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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2041> 낮은 탄도는 클럽선택이 관건

친 볼이 언제나 페어웨이(fairway)에만 안착하여 준다면 골프의 짜릿한 맛이 없을 것이고 페어웨이와 그린 주변에 나무가 없다면 황량한 벌판과 같을 것이다.   보기에 좋은 페어웨이 주변의 울창한 나무들이 때로는 유치장으로, 또는 거미줄과 같이 얼키설키 뒤얽혀 사방이 막혀버리는 암담한 상황도 발생한다.   페어웨이에 떨어져야 할 볼이 주변의 나무속으로 들어가 이리저리 살펴보아도 빠져나갈 구멍은 오로지 낮은 탄도의 샷을 구사해야 하는 경우다.   골프 실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점수로도 증명하지만, 그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샷(구질)을 만들어 치는 이른바 샷 메이커(shot maker)가 진정한 실력자이다. 그것이 경사지가 될 수도 있고 슬라이스(slice)나 훅(hook) 구질, 혹은 낮은 탄도나 높은 탄도로 구질을 만들어 칠 때이다. 이 중에 어려운 것은 낮은 탄도의 구질이다.   특히 20야드 이상의 거리를 거의 같은 높이의 탄도를 유지하며 장애물(나무 밑)을 통과해야 하는 상황을 들 수 있다.   최상의 방법은 철옹성 같은 나무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 그러나 내 입맛대로 살 수 없는 게 인생이요, 목적지를 향해 떠난 볼을 잡지 못하는 것이 골프다.   골프기술은 근육 속에 스며 있을 때 내 재산이고 입이나 머릿속에 있는 한, 한날 공허한 지식에 불과할 뿐이다.   골프코스에서 발생한 함정의 탈출방법은 오로지 인내와 겸허함,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마음의 자세, 특히 샷 방법을 다르게 해야 한다.   나무와 나무 사이 그리고 낮은 탄도를 유지하려면 어떤 클럽을 사용하던 볼 위치를 중앙보다 오른쪽을 옮겨야 한다.   따라서 볼이 오른발 쪽으로 가까워질수록 탄도는 낮아지며 이와 함께 롱 아이언(long iron)일수록 그 탄도는 더욱 낮아진다.   물론 피칭웨지의 타면 각도인 54도를 7번 아이언의 각도로 변형시켜 샷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보다는 그 편차가 많지 않은 클럽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다.   즉 낮은 탄도의 구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4번이나 5번 아이언이 적절하고 볼 위치는 오른쪽 허벅지 선상에 볼이 놓여야 한다.     단, 볼 뒤에 클럽을 놓은 후 섀프트(shaft)는 대각선, 즉 양손은 왼쪽 허벅지 안쪽에 가깝게 놓는 이른바 포워드 프레스(forward press) 자세를 취해야 한다. 또한 볼을 치는 순간부터 클럽 타면보다는 왼쪽 손등이 먼저 목표를 향하는 느낌이 있어야 볼의 탄도를 최저로 낮출 수 있다.   특히 볼을 칠 때 클럽타면이 볼을 덮어 치고 타면 각도가 지면에 충돌한다는 느낌과 팔로스루(follow through)와 함께 피니시(finish)는 자신의 왼쪽 무릎 높이에서 끝내야 의도하는 샷으로 끝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친 볼이 나무 밑을 완전히 통과할 때까지 자신의 시선은 볼이 있던 자리를 계속해 주시해야 탄도유지의 성공은 물론 정확한 비거리까지 얻을 수 있다.   ▶ThePar.com에서 본 칼럼과 동영상, 박윤숙과 동아리 골프도 함께할 수 있습니다. 박윤숙 / Stanton University 학장골프칼럼 클럽선택 탄도 탄도로 구질 페어웨이 주변 나무 사이

