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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권력은 간신을 원한다

김병일 뉴스랩 에디터

김병일 뉴스랩 에디터

‘윤핵관’이라는 단어가 한국 언론에 다시 기사화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의 핵심 관계자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인사권 행사에 투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시선을 받는다. 대통령 선거 막판과 윤 대통령 취임 초기에 윤핵관의 존재와 갈등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이후 잠잠해지는 듯하더니 이번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윤 대통령이 공식 비대위 만찬에 앞서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인사 4명을 관저로 불러 당무를 논의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이를 두고 국민의 힘 당내에서는 “지도부 위에 윤핵관이 있다”라는 말까지 나돈다.
 
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 의원 등 이른바 ‘윤핵관 4인방’이 지도부 만찬보다 3일 앞서 부부동반으로 윤 대통령 부부와 회동했다. 윤 대통령이 당의 공식 지도부보다 윤핵관을 먼저 만나 이 자리에서 당무까지 논의했다고 하니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사실 대통령의 측근 정치는 그들을 이르는 용어는 다르지만 한국 정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은 단체보다는 이른바 심복으로 불리는 개인에 크게 의존했다. 이기붕, 차지철, 김형욱, 이후락, 박종규 등이 그런 측근들이다. 이후에는 하나회(전두환), 월계수회(노태우), 민주산악회(김영삼), 인동회(김대중), 청맥회(노무현), 영포라인(이명박), 왕차관(이명박), 비선실세(박근혜), 문고리 권력(박근혜), 부엉이 모임(문재인) 등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코드 정치라고도 부르는 이런 측근 정치는 권력자가 자신의 뜻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과 일사분란하게 정책을 수행해 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오히려 측근 편중으로 인한 폐해가 더 많아져 정부에 ‘아유구용(남에게 아첨하며 구차하게 행동함을 뜻하는 고사성어)’ 무리만 끌어들이는 경향도 많이 나타난다. 실제로 이들은 거의 모든 정권에서 인사와 각종 비리에 연루되는 결과를 보였다.
 
측근 정치는 왕정 시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과거나 현재나 시간을 가리지 않고 권력자는 자신이 나서지 않고 대신 말하고 행동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대신 그 측근들은 권력자의 뜻을 헤아리고 앞장서면서 자신도 무소불위 권력의 맛을 누리기도 하고 어떤 때는 희생양으로 조용히 사라지기도 한다.
 
권력자의 측근 중에는 간신도 있지만 분명 충신도 있다. 윤 대통령의 윤핵관들은 후세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 지금으로선 쉽게 예단 할 수 없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권력은 간신을 원한다’는 제목의 책이 있다. 책 표지에 거친 글씨체로 표지의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간신이란 단어가 한자로 크게 내려 쓰여져 있고 신하 신자의 가운데 공간에 “간신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인쇄돼 있던 기억이 새롭다.  간신은 필요악인 셈이다. 측근이 모두 간신은 아니지만 간신은 모두 권력자의 측근이었다.
 
중국 한나라 시대에 활동한 유향은 해로운 신하를 여섯 유형으로 분류했다. 구신, 유신, 간신, 참신, 적신, 망국신으로 나눴고 이를 육사신이라 부른다.
 
이중 유신은 군주의 말과 행동은 모두 옳다고 말하며, 은밀히 군주의 좋아하는 바를 알아내 권함으로써, 군주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비굴하게 비위를 맞춰 더불어 즐거움을 함께하며 그 후에 오는 해악은 아랑곳하지 않는 신하다.  
 
간신은 “속마음은 음험하고 외모는 소심하며 교묘한 말을 하고 안색은 선량한 척하지만 어진 사람을 질투하고, 천거하려는 인물을 장점만 밝게 하고 악은 숨기며 물리치려는 사람은 단점만 드러내고 장점은 숨긴다”고 한다.  
 
권력자는 특히 이 두 부류의 신하를 더 경계해야 한다. 권력자가 어떤 신하를 중용하고 귀를 기울이는가에 따라 한 나라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기도 하다.

김병일 / 뉴스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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