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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이탈리아 넘어 결승 간다

#. 지난 4일 오전 남가주 한인 남성 20~50대가 모인 아마추어 축구모임 ‘프리모’ 회원들은 환호했다. 이날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전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경기에서 국가대표팀이 연장전 끝에 1-0으로 승리를 거둔 것. 집에 모여 단체관람한 프리모 회원들은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며 8일 열리는 준결승전에 한껏 기대를 나타냈다.   U-20 월드컵 4강에 진출한 한국 대표팀이 꿈에 그리던 결승에 도전한다. 한국 대표팀은 내일(8일) 오후 2시(서부시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이탈리아와 4강전을 치른다.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 대표팀을 꺾어야 결승에 오른다. 이탈리아는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를 8강에서 3-1로 제압하고 4강에 올랐다.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에서 내로라하는 강자들을 줄줄이 꺾고 신바람 행진 중이다. ‘죽음의 조’로 평가받은 D조에서 브라질을 3-2로 제압한 것을 비롯해 16강 잉글랜드전(2-1)과 8강 콜롬비아전까지 우승 후보들을 연파했다.   한국 대표팀은 2019년 준우승에 이어 두 대회 연속 4강 진출이다. 4강 진출 국가 중 무패를 기록했다. 강호 이탈리아 대표팀과 맞붙어도 승산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아주리 군단의 경계 대상 1순위는 6골(2도움)을 터뜨려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측면 공격수 체사레 카사데이(20·레딩)다. 조별리그 브라질전에서 2골을 몰아치며 주목을 받았다.   득점과 도움뿐만 아니라 뛴 거리(71.72㎞), 스프린트 횟수(362회), 압박 시도(154회)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팀 내 1위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직적인 방어와 압박을 통해 카사데이에게 가는 패스를 줄이는 게 한국 수비진의 첫 번째 과제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1981년 호주에서 열린 이 대회 본선에서 최순호(현 수원FC 단장)의 2골을 앞세워 이탈리아를 4-1로 대파했다.   공격에서는 ‘도움 제조기’ 이승원(20·강원)에게 자주 볼을 보낼수록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김은중 호의 캡틴 이승원은 이번 대회 한국이 기록한 8골 중 5골(1골 4도움)에 관여하며 중원의 해결사로 떠올랐다.   다만 4강전을 앞둔 한국 대표팀은 체력적으로 불리하다. 이탈리아보다 하루 늦게 8강전을 치른 데다 연장 접전까지 펼친 탓에 회복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하지만 팀워크와 조직력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탄탄하다.   남가주 한인사회도 응원을 보내고 있다. 프리모 등 아마추어 축구팀 회원들은 단체관람과 응원 약속을 잡고 있다.     프리모 회원인 다니엘 김(24)씨는 “4강전을 통과하는 일은 분명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 대표팀이 지금까지 보여준 기량을 보면 결승 진출도 가능하다고 본다”며 “좋은 경기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U-20 월드컵 경기는 남미계 방송인 텔레문도, NBC 온라인(NBC.com), 포보TV(www.fubo.tv/), FOX 사커플러스 등으로 볼 수 있다. 또 공중파 채널 18.2, 스펙트럼 케이블 1484, 디렉티비(DirecTV) 2080과 2086에서도 시청 가능하다.  김형재·송지훈 기자이탈리아 결승 이탈리아 대표팀 한국 대표팀 강호 이탈리아

2023-06-06

추신수, '야후 스포츠' 판타지리그 랭킹 29위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인기가 은근히 폭발하고 있다. 추신수는 최근 ‘야후 스포츠’가 뽑는 메이저리그야구(MLB) 선수 랭킹 29위에 올랐다. 또 클리블랜드 구단은 모든 팬미팅에 추신수가 참여한다고 강조했다. ◆외야수 가운데 7위=야후 스포츠 기자들이 진행하고 있는 가상 판타지 베이스볼 드래프트에서 이렇게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은 그가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증거다. 야후 스포츠는 추신수가 신뢰할 수 있는 꾸준한 실력을 발휘하는 ‘왕(king)’ 선수들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추신수는 MLB 외야수 순위에서는 7위다. 카를로스 곤살레스(콜로라도 로키스)가 전체 5위로 외야수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고 라이언 브론(밀워키 브루어스·10위), 칼 크로포드(보스턴 레드삭스·13위), 조시 해밀턴(텍사스 레인저스·16위), 맷 켐프(LA 다저스·18위), 맷 할리데이(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21위) 등이 추신수를 앞섰다. 가상 드래프트 전체 1위는 유격수 핸리 라미레스(플로리다 말린스)였고 알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트로이 튤로위츠키(콜로라도)가 톱5에 들었다. 시애들 매리너스에서 추신수의 앞길을 가로막던 스츠키 이치로는 아직 발표된 순위에 들지 못했다. 뉴욕 양키스에서는 로빈슨 카노가 8위로 가장 높고, 마크 테셰라(14위), 알렉스 로드리게스(15위)가 12일까지 발표된 36위 안에 들었다. 뉴욕 메츠는 데이빗 라이트(11위), 호세 레예스(22명)가 포함됐다. 투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로이 할러데이(23위)였고 펠릭스 헤르난데스(시애틀 매리너스·27위), 팀 린스컴(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28위), 클리프 리(필라델피아·36위)의 순이었다. 판타지리그는 팬들이 드래프트와 트레이드 등을 통해 자신의 팀을 꾸린 뒤 선수들의 실제 경기 성적에 따라 우위를 가리는 게임이다. ◆’추추 트레인’이 필요해=클리블랜드 구단은 이달 말 갖는 올해 첫 4번의 팬 미팅에 ‘추추 트레인’, 추신수가 모두 참가한다고 발표했다. 행사는 오하이오주 대형 쇼핑몰들에서 열리며 추신수는 다른 선수들과 함께 팬들을 위한 여러 이벤트를 펼친다. 그러나 추신수와 클리블랜드의 계약 연장은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스포츠 전문방송 ESPN에서는 최근 클리블랜드와 추신수의 장기 계약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칼럼니스트 제리 크래스닉은 재정이 부족한 클리블랜드가 고액 연봉을 받아야 할 추신수와 장기 계약을 맺기 보다는 신인 유망주를 키우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김종훈 기자 kapsong@koreadaily.com