2024-09-26

[삶의 뜨락에서] 술 취한 나무들

어떻게 나무가 술을 마시고 취한단 말인가. 10여년 전 알래스카 여행에서 보고 느꼈다. 랜드-기차-크루즈를 포함한 2주 일정이었다. 리버 크루즈는 좁은 알래스카 해협을 지나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 바람이 많이 불었다. 두꺼운 옷을 입고 갑판에 나가 바다를 응시했다. 순간 큰 바위틈에 서서 심하게 흔들리는 나무를 보았다. 왜 나무는 바위에서 태어났을까. 추운 햇볕이야 받을 수 있겠지만 영양분은 어떻게 공급받을 수 있을까. 나무가 무척 불쌍하게 보였다. 나무는 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바다바람에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처럼. 돌아와서 ‘술 취한 나무들’이란 시를 썼다. 너무 춥고, 외로워서 독주를 마셨어요. 용서해 주세요.   9월 22일, 일요일 아침 6시 50분경 바닷가 공원 산책을 나갔다. 해가 늦게 떠선지 어둠이 완전히 걷힌 것 같지 않았다. 공원 입구로 들어가는데 옆에 있는 크레일에서 한 젊은 남자가 나오고 있었다. 모자에서 푸른 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어두운 숲속을 걸으면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불을 들고 다닌 것으로 짐작되었다. 그는 바다 가까이 가서 매트를 깔고 앉았다. 떠오르는 해를 보고 절을 하려는 무슬림인가?     바닷가 공원은 하루종일 분주하다. 동이 트고 공원이 문을 열면 제일 먼저 달려오는 사람들이 중국인 낚시꾼들이다. 요즘은 손바닥만 한 작은 고기가 잘 잡히는 것 같다. 10여명이 중국말로 떠들면서 낚싯줄을 던지고 고기가 물리기를 기다린다. 반나절에 작은 한 양동이는 잡는 것 같다. 이어서 개를 끌고 사람들이 나온다. 매일 만나는 사람들, 굿모닝, 나이스 데이 하고 인사를 나눈다.   나는 매일 빠른 걸음으로 땀을 흘리며 80분을 산책한다. 요즘 같이 낮 기온이 70도로 올라가는 날에는 노인들이 접는 의자를 갖고 나와 책을 읽고 오수를 즐긴다. 어떤 사람들은 점심을 가져와 하루 종일 지낸다. 일을 마치고 저녁 시간에 나오는 사람들도 있다. 어둠이 내리면 공원 관리인들이 차를 타고 다니며 나가라고 소리를 지른다. 공원에 정적이 찾아온다. 사람들이 떠나면 자연과 다람쥐들이 공원을 온통 차지한다. 바람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파도 소리가 크게 들린다.   어제 산책에서 높은 전봇대 위에 새들이 집을 짓고 새끼를 낳은 둥지가 완전히 허물어지고 어미 새가 떠난 것을 발견했다. 그 작은 부리로 어떻게 큰 가지를 물어다 집을 지었을까. 새끼들은 어미 품을 떠나고 집은 축이 허물어져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아마 내년에는 더 높고, 견고한 집을 지을 것이다. 바닷가 공원에는 거위가 풀밭에 쳐들어오고 잘 훈련된 개를 풀어 거위를 쫓는 차가 온다. 가을이 오면서 거위 떼는 줄어들고 새들이 새까맣게 몰려와 잔디를 덮는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도로에 작은 사슴이 차에 치여 죽어 있는 것을 보았다. 차를 세우고 유심히 보았다. 숲속에서 불빛을 보고 달려온 사슴이었을 것이다. 짧은 가을이 지나면 공원은 한적해질 것이다. 나 같이 아침 산책을 일상으로 삼는 사람은 추워도 온몸을 감싸고 80분을 걸을 것이고 개를 데리고 나오는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노인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눈이 내리고, 찬 바람이 불면 바닷가 공원은 인적이 뜸할 것이다. 마을 가까이 사는 나무들은 알래스카 바위틈에 있는 나무들만큼 외롭지는 않겠지. 독주를 마시고 바람에 흔들려 억지 춤을 추지도 않을 것이다. 어둡고 외로워서 긴 겨울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것은 나무가 아니라 사람일 것이다. 해가 하늘 높이 올라가고, 바람이 얼굴을 때리면 나는 더욱 혼자가 될 것이다. 어둠이 싫어서 일찍 잠자리에 들고 여명이 밝으면 바닷가 공원에 나가 새들이 잘 있는지 두리번거릴 것이다. 최복림 / 시인삶의 뜨락에서 나무 바닷가 공원 공원 관리인들 공원 입구

