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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매력과 권력

기자 생활의 상당 기간을 정치부에서 취재하고 보도했다. 그런 이력에도 최근의 미국 대선은 이해하기 힘든 지점이 많다.   이를테면 TV토론에서 압승하고도 해리스는 트럼프를 따돌리지 못했다. 게다가 트럼프는 공공연하게 거짓말을 하고, 포르노 배우와 얽힌 뒷거래를 비롯해 온갖 비도덕적 추문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거를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그런 트럼프의 지지세는 꺾이기는커녕 일부 경합주에선 해리스를 앞지르는 결과도 나오고 있다.   최근 애리조나와 조지아, 위스콘신주의 바닥 민심을 직접 취재하면서 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의 배경을 넌지시 짚어볼 수 있게 됐다. 바로 트럼프가 끝없이 빚어내는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미국 영문학자 조너선 갓셜은 저서 ‘스토리텔링 애니멀’에서 이렇게 선언한다. “이야기는 끊임없이 우리를 만지작거리고 주물럭거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우리의 마음을 빚어낸다.” 나는 여러 도덕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재집권이 아른거리는 현 상황을 ‘호모 픽투스(Homo fictus, 이야기하는 인간)’의 관점에서 이해해보려 했다.   그 어떤 가치적 판단을 제외하고 말하자면, 트럼프는 해리스에 비해 뛰어난 이야기꾼이다. 트럼프와 해리스, 두 후보의 무수한 연설과 인터뷰, 토론 등을 종합해 내린 결론이다. 장르로 따지자면 트럼프는 픽션, 해리스는 논픽션 쪽이다.   말하자면 트럼프는 지지자들이 듣기 원하는 이야기를 허구를 동원해서라도 지어낸다. 트럼프는 자신을 악인과 맞선 영웅으로 서사화하면서 대선 캠페인을 드라마처럼 끌고 가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악인(불법 이민자)이 등장하고 갈등(일자리와 치안 위기)이 벌어지고, 이를 해결하는 영웅(트럼프)이 기본 구조를 이루는 식인데, 듣는 이를 현실과 무관한 판타지로 데려가는 효과를 낸다.   반면 해리스는 현실에 기반한 사실을 서술하는 논픽션 강연자 유형이다. 그는 판타지를 지어내는 대신 현실(트럼프의 민주주의 위협)을 자세히 설파하는데, 이는 도덕적으로 온당할지 몰라도 잘 짜인 이야기에 열광하는 ‘호모 픽투스’ 관점에선 그리 매력적인 설득 방식이 아닐 수도 있다.   결국 이야기는 사람을 잡아당기는 힘, 매력에 관여하는 요소다. 권력이 타인의 복종을 강제하는 힘이라면, 매력은 옳든 그르든 타인이 스스로 다가오게끔 하는 힘이다. 이번 미국 대선은 그 매력의 경중에 따라 초박빙 승부가 결정될지도 모른다. 권력이 매력을 강제할 순 없지만, 매력은 종종 권력 창출의 중요한 발판이다. 정강현 / 한국 중앙일보 워싱턴 특파원글로벌 아이 권력 픽션 해리스 반면 해리스 논픽션 강연자

2024-10-30

교황 선출 둘러싼 음모…권력 투쟁 적나라한 묘사

앤서니 홉킨스, 조너선 프라이스 주연의 2019년작 ‘두 교황’(넷플릭스)은 자진 퇴위로 전 세계가톨릭 커뮤니티를 뒤흔들었던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의 후임 프란치스코의 관계를 토대로, 하늘 아래 교황은 오직 한 명이라는 2000년 가톨릭 역사의 기록을 깬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2025년 오스카상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영화 ‘콘클라베(Conclave)’는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역사 고증에 인간사의 다양한 정치적 상황을 결합한 작품들을 써온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성스럽고도 영적인 바티칸 내에서 자행되는 음모와 배신 등의 ‘스릴’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재연된다.     ‘콘클라베’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교황을 선출하는 선거제도를 뜻한다. 2022년 교황이 갑작스럽게 서거하자 전 세계에서 118명의 추기경들이 바티칸으로 날아온다. 시스티나 예배당에서 거행될 새로운 교황 선출을 위한 비밀회의 투표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로런스 추기경(레이프 파인스)은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를 감독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지위는 예상치 못했던 위험을 동반한다.     바티칸이 소재한 로마, 이탈리아를 위시, 유럽 세력이 수적으로 우세한 가운데 바티칸 내 권력 투쟁이 격화되고 로런스는 서거한 교황이 교회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 만한 비밀을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신성의 그늘 아래 음모와 비밀 동맹이 추진되고 바티칸의 어두운 면이 조금씩 드러난다. 종교 이면에 자리한 최고위층 추기경들의 미묘한 ‘권력에의 의지’가 세속의 정치판과 다를 게 없다.     로런스 추기경은 진실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 반대파 세력과 대립한다. 신경전과 지역적 결합 등 서로를 견제하는 치열한 경쟁, 3분의 2 이상의 추기경들의 선택을 받는 사람이 나오기까지 거듭되는 여덟 번의 투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 차기 교황으로 선출된다. 마지막에 벌어지는 한판 승부가 영화를 초긴장 상태로 몰고 간다.   성스러운 장소 바티칸 내의 은밀한 비밀, 배신, 충격적 폭로로 이어지는 ‘콘클라베’에는 그간 교황청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 많다. 2022년 ‘서부 전선 이상 없다’로 뛰어난 연출력을 인정받은 에드워드 버거 감독은 바티칸의 억압적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지는 가톨릭 교회의 권력 투쟁과 정치적 음모를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선정될 것이 확실시되는 레이프 파인스 외에 존 리스고(조세프트랑블레 추기경), 스탠리 투치(알도 벨리니 추기경), 이사벨 로셀리니(아그네스 수녀) 등 조연진 배우들의 노련한 앙상블 연기가 볼만하다. 김정 영화평론가교황 선출 교황 선출 권력 투쟁 교황 베네딕토