2011-01-13

[새 역사 쓴 최덕주 감독] 4강까진 했다 우승할 줄은 몰랐다

한마디로 그는 그저 그런 선수였다. 중앙대를 졸업한 뒤 한일은행(1984년)과 포항(85년)에서 단 두 시즌을 뛰었고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태극마크는 근처도 가지 못했다. 86년 독일 진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이듬해 일본 실업팀 마쓰시타전기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고질적인 무릎 부상 탓에 서른 살에 유니폼을 벗고 일본에서 지도자 길로 들어섰다. 주로 고등학교와 실업팀을 이끌었다. U-17 여자대표팀 최덕주(50.사진) 감독 얘기다.  2005년 국내로 돌아온 그는 2007년 축구협회 전임지도자가 됐고 지난해 17세 이하(U-17) 여자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선수로는 그저 그랬지만 지도자로서는 달랐다. 그는 첫 대회인 16세 이하 아시아선수권대회(방콕)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25일 북중미 카리브해의 작은 섬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우승 소감은. "꿈만 같다.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뛰어준 덕분이다. 여민지.김다혜.심단비(GK) 등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우승 주역들이 대회 직전 부상을 당해 걱정이 많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불굴의 정신력을 보여줬다." -FIFA 주관 대회 첫 우승이란 큰 영광을 안았는데. "선수들이 훌륭했기에 우승할 수 있었다. 내가 아닌 다른 지도자가 이 선수들을 가르쳤더라도 우승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운 좋은 감독이다." 김종력 기자

2010-09-26

'드라마 같은 결승전' 1-0 1-1 1-2 2-2 2-3 3-3, 그리고 5-4(PK) 이 순간···업어주고 싶은 우리의 딸 21명

열일곱 살 소녀들은 스스로를 믿었다. 그 믿음이 뒷심의 원천이었다. 뒤져도 흔들리지 않은 소녀들은 고비를 넘어섰고 결국은 경기를 뒤집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순간 태극소녀들은 어느덧 '역전의 명수'가 돼 있었다.  25일 트리니다드토바고 포트오브스페인에서 열린 일본과의 결승전. 연장전까지 120분간 혈투는 3-3으로 끝났다. 남은 건 승부차기. 시작부터 꼬였다. 일본의 선축으로 시작한 승부차기에서 한국의 첫번째 키커 이정은(함안대산고)의 킥이 일본 골키퍼 히라오 에리에게 막혔다. 0-1 상황.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역전의 명수'에게 미소를 지었다. 일본 2번 키커 와다 나오코의 킥이 크로스바를 넘었다. 반면 한국 에이스 여민지(함안대산고)는 차분하게 킥을 성공시켰다.  되레 일본이 쫓기는 처지가 됐다. 4-4 동점에서 일본 6번 키커 무라마쓰 도모코가 크로스바를 맞혔다. 한국의 마지막 키커 장슬기(충남인터넷고).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골네트 상단에 공을 꽂아 넣었고 대역전극이 완성됐다. 서로를 얼싸안은 선수들은 눈물 대신 함박웃음으로 승리를 자축했다.  역전 드라마는 전반전부터 시작됐다.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던 최덕주 감독의 독려 속에 한국은 전반 6분 이정은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하지만 전반 11분과 17분 연거푸 실점하며 주도권을 일본에 내줬다. 1-2로 뒤진 채 하프타임에 들어갈 것 같던 전반 46분 주장 김아름(포항여자전자고)의 오른발이 빛났다.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중거리 프리킥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전반 26분 중거리슛으로 골대를 강타했던 그 오른발이 이번에는 빗나가지 않았다.  기본기가 탄탄한 일본은 강했다. 후반 초반 경기 주도권을 잡은 일본은 후반 12분 가토 지카의 골로 다시 앞섰다. 하지만 골을 내주면 집중력이 더욱 강해지는 한국이었다. 후반 34분 이소담(현대정보과학고)은 그림 같은 하프발리슛을 성공시켜 3-3 동점을 만들었다. 바로 1분 전 김나리(현대정과고)를 빼고 이소담을 투입한 최덕주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했다.  한국은 8강전과 준결승전에서도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올랐다. 나이지리아와 8강전에서는 0-2로 뒤지던 경기를 6-5로 뒤집었다. 스페인과 준결승전에서도 선제골을 내줬지만 16분 만에 2-1 역전에 성공했다. 주눅들지 않고 제 실력을 100% 발휘한 덕분이다. 언니.오빠들이 오르지 못한 최고의 자리에 선 한국축구의 차세대 소녀들. 세상을 향해 당당하면서도 자신의 상황을 즐길 줄 아는 '쾌속세대'다. 장치혁 기자

