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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미 대선 흔드는 ‘거짓말’의 정치학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결국 물러난 이유는 불법 도청이 아니라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거짓말 때문이었다. 닉슨에 이어 두 번째로 탄핵 대상이 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역시 비슷했다. 성 추문이 아니라 조사과정에서 밝혀진 거짓말이 사유가 됐다. 미국 최고 권력자에게 거짓말이 어떻게 치명상을 안기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선거판에서 상대 후보의 권위와 신뢰를 무너뜨리고 자신에게 불리한 문제는 논점을 흐려 피해 가는 대표적인 기술이 ‘거짓말쟁이’ 낙인찍기다. ‘세기의 대결’로 불린 10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TV 토론. 눈길을 끈 건 두 후보가 약속이나 한 듯 서로 거짓말쟁이라고 몰아붙이는 장면이었다.   뜨거운 이슈인 낙태권 문제가 불을 댕겼다. 트럼프는 먼저 “해리스가 택한 부통령 후보는 임신 9개월 낙태도 괜찮고, 출생 후 죽임(execution after birth)도 괜찮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해리스는 “처음부터 말씀드렸듯 오늘 거짓말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맞받으며 “트럼프가 재선하면 전국적인 낙태금지법에 서명할 것”이라고 역공을 폈다. 트럼프 역시 “완전히 거짓말”이라고 응수했다.   트럼프는 정부 기관을 향해서도 ‘거짓말’ 공격을 퍼부었다. 이민자 폭증의 심각성을 거론하며 “그들이 주민의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주장을 내놨다가 진행자가 “FBI는 범죄가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고 짚자 “FBI의 사기”라고 했다. 구체적인 근거는 대지 않았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로 잘 알려진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저서 ‘리더는 왜 거짓말을 하는가’에서 위정자가 ‘공포 조장’이나 ‘전략적 은폐’ 같은 유형의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나면 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맞을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다. 대선 TV 토론은 후보의 자질과 품성, 능력을 검증하는 무대다.   미 국민 6700만여 명이 시청한 TV토론에서 명확한 논거 없이 자신에게 불리한 얘기를 거짓말로 몰거나 사실관계를 비트는 허위 주장을 늘어놓는다면 책임 있는 국가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권위 있는 매체가 TV 토론에서 발언 하나하나를 팩트체크하는 것은 그래서다. NYT가 트럼프 발언 33건을 팩트체크한 결과 16건이 ‘거짓’으로 판단됐다. 해리스는 조사 대상 발언 8건 중 2건이 ‘거짓’으로 판정받았다. 이런 팩트체크 결과와 11월 5일 대선 사이에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김형구 / 한국 중앙일보 워싱턴 총국장글로벌 아이 거짓말 정치학 오늘 거짓말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 트럼프 발언

2024-09-15

5명 중 1명 “보험 가입 시 거짓말”

성인 5명 중 1명이 각종 보험 가입 또는 갱신 시 의도적으로 허위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개인금융전문업체 너드월렛이 시장조사분석업체 더해리스폴에 의뢰해 성인 2042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 19~21일 실시한 보험 부정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1%가 보험 신청 시 의도적으로 허위 정보를 제공했다고 시인했다.   허용될 수 있다고 여기는 거짓말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자동차 보험료율을 낮추기 위한 연간 주행 마일리지 줄이기가 19%로 가장 많았으며 생명보험료율을 낮게 받기 위한 마리화나 흡연과 흡연 습관 부인이 각각 17%, 15%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생명보험 커버리지 확대를 위한 연소득 부풀리기와 요율을 낮추기 위한 고위험 취미생활 참여 숨기기, 건강 정보 위조 등이 각각 14%를 차지했다.   앞의 6개 항목에 대해 허위 정보 제공이 허용된다고 답한 남성 비율은 평균 19.3%로 여성 11.5%보다 두배 가까이 높았다.   세대별로는 Z세대가 26.3%로 가장 높았으며 밀레니얼(24%), X세대(12%), 베이비부머 세대(5.2%) 순으로 나타나 젊을수록 허위 정보 제공에 대해 관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거짓 정보 제공에 대한 이유로는 절약을 위해서가 45%로 가장 많았으며 요율 결정에 영향이 없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 40%, 보험료가 지나치게 인상됐기 때문이 38%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거짓 정보를 제공해도 별다른 조치가 없을 것으로 생각, 특정 보험 규정에 적용되기 위해서가 각각 18%로 나타났으며 거짓 정보라도 제공하지 않으면 보험 서비스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한 경우도 17%에 달했다.   너드월렛의 개인재정전문가 멜리사 람바레나는 “보험료율을 더 좋게 받기 위한 유혹에 빠져 신청서에 허위 정보를 기재하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자칫 신청 거부, 보험료 지급 거부는 물론 형사 기소까지 당할 수 있어 자신은 물론 가족들에게 예상치도 못했던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거짓말을 하기보다는 보험업체에 할인 가능성을 문의해보고 보다 유리한 보험료율을 제공하는 업체를 찾아 쇼핑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박낙희 기자 naki@koreadaily.com거짓말 보험 자동차 보험료율 보험 가입 보험 신청

2024-05-20

[우리말 바루기] “밥 한번 먹자”의 띄어쓰기

다음 중 ‘한 번’ 띄어쓰기가 바른 것은?   ㉠ 언제 밥 한 번 먹자   ㉡ 한 번 해보겠습니다   ㉢ 너 말 한 번 잘했다   ㉣ 한 번만 봐주세요   한국인의 뻔한 거짓말 1위가 “언제 밥 한번 먹자”라고 한다. 이를 글로 적는다면 ‘한번’을 붙여 써야 할까, 띄어 써야 할까? ‘한번’ ‘한 번’ 띄어쓰기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부분이다.   먼저 정리하면 ‘한번’은 기회·시도·강조를 뜻하고, ‘한 번’은 횟수를 의미한다.   ㉠“언제 밥 한 번 먹자”에서는 기회를 뜻하므로 ‘한번’으로 붙여 써야 한다. “시간 날 때 한번 놀러 오세요” “언제 한번 찾아뵙고 싶습니다”도 이런 경우다. ㉡“한 번 해보겠습니다”는 시도를 의미하므로 ‘한번’을 역시 붙여 써야 한다. “한번 먹어 보자” “일단 한번 가 보자” 등도 마찬가지다.㉢“너 말 한 번 잘했다”도 강조를 나타내므로 ‘한번’으로 붙여 써야 한다. “춤 한번 잘 춘다” “공 한번 잘 찬다”도 이런 예다.   ㉣“한 번만 봐주세요”에서는 위 예들과 달리 횟수를 나타내므로 ‘한 번’으로 띄어 쓰는 것이 맞다. ‘한 번’ ‘두 번’ ‘세 번’과 같이 횟수를 나타낼 때 띄어 쓰는 것은 대부분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정답은 ㉣.   그렇다면 여기에서 어려운 문제 하나 더. ‘다시 한번’ ‘다시 한 번’은 어느 것이 맞을까? 이에 대해 다소 혼란이 있었으나 국립국어원은 2015년 의미 구별 없이 붙여 쓰는 것으로, 즉 ‘다시 한번’으로 통일하기로 했다.우리말 바루기 띄어쓰기 의미 구별 거짓말 1위 문제 하나

