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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타운 식당 점심 가격의 배신

조금만 늦어도 기다려야 했던 식당이라 약속 시간을 좀 일찍 잡았다. 그런데 점심이 다 끝날 때까지도 빈 테이블들이 눈에 띄었다. “왜 이렇게 한산하지?”     그렇게 북적이던 식당에 손님이 준 이유에 대한 나름의 분석이 식사 시간 대화 소개가 됐다. 원인은 ‘불경기 걱정에 지출을 줄여서’, ‘코로나가 다시 퍼진다고 하니 조심하느라고’, ‘음식 가격이 너무 올라서’ 등의 3가지로 압축됐다. 그리고 ‘아무래도 세 번째가 가장 큰 이유일 것 같다’는 것에도 동의했다.          요즘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게 인플레이션이라고들 한다. 코로나는 이제 정점을 지났다는 생각도 있겠지만 인플레의 충격이 더 크고 광범위하다는 의미에서인 듯하다. 얼마 전  ‘6월 소비자물가 9.1% 폭등, 41년 만에 최대폭’이라는 발표는 소비심리를 얼게 만들었다.     이번 인플레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세계 공급망의 붕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곡물, 원유가격 급등 등이 꼽힌다. 여기에 각국 정부가 코로나로 가라앉은 자국 경기 회복을 위해 쏟아부은 막대한 재정도 한몫했다. 미국만 해도 코로나 극복 지원 예산 규모가 6조 달러에 달한다. 연방정부의 1년 예산과 비슷한 규모다. 그러다 보니 인플레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었다. 다만 어떻게 연착륙을 시키느냐가 문제였다. 그런데 사령탑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초기에 ‘일시적 현상’, ‘관리 가능한 수준일 것’이라는 낙관적 입장을 내놨다. 그런데 이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은 사람들은 얼마 안 가 바보가 됐다. 연준의 기조가 갑자기 달라졌기 때문이다. ‘인플레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겠다는 신호였다.  올해 초 0~0.25% 수준이었던 기준금리는 4개월 만에 2.25%~2.50%까지 올랐다. 하지만 아직 인플레가 잡히고 있다는 소식은 없다. 오히려 일부 전문가들은 2024년쯤에나 연준이 원하는 2~3%의 물가상승률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결국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추가 인상을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기준금리 수준은 3.25~3.50%, 아직 1%포인트 이상 여지가 있는 셈이다. 당분간은 고물가, 고금리를 견뎌내야 하는 상황이다.     다시 식당 얘기로 돌아가 보자. 요즘 타운 식당의 음식 가격이 많이 올랐다. 정확히 따져보지는 않았지만 느낌상 다른 식당들에 비해서 인상폭이 커 보인다. 타운 식당에서 45달러짜리 점심 메뉴를 보고 기겁한 적도 있다. 원래 가격이 좀 있던 업소고 가장 비싼 메뉴이긴 했지만 두 명의 점심 비용으로 100달러 이상(세금,팁 포함)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심하다. 물론 식당 음식 가격만 오른 것이 아니다. 마켓비용,자동차값,개스값,유틸리티비 등 모든 게 올랐다. 그런데도 유독 식당 음식 가격에 민감한 것은 자주 접하고 다른 곳과 쉽게 비교가 되기 때문이다.       업주들은 항변한다. 재료값 오르고 전기료,개스값도 오르고, 인건비도 오르지 않았느냐고. 그러니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손해 보면서 장사하라는 얘기냐고. 식당에서 투고 포장하고 계산하면서 서빙까지 하는 사장님을 보면 이해도 간다. 그러나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고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곤란하다. 수익은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손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마진이 조금 줄더라고 업주들도 일정 부분 분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비용절감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충성고객을 더 많이 확보하는 방법이다.     한인 고객들은 코로나 팬데믹 초기 어려움을 겪는 한인 식당을 돕자며 ‘한인 식당 이용 캠페인’까지 벌이지 않았던가. 부담은 나눌 때 훨씬 충격이 감소된다.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타운 식당 타운 식당 식당 얘기 45달러짜리 점심

2022-08-04

[뉴스 포커스] 기사로 쓰지 못한 제보들

신문사에서 일을 하다 보니 종종 제보를 받는다. 한 번도 뵌 적 없는 분의 전화나 이메일도 있고 지인들이 알려주기도 한다. 불이익을 당했다거나 억울한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많고 아쉽게도 미담은 드물다. 제보의 내용에서도 팍팍한 세상살이의 단면이 보이는 듯해 씁쓸하다.       제보를 받으면 추가 취재 과정을 거쳐 기사로 쓰기도 하지만 그 중에는 듣는 것으로 끝나는 것도 있다. 특히 고발성 내용인 경우 기사로 쓰려면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고 상대방의 반론도 들어야 하는데 여의치 않을 때가 많다. 제보자가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바꾸기도 한다. 처음엔 화가 나고 분해 신문사에 알렸지만, 기사화 이후 발생할 상황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 듯 하다.        최근에도 기사로 쓰지 못한 제보가 있었다. 제보자의 마음이 변한 탓이다. 하지만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라 어떤 사연인지는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묻고 지나가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용은 한인 악덕 건축업자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그에게 주택 리모델링 일을 맡겼다가 큰 피해를 본 것이다. 처음 계약을 맺고 관행대로 공사 금액의 10%를 계약금으로 지급했다고 한다. 그런데 공사가 시작되자마자 업자의 태도가 달라졌다. 재료비 상승 등을 이유로 공사비 추가 지급을 요구하더라는 것. 미심쩍은 구석이 있었지만 ‘어차피 줄 돈이고, 한인인데’라는 생각에 믿고 요구대로 돈을 줬다고 한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이런저런 이유로 공사는 지연됐고,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급기야 업자의 잠적사태까지 벌어졌다. 답답한 마음에 관계 기관에 고발이라도 할 생각으로 부랴부랴 라이선스를 확인했더니 그마저도 정지 상태였다. 결국 공사 마무리를 위해 새로운 업자를 고용해야 했고 피해자는 추가 비용에 시간 허비, 마음고생까지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었다.       사연을 듣고 계약서와 영수증, 업자의 이름과 연락처 등을 줄 수 있냐고 했더니 정리해서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소식이 없어 연락했더니 기사로 쓰지 말아 달란다.   혹시라도 악덕 업자의 해코지가 걱정된다는 게 이유였다. 시니어 분이라 이해는 가면서도 피해자가 오히려 몸을 사려야 한다는 게 안타까웠다.   이 밖에도 다양한 제보들이 있었다. 임대료를 2배 나 올린 한인 건물주의 임대료 횡포, 구매한 제품에서 하자가 발견돼 판매 업소에 환불을 요구했다 거부당했다는 이야기, 올드타이머 재력가 유족의 유산 싸움 등 다양하다. 그런데 사실 확인의 한계, 당사자들의 무응답 등으로 인해 기사로 쓰지 못했다.      그런가 하면 사실관계 분명하고 반론이 필요 없는 내용도 기사로 쓰지 못할 때가 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김 회장님’은 신문을 참 꼼꼼하게 읽는 분이다. 지면을 통해 어려운 사람 사연이나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단체가 소개되면 연락을 주신다. 연락처 좀 알려달라고…. 그리고는 그쪽으로 직접 성금을 보낸다. 나중에 도움을 받은 쪽의 얘기를 들어보면 예상보다 큰 금액일 때도 많다. ‘김 회장님’을 잘 아는 분으로부터 매년 기부금으로 사용하는 금액이 상당하다는 얘기도 들었다.  “좋은 일 하셨네요” 하고 물으면 한결같은 대답이 “뭘, 별거 아닌데”다.   기자 입장에서  좋은 기삿거리라는 생각에 그동안 몇 차례 취재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본인의 완강한 거부 때문이다. ‘좋은 일은 알려야 한다’고 아무리 꼬셔도 요지부동이다.     한인사회에 김 회장님 같은 분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기자들이 고발성 제보보다 훈훈한 미담 제보 취재로 더 바빠졌으면 좋겠다.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기사 제보 고발성 제보 미담 제보 기사화 이후