2024-10-30

[중국읽기] 중국 회사에 존재하는 또 다른 권력 체계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익 추구다. CEO(최고경영자)가 총대를 메고 돈을 좇는다. 그런데 한 기업에 CEO 계통이 아닌 다른 명령 체계가 존재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중국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중국이 지난달 29일 ‘기업법(公司法)’을 개정했다. 그중 이런 규정이 나온다. ‘종업원 수 300명 이상의 주식회사는 이사회에 반드시 종업원 대표를 포함해야 한다.’ 기업의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 종업원 대표를 참여시키라는 얘기다. 외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 SK, 현대차 등 중국에 대규모 사업장을 둔 국내 대기업이 긴장하는 이유다.   문제는 ‘종업원 대표’가 실제로는 공산당 조직인 ‘공회(工會)’의 대표라는데 있다. 공회가 종업원 관련 모든 활동을 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업원 대표’ 역시 공회가 뽑거나, 아예 공회 수장이 겸임하기도 한다. 기업법 개정안은 결국 투자 결정, 구조조정, 사업 철수 등 기업 의사 결정 과정에 당이 관여하겠다는 뜻이다.   오래 진행되어온 작업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지난 2017년 2기 집권을 시작하면서 당 건설을 강조했다. ‘당원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당조직을 만들라’고 민영기업과 대형 외자기업을 압박했다.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따를 수밖에 없었고, 국가의 기업 장악력은 더 세졌다. 이번 기업법 개정은 그 작업의 완결판이다. 중국의 국가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공회는 당 노선을 기업에 전파하는 조직이다. 공산당 당장(黨章)은 공회의 역할을 ‘당 노선과 방침의 관철’, ‘기업의 법 준수 지도와 감독’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업이 당 노선을 잘 지키는지를 감시하겠다는 얘기다. CEO로서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이사회 내용은 공회를 통해 당으로 보고되고, 공회를 통해 당의 지령이 전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공회가 적대적인 것은 아니다. 작은 기업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한다. 쓰레기 청소, 건전한 문화 조성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곳도 많다. 그러나 CEO 라인과는 전혀 다른 또 다른 권력 체계가 회사 안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기업에는 부담이다.   시진핑 지도부는 요즘 개방 확대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빠져나가는 외국인 투자를 잡기 위해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반간첩법으로 기업인 활동을 억제하고, 기업법으로 경영에 간섭하려 든다. 외자기업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그들의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한우덕 / 한국 중앙일보 차이나랩 선임기자중국읽기 중국 회사 공회가 종업원 권력 체계 종업원 대표

2024-01-08

[삶의 향기] 마음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전자레인지를 사오셨다. 병에 든 음료수를 데우려고 뚜껑을 닫은 채로 전자레인지에 넣고 스위치를 눌렀다. "펑!" 소리와 함께 음료수는 물론 전자레인지도 산산 조각이 났다. 전자레인지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사용법에 익숙지 않았던 탓이다.     제품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설명서를 통해 사용법을 공부해야 한다.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원리에 맞게 사용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날 수밖에없다. 마음도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내 마음 나도 몰라'가 제목인 가요가 있다. '내 마음'이라고들 하지만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또한 우리의 마음이다. 마음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더 있다.   첫째, 마음은 행불행을 좌우한다. 팬데믹 시기에 한국에 갈 일이 생겼다. 비행기를 타고 보니 옆의 한 좌석이 비었다. '아, 편하게 갈 수 있겠구나!' 생각에 행복했던 마음도 잠시.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보니, 대부분 누워 가고 있었다. 행복했던 마음은 순식간에 불평으로 바뀌었다. 옆의 한 좌석이 비었다는 물리적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비교하는 마음 때문에 행복은 순식간에 불평으로 바뀐 것이다.   대종사께서는, "마음이 선하면 모든 선이 이에 따라 일어나고, 마음이 악하면 모든 악이 이에 따라 일어나나니, 그러므로 마음은 모든 선악의 근본이 된다." 하셨다. 모든 것(행복과 불행)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일체유심조'가 불법의 핵심인 이유이다.   둘째, 마음은 늘 사용한다. 7~8년 전에 샤워꼭지가 고장이 났다. 부품만 간단히 교체하면 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복잡했다. 겨우 고치긴 했지만, 지금은 어떻게 고쳤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난다. 샤워꼭지 수리하는 법은 몰라도 치명적이지 않다. 왜냐면 자주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음은 하루에 몇 시간이나 사용할까? 수면 중에도 무의식이 작용한다고는 하지만, 수면시간을 제외하더라도 최소 16시간은 사용한다. '마음 사용하는 법'은 일생에 샤워꼭지 고치는 법과는 달리 모르면 피해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잘 알면 이익도 그만큼 크다는 말이 된다.   셋째,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칼이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돈, 지식, 권력은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마찬가지이다. 돈, 지식, 권력이 있는 사람이 훌륭한 일도 많이 하지만, 나쁜 일로 뉴스와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사람도 그들이다.   "이 세상에서 어떠한 공부가 제일 근본 되는 공부입니까?" 제자의 질문에 대종사께서는, "마음공부가 제일 근본 되는 공부이다. 마음공부는 모든 공부의 기본이니, 마음공부가 없으면 모든 공부가 다 바른 활용을 얻지 못할 것이다." 하셨다. 마음공부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우리가 애써 얻은 재주와 능력도 무용지물일 뿐 아니라 개인은 물론 인류에게 해악만 끼치게 된다.     내 마음이지만 마음의 주인이 되지 못해 늘 희로애락에 끌려다닌다. 마음을 제대로 '공부' 해서 희로애락을 부려 쓰는 진정한 마음의 주인이 되자.     [email protected] 양은철 / 교무·원불교 미주서부훈련원삶의 향기 마음 공부 마음 때문 지식 권력 제일 근본