2024-04-21

15분 동영상서 드러난 경찰의 거짓말

지난 2022년 9월26일 아버지에 의해 납치돼 경찰 추격전 끝에 경관 총에 맞아 숨진 사바나 그라치아노(당시 15세) 사건이 총격 당시 영상이 공개되면서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은 당시 그라치아노가 경관 지시에 잘 따르고 있음에도 총격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프리랜서 기자인 조이 스콧이 캘리포니아 공공기록법 요청을 통해 입수한 이 동영상은 샌버나디노카운티 셰리프국이 숨진 사바나가 보안관에게 먼저 총을 쐈다는 진술과 모순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총격 과정을 요약한 15분 분량의 이 영상은 지난 29일 가디언에 의해 첫 공개됐다.   당시 사바나는 캘리포니아고속도로순찰대(CHP)가 납치 앰버 경보를 발령한 지 거의 24시간 후에 샌버나디노카운티의 헤스페리아 지역 15번 고속도로 갓길에서 경찰 총격에 사망했다.   사바나에 대한 앰버 경보가 발령된 것은 이보다 앞서 폰태나 지역 한 주택 앞에서 사바나의 어머니 트레이시 마티네스가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되면서 사바나가 실종됐음을 확인하면서였다.   셰리프국은 즉시 사바나의 아버지인 앤서니 그라치아노를 살인 및 납치의 주요 용의자로 지목했다. 당국은 그라치아노가 트레이시에게 총격을 가한 비슷한 시간대에 인근 학교에 있던 다른 사람과 어린이에게도 총을 쐈다고 밝혔다.   사바나에 대한 앰버 경고가 발령된 다음날인 9월27일 그의 트럭을 목격한 시민의 신고가 접수됐다. 곧 경찰은 그라치아노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출동한 셰리프국 요원들은 오전 11시쯤 렌우드 인근에서 그라치아노 부녀가 탄 트럭을 발견했지만 차량을 세우려던 중 총격을 받았다. 곧 70마일에 걸쳐 추격전이 이어졌고, 그라치아노는 반자동 총기로 트럭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추격전은 부녀가 탄 차량이 프리웨이를 이탈해 가파른 제방으로 올라가려던 순간 끝났다.   당시 셰리프국 헬리콥터에서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그라치아노는 당시 포위하고 있던 여러 대의 경찰 차량을 향해 후진했고 총격을 가했다.   트럭이 멈춘 후 사바나는 조수석에서 내린 뒤 바닥에 몸을 낮게 웅크리고 있었다. 이어 거리를 두고 대치하고 있던 셰리프국 요원이 그녀에게 이쪽으로 오라고 지시했다. 사바나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 몸을 웅크린 채 계속 앞으로 걸어가던 중 셰리프국 요원이 쏜 총에 맞았다.   영상에서 총격 후 사바나의 몸은 흐릿하게 처리됐다. 그녀가 총에 맞자 누군가 무전기를 통해 “오, 안 돼”라고 말하는 소리도 들린다. 당시 현장에 있던 셰리프 요원들은 바디캠을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셰리프국은 사바나가 그라치아노의 트럭에서 내릴 때 근처에 있던 요원의 벨트에 달린 마이크에 녹음된 음성을 공개했다.   “차에서 나와!”라고 요원이 반복해서 외치자 뒷쪽에서 총격이 시작됐다. 요원은 사바나에게 지시했다. “이리 와! 이리 와! 어서, 어서, 어서 … 걸어와, 걸어와, 걸어와.”   직후 소녀가 바닥에 쓰러지자 요원은 동료 요원들에게 총격을 멈추라고 외쳤다.   “그만 쏴! 그라치아노는 차 안에 있어! 멈춰!”     그가 다시 소리쳤다. “소녀는 괜찮다니까! 그라치아노는 차 안에 있어! … 멈춰!”   총격 직후 셰리프국은 응급 치료를 하려 했지만 사바나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병원으로 옮겨진 뒤 숨졌다. 그녀의 아버지 그라치아노도 현장에서 사망했다.   셰리프국에 따르면 사바나는 다른 쪽에서 트럭을 바라보고 있던 요원들의 총에 맞았다고 한다.     셰리프국은 총을 쏜 요원들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그들은 트럭이 멈춘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높은 위치에 있었다고 밝혔다.   당국에 따르면 총을 쏜 요원들은 트럭에서 한 사람이 내려 가장 가까운 요원에게 다가가는 것을 보고 총격을 가했다. 소녀에 가까이 있던 요원이 소녀를 부르고 지시에 따르라고 외치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총격 사건은 현재 캘리포니아주 검찰이 조사 중이다. 셰리프국은 동영상 외에 추가 논평이나 세부 정보 제공을 거부했다.   사바나의 삼촌인 CJ 와이엇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라치아노가 아내 트레이시와 별거하는 동안 트럭에서 사바나와 함께 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라치아노를 “학대적이고 교묘한 사람”이라고 부르며 사바나의 죽음에 대해 그를 비난했다.   와이엇은 “사바나는 정말 착한 아이였는데 이런 비극을 겪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격 사건 직후 샌버나디노카운티의 섀넌 디쿠스 국장은 사바나가 총에 맞기 전 요원들을 향해 달려갔으며 ‘전투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헬기가 촬영한 영상에서 사바나는 사망 직전 보안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총격 사건 다음 날, 디쿠스 국장은 주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면서 그는 발표한 성명에서 “셰리프국 수사관들은 총격 당시 사바나가 현장 요원들을 향해 총격을 가하는 데 가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셰리프국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한 요원과 이인근을 지나던 운전자는 추격 과정에서 트럭 조수석에서 누군가 총을 쏘는 것을 목격했다고 신고했다.   셰리프국은 사바나가 보안관에게 총을 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으며, 이 문제는 아직 조사 중이라고 해명했다.   당국은 사건 현장에서 방탄복과 전술 헬멧과 함께 여러 개의 무기, 탄약, 섬광탄, 연막탄 등을 발견했다.   가주 법집행기관 총격사건의 전문조사관인 에드 오바야시는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사바나를 쏜 요원들이 영상과는 다른 각도에서 당시 상황을 보고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총을 쏜 요원들은 어떤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었을까요? 그들은 사바나의 손을 보지 못했을까요? 그들이 혹시 소녀가 요원을 향해 총을 쏘고 있다고 지레 짐작한 것은 아닐까요?”   일반적으로 캘리포니아 법 집행 기관은 총격 사건이 발생하면 몇 주 또는 몇 달 내에 사건 동영상을 공개한다. 총격 사건이 발생한 상황을 요약한 이 동영상은 공식 수사 보고서가 발표되기 전에 공개될 수 있다.   하지만 사바나 사건의 경우 셰리프국은 거의 2년이 지난 후에야, 그리고 기록에 대한 오랜 법적 다툼이 있은 후에야 총격 사건에 대한 요약본을 공개했다.   전미변호사협회 산하 비영리단체인 전국경찰책임 프로젝트의 로렌 본즈 국장은 총격 사건과 영상 공개 사이의 기간이 이번처럼 긴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본즈 국장은 “기자회견에서 제공된 내용과 실제 촬영된 동영상이 다를 경우 책임자가 나와서 그 불일치한 내용에 대해 설명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동영상은 요원의 총격에 사바나가 숨졌다는 사실을 셰리프국이 처음으로 인정한 증거다.   그러나 법 집행 기관이 제공하는 이러한 유형의 비디오는 총격 사건에 대한 객관적 증거가 되긴 어렵다. 남가주에서 경찰력 남용에 따른 피해자를 대변해온 민권 크리스토퍼 부 사에드 변호사는 “공개된 동영상은 셰리프국 공보과에서 만든 영상”이라며 “셰리프국이 스스로 요원들을 버스 밑을 던지는 위험을 감수할 리 없다”고 말했다.   이 영상을 입수한 저널리스트 스콧은 캘리포니아 공공기록법에 따라 영상 공개 신청서를 제출한 지 18개월 후인 2022년 9월 셰리프국으로부터 영상과 오디오를 받았다. 스콧은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고 사건 수사는 투명해야 한다”면서 “영상 요청과 공개는 그렇게 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러한 유형의 영상은 실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여주고 있음에도 경찰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면서 “여전히 의문점은 많지만 사바나가 죽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네이선 솔리스 기자동영상 거짓말 셰리프국 요원들 사바나 그라치아노 경찰 총격