2010-09-26

"즐기다 죽어서 나오자" 태극 소녀들에게 축구장은 놀이터

태극소녀들의 위대한 도전이 시작된다. "얼른 대회 나갔으면 좋겠다" 두려움보다 자신감으로 똘똘 일본 개인기·수비 좋아…강한 압박 축구가 우승 열쇠 최덕주 감독이 이끄는 17세 이하(U-17) 여자축구 대표팀이 25일 오늘 트리니다드토바고의 포트 오브 스페인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 결승전에 나선다. 상대는 일본. 한국 축구 역사에서 FIFA 주관 대회 결승전에 서는 건 이들이 처음이다. 이미 한국 축구사를 새로 쓴 태극소녀들. 하지만 '우승'이란 목표가 남아 있어 스스로를 다잡았다. 한국 선수들은 24일 일본의 경기 비디오를 보며 필승 의지를 다졌다. 최 감독은 "일본전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좀 더 강한 정신력과 집중력으로 이기고 돌아가자"고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즐기는 축구로 꿈을 이룬다= 스트라이커 김다혜(17.현대정과고)는 누구보다 이번 대회를 기다렸다. 올해 남아공 월드컵(16강)과 U-20 여자월드컵(3위)에서 보여준 오빠.언니들의 선전에 꿈이 커졌다. 그는 "오빠들도 언니들도 정말 부럽다. 우리도 빨리 그런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고 했다. 두려움보다 자신감이 컸던 것은 그간 쌓아온 성적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여자축구선수권에서 우승했다. 여자축구 강국인 일본과 북한을 준결승과 결승에서 차례로 꺾었다. 대회 개막이 코앞에 닥쳤을 때도 이들은 자신만만했다. 수비수 신담영(17.동부고)은 "우리도 최소한 3위는 해야죠. 언니들도 3위를 했는데"라고 목청을 높였다.  선배들의 유명세도 이들에게는 동기 부여가 됐다. 여민지(17.함안대산고)는 "대표팀에서 같이 방을 쓰는 (지)소연(20.한양여대) 언니가 유명해지니까 재미있고 신기하다.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했다. 김다혜는 "여자축구 인기가 높아져서 여자선수들 몸값도 올라가면 좋겠다. 대표팀 오빠들 연봉을 듣고 깜짝 놀랐다. 우리도 잘하면…"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이들에게 축구장은 가기 싫은 전쟁터가 아닌 '꿈이 이루어지는 무대'이자 놀이터다. 주장 김아름은 스페인과 준결승을 앞두고 "재미있게 즐기다 죽어서 나오자"고 소리쳤다. 나이지리아도 스페인도 '즐기는 태극소녀'를 당할 수 없었다. ◇강한 압박으로 일본에 맞선다= 일본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스페인에 1-4로 크게 진 뒤 4연승으로 결승에 올랐다. 개인기가 뛰어난 일본은 조별리그에서 약체 베네수엘라.뉴질랜드를 맞아 12골을 퍼부었다. 수비도 견고해 아일랜드와 8강전 북한과 준결승에서 한 골씩만 내줬다.  일본의 에이스는 요코야마 구미(17)다. 준결승전까지 6골로 득점 3위에 올라 있다. 여민지와 함께 골든볼(최우수선수) 후보에도 올랐다. 대회 개막 두 달 전까지도 대표팀 후보조차 아니었다가 지난달 최종 명단에 포함됐다. 하지만 교가와 마이(17).다나카 미나(16).가토 지카(16) 등 주전들이 부진하자 교체로 들어가 '해결사' 역할을 했다. 일본을 결승까지 이끈 견인차였다.  최 감독은 "일본은 기본기가 탄탄하고 개인기도 좋다. 하지만 일본은 자신들보다 강한 상대에게는 한 수 접어주는 특징이 있다. 강한 압박으로 꼭 승리해 한국 축구사를 멋지게 장식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23일에는 훈련이 끝난 선수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을 지켜볼 아버지와 할아버지 세대는 우리나라를 식민 지배한 일본에 대한 감정이 남다르다. 스포츠는 스포츠이지만 상대가 일본인 만큼 어려운 상황이 와도 피하거나 물러서지 말고 '내가 한 발 앞서 싸운다'는 각오로 임하자." 딸에게 보내는 응원 편지 "엄마는 민지가 2골 넣을 것 같아" 사랑하는 딸 민지야. 엄마는 여기서 네 경기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보고 있어.  이번에는 지상파 TV로 중계가 돼 아주 편하게 네 경기를 다 보고 있다. 사실 지난해 16세 아시아선수권대회 때는 TV 중계가 없었잖니. 우리 팀이 우승을 하고 또 네가 득점왕에 올라서 사람들이 네가 잘했다고들 하는데 눈으로 확인할 수가 있어야지. 네가 돌아온 뒤 인터넷에 떠도는 골 모음을 보여줬을 때에야 잘했구나 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감회가 새롭다. 엄마는 원을 풀었어. 네 경기가 당당하게 지상파 전파를 타니 더 바랄 것도 없네.  추석에 열린 스페인과 준결승은 가족들 모두 모여 네 모교 명서초등학교에서 봤다. 무릎을 절면서 나왔다면서. 경기 후 통화했을 때도 '괜찮다'고 하더니 기사를 보니 반창고투성이에 다리를 절면서 나왔다고 쓰였더라. 안 아프다고 해 걱정을 놓고 있었는데 다시 걱정이 한아름이야. 돌아오면 꼭 병원부터 가자.  그날 경기 때 첫 골을 내주고도 엄마의 마음은 든든했다. 네가 있으니까. 오히려 엄마는 첫 골을 내주면 꼭 이길 것 같아. 너희들은 지고 있으면 오기가 생겨서 더 잘하곤 하잖니. 그래도 일본전에서는 꼭 선제골을 넣었으면 해. 결승전이니까 앞서간다고 해서 해이해지거나 그러진 않을 것 같으니. 우승이 코앞이니 네가 두 골 정도 넣고 3-1로 이겼으면 좋겠다. 너도 두 골 넣고 싶다고 인터뷰했더라. 우리 모녀는 텔레파시가 통하는가 봐.  사람들이 3관왕 이야기를 하던데 엄마는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닌가 싶어. 우승만 하고 돌아와도 엄만 정말 네가 자랑스러울 거다. 엄만 너 여섯 살 때(1998년) 박세리 선수가 맨발 투혼으로 US오픈 우승하는 걸 보고 너를 꼭 멋진 골프 선수로 키워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멋진 축구 선수가 됐네. 네가 아플 때는 후회도 많이 했지만 축구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반대하지 않았던 게 지금은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지난달 (지)소연이가 청와대에 갔다는 얘기를 듣고 "엄마 나도 우승해서 청와대 가고 싶어요" 그랬지? 우승하면 네 소원 이룰 수도 있겠네. 돌아오면 엄마는 맛있는 '집밥' 해 줄게. 엄마 아빠는 우리 딸 민지를 정말 사랑한다. 파이팅! 온누리 기자