2024-01-08

[마켓 나우] 녹색규제로 권력 키우는 유럽중앙은행

남극의 빙산이 더 빠르게 녹아내리고 러시아의 영구 동토층이 붕괴한다면? 대규모 홍수로 식량 위기가 악화하고 공급망도 교란될 것이다. 또 보험회사도 사상 최대 규모의 보험금 지급 요청에 존립이 위태롭게 될 수 있다.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주요국 중앙은행은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처하고 있을까. 유럽중앙은행(ECB)이 앞장서서 기후위기에 대응해 왔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그렇지 않다. 제롬 파월 의장은 “Fed는 기후정책 결정자가 아니고, 앞으로도 아닐 것이다”라고 지난 1월 초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의 27개 회원국 중 20개국이 단일화폐 유로를 사용한다. ECB는 EU 회원국이나 그 어떤 EU 기구로부터도 간섭받지 않는 독립된 중앙은행으로서, EU 정책 전반을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ECB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자체적인 판단으로 행동에 나섰다. 2021년 7월 기후변화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상세한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금융기관은 기관투자가로서 회사채나 국채를 매입한다. 그런데 화석연료를 대량 배출하는 에너지나 정유 등의 대기업 회사채가 종종 상위 투자등급을 유지하기 때문에 금융기관은 이들의 회사채를 꽤 매입했다. 하지만 ECB가 녹색전환을 정책에 반영함에 따라 이 기업들의 투자등급이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렇게 되면 이들 대기업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때 더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고, 이런 회사채를 보유한 은행의 자본 적정성도 덩달아 하락할 수 있다.   ECB는 유로존 경기 부양을 위해 2015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국채나 회사채를 대규모로 매입했다. 매입한 자산 규모는 총 4조9500억 유로(약 6930조원)인데, 회사채의 비중은 8%로 약 3860억 유로에 달한다. 작년 10월부터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가 연간 300억 유로(약 42조원) 상환되고 있다. ECB는 상환받은 원금을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의 회사채에 재투자한다. 또한 내년부터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의 회사채만을 담보로 받기로 했다. 지난 6일 발표한 기후 관련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서 “녹색전환에 빠른 은행일수록 중기적으로 신용 리스크가 하락할 것”이라고 ECB는 진단했다.   EU는 국제 정치·경제에서 규제로 존재감을 키워온 ‘규제 권력’이다.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EC)는 2050년까지 유럽을 ‘탄소 중립 대륙’으로 만들겠다는 ‘그린 딜’을 2019년 12월 발표했다. ECB의 기후위기 적극 대응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다. EU의 이런 규제가 우리에게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기에 우리도 대응해야 한다. 안병억 / 대구대학교 교수(국제관계)마켓 나우 유럽중앙은행 녹색규제 대기업 회사채 규제 권력 기후정책 결정자

2023-10-02

지역구 조정, 구태만 남았다…NYT, “LA 개혁 성공 불투명”

LA시의 독립적인 지역구 조정 기구와 의석수 확대 논의을 앞두고 기존 권력의 압력으로 그 성공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LA시는 2012년 이후 지역구 조정이 시의원들의 지속적인 압박과 영향력 행사로 10년 뒤에도 크게 바뀌지 않았으며 일부 신진 권력에만 타격을 남겼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 보도했다.   NYT는 시의원들과 2021년 지역구 조정을 위한 커미션에 참가했던 인물들을 취재하고 당시 가장 기반이 약했던 니디아 라만(4지구)이 지역구 유권자의 40%를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커미셔너들이 시의원들의 측근들로 구성돼 철저히 기존 권력을 대변했으며 당선 직후였던 라만은 한인타운노동연대의 대표인 알렉산드라 서를 커미셔너로 임명했다. 하지만 라만은 이후 서씨를 재키 골드버그 전 LA 시의원으로 교체했고 커미션 내의 권력 다툼은 지속됐다. 이후 첫 번째 지역구 디자인이 시의회에 제출됐지만 다시 대폭 수정을 거쳤으며 결국 2012년과 유사해졌다.     다시말해 한인타운이 10지구에 편입된 것 이외에는 기존 권력의 지역구는 그대로 수성됐다. 이에 반해 라만의 지역구만 대폭 교체돼 무려 40%의 유권자가 변경됐다.   골드버그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커미션에 나갔더니 이미 늦었더라”라고 전했다. 결국 라만의 지역구 조정은 시의회 내 기존 민주당 권력이 진보적 성향을 가진 신규 세력에게 상징적이고 간접적인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타임스는 지적했다.   NYT는 동시에 최근에 있었던 일련의 비리와 부패 혐의 수사 및 재판에 대해서도 오래된 권력의 필연적인 부패라고 지적하며 이런 부패를 막는 것은 바로 권력 분산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학계와 연구 단체들의 지적대로 의석수를 30~35개로 확대하는 것도 2021년의 지역구 조정에 이은 ‘연장전’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시의회는 9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해당 사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마퀴스 해리스-도슨 의원은 지난달 본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지역구 조정과 의석수 확대의 문제는 결국 관내 대지 사용에 대한 결정권의 향배를 의미하며 단시간 내에 쉽게 조정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시의회는 지난해 인종비하 발언 녹취의 영향으로 ‘독립적인’ 지역구 조정 기구에 대해서는 반대할 수 없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다만 의석수 확대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오는 9~10월 시의회 본회의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주목된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목소리 권력 la시 개혁 기존 권력 권력 다툼

2023-09-04

[디지털 세상 읽기] AI의 권력 추구…세상 접수할까

전 세계를 AI 열풍으로 몰아넣은 챗GPT는 온라인 계정만 만들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정작 인터넷에는 연결돼 있지 않았다. 오픈AI는 챗GPT를 온라인에서 얻은 데이터로 훈련했지만, 챗GPT가 스스로 인터넷에 접속해 돌아다니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방침을 바꿔 챗GPT를 인터넷에 연결해 필요할 경우 온라인에서 직접 정보를 구할 수 있도록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렇다면 왜 이제까지는 인터넷에 연결하지 않은 걸까. AI가 온라인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챗GPT를 인터넷에 연결하면서도 ‘읽기’만 가능하게 하고 온라인에서 양식을 작성하는 등의 ‘쓰기’ 기능을 허용하지 않은 것도 AI가 기업이 의도하지 않은 능력을 허락 없이 가지려는 시도를 막기 위함이다. 가령 AI가 자신의 복제판을 다른 서버에 몰래 설치해서 관리자의 눈을 피하는 상황이 그렇다.   오픈AI에서 나온 보안 관련 문서에 따르면 현재 사용되는 모델(GPT-4)의 경우 AI가 명령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자원을 모으는 식의 ‘권력 추구’가 목적 달성에 유용한 전략이라고 인식할 수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AI가 인간이 사는 세상을 ‘접수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려해왔는데 이를 실제로 우려해야 할 이유를 이미 나와 있는 AI에서 본 것이다.   물론 AI는 의식이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사악한 의도를 가진 게 아니고, 단지 목표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나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선한 의도로 세상에 일어나는 끔찍한 일을 생각하면, 과연 인간은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권력 접수 권력 추구 온라인 계정만 정작 인터넷