2024-04-03

[우리말 바루기] “밥 한번 먹자”의 띄어쓰기

다음 중 ‘한 번’ 띄어쓰기가 바른 것은?   ㉠ 언제 밥 한 번 먹자   ㉡ 한 번 해보겠습니다   ㉢ 너 말 한 번 잘했다   ㉣ 한 번만 봐주세요   한국인의 뻔한 거짓말 1위가 “언제 밥 한번 먹자”라고 한다. 거짓말인지 알지만 그래도 기분이 괜찮은 말이다. 이를 글로 적는다면 ‘한번’을 붙여 써야 할까, 띄어 써야 할까? ‘한번’ ‘한 번’ 띄어쓰기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부분이다.   먼저 정리하면 ‘한번’은 기회·시도·강조를 뜻하고, ‘한 번’은 횟수를 의미한다.   ㉠“언제 밥 한 번 먹자”에서는 기회를 뜻하므로 ‘한번’으로 붙여 써야 한다. “시간 날 때 한번 놀러 오세요” “언제 한번 찾아뵙고 싶습니다”도 이런 경우다. ㉡“한 번 해보겠습니다”는 시도를 의미하므로 ‘한번’을 역시 붙여 써야 한다. “한번 먹어 보자” “일단 한번 가 보자” 등도 마찬가지다. ㉢“너 말 한 번 잘했다”도 강조를 나타내므로 ‘한번’으로 붙여 써야 한다. “춤 한번 잘 춘다” “공 한번 잘 찬다”도 이런 예다.   ㉣“한 번만 봐주세요”에서는 위 예들과 달리 횟수를 나타내므로 ‘한 번’으로 띄어 쓰는 것이 맞다. ‘한 번’ ‘두 번’ ‘세 번’과 같이 횟수를 나타낼 때 띄어 쓰는 것은 대부분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정답은 ㉣.우리말 바루기 띄어쓰기 거짓말 1위

2023-11-09

정직한 거짓말 '작화증'…일어나지 않은 사실 굳게 믿어서 '혼란'

c기억은 매우 쉽게 사라질 때가 많다. 특히 나이를 좀 먹으면 쓸데 없는 기억은 없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문제는 때때로 세부 사항이 틀리거나 잘못 기억하거나 간단한 기억 조차 차이가 있는 경우다. 기억 혼란은  실제로는 정상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드물지만 근본적인 신경학적 문제로 인해 사람들은 남을 속이려는 의도 없이 잘못된 기억을 생성한다. 이를 의학 용어로 작화증(confabulation)이라고 한다. 자신은 자신이 말하는 것을 믿기 때문에 '정직한 거짓말'이라는 용어로도 사용된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신경학적 문제가 일어날 수 있으니 알아둘 만 하다.   누군가로부터 어떤 질문을 받았을 때 또는 사람이 정확하게 기억할 수 없는 세부 사항에 대해 응답하거나 즉흥적으로 잘못 기억하는 경우 순간적으로 혼동이 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망상이나 잘못된 믿음과는 다르다.   이렇게 남을 속이려는 의도 없이 잘못된 기억을 갖게 되는 증세를 작화증이라고 한다. 작화증은 자기 스스로 일으키는 것은 매우 드물며 비타민 B1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경 장애인 '베르니케-코르사코프 증후군'과 같은  의학적 상태로 볼 수 있다. 이 장애의 가장 많은 실례는 만성적이고 심각한 알코올 사용으로 인한 것이다. 또한 알츠하이머 치매, 외상성 뇌 손상부터 양극성 장애(조울증), 정신분열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다른 질환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기저 질환이 이미 알려져 있는 경우라도 시니어가 갑자기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처럼 보이면 걱정될 수 있다. 시니어가 사물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가족들과 같은 방식으로 사물을 보지 않는 것을 볼 때 매우 고통스럽다. 이는 공유된 경험을 회상할 때 여기저기에 몇 가지 세부 사항이 누락되는 것만이 아니다. 작화증을  통해 사람은 기억을 조작한다. 왜냐하면 기억하는 내용의 빈틈을 채우기 위해서 자신의 기억 버전을 완전히 믿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누구에게도 거짓말을 하거나 속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로 인한 혼란으로 인해 가족을 비롯한 간병인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   ▶'솔직한 거짓말' 대처 방법   작화증은  자서전적 기억이나 개인이 자신의 과거 경험에 대해 잘못 기억하는 것과 관련되는 경향이 있으며 작은 세부 사항을 잘못 이해하는 것처럼 간단할 수도 있고 환상적인 오디세이처럼 정교할 수도 있다. 조작된 기억은 실제 사건과 연결되어 있지만 다른 이야기에 연결되거나 가상의 소스를 가질 수 있다. 그래서 때때로 TV드라마의 줄거리가 이러한 이야기의 일부로 엮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시니어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누구를 속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족은 시니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짜증을 내거나 기분이 상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한 경우에는 맞서 싸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대신 현재 상황에 대해 다른 가족 구성원을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니어가 갑자기 잘못된 기억을 하기 시작했을 때 애정 어린 대응과 호기심 많은 접근 방식을 취하면 원활한 대인 관계가 가능해진다.     ▶뇌상태에 따른 징후   작화증을 갖고 있는 사람은 이미 신경학적 질환으로 진단을 받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때로는 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런 증상이 시작된다면 가정 주치의를 만나는 것이 좋다.     특히 가족이 주치의에게 데려가서 우려 사항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1차 진료 제공자인 주치의는 추가 진료를 위해 시니어 환자를 신경과 전문의에게 의뢰할 수 있다.   이 질환은 알코올 중독부터 치매, 양극성 장애(조울증)와 같은 정신 건강 상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의학적 의견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환자의 병력을 잘 알고 있어야 하는 주치의의 진료가 시작이어야 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의에게 의뢰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한다.     ▶기저질환은 무엇인가   작화증을 유발하는 뇌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사람이 과거를 충실하게 회상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기억력과 실행 기능의 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 같다. 실행 기능의 문제는 과거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종합할 때처럼 큰 그림을 그리고 세부 사항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정신적 과정을 포함한다. 이 질환을 치료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베르니케-코르사코프 증후군으로 보고 비타민 결핍을 치료하거나 환자에게 정신분열증 치료를 위한 항정신병 약물을 투여하는 것처럼 신체적 부족함을 원인으로 보고 제거하는 것이다.     알츠하이머와 같은 일부 질환에서는 질병의 진행 과정을 되돌리거나 실제 기억과 거짓 기억을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경우에는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참고용으로 일기를 작성해 볼 수도 있다. 이는 혼란을 줄이고 삶의 세부 사항을 정확하게 기억하기 위해 시니어가 가족 사진이나 개인 소지품 정리와 같은 주변 환경에 집중하도록 돕는 현실 지향 치료가 포함될 수 있다.   ▶간병인 자세 및 지원 찾기   뇌의 변화가 얼마나 복잡하고 다루기 힘든지를 감안해볼 때 함께 가상의 추억에 빠지지 않고 적어도 차이를 구분할 수 없는 시니어와 함께 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는 간병인이 자포자기 또는 시니어의 현실 파악을 잊고 함께 고통을 받으라는 것이 아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간병인과 같이 상태에 따라 지원 그룹이 특히 유익할 수 있다. 누군가가 기억력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고려할 때 가족이 지원을 받는 것은 중요하다.   또한 주치의와 함께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하여 함께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 잊지 말고 남은 가족을 위해 도움을 구하는 동시에 시니어 자신도 도움을 받아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두 사람이 공유했던 추억을 잊는 모습을 보는 것은 걱정스럽고 속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병희 기자거짓말 작화증 기억 혼란 징후 작화증 거짓말 대처

