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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액션] 뉴욕과 뉴저지 주의회 로비

올해 40주년을 맞는 민권센터가 오래도록 펼쳐온 일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주의회 로비 활동이다. 이뤄낸 일도 많다. 지난 2019년 뉴욕주 서류미비자 운전면허증 발급, 서류미비 학생 주정부 학자금 지원 등은 20여 년이 넘는 로비 끝에 일궈냈다.   이후 보다 짧은 기간 안에 이뤄낸 것들도 있다. 주정부가 한국어를 비롯 주요 언어의 통역과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뉴저지주 언어 서비스 법, 뉴욕주 아시안 커뮤니티 특별 예산 책정 등이 몇 년간의 로비로 최근 실현됐다.   이렇게 이민자 권익 관련 법들이 많이 제정된 것 같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민권센터는 올해도 뉴욕과 뉴저지 주의회를 상대로 두 가지 법 제정 로비에 힘을 쏟는다.   뉴욕주에서는 언어 서비스 확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민자 커뮤니티가 중요한 주정부 서비스를 받는 데 가장 큰 어려움 겪는 까닭이 언어 장벽이다. 뉴욕주는 지난 2022년 주지사 행정명령으로 언어 서비스를 확대하는 조처를 했다. 이에 따라 모든 주 기관은 이민자에게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요 문서를 한국어를 비롯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12개 언어로 번역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통역과 번역 서비스는 여러 지역 기관에서 일관성 있게 적용되지 않고 있다. 번역 서비스는 많은 이민자가 이용하는 주요 기관에서 제공되지만, 주와 카운티 정부의 모든 하위 부서에 걸쳐 시행되지 않고 주지사 관할 기관에만 의무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민권센터 등 이민자 권익 단체들은 각 카운티 정부들이 주정부가 정한 언어들 가운데 해당 지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3개 언어를 골라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 차량국 등 여러 주정부 기관들에 추가로 언어 서비스 의무화를 촉구하고 있다. 현재 주의회에 이와 같은 요구를 담은 언어 서비스 확대 법안이 상정돼 있다. 이 법안은 인구 조사, 지역사회 설문 조사 자료를 토대로 2년마다 언어 서비스를 평가하는 규정도 담았다.   뉴저지주에서는 이민자 보호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민자 보호 법안은 주민들이 추방 위협을 걱정하지 않고 공공 서비스 신청과 권익 활동 등에 나설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영주권자와 서류미비 주민들의 권리를 보장하자는 법안이다. 지난해 주의회에 상정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따라서 올해 한인과 아시안, 이민자 단체들이 힘을 모아 주정부와 의회에 법 제정을 촉구하는 활동을 다시 펼치고 있다.   흔히 ‘로비’라고 하면 의원들에게 돈을 주고 우리가 바라는 법안의 지지를 요구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정치인 후원 로비도 필요하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이를 더 좋아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후원금 없이도 얼마든지 로비를 할 수 있다. 집회와 시위, 의원 면담 활동 등을 펼치며 후원금 한 푼 내지 않고 정치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풀뿌리 로비’가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정치인들은 자신과의 접근성을 후원금 형식으로 ‘판매’한다. 그래서 ‘후원 로비’는 커뮤니티가 아니라 정치인이 중심인 태생적 한계가 있다. 반면 ‘풀뿌리 로비’는 정치인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수많은 주민이 한뜻으로 뭉쳤을 때 커뮤니티의 요구가 바로 전해지고, 더 큰 힘을 보일 수 있는 까닭이다. 김갑송 / 민권센터 국장커뮤니티 액션 뉴저지 주의회 주의회 로비 뉴저지 주의회 주정부 서비스

