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했던 대로' 트럼프, 이란핵협정 탈퇴 선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공언했던 대로 8일 이란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핵협정은 일방적이며 재앙적이고 끔찍한 협상으로 애초 체결되지 말았어야 한다"면서 "협정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핵 프로그램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면서 "이 협정으로는 이란 핵폭탄을 막을 수가 없다"고 탈퇴 배경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의 조치는 미국이 더는 공허한 위협을 하지 않는다는 중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나는 약속하면 지킨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핵협정 탈퇴 선언을 북한 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지렛대로 삼겠다는 점도 밝혔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합의 파기에 대해 "불충분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신호를 북한에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해 이달 또는 6월 초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협정 탈퇴 선언에 따라 미국은 그동안 중단한 이란제재를 90일과 180일인 유예기간이 끝나는 대로 재개하기로 했다. 재무부는 성명에서 이란으로의 항공기 수출, 이란 금속 거래 그리고 미국 달러를 획득하려는 이란의 어떠한 노력도 재평가될 것이라며 이란의 원유 부문과 중앙은행 거래도 제재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핵협정 탈퇴 선언을 한 직후 이란을 포함한 합의 주요 당사국들은 강력한 유감 표명과 함께 '합의 준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P통신은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이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이란 핵합의를 지키기 위해 전념할 것이라면서 다른 당사국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프랑스와 독일, 영국은 미국의 결정에 유감"이라면서 "우리는 이란의 핵 활동과 탄도미사일 활동, 예멘과 이라크 등 중동에서의 안정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프레임에 대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모든 당사자가 합의의 완전한 이행과 책임감에 따라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란은 일단 미국이 협정에서 탈퇴하더라도 핵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란 TV에 출연해 "이란은 미국 없이 핵협정에 남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유럽, 러시아, 중국과 논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란핵협정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이란은 핵 개발을 포기하고 6개국은 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협정이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내용이 없고, 10~15년의 일몰 기간이 끝나면 이란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면서 2016년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줄곧 파기를 공언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