2023-09-10

“음식에 죽은 쥐” vs “거짓말”…맨해튼 국밥집 소송전

뉴욕의 한 부부가 맨해튼 코리아타운의 한식당 감미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배달 주문한 국밥에서 죽은 쥐가 발견됐다는 주장인데 식당 측은 ‘상식상, 정황상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15일 뉴욕에 거주하는 제이슨 이(Jason Lee)와 유니스 이(Eunice N Lucero Lee) 부부는 감미옥(HANPOOL INC)에 대한 소송(152435/2023)을 맨해튼 뉴욕주법원에 제기했다.   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1일 오후 3시 7분 배달업체를 활용해 해당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했고, 음식을 먹던 중 죽은 쥐를 발견했다.   고소인들은 “(이번 사건으로) 엄중하고 중대하며, 영구적인 개인 상해를 입게 됐다”며 “식당 측의 태만과 부주의로 인한 것으로, 피고는 안전하고 위생적인 음식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고가 피고에 대해 보상 및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소셜미디어 등에 서 “아시안 음식과 문화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지지자로, 이 내용이 인종차별 이슈로 절대 사용돼선 안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감미옥 측은 해당 제보를 받고 주방과 식당 전체를 점검했지만, 쥐가 음식에 들어갈 이유가 전혀 없다며 본인들도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최형기 대표는 “우리 식당에서 음식을 먹다가 발견된 것이 아닌, 배달을 통해 건네진 음식”이라며 “전화로 관련 항의를 받은 뒤주방 감시카메라 등을 모두 확인했지만, 쥐가 들어갈 만한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담당 직원도 네 차례에 걸쳐 국밥을 큰 솥에서 퍼서 담았고, 담으려면 그릇을 보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이물질을 놓칠 만한 정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사실로 확인되지 않는 주장을 일방적으로 내세우고, 코리아타운 전체에 피해가 미칠까 봐 우려된다”며 법적 대응으로 맞서겠다고 했다. 감미옥 식당은 현재 정상 영업 중이다. 김은별 기자거짓말 맨해튼 맨해튼 국밥집 맨해튼 뉴욕주법원 맨해튼 코리아타운

2023-03-15

[시조가 있는 아침] 사랑은 거짓말

  ━   사랑은 거짓말     김상용 (1561~1637)   사랑이 거짓말이 님 날 사랑 거짓말이   꿈에 와 뵈단 말이 긔 더욱 거짓말이   나같이 잠 아니 오면 어느 꿈에 뵈리오   - 병와가곡집(甁窩歌曲集)     ━   강골의 열사도 사랑에는 약하다     사랑은 거짓말이다. 님이 날 사랑한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꿈에 찾아와 모습을 보여주겠다지만 그것은 더욱 거짓말이다. 나는 상사병으로 아예 잠이 들지 못하는 데 어느 꿈에 볼 수 있단 말인가?   사랑 노래가 많지만 이런 절창이 고시조에 있다. 더욱이 이 시조를 지은 분은 강골의 정치인이요 병자호란 때 강화도가 함락되자 문루에 화약을 쌓고 불을 붙여 터뜨려 순절한 열사였다. 우의정을 지낸 판논녕부사였던 그는 세자빈과 원손 등 왕족을 모시고 강화도에 건너갔으나 마지막 순간 항복 대신 자폭의 길을 택한 것이다. 당시 곁에 있던 13세의 서손(庶孫) 김수전도 할아버지를 따라 불에 뛰어들어 자결했으니 조손이 함께 신명을 나라에 바쳤다. 할아버지에 대한 존경심과 갸륵한 효심을 기려 전후 두 분은 나란히 안장되었다.   당시 주전파로써 청에 끝까지 항전하기를 주장한 예조판서 청음 김상헌은 그의 아우이니 충절의 집안이다. 형의 비문을 아우가 지었다. 임진왜란 때의 도원수 권율은 그의 처삼촌이다. 부인과의 사이에 3남 3녀를 두었고, 권씨 부인 사후 사계 김장생의 누이를 얻어 1남 4녀를 둔 명문가였다. 그는 광해군의 가까운 인척이었으나 인목대비가 폐비되자 벼슬을 버리고 원주로 낙향했다. 인조반정 이후 다시 부름을 받고 정묘호란 때는 유도대장(留都大將)으로 왕이 없는 도성을 지켰다. 유자효 / 시인시조가 있는 아침 거짓말 사랑 사랑 거짓말 열사도 사랑 사랑 노래

2023-02-09

[김형석의 100년 산책] 도산이 건네는 새해 덕담 “죽더라도 거짓말은 하지 말자”