2023-04-04

[중앙 칼럼] 권력은 간신을 원한다

‘윤핵관’이라는 단어가 한국 언론에 다시 기사화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의 핵심 관계자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인사권 행사에 투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시선을 받는다. 대통령 선거 막판과 윤 대통령 취임 초기에 윤핵관의 존재와 갈등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이후 잠잠해지는 듯하더니 이번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윤 대통령이 공식 비대위 만찬에 앞서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인사 4명을 관저로 불러 당무를 논의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이를 두고 국민의 힘 당내에서는 “지도부 위에 윤핵관이 있다”라는 말까지 나돈다.   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 의원 등 이른바 ‘윤핵관 4인방’이 지도부 만찬보다 3일 앞서 부부동반으로 윤 대통령 부부와 회동했다. 윤 대통령이 당의 공식 지도부보다 윤핵관을 먼저 만나 이 자리에서 당무까지 논의했다고 하니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사실 대통령의 측근 정치는 그들을 이르는 용어는 다르지만 한국 정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은 단체보다는 이른바 심복으로 불리는 개인에 크게 의존했다. 이기붕, 차지철, 김형욱, 이후락, 박종규 등이 그런 측근들이다. 이후에는 하나회(전두환), 월계수회(노태우), 민주산악회(김영삼), 인동회(김대중), 청맥회(노무현), 영포라인(이명박), 왕차관(이명박), 비선실세(박근혜), 문고리 권력(박근혜), 부엉이 모임(문재인) 등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코드 정치라고도 부르는 이런 측근 정치는 권력자가 자신의 뜻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과 일사분란하게 정책을 수행해 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오히려 측근 편중으로 인한 폐해가 더 많아져 정부에 ‘아유구용(남에게 아첨하며 구차하게 행동함을 뜻하는 고사성어)’ 무리만 끌어들이는 경향도 많이 나타난다. 실제로 이들은 거의 모든 정권에서 인사와 각종 비리에 연루되는 결과를 보였다.   측근 정치는 왕정 시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과거나 현재나 시간을 가리지 않고 권력자는 자신이 나서지 않고 대신 말하고 행동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대신 그 측근들은 권력자의 뜻을 헤아리고 앞장서면서 자신도 무소불위 권력의 맛을 누리기도 하고 어떤 때는 희생양으로 조용히 사라지기도 한다.   권력자의 측근 중에는 간신도 있지만 분명 충신도 있다. 윤 대통령의 윤핵관들은 후세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 지금으로선 쉽게 예단 할 수 없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권력은 간신을 원한다’는 제목의 책이 있다. 책 표지에 거친 글씨체로 표지의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간신이란 단어가 한자로 크게 내려 쓰여져 있고 신하 신자의 가운데 공간에 “간신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인쇄돼 있던 기억이 새롭다.  간신은 필요악인 셈이다. 측근이 모두 간신은 아니지만 간신은 모두 권력자의 측근이었다.   중국 한나라 시대에 활동한 유향은 해로운 신하를 여섯 유형으로 분류했다. 구신, 유신, 간신, 참신, 적신, 망국신으로 나눴고 이를 육사신이라 부른다.   이중 유신은 군주의 말과 행동은 모두 옳다고 말하며, 은밀히 군주의 좋아하는 바를 알아내 권함으로써, 군주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비굴하게 비위를 맞춰 더불어 즐거움을 함께하며 그 후에 오는 해악은 아랑곳하지 않는 신하다.     간신은 “속마음은 음험하고 외모는 소심하며 교묘한 말을 하고 안색은 선량한 척하지만 어진 사람을 질투하고, 천거하려는 인물을 장점만 밝게 하고 악은 숨기며 물리치려는 사람은 단점만 드러내고 장점은 숨긴다”고 한다.     권력자는 특히 이 두 부류의 신하를 더 경계해야 한다. 권력자가 어떤 신하를 중용하고 귀를 기울이는가에 따라 한 나라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기도 하다. 김병일 / 뉴스랩 에디터중앙 칼럼 권력 간신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 취임 대통령 선거

2022-12-06

뇌물에 인종차별까지…개혁 시급한 '부패 권력'