2022-07-28

[뉴스 포커스] ‘혼혈’ 대신 한인, 한국계로 하자

“앤더슨 박인 데 코리안이야.” 2~3년 전인가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아들이 라디오에서 노래가 나오자 잘 아는 가수라며 알려준다. “유명해?”라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궁금해 자료를 찾아봤다. 본명은 브랜든 박 앤더슨이지만 앤더슨 박(Anderson .Paak)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Paak은 ‘팩’ 또는 ‘박’으로 발음하지만 박으로 표기한다.)   그는 LA 북쪽, 벤투라카운티 옥스나드 출신이다. 가계도를 보니 외할머니가 한국인, 어머니는 ‘하프 코리안’, 아버지는 흑인이다. 굳이 따지자면 그는 ‘쿼터 코리안’이다. 한인과 결혼했고 2명의 자녀가 있다.     그는 실력파 뮤지션이다.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라는 그래미상을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내리받았다. 특히 올해는 4개 부문 수상의 기염을 토했다. 지난 2월 LA에서 열린 제56회 수퍼보울 공연에서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유명 백인 래퍼 에미넘의 공연 때 드럼을 연주한 게 그다.        앤더슨 박을 보면서 하인즈 워드가 떠올랐다. 어머니가 한인인 그는 2006년 제40회 수퍼보울 MVP를 받으며 전국적인 스타가 됐다. 홀어미니에 가난한 이민자 가정 출신, 혼혈…. 스토리가 있는 그의 삶에 팬들은 열광했고 웬일인지 한국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어머니와 함께 한국을 방문한 그는 엄청난 조명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한국계 혼혈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그 후 한국정부나 한인사회나 혼혈들에 대한 관심은 다시 시들해졌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 다시 한국계를 주목하는 일이 있었다.  한국야구위원회 총재가 2023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 대표팀에 한국계 선수의 발탁도 고려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WBC는 다른 대회에 비해 선수의 국적 기준이 느슨하다. 부모나 심지어 조부모 국적의 국가 대표로도 참가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야구 불모지인 이스라엘이 WBC에 참가하고 미국 출생 선수가 멕시코 대표팀에서 활약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은 한 번도 이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폐쇄성과 ‘병역면제’라는 당근 때문에 한국 내에서만 선수를 뽑았다. 공교롭게도 성적은 갈수록 떨어졌다. 그런데 내년 대회에는 문호를 열겠다고 한다. 병역 혜택이 없어져 고육책일 수도 있지만, 한국계 선수들에 시선을 돌렸다는 것 자체가 과거에 비해 달라진 모습이다.     메이저리그(MLB)에는 많은 한국계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확인된 주전급 선수만 해도 미치 화이트(LA다저스 투수), 데인 더닝(텍사스 레인저스 투수), 토니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내야수), 조 로스(워싱턴 내셔널스 투수), 코너 조(콜로라도 로키스 좌익수·1루수) 등이다. 특히 데닝은 “한국 대표팀에서 불러만 주면 뛰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데닝 뿐만 아니라 그동안 많은 선수가 부모의 나라, 조부모의 나라인 한국 대표팀 참여 의사를 밝혔었다.          한인사회의 이민 연륜이 깊어가면서 자연스럽게 타인종과의 결혼도 많아지고 있다. 부모들이야 은근히 자녀들의 배우자로 한인을 바라지만 어디 희망대로 될 일인가.      이런 흐름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연방 센서스의 아메리칸커뮤니티서베이(ACS) 자료에 따르면 2015년 33만2223명이던 한인 혼혈인구는 2020년 44만9183명으로 5년간 11만 명 이상 늘었다. 이 기간 혼혈을 제외한 한인 인구 증가율이 1.2%에 그쳤지만, 혼혈 인구는 33%나 급증했다. 앞으로 증가폭은 더 커질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혼혈’이라는 용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의 역사적 배경 때문인지 사용이 망설여진다. 부모나 조부모 중 한 명이 한인이면 ‘한인 혼혈’이라는 말 대신 그냥 한인, 또는 한국계라고 부르면 어떨까.    내년 WBC대회에서는 많은 한국계 선수들이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한국계 혼혈 한국계 선수들 한국계 혼혈들 한국 대표팀

2022-07-21

[뉴스 포커스] 서민들에게 떠넘긴 ‘이자율 폭탄’

‘냉면갈비 45달러, 여기에 세금 9.5%와 팁 18%’.   LA한인타운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한 유튜버가  ‘미친 LA물가’를 강조하며 공개한 영수증 내역이다. 냉면갈비가 원래 비싼 메뉴이기는 하지만 45달러는 놀랄만하다.  LA시의 시간당 최저임금이 16.04달러니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이 이 업소에서 냉면갈비를 먹으려면 3시간 이상 일을 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식당만 비싼 것은 아니다. 업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가격을 올렸다. 체감상 작년보다 평균 20~30%는 오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이제 10달러 미만 점심 메뉴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둘이서 간단히 점심을 먹어도 세금, 팁까지 포함하면 40달러는 쉽게 넘는다. 업주들은 식재료 가격과 인건비 상승 탓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고객들은 부담이 크다.        그런데 음식 가격만 오른 게 아니다. 개솔린 가격, 유틸리티 요금, 심지어 스포츠 경기장 입장료까지 오르지 않은 게 없다. 40년 만에 최고라는 인플레이션 파고가 일상으로 밀어닥친 것이다.   전문가들이 진단한 인플레 원인은 복합적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롯된 공급망 붕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 낮은 실업률과 임금상승에 따른 수요 증가 등이다.     여기에 유동성 문제도 있다. 한마디로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는 얘기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작 이후 연방과 주정부들은 조기 극복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었다. 연방정부의 투입 예산만 4조5000억 달러에 달한다. 바이든 정부의 2023회계연도 연방예산 규모가 5조8000억 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이중 지난 5월 말까지 실제 집행된 금액은 3조8000억 달러 정도라고 한다. 그래도 연방정부 연 예산의 65%가 넘는 돈이 2년 여 동안 추가로 풀린 셈이다.     지원금은 연방중소기업청(SBA),노동부 등 43개 정부 기관들을 통해 집행됐다. 물론 꼭 필요한 조치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셧다운 사태가 벌어지면서 경제도 위기를 맞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줄도산 위기에 처했고, 감원 바람도 거셌다. 정부는 긴급 자금 투입을 통해서라도 ‘일단 살려놓고 보자’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과연 경기부양을 위해 자금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투입되었는가 하는 면에서는 의문이 남는다.      또 전례가 없는 사태인데다 너무 서두르다 보니 허점도 많았다. 실적도 없는 업체가 간단한 서류 몇장으로 거액의 지원금을 받는가 하면 아예 유령회사를 만들어 돈을 받기도 했다. 재소자들의 개인정보를 빼내 거액의 실업수당을 챙기는 일도 벌어졌다.  ‘속도’를 강조하다 보니 구멍이 생긴 것이다. 이런 상황을 틈타 사기꾼들은 긴급 지원금을 ‘눈먼 돈’쯤으로 여긴 것이다. 이렇게 챙긴 돈으로 저택과 고급 승용차를 매입하고 호화 해외여행을 즐겼다. 이제 서야 서류 조작 등 허위 신청자를 단속한다고 부산을 떨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연방준비제도(Fed)는 ‘인플레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올해 초만 해도 연착륙 가능성을 언급하더니 실기에 대한 책임론을 의식해서인지 최근 분위기는 사뭇 비장해졌다. 어느 정도 불경기의 위험성을 감수하더라도 인플레를 잡겠다는 것이다.  지난 6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6월 회의록에서도 이런 의지가 보인다. 결국 이달(26~27일) 예정된 FOMC에서의 금리인상도 확실시 된다. 다만 인상폭이 0.5%p가 될지, 아니면 0.75%p가 될지만 관심사다. 시장에서는 또 한 번의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서민들 앞에는 또 한 번의 이자율 폭탄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이자율 서민 인플레이션 파고 2023회계연도 연방예산 투입 예산

2022-07-07

[뉴스 포커스] 한인은행들의 '2019년 성적표'