나이 때문일까. 해가 바뀔 때마다 “어떤 덕담(德談)이라도”라는 부탁을 받는다. 선배 함석헌 선생은 “욕을 해도 깨닫지 못하면서 무슨 덕담이 필요해”라고 꾸짖기도 했다. 주로 정치인에게 던지는 충언이었다. 나 같은 사람은 나이만 들었지 그렇게 말할 자격도 없다. 그래도 “덕담이니까”라면 거절하기 힘들다.   그래서 새해를 맞을 때마다 들려오는 “송구영신(送舊迎新) 마음을 함께하자”는 뜻을 전한다. 옛것을 뒤로하고 새로움을 맞아들이자는 교훈이다. 덕담이지만 따져보면 ‘버릴 것을 버리지 못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 누리지 못하면 희망과 행복은 불가능하다’는 경고이다. 지금 우리에게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이고, 또 무엇을 찾아야 하는가.   미국에 나란히 놓인 도산·간디 동상   여론조사기관에서 전화가 오는 때가 있다. “연세가 어떻게 되는가?”를 묻는다. 103세라고 대답할 수밖에. 그러면 바로 끊어버린다. 만일 여론조사에서 우리가 버려야 할 것과 택해야 할 ‘제1호’가 무엇인가 하고 묻는다면 서슴지 않고 ‘거짓과 진실’이라고 대답하겠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어려서 인도의 간디에게서 ‘정직’을 배웠고, 철들면서 도산 안창호에게서 거짓을 버려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간디와 도산의 애국심에서 우러나오는 호소였다. 미국 LA 부근 리버사이드시(市)에 가면 시청공원 한가운데 도산의 동상이 있고 그 뒤에 간디의 동상이 있다. 미국 백인사회에 왜 한국과 인도사람의 동상이었을까. 두 지도자는 평생을 ‘진실이 남고 거짓은 사라진다’는 진리를 믿고 살았다.   긴 세월이 지난 지금도 나는 정직과 진실이 우리 국민의 최대 과제라고 믿는다. 해방을 맞고 2년 동안 공산 치하 북한에 머물면서 가장 심각했던 사회퇴락은 진실과 정직의 실종이었다. 진실은 버림받았고, 옳고 그름을 가리는 정의까지 소멸하는 것을 보았다. 다음 차례인 자유와 인간애까지 사라지게 되면 그 국가와 사회는 희망은 물론 생명력까지 상실하게 된다.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그랬고, 스탈린의 공산정권에서 물려받은 것이 바로 그 역사적 유훈이었다.   최근 우리 사회 상황도 비슷해지고 있다. 거짓과 불신에서 오는 국민 분열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죽더라도 거짓말은 하지 말자”는 도산의 탄식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심지어 진실을 은폐하거나 거짓을 진실로 위장한다. 지도자 중에서도 허위와 거짓을 진실로 조작하는 일을 삼가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더 심각해졌다.   그 주동자들은 정권을 목적 삼는 정치인들이다. 지금도 그렇다. MBC의 ‘광우병 파동’으로 끝나지 않았다.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 등단하면서 ‘수단과 방법만 잘 구사하면 승리할 수 있고, 그 승리가 곧 정의가 된다’는 개념이 상식이 되었다. 나와 우리의 거짓은 숨기고 상대방의 정직과 진실은 불의라고 투쟁한다. 거짓을 버리고 정직과 진실을 찾아 누리지 못한다면 우리에게는 희망이 없다.   왜 그런가. 거짓은 악(惡) 중의 악이지만 진실은 선(善)의 출발이며 사회질서와 가치의 분기점이기 때문이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엄연한 규범이 있다. 주어진 사실과 사건에서 진실을 찾고, 그 진실에 따라 가치판단을 내리라는 정론(定論)이다. 진실이 아닌 사실과 사건을 갖고 법적 논쟁과 윤리적 판단은 내릴 수 없다. 그 가치판단의 기준은 무엇인가. 악을 배제하고 선을 택하는 일이다. 그것이 윤리와 도덕의 기본이다. 진실의 생활가치가 선이고, 거짓의 열매는 악의 씨앗이 된다.   선이란 무엇인가. 사회 공익성을 위하는 삶이다.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실효가치다. 악은 우리의 행복과 인간다운 삶을 훼손시키는 행위다. 자유도 있어야 하고 평등도 귀하다. 그러나 인간과 사회의 공익성에 위배되는 자유와 평등은 역기능의 주범이 된다. 소수인의 자유가 전체 국민의 불행을 초래해서는 안 되며 평등을 강요하는 정의는 인간성까지 병들게 한다. 이런 사회기능과 질서를 모르거나 무시하는 정치인들이 인간의 행복을 찬탈했고 인류의 희망을 소멸시키고 있다.    진보·보수 모두 이념의 노예 상태   지금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적 현실이 그 갈림길에 서 있다. 악의 방향과 방법을 계속하고 있다. 진보로 자부하면서 폐쇄적 이념에 붙잡혀 있는 정치인들, 고정관념의 노예가 되어 열린 미래로 가지 못하는 보수주의자들이다.   이런 악을 버리고 선으로 가는 선별 기준은 무엇인가. 양심과 인격의 가치다. 선과 악은 개인의 인격과 양심 그리고 사회적 공익성에서 결정된다. 더 많은 사람의 인간다운 삶과 행복을 위해서다. 철학자 칸트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해도 되는 행위를 너도 따르라”는 정론을 내렸다. 그것을 더 높은 차원에서 쉽게 가르쳐 준 것이 “네 이웃을 너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종교적 교훈이다. 인간애의 구현이다. 사랑은 공존의 가치와 질서이며 인간 완성의 희망과 이상이다.   우리가 믿고 따를 수 있는 최선의 길은 거짓과 악을 버리고 진실과 선을 위하는 삶이다. 인간 사랑이 역사의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핵전쟁을 감행하면 인류는 파멸한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 인간애의 절대가치는 믿지 못하는 것이 현대인의 잘못된 선택이다.  김형석 / 연세대 명예교수김형석의 100년 산책 거짓말 도산 도산 안창호 사회적 공익성 사회 공익성