2010-09-24

여민지-요코하마 한·일 골잡이 대결

한국과 일본이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 정상을 놓고 25일 숙명의 일전을 벌인다.  최덕주 감독(50)이 이끄는 한국 여자 U-17 축구대표팀은 21일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코우바 아토 볼든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준결승에서 여민지(17.함안대산고) 주수진(17.현대정보과학고)의 연속골에 힘입어 2-1로 승리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일본은 한국-스페인전에 이어 같은 장소에서 열린 경기에서 '디펜딩챔피언' 북한에 2-1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FIFA 대회 첫 한.일 결승 격돌이 될 이번 경기에서 한국은 여민지 일본은 요코야마 쿠미(17)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건다. 여민지와 요코야마는 양 팀의 간판 골잡이다. 둘은 4강전에서도 나란히 골을 터트리며 조국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여민지는 0-1로 뒤지던 전반 24분 몸을 날리는 헤딩슛으로 동점골을 터뜨렸고 요코야마는 1-1로 팽팽하던 후반 25분 일본의 승리를 확정짓는 역전 결승골을 넣었다. 요코야마의 골은 북한 수비수 5명을 현란한 드리블로 제치고 넣은 골이었다.  한.일전이라는 특수성을 제외하더라도 여민지와 요코야마의 맞대결은 이번 결승전 최고의 볼거리로 꼽힌다. 특히 우승을 차지하는 쪽이 우승트로피 최우수선수(MVP)상을 휩쓸 가능성이 커 더욱 눈길이 간다.  기록을 통해 가려지는 득점왕은 여민지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여민지는 8골로 득점부문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요코야마는 6골로 추격 중이다. 결승에서 한국이 우승을 거둔다면 여민지는 득점왕 MVP까지 석권해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다.  이번 대회 최고 명승부 중 하나인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에서 여민지는 혼자 무려 4골을 뽑아내며 6-5의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요코야마는 뉴질랜드와의 조별리그에서 2골을 넣는 등 이번 대회 총 5경기에서 매 경기 골을 기록 중이다. 김문호 기자 moonkim@koreadaily.com

2010-09-22

여민지 득점왕·MVP '눈앞'…우승 트로피까지 싹쓸이 도전

'우승컵과 득점왕 MVP까지 놓치지 않는다.' 17세 이하(U-17) 여자 축구 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결승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루면서 간판 골잡이 여민지(17ㆍ함안대산고.사진)도 한국 축구선수 최초 득점상(골든부트)과 최우수선수상(골든볼) 수상이라는 또 하나의 '신화'에 한걸음 성큼 다가섰다. 여민지는 21일 트리니다드토바고 코우바의 아토 볼던 경기장에서 펼쳐진 2010 FIFA U-17 여자월드컵 준결승전에서 1골1도움의 활약으로 '리틀 무적함대' 스페인을 2-1로 침몰시키고 한국 축구 사상 최초 FIFA대회 결승 진출 달성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이번 대회에서 매경기 승부의 분수령에서 날카로운 '공격 본능'을 과시하던 여민지는 이날 경기에서 한골은 직접 넣고 나머지 한골도 도움으로 합작하는 등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8강전까지 7골로 여민지와 동률이던 독일의 키이라 말리노프스키를 비롯해 득점 순위 10위권 이내의 경쟁자들은 모두 8강에서 탈락해 짐을 쌌다. 일본의 요코야마 쿠미(4경기 5골1도움)와 북한의 김금정(4경기 4골)이 각각 득점 순위 6위와 8위에 올라 있지만 여민지의 '폭풍활약'약에는 미치지 못한다. 여민지는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아직 완전한 몸 상태가 아닌데도 나이지리아와 8강전에서 모두 4골을 쓸어담으며 한국 축구 선수로 FIFA 주관대회 한 경기 최다 골 기록을 새로 작성하는 등 무서운 기세를 과시하고 있다. 여민지는 득점왕 외에도 이번 대회 FIFA 등록 기자단 투표를 통해 대회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에게 주어지는 최우수선수상인 골든볼의 유력한 수상 후보로도 떠올랐다. 물론 두 상 중 하나만 차지하더라도 한국 축구 선수로서는 남녀와 나이대를 불문하고 최초가 된다. 지금까지 한국 선수가 FIFA 주관 대회에서 골든볼이나 골든슈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난 8월 끝난 U-20 여자월드컵에서 지소연(19ㆍ한양여대)이 8골로 받은 다득점 2위 '실버부트'와 최우수 선수 부문 2위 '실버볼'이 한국 선수가 FIFA 대회에서 받은 개인상 부문 역대 최고 성적이고 남자 대표팀에서는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브론즈볼을 수상한 적이 있다. 대회 직전 "(지)소연 언니처럼 최소 8골은 넣고 세계무대에 내가 누구인지 보여주겠다"던 다짐을 차근차근 실현해가고 있는 여민지. 바람대로 우승컵과 득점왕 MVP까지 모두 거머쥐며 또 다른 '새 역사'를 써내려가기까지 이제 나흘 후 일본과 결승전 단 한 경기만이 남았다.