2024-09-25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당신을 만나는 시간

데크의 오른쪽 코너에 둥근 테이블을 놓고 접었던 의자를 폈다. 이곳에 앉으면 한 그루 나무를 대면하게 된다. 이 나무는 아픈 사연이 있는 나무다. 5년 전 눈 폭풍에 쓰러진 전나무에 온몸을 맞았다. 겨울 내내 무거운 무게를 지탱하느라 용을 쓴 탓인지 몸이 뒤틀리고 가지가 엉켜지고 한쪽으로 구부러진 나무다. 빨리 치워주지 못한 내 탓이 크다.    겨울이 지나고 눈이 녹을 초봄에 치우리라 생각했다. 그 사이 나무는 힘겹게 나무의 무게를 버티어냈다. 사람도 사고를 당하면 지체를 자유롭게 쓸 수 없어 오랜 시간 재활 운동을 한다. 5년이란 긴 세월을 나무는 힘들게 다친 가지를 스스로 포기 하기도 하고 간간히 하얗고 작은 꽃망울을 터뜨리기도 했다. 나 아직 살아있어요 손짓하기도 했다. 늦은 봄이면 어김없이 싸라기눈 같은 꽃을 한 아름 안고 뒤란에 진한 향기를 쏟아주었던 라일락이다.     봄이 온 후에도 쓰러진 전나무를 제거해주는데 한 계절을 보냈다. 잔가지를 자르고 전기톱으로 여러 토막으로 몸통을 잘라 땔감으로 쌓아놓다 보니 여름이 왔다. 구부러진 라일락을 다듬어주고 휘어진 가지를 세워 주려다 몇 가지를 생으로 부러뜨리기도 했다. 오랜 시간 자신을 추스리는 라일락 옆에서 꽃은 물론 더는 잎사귀를 내밀지 않는 가지를 다듬고 삐쭉 내민 머리를 잘라주기도 했다.     대부분의 나무는 한 가지를 자르면 그곳에서 두 개의 가지를 뻗어내기에 동그란 모양을 만들기 위해 무던히도 가위질을 많이 했다. 그 후로 나는 봄만 되면 나무에 싹이 돋는지를 확인하러 분주히 나무 주위를 맴돌았다. 행여라도 가지 끝에 잎눈이라도 불거지면 그날 하루는 마냥 기뻤다.       당신을 만나는 시간       내 발을 들이고,   내 손을 내놓고,   내 마음을 열고,   내 머리를 내려놓고,   나를 태우고, 없애고,   나를 소멸 할 때   당신을 만날 수 있어요   당신을 향해 걷고   당신 향해 두 손 모으고   당신을 마음 가득 채우고   당신 앞에 날 데리고 갈 때   가까이 있는 당신께   싹을 내고, 꽃 피울 수 있어요       반으로 작아진 나무에서 올라오는 줄기를 제외하고는 몇 해 꽃이 피지 않았다. 나무의 고통을 우리는 알기나 할까? 나무는 어지간히 힘들어 보였다. 몇 년이 지나도 휘어진 채 다시 곧게 돌아오지 않은 가지를 과감하게 잘라 주었다. 홀로만 삐죽한 가지도 다른 가지와 높이를 맞추어 정리 해주었다. 땅에서 올라오던 나뭇가지도 잘라 주고 나무 안쪽에 싹을 내지 않은 가지들도 모두 제거해 주었다.   나무를 자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무의 크기는 전에 비해 작아졌지만 새로 자라나는 싱싱한 줄기에 잎들이 나날이 자라나고 있다. “잘 자라거라 그리고 내년엔 하얀 꽃망울을 가득 피워다오.” 돌아서는 내게 나무가 흔들리며 내 머리를 만진다. “고마워 내년엔 향을 가득 담은 꽃을 하얗게 피워줄게” 뒤돌아 나는 웃었다. 대답하듯 잎사귀가 바람에 흔들렸다. “나는 이제 네 속에서 자라날 꺼야.”   죽은 가지들을 쳐 주듯이 내 몸에도 살아나지 않은 것, 딱딱하게 굳어버린 옹이. 내 몸을 돌아보았다. 쉼 없이 달려왔고, 지금도 무언가를 향해 달리고 있는 내 몸 구석구석이 휘어져 있고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내 눈 속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다른 사람 눈 속 티끌만 눈에 띄어 불평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 참 아이러니한 모습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멀리 보지 않고 나를 보아도 그렇다. 알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 시간들은 온전히 나의 몫이 되어 내 앞에 있다. 나무의 굽은 가지와 꽃 피우지 못하는 안타까움만 보였지 내 안의 휘어진 마음과 꽃피우지 못한 꿈들은 보지 못했다. 당신을 만나는 시간 내내….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시간 시간 재활 나무 주위 나무 안쪽