2023-01-13

[문화산책] 우리들 마음의 말무덤

책을 읽거나 자료를 뒤적이다 보면, 가보고 싶은 곳이 생긴다. 실제로 가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일단 적어놓는다. 그렇게 가보고 싶은 곳이 계속 늘어난다.   말무덤도 최근에 추가된 곳이다. 문학잡지에 실린 시(詩)를 읽다가 그런 곳이 있다는 걸 알고 냉큼 적어놓았다. 말(馬)이 아니라 말(言)을 묻은 무덤, 이른바 언총(言塚)이다. 우리 조상들 참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감탄이 나온다.   자료를 검색해보니, 경북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 한대마을에 있고, 약 400여 년 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당연히 전설이 있다. 내용은 이렇다.     이 마을은 예부터 각성바지들이 살던 곳인데, 사소한 말 한마디가 씨앗이 돼 문중 간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큰 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잦아지자 마을 어른들이 해결책을 모색했다. 갑론을박 중구난방 요란한데, 지나가던 나그네가 단칼에 해결책을 내놓는다.   마을을 둘러싼 야산의 형세가 마치 개가 짖는 모습과 비슷하니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니 모두 사발 하나씩을 가져와, 싸움의 발단이 된 거짓말, 상스러운 말, 가슴에 상처가 되는 말 등을 사발에 담아 구덩이에 묻으라고 했다.     마을 사람들이 그대로 했더니, 마을에서 싸움이 사라지고 평온해져 지금까지 이웃 간에 두터운 정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말 무덤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말무덤에 가보는 것보다 먼저, 우리 동네에도 마을마다 집집마다 말무덤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에 말무덤이 있으면, 세상이 한결 깨끗하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틀림없다.   말무덤을 가장 먼저 만들어야 할 곳은 어디일까? 아마도 압도적으로 많은 이들이 한국의 정치판과 온라인 세상을 꼽을 것이다. 틀림없다. 말 같은 말을 하는 자는 하나도 없고, 막말과 욕설, 거짓말을 경쟁하듯 쏟아내니 시끄럽고 짜증스러워 견딜 재간이 없다. 분노가 치민다. 덩달아 이를 보는 국민의 언어도 점점 사나워지고 있다.   마침, 한국의 국회의사당은 지붕이 무덤의 봉분처럼 생겼으니, 따로 무덤을 만들 필요도 없이, 몹쓸 말, 거짓말, 욕지거리 등을 모아서 거기다 묻으면 되겠다. 다만, 묻어야 할 말이 워낙 많아서 금방 가득 차버릴 것 같아 걱정이다.     말무덤 둘레에는 큰 바위 13개가 둘러 있고, 바위마다 말에 대한 말이 새겨져 있다. 이걸 격언비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예천군이 선조의 지혜가 담긴 말무덤을 산 교육장으로 만들기 위해 예산을 들여 새로 정비한 것이라고 한다.   -부모의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말이 고마우면 비지 사러 갔다 두부 사 온다.   -혀 밑에 죽을 말 있다.   -웃느라 한 말에 초상난다.   -화살은 쏘고 주워도 말은 하고 못 줍는다.   -말 뒤에 말이 있다. 말이 말을 만든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내 말은 남이 하고 남의 말은 내가 한다.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 말은 적을수록 좋다.   -말 잘하고 징역 가랴.   이 말들만 잘 새기며 살아도 세상이 평화로워질 것 같다. 그나저나, 말무덤에 묻은 나쁜 말들은 썩는데 얼마나 걸릴까? 플라스틱처럼 썩지도 않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정말 큰 일인데… .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말무덤 마음 말무덤 둘레 마을 어른들 거짓말 욕지거리

2022-07-21

[독자 마당] 거짓말

전기톱을 팔겠다고 했더니 한 사람한테서 연락이 왔다. 그 사람은 쇠도 자를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또 전화가 와서 집요하게 묻길래 쇠는 자를 수 없고 나무만 벨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톱 회사에 문의를 해봤더니 의외로 쇠도 잘린다는 편지가 왔다.     그 편지를 사진으로 찍어 전기톱을 문의했던 사람에게 이메일로 보내면서 쇠도 자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버럭 화를 냈다. 왜 지난번에는 거짓말을 했는냐고 다그치는 것이다. 나는 순간 당황했다. 나무만 자르는 톱으로 생각해 말했다가 나중에 쇠도 자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대답을 했는데 내가 무슨 거짓말을 했다는 것인가.     사람들은 상담가나 역술가를 자주 찾는다. 찾는 이유가 여러가지 있겠지만 나는 희망의 말을 듣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희망의 말 중에는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경우는 없다.     만일 의사가 나에게 당신은 암 말기이니 곧 죽겠다고 말한다면 나는 좋아할까. 아니면 거짓말이라고 하더라도 치료를 받으면 암이 나을 수도 있으니 같이 노력해보자고 하면 좋아할까. 만약 치료를 했는데 암이 낫지 않을 경우 나는 의사가 거짓말을 했다고 비난해야 할까.     이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거짓말이 있다. 남을 속여서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거짓말이 있다. 결과는 거짓말에 속은 사람들에게 피해가 돌아온다.     반면 상대방을 즐겁게 해 주는 거짓말도 있다. 상대의 장점을 과장해서 이야기하고, 미래에 대해 낙관적으로 하는 말 등이다.     나는 이런 거짓말이 있기 때문에 세상은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이 세상에 참말만 있고 선의의 거짓말이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좋은’ 거짓말은 모두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준다.  서효원·LA독자 마당 거짓말 상담가나 역술가 반면 상대방 만일 의사

2022-04-07

쏟아진 막말, 아니면 말고 ‘가짜뉴스’ ...2021년 미국 정치판 ‘거짓말 베스트 10’