남가주 한인 은행 행장들의 2019 전망은 상당히 보수적이었다. 지난 1월의 시무식 신년사를 보면 대부분이 영업환경 악화를 예상했다. 경기 둔화와 경쟁 심화로 수익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들이었다. 전반적인 미국 경기 상황도 고려했겠지만 특히 한인 경제권의 분위기 영향이 컸다. LA자바시장 의류업계의 침체, 부동산 경기의 정체, 오프라인 소매업계의 부진은 분명 한인 은행들에게 큰 악재였다. 그러다 보니 행장들은 자연히 성장보다는 내실과 효율성에 강조점을 뒀다. 힘든 외부 상황을 견디려는 전략이었다. 올해를 돌아보면 행장들의 이런 진단은 일단 정확했다. 주력 시장인 한인경제는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기준금리까지 하락하면서 어려움은 가중됐다. 한인 은행들 간의 우수고객 쟁탈전은 더 뜨거워졌고, 뱅크오브아메리카나 웰스파고, 체이스 등 대형 은행들도 한인 금융시장을 파고드는 상황이다. 미국 금융시장의 특징은 수많은 커뮤니티 은행의 존재다. 은행 감독기관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은행 숫자는 5200여 개. 이 중 자산 100억 달러 미만의 커뮤니티 은행이 절대 다수인 5100여 개에 이른다. 한인 은행들도 자산 150억 달러 규모의 뱅크오브호프를 제외하고 모두 이 범주에 포함된다. 그동안 한인 은행들은 커뮤니티 은행권의 모범생이었다. 성장 속도나 질적인 면에서 다른 은행들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남가주 6개 한인 은행 중 4개가 상장은행일 정도다. 그런데 최근에는 주춤하는 양상이다. 특히 올해 2분기 실적 만을 놓고 보면 한인 은행권의 성적표는 평균 이하다. FDIC의 집계에 따르면 2분기 커뮤니티 은행 전체 수익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1%가 늘었지만 한인 은행권은 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가주 6개 한인 은행 가운데 이 기간 전년 대비 수익이 는 곳은 PCB와 US메트로 뿐이고 나머지 4개 은행은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감소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 대비한 행장들의 대책은 무엇이었을까? 행장들의 올해 신년사 내용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뱅크오브호프의 케빈 김 행장이 강조한 것은 경영 효율성이었다. 통합 3년차를 맞은 은행의 성장통이 예상된다며 밝힌 처방이다. 시스템 경영으로 내부를 다지며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지난 6월에 단행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도 아마 이런 밑그림에서 단행된 것이 아닐까 싶다. 또 한 가지는 헨리 김 PUB 행장의 기업융자(C&I) 확대와 타커뮤니티 진출 강화다. 한인 은행권에서 반복되는 화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임은 분명하다. 이밖에도 행장들은 리스크 관리와 직원들의 업무 환경 조성(CBB 조앤 김 행장), 자산건전성과 수익성 확보(오픈뱅크 민김 행장), 지점망 확대를 통한 성장(US메트로 김동일 행장) 등 다양한 방안들을 내놨었다. 지금쯤은 연초에 제시했던 이런 대책들이 얼마나 실행됐고 효과를 거뒀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은행 주주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최고의 평가 기준이지만 커뮤니티 은행들은 나름의 역할이 있다. 커뮤니티와의 관계다. 특히 한인 은행들은 한인 경제권이라는 특별한 대상을 갖고 있다. 이런 관계의 발전이 상품 경쟁력이 앞서는 대형은행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다. 내년 1월 한인 은행의 행장들은 또 어떤 신년사를 내 놓을지 주목된다. 김동필 경제부장 kim.dongpil@koreadaily.com

2019-12-16

[뉴스 포커스] 낯 뜨거운 '수업료'

한국 드라마에는 종종 불편한 장면들이 나온다. 극중에서 사고를 치거나 문제가 생긴 인물들의 해외 도피처가 십중팔구 미국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부유하거나 유명인으로 설정된 인물). 이런 일이 현실에서도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드라마 작가의 빈곤한 상상력이 알게 모르게 한인사회 이미지에 흠집을 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미지에 먹칠하는 사람들은 내부에도 있다. 한국과는 다른 생소한 시스템과 언어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의 약점을 이용해 본인 주머니를 채우는 이들이다 얼마 전에도 '시큐리티 디파짓'관련 얘기들을 듣고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얘기들' 이라고 한 이유는 구도가 비슷한 두 가지 사례 때문이다. 세입자는 LA에 파견 근무를 온 주재원들, 집주인은 한인들이다. 첫 번째는 '스몰코트 클레임'까지 간 경우다. 피해자는 집주인의 요구로 임대료 두 달치를 시큐리티 디파짓으로 냈다가 속앓이를 했다. 2년 동안 살다 이사를 했는데 집주인은 디파짓 금액의 10% 남짓만 돌려주더라는 것. 너무 심하다는 생각에 사용 내역을 요구했더니 차일피일 미루기만 할 뿐 대답이 없었다. 결국 참다못해 스몰코트 클레임까지 갔고 집주인은 마지못해 나머지 금액을 돌려주더라는 것이다. 그가 미국에 머물러 있었고 스몰코트 클레임이라는 제도를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두 번째 케이스는 제대로 돈도 돌려 받지 못했다. 당사자가 집주인과 실랑이를 벌이다 귀국했기 때문이다. 이 세입자도 시큐리티 디파짓을 돌려주지 않아 이유를 물었더니 수리와 청소 비용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라는 답을 들었다. 너무 비싼 것 아니냐고 따지면 "여긴 원래 그렇다"는 대답만 반복하더라는 것. 결국 영수증 요구 사태로 이어졌고 확인해 봤더니 상당수는 주택 수리나 청소일과는 무관한 곳에서 발생한 영수증이었다고 한다. 물론 '시큐리티 디파짓' 분쟁은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다. 일부 집주인들의 과도한 비용 청구 탓에 세입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합리적이지 않은 수준이라면 따지거나 법에 호소도 할 수 있지만 해결에 시간이 걸린다. 급히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앞의 일은 금전적인 문제 외에 한인사회의 이미지와도 결부되어 있다. 이들이 몇 년 동안 한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쌓았던 좋은 기억들이 한 사람으로 인해 악몽으로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LA한인사회'하면 '악덕 집주인'이 먼저 떠오를 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그동안 비슷한 종류의 얘기들을 많이 들었다. 미국 진출을 추진했던 한국 프랜차이즈 대표는 사람을 잘 못 만나 시간과 비용만 낭비했다는 하소연을 했고, 전문가 행세를 하는 사람에게 일을 맡겼다 손해만 봤다는 투자자도 있었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면 빠르고 편하게 해결됐을 일들이 해결 불가능의 상황까지 됐다고 한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도 어느 곳에서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있을 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들 피해자의 공통적인 반응은 "수업료 냈다고 생각해야죠"였다. 하지만 시간과 노력, 비용 등을 감안하면 수업료 치고는 너무 비싼 수업료를 치른 셈이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일부 한인들의 과욕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본인 능력 밖의 일에까지 달려들다 일을 그르치고 마는 것이다. 내 주머니만 생각하는 사람, 직업윤리에 대한 의식 없이 전문가 행세를 하는 이들로 인해 한인사회 전체가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일은 없어야 겠다. 김동필 경제부장 kim.dongpil@koreadaily.com

2019-11-11

[뉴스 포커스] '멤버십 전성시대'의 고민

코스트코, 아마존, 넷플릭스의 공통점은 엄청난 회원들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정보 사이트인 인베스토피디아에 따르면 대표적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의 회원 숫자는 지난 2017년 이미 9000만 명을 넘어섰다. 전년의 8700만 명 수준에서 1년 새 300만 명 이상이 늘었다. 지난 8월 문을 연 중국 상하이 매장은 2개월도 채 안돼 벌써 20만 명의 멤버를 확보했다고 한다. 아마존의 프라임 멤버는 미국에만 1억300만 명이 있다. 4년 전인 2015년과 비교해 47%나 급증했다. 최근 경쟁업체들의 등장으로 고전을 하고는 있지만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 업체 넷플릭스의 회원 숫자도 1억5000만 명에 달한다. 업체 입장에서 '멤버십'의 최대 장점은 지속적인 고객 확보다. 이런 저런 혜택을 주니 당연히 재방문 고객 비율이 높고 매출은 안정적이다. 부가 수익도 짭짤하다. 코스트코, 아마존, 넷플릭스 같은 업체들은 매년 '멤버십 수수료'로만 수억 달러씩을 챙긴다. 여기에 막대한 숫자의 회원들을 이용해 다양한 부가사업도 가능하다. 그아말로 '꿩 먹고, 알 먹고'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멤버십' 제도를 도입하는 업종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타겟도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회원 확보 경쟁에 나섰다. 소비재, 서비스 업종 할 것이 그야말로 '멤버십 전성시대'가 됐다. 요즘 가장 치열한 분야가 TV 동영상 스트리밍 업계다. '아이폰 신화'를 만들었던 애플이 '애플TV+(플러스)', 콘텐트 왕국이라는 디즈니가 '디즈니+(플러스)'라는 동영상 스트리밍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열기를 더하고 있다. 넷플릭스나 훌루, 아마존 등 기존 업체들과의 '회원 빼가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애플의 변신이다. '아이폰 신화'를 만들며 IT업계를 이끌던 업체가 느닷없이 콘텐트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분석은 두 가지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 한계에 다다랐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 그 중 하나다. 삼성, LG, 화웨이 등 경쟁업체들의 공세로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충성 고객의 이탈 방지다. 애플이 스트리밍 서비스 진출을 발표하면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구입자에게는 1년 무료 이용권을 준다고 발표했다. 한때 '애플 마니아' 그룹을 형성할 정도였던 애플조차 이제 고객 이탈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시장에서 영원한 1등은 없다는 의미다. 이런 '멤버십 전성시대' 현상은 비즈니스 경쟁구도의 변화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전혀 이해 충돌이 없을 것 같던 기업들이 어느 날 경쟁 관계로 변하고, 갑자기 예상치 못했던 경쟁자가 나타나 시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기도 한다. 한인 최대 의류업체인 포에버21도 자라나 H&M, 유니클로 등 업계 경쟁업체들 보다 '온라인 쇼핑'이라는 예기치 못한 경쟁자로 인한 타격이 더 컸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기업들은 '멤버십'이라는 시스템으로 고객을 묶어두고 싶어 한다. '내 고객'은 지키면서 '남의 고객'을 빼앗아 오자는 전략이다. 그나저나 소비자들에게는 선택의 고민이 더 커졌다. 비슷비슷한 내용의 멤버십도 많고 굳이 필요없는 혜택에 현혹되기도 쉽기 때문이다. '멤버십 시대'는 현명한 소비자가 될 것을 주문하고 있는 셈이다. 김동필 경제부장 kim.dongpil@koreadaily.com

