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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우리는 영웅도 범죄자도 아닙니다”

김동필 논설실장

김동필 논설실장

“경찰은 인형을 던지듯 우리를 콘크리트 바닥에 내동댕이쳤어요. 피를 흘리거나 뼈가 부러진 학생도 있었고, 타박상을 입은 학생은 부지기수였어요. 저는 손을 들어 저항할 의사가 없음을, 흉기가 될 만한 물건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렸지만 소용없었어요. 몸무게 120파운드인 저 역시 경찰에 강압적으로 제압됐어요. 뉴욕 경찰국에 끌려갔더니 출동 경관들을 위한 피자 파티가 준비되어 있더군요. 경찰은 우리를 유치장에 몰아넣었어요. 여학생들은 남자 경관이 볼 수 있는 상황에서 변기를 사용해야 했어요. 그런데 에릭 아담스 뉴욕 시장은 체포 과정에서 아무런 충돌도 사고도 없었다고 발표하더군요. 모두 거짓말입니다. 다음 날엔 네마트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이 뉴욕 경찰의 완벽한 체포 작전에 감사한다고 말하더군요. 평화적으로 시위하던 제자들을 체포하라고 경찰에 요청했던 그 총장이요.”
 
지난달 30일 컬럼비아 대학 해밀턴홀 점거 농성 현장에서 체포됐던 한 여학생이 USA투데이에 기고한 글의 일부다. 당시 학생들이 느꼈을 공포감이 잘 드러난다.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라는 이 학생은 “우리는 영웅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범죄자는 더욱 아니다”고 항변한다. 이 학생에 따르면 시위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믿음과 신념은 다양했다. 다만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에 침묵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있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결코 반유대주의자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 학생은 석방된 주의 주말 자신의 아파트에서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유대인 명절인 ‘유월절(Passover Sedar)’ 모임을 가졌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중단 요구 시위로 대학가가 시끄럽다. 전국 130여개 대학에서 시위가 벌어졌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경찰에 체포되는 학생도 많다. 누적 숫자가 3000명에 달한다. 대부분 석방은 됐겠지만 이들은 유치장에서도 잡범 대우를 받은 모양이다. 시위 확산의 도화선이 됐던 컬럼비아대 학생들이 대표적이다. 이 학교 교직원들이 체포된 학생들의 구금 상태를 알아본 결과 무려 16시간 동안이나 음식은 물론 물도 제공되지 않았다고 한다. 또 2명은 장시간 독방에 구금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평화적으로 시위를 한 학생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 아닌가. 학생들에게 적용된 혐의도 기껏 ‘무단침입’이다.    
 
하지만 석방된 학생들에게는 아직도 문제가 남아있다. 학교 측의 징계 위협이다. 특히 컬럼비아 대학 측은 점거 농성 참여자는 퇴학시키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대학의 징계 조치는 해당 학생에게는 인생에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문제다. 과연 징계가 필요한 일인지 대학 측에 묻고 싶다.      
 


이번 사태를 거치며 미국 사회의 맹점을 보는 듯해 씁쓸하다. 그중 하나가 세계 최고 교육기관이라고 자부하는 미국 대학의 구조적 취약성이다. 대학 내부의 자율적 운영 시스템이 부재하거나 작동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요구에 대화를 통한 해결보다는 공권력에 의지하려는 경향이 이를 방증한다. 특별히 심각한 상황도 아닌데 제자들을 잡아가라고 경찰을 부르는 총장, 후원금 중단 위협에 벌벌 떠는 총장을 훌륭한 교육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 그런 총장이 이끄는 대학을 우수한 대학이라고 평가할 수도 없다.      
 
또 하나는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다. 누구나 수정 헌법 1조인 ‘표현의 자유’는 미국에서 가장 중시되는 기본권이라고 알고 있다.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민주주의 기본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학생 강제 진압 사태를 보면서 과연 ‘표현의 자유’가 확실히 보장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혹시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선택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김동필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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