2024-06-17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인연

인연   시간이   저만치 흐르고 있었다 나는 매일 종착역을 향해   걷고 있었고     어느 것 하나   무게의 추에서   내려놓을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기에   가슴에 담아보려다 빈 손짓만 했다     아직 피지 않은   작약의 꽃봉오리에 반해 반나절을 뜰에서 놀았다 피지 않은 꽃봉오리가 모나지 않게, 찌르지 않게     파도는 밀려오고, 부서지고 밀려가는데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바다는 그렇게 부서지는데     설레는 물결 숨 가쁜 기대로   온종일 뜬눈이다 이슬과 함께 머리 들 당신이 보인다       가벼워지려고 나비를 따라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자리. 그 자리에 바로 네가 있었다. 작은 꽃을 좋아하는 너는 꽃을 다듬는 내내 자리를 지켜주었다. 쇠파리에 물려도 꼼짝없이 버티고 서있던 덕분에, 나비야 나비야를 불러준 덕분에 야생화를 채집 할 수 있었다. 후에 그가 보내온 소식에 의하면 아프고 간지러워서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어려운 자리엔 항상 네가 이야기처럼 서 있었다. 야생화를 뒤란에 심으면서 고마운 그의 마음을 생각했다. 내년 이맘 때 보라, 분홍의 꽃들이 싱그러운 날. 그 때 일을 기억할 수 있으려나? 빨갛게 부어 오른 그 상처를 호호 불어 줄 수 있으려나?   Memorial Day 전후에는 늘 꽃을 심고 다듬어준다. 매년 피어나는 꽃들을 그대로 놓아두면 천방지축 난장판이 된다. 다듬어주고 너무 많이 번진 부분은 뽑아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꽃들과 뒤엉켜 볼 품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노랑은 노랑대로, 보라는 보라대로, 분홍, 하얀꽃은 그들대로 뭉쳐 있을 때 더 정리가 되어 보인다.     처음 정원을 가꿀 때는 높낮이를 계산하지 않고 심다 보니 다음 해 자리를 바꿔주느라 여간 애를 먹지 않았다. 낮은 것은 앞쪽에 높은 것은 뒷쪽에 심어야 한다. 바람과 비에 쓰러지기 쉬운 꽃들은 받침대를 세워주고 꽃망울이 너무 많이 맺은 작약은 한 대궁에 두 세 개만 남겨두고 잘라 주어야 한다.     나무도 마찬가지다. 뻗어나간 가지들을 그대로 두면 이듬해면 나무의 형태가 엉망이 된다. 그때마다 잘라 주어야 한다. 잎사귀가 유난히 많이 자란 가지도 다듬어주고 나무 밑둥에서 뻗어나온 가지는 미련 없이 제거해야 나무가 곧게 자라게 된다.     정원을 가꾸면서 한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꽃들과도 인연이 없으면 서로의 정원에서 자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리 애지중지 키워도 다음해 봄 싹을 내지 않는 꽃들도 있었다. 나무 아래에서는 시름시름 해도 햇빛이 잘 드는 남향에 심으면 다음해 무섭게 꽃대를 들고 일어나는 것들도 있었다. 그것을 나는 꽃과의 인연이라고 말하겠다.     사람들 과의 인연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끝까지 갈 것만 같았던 친구도 어느 날 서로의 길에서 멀어지기도 한다. 우연히 만났어도 그 인연이 오래 깊이 유지되기도 하는 것을 살면서 느끼고 있다. 인연은 서로의 눈에 띄는 것이다. 인연은 서로의 마음에 오래 남아 서로의 풍경과 일상에 어우러지는 것이다. 부족하거나 남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 서로에게 채워지는 것이다.     이른 봄 눈 속을 헤집고 피는 꽃들도 있다. 가냘프고 나직한 잎을 달고 자라는 것들은 그들대로 서로에게 기대 봄을 부르고 있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목련의 애처로움은 그 목이 꺾여 땅 위에 떨어진 후에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다. 과꽃이 그렇고 국화가 또 그렇다. 서리가 내릴 때까지 그 색을 잃지 않는 일편이 있다.     꽃과 사람만이 아니다. 풍경 또한 그렇지 않을까. 풍경도 인연이다. 살아 가는 동안 풍경과의 인연은 우리의 걸음을 그리로 향하게 한다. 늘 그 자리에서 인연을 기다리며 봄에는 연두로 초록으로 자라고, 보라로 노을지는 지고 지순한 풍경이 되어준다. 장대비를 쏟으며 폭설을 뿌리기도 하고 잔잔한 파도로 출렁이기도 한다.   오늘도 당신과의 인연으로 새벽이 오고 해가 뜨고 바람이 불고 노을이 졌다. 별이 뜨고 나는 그 별빛 아래 풍경처럼 서 있다. 꽃들이 한없이 어여쁜 이유도, 네가 소중한 이유도, 발걸음이 자꾸 같은 풍경으로 향하는 이유도 바로 인연 때문이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인연 인연 시간 동안 풍경 나무 아래

2024-06-03

[부동산 이야기] 터마이트 인스펙션

최근 부동산 시장은 셀러스 마켓이고 셀러가 터마이트를 제공해주는 경우가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어의 에이전트는 터마이트에 반드시 신경을 써야한다. 홈 인스펙션할때 터마이트 인스펙션도 같이 하기를 권한다.  셀러가 안 해 주더라도 바이어는 집을 사서 들어가기 전에 터마이트를 제거하고 터마이트 먹은 목재들도 교체해야만 한다. 터마이트는 무서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터마이트는 땅속 20피트까지 들어 가 살 수 있고 벽돌, 철관, 콘크리트 등을 타고 올라와 나무를 갉아먹는다.  그래서 집을 손상시키고 파괴 할 수 있다. 미국 전국에 퍼져 있는 터마이트는 바람이 부는 데로 날기도 한다. 그들을 제때 발견하지 못하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꼭 신경써야 한다.     터마이트 종류는 3개로 분리된다.     서브터레이니언 터마이트 (Subterranean Termites):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의 모든 주에 서식하고 가장 피해를 많이 내는 터마이트다. 토양에서 서식하며 미국의 모든 곤충 중에서 가장 큰 둥지를 만든다. 이들 둥지는 진흙 튜브를 통해 나무, 울타리 기둥, 주택 내부의 구조용 목재와 같은 곳에 침입한다.     드라이우드 터마이트(Drywood Termites): 일반적으로 구조용 목재 또는 단단한 나무 바닥과 같은 나무에서 생활한다. 서브터레이니언 터마잇과 달리 토양이 필요 없다. 일부 드라이우드 터마이트 종은 주택에 상당한 피해를 주는데 일반적으로 서브터레이니언 터마이트 보다 느린 속도로 피해를 입힌다.     뎀프우드 터마이트(Dampwood Termites): 습한 목재에서 생활한다. 대부분의 뎀프우드 터마이트는 토양과 접촉할 필요가 없고 집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목재가 충분한 수분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터마이트를 없애는데도 여러 작업이 있다. 터마이트 클리어런스 (Termite Clearance) 작업은  인스펙션 리포트에 따라서 어떤 것으로 할 지 결정된다.     터마이트가  집안 곳 곳에 많이 나오면 텐트를 뒤 집어 씌워서 박멸하는 휴미게이션(Fumigation)을 하고,  군데 군데 있으면 약품으로 터마이트를  박멸하는 소일 트리트먼트(Soil Treatment) 로 한다.     마지막으로 터마이트를 사전에 예방하려면, 집 외부의 노출된 목재를 페인트를 칠하는 것이 좋다. 벗겨진 부분을 쓸어내어 최대한 페인트를 바를 것을 권장한다. 이렇게 하면 벌레나 습기가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손상된 목재는 새 목재로 교체하거나 보수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조금만 썩었어도 교체해야 한다. 왜냐하면 보수해도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터마이트가 먹은 목재는 전체의 25% 이상이 손상된 경우 목재를 교체하고, 그 이하인 경우 영역에 따라 보수한다. 터마이트는 만약 방치한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집이 망가지고 비용이 많이 드는 피해를 일으킬 수 있으니 4년에 한번씩은 꼭 하시길 권장한다.       ▶문의: (562)882-8949 준 리 / 콜드웰뱅커베스트부동산부동산 이야기 손상 파괴 구조용 목재 나무 울타리 나무 바닥