2019-10-10

[뉴스 포커스]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남는 장사다

"내가 쓰는 물건 중에 '메이드 인 재팬' 제품은 몇 가지나 될까?"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보며 생긴 궁금증이다. 그래서 점검해 봤다. 자동차는 한국 브랜드. 스마트폰 역시 한국 업체 제품, 골프채는 '메이드 인 USA'였다. 그런대로 값 나가는 것 중에 다행히 일본제품은 없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옷장에 유니클로에서 구입한 셔츠 한 두장과 양말 몇 켤레가 있었다. 시야를 집안 전체로 넓혀봐도 결과는 비슷했다. TV, 냉장고, 세탁기는 모두 한국 업체 제품, 컴퓨터도 미국 브랜드다. 일본업체 제품은 작은 복사기와 오래된 계산기 하나가 전부였다. 그밖에 다이소에서 파는 자질구레한 생활용품 몇 가지 정도가 눈에 띄었다. 그동안 의도적으로 일본제품을 꺼린 것은 아니다. 그야말로 '경제성'을 따져 구입했다. 그런데 이런 결과는 다소 의외였다. 미국에도 일본제품 전성시대가 있었다. 10여 년 전 만해도 베스트바이나 서킷시티 등 가전제품 판매 업소는 일본 브랜드들의 무대였다. 업소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은 소니, 샤프, 도시바, 파나소닉 등이 차지했다. 많은 한인 가정의 리빙룸에도 소니TV가 버티고 있었고, 나들이에 나선 한인들 손에는 일제 카메라나 캠코더가 들려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풍경이 달라졌다. 가전제품 판매업소의 중심은 일본이 아닌 한국 브랜드들 차지다. 한국 제품에 채이고 중국산에 밀린 '메이드 인 재팬'은 설자리를 잃었다. 소매시장에서 그나마 일본 브랜드가 아직 경쟁력을 보이는 부문은 자동차 정도다. 하지만 여기도 변화가 보인다. 시장 점유율이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인식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고 권위의 자동차 평가기관 JD파워의 '신차품질조사'에 따르면 제네시스, 기아, 현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3위를 휩쓴 반면 늘 상위권을 차지했던 일본차들은 순위가 떨어졌다. 닛산, 렉서스, 도요타가 겨우 10위 권에, 마즈다, 혼다,애큐라는 평균 이하, 미쓰비시는 32개 브랜드 중 30위에 그쳤다. '가격 저렴하고, 고장 적은 차'라는 인식이 서서히 옅어지고 있는 셈이다. 일본의 억지 '경제보복'에는 일종의 위기의식이 내재돼 있다고 생각된다. 세계 최고 제품들이 경쟁하는 미국시장에서도 한국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불매운동은 더 거세질 듯하다. 지난 2일 한국을 이른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고 밝혀 분노가 더 커졌다. 전개 방식도 체계적이다. 생활 속 일본 제품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대체품까지 소개해 주는 '노노재팬(www.nonojapan.co.kr)'이라는 웹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장기전까지 대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일부 불매운동을 평가절하는 사람들도 있다. 손익계산서를 따져보면 별로 득이 될 것이 없을 것이라는 논리다. 그리고 대안이라고 내놓는 것이 '외교·정치적 노력과 대화'다. 그야말로 공허한 해법이다.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는 불매운동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사실 '불매운동'이 성공을 거두기는 쉽지가 않다. 처음엔 불같이 일어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관심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불매운동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것이 지속성이다. 운동의 동력을 확보하거나 끊임없이 주변으로 확산 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나도 평소 유니클로를 애용하는 아들에게 한마디했다. "지금 한국과 일본의 갈등 상황을 알고 있다면 당분간 유니클로에서 쇼핑하지 마라"고 했더나 "오케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동필 경제부장 kim.dongpil@koreadaily.com

2019-08-04

[뉴스 포커스] '포에버21'에 필요한 것

한인 최대 의류기업인 포에버21이 위기를 맞았다. 유동성 문제 때문이다.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사모펀드 투자 유치, 매장 임대계약 재협상 등의 구조조정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2년까지 상한해야 할 부채가 5억 달러에 이른다. 사실 포에버21은 이제 '한인 최대'의 울타리를 넘어선 글로벌 기업이다. 스페인의 자라, 스웨덴의 H&M, 일본의 유니클로 등과 함께 세계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업계의 4강 중 하나로 꼽힌다. 비상장 기업이라 정확한 매출이 발표되지는 않지만 연 40억 달러 규모는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추산이다. 그 덕에 창업자인 장도원 회장 부부는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 400대 부자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잘 나가던 포에버21에 제동이 걸린 것은 무리한 확장 전략 탓이다. 시장 상황은 무시한 채 매장 숫자를 늘린 것이 부메랑이 됐다. 2010년 480개였던 매장 숫자는 2014년 600개로 늘었고, 2018년에는 800개를 돌파했다. 숫자만 늘린 것이 아니었다. 새로 오픈한 매장들은 규모도 커졌다. 문제는 매출이 매장 증가를 뒷받침을 하지 못한 것이다. 포브스는 포에버21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에 비해 20~25% 가량 급감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다 보니 임대료 비중이 매출의 30%까지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버틸 재간이 없다. 포에버21이 이처럼 확장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포브스가 전한 바에 따르면 내부적으로 2014년부터 '매장 1200개 확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고 한다. 회사의 모든 역량도 여기에 집중됐다. 당시는 자라, H&M, 유니클로 등의 미국시장 진출 확대 움직임이 활발하던 시기였다. 아마도 이들 경쟁자에 맞서려면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경쟁자들은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움직였다. 고객들의 쇼핑 패턴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점을 간파, 매장 확대 계획을 유보하거나 아예 취소했기 때문이다. 한인 의류업계에서 포에버21은 애증의 존재다. 포에버21 덕분에 사업 기반을 닦고 돈을 번 업주도 많지만, 포에버21으로 인해 눈물을 흘린 사람도 많다. 불만의 주요 이유는 지나친 단가 인하 요구와 대금결제 지연 등이다. 이 때문에 '고생은 한인업체들이 하고, 돈은 포에버21이 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포에버21 측은 이런 목소리에 귀를 닫았다. 납품하고 싶다는 업자들이 줄을 섰는데 굳이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포에버21의 성장에는 '자바시장'으로 대변되는 한인 의류업계 기여도 부인할 수 없다. '자바시장'이 든든한 공급 기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포에버21의 유동성 문제가 알려진 이후 접촉했던 몇몇 의류업계 관계자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한 업계의 걱정만 이야기 했다. 포에버21이 '꼭 정상화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포에버21 측이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아무튼 포에버21이 이번 어려움을 잘 극복했으면 한다. 한인 의류업계의 상징적인 기업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기회에 경영적인 측면에서의 구조조정 뿐만 아니라 이미지 변신 작업도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인 의류업체들과 '원청-하청'의 비즈니스적 관계를 넘어선 공생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래야만 포에버21도 자바시장에도 미래가 있다. 김동필 경제부장 kim.dongpil@koreadaily.com