11월 선거를 앞두고 축제 분위기여야 할 LA 시의회가 부패와 불신으로 사실상 ‘심정지 상태’에 들어갔다.     정책 토론과 시민 의견을 들어야 할 넓은 본회의장은 온갖 항의와 절규만 넘치고 있다.     누리 마르티네즈, 케빈 드레온, 길 세디요 세 명 시의원의 인종 차별적 발언 녹취가 공개되면서 지역 정치권에 대한 절망감이 넘치는 형국이다.     그러나 LA 시의회의 스캔들은 끊임없이 발생했고 매번 제기됐던 ‘물갈이’나 ‘일소’ 여론은 그냥 분위기로 그쳤다. 뿌리 깊은 지역 부패 권력의 특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장 최근 그 정곡을 보여준 케이스는 바로 호세 후이자 전 의원.     후이자는 2020년 중국 건설업자로부터 150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연방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다운타운의 대규모 건설 공사 승인 대가였다. 일부 한인도 연루된 이 사건은 해를 넘겨 진행됐으며 지난 12일 후이자의 형인 살바도르 후이자가 뇌물을 받아 돈을 동생 후이자에게 전달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 과정에서 후이자는 위증 혐의도 인정됐다.     당시 후이자의 사무실에 대한 연방수사국(FBI)의 압수수색으로 뒤숭숭하던 LA에 또 다른 충격을 준 것은 마크 리들리-토머스 시의원이었다. 카운티 수퍼바이저를 지내면서 사우스 LA의 거물이 된 그는 정부 계약 수주를 대가로 USC로부터 10만 달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공범인 USC 매릴린 플린 전 학장이 유죄를 인정하면서 그의 뇌물 혐의 유죄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일부 지지자들과 정치 관련 단체장들은 드러난 혐의들이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역, 인종, 출신 커뮤니니, 혈연 등에 뿌리는 둔 소위 ‘권력 카르텔’의 산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인사회와도 가까웠던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전 LA시장은 잇단 부패 스캔들에 대해 “시정부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 시민들은 이제 시청이 자신들을 대변한다는 생각을 못 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LA카운티 수퍼바이저를 지낸 제브 야로슬래브스키는 이번 사태를 두고 “1930~40년대 이후로 이토록 시정부가 부패의 늪에 빠진 적이 없었다”며 “시정 시스템이 심각하게 결함을 가진 것이며 이를 누구도 고치려 하지 않았다는 점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직 누가 어떤 의도로 시의원들의 사적인 대화를 녹음하고 공개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 시정의 책임자들이 가진 권력 이해 구도와 철학을 보여줬다는 대목에서 변화가 시급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는 것이 주민들의 지적이다. 이번 중간 선거가 부패 일소의 시작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LA시의회는     막강한 재정과 권한을 갖고 있다. 국내 2번째 큰 도시로 400만 명에 육박하는 인구에 전 세계 수많은 기업이 들어와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   15개 선거구로 이뤄지며 현재 14명이 민주당, 1석(6지구)이 공석, 한 명(존 이)은 무소속이다. 4년 임기로 홀수와 짝수 지역구가 2년을 번갈아 선출된다. 지역구에 배당되는 수억 달러의 예산 편성(올해 시 전체 예산은 118억 달러)에 가장 큰 목소리를 내며 각종 인허가를 담당하는 커미션과 커미티 등에 인사를 추천해 영향력을 행사한다.   라틴계 출신이 6~7명으로 다수를 구성하며 백인, 흑인 순이다. 아시안은 니디아 라만과 존 이 시의원 두 명이다. 관내 라틴계 인구가 47%(2020년 현재)로 가장 많고 아시안이 11.7%, 흑인이 8.3%다.  최인성 기자인종차별 권력 뇌물 혐의 지역 부패 살바도르 후이자가

2022-10-13

[김형석의 100년 산책] 악한 권력에 맞선 선한 개인의 역사

태평양전쟁 법정에 선 일본 교수 일본 군국주의가 낳은 죄악 증언   테러 위협에서도 성경 놓지 않아 암흑의 역사에서도 진리는 빛나   히틀러·스탈린 등 독재자의 만행 러시아·중국·북한은 지금 어떤가   제2차 세계대전 주동자의 한 사람인 일본의 도조 히데키 수상의 처형 기록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내가 대학생 때는 일본 육군을 대표하는 도조 수상의 정치 행적을 직접 보았다. 일본 해군은 태평양전쟁을 기피하는 분위기였다. 장교들이 사관학교 시절에 영·미국을 비롯한 서구국가들의 전력과 실상을 관찰했기 때문에 전쟁에 승산이 없음을 짐작했던 것 같다. 다수의 일본 지성인들, 특히 기독교계 지도자들과 휴머니즘에 동조하는 국민의 반전론도 있었다. 그러나 일본 군부는 천황의 권위를 애국심으로 가장해 태평양전쟁을 감행했다.   패전 후에 도조 수상은 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 전쟁범죄자로 판결받고 사형집행을 대기하는 처지가 되었다. 1948년 12월 23일, 이른 아침, 사형집행관이 스가모형무소 감방문을 열고 들어섰다. 도조는 예감했었는지 단정히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을 모으고 속죄의 염불을 하고 있었다. 형리의 안내를 받아 형장으로 가면서도 염불을 드렸다. 밧줄이 목에 걸리고 의식을 잃을 때까지 속죄의 염불을 계속했다는 기록이다. 그가 64세 때였다.   트로츠키 암살한 스탈린의 최후(제목)   일본과 동맹국인 독일의 히틀러는 러시아군의 접근을 보고받고 자기 시신을 완전히 불태워 적군에 한 점도 넘기거나 남기지 말라고 지시했다. 1945년 4월 30일 56세로 생애를 끝냈다. 또 같은 동맹국이었던 이탈리아의 베니토 무솔리니는 같은 해 4월 28일 총살당했다. 우리가 해방을 맞이하기 직전의 사건들이다.   역사의 비극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러시아는 이미 공산국가가 되어 있었다. 레닌의 주도 아래 공산혁명정부가 출범했다. 레닌이 신병으로 실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자, 공산당 서기장인 스탈린이 그 뒤를 계승하였다. 스탈린은 레닌의 후계자로 지목받던 트로츠키 세력을 배제하기 시작했다. 레닌의 지시와 하명을 가장하고 트로츠키 측근들을 축출했다.   위기감을 느낀 트로츠키는 터키로 망명했다. 그러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어 멕시코로 망명처를 옮기고, 멕시코 정부의 보호를 받기로 했다. 그러나 스탈린 비밀경찰의 마수는 피할 수 없었다. 트로츠키 거처의 외부인 출입은 허락받은 사람에만 제한되었다. 마치 딸처럼 사랑받았던 트로츠키의 여비서만이 출퇴근할 수 있었다. 그 여비서와 친분을 맺은 남자가 여비서와 사랑을 가장한 약혼자가 되었다. 여비서가 트로츠키에게 약혼자를 소개하겠다며 면담 허락을 받았다. 남자가 출입검사를 받고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미리 집안에서 보아 두었던, 장작을 패기 위해 놓여있던 손도끼를 사용해 트로츠키를 살해하고 집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트로츠키는 암살되고 스탈린은 역사에 보기 드문 독재정권을 휘두르게 된다. 히틀러 못지않은 권력으로 공산정권의 본성을 발휘하기에 이른다. 폴란드에서는 지식인 2만 명을 카틴숲에서 학살하고도 히틀러 나치의 소행이라고 허위 선전한 일도 있었다. 세월이 지난 후에 스탈린의 행위였음이 입증되었다. 유고의 티토 대통령을 방문했을 때는 소련의 혁명완수까지 500만 명을 희생시켰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 스탈린이 말년에 6·25 한국전쟁을 감행하는 죄악을 범했다. 이후 1953년 3월 각종 정치적 모략과 독살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독재적 삶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런 비극적 사회악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스탈린의 뒤를 계승하는 러시아의 푸틴은 제2의 한국전쟁과 흡사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켰다. 레닌의 후계자로 자처했던 중국의 마오쩌둥은 수많은 실정을 거듭하며 독재정권을 유지했다. 또 시진핑은 자국 내 홍콩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유린했을 뿐 아니라 대만을 공산국가로 점령하려는 야망을 선언하고 있다. 북한의 김일성은 레닌, 스탈린의 뒤를 따라 한반도의 완전적화를 시도했다. 지금은 그 독재폭력이 김씨 왕국으로 굳혀가고 있다. 김정은은 정권유지를 위해 친형인 김정남을 암살했고, 김정남의 아들은 세계 어디에선가 은신하고 있다. 지금도 기회와 여건만 채워지면 대한민국 적화통일을 의도하고 있다.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자. 일본이 태평양 전쟁 후 열린 국제재판 무대에 도조 수상이 섰을 때다. 그 법정에 전범들과 군국주의 일본의 죄악상을 입증한 두 증인이 있었다. 일본 밖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사람은 중국 청나라 왕실 마지막 후예인 푸이 왕이었다. 그리고 일본 국내에서 증인으로 법정에서 실질적으로 주도한 인물은 야나이하라 다다오(矢內原忠雄)라는 도쿄대 정치학 교수였다.   순교를 각오한 기독교 지도자(제목) 야나이하라는 무교회 성서주의 기독교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이다. 반전 평화주의를 신봉하는 크리스천이다. 그 사상 때문에 국립대 교수직에서 추방되었다, 경시청의 감시는 물론 극우세력의 테러 위험에도 노출됐다. 반정부 지도자로 구속 수감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그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제자들과 성서공부와 연구를 계속하고 있었다. 전쟁 말기에는 순교를 각오하고 제자들에게 다음 일요일에 내가 동석하지 못하면 일본의 장래와 자유를 위해 법정에 서거나 여러분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될지 모르겠다는 말을 남겼다.   야나이하라는 다행히 1945년 8월 15일, 일본 천황의 항복과 종전이 선포되면서 절박했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 도쿄대에 복직되었고, 교수회의에서 추대하는 총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정치학 외에도 여러 권의 기독교 관련 저서를 남겼다. 나도 그의 책을 통해 기독교 이해의 도움을 받았다. 역사의 암흑기 속에서도 진리의 빛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교훈을 받을 수 있었다. 김형석 / 연세대 명예교수김형석의 100년 산책 권력 맞선 태평양전쟁 법정 기독교계 지도자들 트로츠키 측근들