2024-05-29

이 곳에 가본 적 있으신가요? 콜로라도 이색적인 명소 5

나무 트롤 - 브레켄리지 Wooden Troll - Breckenridge 약 15피트 높이의 나무 트롤 조각품인 "이삭 하트스톤(Isak Heartstone )"은 브레켄리지의 트롤스티겐 트레일(Trollstigen Trail)에 위치하고 있다. 이삭은 덴마크 예술가 토마스 담보(Thomas Dambo)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매년 개최되는 브레켄리지 국제 예술 축제(BIFA)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이 작품까지는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으며, 무료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방문할 수도 있다. 트레일 입구는 스티븐 C. 웨스트 아이스 아레나(Stephen C. West Ice Arena) 주차장의 남동쪽에 있다.       세븐키즈 랏지의 열쇠 수집 - 에스테스 파크 Key collection at Seven Keys Lodge - Estes Park 이 숙소는 1917년부터 에스테스 공원의 일부로 자리 잡아온 Baldpate Inn의 전신으로,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에스테스 파크 위에 위치하고 있으며, 록키 마운틴 국립공원 바로 옆에 있다. 이 랏지는 아름다운 산 경치와 숙박 시설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큰 공공 키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손님들은 지금도 흥미로운 열쇠를 여관에 기부해 오고 있다. 현재 이 숙소는 세계 각지에서 모은 3만 개가 넘는 열쇠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에는 모차르트의 와인 창고,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그리고 펜타곤의 열쇠도 포함되어 있다.     비숍 캐슬 - 라이 Bishop Castle – Rye 콜로라도에서 가장 유명한 도로 명소 중 하나인 이 캐슬은 라이 근처에 위치한 "돌과 철로 만들어진 기념비적인 조각품"이다. 정교하면서도 다소 복잡해 보이는 이 캐슬은 1969년 Jim Bishop에 의해 지어졌다. 성은 항상 열려 있고 방문객들은 무료로 성을 탐험할 수 있다. 근처에서는 하이킹, 피크닉, 캠핑, 승마 및 숙박을 포함한 다양한 야외 활동을 할 수 있다.         허키머, 세계에서 가장 큰 딱정벌레 - 콜로라도 스프링스 Herkimer, World's Largest Beetle - Colorado Springs 115번 고속도로를 따라 Rock Creek Canyon 입구에 위치한 이 조각상은 세계에서 가장 큰 딱정벌레 중 하나인 다이너스티스 헤라클레스(Dynastes Hercules)의 수컷 표본 복제품이다. 이 조각상의 높이는 10피트이고, 길이는 16피트로 실제 헤라클레스 딱정벌레보다 48배 더 크다. 이 헤르키머는 60년 이상 지금의 위치에 전시되어져 있다.     페니 아케이드 - 매니토우 스프링스 Penny Arcade - Manitou Springs 페니 아케이드는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는 훌륭한 오락 명소이다. 이곳에서는 이름그대로 여전히 1페니의 비용이 드는 아케이드 게임을 경험할 수 있으며, 최초의 아케이드 게임 중 일부도 찾을 수 있다. 20개 이상의 다른 핀볼 기계에서 30개의 레이싱 게임을 하면서, 1930년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아케이드 게임 역사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박선숙 기자콜로라도 명소 콜로라도 스프링스 도로 명소 나무 트롤