2010-09-21

한국여자축구가 보내온 '최고의 추석선물'

여자축구가 먼저 세계를 호령할 줄은 몰랐다. 이제 결승에서 일본만 꺾으면 17세 이하 한국여자축구가 '천하통일'에 성공한다. 한국은 21일 트리니다드토바고 코우바 소재 아토볼든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 17세 이하 FIFA여자월드컵 4강전에서 여민지(함안대산고)와 주수진(현대정보과학고)의 연속골을 앞세워 2-1로 감격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FIFA주관 메이저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오른 한국은 북한을 2-1로 꺾은 일본과 오는 25일 우승 트로피를 놓고 마지막 한판승부를 벌인다. 100여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축구가 FIFA주관 메이저대회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둔 건 이번이 네 번째다. 1983년에 열린 20세 이하 FIFA월드컵에서 처음으로 4강에 진출했고 2002한일월드컵 당시 히딩크호가 4위를 차지해 세계를 놀래켰다. 그동안 관심이 줄곧 남자축구에만 쏠리다 올해 들어 갑작스레 '여풍(女風)'이 도드라졌다. 앞서 20세 이하 FIFA여자월드컵에서 '여자 메시' 지소연(한양여대)이 이끈 대표팀이 3위를 차지해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이번엔 세 살 어린 동생들이 4강에 오른 데 이어 결승티켓을 거머쥐었다. 선제골은 스페인이 먼저 뽑았다. 전반 23분 수비진에서 대각선 패스를 받은 푸테야스가 왼쪽 측면에서 한국 수비수 두 명을 개인기로 뚫고 크로스를 올리자 페널티지역 오른쪽에 도사리던 아만다 삼페드로(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쇄도하며 가볍게 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태극소녀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전반 25분 미드필드 지역에서 상대의 패스를 끊은 김나리가 단독 질주하다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크로스를 올리자 골대 쪽으로 질주하던 여민지가 골 지역 정면에서 다이빙 헤딩슛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여민지의 대회최다인 8호골. 골이 터지자 동점골 주인공 여민지를 비롯해 선수 전원은 중계 카메라를 향해 큰절을 올리며 추석을 맞아 한인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는 '한가위 세리머니'를 펼쳤다. 빠른 동점골로 기세가 오른 한국은 전반 39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볼을 가로챈 여민지가 스루패스한 볼을 주수진이 잡아 수비수 2명과 골키퍼까지 여유 있게 돌파하고 나서 텅 빈 골대를 향해 역전골을 넣으면서 순식간에 경기를 뒤집었다. 한편 이어 열린 준결승에서는 대회 첫 4강에 오른 일본이 디펜딩 챔피언 북한과 맞붙어 1-1로 맞서던 후반 25분 요코야마 쿠미의 역전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하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결승 문턱에서 탈락한 북한은 오는 25일 스페인과 3-4위전을 치른다. 원용석 기자 won@koreadaily.com

2010-09-21

태극소녀들 '한가위 선물' 쐈다…U-17 여자월드컵 사상 첫 결승 진출

‘17세 태극소녀’들이 감동의 역전 드라마를 앞세워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최덕주 감독이 이끄는 U-17 여자 대표팀은 21일 트리니다드 토바고 코우바의 아토 볼던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FIFA U-17 여자월드컵 준결승에서 ‘강호’ 스페인을 상대로 0-1로 뒤지던 전반 25분 여민지의 동점골과 전반 39분 주수진의 역전 결승골을 앞세워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태극소녀들은 역대 남녀 대표팀을 통틀어 최초로 FIFA 주관 대회 결승에 진출해 한국 축구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 축구가 FIFA 주관 대회에서 4강에 오른 것은 1983년 멕시코 20세 이하(U-20) 월드컵(당시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과 2002년 한·일 월드컵, 그리고 올해 독일에서 열린 U-20 여자월드컵에 이어 이번이 통산 네 번째지만 결승까지 오른 것은 U-17 대표팀이 역대 처음이다. 특히 이날 동점골을 뽑아낸 ‘슈퍼 골잡이’ 여민지는 조별리그와 8강 및 4강까지 5경기를 뛰면서 8골(2도움)을 터트리며 득점 단독 1위를 유지해 득점왕 자리를 예약했다. 한국은 오는 26일(한국시간) 오전 7시 포트오브스페인 해슬리 크로퍼드 스타디움에서 북한-일본의 4강전 승자와 대망의 우승컵을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친다.[연합]

2010-09-21

U-17 여자월드컵, 남북한 감독 '동반 결승 진출' 다짐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U-17(17세 이하) 여자월드컵 4강전을 하루 앞두고 남북한 대표팀 감독이 다정하게 손을 맞잡고 동반 결승 진출을 다짐했다.  최덕주 한국대표팀 감독과 리성근 북한태표팀 감독은 20일 트리니다드 토바고 수도 포트 오브 스페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장 앞에서 "4강에서 꼭 이겨 결승에서 보자"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최 감독은 "북한이 일본을 꼭 이겼으면 좋겠다. 그래서 결승에서 만났으면 한다"면서 얼굴을 마주한 리 감독에게 먼저 악수를 건넸고 리 감독도 "그래요 그래"라고 화답하며 최 감독의 손을 잡고 활짝 웃었다. 두 감독은 잠시 손을 잡은 채 서로의 등을 쓰다듬으며 친밀감을 표시하는 등 남북한이 4강에 동반 진출한 기쁨을 나눴다.  리 감독은 "남조선(한국)이 지금까지 해 온 것을 보면 스페인에 충분히 이긴다"며 "우리가 한번도 싸워보지는 않았지만 스페인은 되지 않는다. 구락부(단체)가 많지 않다. 선수가 없다"고 한국팀의 결승 진출을 낙관했다.  한국과 북한은 21일 코우바 스타디움에서 각각 스페인과 일본을 상대로 결승 진출을 다툰다. 한국이 북한보다 3시간 앞서 같은 장소에서 경기를 치른다. 한국과 북한이 나란히 결승에 진출한다면 FIFA대회 출전 사상 처음으로 한민족간 정상을 다투는 감격적인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결승전은 25일 치러진다.  한편 대표팀의 최 감독은 "공격력을 강화해 스페인을 무너뜨리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최 감독은 "스페인전에서는 이전보다 공격력을 강화해 많은 골을 넣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스페인은 공격보다 수비가 낫지만 이는 공격이 수비보다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많은 골을 낸다면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나이지리아와 8강전에서 5골이나 내주며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던 수비진도 한층 보강해 스페인 골게터 팔로마 라사로의 발을 꽁꽁 묶겠다고 밝혔다. 라사로는 조별리그 3경기 중 2경기와 8강전에 출전해 3골을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전략에 따라 '차세대 골잡이' 여민지(17) 등 공격수들이 이전 경기보다 적진에 깊숙이 침투해 스페인의 골문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최 감독은 왼쪽 발목을 다친 공격수 김다혜(17)의 경우 몸상태를 지켜본 뒤 스페인 전 투입여부를 결정할 계획으로 후반 교체 멤버로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문호 기자 moonkim@koreadaily.com