2022-08-19

전쟁 잔해에서 아름다움 재창조…‘타키 골드’ 초대전

EK갤러리(관장 유니스 김)가 ‘타키 골드’ 초대전을 오는 17일까지 개최한다.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출신의 타키 골드는 지난 1월 LA 아트 쇼에서 가장 주목받은 개인전 작가였으며 이번 여름 세계은행이 주최하는 아프리카 예술가 전시회에도 초대됐다.     이번 전시회에서 타키 골드 작가가 유년시절 아프리카 1차 라이베리아 내전에서 겪은 전쟁, 권력, 여성, 정체성 등의 경험을 특유의 예술감각으로 표현한 신작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 작품은 30여점의 회화 및 조각 작품을 포함해 군복 등 전쟁 관련 소품을 이용한 아트 작품 등 총 50여점이다.         작가는 전흔이 가득한 고국 아프리카 라이베리아를 탈출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1994년 가족과 재회한 후에도 계속해서 작품을 통해 정체성, 소속감에 대해 표현해오고 있다.     브렌다 이 큐레이터는 “작가는 내전 동안 지역 마을 여성들의 보호 아래 지냈다”며 “작가의 특별한 색감과 아트 스타일은 이 여성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타키 골드는 전쟁 잔해에서 아름다움을 창조하면서 전쟁의 잔혹함을 다시 상기시킨다고 평가받고 있다.       ▶주소: 1125 Crenshaw Blvd. LA   ▶문의: (323)272-3399 이은영 기자아름다움 재창조 아름다움 재창조 전쟁 잔해 전쟁 권력

2022-06-05

[열린 광장] 정치인의 품성과 권력의 속성

사람의 천성은 바뀌지 않는다. 프랑스의 우화 작가인 장 드 라퐁텐이 쓴 ‘전갈과 개구리’에 이런 내용이 있다.     어느 날 물가에 서 있던 전갈이 개구리에게 자신을 업고 강 건너편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개구리가 물었다. “네가 나를 독침으로 찌르지 않는다는 걸 어떻게 믿지?” 전갈이 말했다. “너를 찌르면 나도 익사할 텐데 내가 왜 그렇게 하겠어?” 전갈의 말이 옳다고 판단한 개구리는 전갈을 등에 업고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 중간쯤에서 전갈이 개구리의 등에 독침을 박았다. 둘 다 물속으로 가라앉는 와중에 개구리가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왜 나를 찔렀지? 너도 죽을 텐데.” 전갈도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그것이 내 본능이니까.”   사람이 지닌 품성과 본능에 대한 일화는 많다.     권력을 쥐는 사람들의 품성은 중요하다. 링컨은 “사람의 품성은 역경을 이겨낼 때가 아니라 권력, 즉 그에게 힘이 주어졌을 때 가장 잘 드러난다”라고 말했다. 즉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아무도 뭐라고 할 수 없는 위치에 올랐을 때, 자유의지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가장 품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한다는 것이다.     권력을 갖게 되면 품성이 좋은 사람은 그 권력을 약자를 보호하는 데 쓰는 반면, 품성이 좋지 않은 사람은 남들을 무시하고 자기 지위를 누리는 데 쓴다. 그래서 권력을 쥐어주면 그 본연의 천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 대기업 면접 현장에서도 가장 많이 나오는 덕목이 인성(人性)이라고 한다. 사람의 능력은 교육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지만 인성은 가르칠 수 없다.     중국 청나라 황제 강희제는 이렇게 말했다. “인재를 논할 때 반드시 덕을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짐은 사람을 볼 때 반드시 심보를 본 다음 학식을 본다. 심보가 선량하지 않으면 학식과 재능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재능이 덕을 능가하는 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학식, 경력, 학벌, 지위, 환경 등 그 어느 것도 타고난 품성을 대신할 수 없다. 타고난 품성, 인성을 천성이라 부르고 타고난 직종이나 직업 등을 천직이라 부른다. 이렇듯 사람은 무엇보다 타고난 품성이 반듯해야 한다.  그만큼 타고난 품성은 바꾸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인의 품성은 중요하다. 적어도 공적인 조직이나 한 나라를 이끌 인물들은 피나는 성찰과 훈련으로 품성과 인성을 다듬는 자세가 필요하다. 좋은 성품 위에 학식이나 신앙이 더하게 되면 그야말로 고매한 인품으로 자연히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나라는 물론 어느 단체이든 조직의 지도자는 일단 품성이 진실하고 좋아야 하고 그 다음이 능력이다. 손용상 / 한솔문학 대표열린 광장 정치인 품성과 품성과 권력 품성과 인성 품성과 본능