2024-03-14

'서민에 주도권' 새 정치 약속

‘삼세번 만의 행운’을 꿈꾸는 데이비드 김(사진) 후보는 일관된 공약으로 같은 당 소속의 현역에 세 번째 도전 중이라 주목을 끈다.     LA 한인타운이 포함된 연방하원 가주 34지구는 63%의 라틴계 주민 파워에 힘입어 80년대부터 줄곧 라틴계 의원을 배출해온 곳이다. 아시안의 비율은 2022년 기준으로 19%다. 김 후보의 지난 득표는 사실 기적같은 일에 가까운 이유다.       김 후보는 진보성향이 강하며 성소수자에다가 법정에서 이민자 가정과 아이을 돕는 변호사다. 목회자 가정에서 태어났고 80~90년대를 포함해 한인 이민자 가정을 잘 이해하고 있다. 이런 그의 호소가 민심을 파고드는 증거는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얻은 표의 비율이다. 2020년에는 결선에서 현역에 맞서 47%를 얻었다. 표차이는 1만2238표. 두 번째 도전인 2022년 11월에는 이를 3021표로 줄였다. 1500여 표만 더 끌어냈으면 승패가 뒤바뀌는 셈이었다.     34지구는 LA 다운타운 북쪽으로 글렌데일과 패서디나 남쪽, 버논 북쪽, 몬테벨로 서쪽까지 포함하는 넓은 도시 지역이자 서민 주거지다.     김 후보는 생명 존중의 정책, 주민 참여 행정, 사람 중심의 정치를 표방하고 있다. 새로운 정치를 통해 조명받지 못했던 서민들에게 주도권을 돌려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보건, 제약, 무기 제조 대기업과 정치 로비 후원회들의 돈으로 정치를 하고 있는 현역 의원에게 더이상 일을 맡기면 안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후보는 당선되면 로비 기업들의 돈을 절대로 받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캠페인 정보:davidkimforca.com 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주도권 서민 정치 약속 정치 로비 라틴계 주민

2024-02-27

삼성·SK·현대차, 작년 1340만불 미국 로비

  미국 내 로비 활동에 나서고 있는 삼성,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3개 기업의 로비 활동비 규모가 한국의 주요 10개 대기업 총 로비 활동비의 4분의 3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시크릿츠 웹사이트(opensecrets.org)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0개 기업의 총 로비 활동비가 1788만 달러로 집계된 가운데 이들 3개 기업의 로비 활동비 합계는 1340만 달러로 전체의 75%에 달했다. 2019년 656만 달러에 비해서 104% 증가했다. 〈표 참조〉     지난 2019년 총 347만 달러를 로비에 지출했던 삼성은 지난해 66.9%가 증가한 579만 달러를 투입함으로써 1998년 집계 시작 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3분기까지 497만5000달러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 지난해 동기간 대비 15%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이 5개 로비업체를 통해 고용한 로비스트 수도 지난 2019년 27명에서 지난해 55명으로 103.7% 늘었으며 전직 관료 출신 비율도 77.8%(21명)에서 81.8%(45명)로 증가했다.   로비 대상 역시 국무부, 상무부 등 중앙 부처를 비롯해 백악관, 연방통신위원회, 무역대표부 등 13곳에 달했다. 올해는 로비스트와 로비 대상을 각각 66명, 16곳으로 확대한 상태다.   미국 현지에 150억 달러 규모의 첨단 패키지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SK하이닉스는 2019년 235만 달러에서 지난해 527만 달러로 124.3% 증가했다. 이 역시 지난 2001년 집계 이후 최고치다. 로비스트 수는 2019년 15명에서 지난해 37명으로 146.7% 늘었으며 로비 대상은 에너지부, 상무부, 국가경제위원회, 백악관 등 11곳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인한 전기차 현지 생산, 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차는 로비 규모를 2019년 74만 달러에서 지난해 234만 달러로 216.2% 늘려 1998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로비스트 수도 2019년 15명에서 지난해 31명, 올해 34명으로 각각 늘렸으며 로비 대상도 9곳에서 15곳으로 확대했다.     현대차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기아도 2019년 76만 달러에서 지난해 102만 달러로 34.2% 늘리며 2010년 집계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로비스트 수도 6명에서 15명으로 증원했으며 로비 대상도 5곳에서 9곳으로 확대했다.     LG/LG전자도 팬데믹 이전 22만 5000달러 수준이던 로비 규모를 지난해 121만 달러로 437.8% 늘렸으며 1만 달러에 불과했던 두산은 지난해 1400%가 증가한 15만 달러를 투입했다.   포스코는 83만 달러에서 48만 달러로 42.2%가 감소해 10개 기업 중 유일하게 로비 활동비가 줄었다.   한편, 유럽과 미국, 일본의 합병 승인을 남겨 놓은 대한항공은 지난해 40만 달러, 올해 3분기까지 16만 달러 등 총 56만 달러를 로비 활동비로 투입했다. 박낙희 기자 naki@koreadaily.com삼성 현대차 로비 활동비 로비 규모 로비 대상 로비 SK 로비스트