2019-07-07

[뉴스 포커스] '한인 은행장 체포'의 메시지

은행을 믿을 수 있는 것은 철저한 감사 시스템 때문이다. 다양한 감독기관들이 정기적으로 경영 상태를 점검한다. 강도도 보통이 아니다. 감사 기간에는 진이 빠질 정도라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입단속도 심하다. 감사와 관련된 내용은 공식 발표 외에 일체 외부 유출이 금지된다. 담당하는 기관도 다양하다. 은행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연방준비은행(FRB), 통화감독청(OCC) 등이 나서고 각 주정부에도 감독기관이 있다. 이처럼 감사 시스템이 촘촘한 이유는 예금주를 보호하고 은행이 돈세탁 창구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때문에 감사 기관은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바로 시정 명령을 내린다. 징계를 받는 은행 입장에서는 여간 피곤한 게 아니다.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신속히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징계 상황에서는 인수합병(M&A)이나 지점 개설 금지 등 경영상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깐깐하게 감독을 하지만 사고 위험성은 상존한다. 바로 사람에 의한 '인재' 가능성 때문이다.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작심하고 금전 사고를 치거나. 실적에 집착해 규정에 어긋나는 일을 하는 경우다. 결국은 밝혀지게 마련이지만 은행으로서는 신속한 사전 예방조치가 어려운 일이다. 지난주 한인은행권에는 또 한 번 대형 인재가 터졌다. 현직 행장이 'SBA 대출사기'와 불법 커미션을 챙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것이다. 현직 한인은행 행장이 체포된 초유의 사태도 충격이지만 연방검찰이 기소장에 밝힌 혐의점들을 보면 놀랄 정도다. SBA 대출 과정에 가짜 브로커를 내세워 커미션 일부를 받아 챙겼다든지, 본인이 지분을 갖고 있는 업체에 SBA대출을 승인하고 그마저도 채무불이행 상태가 되는 바람에 연방중소기업청(SBA)과 은행이 손실을 입었다는 내용 등은 기가 찰 노릇이다. 사실 여부는 앞으로 재판과정 등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행장이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다. 은행을 본인의 치부 수단쯤으로 밖에 여기지 않은 것이다. 이 은행을 믿고 돈을 맡긴 예금주들로서는 허탈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그동안에도 한인은행권에는 이런저런 '인재'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충격이 컸던 일은 10여 년 전의 미래은행 마케팅 책임자 대출사기 사건이다. 대출서류 조작 등의 수법으로 퍼주기 식 대출을 한 것. 한 마디로 상환 능력이 안 되는 대출 신청자들에게도 돈을 빌려 줬다. 그리고 본인은 이 과정에서 커미션 등으로 막대한 수입을 챙겼다. 그러나 이는 고스란히 은행의 손실이 됐다. 당시 미래은행이 입은 손실 규모는 3000만 달러가 넘었다. 부실을 견디지 못한 은행은 결국 강제 폐쇄라는 비운을 맞았다. 당시 은행 관계자들은 '조금만 더 관리감독을 잘 했더라면…'이라고 탄식했지만 너무 늦었다. 문제의 인물은 얼마 전 실형과 추징금 선고를 받았지만 '미래'는 이미 사라졌다. 한인은행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현재 전국 18개 한인은행의 자산규모는 350억 달러에 육박하고 전체 수익도 1억 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성장 뒷면에는 항상 위험 요소도 도사리고 있다. 사소하게 생각되는 허점이나 과실이 은행을 위기에 빠트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시스템적인 문제점이라면 감독기관이 먼저 지적해 주겠지만 사람 관리는 은행의 몫이다. '한인 은행장 체포' 사태가 은행권에 던지는 메시지다. 김동필 경제부장 kim.dongpil@koreadaily.com

2019-06-02

[뉴스 포커스] 막오른 '2020년 대선' 관전 포인트

2016년 대통령 선거는 엄청난 반전이었다. 개표 직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전문가와 언론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막상 개표가 시작되자 예상은 빗나갔다. 결과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승리. 미국 대통령 선거 역사에 남을만한 이변이었다. 당시 승패를 가른 것은 결국 경제 이슈였다. 클린턴 후보가 대중적 인기에 안주하는 동안 트럼프 후보는 경제정책에 불만이 컸던 이른바 러스트벨트 지역의 백인 블루칼라 층을 파고들었다. 수입차와 철강, 이민자들에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트럼프 후보의 선거 슬로건은 강렬하게 다가왔다. 트럼프 후보는 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당선의 밑거름이 됐다. 먹고 사는 문제 앞에서 클린턴 후보의 '함께하면 더 강해진다(Stronger Together)'는 추상적인 슬로건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던 셈이다. 다시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선거는 내년이지만 출마를 선언한 인물은 벌써 18명이나 된다. 지난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8번째로 합류했다. 이제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CEO의 출마 선언만 남았다는 전망이다. 이 같은 후보 난립 현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적 인기가 그만큼 높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너도나도 "한 번 붙어볼 만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뜨지 않는 이유로 여러 가지가 지적된다. 지나치게 강경한 반이민 정책과 일방 외교, 대책 없는 건강보험(오바마케어) 폐지 추진, 경제적 불평등 등이다. 그 중에서도 역시 서민들의 최대 불만 사항은 '빈익빈 부익부'의 심화 문제가 아닐까 싶다. 사실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는 트럼프 정부 이전부터 제기됐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취임 전인 2016년 부자 상위 1%의 재산 합계는 미국인 전체 재산 합계의 38.65%를 차지했다. 1989년의 29.60%에 비해 9%포인트 증가한 비율이다. 반면 하위 90% 속하는 서민들의 재산 합계는 1989년 전체의 33.20%에서 2016년 22.82%로 10%포인트 이상 점유율이 줄었다. 당연히 소득도 비슷한 양상이다. 1989년에는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16.48%를 가져간 반면, 2016년에는 23.80%로 비율이 높아졌다. 이에 반해 소득 90%에 포함되는 서민층의 소득 합계는 58.22%에서 49.69%로 9%포인트 가량 줄었다. 결국 서민층의 재산과 소득 증가율이 상위 1%의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문제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에도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간극이 더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성장률 상승에 사상 최저의 실업률, 주가 상승 등을 실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일부에 혜택이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대규모 감세도 비슷하다. 소득세율과 법인세율 등을 내려 납세자들이 향후 10년간 총 1조5000억 달러 가량의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부자 상위 1%가 전체 혜택의 83%를 가져갈 것이라고 비판한다. 대규모 감세가 오히려 부의 불평등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이미 시작된 '2020년 대선' 과정을 지켜봐야 할 관전 포인트 하나는 생겼다. 김동필 경제부장 kim.dongpil@koreadaily.com

2019-04-28

[뉴스 포커스] 판 커지는 '부자증세' 논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화법은 늘 직설적이다. 정치인 특유의 추상적이거나 모호한 발언, 중의적 표현은 드물다. 지지자들이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이런 특징은 지난 5일의 국정연설에서도 드러났다. 특히 연설 중간 쯤 '미국은 결코 사회주의자들의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에서는 더 그랬다. 정치적 경쟁자들을 사회주의자로 몰아세운 것이다. 물론 전제도 깔았다. 경제위기로 최근 극심한 혼란에 빠진 베네수엘라 사태였다. 정부의 사회주의 정책이 남미에서 가장 부유했던 국가를 최악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결국 사회주의적 정책을 주장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칭한 '사회주의자들'이 누군지는 뻔하다. 최상위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부과하자며 '부자증세'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이다.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뉴욕 출신의 민주당 초선 연방하원의원 알렉산드라 오카시오-코르테스다. 코르테스 의원은 연소득 1000만 달러가 넘는 초고소득층의 최고 소득세율을 70%까지 올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최고 개인소득세율이 37%이니 배 가까이 올리자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처음에는 '과격한 주장' 정도로만 여겨졌을 뿐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민주당 대통령 후보 주자들이 가세하면서 판이 커졌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자산 5000만 달러 이상은 2%, 10억 달러 이상의 부자들은 3%의 세금을 더 걷자고 했고,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고소득층의 소득공제 항목을 점차 없애자는 주장을 내놨다. 그런가 하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미 '99.8%를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자산 상위 0.2%에 해당되는 최상위 부자들의 경우에는 상속세율을 최고 77%까지 부과하자는 내용이다. 상속세를 아예 없애려고 하고 있는 공화당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이들에 대해 선제 포문을 연 것은 여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여론조사업체 모닝 컨설트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76%가 '(어떤 방식으로든)부자들은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답했다.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의 설문조사에서조차 '연소득 1000만 달러 이상 증세'에 70%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민심이 내년 대통령선거까지 이어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에서 빈부격차 문제는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양쪽의 간극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역대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고, 많은 일자리도 창출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서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일자리는 많아졌지만 소득 증가율은 물가 상승률 수준에 불과하고 가계 부채와 학자금 융자 규모는 더 불어났다. 여기에다 사회보장 혜택들도 조금씩 줄고 있다. '부자 대통령'의 생각과 서민들의 현실 사이에 상당한 괴리감이 있는 셈이다. 부유세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런 상황을 반영한다. 그리고 밑바탕에는 금융위기 사태 이후 관심이 높아진 '공정성(fairness)' 문제에 대한 인식도 깔려있다. 부의 불평등을 '공정성'을 훼손하는 요인 중 하나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유세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투자 위축과 자본의 해외유출을 우려한다. 결국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추가로 걷힌 세금이 재투자로 이어진다면 기우일 뿐이다. 세금은 국가의 재정수입 확보가 주 목적이지만 부의 재분배 기능도 있다. 김동필 경제부장 kim.dongpil@koreadaily.com

2019-02-10

[뉴스 포커스] 경제 발목 잡는 '트럼프 리스크'