2024-03-15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겨울이 봄을 이기지 못한다

세상에는 이길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아무리 용을 써도 안 되는 것은 안 된다. 근시안으로 보면 이기는 것 같지만 종국에는 일이 틀어진다.   봄이 왔다. 봄은 소리소문 없이 온다. 새각시처럼 버선발로 살며시 다가온다. 몇 주 전만해도 폭설이 내리고 온천지가 눈에 덮혀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붙었다. 순식간에 이토록 찬란한 봄이 오다니! 겨울이 아무리 혹독해도 봄의 기운을 이기지 못한다. 이별이 아무리 힘들어도 사랑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는 것처럼.    ‘봄 눈 녹듯이’ 강이 풀리는 소리 들려오고 얼어붙었던 마음이 녹아 내린다. 뒷뜰 연못에서 서걱이던 마른 갈대들도 아지랑이를 품으려고 봄볕에 술렁인다. 다시 사랑을 시작할 조짐이 여기 저기 보인다.   ‘봄이면 네가 찿아올까/ 햇살에 눈이 녹듯이 그렇게/(중략) / 어느새 들어왔는지도 모르게/ 얼었던 내 맘에 꽃이 피어나듯이/ 한눈에 너를 알아볼 거야/ 혹시나 내가 너를 못 알아봐도/ 나를 찾아줘’-한올의 ‘봄날에 만나자’ 중에서   봄은 축복의 손으로 대지를 어루만진다. 생명을 잉태하는 기적을 손 끝마다 매달고 가장 밝고 아름다운 빛깔로 마술의 향연을 벌인다. 어떤 유명한 화가도 현란한 봄을 색깔을 팔레트에 담아내지 못한다. 봄은 인간이 흉내 낼 수 없는 천상의 아름다움을 대지에 펼친다.   ‘여호와 하나님이 그 땅에서 보기에 아름답고 먹기에 좋은 나무가 나게 하시니 동산 가운데에는 생명 나무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도 있더라’(창세기 2:9).   ‘생명나무’는 하나님이 에덴동산 한가운데 심은, 영원한 삶을 주는 생명수(生命樹)를 가리킨다. Lucas Cranach가 그린 ‘인류의 타락(The Fall of Man)’에는 벌거벗은 채 선악과를 먹는 아담과 이브의 왼쪽에 생명나무가 보인다.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는 다시는 생명나무 열매를 먹지 못한다.   눈 깜박할 시간, 나릇한 봄 향기에 취해 잠깐 오수를 즐기는 사이, 봄볕이 앞뜰과 뒷뜰에 생명수(生命水)를 뿌리며 봄의 향연을 펼친다. 열병식 하듯 나란히 줄을 서서 제일 먼저 여린 목을 내민 건 튤립이다. 그 옆에 납작 엎드린 보랏빛 군자란이 기지개를 켠다. 아네모네와 크로커스는 사랑이 뜨거워질 무렵 필 요량이다. 개나리는 가지마다 앙증맞은 입술을 뾰족히 내밀고 사랑의 손길을 기다린다. 초가을에 뿌린 팬지는 ‘사랑의 추억’을 감당하기 힘들었는지 감감 무소식이다.   돌보지 않아도 무시로 피는 코스모스는 한더위를 참고 견디며 가을 연가를 부를 채비를 한다. 모진 바람에도 가늘고 긴 목을 깎지 않는 코스모스는 청상에 홀로 되신 어머니를 닮았다. 먼저 핀 꽃들이 정원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가을의 길목에서 가는 손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한다.   미움이 사랑을 이기지 못하고, 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한다. 절망이 희망의 싹을 자를 수 없고, 비천함이 고귀함을 따라갈 수 없고, 비굴함이 용기와 대적하지 못한다. 졸부가 최부잣집 곳간을 채울 수 없듯이 무식이 유식을 따라잡지 못한다.   하늘이 땅을 품고, 땅이 하늘을 우러러 꽃은 피고 진다. 삶이 죽음을 이기지 못하고, 못다한 사연들이 허공에 사라져도, 봄이 오면 새들은 슬프고 아름다운 노랫말로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겨울 생명나무 열매 생명 나무 노랫말로 하늘