2023-12-17

대한항공 합병 난기류, 전방위 로비…백악관·법무부·상무부 등

대한항공이 3년간 진행해온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에 화물 사업이 변수가 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이 미국 정부기관들을 상대로 로비에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에어프레미아에는 화물기 제공까지 포함해 항공화물 사업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영리시민단체가 운영하는 오픈시크릿츠 웹사이트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개 업체 4명의 로비스트를 통해 지난해 40만 달러, 올해 상반기 12만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에 공개된 로비 내용은 국제 항공 경쟁, 공급망 보안에 관한 것이며 로비 대상은 합병 심사기관인 법무부를 비롯해 상무부, 국무부, 백악관 등이었다.   지난 8월 30일 다운받은 상원 공공기록보관소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집계한 것이라고 밝힌 오픈시크릿은 올해분은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지난해는 1월부터 12월 사이 지출된 로비액수라고 명시했다.   현재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 국가 중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3개 경쟁 당국의 승인만 남겨놓고 있는 대한항공은 늦어도 이달 중으로 화물사업을 포함한 시정 조치안을 확정해 EU집행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EU와 미국이 운송비 상승 등 항공 화물 경쟁 제한에 따른 독과점 폐해를 우려하며 대체 항공화물업체 제시를 요구함에 따라 대한항공은 에어프레미아, 티웨이항공 등에 화물기 대여를 조건으로 화물사업 진출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어프레미아 소식통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보잉 747 화물기뿐만 아니라 항공기 정비 부문까지 제공하겠다며 화물기 운항을 제안했다고 한다.   대한항공 웹사이트에는 현재 화물기로 보잉 747-400 4대, 747-8F 7대, 보잉 777F 12대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보잉 747-400은 기령이 20년에 육박하는 노후기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의 제안에 대해 미주, 유럽노선에 보잉 787-9 드림라이너 5대를 투입하고 있는 에어프레미아는 운항 및 정비 효율성을 감안해 보유 항공기를 통일하는 자사 정책과 거리가 있다는 점을 들어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주지역 화물 노선 점유율이 대한항공 50.2%, 아시아나항공 23.2%로 합병될 경우 점유율이 3분의 2에 육박하게 된다.   유럽 화물 노선 역시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이 40.6%, 아시아나항공 19.0%로 양사 점유율이 59.6%에 달한다. 박낙희 기자대한항공 대한항공 웹사이트 항공화물 사업 아시아나항공 합병 에어프레미아 화물기 로비 오픈시크릿츠 화물사업