팬데믹에 갇힌 세상이었지만 올해도 뉴스들은 어김없이 쏟아졌다. 특히 가짜뉴스들이 범람했다. 가짜뉴스는 ‘뉴스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사실이 아닌 거짓 뉴스’를 말한다. 오보는 실수일 수 있지만, 가짜뉴스는 ‘의도적인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팩트(PolitiFact)가 선정한 올해 최악의 거짓말 10개를 정리했다.        1. “우리가 이겼다.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압도적이다(We won. We won in a landslide. This was a landslide.)   지난 1월6일 의회 난입 사태 당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 발언이다. 이날 시위대가 의회를 습격하기 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을 도둑맞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지옥같이 싸우지 않으면 나라를 잃게 될 것”이라고 지지자들을 선동했다. 이 발언 후 수천 명의 지지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인증 절차를 진행하던 연방 의사당 건물로 무단 침입해 난동을 부렸다.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당시 의원들이 긴급 대피하면서 인증 절차가 수 시간 지연됐고, 당일에만 시위자와 경찰 4명이 숨지는 참사를 빚는 등 미국 민주주의 흑역사로 기록됐다.   2. “의사당내 감시카메라 녹화장면을 보니, 만약 이게 1월6일이 아니었다면 (폭도들이 아니라)그저 평범한 여행객들로 보였을 것이다.”   지난 5월12일 하원 청문회에서 공화당 소속 앤드류 클라이드 의원이 한 말이다. 1위를 차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위 발언으로 촉발된 의사당 난동 당시 내부 감시카메라 장면이 이날 청문회에서 공개됐는데 난입한 폭도들을 보고 ‘평범한 여행객(normal tourist)’이라는 발언을 한 것이다. ‘평범한 여행객’으로 보인다는 이들은 당시 의사당 앞 바리케이드를 쓰러트리고 유리창과 문을 부수고 의사당으로 난입했다. 또 ‘마이크(펜스 부통령)를 교수형시켜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경찰들을 폭행했다.       3. “수백만 명이 백신 맞고 사망했다”   ‘세계 장악 중단(Stop World Control)’이라는 웹사이트가 지난 9월 발표한 ‘백신 사망 보고서’에서 한 주장이다. 백신 반대론자들이 펴낸 백신의 위험성에 대한 보고서인데 전세계 정부들이 백신 접종으로 인한 질병과 사망 등 부작용들을 99%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백신 접종 후 사망자수는 미국에서만 최소 8만~16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 ‘과학적 근거’로 연방정부의 백신 부작용 신고 데이터베이스인 ‘VAERS(Vaccine Adverse Event Reporting System)’을 내세웠지만 VAERS는 사실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신고 건이기 때문에 부작용의 통계 근거로 삼기에는 문제가 있다. 설사 VAERS에 접수된 백신 부작용 사망 건을 모두 사실이라고 인정한다 해도 8164건이다. 이는 백신 접종자의 0.0021%에 불과하다. 백신 사망 보고서의 ‘백신 맞고 수백 만 명이 죽었다’는 주장은 정말 위험한 거짓말이다.     4. “선거 독립감사 결과 바이든은 애리조나에서 이기지 못했다.”   이 말 역시 사실과는 다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이었다. 선거가 사기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이 사기임이 확인됐다.      5.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이 이미 텍사스엔 시행중이다. 텍사스주는 풍력발전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인 폭스뉴스의 터커 칼슨 앵커가 지난 2월16일 방송에서 한 발언이다.  당시 미국 전역을 강타한 ‘이상한파’가 텍사스주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를 초래하자 보수 진영 인사들이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그린 뉴딜)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한 예로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풍력과 태양광발전 시설은 혹한 속에 멈춰 섰다”며 “이 점이 텍사스를 전력이 부족한 상황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하면서 화석연료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칼슨은 이 발언을 그대로 받아 방송에서 인용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정전 사태의 원인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소 가동 중단이 차지하는 비율은 13%에 불과했다. 전력 부족 사태의 핵심 원인은 화력·원자력 발전의 실패에 있다는 의미다. 무책임한 발언들에 가장 피해를 입은 것은 주민들이다. 당시 텍사스주에서는 최대 300만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36시간 이상 전력이 끊긴 채 추위에 시달려야 했다.     6. 백신에 무선 인식칩 삽입   지난 6월26일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한 동영상이 큰 화제가 됐었다. 백신을 접종한 한 여성의 어깨에 동물 칩인식기를 대보니 일련번호가 뜨는 영상이었다. 백신 음모론자들은 이 영상을 근거로 정부가 국민들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 거짓말이었다. 영상을 올린 여성은 웃자고 한 농담이었다면서 ‘니들은 인터넷에 올라오면 뭐든지 믿느냐(You guys believe anything on the internet)’라고 꼬집었다.     7. “알카에다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라졌다‘”   지난 8월2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다. 이 발언이 있은 지 10일 뒤 미군은 아프간에서 완전 철수했다. 하지만 그 후 한 달여 만에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사실상 접수해 세계적인 망신을 당했다. 알카에다가 사라졌다는 건 바이든 대통령이 믿고 싶은 사실이었을 뿐 거짓말이었다.     8. “수정헌법 제2조는 제정 때부터 총기를 소유할 수 있는 사람과 소유 가능한 무기의 종류를 제한했다”   역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다. 지난 6월23일 백악관 유튜브로 중계된 기자회견에서 그는 총기 폭력 예방을 위한 엄격한 제재 조치를 발표하면서 이 발언을 했다. 총기 폭력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기 위한 의도라고 해도 이는 사실이 아니다. 수정헌법 2조 원래 문항은 아래와 같다.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State)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   9. “바이든 대통령이 햄버거를 금지시켰다”     폭스뉴스가 지난 4월23일 그래픽으로 보도한 내용이다. 원문은 이렇다.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 정책에 따르면 쇠고기 소비를 90% 줄여야 하고 1년에 4파운드만 먹을 수 있으며 이는 한 달에 햄버거 1개 분량이다”   폭스뉴스가 보도한 내용의 근거는 미시간대학의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위한 센터’(Center for Sustainable Systems)가 2020년 1월 발표한 연구 결과를 인용한 것이다. 이 연구는 미국인들이 식생활을 채식 위주로 바꾸면 어떻게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들게 되는지를 다룬 것으로, 쇠고기 소비를 90% 줄였을 때 환경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있지만 이는 바이든 정책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사실이 아닌데도 이 보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치적 이슈로 확대됐다. 조지아주 공화당 소속으로 친트럼프파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의원은 맥도날드 광고에 나오는 캐릭터 ‘햄버글러’를 끌어들여,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했다. 햄버글러는 Hamburger(햄버거)+Burglar(도둑)의 합성어로, 바이든 대통령을 사실상 미국인에게서 햄버거를 빼앗는 ‘햄버거 도둑’이라는 의미로 사용하며 비아냥거린 것이다. 보고서를 무턱대고 인용한 보도 때문에 대통령은 햄버거 도둑으로까지 몰리게 된 것이다.     10. 기타     마지막 거짓말은 폴리티팩트가 소개하지 않았다. 독자들이 직접 입력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집계가 되지 않은 소수 의견들이라고 한다. [정리 =정구현 기자]  배은나 기자미국 가짜뉴스 거짓말 10개 백신 사망 의사당내 감시카메라

2021-12-30

[시론] 설복의 말로 경쟁하는 선거

집권여당과 대표는 이번 대선을 정권재창출이 아니라 정권교체의 선거라고 말을 바꾸었다. 여당 후보자는 국민에게 사죄한다면서 갑자기 큰절을 하고, (여론 때문에 추진을 중지했던 법안과 선거에 도움이 되는 법안을 최대한) ‘패스트 트랙’에 태워 처리하자면서 상임위원장의 방망이는 두드리라고 있다며 독려한다. 여당 원내대표는 종부세 고지를 (가진 자) 1.8%에 대한 (특정 목표물을 겨냥한 폭격의 의미를 지닌) ‘정밀타격’이라고 불렀다.   제1 야당은 선거운동 진용의 인사와 권한 문제로 한 달 가까이 허송세월을 했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우위를 선거의 결과로 여기며 김칫국 쟁탈전을 벌이는 오만이었다. 민주주의의 보루인 선거에 절박하게 올인 하지 않는 한가한 정당은 국민을 희롱하는 것이다.   달나라에서 방아를 찧던 토끼를 또 소환하여 선거 전략에 따라 집토끼 산토끼로 갈라치는 것은 낯익지만 새로운 풍경도 보인다. 정치적 셈법에 따라 20대 30대 젊은이들을 보물로 부상시킨 것이다.     상처투성이 3포·7포 세대를 여야 모두 최우선의 파트너로 모시려고 혈안이지만 구조적인 문제의 원인과 해결에 대한 복안은 모호하다. 대학입시를 제외하고는 존재감을 무시당하던 10대 고교생 세대에 대한 조명도 마찬가지다. 기성세대가 짜놓은 주입식 정답의 틀에 짓눌려 ‘생각하는 백성’으로서 역할이 박탈되었던 그들에게 지역선거대책위원이라는 직책부터 맡기는 것은 난감한 일이다. 고교생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원하는 이슈가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여론조사라도 먼저 해보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는가.    ‘선거에 지면 우리는 죽는다’는 정치꾼들의 강박관념은 ‘선거의 말’을 야누스의 얼굴로 만든다. 한쪽은 매혹의 향유를 자처하는 말. 말의 성찬 속에 국민과 나라는 내내 안녕할 뿐이다. 다른 쪽은 사생결단의 살의를 담은 말. 특정 후보나 정당을 무조건 찬성하는 국민이 아니라면 말에 치여서 숨이 막힐 지경이다.     코로나 때문에 코와 입에 씌워진 마스크로 숨을 제대로 못 쉰 지가 이미 2년인데, 이젠 산소호흡기라도 써야 할 판이다.   3월 9일, 투표일까지 남은 날들이 걱정스럽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끝난 고약한 경험을 돌이키면 선거의 말 잔치 속에 거짓말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문적인 조언을 받은 이른바 선의의 거짓말(white lie)은 물론이고 전략적·의식적 거짓말(black lie)도 상당할 것이고, 거기에 눈물·사과·표정·제스추어와 같은 비언어 행위는 거짓말에 정교함을 더할 터이다.     연구에 의하면 개인이 거짓말을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은 고작 54% 정도다. 우연히 탐지할 수 있는 비율인 50%와 별반 차이가 없다. 이런 거짓말과 공약을  정파성에 얽매이지 않고 따져줄 언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도 염려스럽다.   국민이 고통스러워도 ‘카오스의 말’이 스스로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다. 확실한 근거에 토대한 주장·설득·반박·옹호 대신에 ‘맞으면 좋고 틀리면 말고’ 식의 비방·비하·욕설·폭력의 막말이 설칠 것이다. 대통령직이 권력과 인사를 독식하고, 산업과 역사의 방향에 대한 대못 박기로 군림하는 한 그럴 것이다. 자화자찬과 칭송에는 입과 귀를 열고 비판에는 입과 귀를 닫아도  문제가 없으니 승리를 향한 선거의 돌진을 막을 묘안은 없다.     그러나 선거판의 말이 혹독한 가난에서 벗어나 세계 10대 선진국의 수준에 이르게 한 국민의 피와 땀을 인정하고 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 품격과 통찰력과 신뢰감을 지니는 가에 대한 평가는 중요하다.   “호메로스 시대 이래로 무기로 적을 죽이는 전쟁과 말로 상대방을 설복하는 언쟁을 똑같게 취급한”(키케로, '수사학') 지혜에서 배워야 한다. 말의 가공할 유용함과 해로움을 분간해야 한다.     거짓의 말, 내로남불의 말, 국민을 내편 네 편으로 구분하는 말은 전쟁의 말이다. 사실을 왜곡하고, 공존의 가치를 폄하하고, 공동체의식을 파괴하고, 급기야 인간의 존엄성도 훼손한다. 선거의 말은 전쟁의 말이 아니고 설복의 말이어야 한다. 선거와 정권은 짧고 대한민국은 길다. 김정기 / 한양대 명예교수시론 설복 경쟁 선거 전략 이번 선거 의식적 거짓말

