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진 막말, 아니면 말고 ‘가짜뉴스’ ...2021년 미국 정치판 ‘거짓말 베스트 10’
트럼프 “일단 내뱉고 보자”
바이든도 무책임 발언 많아
백신 불신조장 내용도 단골
1. “우리가 이겼다.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압도적이다(We won. We won in a landslide. This was a landslide.)
지난 1월6일 의회 난입 사태 당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 발언이다. 이날 시위대가 의회를 습격하기 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을 도둑맞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지옥같이 싸우지 않으면 나라를 잃게 될 것”이라고 지지자들을 선동했다. 이 발언 후 수천 명의 지지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인증 절차를 진행하던 연방 의사당 건물로 무단 침입해 난동을 부렸다.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당시 의원들이 긴급 대피하면서 인증 절차가 수 시간 지연됐고, 당일에만 시위자와 경찰 4명이 숨지는 참사를 빚는 등 미국 민주주의 흑역사로 기록됐다.
2. “의사당내 감시카메라 녹화장면을 보니, 만약 이게 1월6일이 아니었다면 (폭도들이 아니라)그저 평범한 여행객들로 보였을 것이다.”
지난 5월12일 하원 청문회에서 공화당 소속 앤드류 클라이드 의원이 한 말이다. 1위를 차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위 발언으로 촉발된 의사당 난동 당시 내부 감시카메라 장면이 이날 청문회에서 공개됐는데 난입한 폭도들을 보고 ‘평범한 여행객(normal tourist)’이라는 발언을 한 것이다. ‘평범한 여행객’으로 보인다는 이들은 당시 의사당 앞 바리케이드를 쓰러트리고 유리창과 문을 부수고 의사당으로 난입했다. 또 ‘마이크(펜스 부통령)를 교수형시켜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경찰들을 폭행했다.
3. “수백만 명이 백신 맞고 사망했다”
‘세계 장악 중단(Stop World Control)’이라는 웹사이트가 지난 9월 발표한 ‘백신 사망 보고서’에서 한 주장이다. 백신 반대론자들이 펴낸 백신의 위험성에 대한 보고서인데 전세계 정부들이 백신 접종으로 인한 질병과 사망 등 부작용들을 99%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백신 접종 후 사망자수는 미국에서만 최소 8만~16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 ‘과학적 근거’로 연방정부의 백신 부작용 신고 데이터베이스인 ‘VAERS(Vaccine Adverse Event Reporting System)’을 내세웠지만 VAERS는 사실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신고 건이기 때문에 부작용의 통계 근거로 삼기에는 문제가 있다. 설사 VAERS에 접수된 백신 부작용 사망 건을 모두 사실이라고 인정한다 해도 8164건이다. 이는 백신 접종자의 0.0021%에 불과하다. 백신 사망 보고서의 ‘백신 맞고 수백 만 명이 죽었다’는 주장은 정말 위험한 거짓말이다.
4. “선거 독립감사 결과 바이든은 애리조나에서 이기지 못했다.”
이 말 역시 사실과는 다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이었다. 선거가 사기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이 사기임이 확인됐다.
5.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이 이미 텍사스엔 시행중이다. 텍사스주는 풍력발전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인 폭스뉴스의 터커 칼슨 앵커가 지난 2월16일 방송에서 한 발언이다. 당시 미국 전역을 강타한 ‘이상한파’가 텍사스주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를 초래하자 보수 진영 인사들이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그린 뉴딜)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한 예로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풍력과 태양광발전 시설은 혹한 속에 멈춰 섰다”며 “이 점이 텍사스를 전력이 부족한 상황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하면서 화석연료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칼슨은 이 발언을 그대로 받아 방송에서 인용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정전 사태의 원인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소 가동 중단이 차지하는 비율은 13%에 불과했다. 전력 부족 사태의 핵심 원인은 화력·원자력 발전의 실패에 있다는 의미다. 무책임한 발언들에 가장 피해를 입은 것은 주민들이다. 당시 텍사스주에서는 최대 300만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36시간 이상 전력이 끊긴 채 추위에 시달려야 했다.
6. 백신에 무선 인식칩 삽입
지난 6월26일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한 동영상이 큰 화제가 됐었다. 백신을 접종한 한 여성의 어깨에 동물 칩인식기를 대보니 일련번호가 뜨는 영상이었다. 백신 음모론자들은 이 영상을 근거로 정부가 국민들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 거짓말이었다. 영상을 올린 여성은 웃자고 한 농담이었다면서 ‘니들은 인터넷에 올라오면 뭐든지 믿느냐(You guys believe anything on the internet)’라고 꼬집었다.
7. “알카에다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라졌다‘”
지난 8월2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다. 이 발언이 있은 지 10일 뒤 미군은 아프간에서 완전 철수했다. 하지만 그 후 한 달여 만에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사실상 접수해 세계적인 망신을 당했다. 알카에다가 사라졌다는 건 바이든 대통령이 믿고 싶은 사실이었을 뿐 거짓말이었다.
8. “수정헌법 제2조는 제정 때부터 총기를 소유할 수 있는 사람과 소유 가능한 무기의 종류를 제한했다”
역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다. 지난 6월23일 백악관 유튜브로 중계된 기자회견에서 그는 총기 폭력 예방을 위한 엄격한 제재 조치를 발표하면서 이 발언을 했다. 총기 폭력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기 위한 의도라고 해도 이는 사실이 아니다. 수정헌법 2조 원래 문항은 아래와 같다.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State)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
9. “바이든 대통령이 햄버거를 금지시켰다”
폭스뉴스가 지난 4월23일 그래픽으로 보도한 내용이다. 원문은 이렇다.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 정책에 따르면 쇠고기 소비를 90% 줄여야 하고 1년에 4파운드만 먹을 수 있으며 이는 한 달에 햄버거 1개 분량이다”
폭스뉴스가 보도한 내용의 근거는 미시간대학의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위한 센터’(Center for Sustainable Systems)가 2020년 1월 발표한 연구 결과를 인용한 것이다. 이 연구는 미국인들이 식생활을 채식 위주로 바꾸면 어떻게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들게 되는지를 다룬 것으로, 쇠고기 소비를 90% 줄였을 때 환경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있지만 이는 바이든 정책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사실이 아닌데도 이 보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치적 이슈로 확대됐다. 조지아주 공화당 소속으로 친트럼프파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의원은 맥도날드 광고에 나오는 캐릭터 ‘햄버글러’를 끌어들여,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했다. 햄버글러는 Hamburger(햄버거)+Burglar(도둑)의 합성어로, 바이든 대통령을 사실상 미국인에게서 햄버거를 빼앗는 ‘햄버거 도둑’이라는 의미로 사용하며 비아냥거린 것이다. 보고서를 무턱대고 인용한 보도 때문에 대통령은 햄버거 도둑으로까지 몰리게 된 것이다.
10. 기타
마지막 거짓말은 폴리티팩트가 소개하지 않았다. 독자들이 직접 입력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집계가 되지 않은 소수 의견들이라고 한다. [정리 =정구현 기자]
배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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