2023-10-04

호텔 살게된 홈리스들, 정부 매입…타운 타진

LA시가 한인타운과 다운타운 사이에 위치한 ‘메이페어 호텔(Mayfair Hotel)’을 홈리스 주거지로 매입할 예정이다.   캐런 배스 시장이 지난해 취임과 함께 시작한 ‘인사이드 세이프(Inside Safe)’ 정책의 일환으로 시정부는 관내 주요 지역의 호텔과 모텔에서 객실을 대량 임차해 홈리스 임시 거처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비용면에서 호텔 시설을 아예 구매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메이페어 호텔에도 지난해 여름까지 일부 객실을 임대해 사용해왔으며 객실당 월 4000~5000달러를 지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총 294개의 객실을 가진 메이페어는 맥아더 공원 인근 윌셔 불러바드 선상에 위치해 있으며 지난해 부동산 시장에 7000만 달러에 매물로 나왔다. 하지만 시청측이 호텔 소유주에 제시한 가격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호텔은 현재 ‘메이페어 로프트’ 소유이며 ‘ICO 그룹’이 관리와 판매 대행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호텔은 현재 연방정부 ‘룸키(Roomkey)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25년까지 홈리스 수용 공간으로 계약된 상태이며 ‘하이랜드 가든스 호텔’(객실 72개), ‘LA 그랜드 호텔’(객실 481개)도 같은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시청 측은 메이페어를 매입하면 총 12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호텔 로비에는 정신건강과 약물 중독 상담 등 의료서비스 공간을 마련하는 동시에 행정 지원서비스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시 측은 메이페어가 위치 측면에서도 사우스 LA나 웨스트 LA 보다 주민들 거부감이나 반발이 덜하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리스들도 주민들의 반발이 있는 곳은 꺼린다는 점도 반영됐다.   호텔 매입에는 배스 시장이 매우 적극적인데 임시 셸터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때문이다. 그는 평소 “조그만 셸터에서 ‘수용된다’는 생각을 하면 홈리스들이 다시 거리로 나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시정부가 과감하게 투자해 이들의 목숨을 건질 계획이라면 이들이 최장 1년 동안은 지낼 곳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같은 취지로 시청 측은 한인타운 소재 A 호텔 등 3~4개의 호텔과도 매입 여부를 두고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 〈본지 2월 2일자 A-3면〉   한인 호텔 업계는 불경기와 인플레로 이와 같은 시정부의 매입 활동이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한인 호텔 소유주는 “시정부가 적절한 가격에 매입하고 추후 사정이 개선돼 다시 호텔로 재오픈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타운을 상징했던 오랜 호텔들이 만약 셸터로 바뀐다면 안타깝게 받아들이는 시민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가능한 것은 바로 충분한 예산 때문이다. 인사이드 세이프에는 내년까지 2억5000만 달러가 배정돼있고 호텔 매입 비용은 추가 예산을 책정한다는 계획이다.   배스 시장과 홈리스 문제에 공동 대응해온 케이트 야로슬랩스키 시의원은 “결국 수 천개의 객실이 필요한 상태이며 렌트나 리스 형태로 돈을 쓰기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검증된 곳이라면 매입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홈리스 호텔 호텔 소유주 호텔 시설 호텔 로비

2023-05-12

[살며 생각하며] 그랜드 마스터트래시(Grand Master Trash)

