 놓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짓이다. 절망은 포기가 아니라 마침표다. 포기는 다시 시작하면 된다. 실존 철학에서 절망은 인간이 극한 상황에 직면하여 자기의 유한성과 허무성을 깨달았을 때 모든 희망을 체념하는 정신 상태라고 설명한다.     외롭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바람 부는 날에는 뼈마디 마디마다 찬바람이 지나가고 눈 내리는 날에는 새하얀 눈송이가 비수처럼 심장을 파고 든다. 외로움은 슬픔처럼 생의 어느 순간도 스쳐 비껴가지 않는다. 참고 견디고 어루만지며 살아갈 뿐이다. 자식과 가족, 친구와 이웃이 있어도 외롭다. 군중 속에 있을 때도 외로움은 허무의 갈비뼈를 치고 달아난다.     나는 자기 중심적 인간이다. 빌붙지 않고 청승 떨며 살지 않는다. 페이스북이나 소셜 미디어를 하지 않는다. 사생활을 남에게 고자질 하듯 나열하고 광고하는 것이 싫고, 타인이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낱낱이 꿰고 있는 것을 거부한다.     잔칫상을 떠벌리게 차려도 좋아하는 몇가지만 골라먹는다. 사는데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다. 정예요원만 있으면 된다. 용건 없이 연락해 뜬금없이 ‘잘 지냈어’ ‘안 죽고 아직 살아있니?’라고 안부 묻는 친구 몇 명만 있으면 된다     나이 들어 할 일은 줄이고 없애고 덜어내고 버리는 일이다. 물건도 사람도 버리면 편해진다. 고통과 아픔, 외로움은 오롯이 내 몫이다. 앙상한 겨울나무 사이로 해 뜨는 풍경 바라보며 모닝커피 함께 마실 친구 있으면 외로움의 강 건널 수 있다.   외로워도 괜찮다. 낯선 길 모난 모퉁이를 돌 때마다 바람이 허리를 감아도 혼자가 아닌 나를 바라보며 내게 안부를 묻는다.     12월의 마지막 날 밤, 아무도 누더기 차림의 소녀 안나의 성냥을 사주지 않는다. 언 손을 녹이려고 성냥 하나를 켤 때마다 안나가 꿈꾸던 따뜻한 난로, 화려한 만찬, 크리스마스 트리가 눈 앞에 화려하게 펼쳐진다.     산다는 것은 환영을 보는 것인지 모른다. 지구를 불태울 용기도 사라지고 미친 사랑의 상흔 지울 수 없어도, 성냥개비 한 개로 가슴 따스하게 데울 수 있다면, 외로움은 후 불면 날아가 버릴 민들레 홀씨 아닐런지.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아픔 외로움 가족 친구 만찬 크리스마스

2023-01-10

한인 기독실업인협회(KCBMC) 3년만에 홈커밍 만찬

한인 기독실업인협회(KCBMC) 중부연합회(회장 천경태)가 지난 6일 3년 만에 홈커밍 만찬을 개최했다.     중부연합회는 애틀랜타, 둘루스, 스와니, 샬롯, 몽고메리 등의 지회를 포함하고 있으며, 팬데믹으로 인해 3년만에 각 지회 회원들이 모여 만찬을 갖게 되었다. 이번 행사는 '회복'이라는 주제로, 회원들이 돌아가며 자신에게 회복이란 무엇인지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회원 1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는 중부연합회 임원들을 비롯해 한기덕 총연회장, 이홍기 애틀랜타 한인회장, 홍승원 동남부 한인회연합회장, 이문규 애틀랜타 한인교회협의회장 등이 자리했다.     천경태 회장은 "각 지회 회원들이 연합하고 하나 되어 발전하길 바란다. 기쁨과 감사가 넘치는 유익한 행사가 되길 바란다"고 환영사를 전했다.     그는 또 CMBC가 "평신도 사역자들이 교회와 일터의 울타리를 넘어 연합하고 사역하는 단체"라고 설명하며 "팬데믹을 거치고 가진 행사이기 때문에 '회복'이라는 주제에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회원들이 합창 무대를 선보였으며, 안선홍섬기는교회 담임목사가 'CBMC일터 사역과 회복의 의미'라는 주제로 설교했다. 회원들은 각자의 간증 경험을 공유하고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한판 CBMC는 '비즈니스 세계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게 한다'라는 비전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국제단체로, 1930년 시카고에서 시작해 현재 전 세계 95개국에 여러 지회를 두고 있다.     윤지아 기자홈커밍 만찬 홈커밍 만찬 애틀랜타 한인회장 중부연합회 임원들

2022-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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