2019년의 출발은 2018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이맘때 쯤엔 '경제 맑음' 이 대세였다면 올해는 '경제 흐림' 전망이 우세하다. 그때는 '모든 것이 너무 좋아서' 걱정이었다면 지금은 '극복해야 할 것이 많아서' 걱정이다. 중국과의 무역전쟁,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효과 감소, 기준금리 인상 기조 등 곳곳에 암초다. 여기에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로 대변되는 정치적 불안 요소까지 더해졌다. 그래서 저성장과 불확실성의 한 해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역시 가장 먼저 반응한 곳은 주식시장이었다. 지난해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 정점을 찍었던 뉴욕증시는 이후 줄곧 하락세다. 지난해 연말엔 전통적인 '산타 랠리' 대신 '사상 최악의 크리스마스 이브'를 경험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은 새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다우지수가 3% 이상 폭등하기도 했지만 아직 미지수다. 특히 등락폭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과민반응 탓'으로 돌리기도 하지만 그만큼 시장이 불안정하다는 의미다. 증시 약세에 가장 참지 못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취임 후 최대 업적으로 내세우던 경제 성과에 흠집이 생겼다는 판단에서다. 급기야 비난의 화살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로 향했다. 연준이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올리자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비난했다. 뒤 이어 측근들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해임 방안을 논의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파장이 커지자 백악관 측은 서둘러 '그런 사실이 없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충격은 컸다. 사실 증시 사이클상 조정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됐었다. 지난해 중반기까지 너무 좋았던 탓이다. 그러나 조정 국면을 지나 약세장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실업률 등 각종 경제지표를 감안할 때 그 정도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에서다. 하지만 예상은 그야말로 예상에 불과했다. 미국경제의 둔화 가능성을 전망하면서 전문가들이 꼽은 변수 가운데 하나가 '트럼프 리스크'다. 그의 독단적이고 돌발적인 성향에 대한 우려다. 앞에서도 언급한 '파월 의장 경질설'도 이에 해당된다. 연준 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대통령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자리로 여겨진다. 통화정책 수립에 정치적 입김이나 고려를 배제하려는 의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수차례 파월 의장에게 '금리를 올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이런 뜻이 반영되지 않자 해임까지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한 칼럼니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은 기존 질서를 흔드는 정도였다면 요즘은 성난 황소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의 달인'으로 불린다. 극단까지 가서라도 얻어낼 것은 얻어내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오랜 비즈니스맨으로 익힌 감각이 바탕이 됐다고 한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게는 본질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그것이 전문가의 조언보다 더 많을 것을 말해준다"고 밝혀 의사 결정 과정의 한 단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트럼프 그룹의 회장과는 다르다. 대통령의 잘못된 결정은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 대통령은 세계경제에도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 위치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 마디에 세계경제가 출렁인다. 독단이나 돌출 발언이 최대한 배제되어야 하는 이유다. 경제의 최대 불안 요소는 악재가 아니라 불확실성이다. 새해엔 아침에 일어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부터 확인해야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김동필 경제부장 kim.dongpil@koreadaily.com

2019-01-06

[뉴스 포커스] 현대기아차가 넘어야 할 장애물

현대와 기아 자동차에 비상이 걸렸다. 연방검찰이 리콜 문제 관련 조사를 진행중이라는 보도 탓이다. 검찰 측은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는 상황이지만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는 언급 자체가 악재다. 여기에 연방상원의 청문회도 남아있다. 지난 14일 열기로 했다 보류는 됐지만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문제가 된 것은 2015년과 2017년의 리콜 조치다. 현대기아차는 쏘나타와 옵티마 등에 장착된 '세타 II' 엔진 결함을 이류로 미국에서만 170만대를 리콜했다. 미국 진출 이후 최대 규모다. 그러나 검찰과 전국고속도로교통안전청(NHTSA)은 리콜 숫자가 불충분했고 시간적으로도 늦었다고 보는 모양이다. 혹시라도 현대기아차의 과실이 발견된다면 거액의 벌금이 부과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벌금보다 더 큰 문제는 브랜드 이미지다. 자동차 업계에서 리콜은 수시로 있는 일이다. 작은 문제점이라도 운전자의 안전과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탓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고객 불편의 최소화와 후속 조치의 신속성이다. 만약 미흡할 경우 브랜드의 이미지 손상은 불가피하다. 그리고 한 번 소비자의 신뢰를 잃게 되면 회복에는 엄청난 비용과 노력,시간이 필요하다. 도요타도 브랜드 이미지 손상으로 인해 쓴 경험을 했다. 2009년 불거진 급발진 이슈 때문이다. 8년 만인 지난해에야 12억 달러의 벌금으로 마무리 됐지만 도요타 브랜드가 입은 상처난 컸다. 한동안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한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미국시장 입성은 화제 속에 시작됐다. 1986년 엑셀을 앞세워 첫 해부터 예상 밖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최고 경쟁력은 가격이었지만 한인들은 '한국에서 만든 차'라는 이유만으로 엑셀을 구입하기도 했다. 이런 인기와 관심 덕에 엑셀은 4년 만에 누적 판매대수 100만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연 평균 25만 대의 판매실적을 올린 셈이다. 지난해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이 66만 여대였으니 '엑셀 신화'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엑셀 신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잦은 고장과 부실한 애프터서비스(A/S)가 발목을 잡았다. 이후 현대차 브랜드는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가격은 저렴하지만 고장이 많은 차'라는 평가를 들어야 했다. 당연히 판매도 정체 현상을 보였다. 현대차 재도약의 발판이 된 것은 '10년 10만 마일 워런티'다. 당시 '3년 3만 마일'이 일반적이었던 자동차 시장에서 '10년 10만 마일'은 그야말로 파격적이었다. 당연히 단번에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자동차 업체들도 현대차의 행보를 주목했다. 그 무렵 취재차 만난 현대차 관계자에게 '비용이 만만치 않을텐데 수익성이 있겠냐?'고 물은 적이 있다. 돌아온 답은 "충분한 검토 결과"라는 것이었다. 품질에 자신이 생겼고 브랜드 이미지 전환에 가장 효과적 방법이라는 결론을 얻었다는 설명이었다. 결과적으로 현대의 전략은 성공했고, 이후 현대차는 다시 질주했다. 그런데 현대기아차는 또 한 번 큰 장애물을 만났다. 브랜드 이미지가 달린 중대한 사안이다.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판매실적도 영향을 받게 된다. 아울러 그동안의 성장에 너무 안주했던 것은 아닌지 뒤돌아 볼 필요도 있다. '고객 우선주의를 잊고 있던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시장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소비자의 영향력이다. 불만을 표시 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들이 있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비자 단체도 많다. 기업들이 항상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환불이나 보상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지 않는 기업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당하기 마련이다. 김동필 경제부장 kim.dongpil@koreadaily.com

2018-11-25

[뉴스 포커스] '그린러시'는 가능할까

지난달 18일 뉴욕증시가 들썩거렸다. 나스닥에 상장된 틸레이(Tilray)라는 기업의 주가가 하루 30%나 폭등한 것이다. 틸레이는 의료용 마리화나를 생산하는 캐나다 기업. 연방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미국 수입 허가를 받았다는 소식이 큰 호재로 작용했다. 이날 틸레이의 종가는 주당 154달러. 7월 상장 당시의 가격이 주당 17달러였으니 불과 두 달 만에 그야말로 대박이 난 것이다. 요즘 무역전쟁만큼이나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마리화나다. 찬반 논쟁은 여전하지만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들썩이고 있다. 그렇다고 마리화나 관련 주가 하루아침에 신데렐라처럼 등장한 것은 아니다. 블룸버그가 발표하는 '마리화나 주가 지수( Global Cannabis Competitive Peers Index)'는 1년간 100%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암호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 안전투자의 대명사 금, 뉴욕증시의 상징인 S&P500의 수익률을 훨씬 앞지르는 실적이다. 이처럼 마리화나 관련 주들이 강세를 보인 데는 캘리포니아주와 캐나다의 기호용 합법화 등이 동력 역할을 했다. 미국 최대 주와 주요 7개국(G7) 중 한 국가가 시장으로 편입된 셈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GCCPI'는 경제전문지 블룸버그가 틸레이를 비롯해 세계 54개 주요 마리화나 관련 기업의 주가 동향을 지수화한 것이다. 그런데 마리화나 관련 기업들의 주가를 들썩이게 할 이벤트는 또 있다. 11월 중간선거의 일부 지역 주민발의안에 마리화나 관련 내용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시간과 오클라호마주에서는 기호용 마리화나 합법화 여부가 주민투표에 부쳐진다. 만약 2개 주 모두에서 통과될 경우 전국의 '합법화 주'는 11개로 늘어난다. 여기에 미주리와 애리조나 등 몇몇 주에서도 합법화 추진을 검토중이라고 하니 '합법지역'은 더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는 LA시의 '공공은행 설립안'이다. '메저(measure) B'로 명명된 이 안은 시정부의 자체 은행 설립이 골자다. 시가 보유하고 있는 11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운용이 목적이라지만 마리화나 업소들에 대한 지원 의도도 있다. 현행 연방법은 마리화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마리화나 업소들은 연방법의 적용을 받는 은행 이용이 불가능하다. 결국 현금거래 밖에 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시정부가 연방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는 공공은행을 운영하면 이들 업소의 고민을 덜어주고 세금 추징도 용이해 진다는 장점이 있다. 만약 이 안이 통과되면 LA시는 공공은행을 설립하는 첫 대도시가 된다. 비슷한 문제로 고민 중인 다른 도시들이 결과를 주시하는 이유다. 이런 환경적 변화는 마리화나 시장의 팽창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 분석업체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기호용 마리화나 시장 규모는 120억 달러. 3년 후인 2021년에는 그 규모가 28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관련 산업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마리화나 초콜릿이나 쿠키 등은 이미 상품화 된지 오래고 일부 업체는 이미 마리화나 성분이 함유된 맥주와 음료수 개발에 나섰다. 그러다 보니 19세기의 '골드러시(gold rush)'에 빗대어 '그린러시(green rush)'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런데 혹시 '마리화나 주식 투자'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주의가 필요하다. 아직은 변수가 많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소한 어떤 기술이 있고 생산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얼마나 시장성이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지, 실적 발표는 믿을만한지 등은 검토 후에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동필 경제부장 kim.dongpil@koreadaily.com