2021-12-07

그린베이 쿼터백 로저스 거짓말 논란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미 프로풋볼(NFL) 그린베이 패커스 스타 쿼터백 애런 로저스(37)가 뒤늦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로저스의 백신 미접종 공개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지난 8월 그가 했던 말 때문. 당시 로저스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는 면역화됐다(immunized)"고 대답했고, 해당 매체는 로저스가 백신을 맞았다는 식으로 보도를 했다.     로저스는 해당 기사가 나갔을 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주 로저스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그의 지난 8월 발언이 각 미디어 에 다시 소개됐고 팬들은 “로저스가 속였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결국 지난 5일 '더 팻 맥어피 쇼'(The Pat McAfee Show)에 출연한 로저스는 "더 이상 '마녀 사냥'의 희생자가 되고 싶지 않다. 나에 대한 거짓말들을 바로 잡고 싶다"며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나는 단순히 백신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은 아니다. 되려, '비판적 사고를 하는 사람'(Critical Thinker)일 뿐이다"고 백신 미접종 이유를 밝혔다.     로저스는 "더 이상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고 싶지 않고, '캔슬 컬처'(Cancel Culture•배척, 매장) 되기 전에 내 생각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로저스는 "친한 친구인 조 로건(팟케스트 진행자)으로부터 코로나19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었고, 이스라엘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에 확진 됐다가 회복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강한 면역력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300회 이상의 코로나19 테스트를 받았고, 이번에 처음 확진됐다"며 "몸 컨디션은 매우 좋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로저스가 언급한 이스라엘 연구에 대해 "연구 대상이었던 250만명은 확진 판정을 받기 6개월 전부터 이미 백신 접종을 받았던 사람들이다"고 밝힌 바 있다.     로저스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인해 지난 7일 캔자스시티 치프스와의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패커스는 이날 7-13으로 패했다.     로저스는 앞으로 2차례 음성 테스트 결과를 받거나 10일동안 자가격리 후 음성 테스트 결과를 받을 경우, 팀에 다시 합류할 수 있다.     Kevin Rho 기자그린베이 쿼터백 그린베이 쿼터백 거짓말 논란 지난주 로저스

2021-11-08

기이한 남녀관계, 넷플릭스 1위 드라마

 로맨틱 코미디, 범죄 스릴러, 호러의 요소를 고루 갖춘 드라마 ‘유(You)”가 시즌3를 시작하면서 미국 넷플릭스의 탑10 리스트에 순위 변동이 발생했다. 스마트하고 정직하며 젠틀한 분위기의 배우 펜 배질리의 변신으로 주목을 받았던 드라마 ‘유’가 한동안 1위를 달리던 ‘오징어 게임’을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선 것이다.       우선 이 작품은 가족 드라마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동성애는 기본이고 스마트 폰 시대에 상상이 가능한 남녀 관계의 기이한 장면들이 즐비하다.   나레이터이며 남자 주인공인 조 골드버그(펜 배질리)는 변태성이 농후한 사이코패스이며 스토커이다. 순진하고 평범해 보이는 용모의 서점 매니저인 조에게 ‘연쇄살인범’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지만, 그는 지속적으로 살인을 저지른다. 그리고 매번 살인 혐의에서 운 좋게 벗어난다.   조는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한다. 그가 자행하는 살인은 사랑하는 여인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 드라마는 시즌마다 여자 주인공이 바뀌는 특이성을 지니고 있다. 사이코패스의 내성을 지녔음에도 순진하고 연약해 보이는 조는 스토킹의 결과로 결국은 사랑을 쟁취한다. 주변에 나타나는 여성들에게 생명까지 바칠 정도로 사랑에 빠지고, 그녀들의 주변을 맴돌며 그들에게 해를 끼치는 자들로부터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강한 의무감을 느낀다.     조의 변태 행위에 혐오감이 치닫다가도 드라마는 자연스럽게 ‘로맨틱 코미디’로 전환된다. 드라마는 그를 싫어할 이유와 비난할 여유조차 주지 않는다. 한번 시작하면 멈추기가 힘들 정도로 몰입도가 높다.       사랑은 종종 기만일 때가 있다. 많은 경우 사랑은 거짓말로부터 시작된다. SNS는 쟁취한 사랑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의 훌륭한 도구가 된다. 기만이 사랑을 대체한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모두가 제정신을잃어버린다.     드라마 ‘유’는 이처럼 인간과 사랑의 뒤틀린 구조 안에서 지루함 없이 새로운 반전의 연속으로 전개된다. 여성들은 조에게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위장된 조의 캐릭터에 매료된다. 그리고 종국에는 조의 피해자가 된다. 사랑과 욕망, 거짓말의 함수관계 속에 숨어있는 사이코패스 조의 행적은 그야말로 예측 불가다.     캐롤라인 켑네스(Caroline Kepnes)의 2014년 소설 ‘You’를 원작으로 2018년 9월 시즌1이 라이프타임 채널에서 방영됐고 속편 'Hidden Bodies’를 바탕으로 한 시즌2는 2019년 방영됐다. 그리고 시즌3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데뷔하면서 바로 1위에 오르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김정 영화평론가남녀관계 드라마 가족 드라마 로맨틱 코미디 욕망 거짓말 김정의 영화 리뷰

202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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