2010-09-20

추신수, 5경기 연속 멀티 히트 '끝' 5타수 무안타···팀도 3-9 패

추신수가 일곱 경기만에 연속경기 안타 행진을 마감했다. 추신수(27ㆍ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30일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벌어진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홈 경기에서 5타수 무안타를 기록 최근 여섯 경기 연속 안타와 다섯 경기 연속 멀티히트 행진을 마감했다. 시즌 타율은 3할1푼7리로 떨어졌다. 볼넷은 없었고 삼진은 두개를 기록했다. 우익수에 3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추신수는 1회에는 2사 후 주자없는 상황에서 미네소타 선발 케빈 슬로위에게 2루 땅볼로 물러났다. 3회에는 2사 후 주자 1루에서 삼진을 당했다. 볼카운트 2-2에서 시속 92마일짜리 한복판 높은 공에 헛스윙을 했다. 가장 아쉬운 건 5회 세 번째 타석. 1사 12루의 타점 기회를 맞이했지만 7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다시 삼진을 당했다. 이번엔 시속 91마일짜리 몸쪽 공에 방망이를 내밀지 못했다. 추신수는 7회에도 볼넷으로 출루한 아스드루발 카브레라를 1루에 두고 타석에 들어서 미네소타 구원투수 브라이언 던싱을 상대로 2루 땅볼에 그쳤다. 1루주자 카브레라가 2루에서 아웃되고 추신수가 1루주자가 됐지만 후속타 불발로 더 이상 진루하지 못했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역시 2루 땅볼. 클리블랜드는 0-6으로 뒤진 5회 1사 12루서 추신수가 삼진을 당한 뒤 오스틴 컨스의 좌전안타와 트래비스 해프너의 좌월 2루타로 3점을 뽑았지만 더 이상 추격하지 못했다. 5회말 3점을 내주며 6-3으로 쫓기던 미네소타는 7회초 조 마우어의 2타점 2루타로 점수 차를 벌리며 승기를 굳혔다. 미네소타는 9회 초에도 1점을 추가하며 9-3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클리블랜드는 9승13패 미네소타는 15승8패를 기록했다. 이승권 기자