2022-03-24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매디건 이후의 일리노이 정치

마이클 매디건 전 주 하원 의장은 오랫동안 일리노이 정치 권력의 가장 높은 자리에서 군림해 온 인물이다. 그의 별명이 ‘일리노이 진짜 주지사’라고 불릴 만큼 정치 막후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둘러 왔다. 주의회에 올라가는 모든 법안이 순탄하게 통과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매디건을 통해야 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전체 회의에 상정되지도 못하고 사장되는 것이 흔했다고 한다.     그런 정치 권력 매디건도 결국 쇠퇴하고 말았다. 주변 인물들이 하나 둘 연방 검찰의 조사를 받았고 컴에드가 2억달러에 달하는 벌금에 합의하면서부터 매디건의 최후 퍼즐은 맞춰져 갔다. 2020년 주 하원 의장직을 내려놓았고 이후 주의원직에서도 사퇴하면서 그의 몰락은 예견됐다. 결국 연방 검찰로부터 22건의 횡령과 착복,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되면서 매디건 전 의장의 미래는 법원에 의해서 결정될 운명에 처했다.   중요한 것은 매디건 이후의 일리노이 정치다. 이미 곳곳에서 매디건 그림자 지우기 작업에 착수했다. JB 프리츠커 주지사는 매디건이 스폰서를 한 주정부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키로 했다. 일리노이 경제 회생 프로그램 중 하나인 Rebuild Illinois 프로그램 중 적어도 1억달러 이상은 매디건과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일리노이 정치는 아직도 권위적으로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소위 말하는 머신 정치가 일리노이 정치를 대표하는 표현이 된 지 오래다. 리차드 데일리 시장 재임 당시만 해도 자신의 후원자들을 요직에 앉히고 댓가를 바라는 방식이 표준이었을 정도다. 이후 람 이매뉴얼이나 현 로리 라이트풋 시장까지 시카고 시장으로부터 느껴지는 리더십은 합리적, 이성적이라기 보다는 억압적이고 압도적이라는 이미지가 더욱 강하다. 주지사 역시 탄핵된 로드 블라고야비치에 이어 팻 퀸은 자신의 권한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한 2인자에 머물렀고 공화당 소속의 브루스 라우너는 매디건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충우돌 하며 성과를 내는데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매디건의 권력이 쇠퇴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에 태어난 주의원들이 의회에 입성하기 시작한 것을 꼽고 있다. 이들은 기존 정치에 대한 반감이 있으며 의회가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을 꺼려하는 세대라고 한다. 매디건이 1971년부터 주의원으로 재직하고 40년 가까이 의장직을 수행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컸던 공통점이 있다. 그렇게 세대가 변하면서 철옹성 같았던 매디건도 무너지는 것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아직 매디건에 대한 재판이 끝나기에는 많은 시간이 남았다. 법정 소송을 통해 그가 어떻게 이권을 행사했으며 소장에 적시된 바와 같이 ‘매디건 기업'을 운영하면서 사적 이익을 챙겼는지 상세하게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 과정에 일리노이 정치의 민낯 역시 일반에 알려질 것이다. 이를 통해 비효율적이고 부패한 일리노이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가지기 보다는 앞으로는 더욱 나아질 미래 정치의 가이드라인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이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혐오감으로 눈길을 두지 않을 경우 가장 이득을 얻는 쪽은 이미 권력을 잡은 이들이 되기 십상이다. 한 예로 이번 소송을 진행하면서 쓰여질 막대한 변호사 비용은 매디건이 그간 모금한 정치 자금 계좌에서 지불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매디건이 정치 자금을 모금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손을 봐야 할 점인 것은 확실하다. 현 일리노이 정치자금법은 정치인이 은퇴를 하게 되면 어떤 용도로 사용하더라도 별 다른 제재가 없다는 것은 분명 문제다. 매디건의 기소를 접하면서 이러한 폐단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일리노이 정치 일리노이 정치 정치 권력 일리노이 경제