2024-03-12

[글마당] 작은 나무에 앉은 새

나는 나 자신을 작은 새에 종종 비유합니다. 허드슨 강가에 앉아 뉴저지를 바라봅니다. ‘아무리 날갯짓해도 저 넓은 강을 건너지는 못할 것 같다’며 건너다보기만 하는 작은 새 말입니다. 내 주위의 모든 것이 크게만 보입니다. 비디오 작품을 전시하는 어두컴컴한 커다란 갤러리에 들어서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작품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만 출구를 향해 날개를 퍼덕거리다 밖으로 나옵니다. 대형 미술관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거창하고 크고 많아서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종종거리다 나와 계단에 앉아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 센트럴파크와 리버사이드 공원 주위만을 맴돌던 나는 어찌어찌하다가 차이나타운 캐널 스트리트까지 원정 갔습니다.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섰습니다. 순간, 작은 새는 허드슨 강을 따라 내려오다 날갯짓을 멈추고 아늑한 공간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작은 작품들이 3면의 벽을 메우고 있었습니다. 한눈에 모든 것이 다 들어왔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아주 작은 작품들이었습니다.   Alexa Grace 작가의 작업입니다. 작가에 대한 소개는 다음과 같습니다.   ‘알렉사 그레이스의 일러스트 조각은 부드러운 말투와 절제된 재치가 돋보이는 연약한 작품입니다. 각 작품은 작은 만화 캐릭터가 배우로 등장하는 작은 무대 세트와 같습니다.’   작은 남자가 그 작은 공간 한가운데에서 우리를 반겼습니다. 만약 커다란 남자가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면 나는 그렇게 오래 그곳에 머물지 못했을 것입니다. 갤러리 겸 본인의 작업장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만든 짙은 회색 작은 상자 속 상자 그 안에 더 작은 상자 작업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와 같다고도 할 수 있지만, 느낌은 전혀 다른 미니멀한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분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미술품 보관 및 보호를 위한 상자 제작을 26년간 했습니다. 임기가 끝나자, 미술품 전시, 창작, 보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그 갤러리 겸 작업장인 공간을 길게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그분과 헤어지면서의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서입니다. 내 이름 ‘수임’을 사람들에게 소개할 때 예전엔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던 내가 그날은 그 작은 모든 것에 매료되었던지 “기억해 줘요. 내 이름은 swim, 수영하는 것 말이에요.”     양손으로 수영하는 시늉까지 곁들였습니다.   “나 수영하는 것 좋아하는데. 이제는 하지 못해요.”   그분이 자기 다리를 내려다보며 말했습니다.   “어머 이렇게 오랫동안 서서 이야기할 정도면 다리가 튼튼하지 않나요?”   “아니 무릎을 구부릴 수는 없는, 그냥 한 그루의 나무 같은 다리예요.”   “어머! 나는 한 마리의 작은 새로 나무인 당신의 가지에 종종 놀러 와 쉬었다 가도 괜찮겠어요?”라고, 툭 튕겨 나오려는 말을 꾹꾹 눌러 삼켰다.     그는 우리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우리가 멀어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 있다가 들어가겠다며 배웅했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나무 비디오 작품 상자 작업 상자 제작

2024-02-09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나무의 꿈은 새벽에 영글어 가고

금방 하루해가 저물었다. 뉘엿뉘엿 흐린 하늘에도 분홍의 노을이 진다. 붉거나 보라의 것에서 풍기는 강렬함 보다는 꿈같은 아련함이 온 몸에 소복히 내려앉는다. 새들도 제 집으로 날아가 버리고 토끼도 제 보금자리를 찾는 하루가 저물고 있다. 등을 기대야 하는 어둠이 오고 잠깐만에 세상은 고요 안에 스스로 잠겼다. 숨죽이고 견디다 보면 저 깊숙이 살아나는 것들이 보이고 지나쳤던 꿈들이 노래가 되어 가까이 들려온다. 나무의 꿈은 영글어 가는데….   숲속에 걸터앉은 나무가 보인다. 저만치 떨어져 있는 나무는 말을 걸어 오지 않는다. 가지마다 제 몸무게만큼이나 눈송이를 안고 있어도 도무지 흔들리는 일이 없다. 살아 있으나 죽은 듯 전혀 미동이 없다. 찬 바람이 불어도 눈보라가 쳐도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다가가지 않는 한 넌 언제고 정지된 나무였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숲으로 돌아가 누웠다. 별빛 아래 가늠할 수 없는 꿈속에 잠들어 있다. 나무도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들고 깊이 잠들었나 보다.   나무를 보려고 새벽 커튼을 젖혔다. 어둠 저편 언덕 너머에 동이 트고 있었다. 팔을 뻗어 잔 가지의 눈을 털어주려다 되돌아왔다. 나무 둥지에 새들이 모여 재잘거리고 별빛이 스치고 간 한 밤의 짧은 미련도 사라진 시간. 누군가 내 등을 만지는 손길에 뒤돌아 보았다. 그것은 창살을 통해 들어온 나무의 긴 그림자였다. 한 발자국도 더 가까이 갈 수 없는, 한 마디 말도 걸어볼 수 없는 너의 그림자. 만질 수도 안을 수도 없는 하루가 시작되는 소리였다. 왼쪽 팔을 길게 뻗어 팔베개를 했다. 나무를 향해 누웠다. 나무는 잠들기 시작했다. 먼동이 트는 이 새벽에 깊은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내가 나무가 되어 너의 창가에 서 있다. 깊은 밤 눈길을 걸어 그대에게로 가서 잠든 너의 눈시울을 잠깐 바라보다 돌아오리라 생각했다. 어쩌면 눈물일지도 모를 둥글고 따뜻한 물방울, 네 등 뒤에서 맡을 수 있는 너의 향기는 지워지지 않는 긴 그림자이고, 겨울 가지를 닮은 봄으로 뻗은 뿌리처럼 깊은 나의 하루가 되었다. (시인, 화가)         눈 덮인 뒤란에 나무 한 그루 서있다 모두 잠들은 이른 아침 하루가 깨어 나는 숲에서 건져 올린 사랑이라는 단어   사랑이 사랑이 되지 못하는   너를 잃고 나마저 잃은 세상에 새벽으로 오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어깨부터 기대오는 내 안 가득 당신입니다     총총걸음으로   구름길로 걸어야 하는 곳 한 평 남짓 발 뻗은 자리에도 가는 햇살로 녹이시고 흐르는 새벽으로 챙기시는 그대의 긴 손, 향기     장독대 장들이   느리게 익어가는 별빛 아래 희끗희끗 하얀 새치처럼   눈발이 날리고 나이 먹는 어리둥절 속에 사랑을 느리게 깨달아 갈 때 아픔이 무르익기 전 그대는 잠들어야 해요 말하지 않아도 보이는 손     나무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어머니 손을 꼭 닮은   그대의 손은 약손입니다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나무 새벽 나무 둥지 새벽 커튼 단어 사랑