2010-04-30

추신수 야구인생, '열차'는 지금 오르막길 가고 있다

아들에겐 야구·농구 등 모두 가르쳐 볼셈이에요 대중음악 관심 많아…소시·카라 한번 보고 싶어 촬영 및 제작: 조인스아메리카 www.koreadaily.com 촬영일: 2010-04-27 험난한 줄 알면서도 그는 가시밭길을 가기로 결심했다. 피투성이가 되더라도 사람들의 발자취가 없는…. 아직 부를 거머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미국 팬들이 모두 알만한 스타가 됐다고 보기에도 이르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바로 그의 눈 앞으로 다가온 것만은 사실이다. 그가 미국 땅을 밟은 지 올해로 딱 10년. 처음엔 미국이란 나라가 자신에게 엄청난 고통만 안겨준 곳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젠 "많은 사람들이 미국을 두고 '기회의 나라'라고 하잖아요. 왜 그렇게 부르는 지 이젠 알겠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간판타자로 우뚝 선 추신수(27). 지난 27일 애너하임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폭주기관차' 추신수를 만났다. 추신수는 2000년 6월 미국 땅을 처음 밟았다. 당시 그는 돈과 명예를 위해 온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오로지 자신의 실력이 세계 최고의 무대라는 '메이저리그'에서 어디까지 뻗을 수 있을 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서였다. 메이저리그 주전 타자 자리를 꿰차는 데는 무려 9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잖아요. 사실 그동안 미국에서의 생활이 너무 힘들어 한국에 돌아가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고통스런 시간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확신합니다." 그는 미국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미국에서는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면 모든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야구 선수 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재능이 있고 성실하다면 미국 등 해외에서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고 힘주어 말한 부분에선 '희망'이 느껴졌다. 그동안 박찬호 김병현 등 한인 투수들은 메이저리그에서 나름 성공을 거뒀지만 포지션 플레이어 가운데 성공한 사례는 한명도 없다. 추신수는 개척자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메이저리그에 오르며 그에게 붙은 별명은 '추추 트레인.' 자신의 독특한 별명에 그는 웃음부터 터트렸다. "처음엔 '내가 왜 기차지?'하고 의아해 했죠. 나중에 기차가 달릴 때 미국에선 '추~추~'라는 의성어를 쓴다는 걸 알았죠. 힘있고 빨리 달리는 느낌이어서 저랑 잘 맞는 별명인 것 같아요"라며 만족해 했다. 추신수는 올해 드디어 전국구 스타로 떠오를 조짐이다. USA투데이는 28일 '추신수 인디언스의 미래를 이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추신수의 맹활약을 집중 조명했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에서 유일하게 20-20(20홈런 20도루)에 3할 타율을 기록한 추신수는 28일까지 팀 내에서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타율(0.338) 홈런(4개) 타점(15개) 출루율(0.452) 도루(4개) 등 공격 전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패밀리맨' 추신수 추신수는 경기가 없는 날이면 가족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가족으로부터 필드에서의 힘을 얻는다고. "사실 와이프가 나보고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그래요. 쉬는 날엔 거의 집에만 있거든요. 원래 또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구요. 가끔 와이프 애와 함께 드라이브 나갈 때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저 혼자 있을 때는 밖에 거의 안 나가는 편입니다." 큰 아들 무빈(5)이하고 시간을 보낼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 "야구를 슬슬 가르치기 시작했죠. 농구 등 여러 가지를 다 시켜보려고요. 내가 어려서부터 야구만 했기 때문에 다른 스포츠는 잘 몰라요. 여기 선수들은 다른 스포츠에도 관심을 많이 보이는 데 사실 그런 면에선 약간 후회가 되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원정경기 때 아내 하원미 씨가 간혹 경기장을 찾아온다는 그는 "와이프가 오면 당연히 힘이 나죠. 한인팬 수천명이 찾아온 것과 같은 효과를 느낍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빠서 1년에 두 세 번 밖에 경기장을 찾아오지 못한다고 한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 역시 "아내"라고 말했다. "항상 고맙고 미안해요. 운동선수 와이프라는 게 사실 굉장히 힘들거든요. 항상 떨어져있고 애만 보면서 살잖아요. 그래도 불평안하고 항상 응원해줄 때 그 때가 제일 고맙습니다." '부인을 위한 가장 좋은 선물이 뭐냐'는 질문에 서슴치 않고 "부상없이 야구를 꾸준히 잘하는 게 가장 큰 선물 아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한국 대중문화에 상당히 관심이 많다고 한다. 소녀시대 카라 등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고 밝혔다. 또 클리블랜드 경기에 시구자로 한 명 초대하고 싶다면 "영화배우인 남동생 민기를 초대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인생 바꾼 선수권대회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추신수에게 관심을 보이게 된 것은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제19회 세계청소년 야구선수권 대회 때. 당시 한국 대표팀의 4번타자겸 에이스로 활약했던 추신수는 93~94마일을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을 놀래켰다. 추신수는 18이닝 동안 32탈삼진 5실점의 눈부신 활약으로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최우수 투수에 대회 MVP까지 수상했다. 결국 2000년 6월15일 시애틀 매리너스와 135만 달러에 입단계약을 체결했다. 시애틀 코치진은 프리배팅 때 홈런을 펑펑 치던 그의 모습을 보고 타자로서의 잠재력을 더 높이 평가 타자로 전향할 것을 권했다. "만약 투수로 계속 뛰었다면 더 빨리 메이저리그에 오를 수 있었을거에요. 아시안 투수들이 성공한 사례는 있었지만 타자들은 아주 드물어서 고민을 많이했죠. 하지만 한국에서 워낙 팔을 많이 써 토미존 수술은 피할 수 없었을 거에요." 지금 투수로 뛴다면 구속이 얼마 나올 것 같냐고 묻자 "그래도 90마일 정도는 나올걸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최대난적 이치로 추신수는 시애틀의 특급 타자 스즈키 이치로가 앞을 가로막아 빅리그 진출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시애틀이 이치로를 중견수로 옮기고 추신수를 우익수로 기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이치로가 포지션 변경을 거부해 무산됐다. 결국 추신수는 2006시즌 도중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됐다. 불운은 끊이질 않았다. 2007년 9월에는 왼쪽 팔꿈치 인대접합(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그 때문에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에도 뽑히지 못해 병역혜택도 받지 못했다. 당시 한국행을 심각하게 고려했다고 한다. 2008년 5월31일 추신수는 재활을 마치고 빅리그로 복귀했다. 초반엔 플래툰시스템에 묶였지만 점차 실력을 검증받은 추신수는 그해 9월 타율 4할 5홈런 24타점으로 아메리칸리그 '이달의 선수'로 선정됐다. 클리블랜드는 그해 시즌을 마친 뒤 구티에레스를 이적시켰다. 2009년 추신수는 팀의 중심타자로 자리를 굳히며 선수생활에 드디어 꽃을 피웠다. ▶오랜 마이너 생활이 버팀목 그는 "지금도 간혹 힘들 때면 마이너리그 때를 생각합니다. 그 때만 생각하면 어떤 것이든 극복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덕분에 다른 선수들을 더 이해할 수 있게됐죠"라고 말했다. 추신수는 야구 이외에 좋아하는 스포츠가 전혀 없다. 현재 NBA에서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경기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다른 선수들이 보니까 가끔 TV로 같이 보기는 해요. 간혹 캐벌리어스 티켓을 받는 데 다 친구들에게 줘요." 클리블랜드라는 도시에 사는 게 어떠냐고 묻자 그는 "한인들이 거의 없어 다소 불편하고 외롭습니다"고 솔직히 말했다. '만약 야구 선수가 아니었다면 무엇을 했을 것 같냐'는 질문엔 한참동안 생각하더니 "야구 이외의 다른 인생? 상상이 도저히 안가네요"라고 대답했다. 천상 야구인인 모양이다. 원정에 나갈 때 가장 큰 애로사항은 '음식'. "다 잘 먹는데 혼자 있다보면 귀찮을 때가 많죠. 한식도 직접 해 먹을 수 있는데 손이 너무 많이가서 항상 사먹게되요." 또 보약은 먹지 않지만 홍삼을 먹으며 체력보강을 한다고 밝혔다. 징크스가 전혀 없다는 그는 최근 유명세에 대해 "내가 유명하다는 걸 느껴본 적은 없습니다"라면서 "아직 내가 미국서 수퍼스타는 아니잖아요"라며 웃었다. 그는 미국에 살면서 야구를 잘해서 사람들이 알아봐줄 때 한국인으로서 가장 큰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얼마 전엔 미국 사람들이 내게 태극기를 그려보이며 한국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 데 그 때는 정말 뿌듯했어요."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냐'고 묻자 그는 골몰히 생각하더니 "모든 경기에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는 그런 선수로 기억해줬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에인절 스타디움= 원용석 기자