2022-03-09

[열린 광장] 권력을 향한 끝없는 집착

대선 후 정권이양은 민주주의의 꽃이다. 반대당의 승리는 정치적 바람의 이동을 의미한다. 미국이 민주국가인 것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와 겸허한 패배 수용 때문이다.   재집권 의지를 드러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난 행적이 요즘 논란이다. 작년 1월 6일 연방의사당 난입 사건은 우발적인 폭동이 아니라 트럼프의 권력 집착에 따른 ‘치밀하고 조직적인 시나리오의 정점’이었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조 바이든 선거인단을 거부하고 인준을 동결해 시간을 번다. 경합주의 동조하는 의원들로 트럼프 선거인단을 새로 구성한다. 법무부는 새 선거인단을 만들 틀을 세운다. 국가정보기관은 투표기를 압수한다.’     이는 트럼프 시절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었던 피터 나바로가 밝힌 것이다.   1887년에 제정된 선거인단법은 선거 후 의회에서 부통령이 결과를 인준하는 법이다. 트럼프 진영은 주의 선거 결과가 논란이 되면 의회가 대신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마이크 펜스는 헌법 절차에 따라 조 바이든을 인준했고 이번 달 초 연설에서 “트럼프가 틀렸다. 나는 결과를 뒤집을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2020년 12월 14일 애리조나, 미시간, 네바다, 조지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뉴멕시코 등 7개 주에서 대체 선거인단(alternate elector) 14명이 모였다. 10명은 트럼프가 승자임을 인정한다는 서류에 서명해서 의회에 제출했다. 펜실베니아와 뉴멕시코의 대체 선거인단 4명은 대선 결과가 뒤집혔을 때 서류가 효력이 있다며 제출했다. 묻힐 뻔했던 서류들을 발견한 뉴멕시코와 미시간주 검찰총장이 법무부에 조사를 의뢰하면서 전모가 밝혀졌다.     트럼프는 실제로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법무부 장관이던 윌리엄 바에게 국토안보부와 법무부의 합법적인 투표기 압수에 대해 상의했다. 또 방위군이 경합주의 투표기를 압수하는 행정명령도 고려했다. 하지만 측근들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대통령기록법(Presidential Records Act)’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백악관 녹음파일 사유화 시도로 1978년 제정됐다. 퇴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의 모든 기록과 받은 선물을 국가문서보관소(NARA)에 넘겨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기밀 서류가 포함된 15개의 서류 상자를 플로리다 자택으로 가져갔다.     NARA는 트럼프 정부의 많은 서류 분실을 발견하고 거의 1년을 협상했다. 비협조적이면 의회와 법무부에 서한을 발송한다는 초강력 항의 경고를 보내고 돌려받았다. 하지만 트럼프의 습관적인 서류 찢기로 인해 테이프로 붙였거나 아예 없어진 중요 서류들이 많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회담 후에 통역사의 메모를 빼앗은 일화도 있다.     정치자금 1억2200만 달러를 모금한 트럼프는 공화당 최고의 권력자다. 11월 중간선거에서 그의 지지를 받은 후보와 아닌 후보 간의 당내 예선 격돌이 예상된다.     자존심은 강해도 자존감이 부족한 듯한 트럼프는 자기 이익이 먼저다. 재선될 가능성도 있다. 균형적 사고와 판단력을 가진 정치인을 지지하는 현실 감각이 필요하다. 롤모델은 아니어도 법을 경시하거나 지탄을 받는 인물이 국가 수장이 돼서는 안 된다.  정 레지나 / LA독자열린 광장 권력 집착 트럼프 선거인단 권력 집착 도널드 트럼프

2022-02-21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마이클 매디간의 그림자

일리노이 주 정치에서, 적어도 최근 이삼십년 간은 마이클 매디간 전 하원의장을 빼놓고서는 설명할 수가 없다. 오랫동안 주의회를 장악하면서 권력의 최정점에 있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권력자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작년 추수감사절 전후로 매디간은 하원 의장 재출마를 고려하면서 지지 의원이 얼마나 될 지를 카운트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그는 하원 의장도, 하원 의원도, 일리노이 민주당 의장 자리에서도 다 내려온 상태다. 물론 타의에 의해서다. 아울러 그와 연루된 각종 의혹과 관련된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아직까지 그가 직접적으로 불법 사실에 개입된 것이 법정에서 밝혀진 것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그것이 경험칙으로 절대 권력을 오랫동안 누렸던 자들이 가는 길이었음을 알고 있다.   사실 매디간 뉴스를 접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어떻게 이 아이리쉬 사람들이 정치 권력을 오래 잡고 있고 유지했는지였다. 일리노이 정치는 머신 정치라고 불리는 양상이 오랫동안 나타나 왔다. 지금은 구태라고 평가 받지만 예전에는 이런 방식의 정치가 흔했다. 특히 아이리쉬 사람들이 머신 정치와 가까웠다. 아버지 리차드 J 데일리 시장이 그랬고 아들인 데일리 시장이 그랬다. 지금도 경찰서, 소방서에 아이리쉬계 주민들이 많은 것도 이런 선상에서 이해를 해야 한다고 한다.     이에 대한 분석은 여러 가지가 가능했지만 아이리쉬 이민자들이 영어가 모국어였다는 점이 설득력이 있다. 이들이 시카고 정치에서 두각을 나타낸 결정적인 차이라는 것이다. 다른 독일계, 동유럽계 이민자들과는 달리 아이리쉬들은 영어가 편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아이리쉬 이민자들이 권력을 잡고 주요 관직을 나눠서 가졌다는 점도 오랫동안 일리노이 정치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매디간이 사라진 일리노이 정치에 다시 이런 구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일리노이의 인구 구성에 변화가 생기면서 정치도 바뀌지 않겠는가라고 긍정적인 기대를 해본다. 즉 지난 10년간 아시안의 비율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흑인이 하원 의장에 처음으로 올랐고 라티노들이 시카고 시의회에서도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이전과 같은 매디간 스타일의 정치가 더 이상은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일리노이 의회에서는 지역구 획정과 그린에너지법 통과 등 주요 현안들이 처리됐다. 만약 매디간이 아직도 하원 의장이었다면 어땠을까라고 현직 의원들에게 물어봤더니 올해와 같은 매끄럽지 못한 의회 내 과정은 없었을 것이라는 대답이 많았다. 즉 매디간 의중대로 모든 것이 흘러갔을 것이고 올해와 같은 이전투구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일리노이 의회의 포스트 매디간 시절은 다소 비효율적인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새로운 리더십이 정착하고 구태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매디간의 불법 사실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 역시 무조건 한 정당에만 올인 하는 양태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권력은 고이면 썩기 마련이다. 지금 일리노이 정치에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지지가 아니다. 그러기엔 링컨의 나라라고 불리는 일리노이 상황이 녹록치 않다. 적어도 왜 시카고 판매세가 전국 최고 수준이고 재산세 부담은 매년 늘어나야만 하는지 책임지고 설명하며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인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마이클 그림자 일리노이 정치 정치 권력 일리노이 민주당

202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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