친구가 제시간에 나타나지 않는다. 걱정되기 시작했다. 나는 미술관 로비에서 서성이면서, 입구 쪽에 시선을 고정했다. 저기서 머리가 보였다. “A야, 왔어?” 너무 반가워서 끌어 않았다. A는 헐떡이며 다가온다. 먼 데서 지하철을 내려서 한참을 걸었다고 말한다. “Q 라인 타라고 했잖아.” “잊어버렸어.” 어쨌든 다행이다. 찾아서 오긴 왔으니. 친구는 멀리 뉴저지 중서부에 산다.    이틀 전, 나는 약속도 확인할 겸 A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다시 집으로 걸어서  음성 녹음을 남겼다. 세상일이 궁금하지 않은 그녀는 누가 전화를 했는지 카톡에 뭐가 오는지 관심이 없다. 궁금한 쪽은 세상 사람들이다. 지금의 나처럼. 얼마 전까지도 A의 남편에게 전화해서 연락하곤 했다. 남편은 그녀에게 세상을 연결해주는 고리 같은 존재였었다. 나의 녹음을 확인한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뭐 하고 있었는데 전화도 안 받아?” “뭐 좀 만들고 있었어. 카탈로그도 오리고 나무 판에 칠도 하면서….” “지내기 괜찮아?” “밥하는 거에서 해방됐으니 이제 빈둥거리며 살 거야. 나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일 년 전쯤이다. 추위가 가시고 새 계절이 올까 말까 망설이던 어느 저녁 무렵이다. 식료품으로 가득 찬 창고 같은 차가 우리 집 드라이브 웨이에 잠깐 섰다. A는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트렁크에서 곶감, 스모크드살몬, 브리 치즈를 꺼내서 주었다. 멀리 사는 친구 부부가 오랜만에 장을 보러 나온 외출이었다. 그러나 이번은 기색이 좀 달랐다.     “좀 들어와 쉬었다 가세요.” 운전석에서 내리지 않고 있는 A의 남편에게 말했다. “아녜요, 차에서 내리면 꼬꾸라질 것 같아요.” “우리 집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예요.”     왕복 4시간 길을 아내가 혼자 운전하여 장 보러 오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과 한탄이 섞인 어조였다. 그 사이 친구는 내 귀에 대고 울먹였다.     “키모를 너무 심하게 받아서 지금 복수가 차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야….”       나는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미술관 로비 의자에 걸터앉은 친구는 칭칭 감은 목도리며 장갑을 벗는다. 우리는 티켓을 산 후에 갤러리로 들어갔다. 인디언 문양처럼 화려한 팔각형의 작품이 커다랗게 걸려있다. 기하학적 디자인이 무슬림 궁전의 장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 그런데, 제목이 Grand master trash였다. 트래시? 쓰레기라니? 자세히 읽어보니 쓰레기를 수거해서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깨지고 흠이 간 조개로 윤곽을 두르고 덴탈플로스를 여러 개 붙여서 물결처럼 보인다. 쓰다 버린 칫솔을 팜 트리 나무로, 단추를 나무 주위에 붙여서 무슨 탑 같기도 하다. 핑크 보라색 탐폰으로 구름처럼 부챗살 무늬를 만들기도 했다.   듀크 라일리라는 작가는 어떻게 쓰레기에 천착하게 되었을까? 브루클린 바닷가에서 노을이 지도록 고독하게 앉아 있다가 파도에 밀려오는 쓰레기를 보았을까. 그러다가 시대를 고민하는 작가답게 환경 문제를 생각했을까. 바닷가에 버려진 연필, 비눗갑, 샴푸 병을 수거해서 닦고 윤내고 칠하고 코팅을 입혔다. 전시장의 한쪽에는 산에서 강에서 쓰레기를 주우러 다니는 나이 든 남자의 비디오가 있었다. 이 작품은 분명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었다.     다 보고 나오니 거의 1시가 되었다. 일 층의 식당에서 점심을 했다. A는 갈 때는 어떻게 가냐고 물었다. A는 길을 다 찾아서 종이에 적어주던 남편이 정말 아쉽다고 한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고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A. 친구는 제2의 인생을 가고 있는 듯했다.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못 갈 것도 없는데” A는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 그녀의 널따란 등짝이 지하철역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김미연 / 수필가살며 생각하며 그랜드 마스터 grand master 친구 부부 미술관 로비

2023-02-02

주말 가볼만한 음악회...국악협회 창단공연, 소리얼 필하모닉 콘서트

이번 주말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회가 2개 열린다.     먼저 미동남부국악협회(회장 홍영옥)가 6일 오후 4시 둘루스레드 클레이 극장(3116 Main St.)에서 창단식 및 축하공연을 개최한다. 축하공연으로 대북, 태평무, 가야금 병창 등 다양한 국악 무대를 선보인다.   협회 측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서 한복 퍼레이드도 펼치고, 피날레는 이날치의 '범이 내려온다'에 맞춰 난타와 탈춤 공연을 꾸밀 예정이다.     미동남부국악협회는국악 전공자들이 모여 설립하는 협회로, 지역사회에 우리의 문화와 국악을 알리는 데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국악협회의 공연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아울러 몽고메리한인회(회장 조창원)가 한국의 소리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예술총감독 신종호)를 초청해서 한미수교 140주년 기념 음악회를 6일 오후 5시 둘루스개스 사우스 극장(6400 Sugarloaf Parkway)에서 개최한다.     이 공연의 제목은 '보이는 음악, 들리는 그림(Visual Music, Musical Art)'로, 한국에서 오는 연주자 30여명 외에 다수의 애틀랜타 한인 음악인도 함께한다. 이들은 먼저 5일 몽고메리에 있는 데이비드 공연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음악을 사랑한다"는 조창원 회장이 사재 10만 달러를 출연해 이번 음악회를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공연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하는 합동 연주회라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서 지휘를 맡아 화제가 된 차인홍 교수가 지휘를 맡았으며, 한국 발달 장애인 화가들의 작품을 공연장 로비에 전시한다.     입장료는 20달러이며, 현장 또는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다.     국악 공연 문의=404-488-5033 소리얼 공연 티켓 구매 링크=www.gassouthdistrict.com/events/detail/virtual-music-musical-art 윤지아 기자주말 공연 데이비드 공연예술극장 공연장 로비 국악 공연