2010-04-29

추신수, 5G 연속 멀티히트…에인절스전 2안타, 팀은 3-4 역전패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5경기 연속 멀티 히트를 기록했다. 추신수는 28일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전서 4타수 2안타를 날렸다. 시즌 타율도 0.338(종전 0.329)로 높아졌다. 에인절스 선발 어빈 산타나와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이날 경기서 추신수는 1회초 2사 주자없는 상황서 산타나의 체인지업을 받아쳤지만 3루 땅볼에 그쳤다. 클리블랜드가 1-0으로 앞선 4회초에서는 선두타자로 나서 중전안타로 출루했고 트래비스 해프너 타석에서는 시즌 4번째 도루에 성공했다. 추신수는 그래디 사이즈모어의 적시타로 2-0으로 앞선 6회초 1사 2루서는 빠른 발을 이용해 2루 내야안타를 만들었다. 8회초에는 투수앞 땅볼로 물러났다. 클리블랜드는 선발 제이크 웨스트브룩이 6회말 에인절스 토리 헌터에서 3점 홈런을 허용했고 9회말에서는 하위 켄드릭에게 끝내기 번트안타를 내줘 3-4로 역전패했다. 클리블랜드는 시즌 9승12패를 마크했다. 한편 팀 린시컴(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은 또 한 번 호투를 펼쳤지만 시즌 5승 달성에는 실패했다. AT&T 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경기에서 린시컴은 8.1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곁들이며 2실점으로 잘 막았다. 필라델피아 선발 콜 해멀스가 6이닝 4실점하고 물러난 것에 비해 훌륭한 피칭이었다. 하지만 9회 1사까지 팀의 4-1 리드를 지켜내고 강판한 린시컴은 마무리투수 브라이언 윌슨이 2사 만루의 위기를 초래한 후 제이슨 워스에게 싹쓸이 2루타를 맞아 동점(4-4)을 허용하는 바람에 5연승을 날렸다. 0-0의 균형은 5회초 필리스가 먼저 깼다. 필리스는 선두 타자로 나선 라이언 하워드가 린시컴의 초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으로 연결하며 선취점을 올렸다. 하워드는 린시컴을 상대로 통산 3번째 홈런을 날렸다. 린시컴을 상대로 가장 많은 홈런 기록이다. 자이언츠도 5회말 안타로 출루한 선두타자 네이트 슈어홀츠가 1사 후 안드레스 토레스의 2루타 때 홈을 밟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1-1의 균형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6회초 린시컴이 삼진 2개를 곁들이며 세 타자를 깔끔히 처리한 반면 해멀스는 6회말 1사 만루에서 토레스에게 밀어내기 볼넷 에드가 렌테리아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3점을 내줬다. 팽팽하게 흘러가던 경기는 일순간 자이언츠 쪽으로 기울었다. 8회까지 98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린시컴은 9회 초 1사 후 셰인 빅토리노에게 볼넷을 내주고는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샌프란시스코는 연장 11회 접전 끝에 필라델피아에 6-7로 패했다. 이승권 기자

2010-04-28

[OC] 에인절스전 맹활약 '추신수 열기'…"역시 Choo! Choo!" 한인들 신났다

에인절스 스태디엄을 찾은 한인들은 추신수 선수의 멋진 활약을 지켜 보며 한껏 흥에 겨웠다. 26일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첫 게임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친 추신수는 27일에도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팀의 승리를 견인, 오렌지카운티는 물론 LA, 샌디에이고 등지에서 야구장을 찾은 한인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사했다. 오후 6시30분 경기 시작 30분전. 클리블랜드 더그아웃인 1루측에 가족 친구들과 함께 온 한인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잡는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3번타자 추신수가 1사 1루 기회에 타석에 들어서자 한인들은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추! 추!"를 연호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한인들이 용감하게 "추신수 파이팅"을 외치는 가운데 일부 에인절스 팬들은 험한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결과는 헛스윙 삼진. 한인들의 한숨 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리고 3회. 2루에 주자를 두고 득점기회를 잡은 추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연이어 스트라이크를 2개를 흘려보내자 또 한 번 기회를 놓칠 것 같은 불안함에 한인들은 두 손을 꼭 쥐었다. 그러나 추 선수는 기대에 화답하듯 불꽃 같은 안타로 클리블랜드에 선취점을 안겼다. 한인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추 선수를 응원하는 한인들은 자리에 앉을 새도 없었다. 4회말 추 선수의 멋진 수비 때문. 추 선수는 일본인 메이저리거 히데키 마쓰이가 하워드 켄드릭의 우전 안타 때 홈으로 질주하는 찰나 볼을 잡자마자 정확한 홈송구로 아웃을 잡아냈다. 순간 야구장은 에인절스 팬들의 아쉬움과 추 선수에 대한 분노가 섞인 야유로 가득찼다. 고함을 지르는 팬들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경기장 곳곳의 한인들은 벌떡 일어서 함성을 지르며 '추신수'를 힘차게 연호했다. 오세진(풀러턴.37)씨는 "마쓰이가 홈에서 아웃되는 순간 온 몸에 전율이 느껴졌다"면서 "아들에게 추 선수를 설명하며 '한국인'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멋진 순간이었다"고 감격해했다. 경기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클리블랜드가 큰 점수차로 이기자 한인들은 추신수의 '큰 것' 한 방을 기대했다. 9회 마지막 공격에 나선 추 선수는 아쉽게 아웃됐다. 이내 경기가 끝이 나자 한인들은 시원한 경기를 보여준 추 선수에게 박수를 치며 응원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근학(어바인.37)씨는 "메이저리그에서 당당히 실력을 뽐내는 추신수 선수가 자랑스럽고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야구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추 선수처럼 훌륭한 메이저리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학생 이재현(LA.20)씨도 "친구들 7명과 함께 추신수를 응원하기 위해 거금(?)을 내고 왔는데 멋진 활약을 보여줘 전혀 아깝지 않다"며 친구들과 함께 "추신수 선수 파이팅"을 외쳤다. 에인절스 스타디움=백정환 기자

2010-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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