2018-10-21

[뉴스 포커스] 나이키(Nike)의 선택

꼭 2년 전 '캐퍼닉이 무릎을 꿇은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었다. 요즘 광고에 등장해 뜨거운 인물이 된 그 '콜린 캐퍼닉'에 관한 내용이었다. 당시 캐퍼닉은 프로풋볼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으로 시즌 개막 경기에서의 '무릎 꿇기'로 논쟁의 중심이 됐다. '국기와 국가에 대한 모독 행위'라는 것이 비난의 이유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인종차별에 대한 그의 문제의식과 표현의 자유 주장에 공감했다. 캐퍼닉이 2년 만에 다시 논란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다. 미국의 대표적 스포츠 용품 기업인 나이키(Nike)와 함께다. 나이키가 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새로운 광고를 선보이면서 또다시 대립각이 만들어졌다. 다만 '인종차별'과 '국기모독'의 갈등 구조가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논쟁으로 치환된 모습이다. 광고 내용이 소개되자 후폭풍이 먼저 불었다. 나이키 제품을 불태우는 장면이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유포되고, 불매운동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등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이키가) 매우 위험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거들었다. 이런 반감에 나이키의 주가까지 일시 급락세를 보이자 '위험한 선택'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판도가 달라지는 양상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이키가 엄청난 광고효과를 얻었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얘기다. 특정 기업의 광고 모델 논란에 대통령까지 가세하면서 판이 커진 느낌이다. 한 마케팅 전문가는 이번에 나이키가 얻은 홍보효과를 돈으로 환산하면 1억6000만 달러의 가치는 될 것이라며 발 빠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나이키는 이런 결과를 예상했을까?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한다. 나이키는 이미 논쟁적인 이슈들을 광소 소재로 다룬 경험이 있는 기업이다. 사회·정치적으로 예민한 이슈들은 광고 소재로 꺼리는 다른 기업들과는 다른 행보다. 더구나 올해는 나이키의 상징적 문구인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이 등장한지 30년이 되는 해다. 나이키 입장에서는 광고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좀 더 도발적인 소재가 필요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계산된 전략'이라는 심증은 나이키의 고객 분석 자료와 광고 후의 조사 결과를 보면 더 굳어진다. 한 마케팅 업체에 따르면 나이키의 핵심 고객층은 35세 미만이다. 이 연령층의 3분의 2는 나이키 옷을 입거나 신발을 신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연령대는 앞 세대인 베이비부머(1964년 이후 출생자)보다 인종적으로 훨씬 더 다양하다고 한다. 여기에다 이들은 본인이 좋아하는 브랜드가 사회적 이슈에 확실한 목소리를 낼 때 열광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런 특징은 바로 광고의 성적표로 나타났다. 유명 광고분석업체인 에이스 메트릭스(Ace Metrix)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문제의 광고가 나간 후 응답자의 56%가 '나이키 제품을 더 구매하고 싶어졌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핵심 고객층인 밀레니얼과 Z세대의 '강한 인상을 받았다'는 응답이 전체 평균보다 33%포인트나 높았다고 한다. 이에 반해 '나이키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13%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광고 효과'를 위해 사회적 분열까지 초래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나이키의 전략은 나름 성과를 거둔 셈이다. 핵심 고객층에 대한 철저하고 정확한 분석이 있었기에 승부수도 통했다는 생각이다. 일부 고객의 이탈은 감수하면서 미래의 고객을 확보한 셈이기 때문이다. 김동필 경제부장 kim.dongpil@koreadaily.com

2018-09-09

[뉴스 포커스] '한인상권'이 필요한 이유

메뉴판을 들고온 직원의 말에 잠시 당황했다. 한인처럼 보여 당연히 한국말을 예상했는데 영어로 주문을 받아 갔기 때문이다. LA한인타운에서 그것도 대부분이 한인업소인 쇼핑몰에서 영어로 음식을 주문하다니…. 타운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이나 대형 커피 체인점을 찾았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LA한인타운 상권이 변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달라지는 느낌이다. 바비큐 식당에 타인종 고객이 북적대는 것은 흔한 모습이 됐고, 이젠 설렁탕 심지어 추어탕 집에서도 마주칠 정도다. 타인종이 운영하는 업소들도 하나 둘씩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중에는 이름이 제법 알려진 업소도 꽤 된다. 10여 년 전과 비교해 보면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 당시만 해도 타운 쇼핑몰 측에서 유명 업소들에 입주 여부를 타진하면 돌아온 답은 '노'가 대부분이었다. 한인타운이 관심을 가질만한 시장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제 한인타운 상권의 위상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한인을 비롯해 구매력 있는 고객층이 두터워졌다는 점이 변화의 가장 큰 이유다. 이런 고객이 늘다 보니 상권이 커지고, 상권이 다양해지다 보니 새로운 고객층이 또 유입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매사가 그렇듯 '상권 다양화'에도 긍정적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펙트럼은 넓어지는 반면, '한인상권'이라는 색깔은 점차 옅어지는 느낌이다. 굳이 '한인상권'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상권'이라는 것에는 생업 공간이라는 기능적 의미 외에 커뮤니티의 구심점이라는 본질도 담겨있기 때문이다. '한인타운 상권'에도 남가주의 한인 이민사가 그대로 담겨 있다. 1세대들의 애환이 녹아 있고, 수많은 활동들이 이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특히 소수계 커뮤티니에 자체 상권의 존재 의미는 크다. 내부적으로 커뮤니티의 동질감을 갖게 하고, 대외적으로는 존재감을 과시하는 창구가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LA와 같은 다인종 사회에서는 더 그렇다.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LA카운티는 미국 최대의 메트로폴리탄 지역이다. 당연히 아시아계 인구도 많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10년 인구센서스 결과를 보면 LA카운티에 거주한 대표적인 아시아계는 한인을 비롯해 중국계·필리핀계·일본계·베트남계·인도계 등이다. 이중 인구 숫자로만 '톱3'를 가려보면 중국계가 전체 인구의 4%로 가장 많고, 이어 필리핀계(3.3%), 한인(2.2%) 순서다. 필리핀계 인구가 한인보다 10만 명 이상 많은 셈이다. 그런데 '커뮤니티의 존재감'을 순위로 매기면 순서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한인 커뮤니티가 필리핀 커뮤니티를 앞설 것으로 생각된다.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터무니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결론에는 여러 요소가 작용했지만 개인적으로 자체 상권의 존재 여부에 가점을 많이 줬다. 상권은 경제력이고, 경제력은 정치력의 든든한 토대이기 때문이다. '한인상권'이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상권의 3대 축인 고객·업주·건물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누구 하나 혼자만 더 이익을 보겠다고 욕심을 부린다면 성장은커녕 굴러가기도 어려울 것이다. 요즘 1세대들의 은퇴가 늘면서 한인상권은 세대 교체기에 접어든 모습이다. 다음 세대들에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한인상권이 왜 중요한지 그 이유도 함께 물려줬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20년 혹은 30년 후에도 '한인상권'이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김동필 경제부부장 kim.dongpil@koreadaily.com