2022-11-04

오타니, 예상대로 AL MVP 최종후보…게레로 주니어와 경쟁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투타 겸업으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일본 출신 '야구천재' 오타니 쇼헤이(27·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가 예상대로 아메리칸리그(AL) 최우수선수(MVP) 최종 후보에 올랐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는 9일(한국시간) 2021시즌 개인상 최종 후보를 발표하면서 AL MVP 최종 후보 3인에 오타니를 비롯해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마커스 시미언(이상 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올랐다고 공개했다. 오타니는 올해 MLB 전설 베이브 루스와 비견되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타자로 46홈런을 터뜨려 MLB 최다홈런 3위 자리에 올랐고, 100타점, 103득점, 25도루를 기록했다. 투수로는 23경기에 선발 등판해 130⅓이닝을 소화하면서 9승 2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오타니는 이미 각종 싹쓸이했다. 선수들이 직접 뽑는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고, MLB 커미셔너 특별상, 베이스볼아메리카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현지 매체들은 오타니가 무난하게 MVP를 거머쥘 것으로 예상한다. 내셔널리그(NL) MVP 최종후보엔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외야수 브라이스 하퍼와 워싱턴 내셔널스의 외야수 후안 소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내야수 페르난데스 타티스 주니어가 올랐다. MVP는 기자단 투표 결과로 선정된다. 투표는 이미 진행됐고, 결과는 오는 19일 발표할 예정이다. 최고의 투수를 뽑는 AL 사이영상 최종 후보엔 토론토 로비 레이와 뉴욕 양키스 게릿 콜,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랜스 린이 올랐다. NL 사이영상은 맥스 셔저(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잭 휠러(필라델피아), 코빈 번스(밀워키)가 경쟁한다.   [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2021시즌 개인상 최종 후보   ┌──────┬───────────────┬──────────────┐ │ │아메리칸리그 │내셔널리그 │ ├──────┼───────────────┼──────────────┤ │MVP │오타니 쇼헤이(에인절스)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 │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후안 소토(워싱턴) │ │ │마커스 시미언(토론토)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 │ ├──────┼───────────────┼──────────────┤ │사이영상 │로비 레이(토론토) │맥스 셔저(다저스) │ │ │게릿 콜(양키스) │잭 휠러(필라델피아) │ │ │랜스 린(화이트삭스) │코빈 번스(밀워키) │ ├──────┼───────────────┼──────────────┤ │신인상 │완더 프랑코(탬파베이) │딜런 카슨(세인트루이스) │ │ │루이스 가르시아(휴스턴) │조너선 인디아(신시내티) │ │ │란디 아로사레나(탬파베이) │트레버 로저스(마이애미) │ ├──────┼───────────────┼──────────────┤ │감독상 │더스티 베이커(휴스턴) │크레이그 카운셀(밀워키) │ │ │케빈 캐시(탬파베이) │게이브 캐플러(샌프란시스코) │ │ │스콧 서바이스(시애틀) │마이크 실트(세인트루이스) │ └──────┴───────────────┴──────────────┘ cy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최종후보 게레로 게레로 주니어 블라디미르 게레로 토론토 로비

2021-11-09

“20년 이상 로비에도 아시안지역구 난망"