2024-02-05

[이 아침에] 오해

오해는 크리스마스 며칠 전 우리 집 문 앞에 놓여 있던 레몬 한 봉지로 시작한다. 외출에서 돌아오니 아마존 배달 상자 위에 갓 딴 것 같은 싱싱한 레몬이 한 봉지 놓여 있었다. 잠시 후, 아내와 나는 2년 전 이사 온 옆집 부부가 준 것이라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우리 집 왼쪽 옆집에는 ‘와니타’ 할머니가 살고 있었다. 그 집 뒷마당에는 커다란 레몬 나무가 있어 매년 몇 차례 레몬을 얻어먹곤 했었다. 아내는 그 레몬을 썰어 설탕에 재워 놓았다가 레모네이드를 만들기도 하고, 즙을 내어 화장수를 만들어 얼굴에 바르기도 했다. 와니타 할머니와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선물도 주고받았다.     2년 전, 할머니는 집을 팔고 타주에 사는 딸네 곁으로 갔고, 그 집에는 중년의 부부가 이사를 왔다. 그동안 오며 가며 인사만 주고받던 이웃이 마침내 레몬을 선물했다고 생각한 우리는 레몬을 주어 고맙다는 카드를 써서 와인 한 병과 함께 문 앞에 놓아두었다.     며칠 후, 마주친 이웃집 남편이 내게 와인을 두고 갔느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자기는 레몬을 준 적은 없지만 와인은 고맙다고 한다. 잠깐 어색한 분위기가 지나가고, 서로 웃고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집에 들어와서야, 아, 그 순간 “그럼 앞으로 레몬을 주면 되겠네요”라고 말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일을 아내에게 전하니, 그제야 그럼 레몬은 오른쪽 옆집에서 준 모양이라고 한다. 그 집에는 90이 넘은 ‘맥스’ 영감이 혼자 산다. 배우 출신이라는 맥스와는 오랫동안 선물을 주고받아왔는데, 작년부터 선물 주기를 그만두었다. 이유인즉, 차를 처분한 그가 우리 선물에 답례를 하기 위해 집 근처 가게까지 걸어갔다 오는 것을 알고부터다.   다음날, 외식하고 돌아오는 길, 아내가 빵집에 들러 가자고 한다. 맥스에게 빵을 사다 주면 좋아할 것 같다고 한다. 빵을 한 봉지 사 들고 차를 몰아 옆집 드라이브웨이로 들어갔다. 맥스는 귀가 어두워 보청기를 사용하지만 문을 여러 번 두드려야 한다.     한참 만에 나온 그가 빵을 받아 들더니, 활짝 웃으며 좋아한다. 맨발로 내가 앉아 있는 차까지 와서 악수하고 인사를 나누었다.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 없이 혼자 사는 노인의 외로움이 느껴졌다. 가끔 빵을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연말이면 선물을 나누는 또 다른 이웃은 길 건너 사는 필리핀 사람 ‘프레드’다. 나보다 연상인 그는 아내를 잃고 혼자 살다가 수년 전에 젊은 필리핀 아가씨와 재혼을 하더니 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았다. 그 녀석이 귀여워 크리스마스면 선물을 주기 시작했더니, 그 집에서도 선물을 한다. 지난 크리스마스에도 팝콘과 초콜릿을 가져왔다.     연말 선물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며 안 주고 안 받기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선물 주기에 옳고 그름은 없다. 각자 취향대로 살면 된다고 생각한다. 부담스럽다면 안 하는 것이 맞고, 즐겁다면 하는 것이 맞다.     이렇게 산타는 어김없이 우리 곁을 다녀갔다. 새 달력을 걸며 벌써 올해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이제 11달 남았다.  고동운 / 전 가주 공무원이 아침에 오해 연말 선물 선물 주기 레몬 나무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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