2018-04-22

[뉴스 포커스] 새해엔 '큰 꿈'을 꿀 수 있을까

2011년 9월은 2008년의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불경기 한파가 여전한 시기였다. 파산 기업이 속출하고 늘어나는 실직자에 소매경기와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었다. 그달 17일 뉴욕 증권거래소 인근의 주코티파크에는 수십명의 젊은이가 모였다. 그들은 심각한 소득 불균형 문제와 월스트리트 대형 투자은행들의 탐욕, 그리고 정치권의 부패를 비판했다. 유명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의 시작이었다. 시위는 순식간에 더 커지고 확산됐다. 미 전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이와 유사한 '점령하라' 시위가 벌어졌다. 그만큼 공감대가 컸던 것이다. 이때 등장한 구호가 유명한 '우리는 99%(We are the 99%)'이다. 소수의 부유층이 부를 독점하는 현실을 비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그후 이 구호는 부의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는 관용어가 되다시피했다. 그리고 5년여의 세월이 흐른 지금, 빈부격차 문제는 어떻게 됐을까? 그런데 답은 이 기간 부자와 서민의 차이가 더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불경기 극복을 위해 내놓은 처방들이 부자는 더 부자로,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미국의 소득 상위 1%는 어떤 사람들일까? 부의 불평등 문제를 부각시켜 주목받은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 파리대 교수와 이매뉴얼 사에즈 UC버클리 교수 등이 내놓은 최근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소득 상위 1%의 연평균 소득은 130만 달러다. 반면 하위 50%의 연평균 소득은 1만6000달러에 불과하다. 30년 전인 1980년대와 비교해 상위 1%의 소득은 3배(80년대 당시 42만8000달러)가 증가한 반면, 하위 50%의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소득 격차는 부, 즉 개인자산의 차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사에즈 교수에 따르면 상위 1%가 전체 부의 42%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중에서도 이른바 초부유층(super rich)으로 불리는 상위 0.1%가 소유하고 있는 부가 전체의 22%나 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제 아메리칸 드림은 없다'는 극단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미국사회의 주요 가치 가운데 하나로 여겨졌던 자수성가형 성공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대통령 선거의 결과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이민문제, 인종차별 및 여성비하 발언 논란 등 온갖 악재에도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경제 이슈에만 집중한 유권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소득만 높여 준다면 이 정도는 괜찮다'는 표심이 작용한 것이다. 민주당 정부 8년 동안 버락 오바마 대통령 개인의 인기는 높았지만 경제정책에는 실망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이달 20일이면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다. 이날 그의 취임식 연설 주제는 '큰 꿈을 꾸자(dreaming big)'와 '미래를 바라보자(looking forward)'가 될 것이라고 한다. 대선 과정에서 주장했던 '위대한 미국을 다시 만들겠다'는 것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서민들도 미래를 바라보며 큰 꿈을 꾸게 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공약 중에는 일자리 확대도 있지만 부자감세처럼 빈부격차 해소와는 거리가 있는 내용들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빈부격차가 지금보다 더 벌어진다면 미국에서도 부자는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증오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만약 그런 상황이 된다면 "우리는 99%"가 아니라 "우리는 99.9%"라는 더 격렬한 구호가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김동필 디지털부장 kim.dongpil@koreadaily.com

2017-01-01

[뉴스 포커스] 박 대통령이 사수해야 할 '방어막'

4년 전 이맘때 한국에 있었다. 체류 기간에 18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선거 당일 몇몇 친구를 만났다. 당연히 화제의 중심은 선거였다. 그런데 아직 투표가 진행 중임에도 '박근혜 후보의 승리'라는 예상이 많았다. 이유를 물었더니 '연민 표심'을 꼽았다. "안됐잖아, 한번 밀어줘야지"라고 말하던 사람들이 대거 투표소로 향했다는 것이다. 정책이나 인물 검증 같은 합리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많지 않은 선거가 됐다는 얘기처럼 들렸다. 그렇게 당선된 대통령은 불과 4년 만에 "당장 물러나라"는 소리를 듣는 처지로 전락했다.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시점에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기 때문이다. 이제 직무 정지 상태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만을 기다려야 하는 '식물 대통령'이 됐다. 사실 형식은 국회 탄핵이지만 내용은 민심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것이다. 이번에는 '연민의 구원자'들도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 압도적이다. 이렇게 또 한명의 불행한 대통령이 나오고 말았다. 그런데 문제는 개인적 불행으로 끝나지 않는 데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한국의 국가 이미지는 곤두박질쳤다. 주요 검색 사이트에 '한국(Korea 또는 South Korea)'을 입력해 보면 탄핵, 스캔들 관련 내용들이 윗부분을 차지한다. 지금 해외에서도 한국에 대한 가장 큰 관심사라는 의미다. 그런데 더 우려되는 것은 그 내용이다. 주요 언론들은 한결같이 이번 사태의 키워드로 부패와 부당한 영향력 행사, 광신교적 요소 등을 꼽고 있다. 하나같이 독재정권이나 후진국형 스캔들의 단골 메뉴다. 재벌 회장들이 줄줄이 청문회에 참석해 쩔쩔매는 모습에선 세계 10위권의 경제력, 인터넷 강국, 한류를 자랑했던 것이 멋쩍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비아그라 관련 내용이었다. 청와대에서 다량의 비아그라를 구입한 사실이 밝혀지자 잠잠했던 매체들까지 가세했다. 독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가십거리로 더 없이 좋은 소재였기 때문이다. 일부는 '비아그라 스캔들'이라는 자극적인 제목까지 달았고 독자들의 조롱섞인 댓글도 올라왔다. '고산병 치료용'이라는 청와대의 해명 따위는 먹히지도 않았다. 이쯤되면 비아그라 제조사는 박 대통령에게 감사장이라도 줘야 할 판이다. 엄청난 간접 홍보 효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그동안 엄청난 노력과 비용을 들여 다져놓았던 국가 브랜드가 한순간에 큰 손상을 입고 말았다. 앞으로 그 후폭풍이 어떤 결과로 다가올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도 국민들은 애써 희망을 보고 싶어하는 모양이다. 이런 심리는 요즘 소셜미디어와 메신저 서비스 등을 통해 퍼지고 있는 풍자에서도 드러난다. 탄핵 표결 결과가 '기권 1, 찬성 234, 반대 56, 무효 7'로 나오자 '1234567' 숫자를 다 담았다며 '우주의 기운이 담긴 표결 결과'라는 것이다. 웃자고 만든 얘기지만 민심은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탄핵 정국 초기 일부에서 대통령의 방어막 전략을 제기한 바 있다. 국회 탄핵 절차를 1차 방어막으로,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헌재의 탄핵심판 과정을 2차 방어막으로 삼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 주장대로라면 이미 1차 방어막은 뚫렸으니 남은 것은 2차 방어막 사수 밖에 없는 셈이다. 그야말로 소설이기를 바랄 뿐이다.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대통령이라는 직책은 본인을 위한 방어막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방어막을 먼저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동필 디지털부장 kim.dongpil@koreadaily.com

2016-12-11

[뉴스 포커스] 엄마의 '반란 투표'

아들은 결국 엄마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데 실패했다. 두 후보의 공약, 인물 됨됨이 등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엄마의 표심을 잡으려 애썼지만 허사였다. 엄마가 '반란 투표'를 감행했기 때문이다. 아들의 끈질긴 선거운동에도 엄마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한표를 줬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나타난 우리집 표심이다. 참고로 두 사람은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파다. 애초 아들이 지지한 후보는 버니 샌더스였다. 대학 등록금 면제 약속에 솔깃했고,부의 불평등 해소 공약에 점수를 줬다. 하지만 샌더스 후보가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패배하면서 최선 대신 차선을 택했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100%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경쟁자 보다는 낫다는 논리였다. 아내의 선택은 의외였다. 평소 정치적 이슈나 선거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웬일인지 이번에는 투표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려니 하다가 우편투표로 트럼프를 찍었다는 얘기를 듣고 내심 놀랐다. '소수계 여성 유권자가 트럼프를?'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지 이유를 물었더니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아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실 그때 뜻밖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트럼프의 당선은 그야말로 사건이었다.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선거 전 '클린턴 우세지역'으로 분류됐던 주들조차 막상 뚜껑을 열자 속속 '트럼프 승리'로 바꼈다.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금융시장이 가장 먼저 반응했고, 각국 정부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득실 계산에 바빴다. 선거는 끝났지만 후유증은 만만치가 않다. 우선 오바마 대통령 재임 8년의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이민·의료개혁 정책이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설령 폐기까진 가지 않더라도 상당한 궤도 수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다 이번 선거만큼 백인과 소수계의 표심이 확연히 나뉜 사례도 드물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기반이 백인 저소득층이었던 탓에 '백인 파워를 보여줬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이 캠페인 기간 중 언행들이 오버랩되면서 소수계 커뮤니티들은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아니다'는 반대 시위에 고등학생들까지 나서는 이유다. 하지만 미국은 자가 치유능력은 뛰어난 사회다. 트럼프 당선인도, 패배한 클린턴도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이 통합이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거들고 나섰다. 하나의 미국을 위해 단결하자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 당선인의 인수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따른 쪽에서 불안 요인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지나친 가족 중용이다. 총 16명의 인수위원 가운데 트럼프의 자녀와 사위가 4명이나 포함됐다. 6명의 자녀 가운데 열살인 막내아들과 20대인 딸 1명만 제외하고 모두 인수위원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행태를 두고 벌써 '네포티즘(nepotism)', 즉 족벌정치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들의 역할이 인수위원 활동에서 끝날지, 아니면 일부가 주요 직책에도 임명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미 적당한 선은 넘어섰다. 더구나 트럼프의 자녀들은 사업가들이다. 인수위원회 활동에서 접한 수많은 기밀들이 사업상 유용한 정보도 될 수도 있다.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이 원했던 변화는 이런 게 아니었을 것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기고, 부의 불균형이 해소되고, 인종간 화합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변화는 진보를 담보하고 있을 때 의미가 있다. 승용차만 몰던 사람에게 갑자기 대형 트레일러의 운전을 맡긴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 말았으면 좋겠다. 김동필 디지털부장 kim.dongpil@koreadaily.com

2016-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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