2020년 인구 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일리노이 주와 시카고 시의회의 지역구 획정 개편안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가운데 아시안 중심의 시의회 지역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계획〈본지 미주판 26일자 1면 보도〉이 알려지자 한인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시카고 시의회는 2020년 인구 총조사 결과, 라티노 인구가 흑인을 제치고 백인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인종이 되자 라티노 지역구 확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맞춰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아시안 지역구 신설도 제기되고 있다. 시카고 인구 비율로 보면 아시안 시의원은 2~3명까지 나올 수 있는 상황이지만 현재 아시안 시의원은 없다.       한인 유권자프로젝트(KA VOICE) 손식 대표는 이에 대해 “현재 50석의 시카고 시의원 의석 중에서 아시안을 대표하는 지역구는 하나도 없다. 주하원의 경우 최근 한 지역구가 마련된 바 있다.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아시안 시의원 지역구가 하나 나올 수 있다는 소식은 아시안 정치력 신장 차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한인들의 경우 시카고에 거주하는 인구가 비교적 많지 않다는 약점이 있다. 한인 인구가 가장 밀집한 지역으로는 글렌뷰와 노스브룩의 쿡 카운티 커미셔너 선거구 정도”라고 말했다.     손 대표에 따르면 내년 선거에서 조시나 모리나 현 시카고수도관리국(MWRD) 커미셔너가 쿡카운티 커미셔너에 출마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메인타운십 이진 교육위원도 “차이나타운 지역구는 중국계가 20년 이상 노력했음에도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았을 정도로 쉬운 일은 아니다. 정치인들의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라며 “한인들 거주 분포를 보면 그나마 연방 하원 10지구가 가장 많은 한인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보인다. 다른 아시안 중에서는 인도와 파키스탄계가 많은 옥브룩, 네이퍼빌 지역이 선출직을 배출하기 쉽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Nathan Park 기자아시안지역구 로비 아시안 지역구 차이나타운 지역구 시의회 지역구

2021-10-27

'미국 간 자녀에 38만불 줬다' 권양숙 여사, 100만불 사용내역 검찰 제출

노무현 전 대통령측이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받은 '100만 달러'의 사용 내역을 밝힌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 자료에 따르면 아들 건호씨와 딸 정연씨의 미국 체류비로 38만 달러 정도를 사용했고 나머지는 빚을 갚는데 썼다. 일부는 남매에게 계좌로 송금했고 나머지는 한국에 들어왔을 때 직접 준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서 권 여사는 "자식들을 미국에 보내놓고 어미된 사람으로서 해준 것이 없어 늘 마음에 빚이 있었고 집이라도 마련해 주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권 여사는 또 "아들에게 집을 사라며 돈을 줬지만 아들은 대통령인 아버지에게 누가 될 수 있다며 기숙사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나머지 60만 달러 정도는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에 졌던 빚을 갚는데 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돈을 받은 과정에 대해서는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돈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고 얼마 뒤 정 전 비서관이 박연차 회장에게 받았다며 100만 달러를 건네줬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집안 살림은 자신이 도맡아 했던데다 노 전 대통령에게 말하면 화낼 것이 뻔해서 말을 꺼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100만 달러의 사용 내역을 검토한 뒤 다음주 초 까지 권 여사를 비공개로 소환한 뒤 다음주 중반 이후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2009-05-07

[노 전 대통령 소환] 검찰 맞설 제1 변호인은 '노무현 자신'…검찰·변호인 누구인가

검찰의 최고 수사 부서인 대검 중수부 수사팀은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특수 수사통 검사들로 구성돼 있다. 사령탑인 이인규 중수부장은 2003년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 시절 SK그룹 비자금을 수사하면서 손길승.최태원 회장을 구속했다. '재계의 저승사자'가 별명일 정도로 기업 수사에 밝은 그는 이듬해 원주지청장 때 안대희 중수부장의 요청으로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도 참여했다. 조관행 전 고법 부장판사 등 법조 비리 사건 수사를 하면서 법원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중수부의 2인자로 언론의 창구 역할도 맡고 있는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평검사 시절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수사에 모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전직 대통령 수사 전담'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때는 당시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로서 대검에 파견돼 기업 쪽 수사를 담당했다. 이어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때는 전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다. 97년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씨가 연루된 한보 사건도 수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조사를 직접 담당할 우병우 중수1과장은 2001~2002년 '이용호 게이트'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수사를 했다. 이용호 게이트는 결국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 홍업씨에 대한 수사로 이어졌다. 중수2과장인 이석환 검사는 2003년 이인규 중수부장의 SK비자금 수사에 참여했다. 노 전 대통령이 제의한 '검사와의 대화'에서 "(SK수사에) 외압 있었다"고 발언해 "검사가 소신껏 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던 인물이다. 변호인단은 노무현 정부 때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하며 노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법조인들이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감시하는 동시에 검찰의 사정 수사를 통치권 차원에서 조율해 왔던 이들이 이번엔 '방패'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청와대 근무를 제외하면 공직 경력이 없는 재야 변호사 출신인 것도 눈길을 끈다. 변호인단을 이끌고 있는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전해철 변호사는 노무현 정부 때 민정수석을 거쳤다. 김진국 변호사는 민정수석실 소속 법무비서관을 역임했다. 문 변호사와 김진국 변호사는 또 각각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산.경남 대표와 사무차장을 지냈다. 전해철 변호사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 경력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와 사위 곽상언 변호사도 변호인단에 합류해 있다.

2009-04-29

노무현 전 대통령 곧 검찰 소환 '박연차에 돈 받아' 시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받은 돈은 10억원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7일(한국시간)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http://www.knowhow.or.kr)에 올린 사과문에서 돈을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박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로 체포된 것과 관련 "저의 집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 사용한 것"이라며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저의 집'이란 표현은 부인 권 여사를 지칭한다. 대검 중수부는 노 전 대통령 소환 시기 검토에 들어갔다. 검찰 관계자는 "직접적인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권양숙 여사 소환 여부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사과문에서 검찰 조사에 직접 응하겠으며 응분의 법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주 후반까지 돈이 오고간 계좌 분석 등이 마무리되면 노 전 대통령 부부 소환을 확정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박 회장으로부터 권 여사가 받은 것으로 전해진 10억원과 조카사위 연씨가 송금받은 500만 달러 퇴임 후 봉화마을 개발목적으로 차용증을 쓰고 빌렸다는 15억원과 관련해 각각 노 전 대통령이 언제 알았는지 뇌물죄 등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수사할 방침이다. '권 여사 10억원'의 경우 재임 중 노 전 대통령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 포괄적 뇌물이란 명시적인 '대가성'으로 금품을 수수한 게 아니라 해도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았다면 뇌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으로 법원은 이를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경우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반면 권 여사가 돈을 받은 사실을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알게 됐다면 노 전 대통령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승우 기자

2009-04-07

[노무현 '돈 받았다'] LA 한인사회도 허탈·충격·경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돈을 받았다고 시인한 소식이 전해지자 LA한인사회도 충격에 빠졌다. 7일 출근길에 관련 뉴스를 접한 대부분의 한인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에서부터 '그럴 줄 알았다'는 의견까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도덕성을 강조했던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가장 먼저 터져나왔다. 의류업에 종사하고 있는 김경한(39)씨는 "정치적 노선은 차치하더라도 깨끗한 이미지의 소신있는 분이라 생각했는데 믿음이 무너져버렸다"며 "이젠 누굴 믿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 정치인들에 대해 염증이 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알렉스 최(43)씨는 "한국 정치는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속설이 또 한번 들어맞았다"라며 "도대체 언제쯤이면 전직 대통령 소환의 악순환이 사라질 지 모르겠다"고 세태를 꼬집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한인들은 '할 말을 잊었다'는 반응이다.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기생인 정영호씨는 "정치적 기반이 튼튼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최선을 다했던 대통령"이라며 "잘못을 했다면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과연 정치자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대통령이 얼마나 있겠냐"고 반문했다. 대다수 한인들은 이번 사태에 노 전 대통령이 성실하게 검찰 조사에 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배준식 전 충청향우회장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라며 "변명에 앞서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하는 것이 국가를 책임졌던 수장으로서의 우선 도리"라고 말했다.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은 현 정권에 대한 우려로 옮겨졌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김진성씨는 "사실이 아니길 바랬는데 또 전직 대통령이 부도덕한 일이 연루됐다"며 "제발 이명박 대통령만큼은 자수성가한 국가수장의 이미지를 지켜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곽재민 기자

2009-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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